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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쳐들었다. 엽단풍은 웃으며 수중에 들고 있던 술병을 흔들었다. "원 성질도 급하긴. 술이나 한 잔 마신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텐데..." 그런데 그가 장난처럼 흔든 술병에서 한 줄기 막강한 경력이 일어나 마천거의 천뢰장에 맞서가는 것이었다. 두 경력은 그대로 허공에서 정면으로 격돌하고 말았다. 꽝! 고막이 터져나갈 듯한 굉음이 울려퍼졌다. 마천거의 몸이 태풍을 만난 가랑잎처럼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나무 아래로 떨어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윽!" 용케도 쓰러지지 않고 바닥에 내려선 마천거는 답답한 신음을 토해냈다. 그는 간신히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선혈을 억눌러 삼켰으나 자신이 적지 않은 내상(內傷)을 입은 것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놈의 공력은 소문보다 더욱 무섭구나!' 그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엽단풍을 올려다 보았다. 엽단풍은 처음의 자세 그대로 나무가지에 걸터 앉은 채 술병을 목구멍에 처박고 있었다. 꿀꺽...꿀꺽... 술이 엽단풍의 목젖을 통과하는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수많은 중인들이 보는 가운데 혼자서 얄밉도록 맛있게 술을 마신 엽단풍은 손으로 입가를 쓰윽 훔치며 중얼거렸다. "이상하군. 이렇게 맛있는 술을 같이 마시자고 해도 싫다는 사람이 다 있으니..." 말이 중얼거리는 것이지 그의 목소리는 워낙 커서 천석평의 반대쪽 끝에 있는 사람의 귀에까지 똑똑이 들릴 정도였다. 마천거의 얼굴이 푸르뎅뎅하게 변했다. 하나 그는 방금전의 일격으로 자신이 상대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에 감히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선 채로 공격을 했는데 상대는 가느다란 나무가지에 걸터앉은 채로 가볍게 자신을 격퇴했지 않은가? 상대가 손에 사정을 봐주지 않았으면 마천거는 더욱 험한 꼴을 당했을 것이 분명했다. 공력이 고강하기로 유명한 마천거가 단 일수(一手)만에 맥없이 격퇴당하자 나머지 두 집단의 고수들도 섣불리 나무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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