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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그대는.......' 흑의(黑衣)가 잘 어울리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그와 처음 만났을 때, 진일문은 흑의를 입고 있는 그가 무척 멋지게 보인다고 생각했었다. 검(劍)이 있었다. 물론 엄밀히 말한다면 그것은 검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도(刀)도 아니고, 굳이 표현하자면 묵봉(墨封) 정도라고나 할까? 그런 것을 허리춤에 비스듬히 꽂고 있는 사나이였다. 흰 얼굴은 비교적 준수한 편이었다. 다만 끝이 약간 처지고 반쯤 감긴 듯한 눈이 늘상 웬지 모를 불안감과 권태로움을 불러 일으켰다. 표정인즉 지루할 만큼 변화가 없었다. '허무영!' 정녕 놀라운 일이었다. 진일문은 설마 하니 금검령주라는 인물이 허무영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상상을 절한 일이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허무영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었다. 있다면 단 한 가지, 그의 입가에 경멸을 뜻하는 야릇한 미소가 매달려 있다는 것 정도였다. 반면에 허무영은 상대가 진일문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짐짓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동검, 자네는 그 동안 환락산(歡樂酸)의 해약이라도 만들어 냈나?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쯤은 저 탕녀와 열심히 어울리고 있어야 정상일텐데......?" '환락산!' 진일문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환락산으로 말하자면 해약이 없는 지독한 최음제 중 하나였다. 물론 허무영의 의도는 단순히 조롱이었지만 그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무영의 눈길이 이번에는 침상으로 향했다. 그는 금침 밖으로 나와 허우적대는 설미령의 다리를 보며 눈쌀을 잔뜩 찌푸렸다. "자네의 통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거늘, 오늘따라 마다하는 데에는 혹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진일문은 미리 생각해 둔 변명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냈다. "특별히 신선한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서 그랬소이다." 허무영은 어깨를 으쓱 했다. "신선한 기분? 호오! 말하자면 새로운 요릿감이 있다는 건가?" 진일문은 기이한 웃음을 흘렸다. "그렇소. 더구나 저 여인이 어찌 알고 나를 위해 환락산까지 제공해 주었으니, 흐흐흐......." 그런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색광의 그것이었다. 허무영의 얼굴에서 갑자기 웃음기가 싹 걷혔다. 그는 정색을 지으며 진일문을 노려 보았다. "동검, 자네가 설부인을 건드린 일은 주공께서도 알고 계시네. 그리고 그다지 탐탁치 않게 여기고 계시기도 하지. 자네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나?" 진일문은 불만스러운 듯 눈썹을 마구 꿈틀거렸다. "그것이 정말이오? 나는 어디까지나......." 허무영이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후후... 대사를 위한 방편이었노라고 말하고 싶은가?" 그의 표정은 더 없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럼 사영화는? 그녀까지도 노리는 자네가 아닌가? 고작 여인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입지를 세우려는 자네가 때로는 불쌍한 생각도 들곤 하지. 더구나 딱한 것은 그 두 여인이 모녀 간이라는 사실이야." 듣고 있던 진일문은 기이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매사를 냉소로 일관하는 허무영이 성낙수에게 힐책을......?' 허무영의 눈이 좁아지더니 으스스한 한광을 뿜어냈다. "경고하네만 동검, 적당히 즐기게. 자네의 이런 행위는 본궁(本宮)의 천하정복에 아무런 이득도 주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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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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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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