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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무림의 영웅이란 살인자를 일컫는 말이다. 사람을 많이 죽일수록 명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영웅이 되고 나서는 계속해서 살인을 해야하는 좁은 길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 다. 왜냐하면 자기를 죽이려는 사람들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생명은 짧아지게 된다. 유성처럼! 허나 아무도 영웅이 되기를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강호인이기 때문이다. 강호인은 원래 뿌리가 없는 것이다. 흡사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같고 햇살에 사라지는 무지개같은 것이다. 허나 그중에는 물론 영원히 생명이 존재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그들의 정신이 죽지 않 았고 그 들의 명성이 영구불멸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림에는 숱한 영웅대회가 벌어진다. 허나 그중에서 가장 권위가 있고 명성이 큰 것은 십 년에 한번씩 벌어지는 환우천하영웅대 회였다. 이 대회의 우승자는 천하제일고수의 칭호와 함께 웅풍만리벽에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새겨 놓는 영 광을 가질 수 있다. 웅풍만리벽! 이것이야말로 천하제일의 상징이며 군웅들의 꿈에도 그리는 야망의 무대였다. 웅풍만리벽은 전대회 우승자가 십년동안 보관하게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웅풍만리벽에 이름이 오른 고수는 모두 여섯 명이었다. 육십 년 전, 백년제일검사라 추앙되는 남궁산이 초대 우승자로 선정된 이후 환우천하영 웅대회는 모두 다섯 명의 우승자를 배출해 낸 것이다. 그들은 모두 중천에 떠오른 별처럼 찬란한 명성을 무림에 남겼다. 허나 과연 그들 중 몇 명이나 지금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아무도 답하 지 못할 것이다. 이름은 남았건만 인물은 간 곳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강호의 진리인 것이다. 낙양의 남쪽 이수가 분지에 흘러드는 곳이 천하에 유명한 이궐용문이었다. 여기에는 북위의 효문제가 낙양에 천도한 이후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석굴이 만들어졌다. 용문석굴이 바로 그것이다. 용문석굴이 빤히 바라보이는 곳에 한 채의 커다란 장원이 있었다. 그곳이 바로 천하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구주제일장이었다. 구주제일장! 구주제일장이 세워진 것은 십 오년 전이었다. 당시 약관이었던 천룡도 섭풍송이 구주제일장이란 거창한 이름으로 장원을 짓자 많은 무 림인들이 그를 비웃었다. 허나 섭풍송은 오년 후 제육차 환우천하영웅대회에서 뭇 군웅들을 꺾고 당 당히 천 하제일고수의 보좌에 올랐다. 그 후로 그의 구주제일장을 얕보는 사람은 감히 없었다. 섭풍송의 구주제일장은 많은 도객들을 배출해 내 이제는 명실상부한 천하제일의 도문이라 할 만 했다. 구주제일장은 반경 삼백 장에 달하는 거대한 장원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마치 한 채의 성같이 거대했다. 그 구주제일장이 지금은 수많은 무인들로 들끊고 있었다. 구주제일장뿐만 아니라 낙양성 전체가 인파의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오늘이 바로 제 칠 차 영웅대회가 시작되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구주제일장의 중앙에 있는 커다란 연부장에는 비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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