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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일문의 표정이 괴상하게 변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요?" "극락식골향을 쓴 것으로 미루어 능히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것이 왜......?" "대가라면 어떤 때, 어떤 대상에게든 마음먹는 즉시 고를 살포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극락식골향을 피운 상태에서, 그것도 숙주를 빌어야만 가능합니다." "숙주를 빌다니?" "이르자면 먼저 고에 당한 자를 이용한다는 뜻입니다." "맙소사!" 진일문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사가보의 밀전에는 사십여구의 시신 아닌 시신이 있다. 그런데 장만생의 말대로라면 그들이 모두 숙주라는 얘기가 되지 않는가? "거기에도 한 가지 제약은 있습니다. 그것은 고주가 숙주, 그리고 새로 해하려는 대상으로부터 반드시 삼장 이내에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삼장 이내라고 했소?" 진일문의 눈이 번쩍 섬광을 뿜었다. 장만생의 말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캐냈던 것이다. 가까운 거리, 그것은 곧 가까이 접할 수 있은 인물들을 뜻한다고 봐야 했다. "아아!" 곁에서 신음인지 비명인지 모를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영화였다. 그녀가 몸의 중심을 잃은 채 비틀거리고 있었다. "사낭자!" 진일문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생각과 같되 그녀가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씁쓸하게 내뱉았다. "그렇다면 결국 범인은 내부에 있었다는 얘기군." 사영화는 안색이 창백해져 가지고는 세차게 도리질을 했다.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은은한 달빛이 신비롭게 언덕을 비추고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사위에 은가루가 뿌려진 것과도 같았다. 사경(四更) 쯤 되었을까? 진일문과 사영화, 그들 두 남녀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말머리를 나란히 한 채 사가보로 돌아가고 있었다. 대해약포를 떠나온지도 꽤 오래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계속되고 있었다. 진일문은 눈을 돌려 사영화를 응시했다. 그러자 그녀의 옆얼굴에서 느껴지는 수심이 그의 동공에 아프게 쑤시고 들어왔다. 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짐짓 밝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사낭자." "예......?" 사영화는 흠칫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복잡한 상념에 잠겨있다가 그의 음성을 듣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것이었다. "감회가 새롭지 않소?" "네......? 무, 무슨 말씀이신지......?" 당황해 하는 그녀를 향해 진일문은 빙긋 웃어 보였다. 진일문은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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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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