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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니 그녀의 키는 여자치고는 아주 헌칠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몸매가 잘 빠졌고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그녀를 보고 있자니 마치 하나의 난초를 보고 있는 듯했다. 그녀의 몸에서는 난초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섭붕은 그녀가 일어서자 공손히 있다가 좌백에게 다가왔다. "나는 이 분 소저를 모시러 왔네. 자네도 지금 나를 따라 장으로 가세." 좌백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저 여자가 누군가?" 섭붕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그럼 자네는 아직까지 저 분이 누군지도 몰랐단 말인가?" 좌백은 머쓱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섭붕은 입을 헤 벌리고 있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천하의 고학도 눈이 멀었군. 저 분이 바로 검후 이한상 소저라네." 그 말에 주위가 벼락을 맞은 듯 시끌벅적해졌다. 항상 침착하고 냉정하던 좌백도 이때만은 놀란듯 눈을 크게 뜨고 은의미녀를 바라보았다. 검후! 얼마나 놀라운 이름인가? 그녀가 출도한 것은 전옥심과 비슷했지만 명성은 그를 훨씬 능가했다. 그녀에 대한 전설은 이미 이십 년간 천하를 뒤흔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출도하자 마자 그녀는 절강성을 휩쓸더니 이어 강서성과 호북성을 누비고 호남성 으로 들 어온 것이다. 그동안 그녀에게 패한 고수들이 무려 육십 사명에 달했다. 그녀는 이미 여중제일검으로 공인되었으며 어쩌면 천하제일검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 했다. 좌백이 멍하니 선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섭붕이 그를 툭 쳤다. "일어서게. 나와 함께 장으로 가세." 그제야 좌백은 정신이 든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생각이 난 듯 말했다. "내 정신 좀 보게. 인사드리게. 본파의 장로이신 비응추풍검 조군평 대협이시라네." 그가 백의노인을 가리키자 섭붕은 크게 놀라 넙죽 인사를 했다. "이제보니 조선배님이셨군요. 섭붕이 미처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그가 정중히 인사를 하자 조군평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네. 영존은 안녕하신가?" 섭붕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예. 덕분에 무고하십니다. 어서 장으로 가시지요. 선배님께서 오셨다는 것을 아신다면 부 친께서 무척 기뻐하실 것입니다." 조군평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좌백은 이어 쥐검 악무방을 그에게 소개시켰다. 섭붕은 이미 전에 그를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가벼운 인사만 교환했다. 이어 그의 시선은 전옥심에게 향했다. "이 분은 누구인가?" 그가 좌백에게 묻는 시선을 던지자 좌백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어렸다. "나보고 눈이 멀었다고 하더니 자네 역시 마찬가지로군. 이 사람이 바로 요즘 본 파를 아 주 납짝 하게 만든 주인공이라네." 섭붕은 전옥심의 흑의와 녹슨 철검을 보고는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제보니 검마라 불리우는 오의광생이었군." 그의 태도는 돌변해 조금 전 검후를 만났을 때와 전혀 딴판이었다. 그는 화산파와 친하고, 명문정파로 유명한 구주제일장의 소장주인지라 마인이라고 소문난 전옥심 에 대한 인상이 좋을리가 없었다. 전옥심은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고 묵묵히 그를 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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