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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네. 내 아우의 부탁이니 가보기는 하겠네만, 내게 소개시켜 준다는 그 사람은 누구지?" 반희빈은 문득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이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오. 형님은 아무에게도 이런 말을 해선 안되오. 자칫하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르니까." 그녀의 얼굴에는 일말의 두려움마저 일고 있었다. 진남호의 눈 속에서 또 다시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야!' 반면에 반희빈은 음성을 한껏 낮추어 열심히 무엇인가를 말했다. 그녀의 음성이 워낙 작은지라 진남호는 귀를 그녀의 입가에 바짝 들이댄 채 듣고 있었다. 진남호의 안색이 서서히 경악으로 물들어 갔다. 그것은 그로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숭산(嵩山). 중원인 치고 이 산을 모르는 자는 없다. 중원오악(中原五嶽) 중에서도 으뜸인 중악(中嶽)에 해당 되었고, 이 곳에는 고래(古來)의 유적들이 무수히 산재해 있었다. 저 유명한 소림사도 바로 이 곳에 있었다. 또한 소실봉(少室峰)과 태실봉(太室峰)이 마주하며 수려한 풍광을 이루어 냈고, 산세의 웅장함은 시인묵객들로 하여금 수많은 시사(詩詞)를 남기게 하기도 했다. 숭산의 양봉 사이에는 하나의 계곡이 있었다. 본래의 이름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으나 당대에 이르러 삼성곡(三聖谷)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널리 알려진 곳이다. 삼성곡은 성지(聖地)다. 마교지존인 동방절호를 물리치고 중원을 구한 삼천공(三天公)이 은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삼성곡을 모르는 자는 무림인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삼성곡은 거의 요새화 되었다. 그것은 삼성림이 마교의 후신인 일월맹과 곳곳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었으므로 불가피한 노릇이었다. 삼성곡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소림사가 있다. 하지만 삼성림과 소림사는 요즘 내왕이 전혀 없었다. 중원의 명문대파들과 삼성림 사이의 알력은 어느덧 구체화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림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했다. 이는 삼성곡의 곡구에 세워져 있는 거대한 석비만 보아도 능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석비에는 삼천공의 공적을 찬양하는 비문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곳은 이전부터 관례화 된 하마지(下馬地)였다. 그 관례는 하나의 전통으로 굳어져 지금까지도 버젓하게 시행 중이었다. 정오 무렵. 삼성곡의 곡구에 한 명의 청년이 나타났다. 그는 석비 앞에서 잠시 비문을 훑어 보더니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쯤 진입하자 길이 좁아지는가 싶더니 그의 눈에 한 채의 정자가 들어왔다. 정자의 편액에는 삼성정(三聖亭)이라는 글씨가 용비봉무의 웅휘한 필치로 양각되어 있었다. 정자 안에는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운치 있는 다탁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고, 그 의자에는 일신에 화복(華服)을 입은 한 중년인이 앉아 있었다. 정자 아래 쪽에는 경장(輕裝) 차림을 한 여덟 명의 청년무인들이 정자를 중심으로 날개 형상의 진을 치고 있어 몹시도 위엄이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청년은 아무 거리낌 없이 정자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무기도 휴대하지 않았으며 언뜻 보아서는 무림인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다소 투박해 보이는 용모에 입고 있는 옷 또한 평범한 청삼이었다. "서시오!" 여덟 명의 무사 가운데 한 명이 청년에게 말했다. 그 자는 눈빛이 형형하여 일견하기에도 내외공을 겸비한 인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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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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