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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생은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진일문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녹유향을 들어 보였다. "이 유향은 그저 눈가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시신들은 죽지 않았습니다. 다만 가사상태(假死狀態)에 빠져 있을 뿐이지요. 그러나 어쩌면 죽은 것보다 못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도......." "그럼 역시 극락식골향 때문에......?" 진일문이 묻자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것도 아닙니다." "흐음?"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답답하구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오." 그 사이, 사영화의 안색은 보기 민망할 정도로 구겨져 있었다. 그러나 진일문도 장만생도 그녀의 표정변화까지는 살필 겨를이 없었다. 장만생이 심각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들은 극락자웅고에 당했습니다." "극락자웅고?" "그것은 일종의 충고(筮蠱)로써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극독을 지니고 있어 인체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지요. 하지만 극락자웅고의 가장 무서운 점은 신지를 상실하고 꼭두각시가 되어 고주(蠱主)의 명에 따르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으음......." 진일문은 부지 중 신음을 흘렸다. "천하의 누구도 이 극락자웅고에는 당해내지 못합니다. 때문에 독물에 대한 상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을 만독지왕(萬毒之王)으로 올려 놓기를 주저하지 않지요." 장만생은 연이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극락자웅고. 그것은 이름이 주지시킨 바대로 한 마리에 암수의 기능이 함께 갖추어진 기이한 마물(魔物)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대신 바람을 타고 수백리를 이동할 수 있으며 스스로 분열을 일으켜 번식해 나간다. 그러나 성장만은 숙주(宿主)를 빌어 이루어진다. 즉 짐승의 몸 속에서 기생하되 그 숙주에게는 심각한 독소까지도 끼친다. 원래 이 극락자웅고는 주로 묘강의 도마뱀을 숙주로 삼고 있었는데, 도마뱀을 사육하던 묘강인의 몸에 옮아 오게 됨으로써 인간에게로 그 기생의 범위를 넓혔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확실히 도마뱀 따위와는 달랐다. 극락자웅고에게 피해를 당하는 과정에서 어느 때부터인가 거꾸로 그 마물들을 지배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묘강에는 극락자웅고를 마음으로 부리는 자들이 다수 생겨났고, 그들은 부족 간의 전쟁에 그것을 이용하곤 했다. 그 비법은 극비리에 후대(後代)로 전수되었다. 그것은 주로 어렸을 적부터 고충을 몸 속에 심어 길들이는 무서운 경험을 통해 이어졌다. 물론 그 단계를 거치면 극락자웅고는 고주의 명령을 착실하게 이행한다. 말하자면 타인의 몸 속으로 들어가 발작을 일으켜 죽게 할 수도, 고주의 명을 받들어 꼭두각시로 만들기도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독문(毒門)의 고수들조차도 고술만은 두려워했다. 고술의 본산이랄 수 있는 묘강에서도 극락자웅고는 이미 절전된 지 오래였다. 단지 그와 관련된 얘기들이 간간이 전설처럼 들려올 따름이었다. "속하도 놀라울 뿐입니다. 극락자웅고가 어떻게 당대에, 그것도 중원에서 발견될 수 있었는지......." 장만생은 스스로 말해 놓고도 진저리를 쳤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려는듯 심호흡을 한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장로께서 말씀하신 경우는 아무래도 고술의 대가(大家)가 펼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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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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