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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일문은 짐짓 안면을 일그러 뜨렸다. "영주께선 지금 나를 협박하는 것이오?" 허무영은 표정을 풀며 히죽 웃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는 더 볼 일이 없다는듯 천천히 신형을 틀었다. "후후...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걸세. 이 허무영이라는 사람이 때로는 고지식할 정도로 도리를 따지기도 한다는 것을." 허무영은 등을 돌린 채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물론 그런 경우는 금검령주가 아닌 나 허무영, 개인으로서의 얘기지만......." 스스스....... 그는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허무영, 과연 그대는 어떤 종류의 인간인가?' 진일문은 허무영을 만나면 항상 이런 자문(自問)을 하곤 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제대로 해답을 얻어 본 적이 없었다. 현재도 마찬가지로 내부에서 꾸역꾸역 치밀어 오르는 의문으로 인해 그는 답답함을 느꼈다. 결국 그가 허무영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단지 복잡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것뿐이었다. 아무튼 진일문은 허무영과의 이번 만남을 통해 한 가닥의 추리는 해 나갈 수가 있었다. '허무영은 왕사부 쪽의 인물이지만 이 곳의 음모는 천의회에서 꾸민 것이 아니다. 그도 본궁이라는 표현을 썼거니와 황보인이 이미 천마신궁(天魔神宮)이 계획한 일이라고 실토했다.' 천마신궁. 이는 마교 이전에 존재했던 파황교(破皇敎)의 일맥으로 천년 전의 인물인 천마대제(天魔大帝)가 바로 초대 궁주였다. 그렇다면 허무영은 과연 천의회의 소속인가, 아니면 천마신궁의 사람인가? 문득 진일문은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혹 천의회가 천마신궁의 화신이 아닐까?'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후후... 그럴 리가! 왕사부가 천마의 후예일 리 없지 않은가? 그 분도 분명 삼성림의 구대성군 중 한 명이었거늘.......' 이른바 중원무림의 맥(脈). 이는 복잡하다면 복잡하고 간단하다면 간단하다.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중원무림의 내력은 위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삼황오제(三皇五帝)가 다스리던 상고 시대에까지 이른다. 무릇 세상에는 선과 악이 존재한다. 낮과 밤이 따로 있듯 이 선과 악의 개념은 중원의 역사와 더불어 공존해 왔다. 소위 천마대제(天魔大帝). 최초의 마도무림은 바로 이 인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로부터 중원무림은 끊임없는 혈투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마공을 익힌 천마대제의 수하들은 파황교(破皇敎)를 세웠고, 후대로 내려오며 몇 번인가 세상을 지배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마의 지배란 결코 영속적인 것은 못되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진리가 그 때마다 참뜻을 드러내 불세출의 대영웅들로 하여금 속속 마세를 몰아내도록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근대에 이르러 파황교가 결정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바로 오늘날 마교라 일컬어지게 된 광명교(光明敎)의 출현으로 인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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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