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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수......." 홀로 기보( 譜)를 보며 독국(獨局)하고 있던 성낙수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입술 꼬리가 야릇하게 말려 올라갔다. "사모(師母)." 그에게 사모라고 불리울 여인은 세상에서 단 한 명 밖에 없다. 보주인 사운악의 부인, 설미령이었던 것이다. "낙수, 어찌 하여 악속을 어기는 건가?" 그녀의 음성에는 은은한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현재의 나이는 사십세, 그러나 그녀는 채 마모되지 않은 미모로 인해 아직도 삼십대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성낙수는 몸을 일으키며 그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대낮에 이 곳까지 몸소 행차하시다니, 그러다 남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도저히 사모를 상대로 할 만한 말이 아니었다. 아울러 그것은 평소의 그를 염두에 둔다면 정녕 상상도 못할 어투였다. 반면에 설미령은 그의 그런 태도쯤은 이미 익숙해져 있는 듯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세류요를 휘청거리며 두 걸음 정도 다가서더니 그에게 따져 물었다. "분명 약속했지 않아? 내 딸에게는 손대지 않는다고......." 설미령은 말하다 말고 제 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성낙수가 그녀를 향해 태연하게 대꾸했다. "대체 사모께선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내가 사매를 어떻게 했기에? 공연히 흥분하지 말고 이리 가까이 오시오. 후후... 대낮의 정사(情事)도 나름대로 묘미가 있을 것 같구려." 설미령을 아래 위로 훑어보는 그의 눈에는 한 가닥 기이한 기운이 어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음욕(淫欲)이었다. 그의 눈길을 받자 설미령의 눈이 복잡한 감정을 담은 채 크게 동요를 일으켰다. 그녀는 길게 탄식을 불어냈다. "낙수, 이제껏 당신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했어. 그러니 날 보아서라도 딸아이만은......." 성낙수는 대답 대신 손을 뻗었다. 설미령의 눈에 언뜻 괴로움이 스쳤으나 그렇다고 피하지는 않았다. 성낙수의 손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안더니 와락 끌어 당겼다. "아!" 설미령은 맥없이 그의 품으로 쓰러졌다. 타성에 길들여진 육체와 거부하려는 이성 간의 싸움은 벌써 승부가 난지 오래였다. 면사가 걷어지자 설미령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 얼굴은 지아비의 빈소에서와 마찬가지로 비애가 깃들어 있었으나 역시 아름다왔다. 이른바 완숙미랄까? 반쯤 열려진 입술 은 희고 고른 치열을 드러내며 기이한 숨결을 뿜어내고 있었다. 성낙수는 모르지 않았다. 사모가 겉보기와는 달리 몸이 쉽게 달아오르는 여인이라는 것을. 아울러 그녀의 격정을 부채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그는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마주쳐 오는 설미령의 입술을 무작정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혀끝으로 가만히 훑어 주었다.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며 그는 나직하게 속삭였다. "으음, 향기롭군." 이번에는 그의 손이 설미령의 상복 사이로 파고 들어갔다. 그러나 그 손의 기교는 거친 정복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마치 감각을 통해 탐미(眈美)라도 하듯 부드럽고 섬세하기 그지없었다. 아직 탄력이 사라지지 않았으면서도 세인들의 호기심에서는 멀어져 버린 젖가슴, 즉 중년부인의 유방은 성낙수의 그런 손길에 즉시 반응했다. 두 개의 유실이 금새 빠릿하게 곤두 선 채 다음 동작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겉으로 비어져 나와 성낙수의 입술이 그것을 베어 물었을 때, 여인은 몸을 활처럼 뒤로 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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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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