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0-1

Page 69

은밀한 장소를 찾으려는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그의 눈이 한 곳에 멎었다. 한 쪽에 숲이 우거져 있고 그 사이로 빈 공터가 보였다. 숲 속 공터에서 뇌천린은 신중한 얼굴로 천쇄금고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그가 품 속에서 끝이 살짝 구부러진 철사 하나를 꺼냈다. "후훗! 제법 견고하게 만들었군. 하지만 나에겐 어떤 금고라도 우스울 뿐이다." 뇌천린은 철사를 열쇠구멍에 넣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하지만 어떤 금고도 한 식경을 넘기지 않는다는 그의 손기술이 천쇄금고엔 통하지가 않았다. 아무리 손을 놀려도 천쇄금고는 열리지가 않았다. '삼중구조로 되어 있군. 제법 애를 먹이는데......' 뇌천린은 자존심이 상한 듯 더욱 거칠게 철사를 돌렸다. 이마에서 땀이 흐를 정도로 애를 썼지만 천쇄금고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뇌천린은 수치심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천쇄금고를 뚫어질 듯 응시했다. "내가 열지 못하는 금고가 존재하다니.... 그럼 그림의 떡이란 말인가?" 그가 허탈한 모습으로 멍하니 서 있을때, "친구! 고생하는데 내가 도와줄까?" 난데없이 그의 등 뒤에서 늙수그레한 음성이 들려왔다. 뇌천린은 흠칫 놀라며 황급히 돌아섰다. 언제 나타났는가? 그의 앞에 한 늙은 거지가 야릇한 미소를 머금고 서 있었다. 노개(老 ), 그는 대략 육순 가량 되었을까? 머리는 까치가 둥지를 틀 정도로 봉두난발이었고, 평생 세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듯 얼굴과 목에는 때가 더덕더덕 하였다. 그리고 칼로 찢어 놓은 듯이 작은 눈과 뾰족한 턱, 그 위에 난 듬성듬성한 수염...... 한 마디로 볼품없는 인물이었다. 백발노개가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난 이랑신(二郞神)이라 하는 인정많은 사람이네. 난 남의 고생을 보면 꼭 도와주고 싶은 나쁜 버릇이 있지." 뇌천린은 그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우습군. 이랑신(二郞神)이라면 토신(土神)이 아닌가? 그런데 자신을 신(神)에 비유하다니......' 이랑신은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금고를 열고 싶은가? 그럼 내가 열어주지." "당신이 금고 제작자라도 되오? 나도 못여는 금고를 열게?" 뇌천린은 당치도 않은 소리 말라는 듯 퉁명스럽게 쏘아부쳤다. 이랑신은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머금었다. "꼭 열어야 금고 안의 물건을 가질 수 있는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그럼......?" "비켜라! 뚫으면 되니까." 이랑신은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뭐하려는 거지?' 뇌천린은 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랑신이 나뭇가지로 천쇄금고를 찔러갔다. 그러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이 벌어지고 말았다. 나뭇가지는 마치 두부를 파고들 듯 간단없이 천쇄금고를 꿰뚫는 것이 아닌가? '저...... 저럴 수가.......?' 뇌천린은 너무도 놀라운 광경에 아연실색한 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푹! 푹! 이랑신은 마치 장난하듯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계속 천쇄금고를 찔렀다. 천쇄금고의 한쪽 면에는 촘촘한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