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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일문이 묻자 독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상 황룡사가보의 인물 치고 진일문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무림의 신성(新星)이자 구주동맹의 맹주로 추대된 자, 그 이름은 이제 사해를 울리고 있었으니 그들이라 해서 모를 리 없었다. 더구나 그는 그 곳에서 마동(馬童)으로 지내며 온갖 학대를 받았으면서도 종내 보주를 위기에서 구하고 그 딸을 마수로부터 건져냄으로써 오히려 은인으로 부상된 위인이었다. 그의 입지전적인 일대기는 황룡사가보 내의 모든 사람들에게용기를, 혹은 공포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물론 후자의 공포감이란 그를 모욕했던 자에 한해서이지만. 독고준은 상대의 존재를 알게 되자 곧 체념을 떠올렸다. "진즉 당신의 정체를 알았어야 했는데......." 그는 입술을 질겅 씹었다. 반면에 진일문의 표정은 침착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로서는 독고준이 그렇게 나오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애초부터 적의(敵意) 따위는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는 독고준을 향해 비교적 정중하게 말했다. "돌아 가시오, 황룡사가보로. 그리고 앞으로는 나를 미행하지 말아 주었으면 하오. 나는 당신들을 돕고자 왔으니까." 독고준은 돌아서려다 말고 불쑥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말하시오." "당신은 혹 그 때의 원한으로 일부러 사매를......?" 말끝을 흐리는 그의 눈에서 문득 한 가닥 불꽃이 일었다. 그것을 보자 진일문은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당신은 사낭자를 사랑하고 있는 모양이구려?" "나를 조롱하고자 한다면 대답하지 않겠소." "대답해야만 하오." "싫소." "후후후......." 진일문은 기소를 흘렸다. "대답하지 않으면 목이 날아가는데도 말이오?" 쉬익! 다시 한 차례 채찍이 허공을 갈랐다. 황룡사가보의 후원. 눈부신 햇살 아래 무수산 백일홍이 하나의 군(群)을 이루고 있었다. 덕분에 마치 선혈을 흩뿌려 놓은 듯 뜨락은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꽃밭의 한 가운데에 눈처럼 흰 의삼을 걸친 한 인물이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그는 바로 독고준이었다. 그의 손에는 지금 막 목이 꺾인 백일홍 한 송이가 들려져 있었다. "사제, 축하하네." 그의 등뒤에서 문득 낭랑한 음성이 들려왔다. 독고준은 눈썹을 꿈틀 했으나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다. 그는 빙글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의 시야에 부드러운 웃음을 머금고 있는 성낙수의 얼굴이 가득 들어왔다. "축하라니, 무엇을 말입니까?" 표정과는 달리 그의 음성에는 친근함이 깃들어 있었다. "후후후... 연적(戀敵)을 제거했으니 그만큼 사매와 결합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았나?" 성낙수는 그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나직하게 물었다. "그래, 그 귀불여란 자의 정체는 알아 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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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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