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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사영화의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달착지근했던 기분은 이제 불길한 예감으로 화해 있었다. 그가 다급한 심정이 되어 말머리를 돌리려 할 때였다. 휙--! 옷자락 휘날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시야가 차단되었다. 쐐애액--! 천지를 뒤덮어 버릴 듯 눈부신 검기가 사방에서 쇄도했다. 그것은 정교하게 짜여진 그물처럼 그의 전신을 조여왔다. 어지럽게 난무하는 빛무리 속에서 한 가닥 외침이 들려왔다. "건방진! 감히 사매를 넘보다니." 그 음성의 주인은 바로 독고준이었다. 아울러 그는 검 끝에 닿는 촉감을 통해 진일문을 베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쉬이익--! 섬뜩한 파공음이 허공을 갈랐다. "헉!" 독고준은 대경했다. 그 순간, 그의 목줄기를 조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말채찍이었다. "으으... 이럴 수가!" 그의 눈이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듯 크게 부릅떠졌다. 실로 절묘한 역습이었다. 독고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버둥거렸다. 숨이 막히자 진기가 유통되지 않아 몸이 물 속에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어느 새 채찍은 그의 손목마저도 휘감고 있었다. 손목이 부서져 나가는 듯한 고통과 함께 그는 수중의 금검을 떨어뜨렸다. 현격한 내공의 차이는 그를 절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진일문은 마상에 앉은 채 태연하게 물었다. "독고준, 나를 해치려 한 의도는 무엇인가?" 독고준은 눈에 핏발을 곤두세웠다. "괘씸한! 네 놈의 정체부터 밝혀라." 진일문은 씨익 웃었다. "나? 예전에는 아문이라고 불리웠지." 독고준의 얼굴에는 언뜻 의혹이 스쳤다. "아문?" 진일문은 손을 들어 얼굴을 문질렀다. 그러자 드러난 것은 현재의 준미한 모습이 아니라 과거의 처참했던 그 얼굴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독고준은 쉽사리 그 얼굴을 기억해 내지 못했다. 그것은 당시 독고준과 그의 엄청난 신분 차이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피차에 가까이 할 기회가 없었다. 독고준은 한참 후에야 그를 알아 보고는 기성을 발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때 사매를 겁탈하려고 했던......!" 진일문은 정색을 지었다. "아니, 말은 똑바로 해야 하는 것이네. 나는 사낭자에게 무례했던 적이 없네. 그것은 구경꾼들이 지어낸 소리에 불과하지." 그 다음 말은 뜻밖에도 독고준이었다. "알고 있소. 또... 당신의 본명이 진일문이라는 것도......." 그의 태도는 갑자기 싹 바뀌어져 있었다. "나를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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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