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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복소녀는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겠다는 듯이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은 채 장난기 서린 미소를 지었다. "공자께서는 그 혈립인이 남자인 줄 알았죠?" "……?" 채복소녀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실은 여자예요. 남장을 하고 질 나쁜 인피면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지만……" (여자? 혈립인이……?) 용천음은 아연 놀라고 말았다. "그 계집애 아주 백여우예요. 나이는 이제 스무 살인데 무림에서는 여우소리를 듣거든요. 아마…… 그녀의 사부 천수비를 제외하고는 그녀의 진면목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 채복소녀는 몹시 못마땅한 듯 계속 말을 이었다. "성격이 워낙 못되먹어서 용서하는 것을 모르는 냉혈동물이예요. 그리고…… 소문에 의하면 남자를 무척 경멸한다고 해요." 그녀는 코를 찡긋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건 순 거짓말이예요. 남자를 경멸하기는 커녕 먼저 꼬리를 치던데요. 조금 전 공자님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주 야릇했어요." "……!" 용천음은 흠칫했다. 그도 느꼈던 것이다. 그 혈립인의 기이했던 눈빛을…… (설마……) 그러나 용천음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마 다른 이유에서 그런 눈빛을 띠었을 것이다.) 그는 생각하는 한편 채복소녀를 바라보았다. "한데, 낭자는 소생을 구해 주었건만 아직 방명도 여쭈어 보지 못했구려." "푸……! 서생냄새 풍기는 저 말……" 채복소녀는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손바닥을 부채마냥 흔들어 냄새를 쫓는 듯한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고 귀여울 수가 없었다. "내 이름은 사유란이예요. 무림에서는 소수옥녀라고 불러요." (소수옥녀 사유란!) 용천음은 아연 경악했다. -천방지축 날뛰는 그 계집애의 고의를 어떻게 벗기지? 그 계집의 고의는 최고의 상품이 될 텐데 말이야…… 괴도(怪盜)라고 했던 노인이 떠나면서 넋두리처럼 중얼거렸던 말이 번개같이 용천음의 뇌리에 스쳐갔다. (이 낭자가 괴도가 노리는 바로 소수옥녀였다니……?) 이런 기막힌 우연도 있는가? 용천음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사유란의 중심부 그곳에 못박았다. 그리고는 뚫어지게 응시했다. "어딜 쳐다 봐요?" 사유란은 암팡지게 소리치며 살짝 두 다리를 오므렸다. 그러는 그녀의 양 볼은 은은히 홍조에 물들어 있었다. (아차!) 용천음은 큰 실수를 깨달으며 황급히 그녀의 그 부분(?)에서 시선을 떼었다. 수만 마리 개미가 얼굴을 기어 다니는 듯 간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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