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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음은 지독히 짧은 시간에 겪었던 일을 생각하며 의혹을 금치 못했다. (그 복면괴한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날 구해 주고 놈을 추적해간 그 아름다운 소복의 미부인은 누구일까?) 구름 같은 의문이 일었다. 한데 그 순간, "……!" 용천음은 소복여인이 떠나면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어서 육양천을…… 용천음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그렇다면 조금 전 비명소리가 바로 단종철포 육양천의……?" 다음 순간 용천음의 몸은 쏜살같이 장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방 안은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으며 왼쪽 벽에는 튕긴 피가 아직도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 피투성이가 된 노인이 모로 쓰러져 있었다. (육양천!) 용천음은 방 안으로 들어서는 즉시 그를 발견하고는 황급히 달려가 육양천의 머리를 부축했다. "육양천! 육양천!" 찰나, 꽈아악----! 돌연 육양천이 피묻은 손으로 용천음의 멱살을 죽어라 움켜잡는 것이 아닌가? "끄르르륵……" 그의 목에서 피가 뒤엉킨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음…… 모…… 음모……" 용천음은 안타까운 듯이 육양천의 몸을 흔들었다. "육양천……!" 육양천은 안면근육을 푸들푸들 떨며 용천음의 멱살을 더욱 거세게 움켜 쥐었다. "주군…… 음모…… 외…… 다……" "누구요? 그 복면괴한은 누구요?" 육양천은 입을 벌려 뭐라고 말하는 듯했으나 그 말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입 안에서 맴돌 뿐이었다. "육양천! 좀더 크게 말해 보시오." 용천음은 고개를 숙여 귀를 바싹 육양천의 입술에 갖다대었다. "놈은…… 놈…… 은…… 바로…… 바…… 로……" 멱살을 움켜쥔 채 육양천의 머리가 옆으로 떨어졌다. 죽은 것이다. "육양천! 육양천!" 용천음은 미친 듯이 불러 보았으나 육양천은 대답이 없었다. "육…… 양…… 천……" 용천음은 고개를 떨구며 입술을 악물었다. "누구요……? 누가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단 말이오……?" 분노하고 있는가? 그의 안면근육이 무서울 정도로 비참하게 일그러진 채 쉴 새 없이 씰룩거리고 있었다. 문득 용천음은 육양천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사이로 역겨운 내장이 스물스물 기어나오고 있었다. (지독한 살수(殺手)다!) 용천음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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