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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결 제 1 권 안내 ━━━━━━━━━━━━━━━━━━━━━━ 한국 무협계의 차세대 주자 광무님의 새로 운 무협소설 '무심결'의 연재를 시작합니 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인간군상! 삼류로 불리는 하층민 출신들. 낙양 빈민촌 여인의 손에서 자란 주민. 그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야 래향이라는 도둑이 된다. 사악한 부호들의 재물을 훔쳐서 빈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주민은 어느 날 천하 제일인자인 황보경의 살인자로 몰리고... 자신의 운명에 꺾이지 않고, 무심결이라는 의대의 절공을 터득하여 온갖 역경을 헤쳐 나가는 진경이 장엄무비하게 펼쳐진다. 밑바닥 인생에서 중원무림의 제일인자가 되는 무심결은 그래서 새롭고 통쾌하다!!

기존의 틀에 박힌 스토리를 벗어나 새로움 을 추구하려는 광무님의 스타일이 그대로 베어 있는 명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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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습니다. ━━━━━━━━━━━━━━━━━━━━━━ <가자! 프로무림의 세계로…. GO PROMURIM> &3

제목 : [무심결] 제 1 권 -차례-

■ 무심결 제 1 권 -차례━━━━━━━━━━━━━━━━━━━━━━━━━━━━━━━━━━━

책머리에 부쳐 서장·살신성인(殺身成仁) 제 1 장 연꽃은 진흙 속에서 핀다 1 편 뒷골목의 승부사 2 편 황금 십만 냥의 청부 3 편 경극단원이 된 주민 4 편 빗나간 청부 제 2 장 위기를 기회로 잡는 자만이 뜻을 이룬다 1 편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2 편 이루지 못한 사랑 3 편 미녀와의 거래 4 편 소문 5 편 드러나는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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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책머리에 부쳐

■ 무심결 책머리에 부쳐 ━━━━━━━━━━━━━━━━━━━━━━━━━━━━━━━━━━━

어느 시인은 풀을 이렇게 묘사했다. "풀은 바람보다 먼저 쓰러지 지만, 먼저 일어선다"고. 밟히고 쓰러지고, 다시 뭉개지더라도 기 어코 다시 일어서는 정신력. 이것은 오늘과 같은 어려운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기본 정신일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감에 차있던 우리가 지금은 어깨가 처지고 마음마저 졸이는 신세가 되 고 말았다. 하지만 두려워할 것 없다. 풀과 같은 정신력만 가지고 있다면 조만간에 다시 움추렸던 어깨를 펴고 마음껏 소리칠 수 있 는 날이 돌아올 것이다. '무심결'도 바로 그런 인생을 살아가는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 다. 핏덩이로 버려져 낙양 빈민촌의 한 여인에 의해서 키워진 주 민. 그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빈민촌의 사람들을 위해서 '야래향 (夜來香)'이라는 도둑이 된다. 사악한 부호들의 돈만을 훔쳐서 빈 민들의 주린 배를 채우고 죽음을 구제한다. 헌데 어느날 그는 음 모에 의해서 천하제일인자인 황보경의 살인자로 몰리게 된다. 그 와중에 모친은 무참히 살해당하고 두 여동생들은 실종되고 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운명에 굴종하지 않고 '무심결'이라는 희대의 절공을 얻어 복수하게 된다. 빈민가의 삼류인생이 중원무림의 지 배세력인 사대세가의 음모를 봉쇄하고, 결국 천지신검의 주인이 되어 마교까지 물리치고 무림의 평화를 되찾는 얘기다. 나는 '무심결(無心訣)'을 쓰면서 두 가지 문제에 비중을 두었 다. 하나는 이전의 글에 비해서 좀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래서 주인공 주민과 비슷한 운명을 타고난 점원출신의 홍근을 출 현시켰다. 그래서 얘기를 보다 아기자기하게 끌어가고자 했다. 다른 하나는, 나는 삼류인생(三流人生)의 얘기를 쓰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자연 주인공들의 모습을 화려한 삶 속에서보다는 평범 함과 때로는 비천함 속에서 찾으려 했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비범함이 드러나기를 바랐다. 주인공 주민은 귀족출신도, 부호도 아니다. 한 마디로 밑바닥 인생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 는 이에 굴하지 않고 중원 무림을 지키는 천하제일인자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어쩌면 이것은 무협소설에서나 나올 수 있는 신화같은 얘기일지 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꿈꿔보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무협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독 특한 재미일 것이다. 아무쪼록 이 글이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길 바란다. 끝으로 이 글을 통해서 독자제현과 무협작가 선배님들께 신년인 사를 올린다. 더불어 검궁인 선생님의 충고와 초록배 가족들의 노 고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대전에서 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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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서장 살신성인(殺身成仁)

■ 무심결 서장 살신성인(殺身成仁) ━━━━━━━━━━━━━━━━━━━━━━━━━━━━━━━━━━━

<선(善)과 악(惡)>


수만 년의 인류 역사에 이 문제만큼 풀기 어려운 숙제도 드물 것이다. 사람들은 학문은 물론이요 주위의 사소한 일에서도 항상 선과 악의 문제를 결부시킨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흔 히들 선은 좋은 것이요, 악은 나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 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좋고 나쁨은 보는 이에 따라서 다르고, 입장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쁜 일을 한 자식이라도 그 부모에게는 실수로 보이지, 악을 행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마찬가 지이다. 우리는 흔히 반란은 나쁜 것, 즉 악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성공하면 선이요, 실패하면 악이 되고 만다. 그래서 혹자는 선과 악은 동물세계의 적자생존의 법칙과 같다고 한다.

<이기면 선이요, 패하면 악이다.>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바로 무림(武林)이다. 오직 무공과 권모술수에 의해서 이기는 자만이 선과 악을 논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무림이다. 패한 자는 아예 이런 논쟁에 끼여들 틈도 없이 승자에 의해서 악인으로 규정되어 버린다. 수백, 수천의 인명을 해친 고수가 천하를 지배하면 천하제일인 자라는 칭호를 받지만, 고작 한두 명의 인명을 해치면 그것으로 무림 공적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무림의 세계이다. 그래서 묘하게도 무림 천 년의 역사에서 악의 세력으로 불리어 졌던 마교를 비롯한 사파세력은 패자에 불과했다. 만약 그들이 무 림을 지배해 왔더라면 그래도 구파일방을 위시한 정파들이 선한 세력이라고 불리워졌을까? 대부분의 무림인들은 정파는 항상 선한 일만을 해왔으며 사파와 흑도들은 흉측한 얼굴에 사악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 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도 허다했다. 고인 물이 시간이 흐르면 썩듯이 무려 천 년이란 세 월 동안 권력을 유지한 집단이 썩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권력이 란 원래 한 번 잡으면 놓기 싫고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그 맛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악은 이런 곳에서부터 잉태된다.

밀실(密室). 사방이 막혀 있고, 빛이라고는 탁자 위의 촛불이 전부인 곳. 그래서 사람들의 얼굴조차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사람들의 얼굴은 그림자와 불빛이 어우러져 마치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다.

<사 인의 그림자들>

각자의 얼굴에 생긴 그림자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침묵! 사 인은 일각이 지나도록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 다. 심각한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뭔가 은밀하고도 비밀 스러운 일이라 함부로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여튼 이들은 눈까지 감고서 계속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번쩍! 일번이 눈을 먼저 떴다. 어둠 때문에 서로를 구분할 수 있는 것 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눈을 뜬 순서대로 사람을 부르기로 한다. 일번은 눈을 뜨면서 동시에 입도 열었다. "모두들 충분히 생각했을 거라고 믿소. 지난 세월 동안 우리 사 대세가는 구파일방에 의해서 지배 아닌 지배를, 종속 아닌 종속을 받아왔소이다. 우리의 조상들도 처음에는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일 거라고 생각했었소. 하지만 오대세가가 생긴 이래 오백 년 동안 우리는 단 한 번도 지배자가 되지 못했소. 물론 우리는 패자도 아 니었소. 하지만 우리는 언제까지나 구파일방의 기에 눌려 이인자 의 자리에 만족할 수만은 없소이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하오." 말이 끝날 때 즈음 일번의 얼굴은 정녕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아직도 눈을 감고 있는 세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음흉한 미 소를 지었다.


번쩍! 이번의 눈을 떴다. 그는 일번과 마주앉은 사람으로 그에 비해서 다소 냉정한 표정의 소유자였다. "나도 동감이오. 그것을 위해서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이오. 하지만 모두가 동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방법이 문제가 아니겠소. 아무리 뜻이 좋아도 그에 합당한 방법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오히 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꼴이 되고 말 것이오."

번쩍! 번쩍! 연이어 삼, 사번의 눈도 떠졌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 모두 지금까지 침묵을 지킨 거요. 만 약 좋은 방법이 있다면 우리 남궁세가가 가장 앞장 서서 싸울 것 이오." "섭섭한 말씀! 선두는 당연히 우리 모용세가가 되어야 하오. 하 지만 우리는 무려 지난 십 년이나 그 방법에 대해서 연구했으나 헛수고였소. 황보가주, 가주께서 긴급히 자리를 마련한 것은 혹시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오?" 사대세가? 이들은 지금 스스로 사대세가의 가주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황보세가주, 단리세가주, 남궁세가주, 모용세가주.

이것은 말을 한 순서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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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서장 살신성인(殺身成仁) -2

■ 무심결 서장 살신성인(殺身成仁) -2 ━━━━━━━━━━━━━━━━━━━━━━━━━━━━━━━━━━━

<반란(反亂)>

이들은 지금 구파일방을 물리치고 무림의 지배세력이 되려는 것 이다. 무림에서는 이것을 바로 반란이라고 한다. 또한 이들은 지 난 십 년 동안이나 그 방법에 대해서 연구를 했고, 소집을 한 황 보가주는 뭔가 방 안을 마련한 듯하다. 그것은 그의 표정을 보면 금방 알 수가 있다. 먼저 그의 표정은 다른 세 사람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세 사람 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침울한 상태라면 그는 속에 있는 것을 감 추지 못해 미소로 드러내는 그런 표정이다. 달리 말하면 그는 이 미 그 방 안을 마련하고 세 사람을 부른 것이었다. "그게 정말이오?" "어서 말씀해 보시오."


남궁가주와 단리가주가 재촉했다. 그들의 표정은 반쯤 희색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황보가주는 여전히 미소만 짓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세 사람을 놀리듯이 다시 눈을 감더니 잠시 후 눈을 뜨며 입을 열 었다. "여러분들이 어떻게 보실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것을 생각해내고 는 혼자서 한참 동안이나 가슴을 치고 분통해 했었소." 다시 황보가주는 세 사람의 가슴을 태웠다. "가주, 대체 뭔데 그렇게 뜸들이는 거요?" 참다 못한 남궁가주가 불평을 했다. "미... 미안하오. 그럼 말씀 드리리다. 우리는 지난날 구파일방 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소림과 무당 그리고 화산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했소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소림을 강조했소. 기억들 하시오?" 황보가주가 구체적인 얘기를 하자 세 사람은 모두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시 내가 여러분에게 질문을 하겠소. 소림 무림의 원천

이 달마선사라는 것은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 것이오. 허면 그 달마의 무공은 어디에 있소?" "......?" "달마의 무공이 소림에 있지 어디에 있단 말씀이오?" 사람들은 황보가주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때 단리가주가 소리쳤다. "장경각!" "장경각?" "그렇지. 소림의 무공은 대부분 장경각에 있지. 허면 그것이 어


쨌단 말씀이오?" 여전히 사람들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래도 가장 먼저 눈치를 챈 사람은 소리쳤던 단리가주였다. "잠깐! 그렇지가 않소. 가주, 가주의 말씀은 혹시 장경각을 없 애 버리자는 말씀이오?" "장경각을 없애?"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장경각을 없애는 것과 소림을 무력화시 키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다. 그렇지! 만약 장경각을 없애 버린다 면 소림은 결국 유명무실화되고 마는 거지. 하하하! 왜 그것을 몰 랐을까?" "가주! 정말이오? 가주가 찾아낸 방법이 바로 그것이오?" 사람들은 이제야 황보가주의 의도를 깨달았다. 황보가주는 대답을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대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른 얘기를 했다. "나는 방법을 찾아냈으니 나머지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하시오. 소림은 장경각이 없으면 채 이십 년도 견디지 못할 것이오. 그때 부터 무림은 우리 사대세가의 것이 되는 것이오. 하하하!" 그는 세 사람을 남겨두고 밀실을 나가 버렸다. "쳇! 그렇게 쉬운 것을 십 년 동안이나 찾아내지 못하다니? 그 럼 이번 소림사의 일은 남궁세가와 모용세가가 알아서 하시오. 두 분이서 선두에 나선다고 하셨으니......." 단리가주도 두 사람을 남겨두고 나가 버렸다. "크하하하! 머지않아서 무림은 우리 사대세가의 것이 될 것이 다." "그렇소. 구파일방은 이제 우리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될 것이 오."

잠시 후 두 사람도 뭔가를 숙의한 다음 통쾌하게 웃더니 밀실에


서 나갔다. 순식간에 밀실에는 타다 남은 촛불만이 남게 되었다. 헌데 이때 어둠 속에서 또 다른 기운이 일어났다. 그것은 마치 낙엽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와 같았다. 쓰쓰쓰쓰....... 공기도 잘 들어오지 못할 것 같은 밀실에 바람이 불 리없다. 정체는 소리가 촛불 가까이 다가서면서 드러났다. "크크크, 어리석은 놈들! 지배자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 니다. 우리는 무려 천 년이나 무림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서 준비 해 왔다. 헌데 고작 십 년의 준비로 그것을 노리다니... 크크크! 하지만 네놈들이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그것은 결국 우리를 위한 발판이 될 테니까. 이런 걸 두고 사람들은 재주부리는 자와 돈을 챙기는 사람이 다르다고 하던가? 크하하하하......." 복면인이었다. 분명히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자는 심지어 눈까지도 가리고 있었다.

<음모 속의 음모>

복면인은 알 수 없는 웃음과 의문을 남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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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서장 살신성인(殺身成仁) -3

■ 무심결 서장 살신성인(殺身成仁) -3 ━━━━━━━━━━━━━━━━━━━━━━━━━━━━━━━━━━━

똑! 똑! 똑! 지지배배, 짹! 짹! 짹! 불경소리와 산새들의 울음소리.

<소림사(少林寺)>

세상의 시름과 고통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항상 차분함을 간직하 고 있는 천 년 사찰 소림사. 지난 세월 동안 수십 개의 왕조와 수백 명이 황제가 바뀌었건만 소림사는 그대로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산문에서 비질을 하고 있는 노스님에서부터 선방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 학승(學僧) 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생활은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 곳에 와보지 않은 사람들은 소림사는 항상 무술을 익히는 스님들 의 기합소리만이 요란할 것으로 상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 역시 여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 찰일 뿐이다.

땡! 땡! 땡! 아침을 알리는 첫 타종소리가 울리면 소림의 하루는 시작된다. 이때부터는 폐관수련을 하거나 면벽수도를 하는 승려를 제외하고 는 대부분의 승려들이 계곡에서 세수와 목욕을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는 시작한다.


<명경폭포(明鏡瀑布)>

비록 아침을 알리는 타종소리긴 하지만 아직은 아침해가 떠오르 기 전이라 주위는 어둡기만 하다. 새벽의 찬 공기를 막기 위해서 잔득 움츠린 몸으로 명경폭포로 오르는 승려들의 눈빛에는 아직 잠이 떨어지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유독 맑은 눈으로 매일 아침 이곳으로 오르는 사람도 있었다.

"아미타불! 안녕들 하십니까?" 정다운 눈빛으로 일일이 인사를 폭포로 오르는 사람. "노스님도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한 사람은 나이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키가 작은 노승 이고, 답을 한 사람은 젊은 무승처럼 보였다. 건장한 체구에 기골 이 장대한 사람이었다. 촤아아아....... 폭포는 이름처럼 맑아서 마치 투명한 유리처럼 보였다. 숲에는 아직 한밤중이지만 폭포수에서 반사되는 빛 때문인지 주위는 환했 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승려들도 새벽 잠을 설치면서도 이곳에 오르는 것은 단지 규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혹시 새벽의 이런 광경을 보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폭포는 황홀경을 연출 했다. "푸하하!" 노승은 나이답지 않게 시원하고 힘있게 세면을 했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바위에 앉아서 폭포를 바라보았다. 비록 남루한 옷차림 에 초라한 노승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어느 고승보다도 성결해 보 였다. 이때 쯤 폭포에는 많은 승려들이 올라와 있었다. 대부분 젊은 승려들로 노승을 보면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자네들은 저 노승이 누군지 아는가?" 그 중 한 사람이 노승을 보면서 동료들에게 물었다. 얘기하는 것으로 봐서는 모두 같은 항렬의 수도승 같았다. "글쎄? 매일 이곳에서 마주치기는 하지만 자세히는 몰라. 누구 아는 사람 있어?" 다섯 명의 승려들 중에서 노승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한 사람뿐 이었다. 아무리 소림사에 승려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저리도 나이 가 많은 노승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다소 이상했다. "나도 들은 것에 불과하네만 조금은 알고 있지. 나이에 대해서 는 소림에서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하더군. 그 정도로 오래 살았다는 건지 아니면 그에 대해서 관심이 없어서인지는 모 르지만 자신도 나이에 대해서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 "무승인가? 아니야. 덩치로 봐서는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그럼 혹시 학승인가?" "아닐걸세. 자넨 소림의 학승치고 저런 초라한 모습을 한 사람 을 본 적이 있나?" 소림사의 승려들은 종류도 많고 직급도 차등이 심하다. 물론 다 른 곳에 비하면 차별이 거의 없고, 대부분 수도생활을 병행하지만

그래도 각자의 분명한 역할이 있다. 그래서 승려들도 노승의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것이다. "주로 불상을 만드는 일을 한다고 들었네." "불상? 그럼 잡승이 아닌가?" 소림에서는 허드렛일을 하는 승려들을 잡승(雜僧)이라고 부른 다. "치! 괜히 헛물만 켰군. 난 또 대단한 사람인줄 알고 기대를 했 는데." "글쎄 말이야. 나는 혹시 고승이면 절기나 하나 얻어배울까 했 지."


승려들은 실망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노승에 대해서 설명을 하던 승려의 생각은 달랐다. "그렇게 간단하게 볼 문제는 아닐세. 소림에서는 장로만 되어도 보통 육십에 가깝네. 그리고 장문인은 이미 칠순을 넘으셨네. 헌 데 그분들조차 나이를 모른다는 것은 최소한 그 이전의 분이라는 건데, 자네들은 불상을 만드는 험한 일을 하면서도 저리도 정정하 게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나?" 갑자기 승려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러고 보니 자네 말에도 일리가 있군. 겉으로 보면 무공도 익 힌 것 같지도 않고, 헌데도 그리도 오래산다는 것은 뭔가 특이한 힘이 있다는 거지. 헌데 왜 하필이면 잡승이 되었을까?"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되었다. 승려들은 모두 설명을 듣기 위해서 시선을 한 곳에 집중했다. "저 분은 원래는 잡승이 아니었던 모양이야. 전하는 바에 의하 면 장경각에 들어가서 일 년쯤 지난 후에 잡승의 길을 택했다고 하네. 본인은 세존의 뜻이라고 말했다고 하네. 내가 알고 있는 것 은 그것뿐일세." 이때 승려들이 고개를 노승이 있는 곳으로 돌렸다. 설명을 하던 승려가 그 쪽을 보았기 때문이다. 헌데 노승은 이미 떠나고 보이 지 않았다. "자, 우리도 내려가세. 예불을 올려야 할 시간이야." "그러세. 아, 또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언제 노승에게 관심이라도 있었냐는 듯이 승려들은 일제히 자리 에서 일어나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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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서장 살신성인(殺身成仁) -4

■ 무심결 서장 살신성인(殺身成仁) -4 ━━━━━━━━━━━━━━━━━━━━━━━━━━━━━━━━━━━

한편 명경폭포를 내려온 노승은 소림사로 들어가지 않고 계속해 서 계곡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소림의 승려가 본사로 들어가지 않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렇게 약 오백 장 정도 계곡을 따라 들어갔을까? 그곳에는 새 로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계곡 안의 작은 분지. 수만 평의 공지가 산봉우리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었다. 숭산의 중턱에 위치해 있는 곳이라 산봉우리도 높지 않아 아침의 붉게 타 오르는 일출의 광경이 그대로 공지를 뒤덮고 있었다. 노승은 한참 동안 온 산골짜기를 붉게 물들인 일출의 광경을 지 켜보더니 산비탈의 건물로 들어갔다. 그곳은 나무껍질로 만든 작 업실 모양의 건물이었다. 말 그대로 작업실이었다. 백 평도 넘을 것 같은 공간에 입구에 는 수백 개가 넘는 작은 불상들이 흩어져 있고, 안쪽으로는 작은 용광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용광로의 화로에는 아직도 불이 타오 르고 있었다. 아마 청동불상을 주물로 만드는 곳인 모양이다. 헌데 묘한 것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흩어져 있는 불상들의 모습 이었다. 어른의 허리 높이만한 크기의 불상들은 햇살을 받자 모두


생기를 얻은 듯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또한 그들의 자세도 특이했다. 불상들은 부처나 보살의 자연스 럽고 인자한 모습을 띤 것이 대부분인데 이것들은 모두 제각각의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그것도 점잖은 모습이 아니라 모두 싸우는 동작같은 이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어떤 부처는 주먹을 쳐들 고 있고, 또 다른 불상은 발이 하늘로 올라가 있었다. 뿐만 아니 라 그들은 모두 하나의 연결된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그렇다. 이것들은 모두 무공의 동작을 취하고 있는 불상들이었 다. 아마 이 승려는 소림의 무공을 불상으로 남기고 싶었던 모양이 다.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소림은 대부분의 무공을 서적에 기록해서 장경각에 보관하고 있다. 그 외에는 조사동의 벽면에 기록되어 있 다. 노승의 경우처럼 불상으로 남긴 적은 없었다. 거기에는 그만 한 이유가 있다. 일단 그것은 엄청난 인력과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만 가능한 작업이다. 또한 책으로 남기는 것보다 실용적이지 못하

다. 무겁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부피가 커서 보관상에 어려움이 있 을 것이다. 만약 소림의 장경각에 있는 무공을 모두 불상으로 남 긴다면 숭산 전체가 불상으로 덮이로 말 것이다. 아마 노승이 작 은 불상으로 제작한 것도 그때문일 것이다. 노승은 작업실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안쪽에 있는 용광로로 다가 갔다. 화르르르....... 용광로는 노승이 다가서자 더욱 강하게 달아올랐다. 이어 노승은 용광로와 붙어 있는 커다란 기계에 다가가 손잡이 를 잡아 끌었다. 철컥! 우우우웅....... 기계음과 함께 용광로 문이 열리며 그 속에 녹아 있던 붉은 액 체들이 옆의 기계로 흘러들어갔다.


일정한 액체가 들어가자 용광로는 다시 원위치했다. 이때부터 노승은 자리에 앉아서 명상으로 들어갔다. 갖가지 기 계음에 보통사람이라면 짜증을 낼 만도 한데 그는 면벽수도 하는 고승 마냥 금방 편안한 표정이 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기계로 흘러들어간 붉은 금속의 액체 가 식을 시간이 되었을 즈음이었다. 노승의 눈이 번쩍 뜨이면서 기계에서 물체가 하나 떨어져 나왔다. 덜컹! 노승은 기계에서 떨어져 내리는 물체를 손으로 잡고는 한참 동 안 살펴보았다.

<청동불상>

그가 들고 있는 것은 사람 손보다 조금 더 큰 청동불상이었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이것은 그리 무거워 보이지도 않고, 또한 관 절의 이음새가 보통의 것과는 달라 보인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 로 불상은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로 되어 있으나 이것은 관절마다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끼이익!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노승이 청동불상을 바닥에 놓자 움직 이기 시작했다. 작아서 제자리에 서 있기도 어려워 보이는 작은 불상이 갖가지 이상한 동작을 펼쳤다. 앉는 것은 물론이요 팔과 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조금 느린 것이 흠이긴 했지만 매우

자연스러워 마치 작은 동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헌데 이상한 것은 불상의 동작은 작업실 입구에 있는 석불상들 의 동작과 비슷했다. 아니 그 불상들의 연속동작과 똑같은 모습이 었다. 석불상들은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은 하나의 연결될 동작을 묘사한 것이었다.


끼익! 착! 쉬이익, 척! 무공! 불상의 동작은 바로 무공이었다. 느려서 금방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히 무공이었다. 상식을 뛰어넘는 광경이었 다. 사람도 수 년간 익혀야만 가능한 무공을 동물도 아닌 무생물 체인 불상이 한다는 것은 상상의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청동불상이 석불상의 동작을 반 정도 움직이 더니 서서히 동작이 느려졌다. 이어 삼 할 정도를 남겨 놓고는 아 예 멈춰 버렸다. "으음!" 노승은 짧은 신음성을 발했다. 그리고는 불상을 들고 한참을 살 폈다. 원래는 석불상의 동작을 모두 하게끔 만들려고 했던 모양이 다. 그는 별다른 이상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던지 불상을 옆에 놓 고는 다시 기계를 작동시켰다. 기계는 계속해서 똑같은 모양의 불상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불상들은 거의 비슷한 동작에서 멈춰 버렸 다. 노승의 인내력도 대단했다. 그는 새벽에 명경폭포에서 세면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식사도 거른 채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불상 들을 만들어냈다. 이제 그의 옆에는 수백 개의 불상들이 놓여져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실패작이었다. "아미타불! 이것 역시 세존의 뜻이라면 따를 수밖에. 하긴 인간 의 힘으로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 이다. 이것은 단순히 손재주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불상에는 기운이 부족하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기운 없이는 도저히 동작을 다할 수가 없다. 아미타불!" 그는 불상을 손에 쥐고는 독백을 했다. 이때 밖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조님, 명운입니다.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사조? 명운? 노승이 나이가 많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사조라고 부르는 사람의 목소리도 결코 나이가 적 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자신을 명운이라고 했다. 소림에 명운이라는 법명을 가진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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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서장 살신성인(殺身成仁) -5

■ 무심결 서장 살신성인(殺身成仁) -5 ━━━━━━━━━━━━━━━━━━━━━━━━━━━━━━━━━━━

<소림 제삼십오대 장문인 명운대사>

원래 법명은 돌림자로 하기 때문에 아무나 명운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노승의 작업실을 찾은 사람은 소림장문 인이 분명하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과연 이런 외딴 곳에 움막 이나 짓고 살아가는 잡승을 소림의 장문인이 사조라고 부른다고 한다면 믿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무튼 명운대사는 노승의 대답이 없자 그냥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분명히 명운대사였다. 수염이 명치까지 내려오는 소림제일 의 고승이자 무림제일인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주춤!


헌데 그는 작업실로 들어오면서 입구에 놓여 있는 석불상들을 보면서 그만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우욱! 불상에서 기운이 느껴지다니? 이런 불상은 처음 본다. 사조어른께서 그 동안 새롭게 만드신 모양이군....... 모두가 각 기 다른 동작을 하고 있다. 이건 금강부동신공과 비슷한 동작 같 군. 아... 아니! 이게 모두 무공을 묘사한 것이란 말인가? 달마삼 검과 금강부동신공을 위시해서 소림무공 칠십이종이 모두 녹아있 는 무공이다. 이건 역근경과 세수경을 이해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경지이다. 아! 그렇다면 드디어 사조어른께서 조사의 경지에 까지 이르셨구나. 아미타불! 소림의 흥복이로다. 헌데 저건 또 무 엇을 하는 기계이지. 지난번에는 없었던 것인데?' 명운대사는 석불상에 이어서 작업실의 안쪽에 설치된 기계에도 관심을 가졌다. 이번에는 그도 정신을 가다듬고 노승에게 다가가 인사부터 했다. "소림 삼십오대 장문인 명운이 사조님께 인사 올립니다. 이 년 만에 뵙습니다. 그 동안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명운대사가 큰절을 하면서 인사를 하는데도 노승은 고개도 돌리 지 않았다. "껄껄껄! 장문인이 나와 같은 늙은이를 자주 찾는 것은 좋은 일 이 아닐세. 하지만 마지막으로 자네의 얼굴만은 보고 싶어서 불렀 네."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지만 노승은 다정하게 말했다. "예에! 마지막이시라뇨? 사조님은 오히려 저보다도 더 정정하시 지 않습니까?" 명운대사는 노승이 마지막이라고 하자 혹시나 죽음을 예고하고 자신을 부른 줄 알고 놀라 말했다. 사실 보기에도 노승은 아직도 정정했다. 명운대사의 말처럼 어 쩌면 그보다도 더 젊어 보이기도 했다. 노승도 명운대사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아미타불! 자네는 아직 할 일이 많은 사람이지만 이 늙은이는


이제 이승에서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세존께서 찾으신다네. 다만 그전에 자네에게 보여줄 것이 있어서 불렀네. 이것을 보게 나." 노승은 그제야 천천히 몸을 돌리며 손에 들고 있던 불상을 바닥 에 놓았다. 그러자 명운대사의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졌다. "아... 아니! 이게 무슨 물건입니까? 이... 이건 석불상의 동작 을 흉내낸 것이 아닙니까? 어떻게 이런 것을......." 그는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했다. 너무 흥분해서 감정을 다스리 지 못했던 것이다. 잠시 불상의 동작이 멈추자 노승의 얘기가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불상을 완성하지 못했네. 자네도 보았듯이 이것은 인간의 힘을 벗어난 것이네. 단순히 인간의 두뇌나 기술로써 완성 할 수 있는 것이 아닐세. 그래서 나는 감히 이것과 나의 남은 여 생을 걸고서 세존과 흥정을 했다네. 그랬더니 응답을 주셨네. 그 래서 자네를 부른 것이네." "사조님!" 명운대사는 노승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기라도 한 듯이 소리 를 질렀다. "그것은 불가합니다. 비록 이것이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사조님 의 목숨과 바꿀 만큼 귀중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기 있는 석불상만 있어도 사조님의 뜻은 충분히 후세에 남을 수 있을 것입 니다. 또한 그것으로 불가하다면 책으로 남겨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꼭 필요하다면 제가 대신 하겠습니다. 절대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소 림의 장문인으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는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의 말에서 노승이 소림에서 차지하 는 위치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느낄 수 있었다. "껄껄껄! 고마우이. 자네가 그리도 나를 생각해주니 실로 고맙 구만. 하지만 그것이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라네. 나도 비록 미 천한 몸이긴 하지만 이승에 미련이 전혀 없는 것만은 아닐세. 아 직도 중원무림에 악의 기운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네. 어쩌면 앞 으로 더욱 강해질지도 모르네. 하지만 이미 하늘의 천기는 나를


요구하고 있네. 자네 정도의 능력이면 이미 하늘이 만물에게 빛보 다는 어둠을 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걸세. 그리고 그 것은 우리 소림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네. 우리 소림은 지난 천 년간 군림만 해왔으며 보이지 않는 과실도 많이 범했다네. 그에 대한 하늘의 심판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번 일은 소림의 일로만 끝날 것 같지가 않네. 어쩌면 전 무림이 피와 어둠의 세계로 변할지도 모르는 일이네. 나는 그것을 우려해 지난 이 년간 저 석불상과 이 불상을 만들 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 왔네. 이미 나의 내력의 반은 저 석불상 에 깃들여 있으며 이제 나머지 반을 이 청동불상의 완성을 위해서 바치려네. 명색이 사조인 내가 자네를 저 속으로 보내고 그 결과 물을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자네에게 짐만 안겨주고 먼저 세존 곁으로 떠나서 미안하네. 아미타불!" 노승은 마치 부처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명운대사를 달랬다. "사조님!" 명운대사도 더 이상 노승을 만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엎드 려 소리를 질렀다. 이때 노승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우우우웅....... 투명한 빛이 흘러나오더니 몸을 완전히 둘러쌌다. 그리고는 몸 이 서서히 떠올라 용광로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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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서장 살신성인(殺身成仁) -6

■ 무심결 서장 살신성인(殺身成仁) -6 ━━━━━━━━━━━━━━━━━━━━━━━━━━━━━━━━━━━

파파파팟......! 노승의 몸에서 발산되는 빛과 용광로의 열기가 부딪히면서 작업 장 주위에는 금속물질들의 파편들이 튀었다. 아마 두 이물질들이 융합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리라. 잠시 노승이 용광로 속으로 완전 히 사라지자 다시 변화가 생겼다. 용광로는 명운대사가 조작도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작동을 시작 했으며 용광로의 물질도 붉은색에서 투명한 색으로 변하더니 기계 속으로 부어졌다. 촤르르르....... 이후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명운대사는 뚫어지라 기계를 지켜보았다. 노승의 목숨까지 바친 일이라 그도 매우 긴장되었던 모양이다. 금속물질의 열기가 식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작업실에는 다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입구의 석불상에서 일어났다. 우우우웅....... 명운대사가 작업실로 들어서면서 느꼈던 기운들이 갑자기 소리 를 내며 모두 기계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오오! 이렇게 되면 사조님의 기운이 모두 청동불상으로 들어가 게 되는구나." 명운대사는 성공을 예감했다.


촤르르르르....... 파라라라라....... 희한하게도 기운이 모두 기계 속으로 빨려들어가자 석불상은 모 두 가루로 변해 버렸다. 그것만 보아도 석불상이 노승의 기운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덜컹! 이어서 기계에서 나는 소리와 함께 하나의 물체가 떨어졌다.

명운대사는 재빨리 몸을 날려 불상을 잡았다. 불상에는 아직도 온기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느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노승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또 다 른 기운을 느꼈다. 아마 그것은 노승의 온화한 기운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불상을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알지 못했 다. 아무리 바닥에 놓아도 불상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미타불! 혹시 실패한 것은 아닐까?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 일단 가져가서 검토해야겠다." 명운대사는 더 이상 진전이 없자 불상을 품속에 갈무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작업장을 나서면서도 노승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몇 번이나 주저했다. 이처럼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은 노승의 희생은 과연 소림과 무 림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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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서장 살신성인(殺身成仁) -7

■ 무심결 서장 살신성인(殺身成仁) -7 ━━━━━━━━━━━━━━━━━━━━━━━━━━━━━━━━━━━

며칠 뒤 소림사. 한낮의 맑은 하늘을 푸르다고 한다면 그믐날 저녁의 하늘은 먹 빛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도시의 저잣거리도 그믐날 밤에는 등불 아래를 제외하고는 사물을 구분하기가 힘이 든다. 하물며 숲 이 많고 등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소림사와 같은 깊은 사찰에 서의 그믐밤은 한마디로 칠흑과 같다. 간혹 산새들이 울음소리로 생명체가 살아 있음을 알릴 뿐, 그 무엇 하나 눈에 보이는 것은 없다. 아니, 전혀 없지는 않다. 소림사를 지키는 승려들의 눈빛. 한 치 앞도 구분하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도 소림의 승려들은 경계 에 여념이 없다. 소림의 장경각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초소. 이곳에서도 두 명의 승려가 눈을 반짝이며 주위를 살피고 있다. "요즘은 장문인께서 부쩍 닥달하시는 것 같아. 평온하기만 하는 무림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매일 무공수련만 하라는 거지? 참! 자네는 오늘 낮에 옆구리를 다쳤다면서? 좀 어떤가?" "말도 말게. 경문장로께서 얼마나 심하게 내려치는지, 봉으로 막았는데도 밀려 옆구리를 다쳤다네. 지금도 얼얼하네. 혹시 강호 에 우리가 모르는 일이 벌어지기라도 한 건 아닐까? 그럴수도 있 잖나? 마교가 다시 발호를 했다든지? 아니면 사파가 사대세가나 구파일방과 일전을 벌일 태세라든가 말일세." 이들은 지금 장문인을 위시한 장로들에 대한 불평을 털어놓고 있다. 아마 명운대사가 노승의 죽음 이후로 제자들을 독려하고 있


는 모양이다. "그건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주일 전 화산파의 친구들이 왔 을 때 들어보니 별다른 일이 없다고 하던데, 모르지. 그들도 잘 모르고 있는지.... 어찌됐던 이렇게 되면 당분간은 고생께나 하......." 말을 하던 승려는 갑자기 말문을 닫아 버렸다. "이봐, 삼덕! 왜그러나? 어디가... 커억!" 옆의 승려 역시 말을 다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는 비명까지 질 렀다. 쉬이이익.......

잠시 후 승려들이 있던 곳에 복면인 세 사람이 나타났다. 그들 은 모두 야행복에 복면을 한 사람들로 손에는 비수와 암기들이 들 려져 있었다. 아마 승려들도 그들의 암기에 당한 모양이다. 특이 하게도 어두워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등 뒤에는 커다란 물 건이 달려 있었다. "저 건물이 장경각이오. 빨리 끝냅시다. 이들의 근무교대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소." 그들의 전면에는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건물이 서 있었다. 그것이 바로 소림이 자랑하는 장경각이었다. 세 사람은 동시에 장경각으로 접근했다. 이미 장경각을 지키는 승려들을 처치했기 때문에 이들은 쉽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대... 대단하군. 말로는 들었지만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 다." "나도 마찬가지요. 그냥 태우기에는 정말 아까운 것들이오."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장경각의 규모에 놀라 그 자리 에 서 있었다. 헌데 태워 버리다니? 그건 무슨 말인가? 훔치러 온 것이 아니라 모두 불태우기 위해서 숨어들었다는 말인가? 그것은 잠시 후 나머


지 한 사람의 말과 행동에 의해서 확인되었다. "그렇게 감탄만 하고 있다가는 이곳에서 영영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어서 기름을 뿌리시오." 그는 두 사람은 질타하고는 등에 지고 있던 통을 바닥에 내려 뿌리기 시작했다. 콸콸콸......! 통의 마개를 열자 강한 기름 냄새와 함께 액체가 흘러나왔다. 세 사람은 각자 흩어져서 책과 바닥에 기름을 부었다. 헌데 동료들을 독려하던 복면인이 뒷걸음으로 움직이다 그만 벽 에 닿고 말았다. 찌이잉....... 그는 자신도 모르게 벽의 모서리에 있는 기관장치를 건드렸다. 그러자 벽면이 열리며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마치 비밀금고와 같 은 작은 공간이었다. "호오! 과연 장경각은 남다르군. 이런 곳에 보물이 들어 있을 줄이야. 혹시 역근경이라도 들어 있나? 으잉? 불상이 아닌가! 이 런 보잘 것 없는 불상이 뭐가 중요하다고. 아니지, 이런 곳에 숨 겨놓았다는 것은 분명히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야. 일단 가져가서 확인해 보자." 벽속에는 불상만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복면인은 불상을

꺼내 품속에 넣었다. 헌데 그것이 실수였다. 불상을 품속에 넣는 순간 비상타종소리가 들려왔다. 불상의 바닥에 기관장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땡땡땡땡......! "아뿔싸! 이곳에 기관이 설치되어 있었구나. 피해야 한다." 그는 즉시 몸을 밖으로 날렸다. 헌데 그는 피하면서도 기름에 불을 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화르르르....... 불은 기름을 타고 바로 장경각 전체로 번졌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그도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몸을 날림과 동 시에 기관에 의해서 장경각의 모든 출구가 닫혀 버렸다. 그때문에 그와 같이 들어왔던 두 명은 그만 안에 갇히고 말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누가 기관을 건드린 모양이오. 빨리 피하시오! 아악! 내 몸에 부... 불이 붙었소. 아... 악!" "피할 곳이 없소. 모든 출입문이 닫히고 말았소. 크윽!" 목조건물에 불이 붙자 불길이 금방 건물전체로 번졌으며 게다가 이미 모든 통로가 차단된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불에 탄 기둥들 이 순식간에 내려앉아 두 사람을 덮치고 말았다. 장경각 밖의 사람들도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밖에는 수 백 명의 승려들이 모여 있었다. 소림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물인 장경각이 불에 타고 있으니 단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다 모일 수 밖에. 하지만 기관이 작동하면서 자동으로 모든 문이 폐쇄되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장경각 안으로 들어설 수가 없었다. 그들은 모두 발을 동동 구르며 장경각이 다 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 었다. 장경각은 무려 반 나절이 지나서는 겨우 불길이 수그러들었다. 이때부터 승려들은 준비된 물로 진화작업을 했다. 하지만 이미 건 물은 내려앉고 소장되었던 책들은 모두 타버리고 재만 남아 있었 다. 불이 진화되자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은 바로 장문인인 명운대 사였다. 그는 불상을 넣어두었던 곳으로 가서 확인을 했다. 하지 만 그것이 제자리에 있을 리 없었다. "이... 이럴수가?" 털썩! 그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노승이 이미 이런 일을 예상해서 불상을 남겼다고 믿고 그것을 가장 먼저 찾았다. 헌데 그것마저 사라지고 없으니 이제 소림은 믿을 것이 없어져 버 린 셈이었다. 실로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장경각이 불에 탔다는 소리를 듣고도 별로 놀라지 않던 그가 넋이 나간 듯 주저앉은 것


은 그때문이었다. 그 이후 명운대사는 장경각의 소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장문인 직에서 물러나 세상을 떠날 때까지 면벽수련을 했다고 한다. 천 년 소림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으니 그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 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이후에 일어날 무림의 일이 더 큰 문제였다. 명실상부한 무림의 지배자인 소림이 무력해진다는 것은 새로운 주 도세력이 등장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과연 호랑이 없는 무주 공산에 과연 누가 주인이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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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1 편 뒷골목의 승부사

■ 무심결 제 1 장 1 편 뒷골목의 승부사 ━━━━━━━━━━━━━━━━━━━━━━━━━━━━━━━━━━━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부모를 잘 만나 날 때부터 무덤 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호위호식하며 남부 러울 게 없을 정도로 풍족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하루 하루를 피죽도 못 먹어 매일 날품을 팔아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 돈을 모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그저 하루 두 끼 만이라도 굶지 않고 먹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할 뿐이다. 어떤 빈민촌의 부부가 우연히 수백 냥의 거금을 손에 넣자 배고 픈 것도 잊은 채 그 돈을 이불 밑에 깔고는 몇날 며칠을 그냥 잤 다는 얘기가 있다. 이것은 못 가진 자들의 돈에 대한 애착과 한이 얼마나 깊은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직업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상인과 관리에서부터 학자와 거지에 이르기까지 수백 수천 종류의 직업들이 있고, 그들의 살아 가는 모습 또한 다양하다. 하지만 생활수준에서 사람들을 구분해 보면 단 두 가지밖에 없다.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 굶지 않을 만큼 넉넉한 사람과 굶는 것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물론 돈이 없어 밥먹는 것을 매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도 직업은 다양하다. 다음 얘기에 등장하는 사람도 바로 그 부류 중에 하나일 것이다.

<낙양(洛陽)>

소주(蘇州), 장사(長沙), 계림(桂林)과 더불어 중원제일의 미향 (美鄕)으로 소문난 아름다운 고장. 지정학적으로도 황하의 중류지 역에 위치해 있어 수로를 이용한 교통이 편리하고, 개봉과 정주 등 중원의 중심지들과도 인접해 있어 사람들의 왕래도 빈번하다. 또한 중원제일의 곡창지대 중의 하나인 하남지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시사철 자원이 풍족한 곳이기도 하다. 물론 그외에도 낙양이 결정적으로 미향으로 손꼽히는 것은 문화 유적들이 많기 때문이다. 역대 군소 왕조들의 수도로서의 유적지 와 유물들이 시내전역에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유람객들의 호기심 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런 낙양시내에 오늘은 특별한 구경거리가 생겼다. 낙양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홍등가의 대로변에서는 지금 수백 명

의 구경꾼들이 모여서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


다. 혹시 천축의 마술사들이라도 온 것일까? 아니면 미녀와 원숭 이가 어우러진 무술시범단이 나타난 걸까? 헌데 그런 것이 되기에는 행렬이 매우 길었다. 중앙의 둥근 원 을 그린 사람들 말고도 길을 따라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줄을 지 어 서 있었다. 마치 커다란 행렬이라도 지나는 것처럼. 하지만 그 어떤 행렬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멀리 구경꾼들이 끝나는 부분에 커다란 마차가 한 대 서 있을 뿐이었다. 지금은 둥근 원을 그린 곳에서 건장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 고 있다. "자, 이제 첫번째 승부가 끝났습니다. 이제 잠시 후면 두번째 시합이 시작되겠습니다. 단 한 번의 승부로 무려 열 배의 상금을 탈 수가 있습니다. 걸 수 있는 금액의 상한선은 황금 백 냥입니 다. 황금 백 냥으로 무려 천 냥의 상금을 탈 수 있는 것입니다. 겨우 움막집 한 채의 값으로 고대광실 으리으리한 집을 살 수 있 는 거금을 벌 수 있는 기회입니다. 결코 두 번 다시 올 수 없는 기회입니다. 절대로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물론 용기가 없으신 분이나 담력이 약하신 분은 사절합니다. 아무리 돈이 중하기로 목 숨을 걸 수는 없습니다. 자, 저기 한 분이 나섰습니다. 이제 잠시 후면 두번째 시합을 시작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깔끔하게 차려 입은 거간꾼이 일장 연설을 끝마치고는 밑으로 내려와 덩치 큰 중년인에게 다가갔다. 그가 바로 방금 말한 두번 째 시합에 도전할 사람이었다. 험상궂은 인상에 꽤 담력이 세고 싸움도 잘 할 것처럼 보였다. "손님께서는 얼마나 거실 생각이십니까? 아! 상한선인 백 냥을 거셨군요.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성공의 확신이 서는 사업일수록 거금을 거는 것이 현명한 법입니다. 자, 이제 준비하십시오. 금대 인께서도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거간꾼은 중년인에게 돈을 받고는 뒤에 있는 삼십대 초반의 사 내에게 말을 했다. 거간꾼은 그를 금대인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대 했다. 아마 오늘 사업의 주도자는 바로 그인 모양이다. 찢어진 눈매에 떡 벌어진 어깨와 근육질의 몸매. 누가 보아도 무공으로 단련된 몸이었다. 그는 거간꾼의 말에 따라 중년인과 함 께 대로의 중앙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다 모이자 거간꾼이 규칙을 설명했다. "이것은 수백 명이 보고 있는 정정당당한 시합입니다. 따라서


몇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두 분은 이미 다 알고 계시겠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무공을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어떠 한 경우에도 무공을 사용하면 패하게 됩니다. 또한 부상을 당하거 나 설사 목숨을 잃더라도 감수하셔야 합니다. 물론 도의상의 책임 은 지겠지만 법적인 책임은 저희들에게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그 리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피하는 사람이 패자가 되는 것입니다. 동의하십니까?" "좋소!"

"동의하오!" 대답과 함께 거간꾼을 멀리 보이는 마차를 향해서 붉은 깃발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멀리 마차에 마부가 올라탔다. 이어서 두 사 람은 땅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마차의 바퀴가 머리를 지날 수 있도록 다리를 마주대고 누웠다. 파라락! "출발!" 깃발이 밑으로 내려오면서 거간꾼의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럇! 달려라!" 이히히힝... 두두두두......! 멀리서 마부들의 채찍질하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 시합이 시작됐다." "우우! 겁나게 달려온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구경꾼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시합에 익숙해진 듯 마차가 달리자 흥분해서 소리를 질러댔다. 헌데 과연 이것이 무슨 시합일까?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 누워 있고, 마차는 전력으로 달려드는 시합. 그리고 거간꾼은 이것을 담력이 없는 사람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먼저 자리에서 피 하는 사람이 지는 것. 그렇다면 달리는 마차를 피하지 않고 오랫


동안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그런 시합이란 말인가? 어쨌든 마차는 거의 두 사람의 이십 장 앞까지 달려왔다. 두두두두......! "하얏! 달려라!" 검은색의 윤기가 흐르는 털을 가진 흑마 두 마리가 끄는 마차는 흙먼지를 날리며 두 사람을 향해서 질주해 왔다. 이대로 그냥 달 리면 두 사람의 목은 절단나고 말 것이다. 갑자기 사람들의 함성 소리도 잠잠해졌다. 십 장, 팔 장, 칠 장, ...... 두 사람과 마차의 간격이 점점 더 좁혀지자 사람들의 표정에는 미소 대신 긴장감이 역력했다. 담력 이 약한 사람이나 여인들 중에서는 이미 고개를 돌린 사람들도 있 었다. 승부는 거리가 오 장 정도 됐을 때 결정되었다. 지금 마차가 달 리는 속도로는 그 정도의 거리에서는 피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거간꾼보다 구경꾼들이 먼저 승부를 판가름했다. "와! 이번에도 금대인이 이겼다."

"과연 금대인의 담력은 알아줘야 해! 나는 손이 땀으로 젖었 어." 오 장 정도의 거리에서 중년인이 먼저 뛰쳐나가고 이어서 금대 인이라는 사람이 피했다. "워워워......!" 마부는 간신히 마차를 멈췄다. 마차는 두 사람이 누워 있던 곳 보다 더 멀리 나가서야 겨우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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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1 편 -2 ★ 낙양제일의 말썽꾼 주민

■ 무심결 제 1 장 1 편 뒷골목의 승부사 -2 ━━━━━━━━━━━━━━━━━━━━━━━━━━━━━━━━━━━

중년인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물러나자 다시 거간꾼이 나서 서 소리를 질렀다. "두번째 승부도 금대인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제 오늘의 마지 막 승부가 남았습니다. 시합을 시작하면서 밝혔듯이 마지막 승부 에서 백 냥을 거시면, 열 배의 상금과 더불어 두 번에 걸쳐 금대 인께서 획득한 이백 냥까지 합쳐서 무려 천이백 냥의 거금을 벌게 됩니다. 이 정도의 거금이라면 제아무리 낙양에서라도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습니다. 자, 마지막 승부에 여러분의 미래를 걸어보 십시오. 마지막 승부에 참여하시는 분이 없으시면 이백 냥의 상금 은 모두 금대인의 것이 됩니다. 정말 아무도 없습니까? 좋습니다. 그럼......." 거간꾼이 막 끝마무리 말을 하려는 순간 군중 속에서 헐레벌떡 숨을 몰아쉬며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헉헉! 이... 이것 보시오. 아이고 숨차라. 우리같은 놈들이 백 냥을 마련하는 것이 그리 쉬운 줄 아시오? 휴! 시간을 넉넉히 줘 야 할 게 아니오. 옛수! 하나밖에 없는 마누라를 팔아서 겨우 마 련한 돈이오. 나는 그 돈마저 날리면 완전히 알거지가 되는 거 요." 많아 봐야 스물이 되었음직한 청년이었다. 허름한 옷차림에 머 리가 얼굴을 반 이상이나 덮어 정확한 인상을 알아볼 수 없지만


결코 어눌하지만은 않았다. 팔자걸음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나 오는 것은 그의 성격이 익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것이 그의 본 모습이라면 커다란 실수를 하는 것이지만 거금 황금 백 냥을 일부로 걸 만큼 넉넉하거나 바보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 고 나이로 봐서 마누라를 팔아서 돈을 구해왔다는 말은 사실이 아 닌 듯했다. 다소 늦게 나온 것을 익살로 대신했던 것이다. "저 놈은 낙양제일의 말썽꾼이 아닌가?" "그렇군. 저 놈이 오늘 또 말썽을 부릴 모양이지?" "어디 하루라도 무사히 넘어가는 날이 있어야지? 저 놈이 나타 난 것으로 봐서는 오늘 구경도 종친 거나 마찬가지야." 사람들은 청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소 걱정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오늘은 꼭 그렇지만 않을 걸세. 금대인이 누군가? 중원 에서도 알아준다는 낙양 암흑가의 실력자가 아닌가? 제아무리 말 썽쟁이라고 해도 금대인에게는 꼼짝 못할 걸세."

사람들의 표정은 금방 달라졌다. "그렇지.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군. 저 놈이 분수도 모르고 금대 인에게 덤벼들었으니 뼈도 못 추리게 생겼군." "그걸 말이라고 하나. 무공을 익힌 사람과 놈팽이를 비교한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지." 사람들은 승부가 이미 결정난 것처럼 말했다.

<철혈무정(鐵血無情) 금표(金豹)>

그는 낙양 암흑가의 지배세력인 흑열방(黑熱幇)의 세 명의 부방 주 중의 한 사람이다.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피도 눈물도 없을 정도로 냉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마차 피하기 시합에서 사람들 이 일방적으로 금표의 편을 드는 것은 바로 그의 이같은 냉정하고


대담한 성격 때문이다. 한 번 마음먹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차지하는 성격 때문에 흑열방의 방주도 그를 두려워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낙양의 암흑가에서는 차기 흑열방의 방주자 리는 당연히 그의 것이라고들 말한다.

<낙양제일의 말썽꾼 주민(朱民)>

사실 주민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간난아이때 부모에 의해서 버려져 지금은 양모와 두 여동생과 함께 빈민촌에 서 살고 있다고만 알려져 있다. 흑열방의 부방주인 금표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인물이다. 하지 만 낙양사람들에게 유명하기로는 주민이 오히려 금표를 능가할 것 이다. 고관대작에서부터 빈민에 이르기까지 주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설사 얼굴은 모르더라도 이름만 대면 훤히 알 정도이 다. 그만큼 그의 활동 범위가 넓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악명이 높다든지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는 무슨 일이 든지 끼여드는 것을 좋아한다. 사소한 골목에서의 시비는 물론이 고, 패거리끼리의 싸움에도 반드시 그가 관련되어 있다. 심지어는 낙양이라면 어느 집의 경조사(慶弔事)든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경우는 없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생계의 수단이다. 싸움이나 시비에는 돈이 생기는 일이라면 말리기도 하고 또한 더 욱 부추기기도 한다. 경조사에서는 거지나 방해꾼들의 출입을 통 제해 주는 대신 몇 푼의 돈을 받는다. 문제는 말썽꾼이라는 별호 가 그 정도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 한 번 그가 개입한 일에는 반드시 생기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가 개입을 했 는데도 생기는 것이 없을 경우에는 또 다른 재미있는 구경을 할 수가 있다.

주민이 개입하는 대부분의 일은 부자들과 관련되어 있다. 경조 사의 일은 돈이 없는 빈민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 혹 부모 형제가 죽어나가더라도 그냥 거적으로 말아서 가까운 곳 에 뭍어 버려야 할 사람들에게 장례식은 꿈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밥그릇 숫자를 하나 더 줄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결혼식은 그야말로 잔칫날이다. 그러 다보니 부호들의 경조사에는 한 끼의 식사를 떼우기 위해서 몰려


드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거지들은 낙양시내의 경조사를 훤히 꿰고서 떼거리로 몰려든다. 당연히 부호들은 이들이 성가시다. 그래서 주민과 같은 이가 필 요한 것이다. 주민은 주인과의 거래를 통해서 이들을 효과적으로 막아주고 몇 푼의 돈과 음식을 차지하게 된다. 만약 주인이 까다 로워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든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시는 경사 는 조사로 변하고 조사는 아예 잔칫집으로 변해 버린다. 그래서 주인들은 두세 배의 돈과 음식을 더 주고서야 겨우 주민을 달래야 한다. 물론 그 중에는 관병들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 게 되면 더 좋은 구경거리가 생긴다. 하루 이틀 감방생활을 하거 나 태형을 당하고 나온 주민은 대규모 보복을 감행하게 된다. 수 백 명의 거지를 모아서 잔칫집이나 초상집을 아예 마비시켜 버리 고 결혼식은 물론이고 장례행렬도 나가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다시 몇 배의 돈을 더 얹어 주어야만 한다. 그래서 최근 낙양의 부호들은 아예 주민이 나타나면 적당한 선에서 합의 를 하고 만다. 그렇게 해서라도 행사를 편하게 치르면 그게 그들 에게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빈민촌에서의 주민의 인기는 최고이다. 그는 이렇게 해 서 번 돈과 음식을 골고루 나눠 먹을 뿐만 아니라 빈민들의 아픔 을 항상 같이한다. 그것은 그의 양모가 몸소 실천하던 것을 어린 시절부터 배워왔기 때문에 익숙해 있다. 그의 양모와 두 여동생은 그가 하루종일 벌어온 돈으로 빈민촌의 병자들과 굶주리는 사람들 을 돌보는 일을 한다. 그리고 주민이 경조사 때 거지나 빈민들을 통제한다고 해서 그 들을 쫓아내거나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집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근처에 적당한 장소를 마련해서 일정 정도 의 음식을 제공하게 한다. 어쩌면 그야말로 부호와 빈민들의 이익 을 일치시키는 낙양 제일의 거간꾼인지도 모른다. 말썽쟁이라는 별호도 그 과정에서 부호들이 붙여준 이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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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1 편 -3 ★ 저 바퀴가 내 목을 지나가면...

■ 무심결 제 1 장 1 편 뒷골목의 승부사 -3 ━━━━━━━━━━━━━━━━━━━━━━━━━━━━━━━━━━━

그가 등장하자 은근히 금표에게 주민을 골려줄 것을 기대한 사 람들도 대부분 부호들이었다. 반면에 빈민들은 모두 환호를 했다. "와! 주민이다." "이런 일에 저 아이가 빠지면 안 되지. 암, 안 되고 말고." 이들과는 달리 빈민들 중에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도 오늘의 일은 너무 위험한 것 같은데? 괜찮을까?" "글쎄 말이야. 상대가 상대인 만큼 조심해야 할 거야." 하지만 이들에게도 호기심만은 감출 수가 없었다.

<낙양 암흑가의 우두머리와 낙양제일의 말썽꾼의 대결>

주민의 등장으로 시합의 흥미는 더해졌고, 구경꾼들도 더 많아 졌다. 이곳을 제외하고는 길거리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 다. 게다가 구경꾼들 사이에서는 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했다. "후후, 네놈이 바로 낙양의 파락호라는 놈이구나. 언젠가는 한 번 볼 줄 알았지. 하지만 다소 실망했다." 금표는 주민의 정체를 알고는 비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거간꾼


은 주민의 앞에서 말하는 것을 포기했는지 뒤로 물러나 있었다. "헤헤, 금대인께서 저와 같은 미천한 백성을 알아주시니 저는 그저 황공할 따름입니다. 헌데 실망하셨다는 것은 무슨 말씀입니 까? 사람들은 저에게 항상 더 이상 실망할 것이 없다고들 합니다 만." 주민은 허리를 약간 수그리고 비굴하게 말했다. 얼핏 봐서는 그 는 금표에게 기가 죽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주민의 주 특기이다. 상대로 하여금 방심하게 만든 다음에 의표를 찌르는 것 이다. "나는 그래도 네놈이 제법 남자 구실을 하는 놈이라고 생각했는 데 네놈의 태도를 보니 낙양제일의 파락호라는 별호는 떼버려야

할 것 같구나." 금표는 주민이 자신에게 굽실거리자 실망한 모양이다. "후후, 제가 아무리 낙양제일의 파락호라고는 하지만 대 흑열방 의 부방주에 비견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분수를 잘 아는 놈입니 다. 다만 오늘 이같이 나선 것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부방주께서 저를 불쌍히 여겨 한 번 봐주십사 하는 뜻으로 나섰습니다. 간혹 저 같은 놈들도 삶을 포기하고 나서면 의외로 무서운 일을 벌이거 든요. 사실 저는 삶에 미련을 버린 지 오래되었습니다. 하루하루 를 간신히 연명하는 것보다는 부방주의 은혜로 큰 돈을 한 번 만 져볼까 하는 심정으로 나섰습니다. 만약 실패해서 쫄딱 망하더라 도 저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습니다." 주민은 금방이라도 눈물방울을 떨어뜨릴 것처럼 애절하게 말했 다. 만약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 소리를 들었더라면 그보다 먼저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설사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동 정심을 유발시키는 효과는 있었을 것이다. 일부는 정말로 주민이 삶을 포기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저 놈이 이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모양이군. 하긴 그 동안 우 리를 웬만히 못 살게 굴었어야지.하지만 왠지 저 놈의 저런 모습 을 보니 불쌍하다는 생각도 드는군." "나도 저 놈에게 저런 모습이 있는 줄은 몰랐어. 지난번 장인 어른 장례식 때 돈을 작게 준다고 날뛰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데?"


반면에 금표는 주민을 완전히 무시하게 되었다. '후후, 이거 오늘 새롭게 벌인 사업이라 신통찮을 줄 알았더니 의외로 쉽게 풀리는군. 저런 놈들만 온다면 하루에 황금 삼백 냥 을 버는 일은 간단하겠어.' 그는 비릿한 눈빛으로 주민을 쳐다보고는 거간꾼에게 신호를 보 냈다. 이어 거간꾼이 나서며 시합시작을 알렸다. "자, 이제부터 오늘의 마지막 시합을 시작하겠습니다. 두 분은 가운데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규칙은......." 그는 두 사람에게 규칙을 다시 한 번 설명해 주고는 손을 높이 들었다. 두 사람은 이미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파라락....... 붉은 깃발이 밑으로 내려오면서 함성소리와 함께 멀리서 마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시합이 시작됐다! 빨리 달려라." "나는 금대인에게 열 냥이나 걸었다. 저 파락호 놈을 완전히 깔 아뭉개 버려라."

"주민아, 나는 전 재산인 다섯 냥을 걸었다. 힘내라!" 내기에 돈을 건 사람들은 사생결단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두두두두......! 한편 마차는 앞서 두번째보다도 더 빨리 달렸다. 아마 거간꾼이 그렇게 지시를 한 모양이다. 눈 깜빡할 사이에 바로 두 사람의 십 장 앞까지 다가섰다. 두 사람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달려오는 마차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고, 어머니. 무서워 죽겠어요. 저 바퀴가 내 목을 지나가


면... 아이고!" 주민은 피하지도 않으면서 우는 소리를 해댔다. 헌데 정작 그의 겁먹은 목소리에 영향을 받은 사람은 바로 금표 였다. '으음. 저 놈 말대로 이번에는 왠지 마차가 빨리 달려오는 것 같다. 으음!' 그의 눈에는 마차가 자신에게만 달려드는 것처럼 보였다. "위험하다!" 마차가 오 장 앞까지 다가서자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앞선 시합에선 그 위치에서 마부가 마차를 세우려고 했지만 두 사람이 있는 곳보다 더 멀리 나갔었다. 또한 지금은 그때보다 마차의 속 도가 더 빨랐다. 그래서 사람들이 소리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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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1 편 -4 ★ 주민이 이겼다!

■ 무심결 제 1 장 1 편 뒷골목의 승부사 -4 ━━━━━━━━━━━━━━━━━━━━━━━━━━━━━━━━━━━


후다닥! 한 사람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서 달려나가고 이어서 마부의 고함소리와 말을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워워워......." 히히히힝...... "아악!" 담력이 약한 사람과 여인들은 고개를 돌리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것은 한 사람이 여전히 자리에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 은 오 장 앞에서 피했지만 다른 한 사람은 마차가 멈출 때까지 그 대로 있었다. 만약 두번째 시합처럼 마차가 멈춘다면 그의 목 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끼이익......! "휴우, 십년감수했네. 조금만 더 늦었어도......." 마부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들렸다. 그는 전력을 다해서 마차를 정지시켰고, 그 덕분에 누워 있는 사람의 코앞에서 멈출 수 있었 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직도 누워 있던 사람은 일어날 줄을 몰랐 다. 이때 두 사람이 앞으로 뛰어나오며 소리를 질렀다. "오빠!" "오빠! 정신차려! 오빠!" 짝! 짝! 그들은 소녀로 쓰러져 있는 사람의 빰을 때리며 깨웠다. "으음, 란이와 희야구나. 너희들이 여기는 웬일이냐? 으잉? 그 럼 내가 금대인과의 시합에서 이겼단 말이지? 그럼 황금으로 천이 백 냥이 생긴 거냐?" "그럼! 오빠가 이겼으니 당연히 우리 거지."


"와! 만세다. 이제 우리는 부자다!" 쓰러져 있던 사람은 바로 주민이었다. 그는 너무 겁을 먹어 정 신을 잃은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금표는 오 장 앞에서 몸을 날려 피했지만 그는 두 여동생이 깨울 때까지도 누워 있었 다. 어쨌든 분명히 승자는 그였다. "주민이 이겼다." "금대인이 주민에게 패했다." 난리가 났다. 주민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구경꾼들은 낙양이 떠 나갈 듯 함성을 질렀다. 낙양제일의 파락호가 암흑가의 부두목을 이긴 것이었다. 이것은 돈의 문제를 떠나서 엄청난 화젯거리가 되 었다. 하지만 거간꾼과 금표의 얼굴은 완전히 똥색이었다. 특히 금표 는 분을 삭히지 못해 온몸을 떨고 있었다. 그로서는 주민에게 패 한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정정당당하게 패한 것이 아니라 주민이 기절을 해서 생긴 결과라 더욱 억울했던 것이 다. '도저히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만약 내가 이대로 물러나면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는 다른 중대한 결심을 했는지 주민을 향해서 다가섰다. 이때 주민은 여동생들과 함께 거간꾼에게 받은 전표를 가지고 기뻐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게 바로 전표라는 거다. 이제는 어머님과 너희 둘은 아무 걱 정 하지 않아도 된다. 홍근이 놈과 란이 너의 결혼도 이 오래비가 낙양에서 제일 근사하게 시켜주마." 그는 금표가 다가서는 것도 보지 못하고 동생들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오빠!" 그의 바로 밑에 동생인 주란이 금표가 다가서는 것을 보고 불렀


다. "아, 금대인! 정말 죄송합니다. 혹시 제가 대인의 마음을 상하 게 했다면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너무 겁이 나서 그만 기절을 하고 말았나 봅니다. 감히 제가 어찌 실력으로 금대인을 이길 수가 있겠습니까?" 주민은 여전히 금표에게는 비굴하게 말했다. 금표는 그가 자신을 추켜세워주자 약간 화가 풀렸는지 낮은 목 소리로 말했다. "좋다. 네가 규칙을 어긴 것은 없으니 너의 승리를 인정한다. 하지만 너는 내가 이 상태로 물러난다면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 느냐?"

그는 고수답게 주민에게 강요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반문했다. "그거야 금대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겠지요. 허면 금대인 께서는 저와 다른 시합을 해보고 싶으신 겁니까?" 주민의 눈치는 빨랐다. 어린시절부터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그는 금표의 의도를 금방 알아차렸다. "그렇다. 상금도 배로 올리겠다. 물론 네가 거는 금액은 얼마가 되어도 상관없다. 한 냥을 걸든 만 냥을 걸든 그것은 너의 자유 다. 나는 내 자존심을 되찾고 싶을 따름이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지금 돈 같은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잘못하면 이번 한 번으로 흑열방의 차기 방주자리도 위태 로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제가 천 냥을 내고 이기면 이만 냥을 벌 수 있는 겁니 까?" 주민은 돈 얘기가 나오자 금방 관심을 표명했다. "그렇다. 이건 흑열방의 부방주직을 걸고서 약속하는 것이다. 또한 보복같은 것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금표는 사후보장까지 하면서 주민과의 재대결에 집착했다.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이 돈으로 여동생을 시집보내기로 했기 때문에 오백 냥만 걸도록 하겠습니다." 주민은 동의를 했다. "고맙네. 그럼 방법은 어떤 것이 좋을까? 그건 자네가 선택하 게." 금표는 주민이 동의를 하자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는 척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거리며 주민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건 금대인께서 마음대로 정하십시오. 저는 아무거나 다 좋습 니다." 드디어 주민은 금표의 수법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의 대답이 떨 어지기가 무섭게 금표는 못을 박아 버렸다. "아무거나 다 좋다? 그럼 내게 유리한 것도 무방한가?" "당연합니다. 지난번 대결도 사실은 금대인께 유리한 것이었습 니다." 주민은 금표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 다. "좋네. 그럼 나는 무공으로 대결할 것을 원하네." "예에! 무공으로요? 금대인 그건 원래 규칙에서 하지 않기로 정

하지 않았어요?"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막내인 주희였다. 그녀는 누구보다 주민 이 무공에 대해서 문외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반대를 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의미가 없었다. 분명히 주민이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민과 주란은 아무 멍하니 금표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주민은 빼도 신세가 되고 말았다. 만약 여기에서 금표의 제안을 면 흑열방 전체와 대결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다 말도 못하고 박도 못하는 거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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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1 편 -5 ★ 이거 생각보다 아픈데...?

■ 무심결 제 1 장 1 편 뒷골목의 승부사 -5 ━━━━━━━━━━━━━━━━━━━━━━━━━━━━━━━━━━━

"하하하! 너무 그렇게 겁먹지 마라. 나도 네가 무공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단 세 번만 공격을 하도록 하겠다. 그 동안 버티기만 한다면 네가 이긴 걸로 하겠 다." 금표는 마치 봐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 지가 않았다. 금표는 낙양에서도 알아주는 무공 고수로 주민과 같 은 건달들은 단 일 초도 견디기 어렵다. 잘못해서 호기라도 부리 게 된다면 크게 몸이 상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원래 저는 금대인께 꼭 이긴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이 없습니다. 다만 너그러이 봐주 시기 바랍니다." 그는 이미 졌다고 생각하는지 다소 힘이 빠진 듯이 말했다. 이어서 거간꾼이 구경꾼들을 향해서 두 사람의 합의사항을 말했


다. 그러자 사람들간의 의견이 분분했다. 주로 부호들은 좋아했고, 빈민층의 사람들은 부당한 대결이라고 항의했다. 하여튼 두 사람 간의 비무는 금방 준비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사람들간에 내기가 벌어졌다. 특히 이번과 같이 결과가 뻔한 비무에서는 이길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의 사람들이 돈을 걸었다. 그리고 그 중 단 세 사람만 제외하고는 모두 금표에게 걸었다. 세 사람은 주민의 두 여동생과 한 명의 노 인이었다. 그는 평범하게 생긴 문사차림의 노인으로 다섯 냥의 돈 을 걸었다. 주란과 주희도 오빠라 주민에게 걸긴 했지만 겨우 두 냥씩만 내놓았다. 두 여동생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들은 노인이 다섯 냥이란 제 법 큰돈을 건 것을 보고 입방아를 찧어댔다. "저 사람은 허우대는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제정신이 아닌 모양 이군. 아무리 삼 초식의 공격이라지만 무공고수와 삼류도 못되는 아이의 대결은 결과가 뻔한 것인데... 쯧쯧쯔......." "혹시 아나? 돈이 남아돌아서 특이한 것을 하고 싶어선지." 사람들이 남의 얘기를 하는 사이에 거리 중앙에는 커다란 원이 만들어지고 그 중간에 두 사람이 마주섰다. 이미 거간꾼은 비무시

작을 알린 상태였다. "솔직히 자네에게 미안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나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네." "그건 염려마십시오. 저도 이번 일을 계기로 무공을 배워볼 생 각입니다.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니 다행이군. 하지만 이것은 벽력장이란 것으 로 자네도 들어본 적이 있을 걸세. 정면으로 받게 되면 내상을 입 을지도 모르네. 조심하게. 이엽!" 금표는 자상하게 설명까지 하면서 공격준비를 했다. 헌데 웬일인지 주민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포기를 했다 하더라도 벽력장 같은 것에 정통으로 맞으면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모른다. 이런 때는 일단 피하고 봐야 한다. 펑! "크윽!" 쿵! 이미 늦어 버렸다. 금표는 인정사정없이 주민의 가슴을 가격해 버렸다. "쯧쯧, 단 한 방에 끝나 버렸군." "그러게 말이야. 내가 그랬잖아. 이건 이뤄질 수 없는 비무라 고." 사람들은 모두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주민은 한방에 무려 열 발자국 이상 나가떨어져 고개조 차 들지 못하고 있었다. 금표도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몸을 돌리고 있었다. 다만 주민의 두 여동생들이 전혀 움직이고 않고 그대로 있었고, 또한 벽력장을 정통으로 맞은 주민의 입에서 피가 흐르지 않았다. 내상을 입은 경우에는 반드시 입에서 피가 흐르게 마련이 다. "끄응! 이거 생각보다 더 아픈데? 이런 줄 알았으면 그냥 줄행 랑이라도 치는 건데." 주민의 목소리에 금표의 돌리던 몸은 그 자리에 멈춰섰다. 홱! '아니? 저 놈이 벽력장을 정통으로 맞고도 멀쩡하단 말인가? 이 건 믿을 수가 없는 일이다. 아무리 내가 팔 성의 공력밖에 사용하 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 정도이면 고수들이라 하더라도 내상을 입 을 수 있다.' 금표는 주민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래졌 다. 그는 즉시 두번째 공격을 준비했다. 헌데 그것은 조금 전의

동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오빠! 피해!" "위험해!" 오빠가 쓰러져도 별로 걱정하지 않던 동생들이 소리지를 정도로 금표의 공격은 심상찮았다. 우우웅....... 그의 내력이 모두 오른손으로 집중되었는지 소리가 커지더니 강 력한 힘이 반출되었다. 펑! 펑! 주민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피했지만 금표는 그것도 예상하고 두 번 연달아서 공격을 했다. 결국 첫번째 것은 피했지만 두번째 것 이 옆구리를 스치고 말았다. "으윽!" 이번에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상태는 처음보다 더 심했다. 옆구리에서는 즉시 피가 흘러내렸다. 사람들은 금표가 공격한 것이 어떤 무공인지 잘 몰랐다. 다만 처음 사용했던 벽력장보다는 더욱 날카롭고 위력적이라는 것만은 알 수가 있었다. 헌데 한 사람만은 금표의 무공에 대해서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는 주민의 여동생들과 함께 돈을 건 노인으로 금표를 호기심어 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후후, 암흑가의 인물이 사파의 절기인 귀결수(鬼決手)를 팔 성 의 경지까지 익혔다니 재미있군. 헌데 너무 느려. 저 아이는 신법 도 익히지 못했는데도 정통으로 맞추지를 못했다. 하지만 저 정도 만으로도 승부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지. 귀결수는 다른 무공과는 달리 장력이 회전을 일으키기 때문에 겉으로는 부상이 작은 것처 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심하지. 저 정도면 최소한 일주일 정도는 지나야 겨우 움직일 수 있을 거다.' 그는 금표의 무공 수위뿐만 아니라 주민의 상태에 대해서도 정 확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예외적인 상황을 간과했다. 무공 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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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결 제 1 장 1 편 뒷골목의 승부사 -6 ━━━━━━━━━━━━━━━━━━━━━━━━━━━━━━━━━━━

'아니? 저 상태에서도 일어서다니? 대단한 정신을 지닌 아이로 구나. 으음. 뒷골목의 건달로 썩기에는 아까운 아이로구나.' 노인의 말처럼 주민은 옆구리에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도 자리에 서 일어섰다. 비틀! 그는 하마터면 그냥 쓰러질 뻔했다. 내상을 입었는지 입에서는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리석은 놈. 죽음을 자초하는군. 원한다면 죽여줘야지.' 금표는 심혈을 기울여 공격한 두번째 공격마저 무산되자 얼굴에


살기를 보였다. 그는 더 이상 틈을 주지 않고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래도 귀결수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던지 내력을 십이 성까지 끌 어올렸다. 헌데 그가 막 내력을 발출하려는 찰라였다. "잠깐!" 주민이 손을 저어 금표의 공격을 중단시켰다. '우욱!' 금표는 혹시나 주민이 비무를 포기하려는 줄 알고 내력을 줄이 다 그만 기가 흐트러지고 말았다. '이... 이런 낭패가 있나? 내력이 잘 모이지 않는다.' 이것도 일종의 내상을 입은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금표는 채 내력이 반도 모아지지 않았다. '으음, 대단한 아이다. 물론 저 아이는 상대의 내력을 분산시키 려는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 저런 부상을 입고도 상대의 감정을 읽는다는 것은 보통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노인은 거듭 주민에게 감탄했다. "금대인, 이건 좀 심하지 않습니까? 나는 처음에는 그냥 져줄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아예 나를 죽일 작정입니까? 좋습니다. 그렇 다면 내게도 생각이 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이미 삶 에 의미를 잊어 버린 지 오래되었습니다. 대인께서 그렇게 막 나 오신다면 나도 가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약 이번에 내 숨통

을 완전히 끊어놓지 않는다면 오늘의 패자는 대인이 될 것입니 다." 주민은 이를 악물고 얘기했다. "과연 독종이군. 저런 부상을 입고도 물러서지 않다니." "그러니 낙양에서 성주는 건드려도 저 아이만은 건드리지 마라 는 소리가 있지 않은가?" 구경꾼들도 주민의 근성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저러다 큰일이라도 나면 어떡하나? 아무리 밉더라도 죽 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긴 한데. 누가 감히 금대인 앞을 막아설 수 있겠나?" 부호들도 주민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가장 난처해진 사람은 바로 금표였다. 그는 처음부터 부당한 비 무를 강요했으며 또한 지나치게 강한 무공을 사용했다. 그렇다고 공격을 멈출 수도 없었다. "좋다. 네놈이 그렇게 자신 있다면 한 번 더 이것을 받아봐라. 여업!" 그는 즉시 내력을 다시 끌어올렸다. "흥! 그렇게 큰소리만 치지 말고 제대로 공격해 보시오. 그렇게 느리게 공격을 해서야 어디 제대로 상대를 잡을 수가 있겠소?" 주민은 계속해서 약을 올렸다. "죽인다!" 금표는 쉽게 흥분했다. 평소에는 한 주먹감도 되지 않는 어린 아이에게 계속해서 모욕을 당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의 상태에서 그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자 신이 내상을 입었다는 것을 잊고 무리하게 내력을 끌어올리고 말 았다. '우욱! 움직일 수가 없다. 저... 저런 놈에게 당하다니?' 이제는 자신의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분한 마음을 참을 길이 없었으나 서둘러 결정을 내렸다. "좋다. 오늘의 승자는 네놈이다. 돈은 곧 네놈 집으로 보내질 것이다."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자신은 천천히 비무장을 떠났다. 그의 상태 에서는 그것도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볼 수가 없 지만 지금 그의 몸에는 땀이 비오듯 흐르고 있었다. "와! 주민이 무공으로 금대인을 이겼다."


"주민이 이겼다!" 낙양시내가 떠나갈 듯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크게 들렸다. "우욱!" 주민은 금표가 떠나자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오빠!" "오빠! 괜찮아?" 주란과 주희가 달려와 주민의 상태를 살폈다. "낄낄, 황금 만 냥이 덤으로 생겼는데 이 까짓 것이 문제냐? 이 제 란이 너뿐만 아니라 빈민가의 형제들도 당분간은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부상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다. 세 명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빈민가로 들어갈 때까지 돈으로 뭘 할 건지에 대해서 얘기했다. 주란과 주희도 두 냥의 돈으로 무려 육백 냥에 가까운 판돈을 땄기 때문에 그들은 일약 갑부가 되었 다. "아까운 아이로다. 조금만 더 일찍 무공을 익혔더라면 훌륭한 재목이 되었을 것을......." 주민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노인은 한참 동안 혼자말을 되 뇌었다. 그 역시 무려 천 냥에 가까운 거금을 판돈으로 챙겼다. 하지만 그는 돈을 번 기쁨보다는 주민이 무공을 배울 시기를 놓친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했다. 잠시 후 그도 사람들의 무리에 섞여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대로변에는 마차가 지나간 자국만 남긴 채 모두 떠나고 황량한 바람이 불어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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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1 편 -7 ★ 나같으면 밤새도록 하겠구먼!

■ 무심결 제 1 장 1 편 뒷골목의 승부사 -7 ━━━━━━━━━━━━━━━━━━━━━━━━━━━━━━━━━━━

주민은 부상을 당하고도 단 하루만 누워 있다가 다시 시내로 나 왔다. 그는 만 냥이라는 거금을 흑열방으로부터 받은 즉시 빈민가 전체에 나눠주었다. 그로서는 금표와 첫번째 대결에서 딴 천 냥과 동생들이 판돈으로 받은 천 이백 냥에 만족했다. 빈민촌에서는 그 것만 해도 부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돈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 하루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항상 하던 일을 했다. 아침에는 환갑잔칫집에 가서 거간꾼 노릇을 했고, 오후에는 결혼 식이 벌어지는 곳을 두 군데나 들러서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 다. 세 군데에서 술을 얻어마신 덕분에 그의 다리는 약간 풀릴 정 도로 취해 있었다. 하지만 먹이감을 놓칠 정도로 취하지는 않았 다. "후후, 저녁 시간이 되도록 손님들이 많은 걸 보니 먹을 게 있 는 모양이지?" 빈민가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시내의 중심가를 거쳐야 한다. 헌 데 그가 중심가의 끝부분에 이르렀을 때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 여 있는 곳이 보였다. 대부분 유흥가에서 한 잔을 마신 사람들로 모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분명히 삼 번이야. 삼번. 그렇지. 봐! 내가 맞았잖 아. 다섯 냥이니 열 냥을 줘야지. 자, 다시 돌려! 이 번에는 왕창 걸어 버려야지. 이봐, 혹시 돈이 없어서 못 주겠다는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


노름판이었다. 마작이나 골패가 아닌 그냥 탁자 위에 찻잔을 세 개 엎어놓고 그 속에 숨은 동전을 찾는 것이었다. 술에 취한 중년인이 수백 냥은 됨직한 돈을 들고 한꺼번에 중간 에 걸었다. 따라서 세 명이 같이 걸었다. 다른 두 개의 잔에는 한 사람씩만 갔다. "아이고, 손님 죄송합니다. 이번 판에는 운이 없으시군요. 그리 고 손님께는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기 스무 냥이 있습니다." 노름꾼은 백삽십 냥 정도를 먹고 스무 냥을 내주었다. 한 판에 백열 냥을 번 것이다. 물론 모든 판을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판돈이 작은 경우에는 져주고 많은 경우에는 따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손님의 입장에서는 이기는 횟수와 지는 횟수는 거의 비슷 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판 은 속임수이다. "에잇! 오늘은 끗발이 괜찮았는데......."

빈털터리가 된 취객은 아쉬워하면서 사라졌다. 싸싸싸싹....... "자, 푼돈을 목돈으로 만드는 신비의 놀이. 열 냥이면 스무 냥, 백 냥이면 순식간에 이백 냥으로 불려지는 요술같은 놀이가 있습 니다. 자, 거세요. 걸어." 노름꾼은 동전을 찻잔에 집어넣고는 정신없이 탁자 위해서 돌렸 다. '후후, 이번 판에는 져주겠다는 심보로군. 하긴 한꺼번에 백 냥 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서 큰 돈을 걸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세상의 일이란 항상 예외란 것이 있기 때문에 재미가 있는 거지.' 주민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 속을 뚫고 들어갔다. 탁! 탁! 예상대로 이번 판에는 두 사람밖에 걸지 않았다. 그리고 판돈도 겨우 다섯 냥씩밖에 안됐다. 그래서 노름꾼은 아예 찻잔에서 손을


떼고 있었다. 이번 판에는 눈속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였다. 이때 주민이 다가서며 중간의 찾잔 앞에 금화로 무려 백 냥의 올 려놓았다. 탁! "황금으로 백 냥이오." 그것은 동생들이 그에게 준 비상금이었다. 그것을 그는 모두 걸 어버렸다. 순식간에 노름판 주위는 긴장감이 나돌았다. 무려 스무 개의 눈 들이 주민에게 집중되었다. 그 중에는 적의로 가득한 눈빛도 있었 다. "소... 손님! 혹시 실수로 너무 많은 돈을 거신 건 아니십니 까?" 노름꾼의 감정이 표정에 그대로 나타났다. 그는 주민이 접근하 는 것을 보는 순간 돈을 걸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 게 많은 돈을 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왜? 돈이 없으시오? 아니면 당신이 한 말이 거짓이었소?" 주민은 다소 거칠게 말했다. "이것 보시오. 주인장. 어서 패나 떼시오." "아니지. 이번에는 우리가 직접 합시다." "그것도 좋지. 아니? 혀... 형씨 당신이 걸렸소." "와! 무려 황금으로 이백 냥이오."

노름꾼이 말릴 틈도 없이 다른 사람들이 찾잔을 들춰 확인해버 렸다. 이제는 더 이상 조작할 기회도 없었다. "자, 그럼 주실까요?" 주민은 자신의 돈을 먼저 갈무리한 다음에 노름꾼에게 손을 내 밀었다.


노름꾼은 머뭇거리다 손님들 틈에 숨어 있는 두 사람을 쳐다보 았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때야 품속에서 전표를 꺼내서 주민에게 건네주었다. "손님, 축하드립니다. 오늘 운이 따르시나 봅니다. 이번에는 좀 더 큰 판을 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노름꾼은 주민에게 계속해서 할 것을 종용했다. 그렇게 해서 만 회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주민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이 실수였다. 만약 그들이 사전에 주민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그가 노름판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을 것이다. "미안하오. 내가 오늘 일진이 좋은 것만은 사실이지만 이제 그 만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서. 오늘 고마웠소. 이것은 나중에 갈 때 술이나 한 잔 하시오." 그는 노름꾼에게 금화 한 냥을 던져주며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 버렸다. "대단한 친구로군. 황금 이백 냥을 따고도 그냥 사라지다 니....... 나같으면 밤새도록 하겠구만." "나는 언제나 한 번 저런 거금을 만져보나." 사실 이런 곳에서 도박을 하는 사람은 결코 돈이 많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 있는 돈을 끌어모아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가 대부 분이다. 그러니 그냥 이백 냥도 아니고 그 열 배인 황금 이백 냥 을 한 판에 따가는 사람이 어찌 부럽지 않겠는가? "오늘의 판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오늘 못다한 것은 내일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름꾼은 서둘러 판을 정리해 버렸다. 그는 사람들이 불평할 틈 도 주지 않고 물품들을 보자기에 싸서 주민이 사라진 쪽으로 달려 갔다. 그가 달려가자 사람들 속에 있던 두 명도 같이 따랐다. 아 마 같은 패거리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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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1 편 -8 ★ 도둑놈치고는 대담하군!

■ 무심결 제 1 장 1 편 뒷골목의 승부사 -8 ━━━━━━━━━━━━━━━━━━━━━━━━━━━━━━━━━━━

주민은 채 오십 장도 가지 않아서 세 사람에 의해서 막히고 말 았다. 그들은 모두 어디서 구했는지 몽둥이를 하나씩 들고서 주민 을 기다리고 있었다. "호오? 이게 누구신가? 내게 무려 황금을 이백 냥이나 적선하신 분들이 아니신가? 헌데 이번에는 한꺼번에 세 분이 나타나신 걸 보면 더 많이 적선하실 모양이지?" 주민은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넉살을 떨었다. 상대가 그 말을 듣고 가만 있지 않았다. "크크크, 네놈이 감히 우리 돈을 이천 냥이나 처먹고 무사할 줄 알았더냐?" 주민에게 돈을 바친 노름꾼이 나서며 말했다. 그는 자신의 피해 를 크게 나타내기 위해서 이천 냥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동전으로 계산한 것이었다. "그러면 나를 없애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하하하! 가소로운 놈 들. 그렇게 하고 싶으면 네놈들 뜻대로 해라. 하지만 그 전에 금 대인에게 가서 한 번 물어보고 와서 나를 쳤으면 한다. 만약 그


분이 나를 쳐도 된다고 하면 그렇게 해라. 아마 그것이 너희들의 신상을 위해서 좋을 것이다." 주민은 갑자기 금표를 거론했다. "금대인?" "그럼 흑열방의 부방주이신 그 금대인을 말하는 거냐?" 갑자기 노름꾼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들은 그 순간 주민의 정 체를 눈치챘다. '후후, 예상대로군. 낙양시내에서 도박판을 벌일려면 흑열방패 거리가 아니고는 불가능하지.' 금표는 이미 자신의 입으로 주민에게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했 기 때문에 만약 흑열방의 인물들이 그를 해하기라도 한다면 모든 욕은 혼자서 덮어써야 하는 것이다. 노름꾼들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갑자기 태도가 바뀐 것이다. 또한 금표를 골탕먹일 정도의 인간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어떤 피해를 입을지를 모르기 때문에 망설였던 것이다.

주민은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좋아. 너희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반은 내가 양보하지. 나머지 는 며칠만 노력하면 보충할 수 있을 거다." 그는 품속에서 백 냥짜리 전표를 하나 꺼내 그들에게 건네주었 다. "고... 고맙습니다." 노름꾼은 얼른 받아 챙겼다. 사실 그들도 흑열방의 돈으로 장사 를 하기 때문에 만약 이백 냥 전체를 다 잃게 되면 상급자로부터 혼쭐이 나기 때문에 사생결단을 낼 생각으로 주민을 막아섰던 것 이다. 헌데 그가 바로 자신들이 가장 겁내는 금표를 골탕먹인 장 본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앞이 캄캄했었다. 그러니 주민이 건넨 황금 백 냥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겠는가? "가자!"


후다다닥.......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다. 혹시나 주민의 마음이 변 해서 돌려달라면 그들로서도 별수 없기 때문이다. "후후, 하긴 저 치들에게 돈을 뜯는다는 것은 양심에 좀 찔리 지." 그는 노름꾼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혼자말을 했다. 이때 그의 등 뒤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양심에 찔리지 않는 돈을 벌어볼 생각은 없나?" 홱! 주민의 뒤에는 전신을 검은 천으로 둘러싼 복면인이 서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주민이 노름꾼들과 얘기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 하지만 주민은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황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상대를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 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복면인이었다. '후후, 웃기는 놈이군. 도둑놈 주제에 감히 나를 당황하게 만드 다니. 하지만 네놈이 아무리 날뛰어봤자 도둑에 불과하지.' 그는 속으로 주민을 비웃으며 자기가 먼저 말했다. "하하하, 과연 낙양제일의 밤손님답게 쉽게 놀라지는 않는군. 그렇지 않소? 야래향!"

"으음!" 야래향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주민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왔다. 이미 그의 표정은 복면인의 입에서 밤손님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오 는 순간 굳어졌다.


'저 자는 지금 나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다. 다행히 나에게 나 쁜 뜻은 없는 듯하다. 후후, 그렇다면 괜히 내가 흥분할 필요는 없겠지?' 역시 주민의 담력과 냉철함은 타고난 것이었다. 그는 금방 표정 을 숨기고 미소를 지었다. "후후, 보아하니 나보다는 밤을 더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내가 낙양제일이라면 그쪽은 혹시 중원제일의 밤손님 아니시오?" 그것은 복면인의 복장을 빗대어 한 말이었다.

<야래향(夜來香)>

밤에 찾아오는 향기. 이름만으로는 아주 좋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것은 꽃이나 여 인네들이 좋아하는 향수의 이름이 아니다. 낙양 빈민들은 좋아하 지만 부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부호들은 이 이 름만 들어도 며칠은 밤잠을 설친다. 돈이 될 만한 것은 모두 은밀 한 곳에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물건들이 안전한 것 은 아니다. 한 번 그에게 찍히게 되면 물건을 여자의 은밀한 곳에 숨겨놓아도 발각되고 만다. 지금까지 무려 오백여 건의 도난 사건 이 있었지만 정체는 고사하고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헌데 복면인의 입에서 야래향이라는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주민은 굳이 변명하지도 않았다. '도둑놈치고는 대담하군. 자신의 정체가 드러났는데도 놀라기는 커녕 오히려 나를 농락하고 있다. 이런 놈과는 오래 얘기하는 것 은 별로 도움되지 않지. 어쨌든 한 번만 이용하면 그만이니까.' 복면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후후, 좋소. 서로가 신경전은 그만 펼치고 용건만 말하겠소. 나는 당신이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돈을 매우 좋아한다고


들었소. 그래서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하오. 생각이 있으시오?" 그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큰돈이라! 좋지. 세상에 돈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겠소? 많으

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바로 돈이란 놈이 아니겠소? 헌데 그대가 말하는 큰돈이란 얼마요?" 주민 역시 주저없이 말했다. "황금 이만 냥!" "이만 냥?" 주민은 놀라기에 앞서 의문을 가졌다. '황금으로 이만 금액이다. 무슨 야래향이라고는 뭔가 구린 데가

냥이라면 살수조직 하나를 통째로 부릴 수 있는 일이기에 그런 거금을 내거는 걸까? 내가 아무리 하지만 나는 무공도 모르는 좀도둑에 불과하다. 있는 청부로군.'

"무슨 일이오?" 주민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물었다. '후후, 재미있는 놈이로군. 황금 이만 냥을 청부금으로 내거는 데도 전혀 놀라지 않다니? 왠지 이 놈이면 성공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 생각과는 달리 복면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내 소관 밖의 일이오. 생각 있으면 지금 즉시 대원각으로 가서 대원각의 이름으로 예약된 방으로 들어가 보시오.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거요. 그럼......." 복면인은 주민이 이미 청부를 맡기로 했다는 것을 느꼈는지 바 로 사라져 버렸다. "내가 돈벌레로 보이는 모양이지? 하긴 황금으로 이만 냥이라면 목숨이라도 내맡겨야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빈민촌의 겨울 준비를


위해서 돈이 필요했는데 잘됐군. 헌데 도대체 저 자가 나의 정체 를 어떻게 알았을까? 그래, 골치아픈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 고 오랜만에 홍근이 놈을 만나러 가볼까? 이 놈을 오늘은 요절을 내야겠어. 란이를 데려가겠다고 한 지가 벌써 삼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야. 만약 올해 안으로도 혼례를 올리지 않으 면 다시는 집 근처에는 얼씬거리지 못하게 만들어버릴 테다." 그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다시 방향을 돌려서 시내 쪽으로 향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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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2 편 황금 십만 냥의 청부

■ 무심결 제 1 장 2 편 황금 십만 냥의 청부 ━━━━━━━━━━━━━━━━━━━━━━━━━━━━━━━━━━━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여흥(餘興), 즉 즐기는 것은 필요하고도 중요한 것이다.

<일하는 것 모두가 먹고 즐기기 위한 것이다>


이 말처럼 가능하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사는 것이 좋고 그러기 위해서 갖가지 놀이문화가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놀이문화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글씨를 쓰거나 책을 읽는 것과 같은 고상한 것 에서부터 남녀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놀이문화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술을 마시며 즐기는 것이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남녀가 같이 술이라는 도구를 통 해서 평소에는 쉽게 하지 못했던 일들을 얘기하게 되고, 또한 그 동안 맺혔던 사연들을 풀기도 한다. 하지만 간혹 술문화가 지나치 게 만연되어 사회를 혼탁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사람에 따 라서는 술에 빠져서 가산을 탕진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술문화의 특징은 술과 여인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 이다. 남성중심의 중원사회에서는 여인은 남성의 소유물에 불과해 술과 더불어 남성의 노리개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모 습은 주루에 가면 가장 쉽게 볼 수 있다. 남성은 화려한 옷에 온 몸을 돈으로 치장하고 여인네들은 그들에게서 돈을 뜯어내기 위해 서 웃음과 노래, 심지어는 몸까지도 과감하게 던져 봉사한다. 그 매개가 되는 것이 바로 술이다.

<대원각(大原閣)>

낙양시내의 한 복판에 자리해 있는 삼 층 건물. 낙양제일을 넘 어 중원제일을 다툴 정도로 웅장한 외관과 화려한 내부시설을 갖 춘 주루이다. 하루 저녁에 최소한 황금으로 오백 냥은 있어야만 손님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원에서 이 정도의 시 설과 미녀들을 갖춘 곳은 결코 다섯 손가락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자연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특별할 수밖에 없다. 고위관 료, 상인, 황실의 인척, 대문파의 책임자들이 이곳의 주 고객층이 다.

오늘도 대원각 앞은 손님들이 타고온 고급 마차들로 행인들이


불편을 겪을 정도로 붐볐다. 마부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주인들의 험담을 하면서 얘기꽃을 피우고, 점원들은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이대인,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춘화가 대인을 기다리느라 눈이 다 빠졌다고 합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허허허! 그래? 내가 그 동안 일이 좀 바빠서 뜸했지. 안내하거 라." "예! 대인" 점원들은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얘기들을 하면서 안내했다. "어서 옵쇼. 저희 대원각을 찾아주셔서 감... 아이고!" 헌데 점원 중에 한 명이 정신없이 손님에게 인사를 하다가 그만 우는 소리를 했다. 손님이 그가 머리를 숙이는 사이에 꿀밤을 주 었기 때문이다. "이 놈아, 형님이 몸소 네놈을 찾아야 하냐? 그 정도로 네놈이 대단하냐?" 그건 주민의 목소리였다. 그렇다면 점원은 바로 그가 말한 홍근 이란 친구일 것이다. "에이, 재수없어. 하필이면 내가 고개를 드는 순간에 문이 열릴 게 뭐람? 헌데 오늘따라 왜 이리 손님은 없고 똥파리들이 설치 지?" 점원은 아예 주민은 못 본 척하며 능청을 떨었다. 행동으로 봐 서는 그도 주민 못지않게 입담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일회전에 불과했다. 주민은 홍근의 행동을 예상 이나 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좋다. 이 똥파리는 돌아가겠다. 하지만 네놈은 다시는 이 똥파 리의 집 근처에는 얼씬거리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내 동생이 예 쁘다 하더라도 원래 사람과 똥파리는 어울리지 않는 법이니까." 즉시 반응이 나타났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낙양제일의 의리파이시며 중원제일 의 미인인 주란씨의 오라버니이신 주민 형님이 아니십니까? 불초


소생이 형님을 찾아뵈어야 하나 다소 쪼깐 바쁜 관계로 직접 왕림 하시게 해서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지상 최대의 미인들이 형님을 모실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곳 으로 말... 아이고! 아까 맞은 데 또 맞았다." 홍근은 주민의 앞을 가로막고 온갖 미사여구로 칭송했지만 돌아 오는 것은 꿀밤뿐이었다.

"네놈의 정성을 봐서는 일단 이 정도로 해 두겠다. 하지만 오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이번달로 네놈이 란이를 데려 가겠다고 장담한 지가 만 삼 년이 지났다. 나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 만약 내가 손님을 만나고 나올 동안에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할 시에는 다음 달 내로 란이를 다른 놈에게 넘겨 버릴 것 이다. 이것은 이 주민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는 바이다. 새겨들어 라." 주민은 일방적으로 말하고는 안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헌데 이번에도 그는 홍근에 의해서 막혔다. "정말로 손님 만나러 왔어?" 딱! "네놈은 속고만 살았냐? 내가 언제 헛소리 하는 걸 들어본 적 있냐?" 이번에는 홍근도 전혀 아픈 기색이 없었다. "지금도 듣고 있잖아? 형 주제에 대원각에서 손님과 약속이 있 다는 말을 하면 누가 믿겠어?" 두 사람은 한 살 차이로 홍근이 주민을 형으로 부르고 있다. 하 지만 그것은 어릴 적부터 익숙해진 호칭이고 지금은 그냥 친구처 럼 지내고 있다. "그래? 그렇다면 한 가지만 그냥 물어보자. 대원각의 객실을 하 룻밤에 사용하는데 얼마냐?" 주민은 전술을 바꾸어 차분하게 말했다.


"아마 형이 평생을 벌어도 만지지 못할 정도는 될걸?" "후후, 그럼 네놈이 나를 돌려보내고 대신 물어주면 되겠군. 세 상에는 자신의 손님을 내치는 주루에서 돈을 내는 미친 놈은 없을 테니까? 잘 있거라." 이것으로 주민은 벌써 두 번이나 발걸음을 돌리는 셈이다. "자... 잠깐! 형, 그럼 정말로 약속이 있어서 왔단 말이야? 누 구를 만나는 건데? 무엇 때문에? 혹시 나도 아는 사람이야?" 홍근은 금방 태도를 바꿔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물었다. "미친 놈. 나도 모르는 놈이다. 그런데 네가 알 수 있겠냐? 미 친 소리 하지 말고 대원각의 이름으로 방을 빌린 놈에게 안내해 라." 주민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대원각? 그곳은 특실로 하룻밤 빌리는 데만 해도 황금으로 천 냥인데?"

"에잉? 그게 정말이냐? 그 정도란 말이야? 후후, 제법 기대가 되는데?" 주민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그의 눈은 먹이를 눈 앞에 둔 새끼 사자의 것과 같았다. "따라와! 대신 안으로 들어가서 지난번처럼 사고치지 마. 지난 번 건 때문에 아직도 루주가 나를 좋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단 말 이야." 홍근은 주민을 안으로 안내하면서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마 이 곳에서도 주민이 말썽을 일으킨 모양이다. '미친 놈들! 지금도 하룻밤에 수십 명씩 굶어죽어가고 있는데 이런 곳에서 수백, 수천 냥을 탕진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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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2 편 -2 ★ 역시 장주님이 최고예요!

■ 무심결 제 1 장 2 편 황금 십만 냥의 청부 -2 ━━━━━━━━━━━━━━━━━━━━━━━━━━━━━━━━━━━

주민은 안으로 들어서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주루 안의 풍경이 그의 감정을 자극한 모양이다. 화려한 불빛과 삐까번쩍한 실내장식 그리고 그 안에서 온갖 음 탕한 짓을 다 벌이고 있는 인간들. 자신의 부와 지위를 한낱 무희 와 창부들에게 뽑내면서 대리만족을 찾는 불쌍한 인간들이 모여 있었다. 대원각은 삼 층 건물로 일, 이 층은 주루로 사용하고 삼 층은 객실이다. 일 층 주루에는 중간에 제법 넓은 무대가 만들어져 있 다. 그곳에는 지금도 십여 명의 무희들이 자극적인 춤을 추면서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무대는 높은 곳에서도 볼 수 있게 만들 어져 있어 삼 층 취객들의 숨 넘어가는 소리도 들린다. 게다가 건 물이 워낙 크고 넓어서 무대가 주루의 중앙을 차지하고도 오백 석 에 가까운 자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 이곳의 좌석들은 다른 주루와는 달리 아늑하고 넓어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그런데도 전 혀 좁아 보이지 않았다. "하하하! 귀여운 것들. 그래! 그래! 하나만 더 벗으면 백 냥씩 주마. 그렇지. 아주 좋구나. 하하하! 옛다, 백 냥이다." "고마워요. 역시 장주님이 최고예요."


"쪼옥! 호호호! 고마워요. 다음 번에도 언제든지 시켜만 주세 요." 주민은 주루의 중간을 지나면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것 은 그의 시선 정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 때문이었다. 그곳에는 한 명의 중늙은이가 세 명의 미녀들을 옆에 끼고서 장난 치고 있 었다. 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희들의 춤을 보고서 자극을 받은 오십대의 중늙은이가 돈으로 미녀들의 옷을 벗기는 놀이를 막 끝 내고 있었다. 미녀들은 한 번에 백 냥이라는 거금을 받고서 홀딱 벗기를 한 것이었다. 여인들은 옷을 입으면서도 중늙은이를 흥분 시키려는 듯 자극적인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흐흐흐, 부귀장주 하원! 지난번 금고가 다 털리고도 정신을 못 차렸군. 그렇다면 좋지. 이번에는 아예 나다니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마.'

<부귀장주(富貴莊主) 하원(河元)>

이름대로 있는 것은 돈뿐이라고 할 정도로 재산이 많은 낙양제 일의 부호이다. 토지는 물론이고 현찰과 보석에 이르기까지 십대 를 내리 탕진해도 재산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막대한 부를 누리고 있는 사람이다. 물론 그도 조상으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것이다. 그러니 자연 어린시절부터 호화방탕한 생활에 빠져들었고, 하루라 도 술과 여인이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반면에 자신의 부하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가혹하기가 이 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악질적인 인물로 소문나 있다. 조상 대대 로 빈민구제에 단 한 푼의 돈도 기부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부 귀장의 가솔들은 하루에 두 끼밖에 주지 않으면서도 매일 새벽부 터 한밤중까지 일을 시킨다. 만약 자신의 명령을 어기는 사람은 그 즉시 태형은 물론이고 쫓겨나게 된다. 그래서 부귀장의 주위에 는 다른 곳에 비해서 의원과 장의사가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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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2 편 -3 ★ 이 놈이 죽으려고 환장했나?

■ 무심결 제 1 장 2 편 황금 십만 냥의 청부 -3 ━━━━━━━━━━━━━━━━━━━━━━━━━━━━━━━━━━━

주민이 야래향으로서 가장 먼저 그것도 두 번씩이나 부귀장을 택했던 것도 그의 행포가 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릇은 남주기 가 어렵다는 말처럼 그의 행실은 여전했다. "형! 제발 저 치만은 건드리지 마. 잘못하면 대원각 전체가 어 려움에 빠질지도 몰라." 홍근은 주민의 시선 방향을 보면서 걱정되었던지 팔을 잡고서 매달렸다. 하지만 그도 자신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 든지 금방 포기했다. 대원각의 자랑하는 것 중에 하나는 음식이다. 맛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수백 가지의 요리가 밤새도록 끊이지 않는다. 손님들이 채 다 먹기도 전에 새로운 음식이 나온다. 그래서 항상 신선한 느 낌을 주어 밤새도록 먹어도 음식에 질리지 않는다. 그러니 자연 바쁜 것은 점원과 주방이었다. 지금도 점원들은 주루의 구석구석 을 누비며 음식 나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주민이 하원의 탁자로 다가갔을 때도 두 명의 점원 이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점원들은 보통 한 번 나를 때 수십 가 지의 음식을 나르게 된다. 종류가 워낙 많고 여러 차례 나눠서 나 르게 되면 음식이 식게 되어 맛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바로 담고 민을

간혹 음식에 가려 앞을 볼 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 지금이 그때였다. 주민의 앞을 지나던 점원이 쟁반에 음식을 가득 하원의 탁자로 나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쟁반에 가려 주 보지 못했다.

탁! 작은 마찰음이 들리면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어... 어어!" 와장창....... 주민의 발에 걸린 점원은 그대로 음식을 안은 채 하원의 정면으 로 넘어지고 말았다. 졸지에 하원은 전신에 음식 세례를 받고 엉 망이 되고 말았다. 옆에 있던 여인네들은 자신들의 몸은 생각도 않고 하원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도대체 어디다 정신을 팔고 다니는 거야? 이 분이 누군지 몰라 서 이런 실수를 하는 거야?" "이 일을 어떡해?"

하지만 하원은 이미 이성을 잃어버렸다. "아... 아니? 이 놈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그는 옆이 있던 검을 집어들고는 점원을 찌르려고 했다. 이때 그를 말린 사람이 바로 주민이었다. "장주, 고정하셔야 합니다. 장주님은 저런 무지한 놈들과는 상 대하셔서는 안 될 분입니다. 괜히 품위만 손상당하십니다. 지금 주루에는 수백 명의 시선이 있습니다. 저들은 지금 모두 고매하신 장주님께서 실수하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보 는 순간 그것을 안주삼아 장주님을 험담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낙양제일의 저명인사이자 예절과 품위를 생활철학으로 삼고 계시 는 장주님께서 장안의 무지한 인간들의 입에 거론된다는 자체를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저들에게 장주님 의 인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 다. 이것이 제가 감히 나선 이유입니다. 용서하십시오."


주민은 하원이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떠벌렸다. 헌데 처음에는 불쾌하게 생각하던 하원이 자신에 대해서 온갖 미사여구로 추켜세 우자 점점 주민에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금방 다시 이성을 찾았 다. 지금 그는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보면서 주민의 주문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하하하, 자네가 아니었더라면 내가 정말로 실수를 할 뻔했군. 자, 나보다 네가 더 놀란 것 같구나. 가서 루주에게 아무 걱정 하 지 말라고 하고, 이것은 네게 주는 위로금이니 잘 챙겨서 부모님 들께 효도하도록 해라. 허허허! 그래, 네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구나." 하원은 표정을 바꿔 금화 백 냥의 거금을 점원에게 주면서 억지 웃음을 지었다. 순간 주민은 그의 소매 사이로 들어가는 주머니를 보았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그 속에는 엄청난 액수의 전표가 들어 있었다. 주민은 괴이한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손에 쥐었다. "가... 감사합니다. 장주어른! 정말로 감사합니다." 점원이 물러나자 하원은 주민과 함께 옆좌석으로 옮겨서 얘기를 나누었다. "하하하, 오랜만에 뜻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서 기쁘군. 그래 자 네는 무슨 일을 하는가?" 하원은 주민이 마음에 들었던지 미녀들도 물리치고 단 둘이서 자리를 마련했다. 두 사람은 벌써 여런 잔의 술을 마시며 얘기를 했다. 물론 하원이 마신 술에는 주민의 손에 든 약병의 가루가 뿌 려졌다. "예! 저도 평소 존경하던 장주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낙양을 위시해서 대도시를 대상으로 중개업을 하고 있습니다. 고 객들이 원하시는 것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드리는 일을 하고 있 습니다."

"중개업이라? 원하는 물건을 공급해 준다? 대충 감이 오는군. 그런 일이라면 나와도 자주 만나야겠는걸? 자네와 같은 젊은이라 면 수시로 내 집을 출입해도 좋으이."


하원은 주민의 의도대로 그를 골동품을 밀매하는 거간꾼이라고 판단했다. "장주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소생이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럼 결례를 무릅쓰고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만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주민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인사를 했다. "왜? 약속이라도 있나? 아! 내 정신보게. 자네가 나를 만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었지. 미안하이." "아... 아닙니다. 저도 웬만한 일이면 장주님과 밤을 새면서 담 소를 나누고 싶지만 저도 함부로 연기할 수 없는 약속이 라......." 주민은 하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누구를 만나길래 자네가 그렇게 조심하는가? 혹시 내가 알기라 도 하면 안되는 일인가?" "다른 건 곤란하고 특실 대원각에서 머무는 분이라고만 말씀드 리겠습니다." "대원각! 그곳은 일 년에도 두세 번밖에 손님이 들지 않는 곳인 데?" 하원은 대원각이라는 말에 더욱 주민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사 실은 그도 그곳에서 아직까지 한 번밖에 지내지 않았다. 아무리 부호라 하지만 낙양에 거처를 둔 사람이 숙박비를 비롯한 하룻밤 경비가 황금으로 천 냥이나 드는 곳을 자주 드나들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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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2 편 -4 ★ 적어도 만냥은 되겠군!

■ 무심결 제 1 장 2 편 황금 십만 냥의 청부 -4 ━━━━━━━━━━━━━━━━━━━━━━━━━━━━━━━━━━━

주민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하원에게 인사를 하고는 돌아섰다. 헌데 그는 다시 몸을 돌려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이런 말씀은 드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만......." 그는 여운을 남기며 하원의 눈치를 봤다. 하원은 혹시나 자신의 궁금증을 풀어줄 말이라도 할 줄 알고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 무슨 말이든 다 하게. 자네의 말이라면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저 는 중개업 말고도 하나의 직업이 또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사람의 관상을 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중원의 고관대작의 집안 치고 제가 본 관상과 다른 운명의 길을 간 집안은 없습니다. 그래 서 말씀입니다만 장주께서는 당분간 술과 여자를 조심하셔야겠습 니다. 얼굴에 붉은 선이 짙은 것이 별로 좋지가 않습니다. 혹시 지금 옆구리 쪽과 왼쪽 머리가 당기지 않습니까?" 주민은 구체적인 증세까지 설명하면서 하원을 요리했다. "아니?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아는가? 조금 전부터 이상하게도 옆 구리가 쑤시고, 왼쪽머리가 당기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가 않네." 하원은 그것이 주민의 농간인 줄도 모르고 더욱 신뢰하게 되었 다. 그의 몸에 나타난 증세는 주민이 술에 탄 약의 기운이 퍼지면 서 생긴 것이었다.


이때 하원의 모든 신경이 한 곳으로만 집중되어 있었다. 원래 하원과 같은 인간들은 자신의 건강에 민감한 법이다. 그래서 몸에 좋다는 것이면 지렁이같은 혐오식품도 생으로 먹곤 한다. 주민도 그것을 노린 것이었다. 하원은 주민에게 매달렸다. 몸에 이상이 있는 줄 알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였다. 쓰쓱!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몸은 주민과 너무 밀착되어 있었다. 그가 다가서는 순간 주민의 손이 그의 소매 사이로 스며들었다. 번개처 럼 빨랐다. 가까이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홍근조차도 주민의 손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는 주민은 능청을 떨었다.

"저는 원래 어린시절부터 남다른 예지능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얘기는 다음에 드리고 하여튼 장주께서는 당분간 집에서 근 신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지금 상태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그 점 명심하십시오." 주민은 이번에는 정말로 하원과 헤어졌다. 이번에는 하원이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 냉정하게 떠나 버린 것 이다. "이... 이 사람아, 좀더 상세히 말을 해야지.... 아이고 안되겠 다. 이제 나도 집으로 가봐야겠다." 하원은 갑자기 불안했던지 미녀들의 손을 뿌리치고 황급히 주루 를 떠났다. "에잉? 이러다 형 덕분에 이 짓도 얼마 못할 것 같군." 홍근은 계단을 올라가면서 투덜거렸다. 이미 그는 하원의 행동 을 보면서 주민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쓰윽! 주민은 홍근의 불평에도 아랑곳않고 하원에게서 슬쩍한 주머니 를 건네주었다. "이건 또 뭐요? 아... 아니? 이렇게 많은 돈을...... 적어도 만


냥은 되겠군. 그것도 황금으로......." 홍근은 주머니를 열어보고는 입을 벌였다. "만 냥! 그렇게 많이 들었더냐? 죽일 놈! 식솔들은 하루에 두 끼도 제대로 먹이지 않으면서 지놈은 만 냥이나 가지고 다녀? 다 음에 걸리면 기둥뿌리를 뽑아 버려야겠군." 주민은 놀라기보다는 오히려 하원의 행태에 대해서 분노했다. "그건 네놈이 알아서 처리해라. 겨울 준비를 위해서는 꽤 필요 할 것이다." 두 사람은 평소 빈민가의 구호사업을 같이 해왔다. 주로 자금은 주민이 조달하고 일은 홍근이 해왔다. 그래서 하원에게 슬쩍한 돈 도 빈민촌의 겨울 준비에 사용할 모양이다. 빈민촌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생기는 시기는 겨울이다. 먹을 것은 물론이고 난방과 환 자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황금으로 만 냥이 면 상당히 큰 돈이지만 수만 명이나 되는 빈민들이 겨울을 나기에 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지 않아도 겨울 준비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잘됐군. 헌 데 오늘 만나는 사람과도 거래를 하는 거야? 얼마짜리야?" 홍근에게는 한 가지 버릇이 있었다. 자신이 기분이 좋으면 한꺼 번에 여러 가지를 질문하는 버릇이다. 그는 주민이 혹시 큰 건이 라도 잡은 줄 알고 물은 것이다.

"이거다!" 주민은 귀찮은 듯이 그냥 손가락을 하나 들어 보여주었다. "천 냥?"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만 냥? 그건 아니겠지. 지금까지 형이 한 거래라고는 이, 삼백 냥이 고작이었잖아? 정말이야? 그럼 정말 만 냥짜리 거래를 한단 말이야?" 홍근은 주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만 냥짜리 거래인 줄 알았


다. 헌데 이번에도 주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황금 이만 냥!" 주춤! 홍근은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뭐... 뭐라고? 이만 냥! 그것도 황금으로? 형은 지금 누굴 바 보로 아는 거야?... 그... 그럼 정말이란 말이야? 난 못 믿어. 믿 을 수가 없어. 아닐 거야? 형, 지금 나를 놀리는 거지? 어느 미친 놈이 도둑... 아니 형에게 그런 거금을 내걸고 청부를 하겠어?" 홍근은 떠들어댔지만 주민은 상대도 해주지 않고 삼 층으로 올 라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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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2 편 -5 ★ 당신이 돌아가는 것은 자유요!

■ 무심결 제 1 장 2 편 황금 십만 냥의 청부 -5 ━━━━━━━━━━━━━━━━━━━━━━━━━━━━━━━━━━━

대원각이 중원에서 유명한 이유 중에 또 하나가 호화로운 객실 때문이다. 바닥은 화려한 천축의 융단으로 깔았고, 실내장식은 남 만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영목(靈木)으로 만들었다. 통로에는 하


나에 수백 냥이나 하는 그림과 골동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위축시켰다. 똑! 똑! 홍근은 붉은색으로 대원각이라고 써있는 곳에 멈춰서서 문을 두 드렸다. 하지만 안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물론 홍근은 주루의 입구에서 손님이 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올라왔다. 그는 뒤에 서 있는 주민의 얼굴을 보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 약속하신 분이 오셨습니다." 그는 사람이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말했다. "......."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후후, 더럽게 폼을 재고 있구만. 하지만 당신이 만나는 사람을 무시하다가는 큰코 다칠걸?' 홍근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는 그냥 물러났다. 이때까지도 주민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 다. '잘해봐. 불도 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꽤 은밀한 일인가 봐. 조심하라구.' 홍근은 주민을 안으로 밀어넣으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후후, 뒤가 구린 친구들이군. 하나는 복면을 하고, 이 자는 모 습도 드러내지 않는군.' 주민의 생각처럼 방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에 켜 져 있던 촛불마저도 주민이 들어오자 꺼져 버렸다. "나는 그래도 대원각이 제법 괜찮은 줄 알았더니 그렇지가 않 군. 점원이 불친절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방에 불 하나 밝힐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할 줄이야." 주민은 들어서자마자 빈정거렸다. 그도 이미 방 안에 사람이 있 다는 것을 알고서 말한 것이다. "미안하오. 서로를 위해서 얼굴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 아 불을 끈 것뿐이오." 창가 쪽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상대는 철저히 신분을 속였다. 목소리도 변조해서 말했다. '정말 웃기는 작자로군. 지가 뭐 대단하다고 변성까지 사용하는 거야?' 주민은 다소 오기가 발동했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이렇게까 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당신은 나에 대해서 잘 알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건 곤란 하오. 나의 영업방침 중에 하나가 철저히 비밀은 보장하되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것이오. 미안하오. 도둑놈이 필요하면 다른 데서 알아보시오." 그는 자신을 도둑놈으로 비유하면서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서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하하하! 당신이 돌아가는 것은 자유요. 하지만 대원각을 벗어 나기도 전에 야래향은 낙양의 관병들에 의해서 체포될 것이오. 뿐 만 아니라 당신과 관련된 사람들이 많이 다치게 될 것이오. 그것 모두를 감수할 자신이 있으면 나가도 좋소." 주춤! 주민은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상대의 협박이 두려웠기 때문일까? 그것은 즉시 드러났다. "후후, 충고는 고맙소. 하지만 당신도 내가 야래향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라오. 내가 관병들에게 잡히는 순간 당신의 정체도 만천하에 폭로될 것이오. 당신이 나에 대해서 알아내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지만 내가 당신을 알아내는 데는 불과 반각 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사실 여부를 알고 싶으면 즉시 시험해 봐도 무방하오." 상대의 예상과는 달리 주민의 의지는 완고했다. 오히려 상대를 협박했다. 사실 주민이 야래향이 분명하다면 그 정도의 일은 충분


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상대도 부정하지는 못했다. 팟! 쉬이이익! 이때 방 안에는 불이 밝혀지고 종이 한 장이 주민에게로 날아들 었다.

'탁자가 두 개, 의자가 네 개, 침대가 두 개. 하지만 그것은 눈 에 보이는 것일 뿐. 목소리의 주인공은 분명히 천장에 있다. 그는 교묘히 천장의 울림을 이용해서 목소리를 변조하고 있다.' 그 사이에 주민은 상대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것은 그가 무공을 익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도둑으로서 오랫동안 터득한 동물적 감각이었다. "우우욱!" 쿵! 주민은 그 사이 가슴으로 날아온 종이 한 장을 받으려다 무려 다섯 걸음이나 뒤로 물러나 벽에 부딪혔다. "미안하오. 나 상황이 상황인 대신 청부금을 부가 성공하면

역시 당신에게 신분을 속일 생각은 없소. 하지만 만큼 어쩔 수가 없소이다. 이해해 주시기 바라오. 십만 냥 드리겠소. 그것은 반이오. 나머지 반은 청 당신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이오."

"으음!" 종이는 전표였다. 중원에서도 제일 신용이 있다는 대상표국의 황금 오만 냥짜리 전표였다. 청부금은 당초 약속보다 다섯 배나 더 많았다. 주민은 그것을 보면서 가벼운 신음소리를 냈다. '이것은 결코 장난이 아니다. 이 돈만으로도 이번 겨울은 물론 이고 내년까지도 무사히 지낼 수 있다. 만약 나머지 오만 냥까지


받게 된다면 안정적으로 구제사업을 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도 당분간 밤에 나돌아다니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는 전표를 보는 순간 머리 속에 수만 명에 이르는 낙양의 빈 민들이 떠올랐다. 그는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것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헤헤헤! 사실 저란 놈이 다소 변덕이 심하고 성질이 지랄 같은 면은 있지만 일 하나만큼은 깨끗하게 처리하지요. 나리께서 원하 시는 일은 반드시 성취하실 것입니다." 그는 금방 말투를 바꾸고 허리를 숙였다. "하하하, 나도 당신이 동의할 줄 알았소. 앞서 내가 한 말은 마 음에 두지 마시오. 황금을 십만 냥이나 투자하다보니 다소 소심해 졌다고 생각하시오." 상대는 말을 돌리며 변명했다. "헌데 나리께서 저에게 맡기실 일은 무엇입니까? 낙양시내에 있 는 것이라면 설사 성주의 고의라도 당장 빼낼 수 있습니다." 주민은 어깨에 힘까지 주면서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것 또한 영 업방침의 하나로 상대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방편이다.

"자세한 내용은 탁자 위에 있는 봉투에 들어 있소이다. 시한은 일 년이오. 만약 그 안에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 자동 해약되오. 하지만 설혹 일이 잘못되더라도 돈은 돌려줄 필요가 없소이다. 대 신 비밀은 철저히 지켜져야 하오. 만약 일을 성공하게 되면 성문 밖 관제묘에 홍등을 내거십시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 오. 그럼." 상대는 일방적으로 말하고는 침묵을 지켰다. 이미 떠났다는 것 을 의미했다. 주민도 상대의 얘기를 들으면서 탁자 위에 있는 봉투를 집어 들 었다. "으잉? 황보세가를 터는 일이었단 말이야? 이건 좀 곤란한데?"


그는 봉투 속에서 두 개의 서찰을 꺼내 그 중 하나를 읽고는 매 우 당황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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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2 편 -6 ★ 무림인은 절대로 상대하지 않는다

■ 무심결 제 1 장 2 편 황금 십만 냥의 청부 -6 ━━━━━━━━━━━━━━━━━━━━━━━━━━━━━━━━━━━

<위지세가 가주인 황보경의 숙소에는 금고가 있다. 그곳에 들어 있는 물건을 꺼내올 것. 자세한 내용은 두번째의 서찰에 적혀있 음.>

내용은 간단했지만 주민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주민의 사업에는 한 가지 금기가 있었다. <무림인은 절대로 상대하지 않는다>

먼저 붙잡힐 가능성이 높고, 또한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황보세가는 가장 꺼려하는 문파이다. 중원


무림의 지배하고 있는 사대세가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황보세 가를 건드리고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중원에서 몇 명 이나 되 겠는가? 그래서 주민도 황보세가가 낙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털지 않았다. 만약 그가 황보세가를 털었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할 것이다. 그 정도로 그들의 위세는 대단한 것이었다. 헌데 서찰에는 황보세가에 그냥 침투하는 것도, 그리고 위지세 가의 무사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가주인 황보경의 금고를 터는 일이었다. 잘못하면 목숨은 물론이요 빈민 촌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고약한 일이었다. 주민은 서찰을 보는 순간 후회를 했다. 하지만 그는 돈에 현혹 되어 대답해 버렸고, 상대도 주민이 미리 알게 되면 번복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예상하고 자세한 내용을 봉투에 넣어 두었다. 그 사이 자신은 빠져나갔다. "큰일이다. 그 자는 이미 이곳을 떠났다. 다시 무를 수도 없다. 또한 그것은 나의 신용거래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는 것이다. 절대 그럴 수는 없....... 아니지, 그 스스로 일을 하지 않아도 이 돈 은 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믿을 수 없다. 그자는 결코 황금 오만 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왠지 이 일에 호기심이 생긴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금기를 깨보는 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주민은 여러 번의 반복을 거듭한 끝에 청부를 받아들이기로 마 음먹었다. 뿌리치기에는 십만 냥이라는 돈이 너무 컸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구제사업을 하기 위한 자금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그는 봉투를 소매 사이로 넣고는 총총히 방을 나섰다. 헌데 그가 나가자 바로 천장에서 사람이 내려왔다. 쉬이이익......! 그는 떠난 것처럼 하고는 그 자리에 귀식대법으로 숨을 죽이고 숨어 있었다. 주민과 같이 무공을 모르는 사람들은 귀식대법으로 호흡을 정지하고 있으면 사람이 있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전신이 검은색의 천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 골목길에서 주민과 얘기한 자와 흡사했다. 다만 이 사람은 복면을 벗고 있었다. 이십 대 초반에 불과한 청년이었다. 강인한 인상에 다소 음흉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흐흐흐, 황금 십만 냥이면 작은 문파를 만들 수 있는 거금이 다. 네놈이 아무리 야래향이라지만 그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마 이번의 일로 야래향이라는 이름은 영원히 지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덕분에 나는 황보세가를 차지하게 되고. 크하하 하!" 그는 알 수 없는 독백을 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헌데 왠지 그의 말 속에는 음모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는 주민을 자신의 목적 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황보 세가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주민의 일로 그가 황보세가를 차지한 다고....... 특히 이십 세를 갓 넘긴 듯한 청년이 무슨 돈으로 황 금 십만 냥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 혹시 그가 부귀장주 하원의 외 아들이라도 된다면 모르지만, 의문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하여튼 그가 떠난 대원각의 특실에는 촛불만 새벽이 오도록 밝혀져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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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3 편 경극단원이 된 주민

■ 무심결 제 1 장 3 편 경극단원이 된 주민 ━━━━━━━━━━━━━━━━━━━━━━━━━━━━━━━━━━━

사람은 자연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추운지방에 사는 사


람들은 대부분의 생활이 집안에서 이뤄지고, 반면에 더운 지방의 사람들은 바깥에서 지낸다. 몽골과 같은 초지의 민족은 말과 더불 어 살아갈 수밖에 없고, 따뜻하고 물이 풍부한 평야지방은 사시사 철 농사를 지으며 풍족하게 살아간다. 이처럼 나라와 민족도 자연 환경에 따라서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동영인의 가부키와 한민족의 농악이나 탈춤이 비슷한 유형의 예술이지만 각 기 다르게 발전되어 온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또한 문화는 그 나라의 시대적인 상황의 산물이기도 하다. 중원 의 경극만 하더라도 그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경극은 사자놀이와 함께 중원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문화로 춘추전국시대 이후에 있었 던 역사적 사실을 풍자함으로써 현실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노력의 산물로 만들어진 것이다. 중원에는 수백 개의 경극단이 있다. 조그마한 마을에서부터 북 경이나 개봉과 같은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사람 사는 곳이면 거의 다 있을 정도로 많다. 간혹 인적이 드문 곳은 인접한 도시의 경극 단들이 순회 공연을 해서 부족함을 해소한다. 이 모든 것이 경극 에 대한 중원인들의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경극의 기본 줄거리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이다. 선으로 묘사되 는 주인공이 악의 화신에 의해서 탄압을 받다가 결국 승리하는 경 극을 보면서 사람들은 열광한다. 어찌보면 그것은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난하거나 정직한 사람은 사회로부터 배척받고, 오히려 사악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 들이 사회의 중심이 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경극으로 발산되는 것이리라. 그래서 간혹 경극은 지배자들로부터 배척을 당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중원인들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문화로 자리하게 되었다.

<낙양경극단>

낙양의 중심가에 위치한 전통의 경극단이다. 생긴 지가 무려 삼 백 년이 되었을 정도로 권위있는 곳이다. 특히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경극은 중원제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덕택으로 중원전 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해 일 년 중에서 낙양에서 이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것은 불과 삼, 사 개월이 고작이다.


공연은 대부분 저녁 시간에 열리기 때문에 낮에는 단원들이 연 습을 하고 휴식을 취한다. "네 이 놈! 아무리 권력이 좋다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칼을 겨누었던 조조의 밑에 빌붙어 옛 동지들을 배신하다니. 내 오늘 네놈의 목을 치지 않으면 천벌을 받을 것이다. 이얍!" "크하하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옛 동지라니? 그럼 네놈은 동 지들을 위해서 죽을 수도 있단 말......." 공연이 무대 위에서는 지금 단원들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대화 내용으로 봐서는 이들의 주특기인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것인 모 양이다. 무대의 중앙에 선 두 사람은 경극 때와는 달리 가벼운 복 장에 봉 하나만 들고서 연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얼마 못 가서 끊기고 말았다. "마고, 이것은 수호지와는 다르다. 명 배우가 되려면 빨리 작품 에 몰입해야지 수호지가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야? 그리고 석이 너는 도대체가 동작에 강약이 없어. 어떻게 된 거냐? 혹시 지난밤에 나 몰래 술이라도 먹었냐? 두 사람 다 한 번만 더 실수하면 각오해라. 명색이 주연인 놈들이 이것 하나 소화시키지 못해서 뭘 하겠다는 거야?" 사십대 초반의 중년인이 두 단원을 호되게 야단쳤다. 아마 그가 이곳의 단장인 모양이다. 이곳에는 이들 외에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저녁에 있을 공연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단역을 맡은 사람들도 연기와 동작을 연습하고 복장을 챙기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 경극은 무 공을 사용하기 때문에 호쾌한 동작을 보여주기 위해서 부단히 연 습을 하고 있었다. 이때 극단의 입구에서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글쎄 단장어른께서 자네는 안된다고 하셨잖아. 그건 내 권한으 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 단원 중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서려는 사람을 막고서 소리를 쳐 댔다. 하지만 상대는 막무가내였다. 그는 단원이 막아서는데도 아랑곳


않고 그냥 밀고 들어왔다. "그건 형씨가 잘 몰라서 그런데 단장어른께서 아직 내 능력을 모르기 때문에 생긴 일시적인 오해에 불과한 거요. 조만간에 나를 인정해 주실 날이 있을 거요. 그때 후회하지 말고 나를 괄시하지 마시오. 그리고 내가 지금 당장 단원으로 뽑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허드렛일이라도 하면 형씨와 같은 사람도 좋은 일이 아니겠소? 고 맙소. 형씨는 그만 하시던 일이나 계속하시오. 어휴! 공연장이 이 렇게 더러워서야 어디 손님들이 구경하러 오겠나? 그래서 이곳에 는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니깐!" 경극단으로 들어온 사람은 바로 주민이었다. 그는 자신을 막아 선 단원에게 틈을 주지고 않고 옆에 놓인 빗자루를 들고 극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훗! 정말 못 말릴 친구로군. 이렇게 한다고 누가 배우라도 시 켜줄 줄 아는 모양인데? 천 년이 지나보게 자네에게 그런 기회가 오는가?" 그도 더 이상 주민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냥 물러 섰다. 헌데 무대 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단장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후, 정말 재미있는 놈이로군. 저 정도의 넉살이라면 배우를 해도 잘 하겠지.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겠군.' 그도 주민의 행동이 그리 밉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건 다른 단 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그의 익살스러운 행동에 재미있어했 다. "어제 그렇게까지 혼쭐이 나고도 다시 찾아오다니? 정말 재미있 는 친구로군. 단장님께서도 이제는 포기하신 모양이야." "하긴 십 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극장의 잡일을 도맡아 했 으니 저 친구도 큰소리칠 자격이 있지. 아마 단장님도 그 점을 인 정하신 모양이야. 그리고 저 친구 덕분에 우리도 많이 편해졌잖 아? 솔직히 나는 저 친구가 우리 단원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이 네."


"동감일세. 그렇게만 되면 우리 신세도 풀리는 거지." 남을 웃기는 일을 하는 배우들이 재미있어 할 정도라면 주민에 게도 연기자의 기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한편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을 할 동안 한 사람이 주민에게 다 가섰다. "천하제일의 연기자가 되는데 이까짓 일쯤이야 아무것도 아니 지. 이런 일은 한 달, 일 년이 아니라 십 년이라도 할 수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내가 최선을 다하는데 안 되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참아야 한다. 천하제...... 어! 너는 진추가 아 니냐? 어서 들어가! 이곳은 먼지가 많아서 너같이 예쁜 처녀가 있 을 곳이 못 된단다." 주민은 청소를 하다가 한 소녀가 다가서자 손을 저으며 오는 것 을 막았다. 가련한 몸매에 아름다운 미모. 사람의 외모를 평가할 때는 보통 생김새를 가지고 한다. 하지만 그외에도 한 가지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매력이라는 것이다. 별로 예쁘지도, 잘 생기지도 않은데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고 관심을 끄 는 것은 바로 이 매력 때문이다. 지금 주민의 앞에 서 있는 소녀 도 바로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이다. 그렇다고 이 소녀가 아름답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와 비록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지만 순수하고 깨끗한 외모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

사를 자아낼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런 여인들을 사람들은 경국지 색(傾國之色)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굳이 이 소녀를 설명하면서 매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그녀에게는 미모 외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있었다. 나이라고는 고작 십칠 세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머니와 같은 따뜻함과 여인에게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건강함, 그리고 씩씩함 까지 갖추고 있어 누구나 보면 호감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소녀였 다. 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것도 있었다. 분명 경극단은 여인네들에 게는 금역이나 같은 곳이다. 물론 경극의 구경은 남녀를 차별하지 는 않지만 단원만큼은 모두가 남자들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여자 의 역할도 남자 배우가 여장을 해서 연기를 한다. 헌데 소녀는 어


떤 일을 하기에 경극단에 있는 것일까? 또한 정식 단원도 아닌 주 민이 어떻게 그녀를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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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3 편 -2 ★ 세금을 내야 할 이유?

■ 무심결 제 1 장 3 편 경극단원이 된 주민 -2 ━━━━━━━━━━━━━━━━━━━━━━━━━━━━━━━━━━━

<진추(震秋)>

낙양경극단의 단장인 진명의 무남독녀. 나이는 십칠 세이고, 어린시절 모친을 잃어 부친과 함께 천하를 떠돌며 오십 명에 이르는 단원들의 식사와 건강을 돌보고 있다. 그녀는 처음 주민이 이곳을 찾아왔을 때부터 지켜보았으며 경극단 에서 그를 반기는 사람은 오직 그녀뿐이다. 다른 사람이 문밖으로 끌어낼 때에도 그녀에 의해서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으며, 주민을 호되게 나무라는 진명을 말린 사람도 바로 그녀였다. 그 결과 오 늘은 드디어 청소까지 대신 해주게 되었다. "호호, 민 오빠도 다른 사람들처럼 제가 여인이라고 차별하시는 거예요? 제가 보기에는 십 일 동안이나 극장 전체를 청소하고도


단원이 되지 못하는 오빠가 더 불쌍해 보이는데.... 자, 이리 줘 봐요. 이런 일이야말로 오빠보다는 저에게 더 잘 어울려요. 봐요, 제가 하니까 먼지도 잘일지 않잖아요." 그녀는 주민이 말릴 틈도 없이 빗자루를 뺏어 청소를 하기 시작 했다. "야! 너 정말 이 오빠가 쫓겨나는 것을 보고 싶냐? 저길 봐! 백 개에 가까운 시선들이 나를 쳐다보는 눈빛을. 저것을 보고도 계속 비질을 하고 싶냐?" 주민은 진명을 위시한 단원들이 자신을 향해서 보내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 진추를 말렸다. 하지만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그건 오빠와 내가 너무 가까워지니까 질투가 나서 그런 거예 요. 신경쓰지 마세요. 만약 아버지가 오빠를 쫓아내면 나도 나가 버릴 테니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극장이 울릴 정도로 컸다. 실내이고, 또한 사 람들의 동작이 모두 멈춰진 상태였기 때문에 크게 들렸던 것이다. 순간 진명의 눈이 커졌다. '이... 이런? 추아가 비록 동정심이 많은 아이인 것은 사실이지 만 여태껏 누구에게도 저런 말을 한 적은 없다. 설마 진심은 아니 겠지? ... 아니다. 저 아이는 어릴적부터 자신이 한 말은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아이고, 골통이 하나 들어와서 골치깨나 아프게 생겼구나.'

그는 순간 주민에 대한 적의를 감추고 미소를 띠었다. 마음과는 달리 딸에 대한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뭐하는 거냐? 이제 공연이 두 시진밖에 남지 않았다. 연습이 덜 끝난 사람은 빨리 끝내도록 하고, 나머지는 분장과 옷을 준비 해라. 그리고 추아가 청소하는 것이 안쓰러운 사람은 쳐다보지만 말고 직접 청소를 해줘라. 아니면 자기 일을 하던가." 진명이 소리치자 모두 고개를 돌려 각자의 일을 했다. "보세요. 아버지는 항상 제 편이잖아요. 오빠는 저기 있는 의자 들이나 정리 좀 하세요. 오빠! 거기서 뭐하는......."


진추는 주민에게 뭔가를 말하다가 그만 말을 중단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으나 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입구를 들어서는 사람들을 보고서 표정이 굳어졌다. 표정이 굳어진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진명의 지시대로 공연 을 준비하던 단원들의 시선이 모두 입구 쪽으로 집중되었다. 그곳 에는 건달로 보이는 다섯 명의 청년들이 가운데 중년인을 에워싸 고 들어왔다. "그것 보라구, 내 말대로 괜찮은 곳이라고 했잖아. 이 정도의 좌석이면 적어도 오백 명은 쉽게 앉겠는데? 한 사람에 한 냥씩이 니 오백 냥. 그리고 공연이 연달아 두 번 하니까 하루에 천 냥? 으음! 괜찮은 장사군. 이런 곳에서는 계산이 쉽게 끝나겠지? 보 자. 그러니까 공시가가 일 할이니 하루에 백 냥이고, 거기다가 한 달 기준으로 일시불을 받으니까 삼천 냥이군. 얘들아, 빨리 처리 해라." 중년인은 안으로 들어서며 혼자서 중얼거리더니 부하들에게 명 령을 내렸다. "예, 두목!" 부하들은 대답을 하고는 단원들이 가장 많이 있는 무대로 걸어 갔다. 그곳에는 진명과 주연 배우들이 있었다. "보아하니 당신이 단장인 것 같군. 나는 길게 얘기하는 성격이 아니오. 지금까지는 당신들이 다른 곳에서 주로 공연을 했기 때문 에 별로 간섭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당신들도 세금을 내야겠 소. 당신도 귀가 있다면 우리 두목이 하는 얘기를 들었을 거요. 삼천 냥이오. 그 돈이면 당신들이 이곳에서 한 달 동안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장사를 할 수 있소. 하지만 그 돈을 내지 않으 면 아마 이곳에서 밥먹고 살기 어려울 것이오. 그걸 확인하고 싶 으면 당장 오늘 저녁부터 보여줄 수도 있소." 부하 중 한 명이 나서며 진명에게 말했다. 그들은 깡패들로 기 생충처럼 남의 돈을 뜯어먹으며 살아가는 자들이었다. '미친 놈들! 어디를 가나 이런 인간들 때문에 이 짓도 못 해먹 겠군.' 진명은 화가 났지만 차분하게 말했다.


"보아하니 관리들도 아닌 것 같은데 우리가 당신에게 세금을 내 야 할 이유에 대해서 설명 좀 해주시겠소?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당연히 줄 것이오." 그는 다소 사무적으로 얘기를 했다. 하지만 그것은 돈을 줄 수 없다는 명백한 의사표시였다. "뭐라고? 세금을 내야 할 이유? 하하하! 고작 경극단을 하는 주 제에 감히 우리 수리파에게 세금을 낼 수 없다고? 뭔가 믿는 구석 이 있는 모양이지? 좋다. 그러면 왜 우리에게 세금을 내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이게 바로 그 이유이다." 깡패들은 말을 마치자 바로 옆에 있는 의자와 탁자를 들고는 난 동을 부렸다. 와장창! 순식간에 십여 개의 의자와 탁자가 부숴져 버렸다. 하지만 그들 도 그 이상의 난동을 부리지는 못했다. 그들은 수십 명의 단원들 에게 의해서 포위당했기 때문이다. "후후후, 감히 배우놈들 주제에 우리에게 협박을 해? 좋다. 그 렇다면 원하는 대로 해줄 수밖에. 얘들아!" 흑열방과 함께 낙양 암흑가를 지배하고 있는 수리파의 두목이 앞으로 나서며 부하들에게 손짓을 하자 입구에서 다시 이십여 명 의 깡패들이 들어왔다. 그는 이미 이런 일을 예상하고 밖에 부하 들을 대기해 두었던 것이다. 하루 저녁에 천 냥이 거래되는 곳은 결코 작은 사업장이 아니다. 최근 수리파와 흑열방의 영역싸움이 치열해지면서 그 동안 전혀 간섭하지 않았던 경극단까지 손을 뻗 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경극단에는 무술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도 처음부터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타난 것이었다. 이 제 수적으로는 거의 대등한 상황이 되었다. 수리파의 깡패들이 들 어오자 무대를 사이에 두고 양측은 두 패로 갈라졌다. "뒤로 물러나라. 여기는 경극을 공연하는 곳이지 싸움을 하는 곳이 아니다. 이곳에서 싸움을 하려는 자는 즉시 극단을 떠나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간판을 내리는 한이 있더라도 부당한 돈 을 내지 않는다. 만약 당신들이 이곳을 봉쇄해서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면 당신들도 결코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오. 돌아가시오. 이 것은 경고요."


진명은 극단을 해체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하면서 강 하게 나왔다. 동시에 단원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일 침을 놓았다. 수리파의 두목은 실력행사에도 진명이 좀처럼 물러설 기미를 보 이지 않자 당황해서 잠시 주춤거렸다. 이때 또 다른 돌발 사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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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3 편 -3 ★ 너도 정말 질기다!

■ 무심결 제 1 장 3 편 경극단원이 된 주민 -3 ━━━━━━━━━━━━━━━━━━━━━━━━━━━━━━━━━━━

무대 뒤에서 경극 배우로 분장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그는 모두 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단장님. 마곡으로부터 서신이 왔습니다. 곡주께서 직접 보내신 것입니다." 그는 손에 서찰을 한 장 들고 있었다.


찡긋! 그는 계속해서 진명에게 눈짓을 하면서 진명이 있는 무대 중간 으로 나왔다. 헌데 정작 진명은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잠시 멍하니 있었다. '이 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마곡이라면 사파의 거대 문파가 아닌가? 그곳에서 왜 나에게 서찰을 보내? 그럼 혹시?' 진명은 상대가 자신에게 눈짓하는 것을 보고서야 겨우 눈치를 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그럼 숙부님이 보내신 거란 말이야? 오빠! 이리 줘봐! 혹시 숙 부님의 생신이 다 되어가니 놀러오라는 건지도 몰라?" 분장을 하고 나온 사람은 바로 주민이었다. 그는 수리파의 깡패 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는 순간 무대 뒤 분장실로 가서 화장을 하 고 나왔다. 혹시나 수리파에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 르기 때문이었다. 진추가 눈치빠르게 주민에게서 서찰을 빼앗아 읽는 척했다. 물 론 그것은 서찰이 아니라 경극에 쓰이는 대본이었다. "아버지, 내 말이 맞아요. 다음 달이 숙부님의 생신이라고 아버 지랑 저를 초대했어요. 이번에는 조촐하게 한다고 가까운 사람들 만 초대한다고 했어요. 수로맹에서도 숙부님들이 온다고 하는데 요. 아, 수로맹의 숙부님들을 이번에 만나면 꼭 수공을 가르쳐 달 라고 해야지?" 진추는 단원들도 속을 정도로 완벽하게 연기를 했다. 수리파의 사람들이 놀란 것은 당연했다. 그들은 주민의 입에서 마곡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부터 긴장하기 시작했다. 헌데 진추 가 마곡주와 수로맹의 사람들을 숙부라고 부르는 순간 도망치는

자도 있었다. '이... 이런 낭패가 있나? 저 놈이 강하게 나오길래 믿는 구석 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마곡주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줄을 몰랐 다. 잘못하다간 수리파는 물론이고 내 목숨도 보장받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이 흑열방 놈들 때문이다. 놈들이 구역을 확장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곳을 건드리지는 않았을 텐데....... 할 수 없다.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수리파의 두목은 중대한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표정이 굳어지더 니 앞으로 나섰다. 헌데 그의 표정은 진명에게 가까이 다가서면서 다시 바뀌었다. "단장, 내가 실수로 다른 곳으로 가야 할 것을 이곳으로 들어온 모양이오. 부하놈들이 최근에 새로 들어온 경극단이 있다고 하길 래 왔더니 이곳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하는군요. 우리가 아무리 주먹으로 먹고 사는 집단이지만 토박이들을 어렵게 할 수는 없지 않소? 그래서 하는 말인데 당분간 우리 수리파가 이곳의 영업을 보장해 드리리다. 아니 우리 수리파가 있는 한 이곳은 아무도 건 드리지 못할 것이오. 그리고 앞으로 이곳에서는 단 한 명의 무료 입장객은 없을 것이오. 이것은 수리파의 두목으로서 약속드리는 바이오. 아무튼 오늘 실수에 대해서는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라오. 그리 고 이것은 약소하지만 마곡단주님의 생신에 필요한 선물을 사는데 보태시기 바라오. 아주 약소한 것에 불과하오. 그럼 나는 바쁜 일 이 있어서 그만 가봐야겠소. 오늘의 일은 다시 한 번 사과드리오. 혹시 마곡주와 얘기를 나누더라도 가능한 좋은 일만 하도록 하시 오. 부탁드리오." 그는 품에서 전표를 한 장 꺼내어 진명에게 건네주고는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그는 나가면서도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서 진명에 게 인사를 했다. "하하하!" "호호호!" "껄껄껄!" 단원들의 웃음소리가 극장이 울릴 정도로 커다랗게 들렸다. "나는 이렇게 통쾌한 일은 생전에 처음이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단원들은 주민을 둘러싸고 즐거워했다. "치! 오빠들은 그 동안 민 오빠가 아버지께 야단 맞을 때는 가


만 있더니 이제 와서 좋아하기는." 진추는 괜히 심술을 부렸다. 사실은 그랬다. 단원들은 진명의 지시대로 그 동안 주민에게 냉 정하게 했다.

"그건 그렇고 너는 저들이 들어왔을 때는 분명히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언제 들어가서 분장을 했느냐? 그리고 네가 마곡에 대해 서 어떻게 아느냐?" 진명이 궁금한 게 있어서 주민에게 물었다. "히히, 이 낙양에서 제가 모르는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저는 놈들이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음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분장은 제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혹시나 놈 들 중에서 저를 알아볼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한 것입니다. 또한 주먹 세계에서 가장 겁내는 것은 황제나 정파가 아니라 수로맹이 나 마곡과 같은 사파이기 때문에 그들을 걸고 넘어진 것입니다. 이와같이 저 주민은 주먹이면 주먹, 연기면 연기. 아, 또 한 가지 분장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만능재주꾼이 라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헤헤, 그런 의미에서 저를 단원으로 뽑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에잉? 또 그 얘기?" "야, 너도 정말 질기다." 단원들은 결론적으로 자신을 뽑아달라는 얘기를 하는 주민을 보 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주민의 밉지 않은 넉살에 매료되어 버린 것이다. '물건이군. 가벼운 듯한 행동 속에서도 사람의 관심을 끄는 힘 이 있는 아이다. 결코 이런 곳에서 연기를 할 아이가 아니다. 무 슨 목적으로 연기를 배우려는 것일까? 좋다. 그리 나쁜 아이는 아 닌 것 같으니 같이 지내는 것도 괜찮겠지. 그렇지 않아도 단역들 이 많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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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3 편 -4 ★ 두 번 말하는 성질아 아니다!

■ 무심결 제 1 장 3 편 경극단원이 된 주민 -4 ━━━━━━━━━━━━━━━━━━━━━━━━━━━━━━━━━━━

진명은 한참 동안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이제 너는 낙양경극단의 정식단원이다. 오늘부터 열심히 해서 삼 개월 후에 있는 위지세가의 공연에서는 나설 수 있도록 해봐라." "저... 정말이세요? 지금 하신 말씀 다시 번복하기 없기예요." 주민은 믿지 못하겠는지 다시 한 번 진명에게 확인했다. "나는 두 번 말하는 성질이 아니다. 믿지 못 하겠거든 하지 않 아도 된다." "아... 아닙니다. 믿지요.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 겠습니다. 와! 내가 경극단원이 됐다. 추야, 너는 믿어지니? 내가 정식단원이 됐단다." 그는 진추의 손을 잡고 흔들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저... 저 놈 보게. 이 놈아, 경극단원을 하도록 허락했지 내 딸 손을 마음대로 만지라고 허락한 줄 아냐?"


진명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하하하!" "껄껄껄!" 그의 말에 두 사람이 놀라 손을 놓고 멍하니 서있자 모두 통쾌 하게 웃었다. "에이, 아버지는......." 진추는 갑자기 얼굴이 벌게지며 무대 뒤로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해서 주민은 십 일간의 문전박대 끝에 드디어 경극단원이 되었다. 헌데 낙양제일의 말썽꾼이며 야래향이라는 대도가 과연 무엇 때 문에 경극단원이 되려는 것일까? 그는 황보세가에 대한 청부를 맡은 바로 다음날에 이곳으로 왔 다. 혹시 그 일과 관련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진명의 입에서 황보세가와 관

련된 얘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위지세가에서 삼 개월 후에 경극공 연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주민은 합법적으로 황보세가에 들어 가기 위한 수단으로 경극단을 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차적인 목적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그가 중원무림 의 지배자인 위지세가에 들어간다고만 해서 모든 목적을 다 이룰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으로 남아 있다. 그건 앞으로 지켜볼 일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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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3 편 -5 ★ 경극단원 주제에 감히...!

■ 무심결 제 1 장 3 편 경극단원이 된 주민 -5 ━━━━━━━━━━━━━━━━━━━━━━━━━━━━━━━━━━━

<사대세가(四大世家)>

황보세가, 단리세가, 모용세가, 남궁세가.

이들에게는 여러 가지의 이름이 뒤따른다. 중원제일의 문파, 중 원제일의 가문, 중원제일의 세력 등등. 중원의 문파 중에서 문파 의 이름 앞에 중원제일이라는 수식이 이들보다 더 많이 붙는 문파 들은 없을 것이다. 비교될 수 있다면 정파에서는 소림과 무당, 그 리고 개방 정도일 것이요, 사파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멸문한 마 교와 수로맹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이들도 지금의 이르러서는 사대세가와 비교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마교는 이미 멸문했고, 개방과 수로맹은 수 적으로는 천하제일이지만 고수들이 적어 비교의 대상이 되지 못한 다. 또한 소림과 무당의 경우는 백 년 전에 소림은 장경각의 소실 로, 무당은 고수들의 의문의 죽음으로 급격히 세력이 약화되었다. 그래서 최근 백 년간은 사대세가의 독주의 시대가 되었다. 원래는 사대세가 외에도 사도세가가 포함된 오대세가였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사도세가는 가세가 기울어 오대세가에서 떨어져 나 가 사대세가가 되었다.

<황보세가(皇甫世家)>


사대세가 중에서도 가장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명문정파. 춘추 전국시대에는 황제를 낳은 황가의 후손으로 지금은 무림의 지배자 가 되었다. 당금 제 삼십이대 가주인 황보경에 이르기까지 사대세 가 중에서도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문파이다. 현존하는 문파 들 중에서는 소림을 제외하고는 가장 오래 됐다. 한 마디로 무림 의 흥망성쇠와 같이한 문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들이 자랑하 는 옥황신권(玉皇神拳)은 천하제일을 자랑하는 장공(掌功)으로 알 려져 있다.

<옥황자(玉皇子) 황보경(皇甫鏡)>

당금 황보세가의 가주이자 천하제일인자이다. 원래는 황보세가 가 오대세가 중에서도 말석을 차지했으나 그가 하늘에 별을 따는 것보다 이루기 어렵다는 옥황신권을 대성함으로써 일약 사대세가 의 수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는 그의 슬하 에 아들이 없다는 것이다. 무남독녀인 황보진주 이후로 그는 더 이상의 후손을 생산하지 못했다. 나이는 올해로 오십 세이다.

최근 황보세가는 매우 분주해졌다. 이 많은 편이지만 가주인 황보경의 지 않았기 때문에 장원이 시끄러울 중에서도 더욱 분주하게 만든 것은 이다.

평상시에도 내왕하는 사람들 오순 잔치가 불과 보름밖에 남 정도로 사람들이 붐볐다. 그 어제 경극단이 들어왔기 때문

해마다 황보세가는 가주의 생신잔치에는 손님들에게 경극을 구 경시킨다. 그래서 올해도 어김없이 낙양경극단이 들어와서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워낙 장비가 많고 무대도 미리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에 보름 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다. 무대는 장원의 중앙에 위치한 연무장에 설치되고 있다. 진명의 진두지휘 아래 오십 명의 단원들이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 이들은 낮에는 무대와 좌석을 만드는 일에 전력을 다하고 연습은 밤에 한 다. 그러니 황보세가는 밤낮없이 요란할 수밖에 없었다.


해가 질 무렵. 이 시각에는 경극단원도 오전 작업을 마치고 휴식을 취한다. 잠 시 후 저녁 식사를 하고는 저녁 연습에 들어갈 것이다.

무대가 설치된 연무장과 연결되어 있는 별원의 입구. 지금 이곳에서는 한 청년이 뒤에 뭔가를 감추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다. 행동으로 봐서는 별원에 들어가기 위해서 눈치를 보 고 있는 것 같았다. 이때 그의 뒤에서 한 사람이 접근하며 소리쳤다. "네 이 놈, 경극단원 주제에 감히 어디서 어슬렁거리느냐?" "예에!" 얼마나 소리가 컸던지 청년은 놀라 뒤로 넘어질 뻔했다. "아이고, 집사어른 아니십니까?" 청년은 상대를 금방 알아보았다. 그는 바로 이곳 황보세가의 일 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는 집사 유소였다. 그는 황보경의 친구로 어린시절부터 황보세가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세가의 직계가 맡아왔던 집사의 직을 칠백 년만에 처음으로 황보

씨 이외의 사람이 맡게 되었다. 그 정도로 황보경의 신임이 두터 운 사람이다. 그의 무공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은 없지만 황 보경에 못지않다고 한다. 나이는 황보경보다 오히려 한 살 더 많 다. "호오? 그래 네놈이 나를 알아보는 것을 보니 완전히 눈이 먼 것은 아니구나. 헌데 무슨 일로 이곳에서 배회하고 있느냐?" 유소는 정작 청년의 행동을 보고서는 우스웠던지 처음보다는 약 간 더 부드럽게 말했다. 아마 그는 이런 일을 자주 접한 모양이 다. "예! 그게......."


청년은 말을 하려다 그만 말문을 닫고 말았다. 하지만 유소는 왠지 화를 내지 않았다. '이게 어찌 네놈의 잘못이겠느냐? 나라도 그 나이면 진주 그 아 이를 보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다 하겠다.' 유소는 이미 청년이 별원 입구에서 배회하고 있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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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3 편 -6 ★ 혼이 난다? 당연한 일이지!

■ 무심결 제 1 장 3 편 경극단원이 된 주민 -6 ━━━━━━━━━━━━━━━━━━━━━━━━━━━━━━━━━━━

<천하제일미 황보진주(皇甫眞珠)>

당금 십구 세. 황보경의 무남독녀이자 황보세가의 소가주이다. 황보경이 첩을 얻어서 자식을 얻지 않은 이상 황보세가의 칠백 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가주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황보세가에 서는 소가주가 여자라고 아무도 무시하거나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 는다. 그것은 황보진주가 가지고 있는 능력 때문이다. 그것은 단


지 그녀가 천하제일미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예쁘기 때문만은 아 니다. 그녀의 무공은 사대세가의 후기지수들에 비해서 조금도 손 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며 두뇌 역시 천하제일지라는 소리를 들 을 정도로 명석하다. 그러니 어느 누가 그녀를 무시하겠는가?

청년이 별원의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때문이다. 황 보진주는 어제 경극단이 들어올 때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손수 나가서 맞이했다. 그녀가 워낙 경극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린시절 부터 해왔던 일이었다. 그때 청년은 황보진주의 얼굴을 보고서 빠 져 버렸던 것이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이것을 소가주께 드리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청년이 뒤에 숨겼던 것은 꽃이었다. 그는 그것을 앞으로 내밀며 거듭 용서를 구했다. 그는 바로 주민이었다. 말투가 평소의 그답지 않게 어눌했지만 분명했다. 경극단에 이처럼 그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은 없다. 헌 데 그의 행동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황보진주의 미모가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천하의 말썽쟁이 주민이 이렇게까지 비굴하 게 행동할 리가 없다. 혹시 이것도 그의 작전의 일부는 아닐까? 이때 주민에게 구세주가 나타났다.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악마 가 될 수가 있는 사람이었다. "하하하, 나는 또 정원의 꽃들을 누가 꺾었나 했더니 형장이었 구려." 주민보다 약 두세 살 정도 더 나이가 많아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 역시 가슴에 꽃을 한아름 들고 있었다. "......?"

주민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서 있을 동안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 었다. "오랜만일세. 자네도 저 아이와 같은 목적으로 왔는가?"


유소가 청년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저도 집사어른께 혼날 각오를 하고 왔습니 다." 그는 유소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혼이 난다? 당연한 일이지. 자네가 아무리 가주의 대제자라고 는 하지만 정원의 꽃은 나의 소관이기 때문에 당연히 야단을 맞아 야지. 후후, 그럼 어떻게 혼낼까?" 유소는 장난끼 어린 눈으로 말했다. '대제자? 그럼 저 자가 바로 진주낭자와 정혼한 사이라는 은기 군이라는 말인가? 골치아프게 생겼군. 아니지. 어쩌면 잘되었는지 도 모른다.' 주민은 청년의 이름을 듣는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다시 밝 아졌다. 황보경에게는 세 명의 제자가 있다. 첫째가 바로 이곳에 있는 은기군이다. 둘째가 배효라는 자로 은기군과 동갑이나 늦게 입문 해서 둘째가 되었다. 막내는 바로 자신의 딸인 황보진주이다. 그 는 세 사람을 항상 공평하게 가르쳤다. 딸이라고 따로 지도하지 않고 항상 세 명이 함께 있을 때만 절기를 가르쳤다. 그래서 세 명은 모두 세가의 절기인 옥황신권을 익혔다. 이것도 엄밀한 의미에서 황보세가의 전통에 위배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황보세가는 직계 자손들이 아니면 옥황신권을 가르치 지 않았다. 그것을 처음으로 황보경이 깨뜨린 것이었다. 또한 무 공은 세 사람이 공히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은기군이 다소 앞 서기는 하지만 그것도 아주 미미한 것이어서 거의 대등한 수준이 라고 한다. 다만 은기군과 황보진주가 지난해에 정혼을 했기 때문 에 배효보다는 은기군에게 황보세가의 시선들이 집중되고 있는 실 정이다. 만약 그가 황보진주와 결혼을 하게 되면 실질적인 가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황보진주가 가주라고 하더라도 여인 으로서 여러 가지 제약이 많기 때문에 자연 세가는 은기군에 의해 서 꾸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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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3 편 -7 ★ 형씨는 왜 그리 서 있는 거요?

■ 무심결 제 1 장 3 편 경극단원이 된 주민 -7 ━━━━━━━━━━━━━━━━━━━━━━━━━━━━━━━━━━━

"사부님의 생신 전까지는 별원에서 근신하는 벌 같은 것은 어떻 습니까? 저는 그런 벌을 받고 싶은데......." "하하하! 나도 그렇게 하고는 싶은데 잘못하다간 가주의 생신이 자네들의 혼례식으로 바뀔까 봐 그게 걱정이네." 두 사람은 맞장구를 치며 즐겁게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은기 군이 먼저 주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형씨는 왜 그리 서 있는 거요? 아직도 볼 일이 남았소?" 그는 주민이 가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이상했는지 물었다. "사실 저는 경극단원들에게 이 꽃을 소가주께 전해주겠다고 큰 소리치고 왔습니다. 그들은 저를 놀리며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 다. 그래서......." "하하하! 그런 일이 있었구려. 그럼 그대가 직접 전해 주면 될 것이 아니오?" 은기군은 너무 쉽게 말했다.


"예에! 그게 정말이십니까?" 주민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 "내가 장난으로 말하는 것 같소? 혹시 형장은 지금 내가 질투라 도 하기를 바라는 거요?" "아... 아닙니다. 사실 저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해서 전해주 려고 했습니다." 주민은 정말로 쩔쩔매는 것처럼 보였다. "형장, 사람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인 것이오. 이곳 황보세가라 해서 별다른 것이 있는 게 아니오. 이곳 역시 사람 사는 것은 마 찬가지외다. 그리고 남녀의 감정이 신분에 따라서 다른 것은 아니 지 않소이까? 용기를 가지시오. 나는 비록 그녀를 목숨만큼이나 사랑하지만 독점이나 강제적으로 사랑을 쟁취할 생각은 추호도 없 소이다. 자, 그럼 내가 안내하리다. 들어가서 직접 그대가 전해주 시오." 은기군은 별원의 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섰다.

'이 자는 지금 진심으로 얘기하고 있다. 의외로 괜찮은 인물을 만났군. 하긴 간혹 이런 사람도 만나야지 그렇지 않으면 무슨 낙 으로 살아가겠나?' 주민은 은기군에 대한 인상이 매우 좋았다. 그의 태도는 별원으로 들어서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흐리멍덩하 던 눈빛은 반짝이기 시작하더니 별원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 자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황보세가와 밀접한 관 련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도 정확하게 세가의 구조를 알 수가 없다. 심지어는 나무 한 그루의 위치까지도 잘 알고 있다. 저 곳이 가주 부부가 머무는 곳이고, 그 옆이 바로 소가주의 거처 이다. 내가 들어가야 할 곳은 제일 뒤에 있는 저곳이다. 으음, 건 물에는 별다른 것이 없군. 창문을 통하는 것이 가장 좋겠군.' 그렇다. 주민이 비굴한 행동을 보이면서까지 별원으로 들어온 것은 사전 답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 정도라면 밤에 숨어


들 수도 있지만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경계병 때문에 합법적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은기군은 별원으로 들어서면서부터는 먼저 앞서 갔다. 그러더니 잠시 후 혼자 나왔다. "이거 미안해서 어떡하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사매가 지금 대전에 있다고 하오. 아마 사부님의 생신잔치 문제로 회의가 있나 보오. 대신 그 꽃은 내가 꼭 전해주리다. 헌데 이거 형장의 꽃이 내 것보다 더 예쁜 것 같소이다. 하하하!" 그는 미안한 마음을 농으로 표시했다. "그... 그럼 바꿔 전해주십시오. 아니, 두 개 다 나리가 가져온 것이라 하셔도 됩니다. 그럼 저는 이만...... 오늘 후의에 대해서 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주민은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물러났다. '후후, 재미있는 친구로군. 분명히 무공을 모르는 친구인데 자 신의 감정을 철저히 숨기고 있군. 경극단에 있기에는 아깝군.' 은기군은 고수답게 주민의 행동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헌데 그가 안으로 들어가고 나자 다시 한 사람이 나타났다. 이 때는 이미 완전히 어둠이 내려 주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어 두워졌지만 분명한 것은 이 사람은 이곳에 숨어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자기 집에 들어온 것처럼 당당하게 나타났다. "후후, 생각보다는 일을 훨씬 더 잘하는군. 이렇게 되면 일을 앞당길 수 있겠군. 하긴 생일잔칫날에 일을 벌이는 것도 흥미롭 지." 그는 주민과 은기군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 비릿한 웃음을 지 었다.

<음모자>


비록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여러 정황으로 봐서는 그가 바로 주 민에게 청부를 한 사람이 분명했다. 그리고 주민의 생각처럼 황보 세가와 가깝거나 아니면 매우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곳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주민이 경극단의 일원으로 들어온 것을 미리 알고 이곳에서 기다렸던 것 이다. 그는 주민처럼 별원의 구조를 살피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 다가 떠났다. 음모의 냄새를 물씬 풍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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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4 편 빗나간 청부

■ 무심결 제 1 장 4 편 빗나간 청부 ━━━━━━━━━━━━━━━━━━━━━━━━━━━━━━━━━━━

짝짝짝! 공연이 끝나자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 다. 진명을 위시한 경극단원들은 다시 무대로 나와 관객들에게 답 례로 인사를 하고 막 무대 뒤로 돌아왔다. "야후! 이제 나도 정말로 배우가 됐다. 빼어난 외모에 탁월한 무술 실력, 거기에다가 타고난 연기력이 합쳐진 만능 연기자! 그 를 주민이라고 불러주세요." 주민은 분장실로 들어서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


댔다. "야! 겨우 나와서 얻어터지는 역할만 하는데도 무술 실력과 연 기력이 필요하냐?" "그러게 말이야. 어디 그뿐인가? 곱추 역할에 무슨 놈의 얼굴이 중요하냐?" "후후, 그것보다 나는 저 위대하신 연기자 분을 무대에서 본 기 억이 없는데,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역할을 맡으셨길래 저리도 호 들갑을 떠실까?" 다른 연기자들은 주민이 넉살을 떨자 놀려주었다. 이런 일은 무 대 뒤에서 하루 종일 벌어진다. 단원들이 힘들게 역할을 마치고 나오면 주민이 그들을 위해서 익살을 떨고, 그에 단원들도 맞장구 를 치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삼 개월 동안 계속된 일로 주민이 경극단에 적응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만큼 주민이 붙임 성이 좋다는 것을 의미했다. "쳇! 나는 내일 존경하는 형님들과 대원각에서 한 잔 할 생각을 했는데 틀렸구만. 할 수 없이 홍근이 놈에게 말해서 취소해야겠 군. 무려 열 명의 미녀들을 준비해 뒀다는데 아쉬운데?" 주민은 선배연기자들이 자신을 놀리자 즉시 복수를 했다. "그... 그게 정말이냐? 야, 민아! 나는 아까 한 말 모두 취소 다. 취소. 원래 경극단에서는 고참 연기자일수록 맞는 연기를 하 는 법이지.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너처럼 천부적 인 재질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지. 어때, 이 정도면 내일 대원 각에 갈 수 있겠냐?" "어디 그뿐인가? 경극에서 주인공이란 것도 그래. 조연이나 단 역들이 받쳐주지 않으면 허수아비나 마찬가지지. 오늘 공연에서

가장 빛나는 연기자는 누구였어? 단연코 주민이 맡은 곱추역할이 었잖은가? 만약 오늘 공연에서 곱추 역할을 주인공인 내가 맡았더 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공연은 엉망이 됐을 거야. 어떠냐? 민아! 나도 내일 대원각으로 갈 수 있겠냐?" 대원각이라는 말에 연기자들은 주민에게 아부하느라 정신이 없 었다. 물론 그들도 주민이 자신들을 대원각으로 데리고 갈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농담을 통해서 공연을 무사히 마


친 기쁨을 나눈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농담은 그리 좋은 결과를 맺지 못할 것 같았다. "대원각? 그곳이 그리 좋은가요? 그럼 나도 따라가야지. 민오 빠! 나도 꼭 데리고 가야 해요. 참, 아버지도 같이 가면 좋겠다." 그들은 진추가 옆에 있다는 것을 잊고 대원각을 놓고서 농담을 한 것이었다. 엄청난 실수를 한 셈이었다. 십칠 세의 소녀가 대원 각이 무엇을 하는 곳인줄 모를 리가 없었다. 다만 이들을 골탕먹 이기 위해서 시침뗄 뿐이었다. "자... 잠깐! 민아, 나는 내일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대원각에 는 못 갈 것 같구나. 미안하다. 네가 우리를 위해서 준비했는 데......." "아차! 나도 내일 친구들과 약속 있는 것을 깜빡했구나. 민아, 미안하다. 추아와 단장님을 모시고 다녀오너라! 그럼 나는 무대를 정리해야겠구나." 단원들은 모든 것을 주민에게 미루고 도망쳐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진추의 작전이었다. "호호호! 이제야 오빠와 단둘이 있게 됐구나. 자, 오빠! 이건 연기자로서 입문한 것을 축하하는 선물이야."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분장실에서 나가자 뒤에 감추고 있던 꽃 을 내밀었다. 주민에게 꽃을 주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모두 내 쫓았던 것이다. 씨익! 주민은 멋쩍은 표정으로 꽃을 받았다. 하지만 진추는 대원각의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다. "헌데 오빠는 정말로 내일 대원각에 갈 거야?" 갑자기 주민은 꽃을 든 손을 흔들며 강력하게 부정했다. "아... 아니야, 그건 농담으로 한 번 해본 소리야. 내가 무슨 돈이 있어서 그런 곳에 가겠냐?" 하지만 그는 진추의 눈을 마주보지도 못했다.


"좋아, 그럼 이번 한 번만 믿어주지. 하지만 한 번만 더 다른 여자를 만나는 일이 있으면 그때는 알지?"

진추는 손을 주민의 얼굴 쪽으로 내밀며 할퀴는 시늉을 하며 말 했다. 그 동안 주민과 진추의 관계는 매우 가까워졌다. 주민의 일이라 면 진추가 나서서 모두 해결해 주었고, 그 덕분에 불과 삼 개월만 에 주민은 단역이긴 하지만 무대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지게 되었다. 다만 주민은 진추를 동생쯤으로 생각한 반면에 진 추는 주민에게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이 바로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으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대세가의 가주들은 모두 대 전에서 회의를 하기로 되어 있다. 지금이 적기이다.' 이때 주민의 표정이 약간 긴장되었다. 진추도 그것을 읽었다. "오빠! 왜 그래? 어디 아파?" 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으... 응! 갑자기 배가 아파서 그래. 아침부터 설사기가 조금 있었는데 심해지려나 봐." "설사! 첫무대라 너무 긴장한 모양이야. 빨리 가봐. 뒤처리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할 거야." "그래, 고맙다. 일이 끝나면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바로 가도록 해라. 나는 아무래도 의원에게 가봐야겠다. 단장님께도 그렇게 전 해줘!" 주민은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알았어. 어서 가봐. 오빠 몫까지 내가 다 할게." 이곳에서의 공연은 극장에서와는 달리 한 번만 한다. 제한된 손 님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것으로 족하다. 그래서 단원들은 오늘밤에 철수한다. 무대를 설치하는 데는 삼, 사 일이 걸리지만 철거는 두 시진 정도면 끝난다. 황보세가의 식솔들도 같이하기 때


문에 쉽게 끝나는 것이다. 주민은 설사를 해서 바로 나간다고 말 했다. 헌데 그는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뒷간으로 가는 척하더니 다시 방향을 돌려 별원으로 향했다. 이때부터는 그는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마치 도둑이 남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신중하게 움 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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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4 편 -2 ★ 이런 곳에서 신법을 펼치다니?

■ 무심결 제 1 장 4 편 빗나간 청부 -2 ━━━━━━━━━━━━━━━━━━━━━━━━━━━━━━━━━━━

쓰쓰쓰....... 헌데 으로 몸을 들은 싶지

그가 별원을 향해서 약 십여 장 움직였을 때였다. 그의 앞 세 명의 그림자가 지나갔다. 순간적으로 주민은 나무 뒤로 숨겼다. 물론 평소 같으면 이렇게 행동할 이유가 없었다. 그 모두 신법을 펼치고 있었고, 또 주민 자신도 남에게 들키고 않았기 때문에 몸을 숨겼다.


'이런 곳에서 신법을 펼치다니? 이상하군. 후후, 왠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군.' 그는 호기심이 생겨서 세 사람이 들어간 곳으로 접근했다. 그곳 은 별원과 담을 사이에 둔 건물로 주민은 누구의 거처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는 지난 삼 개월 동안 경극과 별원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세가의 사람들은 손님들을 접대하느라 정신이 없어서인지 아무 도 보이지 않았다. 주민은 불빛이 새어나오는 방으로 접근했다. 그는 자세를 최대 한 낮추어 창가에서 귀를 기울였다. "세 분께서는 매우 분노하고 계시오. 오늘만 지나면 이런 기회 는 찾아오기가 어려울 것이오. 만약 오늘 중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당신은 무림에서 발붙일 수가 없을 거요." "그렇소. 아버님께서는 지난번 공자께 하신 말씀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셨소. 그 놈의 일과 관계없이 오늘 중으로 일을 처리할 것 을 명령하셨소." "나는 공자께 실망했소이다. 평소에는 배포가 크고 냉정한 성격 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오. 하 여튼 우리는 세 분의 뜻을 분명히 전달했소이다. 잘 처리할 것으 로 믿고 가겠소이다." 얘기로 봐서는 방금 들어간 사람이 한 사람에게 하는 말 같았 다. 그들은 상대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말하고는 나가 버렸다. '으음, 뭔가 음모가 있는 모양이군. 이곳도 세가에서 꽤 신분이 높은 사람의 거처인 것 같은데 저리도 매몰차게 몰아세우는 자들 은 누굴까? 아니, 지금 내가 남을 걱정해 줄 입장이 아니지. 이건 내 일부터 처리한 다음에 생각해 보자.'

주민도 조금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설마 그것이 자신과 연 관된 줄은 모르고 그냥 별원으로 접근했다. 예상대로 별원에는 경계무사가 없었다. 세 채의 건물과 곳곳에 는 불이 밝혀져 있으나 사람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만


멀리 호수가의 정자에는 두 남녀가 거닐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 습이 보였다. '후후, 정말 잘 어울리는 한쌍이로군. 하긴 은기군 저 자라면 황보진주의 상대로 손색이 없지. 헌데 저 친구를 보면 왠지 우울 한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보름에 가까운 둥근달과 낮게 뜬 구름, 그리고 시원한 바람. 이 모든 것이 가을날 저녁의 정취를 한껏 돋보이게 만들었다. 정자에 서 있는 청춘남녀들은 간간이 웃음소리를 내며 즐거워했고, 그 아 래 연못에서는 오색의 비단 잉어들이 달빛을 받으며 노닐고 있었 다. 주민은 잠시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지켜보더니 목표물이 있 는 황보경의 집무실로 향했다. 혹시 모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황보경이나 대 부인은 회의와 손님들을 접대하느라 바쁘겠지만 하녀들은 있을지 도 모르기 때문이다. '으음, 다행이로군.' 일손이 달려서인지 이곳의 하녀들도 모두 연회장으로 가고 보이 지 않았다. 주민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창문을 통해서 안으 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이미 불이 밝혀져 있어 밖에 있는 두 사 람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대단하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화분의 위치까지도 서찰 에 그려져 있는 그대로다. 이건 뭔가 음모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빨리 해치우고 빠져나가야겠다.' 별원의 구조는 물론이고, 황보경의 집무실도 서찰에 그려져 있 는 그대로였다. 그것은 청부자가 황보경의 측근 인물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민도 약간의 위기의식을 느꼈던 것 이다. 그는 즉시 서찰에 적혀있는 대로 탁자를 밀어내고 바닥에서 비 밀금고를 찾아냈다. '후후, 벽면에 금고가 있는 곳은 수도 없이 봤지만 바닥에 있는 것은 처음이다. 흠! 대단하군. 금고가 거의 방바닥의 반을 차지한 다.'


끼이익! 작은 마찰음 소리를 내며 금고는 열렸다. 어찌된 일인지 금고는 잠금장치가 따로 되어 있지 않았다. 워낙 은밀한 곳에 위치해 있 어서 안전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으잉? 별다른 것이 없잖아! 돈과 보석, 그리고 저건 뭐지? 불 상같기도 한데. 특이하게 생겼군. 헌데 서찰에서 말한 서류는 보 이지 않는다. 할 수 없다. 일단 이거라도 가져가는 수밖에." 주민은 돈과 보석에는 손도 대지 않고 불상만 품에 갈무리하고 는 금고를 닫았다. 탁자를 원위치시키자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 다. 전문가답게 그는 발자국을 남기기 않기 위해서 방 안으로 들 어올 때 이미 신발을 벗었다. 그가 들어왔을 때와 달라진 것은 초의 길이뿐이었다. 초는 이미 반 이상이 닳아 열기에 녹은 촛물이 촛대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후유! 큰일날 뻔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들켰을 거다.' 방을 나선 주민은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가 막 방에서 나오자 다른 사람이 들어갔다. 주민은 그가 바로 황보경이라고 생 각했다. 헌데 그의 생각은 그가 막 별원의 담을 넘는 순간 잘못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다시 한 사람이 황보경의 집무실로 들어갔기 때 문이다. '저건 또 누구야? 그럼 먼저 들어간 사람이 황보경이 아니란 말 인가? 아무래도 이번 일은 기분이 좋지 않아. 뭔가 꺼림칙하다. 빨리 처리하고 당분간 다른 곳에 숨어지내야겠다.' 주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을 다해서 황보세가를 벗어났 다. 헌데 과연 황보경의 집무실에 들어선 두 사람은 누굴일까? 분명 히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황보경이 분명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 머지 한 사람은 무엇 때문에 늦은 시간에 황보경을 찾은 것일까? 이상한 것은 두 사람 모두 방으로 들어서면서 안에 알리지 않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마치 자기 방으로 들어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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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4 편 -3 ★ 이건 인기척이다! 감히 누가...

■ 무심결 제 1 장 4 편 빗나간 청부 -3 ━━━━━━━━━━━━━━━━━━━━━━━━━━━━━━━━━━━

황보경은 사대세가의 가주들과 회의를 마치고 막 자신의 집무실 로 들어왔다. 부인이 연회의 뒷정리를 하느라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침소로 들어가지 않고 집무실로 왔다. 정자에 있는 딸과 수제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소리도 내지 않았다. 헌데 그는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으응? 이건 인기척이다! 감히 누가....... 우욱! 독이다. 이렇 게 급속히 퍼지는 독이라니? 그... 그렇다면 이것은 이미 내가 회 의장에서 중독되었다는 얘긴데. 그들이 설마? 피해야 한다.' 그는 이미 독에 중독된 상태였다. 지금까지는 몰랐으나 인기척 을 느끼고 기운을 올리는 순간 단전에서 고통을 느꼈다. 이런 상 태에서는 단전에 기운이 모이지 않는다. 심할 경우에는 무공이 전 폐될 수도 있는 것이다. 황보경은 즉시 몸을 밖으로 날렸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마음대 로 되지 않았다.


퍽! "크억!" 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강력한 기운이 등을 가격했다. 보통 때 라면 그 정도는 아무렇지 않지만 내력이 거의 소실된 상태에서는 치명적이었다. "네... 네놈이?" 그는 고개를 돌려 상대를 보고는 경악했다. 중독으로 내상을 입 은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순신간에 검이 황보경의 목을 날려 버렸다. 팍! 쿵! 또르르륵....... 상대의 검술이 뛰어났던지 별로 소리도 나지 않고 황보경의 머 리는 바닥에 떨어졌다. 실로 비참했다. 천하제일인자의 말로가 이 렇게 허무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부르르.......

범인은 황보경을 죽이고는 몸을 떨었다. 황보경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잘 아는 사이가 분명했다. 범 인은 황보경이 소리를 질러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까봐 두려워서 급히 목을 친 것이었다. "크크크, 그 누가 당신이 이런 모습으로 죽을 것이라 상상이나 했겠소? 사실 나도 당신의 이런 모습을 상상한 적이 없었소. 하지 만 안타깝게도 당신은 나의 미래를 망쳐놓았소. 그래서 나는 놈들 의 이용물이 된 것이오. 이제 당신이 사라진 이상 황보세가는 내 수중으로 떨어질 것이오. 그 점에 대해서는 감사드리는 바이오. 물론 나는 살인범을 잡아다 당신의 무덤에 위로해줄 것이오. 그것 도 당신이 가장 아끼는 대제자 놈으로 말이오. 키키키.... 재미있 지 않소? 대제자에 의해서 암살당하는 황보경! 그럼 잘 가시오."


범인은 처음 황보경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머리를 보고는 약간 두려워하는 것 같았으나 금방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다른 사람들 과 손을 잡고서 황보세가를 손에 넣기 위해서 가주를 암살한 것이 었다. 그리고 그것을 은기군에게 모두 덮어씌울 작정이었다. 그렇 다면 이 자는 황보경과 은기군이 죽음으로써 가장 큰 이익을 받는 사람일 것이다. 과연 황보세가 내에서 두 사람의 죽음으로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구일까? 또 한 가지, 이 자는 자신은 이용물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그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결국 이번 사건은 중원무림 전체가 소용돌이칠 음모에 의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과연 이 정도 의 음모를 꾸밀 수 있는 세력이 현무림에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또 의문은 더 남아있었다. 그것은 주민과 관계된 것으로 범인이 그를 청부한 것이 분명하다면 무슨 목적으로 금고를 털 것을 요구 했을까? 주민에게는 금고를 털 것을 청부하고선 정작 그는 금고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예 금고의 문을 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주민도 희생양에 불과한 것인가? 마지막 의문은 범인이 말한 은기군의 문제이다. 그는 어떤 방법 으로 은기군을 이번 사건과 연관시키려는 것일까? 지금 은기군은 분명히 황보진주와 연못가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만약 수사 가 시작되면 그것은 진주에 의해서 증명될 것이다. 이처럼 많은 의문 속에서 범인은 신속하게 방을 빠져나갔다. 두 동강난 천하제일인자의 시신만을 남겨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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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4 편 -4 ★ 뭔가 자꾸 꼬이고 있다!


■ 무심결 제 1 장 4 편 빗나간 청부 -4 ━━━━━━━━━━━━━━━━━━━━━━━━━━━━━━━━━━━

한편 위지세가를 나온 주민은 청부자와의 약속대로 홍등(紅燈) 을 걸어놓기 위해서 바로 관제묘로 향했다. 헌데 어찌된 일인지 새벽이 되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벌써 세 시진이나 지났 다. 혹시나 잘 보이지 않을까봐 홍등을 여러 개 내걸었으나 마찬 가지였다. 서찰에 적힌 대로라면 나타나야 할 시간이 지났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뭔가 자꾸 꼬이고 있다. 처음 일을 맡았을 때 대상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그리고 별원 옆 건물에서 했던 네 명의 얘기가 마음에 걸린다. 그건 급해서 못했 더라도 나중에 방으로 들어간 사람이 누군지는 확인했어야 했다. 호... 혹시? 함정이다. 피해야 한다." 주민은 즉시 몸을 날렸다.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좋지 않다고 생 각했던 것이 전후 사정을 판단한 결과 함정에 빠졌다는 결론에 도 달했다. '이런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다니? 만약 방으로 들어간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살수이고, 그것이 나로 만들어진다면.... 으으... 상상만 해도 온몸이 떨린다. 그렇다. 다른 길로 가야 한다. 이곳 도 안전하지는 못하다.' 그는 혹시 청부자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다면 반드시 이곳으로 올 것이라 예상하고는 샛길로 빠졌다. 헌데 그가 막 샛길로 빠지 는 순간 멀리서 십여 명의 무사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때 는 이미 해가 떠오는 시간이라 제법 주위가 밝았다. 만약 샛길로 빠지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발각됐을 것이다. '으음, 큰일날 뻔했다.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그대로 잡혔을 것이다. 그럼 경극단이나 집은 어떻게 되었을까? 저들은 그곳을 먼저 들렀다가 이곳으로 왔을 것이다.' 그는 무사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집과 경극단이 걱정되었 다. 그는 무사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무릅쓰고 집이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만약 무사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살 폈더라면 그는 들켰을 것이다. 무사들은 오직 관제묘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 관제묘에서 주민의 집은 그리 멀지 않았다. 걸어서는 이 각 정도의 거리이고, 달리면 일각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헌데 그는 반각도 걸리지 않아서 집에 도착했다. 그를 그렇게 빨 리 달리게 한 것은 새벽하늘을 밝힌 불줄기 때문이었다. 주민의 집이 있는 곳에서 커다란 불길이 솟아오르며 사람들이 달려가고 있었다. 그는 정신없이 달렸다. 이 순간만큼은 황보세가

의 무사들도 무섭지 않았다. 설사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모 친과 두 여동생의 목숨만큼은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 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허억!" 한참 달려가던 그는 불과 집을 백 장도 남겨두지 않고서 한 사 람에 의해서 막히고 말았다. "지금 제정신이야? 집에는 수십 명의 무사들이 깔렸어." 그를 막아선 사람은 바로 홍근이었다. "어... 어머니, 란이와 희아는 어떻게 됐느냐? 나는 지금 집으 로 가야 해. 어서 비켜!" 주민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퍽! 홍근은 할 수 없이 그의 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꽤 무겁군. 그 동안 경극단에서 대우가 괜찮았던 모양이지?" 그는 주민을 업고 가면서 투덜거렸다. 아직 날이 완전히 밝지 않아서 그렇지 만약 대낮이었다면 이들은 벌써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잡혔을 것이다. 홍근이 주민을 데리고 간 곳은 빈민촌에서 조금 떨어진 야산에 있는 작은 동굴이었다. "뭐... 뭐라고? 지금 나는 농담할 기분이 아니다. 내가 황보세 가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가주를 해치기 위해서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아마 홍근이 주민에게 황보세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설명을 한 모양이다. "이렇게 상황 판단을 못하니 남에게 이용당하지. 이 병신아! 지 금 온 낙양이 너 때문에 난리단 말이야. 황보세가는 물론이고 관 병들까지 나서서 네놈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 알겠어? 낙양 사람 들은 모두 너를 황보가주의 살인범으로 알고 있어. 이미 경극단은 폐허가 되었고, 집도 불타 버렸다. 어머니는 형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죽었고, 란이와 희아는 소식조차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왜 사전에 내게 얘기하지 않았어? 아무리 돈이 필요하다 지만 우리가 무슨 재주로 무림인들을 상대한단 말이야?" 홍근이 폭발했다. 그는 새벽에 대원각에서 소식을 듣고는 직감 적으로 주민이 관련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바로 경극단으 로 달려갔다. 헌데 경극단은 이미 폐허가 되었고 사람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어서 그가 주민의 집으로 달려갔을 때는 모친의 난자당한 모습밖에 없었다. 그는 주민 못지않게 모친과 여동생들 에게 집착이 강했다. 특히 주란과는 조만간 결혼을 하기로 약속까 지 한 상태였다. 다만 주민 때문에 그 동안 감정을 자제했었다. 헌데 정작 본인이 상황판단을 못하고 있자 폭발한 것이었다.

"그... 그럼 그게 모두 사실이란 말이냐?" 그제야 주민도 조금씩 상황을 깨닫기 시작했다. 비록 홍근이 장 난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람의 목숨, 그 중에서도 자기 식구들을 가지고 장난칠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지금까지 아무리 화가 나더라 도 주민에게는 '형'이라는 호칭을 꼭 붙였다. 헌데 이번에는 '네 놈'과 '병신'이라는 말까지 사용했다. 주민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로서도 현실을 받아들이기 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물론 관제묘에 무사들이 들이닥치는 것을 보고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황보경이 암살당했 을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지금 그는 어디서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놈들은 처음부터 가주를 죽일 목적으로 나를 이용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놈도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조종받고 있음 이 분명하다. 그때 그들의 신분에 대해서만 정확히 확인했더라도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텐데. 그리고 방에 들어간 사 람에 대해서도 확인했어야 했다. 나 때문에 어머니와 동생들이 희 생되고, 경극단에도 큰 죄를 짓게 되었다. 놈들은 처음부터 나를 자신들의 노리개 정도로 판단했다. 하지만 네놈들은 곧 후회하게 될 것이다.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반드시 찾아내 복수할 것이 다. 어머니는 거리에서 굶어 죽어가는 나를 지금에 이르기까지 보 살펴주셨다. 헌데 나는 그 분에게 잔혹한 죽음만 안겨주었다. 다 른 것은 몰라도 그것만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절대!' 갑자기 주민의 손과 얼굴에 힘이 들어갔다. "란이와 희아는 걱정하지 마. 죽지는 않았을 거야. 주위를 샅샅 이 찾았는데도 시신은 보이지 않았어. 아마 누군가가 데리고 간 모양이야." 홍근도 주민의 표정을 보면서 서서히 걱정이 되었는지 달래려고 애를 섰다. 그 덕분인지 주민도 금방 표정을 가다듬고 그 동안의 과정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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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장 4 편 -5 ★ 이건 내가 가지고 있는 전부야!

■ 무심결 제 1 장 4 편 빗나간 청부 -5 ━━━━━━━━━━━━━━━━━━━━━━━━━━━━━━━━━━━


"......아무래도 내가 놈들에게 이용당한 것 같아. 그리고 이것 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 무림 전체의 안위와 관련된 음모가 분명하다. 반드시 놈을 찾아내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복수도 할 것이다." 그는 자신을 청부한 자를 생각했는지 다시 표정이 굳어졌다. 하 지만 홍근의 다음 말에 그는 다시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 다. "그런 수고할 필요도 없어. 이미 밝혀졌어." "밝혀지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내게 청부한 사람이 누군 지 밝혀졌다는 말이야? 그게 누구야? 누구냐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홍근이 쉽게 말을 하지 못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까 황보세가의 무사들이 하는 소리를 훔쳐들었는데 대제자인 은기군이 형을 사주해서 가주를 살 해했다던데? 그래서 장로회의의 결정에 의해서 이미 은기군은 숙 소에 감금된 모양이야." "은기군! 마... 말도 안 돼! 그는 당시 황보진주와 같이 있었 어. 그는 곧 그녀와 결혼할 사이야. 헌데 그가 뭐가 아쉬워서 가 주를 살해한단 말이야? 그것도 음모가 분명해." 주민은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가 본 은기군을 절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헌데 그것마저도 또다시 깨지고 말았다. "무사들의 말에 따르면 그는 원래 황보경과 원수지간으로 부친 이 황보경에 의해서 죽음을 당하자 신분을 감추고 숨어들었다고 하더군. 그는 자신의 신분이 의심받을 염려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서 형을 이용했다고 하더군." "그게 정말이야? 도대체 사람의 속을 알 수가 없단 말이야. 겉 으로 보기에는 매우 순수하고 깨끗하게 보였는데......." 그는 은기군의 부분에서는 왠지 믿기지가 않았다. 만약 그의 과 거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직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사람을 보는 눈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 는다고 생각한 주민으로서는 인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건 다음 문제이고, 형은 이제 어떡할 거야? 이 상태로는 며 칠도 버티지 못해. 나도 형과의 관계가 드러나면 철저히 통제받을 거야. 지금 이곳 낙양에서는 나 말고 형이 의탁할 곳은 없어. 빨


리 이곳을 벗어나야 해. 당분간 숨어지내다 기회를 노려야 해. 이 번 기회에 형도 무공을 한 번 배워보는 게 어떻겠어? 무공을 모르 면서 저들에게 대항한다는 것은 무모한 거야. 자살행위나 같은 거 야." 홍근도 주민이 복수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들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뿐이었다. "네 말대로 일단 이곳을 떠나야 되겠지. 나는 원래 이번 일을 끝내고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었어. 상황이 바뀌긴 했지만 그대로 실행해야지. 만약 은기군이 범인이라면 그 배후는 실로 거대한 세 력일 거야. 하지만 나는 결코 복수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십 년 이고, 백 년이 지나도 아니 후세에 이어서라도 반드시 복수하고 말 테야. 두고봐!" 주민은 강력한 의지를 표시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장 가려고?" 홍근이 놀라며 따라 일어섰다. "조금이라도 더 지체하면 위험한 건 나야. 너는 란이와 희야 그 리고 경극단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봐. 그리고 아까 내가 말한 세 명이 들어간 황보세가의 그 건물이 누구의 거처인지도 알아내고. 그리고 혹시나 너도 놈들에게 잡힐지 모르니 연락은 내가 직접 하 마. 네게 무거운 짐만 넘겨주고 떠나게 돼서 미안하구나. 용서해 다오." 주민은 진정으로 홍근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이건 내가 가지고 있는 전부야. 다른 곳에 가서도 당분간은 아 무 일도 하지 마. 괜히 신분이 드러나면 곤란하니까? 이미 놈들은 형이 야래향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알았다. 그럼 내가 먼저 나가마. 아직은 사람들의 통행이 많지 않으니까 움직일 수 있을 거다." 주민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을 나섰다.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모친과 여동생들을 잃고도 저리도 담담 할 수 있다니! 어쩌면 놈들은 형을 희생물로 이용한 것이 실수였


는지도 모른다. 형의 능력이라면 무공을 모르는 단점도 극복할 수 있을 거다. 아니면 다소 늦기는 했지만 정말로 무공을 익힐지 도.......' 홍근은 담담히 동굴을 나서는 주민을 보고서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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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1 편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 무심결 제 2 장 1 편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

<천하제일인자 황보경의 죽음> <황보경은 대제자 은기군의 음모에 의해서 살해당했다>

이것은 전 무림을 들끓게 만들었다. 황보세가의 장로회의는 즉 시 은기군을 가택연금했으며, 그의 하수인인 경극단원 주민을 추 적하기 시작했다. 사대세가는 즉시 공동으로 추적대를 구성했고, 황보세가의 무사들은 이미 낙양경극단원들에 대한 체포명령을 내


렸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도록 그들은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 낙양경극단은 이미 사전에 사실을 알고 모두 피했으며, 주민의 집 은 누군가에 의해서 불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또한 주민 에 대한 추적도 진전이 없었다. 할 수 없이 황보세가는 관병들의 협조를 얻어서 낙양 전역에 경계를 강화하고 수색활동에 들어갔 다.

다음 날 오후. 경계가 가장 삼엄한 낙양성의 입구. 나가는 사람은 물론 들어오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검문 검색이 아주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관병과 황보세가의 무사들로 이 뤄진 경계병들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즉시 조사를 했다. 특히 혼자서 다니는 사람들은 영락없이 조사를 받았다. 그 들은 주민이 혼자서 다닌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이고, 나리! 저는 매일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입니다요. 이걸 보십시오. 겨우 땔감을 팔아서 노모와 가족을 부양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다 팔지 못해 이렇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저기 계신 나리 께 물어보십시오. 저는 매일 이곳을 지나 다닙니다. 정말입니다." 나무꾼이 무사들이 자신을 붙잡아 심문을 하자 항변했다. "그럼 이건 뭐냐? 나무꾼이 무엇 때문에 이런 흉기를 가지고 다 니느냐?" 무사는 나무꾼의 옆구리에 메여져 있는 검을 보고서 따졌다. "나리, 저는 제약산에 살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맹수도 많을 뿐

만 아니라 도적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제 몸을 지키기 위한 최소 한의 보호수단입니다. 비록 싸구려이긴 하지만 무려 한 달이나 돈 을 모아서 구입한 것입니다. 만약 이것마저도 없다면 저는 내일부 터 이곳을 다닐 수가 없을 것입니다. 저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입 니다." 나무꾼은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했지만 무사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럼 왜 패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느냐?" 패찰은 중원인들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으로 관청에서 발급하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만 이런 사건이 일어났 을 경우에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큰 곤혹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나리, 저는 이곳을 무려 오 년째 다니고 있지만 패찰을 보여달 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또한 저 같은 천민에게 패찰이 란 게 뭐 필요하겠습니까? 그런 것은 신분을 표시하는 것이 아닙 니까? 저는 보시는 바와 같이 신분을 속이거나 높이고 싶은 생각 이 추호도 없습니다. 그것이 의심스러우면 관가에 가서 확인해 보 셔도 좋습니다." 나무꾼은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포기해 버렸다. 차라리 관가에 가서 확인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좋다. 하지만 당분간은 패찰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을 것이 다. 가 봐라." 무사는 더 이상 의심할 것이 없던지 나무꾼을 그냥 보내주었다. "감사, 감사합니다. 나리. 정말로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내일부터는 꼭 패찰을 가지고 다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꾼은 얼른 지게를 지고서 성문을 빠져나갔다. "에잇! 미꾸라지 한 놈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람. 다음!" 무사는 짜증이 나던지 소리를 질러댔다. 한편 성문을 막 벗어난 나무꾼은 도망치듯이 달리더니 멀리 떨 어진 숲속으로 사라졌다. 혹시 그곳에서 나무라도 할 생각인가? 헌데 분명히 숲속으로 들어간 사람은 나무꾼이었는데 잠시 후 나 온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문사차림의 청년으로 걸음 걸이도 점잖은 것이 영락없는 귀공자였다. 누가 보아도 나무꾼과 는 판이하게 달라 보였다. 혹시 그는 나무꾼이 들어가기 전에 그 곳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상한 것은 나무꾼은 숲속에 들어간 후에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분명히 자신의 집을 제약산이라고 했다. 제약산은 숲과 적어도 백 리 정도 떨어 진 곳으로 방향도 달랐다. "쯧쯧쯧, 벌써 가을이 가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구나. 나뭇잎들


이 붉게 물들어가는 것을 보니 절로 시심이 동하도다. 푸르던 잎 새들은 하나둘씩 붉게 타들어가고, 철새들도 차례로 남쪽으로 날 아가는구나. 이런 날에는 이백의 시를 읽으면서 백로주를 한 잔 하면 그만일 텐데."

청년은 느린 걸음으로 주위를 살피면서 자연의 정취를 즐겼다. 지금 청년이 향하고 있는 길은 황하의 젖줄을 잇는 나룻터로 이어 져 있다. 그래서인지 주위의 경관이 수려해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 기에 충분했다. 나룻터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통행은 점점 더 많아지고 간간이 무사들도 보였다. 하지만 청년은 조금도 위축되 지 않고 담담하게 걸어갔다. 하지만 그라고 해서 감시의 대상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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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1 편 -2 ★ 여기서 잡히면 끝장이다!

■ 무심결 제 2 장 1 편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2 ━━━━━━━━━━━━━━━━━━━━━━━━━━━━━━━━━━━

"무슨 일이오? 혹시 내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소이까?" 청년은 앞을 막아선 무사에게 물었다.


"공자, 우리는 지금 황보가주의 살인범을 찾고 있소이다. 공자 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오. 미안하지만 패찰을 좀 보여주 실 수 있겠소?" 무사는 청년의 옷차림이 깨끗하고 외모가 수려해서인지 정중하 게 말했다. "나도 그 일에 관해서는 들었소이다. 아무리 무림이라지만 그렇 게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자들은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오. 여기 있소이다. 하루 속히 범인을 잡아 우리 같은 사람들이 편히 지낼 수 있도록 해주시오." 청년은 패찰을 넘겨주며 자신의 의견까지 말했다. "아! 경원장의 대공자셨군요?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헌데 지금 어디로 가시는 길이십니까?" 무사는 청년의 패찰을 보고는 더욱 정중하게 말했다. 아마 경원 장이라는 곳이 꽤나 이름 있는 곳인 모양이다. "저를 알아봐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저는 이번에 한림원에 서 있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가는 길입니다. 학사께서 친히 서한을 보내셔서 할 수 없이 가야 할 입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려움이 많으시더라도 꼭 범인 잡기 를 기대하겠습니다." 청년은 무사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몸을 돌렸다. "노력하겠습니다. 무사히 다녀오십시오." 무사도 다시 한 번 정중히 인사를 했다. 청년은 무사와 인사를 하고는 자연스럽게 나룻터를 향했다. 헌 데 그가 거의 배가 있는 곳까지 갔을 때였다. 한 사람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형씨는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청년은 몸을 돌려 상대를 보았다.


상대도 거의 청년과 같은 차림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상대의 나이가 조금 더 많고 무공을 익힌 것 같았다. "저에게 물으신 것입니까? 예, 저는 개봉으로 가는 길입니다만. 그러는 형장께서는 어디로 가십니까?" 청년은 상대에게 되물었다. "잘됐군요. 저도 개봉에 가는 길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같이 길동무나 하면서 가면 안 되겠습니까? 아차, 저는 현우라고 합니다. 무당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상대는 자신을 현우라고 소개했다. "아! 무당제일의 후기지수라는 현우공자셨군요. 저는 민규라고 합니다. 문사에 불과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형장처럼 무공을 배우 고 싶습니다만 워낙 몸이 약해서 배울 재간이 없습니다." 청년은 자신을 민규라고 소개했다. 이상한 것은 분명히 앞서 무 사는 그를 경원장의 대공자라고 불렀다. 헌데 경원장의 대공자는 민규가 아니라 홍의이다. 경원장이 홍씨 성을 가진 가문이라면 그 역시 당연히 홍씨여야 한다. "민형이셨구려. 자, 일단 배에 올라가서 얘기를 나누도록 합시 다. 뱃길이라 꽤 지루할 텐데 민형이랑 동행하게 돼서 다행이오." 현우는 민규를 배로 안내했다. 배는 범선보다는 작았지만 황하의 큰 물결을 헤치고 나가기에는 충분한 크기였다. 손님은 황보세가의 사건 탓인지 그리 많지는 않 았다. 정원이 약 백 명 정도인데 불과 반도 채우지 못했다. 두 사람은 배의 선두에 앉았다. "출발하겠습니다." 사공이 큰소리로 외치자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사 람이 타고 나자 더 이상 올 사람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렇게 배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탄하게 개봉으로 향했 다. 중원의 내륙에서 시작된 강줄기를 따라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 에 달리 노를 젖지 않아도 잘 흘러갔다. 사공은 방향만 조정하면 되었다.


"민형은 장강과 이곳 황하의 차이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셨소?" 현우가 배가 출발하면서 민규에게 물었다. "글쎄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겠지만 우선 장강이 물결이 잔 잔하고 지나는 곳마다의 풍경이 뛰어나다면, 황하는 비록 풍경은 그만 못하겠지만 힘이 넘치고 생동감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 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장강이 여성스럽다면 황하에서는 남성의 강인한 힘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혹시 형장께서는 다른 점을 느 낀 것이 있습니까?"

"저도 민형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저는 이곳에는 장강 과는 달리 물살이 강해 도적들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 가 봅니다." 현우는 갑자기 이상한 말을 했다. 헌데 그의 시선을 따라가던 민규의 눈이 커다랗게 커졌다. '으음, 저건 황보세가의 배다. 여기서 잡히면 끝장이다. 이곳은 피할 곳도 없다.' 이건 무슨 소린가? 혹시 민규가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한단 말 인가? 이어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보세가다!" "저들이 왜 우리를 가로막는 걸까? 혹시 우리 배에 살인범이라 도 타고 있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을걸세. 의례적으로 검문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우리는 이미 나룻터에서 모두 검문을 받았잖나?" "......?" 사람들은 겁을 먹고는 저마다 아우성들이었다. "황보세가? 그러면 저들은 바로 황보가주의 살해범을 잡기 위해 서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말이오? 이미 여러 차례 검문을 받았는


데 또 다시 받아야 한단 말인가?" 현우도 불만 섞인 투로 말했다. 이렇듯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의 생각이 일치하지만은 않았다. 현우가 속한 구파일방은 황보세가의 이번 일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했다. 사대세가는 사건이 발생하자 축하객으로 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추적대를 꾸리는 등 신속한 대 응을 했으나 구파일방의 고수들은 그냥 자기 문파로 돌아가고 말 았다. 현우 역시 그런 경우이다. 다만 그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조금 더 늦게 출발했을 뿐이다. 헌데 이번에는 민규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대신 뭔가의 생각에 골똘히 잠겨 있었다. '이상하군. 범선이 다가서자 이 자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하늘이 무너져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자가 갑자기 무엇 때문에 그런 걸까? 혹시 이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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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1 편 -3 ★ 하필이면 집사가 나타나다니?

■ 무심결 제 2 장 1 편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3 ━━━━━━━━━━━━━━━━━━━━━━━━━━━━━━━━━━━


현우의 눈치는 빨랐다. 그는 민규의 행동을 보면서 금방 한 가 지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 민규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는 성급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대신 민규가 그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장, 지금부터는 저와 가까운 척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 오. 지금은 말씀드릴 여유가 없소이다. 미안하오." 민규는 현우에게서 떨어지며 말했다. '후후, 살인범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하다니? 재미있는 친 구로군. 다소 장난기가 많아 보이기는 해도 결코 사악한 사람은 아니다. 무슨 고충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도 순순히 물러 날 수가 없지.' "하하하, 우리는 이미 개봉까지는 같이 동행하기로 했잖소. 나 는 원래 중도에 일을 포기하는 성질이 아니라오. 혹시 아오? 민형 의 고충을 내가 덜어줄지도." 현우는 민규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형장!" 민규가 소리치며 말을 하려는 순간 현우가 막으며 전음을 보냈 다. (민형, 나는 당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소. 하지만 최소한 나는 내가 친구로 정한 사람을 쉽게 버리지는 않소 이다.) 현우는 민규에 대해서 그리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모양 이다. 그런데 민규는 무슨 이유로 황보세가에 쫓기는 것일까? 지금 황 보세가에 쫓기는 사람은 주민과 경극단원들에 불과하다. 헌데 그 는 주민은 물론 경극단원도 아니었다. 그건 아까 숲속에서 살아진 나무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부랴부랴 숲속으로 들어가더니 나오 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뿐이다. 나무꾼은 물론이고, 민규도 변장 을 했다는 것이다. 주민과 경극단원들은 화장술이 뛰어나기 때문 에 이 정도의 변장은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민규는 과연 누구일까?


두 사람이 본의 아닌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범선이 다가와 이들이 타고 있는 배를 바깥으로 유인했다. "우리는 황보세가의 무사들이오. 지금 우리는 황보가주님의 살 해범을 찾고 있소이다. 놈은 변장술에 뛰어나기 때문에 여러분의 도움이 있어야만 잡을 수가 있을 것이오. 만약 우리의 요구에 불 응하는 사람은 그 자와 같은 패거리로 간주해서 가차없이 처단할 것이오." 범선에서는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후, 집사께서 직접 나서셨군. 세가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군. 하긴 집사는 가주와 남다른 관계였으니 그냥 기다리기에는 어려웠 을 것이다. 그렇지 않소?" 현우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민규에게 말했다. 하지만 민규의 입장에서는 장난 칠 입장이 아니었다. 그는 집사 가 나타나자 더욱 긴장했다. '하필이면 집사가 나타나다니? 그는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정도면 나의 변장에 대해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것이 다. 그렇다고 황하에 뛰어들 수도 없지 않은가? 사면초가다.' 민규는 집사 유소가 자신을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마 만난 적이 있는 모양이다. 만약 그가 낙양경극단의 단장 진명이라 면 여러 번 집사와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단원이 집사를 만날 일은 없다. 아니 한 사람은 직접 그와 만나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주민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지난번 별원 의 상황을 염탐하기 위해서 꽃을 들고 주위를 배회하다가 유소에 게 들킨 적이 있었다. 그렇다. 지금 민규로 변장한 사람이 바로 주민이었다. 그는 홍 근과 헤어진 후 변장에 필요한 도구와 패찰을 구한 다음에 바로 낙양성을 나선 것이다. 나무꾼 역시 그의 변신이었다. 이때 이미 배에는 황보세가의 사람들이 옮겨 타 일일이 사람들 과 배를 조사했다. 세가의 무사들은 가주의 죽음으로 다소 경직되 어 있었고, 그래서 사람들을 거칠게 다루었다.


"어서 짐을 풀어봐! 이건 또 뭐야? 에잇!" 무사는 중년의 상인에게 발길질을 했다. 퍽! "크윽! 아이고, 나리! 한 번만 봐 주십시오. 가족들을 먹여 살 리려고 그런 것뿐입니다.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요. 제발!" 아마 상인의 짐 속에는 불법적인 물건이 숨겨져 있었던 모양이 다. 풍덩!

무사는 상인의 보따리를 강물에 던져 버렸다. 대신 더 이상은 추궁하지 않았다. 삼십 명도 넘는 무사들이 옮겨탔기 때문에 금방 주민이 조사받을 차례가 되었다. "아! 무당의 현우공자셨구려. 죄송합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헌데 이 분은 누구십니까?" 무사는 주민에게 다가서다 그 옆에 있던 현우가 패찰을 건네는 것을 보고는 인사를 했다. "민규라고 내 어릴 적 친구입니다. 원래를 서생인데 이번에 낙 양에 왔다가 같이 무당으로 가서 간단한 무공이라도 가르쳐 줄 요 량으로 데려가는 중입니다." "민규라고 합니다. 황보세가의 무사님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 다." 주민은 적기에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를 했다. 약간은 아부 섞인 말이었다. 하지만 무사는 서생이라는 말에 대꾸도 않고 그냥 물러나 버렸 다. 아무리 살인범을 찾는 것도 좋지만 무당파의 인물이 보장하는 사람까지 조사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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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1 편 -4 ★ 언젠가는 반드시 보답하리다!

■ 무심결 제 2 장 1 편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4 ━━━━━━━━━━━━━━━━━━━━━━━━━━━━━━━━━━━

"무당산까지 무사히 가시기 바라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이 만......." "꼭 범인을 잡기를 바라겠습니다." 현우도 완벽하게 연기를 했다. '후후, 이 친구도 경극단원을 해도 성공할 수 있겠군. 헌데 이 친구는 무슨 이유로 나를 구해주는 것일까? 나중에라도 들통나면 곤란해질 텐데.' 주민은 현우의 호의가 고맙긴 했지만 괜히 부담스러워졌다. 나 중에 문제가 생기면 현우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유소는 주민이 탄 배에 내리지 않았다. 만약 그가 직접 조사를 했더라면 주민은 그 즉시 들키고 말았을 것이다. 잠시 후 황보세가의 범선은 바로 떠났고, 주민이 탄 배도 개봉 을 향해서 순항했다. 이렇게 배는 중간지점인 정주(鄭州)까지 무 사히 왔다.


헌데 이때 주민의 태도가 달라졌다. "형장, 아무래도 나는 이곳에서 내려야 할 것 같소이다. 원래는 배로 개봉까지 갈 생각이었지만 계획을 바꿔야겠소." 주민은 혹시나 개봉에서 누가 기다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정 주에서 내리기로 했다. "그건 민형이 알아서 하시오. 하지만 나는 꽤 섭섭한데요? 그래 도 오랜만에 좋은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헤어 질 줄은 몰랐소이다." 현우는 정말로 헤어지기가 아쉬웠다. 그는 왠지 주민에게서 친 근감을 느꼈다. 별로 얘기를 나눈 것도 없으면서도 믿음이 갔다. "형장은 특별한 사람인 것 같소이다. 내가 범인이란 것을 알면 서도 도와준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감사드리오. 언젠가는 반 드시 보답하리다." 주민은 감사의 인사를 했다. "후후, 나는 다른 사람의 얘기나 주장보다는 내 자신의 판단을 믿는 편이라오. 내가 보기에는 그들보다는 민형이 더 깨끗한 것

같소이다. 아마 무슨 사연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드오. 마지막으로 우리의 인연을 생각해서 한 가지 충고를 해도 괜찮겠소?" "형장의 충고라면 받아들이겠소." "후후, 두 가지외다. 하나는 사람을 쉽게 믿지 말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민형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단 무림의 일에 휘말린 이 상 무공을 익혀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오. 아무리 머리가 좋고 변 장술에 뛰어나더라도 피해 다니는 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오. 그 럴 바에는 차라리 무공을 배워서 그들이 다시는 추적을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것이오." "형장의 충고 깊이 새겨두겠소이다. 그럼 잘 가시오." "민형도 조심하시오. 정주도 그들의 영향권 하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두 사람이 인사를 하는 사이에 배가 정주에 도착했다. 주민은


현우를 한 번 돌아보고는 배에서 내렸다. '후후, 무공도 모르는 사람이 천하제일인자의 범인이라.... 재 미있군. 저 친구는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다. 뭔가 무림에 커다 란 변화가 올 것 같다. 그것도 아주 큰.......' 현우는 주민의 뒷모습을 보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변했다.

한편 정주시내로 들어온 주민은 가장 먼저 변장을 바꾸었다. 이 번에는 중년의 상인으로 변장했다. 시장에서 간단한 물건을 구입 해 준비를 마쳤다. 정주와 개봉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하루면 갈 수 있는 거리이다. 그는 저녁에는 객잔에서 머문 뒤 새벽에 길 을 떠났다. 의외로 새벽에 사람들의 통행이 많았다. 대개가 상인들로 개봉 으로 가는 사람들이었다. 물건의 양의 많아서 수십 대의 마차로 옮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주민처럼 간단한 짐으로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형씨도 개봉으로 가시우?" 옆에 동행을 하던 중년인이 주민에게 물었다. "그렇소만. 형씨는 뭘 가져가시우?" 그는 정말로 중년인의 흉내를 냈다. 경극단에서 배웠던 것을 제 대로 써먹었다. "나는 노리개를 파는 사람이오? 지난번 개봉에서는 재미가 괜찮 았거든. 그래서 이번에는 좀더 많이 가져가는데 어떨지 모르겠소? 그런 형씨는 뭘 가져가오? 봇짐이 간편한 것으로 봐서는 나와 비 슷할 것 같은데." 중년인이 혹시나 자신과 같을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아닐까 하 고 걱정스런 눈으로 말했다.

"후후,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노리개가 아니라 비단장수외다. 남부지방에서 질이 좋은 제품을 가져와서 개봉에서 높은 가격으로 팔지요. 나도 최근에는 꽤 재미를 봤는데 경쟁이 심해서 갈수록


어렵다오." 주민은 진짜로 짐 속에 비단을 넣었다. 다만 비싼 것이 아니라 싼 걸로 구입했다. 그래도 비단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구입하는데 황금으로 백오십 냥이나 들었다. 그는 이제 진짜로 개봉에 가서 비단장사를 해야 할 판이었다. 이렇게 두 사람은 거의 반 나절을 동행했다. 헌데 이때부터 주 민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정주시내에서부터 나를 따르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개봉으로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분명히 나를 미행하고 있다.' 갑자기 주민의 신경이 곤두섰다. 새벽에 출발할 때에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설마하는 심정으로 그냥 두고 보았다. 하지만 미 행은 반 나절 동안 계속되었고, 이제는 숫자도 많아졌다. '놈들은 이미 내 정체를 알았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변장에는 별로 문제가 없는 것 같고, 혹시? 그렇다. 내가 옷을 구입할 때 그 가게 주인의 눈빛이 좋지 않았다. 이잇! 놈들은 이미 정주에도 나를 수배한 것이 틀림없다. 그것을 간과한 것이 실수였다.' 그건 사실이었다. 정주는 황보세가의 영향권하에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미 그들이 모든 가게에 주민에 대한 주의를 줬을 것이 다. 그래서 젊은 사람이 중년인의 옷을 구입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즉시 걸음을 빨리 했다. "형씨, 나는 아무래도 먼저 가야겠소. 장사를 하기 전에 몇 군 데 들러야 할 곳이 있소이다. 많이 파시오. 혹시 다음에라도 만나 면 내가 한턱 내리다." 그는 상대가 대답도 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산길이라 길 옆이 바로 숲이었다. 주민은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는 척하면서 숲으로 숨었다. '최대한 멀리 벗어나야 한다. 잡히면 그것으로 끝이다. 어머니 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공을 배워야 한다.' 그는 전력을 다해서 달렸다. 방향이나 목적지도 없었다. 일단 추격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황금 백오십 냥어치의 비 단도 버리고 그냥 달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멀리 숲속에


작은 집이 한 채 보였다. 아침햇살이 훤하게 주위를 밝히는 작은 언덕에 나무껍질로 만든 작은 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으음, 고민이로군. 무작정 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떤 사 람이 사는지도 모르는 곳에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지 않은가? 좋 다. 일단 부딪혀 보자.'

주민은 추적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고 해서 일단 한숨 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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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1 편 -5 ★ 일단 본가로 데려간다!

■ 무심결 제 2 장 1 편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5 ━━━━━━━━━━━━━━━━━━━━━━━━━━━━━━━━━━━

"계십니까? 지나가는 과객입니다. 잠시 쉬어가도 되겠습니까? 폐는 끼치지 않겠습니다." 끼이익! 그는 안에서 반응이 없자 문을 열고 들어갔다. 헌데 그는 순간


적으로 호흡이 멈추는 줄 알았다. "으흑!" 집안에는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후후, 어서 오게나. 나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어떡하나 했더니 그리 실망시키지는 않구만. 하긴 그 정도는 되어야 사부님 을 해칠 수 있었겠지만." 다섯 명의 무사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절정의 고수들이었다. 그 중에는 집사 유 소도 보였다. 말을 한 사람은 가운데 앉은 이십대 중반의 청년이었다.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주민을 노려보았다. 그외 나이 많은 사람들 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장로들이 분명했다. 물론 이들만이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집 주위에는 수십 명의 황보세가 고수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하하하,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았다니 다행이오. 휴우, 정 신없이 달렸더니 목이 타는군. 이왕 왔으니 물이나 한 잔 얻어마 실 수 있겠죠?" 주민은 금방 정신을 가다듬고는 능청스럽게 나왔다. 그는 다섯 명이 앉아 있는 탁자로 가서 물을 내놓으라고 큰소리쳤다. 다섯 명의 고수들은 모두 어이가 없었던지 서로의 얼굴을 보면 서 말문을 열지 못했다. 이때 그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이 구석에서 떨고 있는 여인에게 눈짓을 보냈다. 물을 주라는 것이었다. "꿀꺽! 꿀꺽! 캬하! 좋다. 이래서 사람에게 물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건이란 말씀이야. 헌데 여러분들께서는 제가 이곳으로 올 줄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는 사실 바로 개봉으로 갈려다가 중간에 마음이 변해서 정주에서 내렸거든요. 옷을 아무데서나 구하는 실

수를 범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이것은 주민의 진심이었다. 자신도 황보세가의 포위망을 빠져나


갈 수 있을 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약 자신 이 잡히더라도 낙양에서나 아니면 가까운 곳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헌데 예상외로 개봉에 거의 다 와서 잡히고 말았다. 그 것이 그의 궁금증이었다. "그게 바로 네놈의 한계다. 그러고도 사부님을 해쳤다는 것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중앙에 앉아 있는 청년은 계속해서 주민이 자신의 사부를 해쳤 다는 말을 했다. '으음, 저 자가 바로 황보경의 둘째제자라는 배효로군. 헌데 별 로 느낌이 좋지 않은 친구로군. 사부를 해친 자를 미워하기보다는 놀이감 정도로 생각하는군. 그리고 왠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다.' 주민은 배효를 처음 만난 인상이 좋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오? 내가 누구를 해쳤단 말씀이오? 당신이 말 하는 사부란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이오?" 그는 완전히 시침을 뗐다. 워낙 그의 연기가 뛰어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잠시 말려들었다. "그럼 네놈은 무엇 때문에 도망을 쳤단 말이냐?"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 물었다. 나이로 봐서는 아마 그가 황 보세가의 대장로이자 황보경의 숙부인 황보운도가 분명했다. 평소 에는 세가의 일에 일체 관여를 하지 않으나 워낙 중대한 일이라 직접 나선 모양이다. "사실 나는 지금도 그것을 모르고 있소이다. 갑자기 우리 집이 불에 탔으며 경극단도 폐허가 되고 말았소이다. 게다가 낙양 전체 가 나를 잡기 위해서 나섰소이다. 혹시 여러분들께서 아시면 상세 히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 같은 힘없는 사람들은 누가 쫓아오면 무조건 도망치고 보는 것이 최선인 법입니다." "저... 저런 쳐죽일 놈을 봤나? 대장로, 시간끌 필요가 없습니 다. 당장에 저 놈을 요절냅시다." "그렇습니다.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장로들이 흥분해서 당장에라도 주민을 죽일 태세였다.


헌데도 주민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허참, 이상한 일이로군. 천하제일인자를 죽인 나를 이렇게 가 까이 두고도 겁이 나지 않은 모양이지? 집사님! 집사님께서 생각 하시기에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 친구의 말에 의하면 제가 가주어른을 살해한 것으로 된 모양인데, 그렇다면 모두 내게 겁을 내야지 어떻게 해서 이렇게도 당당할 수가 있죠?"

"그건 네놈이 사부님께 독을 썼기 때문이 아니더냐?" 배효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그건 더 이상하지 않소? 혹시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여러분들에게 독을 뿌렸을 수도 있지 않소? 그렇지 않소?" 주민은 의표를 찔렀다. '으음, 저 아이는 지금 자신의 잘못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 고 있다. 대신 자신이 살인자라는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저 아이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만약 저 아이가 독을 사용 할 능력이 있다면 이미 우리에게 뿌렸을 것이다. 헌데 지금 우리 의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게다가 설사 가주가 중독되었다 하 더라도 무공을 모르는 저 아이가 그렇게 깨끗하게 검을 사용할 수 는 없을 것이다.' 유소는 황보경의 목이 절단된 것을 보는 순간 고수에 의한 것이 라고 생각했다. 헌데 의외로 무공을 모르는 주민이 범인이라는 말 을 듣고는 의문을 가졌었다. 이때 대장로가 몸을 날려서 주민을 점혈해 버렸다. "크윽!" "일단 본가로 데려간다. 취조는 효와 집사가 해라. 기군이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 역시도 의혹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민의 작전은 주효했다. 그는 일단 이곳에서 개죽음을 당하는 것 을 막기 위해서 장로들에게 의문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만약 대장 로가 나서지 않았더라도 유소가 즉결심판은 반대했을 것이다.


장로들과 특히 배효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으나 황보세가의 최 고 어른이 내린 결정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유소는 즉시 주민을 마차에 태우고 자신이 직접 마차를 운전해 서 낙양으로 향했다. 혹시 다른 사람들이 주민을 해칠지도 모른다 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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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1 편 -6 ★ 다행히 숨은 붙어 있군!

■ 무심결 제 2 장 1 편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6 ━━━━━━━━━━━━━━━━━━━━━━━━━━━━━━━━━━━

치치칙......! "크으윽!" 지하뇌옥에서는 비명소리가 울러퍼졌다. 그리 큰 목소리는 아니 었지만 사람의 폐부를 찌르는 듯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해서 내는 소리라기보다는 고통을 참으려고 악을 쓰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 래서 더욱 심금을 울렸다. 수천 평에 이르는 지하뇌옥에 살이 타 는 냄새가 날 정도로 고문이 자행되는데도 목소리는 그리 자주 들 리지 않았다. 대신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매우 흥분한 상 태에서 소리를 질러댔다.


"이 새끼야, 어서 불어! 은기군이가 네놈에게 사부님을 죽이라 고 시켰지? 그렇지? 어서 불란 말이야! 에잇!" 치치칙......! 고문을 하는 사람은 바로 배효였다. 그럼 상대는 당연히 주민일 것이다. 배효는 손에 벌겋게 달아오른 인두를 들고서 소리를 질렀다. 주 민은 이미 정신을 잃어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상태인데도 계속 해서 소리를 지르며 인두를 휘둘렀다. 주민의 전신은 이미 만신창 이가 되어 있었다. 얼마나 많은 고문이 자행되었는지 이 상태로 그냥 두면 몇 시진도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가장 견디기 어렵다 는 분골착근의 고문을 얼마나 오랫동안 여러 차례 했는지 뼈란 뼈 는 모두 제자리를 벗어나 어긋난 상태로 있었다. 게다가 인두로 팔과 다리를 지져 살점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지... 지독한 놈! 무공 고수들도 이 정도의 고문을 당하면 저 절로 불 텐데. 에잇!" 땅! 배효는 인두를 바닥에 던져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쾅!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며 뇌옥은 침묵이 흘렀다. 뇌옥에는 지 금 주민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평소 식솔들에게 엄하던 황보 경도 웬만한 일로는 뇌옥에 보내지 않았다. 그래서 수천 평의 넓 은 공간에 참혹하리만치 걸레가 된 주민만이 의자에 묶힌 채로 남 아 있게 되었다.

그렇게 약 일각이 지나자 한 사람이 들어왔다. 호흡이 고르고 걸음걸이가 가벼운 것으로 봐서 배효는 아니었다. "이... 이럴수가?" 그는 주민을 보는 순간 소리를 질렀다. "이공자가 이리도 잔인하단 말인가? 아무리 범인이라고 하지만


이건 지나치다. 이 아이가 범인이 맞다면 장로회의의 결정에 의해 서 죽이면 될 게 아닌가?" 그는 얼른 끈을 풀고는 주민을 바닥에 눕혔다. "으음, 다행히 숨은 붙어 있군. 내가 오지 않았더라면 큰일날 뻔했다. 이것으로 이 아이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 다." 유소였다. 그는 혹시나 배효가 주민을 해쳤을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들어 확인하러 왔다. 그가 보기에도 지난 며칠 동안 주민에 대한 배효의 행동은 지나쳤다. 그는 주민을 이송하면서 단 한 모 금의 물도 주지 못하게 했다. 유소는 품에서 손톱만한 환약을 꺼내더니 잘게 씹어서 주민의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는 식도를 만져 편하게 내려가게 해 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보았더라면 이상하게 생각했 을 것이다.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지기이자 상관을 살해한 범인을 약을 먹이면서까지 살리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로서는 더 이상 주민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주민의 일을 처리하는 것은 자신의 권한 밖이었다. 아무리 자신은 주민이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 다른 증거가 없는 이상 구 해 줄 재간이 없었다. "이미 세가의 분위기는 이 아이와 대공자가 공모해서 가주를 해 쳤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대부인마저도 대공자를 의심하는 눈치 다. 뭔가 좋지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세가들도 필요 이상으로 이번 사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좋지 않다. 이번 일로 잘못하면 무림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으음!" 그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뇌옥을 벗어났다. 이제 주민을 도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로지 스스로 모든 것 을 극복해야 한다. 유소가 그에게 먹인 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목 숨은 건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입은 상처는 쉽게 고쳐 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그가 부상에서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세 가에서 그에게 죽음을 내릴 것은 뻔한 일이다.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잡혀온 주제에 세가의 뇌옥에서 어떻게 빠져나간 단 말인가? 주민은 유소가 나간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 다. 헌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이 유소가 먹인 약기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빠르게 효과가


나타났다.

우우우웅....... 찌르르릉....... 두 가지의 상반된 현상이 일어났다. 하나는 소리였고, 다른 하 나는 빛이었다. 주민의 품속에서 제법 큰 진동이 일어나면서 소리 가 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가슴 쪽에서 빛이 발산되었다. 순 식간에 빛은 뇌옥 전체를 가득 메웠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품속에서 더 이상 빛이 나오지 않더니 이번에는 역으로 뇌옥을 가득 메웠던 빛들이 주민의 몸속으로 흘 러들어갔다. 먼저 것이 품속에서 흘러나온 것이라면 다시 이번에 는 몸으로 흘러들어갔다. 놀라운 것은 다음에 벌어졌다. 빛이 주 민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몸에 입었던 상처들이 치유되기 시 작했다. 상처가 모두 치유되는 데는 채 일각도 지나지 않았다. 주 민이 정신을 차린 것도 이때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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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1 편 -7 ★ 이건 분명히 생명체가 아니다!

■ 무심결 제 2 장 1 편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7 ━━━━━━━━━━━━━━━━━━━━━━━━━━━━━━━━━━━


"으음!......." 그도 상황을 판단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정신을 잃기 전까지만 해도 몸이 엉망진창이었는데. 헌데 씻은 듯이 나았다. 시간이 지나서 나은 것이라면 흉터라도 있어야 한다. 헌데 전혀 그런 흔적도 없다. 게 다가 아직 냄새가 나는 것으로 봐서는 내가 기절해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으잉? 이건 또 뭐지?' 주민은 품속으로 손을 넣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두 가지 현상 중에서 빛은 몸속으로 사라졌지만 소리는 아직까 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이건 그 불상이 아닌가? 헌데 어떻게 저절로 이렇게 움직이는 걸까?" 그는 희미한 불빛 사이로 불상을 확인했다. 불상은 주민의 손에서도 계속해서 소리를 냈다. 그런데 바닥에 놓자 또 다른 현상이 일어났다. 끼르륵! 척! 불상은 이상한 동작을 취하며 계속해서 움직였다. '이상하군. 손바닥만한 크기의 불상이 무슨 힘으로 저렇게 움직 이는 걸까? 이건 분명히 생명체가 아니다. 헌데도 자유자재로 움 직이고 있다. 또한 모양새도 특이하다. 받침대도 없고, 관절이 움 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헌데 과연 이것이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느려서 정확 히 구분할 수가 없다. 춤추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이 것은 분명 무공이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무공이다. 그 리고 불상은 같은 동작을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보이고 있다. 이렇 게 하는 건가?' 주민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불상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했다. 내력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동작이기 때문에 배우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초식이 너무 길고 어디가 시작인지를 몰라 애를 먹었다. 하지만 주민은 불상의 동작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는 일단 외워두기로 했다. 불상의 동작은 열 번 정도 반복하더니 무뎌지기 시작했다. 거의

열한번째 정도부터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 기운이 다한 모양이 다. 주민은 불상을 주머니에 잘 갈무리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제 야 그는 자신의 몸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처가 나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 그의 몸에는 주체할 수 없 을 정도의 기운이 용솟음치고 있다. 방치해 두면 견디기 힘들 정 도로 강력한 기운이었다. 그는 혹시나 싶어서 자신의 손에 힘을 주어서 벽면에 그어보았 다. 끼이익! "허억! 내가 이렇게 힘이 강했었나?" 주민의 손이 마치 검처럼 벽면에 자국을 남겼다. 평소에는 상상 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내 몸의 변화는 불상과 관련 있는 것이 분명하다. 헌데 지금까 지는 가만 있다가 왜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그것은 주민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가 황보경의 비밀금고에서 불상을 취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헌데 그 동 안은 가만 있다가 왜 하필이면 그가 부상을 당했을 때 기운을 발 산했을까? 그것에는 유소의 역할도 컸다. 불상은 기운을 주입했을 때 작동 하게 되어 있었다. 원래는 그런 것이 아니었으나 명운대사가 용광 로에 몸을 던져 그의 기운이 불상으로 들어가면서 그렇게 변한 것 이었다. 불상 속에 들어 있던 명운대사의 기운이 유소가 먹인 약 기운에 자극을 받아서 작동하게 되었다. 유소가 주민에게 먹인 것은 황보세가의 영약인 회천단(回天丹) 으로 소림의 대환단에는 비할 수가 없지만 거의 소환단과 맞먹을 정도의 효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주민에게는 유소 가 생명의 은인인 셈이다.


처음부터 의문이 풀리지 않자 주민은 원점으로 돌아가서 최근 자신이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 음 청부를 맡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서 차분 히 생각했다. '......은기군과 나는 희생양에 불과하다. 놈들은 가주를 죽임 으로써 무림의 새 질서를 만들려고 획책하고 있다. 거기에 나는 도둑으로서, 은기군은 가주와의 악연 때문에 놈들에게 당한 것이 다. 지금의 상태에서는 절대적으로 우리가 불리하다. 이 상태로 그냥 있으면 나는 개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어머 니와 동생들에 대한 복수를 해야 한다. 절대 그전에는 죽을 수 없 다. 설혹 죽더라도 놈들의 손에는 죽지 않을 것이다. ...... 일단 시급한 것은 그날 밤 네 사람이 얘기를 나눈 곳이 누구의 거처인 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만약 그게 밝혀진다면 사건의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주민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마치 수도승처럼 명상에 잠겨서

생각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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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2 편 이루지 못한 사랑

■ 무심결 제 2 장 2 편 이루지 못한 사랑 ━━━━━━━━━━━━━━━━━━━━━━━━━━━━━━━━━━━


황보세가의 대전. 지금 이곳에서는 장로회의가 열리고 있다. 일주일 후의 장례식 을 앞두고 장로회의에서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이었다. 대전에서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도 격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 장로인 황보운도를 위시해서 열 명의 장로들과 유소, 배효 등이 참석해서 회의를 하고 있다. 원래는 황보진주도 참석해야 하나 안 건의 성격상 일부러 참석하지 않았다. 의견을 주로 배효와 유소가 개진했고, 따라서 논쟁도 두 사람 사이에서 벌여졌다. "여러 가지 정황들이 두 사람의 범죄행각을 거부할 수 없게 하 고 있습니다. 먼저 은기군은 부친에 대한 원수를 갚기 위해서 일 곱 살의 어린 나이로 황보세가로 들어왔으며, 주민이란 놈은 그에 게 돈에 매수되어 살인을 하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주민이란 놈이 비록 무공을 모른 것은 사실이지만 사 부님을 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 다." 두 사람의 논쟁에 지루함을 느끼던 장로들도 배효의 새로운 주 장에 대해서 관심을 표시했다. "그게 뭐냐?" "혹시 놈이 무공을 숨기고 있기라도 했단 말이냐?" 장로들이 자기의 말에 관심을 보이자 배효의 얼굴에 미소가 감 돌았다. "혹시 장로님들께서는 야래향이라고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 까?" "야래향?" "그건 낙양의 부호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도둑놈이 아니더냐?" 장로들도 야래향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배 효의 얘기에 관심을 가졌다. "그럼 혹시 놈이 바로 야래향이었다는 말이냐?"


눈치 빠른 사람은 벌써 배효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렇습니다. 놈이 바로 야래향이었습니다. 그리고 은기군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놈에게 청부를 했던 것입니다. 이건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만약 이런 증거를 가지 고도 장례식에 범인을 밝히지 못한다면 장로회의 전체가 무림인들 로부터 의심받게 될 것입니다. 놈들은 천하제일인자이자 중원무림 의 하늘인 황보세가의 가주를 살해한 잔혹무도한 자들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배효는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장로들을 자극했다. 반면에 유소는 냉철했다. '내가 알기로는 야래향은 자신도 속일 정도로 비밀스러운 인물 이라고 알려졌다. 헌데 이공자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민이란 자도 분명히 그날밤 가주의 방에 들어간 것은 인정했 습니다. 허나 그는 자기가 나온 후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물론 그의 말을 믿을 수 있는 근거는 어 디에도 없습니다. 저도 그 자가 이번 사건과 어떤 연관성이 있다 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그 중 먼저 그와 관련된 것을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이공자도 말했지만 그 자는 분명히 무공을 모릅니다. ...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장로님들 중 혹시 장주의 목이 잘린 부분을 보신 분이 계십니까? 저는 그것을 상세히 보았습니다. 아니 놀랐 다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너무나 깨끗했기 때문입니다. 절정의 고수들이 아니면 흉내도 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헌데 우리는 무공도 전혀 모르는 자의 소행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대공자에 관한 것입니다. 소가주께서는 이미 여러 차례 사건이 일어날 당시 대공자와 같이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제아무리 가주와 원수지간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사람이라면 자 신의 청부로 죽일 사람의 여식과 그 순간 같이 있을 수는 없을 것 입니다. 설혹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더라도 분 명 눈치가 빠른 사람은 평소와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하 지만 소가주는 그에게서 평소와 다른 것은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


했다고 합니다. 또한 그 친구가 야래향이었다는 것도 보다 엄밀한 확인 작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야래향은 친구는 물론이고 가 족들까지도 정체를 모른다고 합니다. 헌데 이공자는 쉽게 알아냈 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한 명 정도의 증인이 있어야 할 것입니 다. 그렇지 않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확인되지 않는 범죄자의 이 름을 한 사람에게 붙여 범인으로 몬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 니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공자와 저의 주장은 모두 목격자나 증 거에 의한 것이 아니고 추측에 의한 것이란 것입니다. 그래서 저 는 이 결정을 보다 신중히 할 것을 장로회의에 요구하는 바입니 다. 특히 이번 사건은 황보세가의 대공자와 연관된 것으로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이공자의 말처럼 가능한 장례식 때 범인을 밝히 고 처단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증거나 목격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심정만으로 결정을 했다가 만에 하나라도 그것

이 나중에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우리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유소는 장황하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게 설명을 했다. 이어서 배 효가 다시 반박하려 하자 대장로인 황보운도가 저지했다. "그만하면 됐다. 집사의 말처럼 이번 사건은 절대 가볍게 처리 할 수 없는 문제이다.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진 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그에 대한 책임은 대장로인 내가 질 것이다. 이번 사건은 장례식이 끝난 다음에 대대적인 조사를 할 것이다. 집사!" "예! 대장로." 황보운도는 유소에게 최종결정을 통보했다. "기군이를 뇌옥에 가두고 철저히 감시하도록 해라. 만약 그외 다른 공모자가 있다면 해치거나 탈출을 시도할지도 모르는 일이 다." "알겠습니다." 집사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동시에 대장로를 위시해서 장로들도 대전을 떠났다. 다만 배효만이 심각한 표정으


로 자리에 앉아 있다가 제일 나중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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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2 편 -2 ★ 먼저 마음을 안정시키게!

■ 무심결 제 2 장 2 편 이루지 못한 사랑 -2 ━━━━━━━━━━━━━━━━━━━━━━━━━━━━━━━━━━━

"엽! 차앗!" 쿵! "아이고, 경극단에서 할 때는 그런 대로 잘 되더니 쉽지가 않 군. 하지만 쉽게 물러날 주민이 아니지. 하얍! 타앗!" 주민은 벌써 수십 번도 더 넘어졌을 것이다. 왼쪽 발에 힘을 주 고 돌려차면 기운을 주체하지 못해 그대로 넘어져 버리고, 또 앞 으로 몸을 날리는 순간 균형을 잃어버리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무공을 익혔다. 벌써 삼 일이 지나도록 간수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를 찾아 오지 않았다. 그래서 주민은 이미 자신에 대한 결정이 내려졌고, 장례식에 처형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를 그냥 놓 아둘 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불상 의 무공을 익히기 시작했다.


자신이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스스로의 힘을 기르 는 것뿐이었다. 물론 며칠간의 수련으로 커다란 성과를 기대할 수 는 없겠지만 그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것은 어쩌면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만약 그가 무공을 익히지 않 고 무료하게 지내기만 했다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의 상 황으로서 그에게는 아무런 희망도 없었다. 주민은 하루 종일 수련해도 지칠 줄 몰랐다. 불상의 기운이 그 의 몸속으로 들어간 이후에도 힘이 넘쳐흘렸다. 음식이라고는 굶 어 죽지 않을 만큼 제공되었지만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가 심법을 배우지 못해서 기운을 제대로 사 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몸에는 기운이 넘치지만 그것을 조정 할 능력이 그에게는 없었다. 오히려 그것이 주민을 위험에 빠뜨렸다. 만약 수련을 통해서 기 운을 발산하지 않았더라면 주화입마와 같은 상태에 빠지고 말았을 것이다. 물론 주민은 그것도 모르고 수련을 했다. 돌려차기 하나 를 하는데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진 것도 바로 그때문이었다. 돌려차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기운을 발끝에 집중시키다 보니 중 심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주민은 수없이 넘어지고 헛발질을 했지만 익히면 익힐수록 무공 에 매력을 느꼈다. 사실 그는 경극단에 있으면서도 어깨너머로 단 원들이 사용하는 무공을 배우기도 했다. 실지로 단역이긴 하지만 무공을 사용하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그것과 불상의 무공은 차원 이 다른 것이었다. 아무리 무공에 대한 집착이 강하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렇게 집요하고 끈질기게 수련하기는 어렵다. 그는 자고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부를 무공을 익히는 데 사 용했다. '보통 무공이 아니다. 단순한 듯하면서도 묘리가 숨어 있다. 전 체의 동작이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동작에도 수많 은 변화가 있다. 이것은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서 무공 수위가 엄 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내가 내공을 사용 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는 무공을 익힌 지 불과 삼 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무공의 묘 리를 깨닫게 되었다. 아마 무공이 몸에 익어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는 혼자서라도 내력을 모아볼 심산으로 좌선 한 채로 명상에 잠겼다. '내력을 모으기 위해서는 심법이 필요하고, 심법은 내력을 단전 으로 모으는 것이라고 했다. 하긴 그걸 나라고 못하란 법은 없지. 몸에 있는 모든 기운을 단전으로 집중시키면 되는 게 아닌가?' 혹시 주민이 무공을 너무 쉽게 본 것은 아닐까? 아니면 욕심이 지나쳤든지. 그는 명상에 들어가는 즉시 온몸의 기운을 끌어올리 려고 노력했다. 전 신경을 곤두세워서 힘을 발산시키려 애를 썼 다. 성과는 금방 나타났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힘줄이 불 거졌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강해졌다. '허억! 이건 뭔가 잘못됐다. 더 이상 기운을 다스릴 수가 없다. 우욱! 혹시 내가 실수한 건 아닐까?' 주민은 심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기운을 끌어올리고 말았다. 게다가 자신의 몸속에 있는 기운이 얼마나 강 한지를 알지 못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피는 역류해서 대부분 머리로 집중되었고, 따라서 혈관은 그 힘을 견디지 못해 터질 지 경이 되었다. 만약 이때 다른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영락없이 주화입마에 빠졌을 것이다. "이... 이런! 무공도 모르는 친구가 어떻게 이 지경에 빠졌을 까?" 그건 분명히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주민이 알고 있는 간수 들의 것도 아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즉시 주민의 뒤에 앉아서 손을 그의 등 뒤로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기운을 끌어올려 양손으로 집중시켰다. "자네는 지금 주화입마에 빠졌네.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게. 만약 조금이라도 어긋나게 되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네. 자, 그럼 가장 먼저 마음을 안정시키게. 어렵겠지만 노력해야 하 네. 그리고 몸에 힘을 빼고 기운을 자극시키지 말게. 그런 다음에 가능한 기운을 입 가까이 모으도록 노력해 보게. 그렇지, 생각보 다 잘하고 있군. 힘이 들면 내가 들여보내는 기운을 이용해서 하 게. 그렇지. 많이 좋아졌네. 조금만 더 좋아지면 내가 자네의 역 류된 기운을 입으로 나오도록 할걸세. 아프더라도 참아야 하네. 자, 조금만 더. 그렇지. 차앗!"


"크윽! 울컥!" 뒤에서 강한 기운을 주입하자 주민의 입에서는 한 웅큼의 피가 튀어나왔다. "후웁! 난 또 죽는 줄 알았네." 그는 긴 호흡을 하며 겨우 안도했다. 이때 그의 뒤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후, 그래도 생각보다는 쉽게 되었는걸? 그래, 그 동안 잘 지 냈는가? 오랜만일세. 이런 곳에서 만난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 만." "아니? 대공자가 아니시오? 헌데 왜 나를......." 그를 구해준 것은 바로 대공자 은기군이었다. 그는 대장로 황보 운도의 지시에 따라서 장례식이 거행되기 전까지 이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주민은 은기군이 자신을 구해준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는 이미 은기군이 자신을 청부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렇다면 엄밀한 의미에서 주민은 은기군의 원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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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2 편 -3 ★ 정말로 내 사부를 죽였나?

■ 무심결 제 2 장 2 편 이루지 못한 사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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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네와 내가 한통속이라고 알고 있 는데 자네만 모르고 있었군. 우리는 이미 뗄래야 뗄 수가 없는 사 이가 되어 버렸다네. 하하하!" 은기군은 뇌옥에 갇혀서도 웃어댔다. "그럼 정말로 당신이 내게 가주의 금고를 털라고 청부한 사람이 란 말이오?" 주민조차도 헷갈렸다. "자네는 그렇게 험하게 세상을 살아왔으면서도 사람을 외모로 가지고 판단하는 모양이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어떤 자 들인지 아는가? 바로 자신의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사람일 세. 무섭지 않은가? 당장이라도 죽일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미소짓는 사람이 자네의 옆에 있다면......." 묘한 대답이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인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달리 해석을 하면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했다. "......?" 주민은 쉽게 판단이 서질 않아서 잠시 멍하니 있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자네를 청부했다고 생각하나? 그리고 나도 자네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세. 자네는 정말로 내 사 부를 죽였나?" 순식간에 상황이 바뀌고 말았다. 졸지에 주민은 심문자의 입장 에서 심문을 당하게 되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아직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 소. 해서 나는 대부분 사람의 표정을 가지고 평가하오. 그런 면에 서 당신은 사부를 해칠 위인이 못 되오. 나 역시도 천하제일인자 를 해칠 정도의 위인이 되진 못하오. 그런 능력도 없고."


"하하하, 자네는 그래도 나보다는 낫군. 자신에 대해서 정확하 게 판단하고 있으니. 하지만 난 그렇게 깨끗한 인간이 되지 못하 다네. 일곱 살에 황보세가로 들어와서 나는 마음 속으로 수천 번 도 더 사부를 시해했었다네. 어떤 때는 하루에도 수십 번을 그러 기로 마음먹었지. 하지만 나는 그녀를 만나면서부터 서서히 내 생 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네. 그녀로 인해서 내 생각에 균형

이 잡힌 셈이었지. 나는 당시 부친과 사부가 정당하게 비무를 했 으며, 부친을 고의로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부정 하려고 애를 썼지. 하지만 그녀를 보는 순간 나의 생각은 무너졌 다네. 나의 관심은 부친에 대한 복수보다는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옮겨갔으며 결국 복수를 포기하고 말았지. 하지만 그것으로 사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 지 않은가? 나는 지금도 남들이 내게 붙인 살인자라는 오명을 부 인할 생각이 전혀 없다네. 나는 이미 마음 속으로 수천 번도 더 사부를 죽였고, 그것만으로 족하지 않은가? 하지만 자네는 다르다 네. 자네는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청부를 맡은 것에 불과하네. 물 론 이용만 당했지만. 나는 자네가 야래향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네. 적어도 내가 아는 야래향은 돈 을 위해서 살인을 하지 않는다네. 그렇지 않은가?" 은기군은 이미 주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평소 주 민이 어떤 일을 했는가 하는 것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당신은 이미 살인을 인정했다는 말이오?" 주민은 그것이 궁금했다. 만약 은기군이 범죄를 인정하게 되면 자신도 덩달아서 도매금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후후, 결국을 그렇게 되겠지. 그게 그들이 바라는 바이니까. 하지만 내게도 할 일이 아직은 남아 있다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자네를 만나는 것이었으니 하나는 이룬 셈이군." "예에?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나를 만나서 뭘......." 주민은 말은 은기군에 의해서 짤렸다. "그건 차차 말하도록 하고 나도 자네에게 궁금한 게 있는데 말 해줄 수 있겠나?"


은기군은 다정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저도 대공자께 저를 구해준 것에 대 해서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저는 생전 처음 죽음을 생각 했습니다. 저는 은원을 분명히 하는 사람입니다. 반드시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주민은 더 이상 은기군을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좋은 생활태도일세. 나도 반드시 자네에게 기회를 줄 생 각이네. 그건 그렇고 이제 내가 궁금한 것을 말함세. 내가 듣기로 는 자네는 지금쯤 죽거나 아니면 죽음의 문턱에 있을 거라고 하던 데 어찌된 건가?" 이것은 은기군이 방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느꼈던 것이다. 방 안 의 공기가 지하뇌옥으로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고찰의 선방에 들어온 분위기였다. 그는 혹시나 주민이 죽어서 시체가 썩 는 냄새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헌데 그의 눈에는 주화입 마에 빠진 주민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사실 모르는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 불상이 바로 원 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외에는 알 수가 없습니다. 생김새부터가 특이한 것이 제가 이공자에게 만신창이가 되도록 고문을 당한 후 에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몸도 완쾌되어 있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이전에는 불상에서 전혀 변화 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주민은 불상을 내밀며 설명했다. 은기군도 불상에 관심을 가졌다. '과연 특이하게 생겼군. 마치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 다. 헌데 이것이 몇 시진 동안 움직였단 말이지? 과연 어떻게 움 직였을까? ...... 혹시 누군가가 이곳에 내력을 남겼다가 저 아이 에게 모두 넘겨준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것도 내력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것인데. 어디 시험을 해볼까?' 그는 생각에 잠기다 갑자기 내력을 불상에 주입했다. 그러자 불 상에 변화가 생겼다.


끼끼끽! 완전하지는 않지만 조금 움직였다. '그랬군. 이것을 만든 사람이 자신의 영혼과 내력을 주입한 것 이로군. 아마 작동도 내력에 의해서 가능했을 것이다. 헌데 저 아 이는 전혀 내력이 없질 않은가? 아니지. 지금은 내력이 충만하지 만 그때까지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동안은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과연 누가 저 아이에게 기운을 불어넣었을 까?' 은기군은 다시 의문에 빠졌다. "혹시 그 동안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는 않았나?" 그는 주민에게 기운을 주입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간수들의 말에 의하면 이공자와 집사 님이 저를 취조하시기로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만 집사님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으음, 바로 그거로군. 자네의 상태를 집사어른이 보시고 아마 황보세가의 영단인 회천단을 복용시킨 모양일세. 그것이 불상을 작동시킨 것이고." 은기군은 상황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그 분은 무엇 때문에 저를 구해주신단 말씀입니까?" 주민은 은기군 한 사람만으로도 부담스러운데 유소의 이름이 거 론되자 더욱 난처했다. 살인자로 몰리는 상황에서 세가의 핵심인 물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결코 마음이 편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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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2 편 -4 ★ 무공을 배워서 복수를 한다?

■ 무심결 제 2 장 2 편 이루지 못한 사랑 -4 ━━━━━━━━━━━━━━━━━━━━━━━━━━━━━━━━━━━

"그건 자네가 직접 그 분을 만나서 물어보게나. 그런데 아까보 니 자네는 무공에 관심이 많은 것 같던데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 는가?" 은기군은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렇습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배울 기회 가 있었습니다만 그때는 그리 관심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 도 이제는 무공을 배워서 복수를 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배우고 싶습니다." "무공을 배워서 복수를 한다? 그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지. 자 네의 복수가 무림의 안녕에 도움이 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고. 으 음... 자네 아까 내게 은혜를 갚는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겠지?" 은기군은 다시 화제를 바꾸었다. "그렇습니다. 만약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 다." "말만 들어도 고맙군. 그렇다면 일단 내가 자네에게 무공을 가 르쳐 줌세. 아마 우리는 장례식이 거행될 동안에는 무사할 걸세. 그 동안 자네가 열심히 하면 기본기는 갖출 수 있을 거야. 어떤 가?" "고... 고맙습니다. 헌데 은혜를 갚으라는 말씀은......."


주민은 이제 은기군을 형이라고 생각하고 말했다. "그건 나중에 따로 말함세. 자, 먼저 자네가 아까처럼 주화입마 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심법부터 배워야 하네. 심법이란 다른 무공과는 달라서 평생에 한 가지밖에 익히지 못한다네. 지금 부터 내가 자네에게 일러주는 것은 나도 익히지 않은 것이네. 나 는 신분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세가의 심법을 익혔 다네. 이것은 부친께서 유일하게 내게 물려주신 거라네. 언젠가 부친 께서 동굴에서 얻은 구결로 이름도 알 수 없는 거네. 헌데 당시 책에는 이 심법을 익히면 상대의 공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내력이 급증한다고 적혀 있었네. 물론 어떻게 보면 흡성대공과 같은 사악 한 무공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것은 그것과는 다르다네. 흡성대공 은 상대의 내력을 강제적으로 빼앗아 죽이는 것이지만 이 심법은 상대의 공격이 있을 때만 내력이 강해지는 것일세. 그리고 상대를 죽이지도 않는다네....... 다만 상대가 그 사실을 모르도록 해야

한다네. 만약 그 사실이 알려지면 심법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테니." "하지만 그와 같은 귀중한 것을 저에게 주시는 것은......." "이 사람아, 자네와 나는 내일이라도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무리 귀중한 것이면 무엇하겠는가? 그 동안 심심풀이 삼아 익힌 다고 생각하고 한 번 해보세......." 은기군은 주민이 부담스러워하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모두가 천자결(千字訣)로 되어 있네. 가능한 자네가 모두 외울 수 있도록 반복할 테니 주의깊게 듣게." 은기군은 주민이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구결을 읊기 시작했다. '으음, 이런 것이 바로 심법이었구나. 하마터면 나는 천추의 한 을 남길 뻔했다.' 구결을 들으면서 주민의 자신이 한 행동이 얼마나 무모했던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기운은 세심하고 차분하게 다뤄야 하는 것이 지 결코 그처럼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은기군이 말 한 구결은 사람의 신체의 특징을 최대한 이용해서 만든 것으로 주 민은 쉽게 이해했다. 그는 구결을 그냥 외우지 않고 실지로 시행


하면서 익혀갔다. 그래서인지 불과 다섯 번도 하지 않았는데 대부 분 이해했다. '후후, 내 판단이 잘못되지는 않았군. 흑 속의 진주라고 했던 가? 나는 적어도 열 번은 읊어줘야 겨우 이해할 줄 알았는데 다섯 번만에 응용할 줄도 알다니.... 이렇게 되면 나의 희생이 헛되지 는 않겠군.' 이미 주민은 심법에 심취해 있었다. 이때부터는 은기군이 구체 적으로 설명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을 가르쳐 줬다. 거의 열 번 정 도 반복하자 주민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우우, 이래서 무공에서 심법이 중요하다는 것이로군. 몇 번 하 지 않았는데도 기운의 흐름이 원활해졌다. 그리고 이 심법은 내가 들은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대부분의 심법은 내력을 단전으로 모 은다고 했는데 이것은 내가 원하는 곳에 모을 수가 있다. 이것을 만든 사람은 사람의 신체에 대해서 정통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서는 이렇게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자 눈을 떴다. "축하하네.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익혔군. 이제 심법은 자네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다른 것을 배우도록 하세. 우선 자네가 본 불상의 무공을 한 번 펼쳐보게. 만약 그게 뛰어난 것이라면 다른 것을 배울 필요가 없질 않겠나?" 은기군은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것을 가르칠 수는 없다고 판단 했다. 그래서 한 가지만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나머지는 구결로 만 전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제대로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한 번 해보겠습니다. 허엽!"

주민은 즉시 불상의 무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헌데 채 십 초식 도 지나지 않아서 은기군의 표정은 경악으로 번져갔다. '도... 도대체 저 무공은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불상에 남긴 것으로 봐서는 소림과 관련 있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무당의 강한 힘과 화산의 변화도 엿보인다. 지금껏 나는 저리도 완벽한 무공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만약 저 아이가 내력을 주입해서 사용할 수만 있다면....... 아, 나는 포 기하는 심정으로 희망을 걸어본 것에 불과했는데 정말로 복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은기군은 주민이 펼치는 무공을 보면서 감탄했다. 그리고 표정 이 밝아졌다. "좋네, 좋아. 자네는 대단한 기연을 얻었네. 만약 그것을 대성 할 수만 있다면 반드시 복수할 수 있을 걸세. 헌데 내가 보기에는 순서가 약간 바뀌어야 할 것 같네. 이 동작이 맨 처음으로 오는 것이 좋을 걸세. 이렇게 말일세." 은기군은 주민의 고민도 해결해 주었다. "그게 좋을 듯합니다. 당시 저는 정신이 없어서 불상이 어떤 동 작에서 시작한 것인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자, 이제부터 자네는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걸세. 만약 내 공으로 이 무공을 사용할 수만 있으면 자네는 혼자서도 뜻을 이룰 수 있을 걸세. 자, 시작하세. 일단 무공을 자신의 몸의 일부로 생 각하고 자연스럽게 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복 훈련이 필요하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장례식이 거행될 때까지 거의 잠도 자지 않 고 훈련을 거듭했다. 주민은 이틀만에 내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 었고, 사 일만에 불상의 무공도 내력을 넣어서 펼칠 수 있게 되었 다. 이후부터 은기군은 다른 무공의 구결과 특징 그리고 장단점에 대해서 간간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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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2 편 -5 ★ 거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 무심결 제 2 장 2 편 이루지 못한 사랑 -5 ━━━━━━━━━━━━━━━━━━━━━━━━━━━━━━━━━━━

드디어 황보경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날. 밖에서는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은기군은 아침부터 자 리에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마 그도 사부의 죽음을 슬퍼 하는 듯했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만 있던 은기군은 점심식사도 거 른 채 주민을 불렀다. "형님! 오늘은 왠지 우울해 보이십니다. 장례식 때문입니까?" 주민은 걱정이 돼서 말을 했다. 헌데 그는 은기군을 형님이라고 불렀다. 그 사이 두 사람은 의 형제라도 맺은 모양이다. "너는 내게 은혜를 갚겠다던 말을 기억하고 있느냐?" 은기군은 주민의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다른 얘기를 했다. '오늘따라 형님이 이상하다. 장례식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무 엇 때문일까? 혹시 장례식 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 걱정하시는 걸까?' "하하, 저는 원래 기억력이 좋은 편입니다. 그리고 형님과의 약 속인데 잊을 리가 있습... 허억! 형님!" 은기군은 갑자기 몸을 돌려 주민을 제압해 버렸다. "이것은 첫번째 요구사항이다. 거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 나는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럴 바에는 너에게 모든 것을 남기고 싶 다." 그는 주민을 제압하고는 그 뒤에 앉아서 내력을 주입하기 시작 했다. "아... 아... 안 됩니다. 형님!"


주민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하지만 그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 다. 만약 그가 계속해서 거부하게 되면 두 사람 다 크게 다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고맙다. 이제 잠시 후면 누군가가 우리를 데리러 올 것이다. 이제 우리의 인연도 다했구나. 무엇보다 너를 만나서 기뻤고, 또 헤어지기가 슬프구나. 부디 뜻을 이루기 바란다.'

은기군은 더 이상 전음을 보내지 못했다. 내력이 주민의 몸속으 로 들어가면서 힘이 딸렸던 것이다. "휴우!" 잠시 후 주민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기군은 급격히 내력 이 빠져나가면서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저도 형님과 마찬 가지의 운명이 아닙니까?" 주민은 안타까워했다. 은기군은 거의 폐인과 다름없는 상태였다. 간신히 호흡을 몰아 쉬고 있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희생자는 나 하나로만 족하다. 너는 반드 시 살아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내 두번째 요구를 들어줄 것 아니 냐?" "예에? 두번째라뇨? 어서 말씀하십시오!" 주민은 혹시 은기군의 말을 못 듣게 될까 싶어서 급히 다그쳤 다. "후후, 염려하지 마라. 잠시 휴식을 취하면 괜찮을 것이다. 그 보다 너는 내 두번째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한다. 그건 다른 것이 아니고, 한 사람을 지키는 것이다."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혹시 소가주를......." 주민은 금방 눈치를 챘다.


"그래, 바로 그 아이다. 나로 인해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 이다. 지금 세가는 위험한 상태이다. 사부께서 암살될 정도면 음 모자들이 이미 세가를 접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장 먼저 그 아이가 희생될 것이다. 네가 지켜주어라. 그리 고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평생을 책임져야 할 것이다. 나 는 잠시 쉬어야겠다." "예에? 평생이라 하심은......?" 주민은 묘한 느낌이 들어서 다시 질문을 했으나 은기군은 대꾸 도 하지 않고 운기조식에 들어가 버렸다. 한 시진 후에 은기군은 눈을 뜨고서 다시 주민을 찾았다. "이제 곧 누군가가 들이닥칠 것이다. 너는 무공을 대성하기 전 까지는 철저히 자신을 숨겨야 한다. 만약 네가 그 무공을 익혔다 는 것이 알려지면 전 무림인들의 표적이 될 것이다. 명심해야 한 다. 너와의 인연이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쉽구나. 그 아이를 만나 거든 용서를 빈다고 전해다오." 은기군의 말이 끝나자 바로 뇌옥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 다.

덜컹! 쾅! 주민은 은기군의 눈짓에 따라서 구석에 쓰러져 누웠다. 간수들 은 그가 아직 움직이지도 못한다고 알고 있다. 발자국 소리로 봐서는 여러 사람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후후, 사형. 그 동안 잘 지내셨소?" 배효였다.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먼저 말을 했다. "네가 보기에는 어떠냐? 괜찮은 것 같으냐? 후후, 내가 보기에 는 네가 더 견디기 어려웠을 것 같구나. 사람을 저 지경으로 만들 어 놓고 편히 잠이 오더냐? 하긴 저런 아이가 사부님을 시해했다 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이니 할 말은 없다마는. 그래, 무엇 때문에 네가 친히 왔느냐?" 은기군은 배효에게 빈정거렸다. 그는 건강해 보였다. 누구도 그


가 내력이 고갈되었다고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장로께서 네놈에게 마지막 소명할 기회를 주기로 했 다. 끌고 나가라!" 배효는 은기군의 말에 화가 났던지 주민을 한 번 쳐다보고는 부 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대장로는 두 사람은 다 데리고 오라고 했을 것이다. 헌데 주민 이 움직이지도 못하자 그냥 은기군 혼자만 데리고 나갔다. 부하들 에 의해서 끌려나가는 은기군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형님! 반드시 살아나가서 복수하겠습니다. 이제 저에게는 어머 님과 동생들 말고도 형님의 복수도 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습니다. 결코 이곳에서 죽지는 않을 것입니다. 반드시." 주민도 은기군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란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는 은기군의 뒷모습을 보면서 복수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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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2 편 -6 ★ 아직도 대제자 행세를 하다니!

■ 무심결 제 2 장 2 편 이루지 못한 사랑 -6 ━━━━━━━━━━━━━━━━━━━━━━━━━━━━━━━━━━━


한편 대전에서는 한창 공방전이 전개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유 소와 배효가 아니라 장로들끼리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형님은 다른 세가의 가주들과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이 우리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지 못했소? 모든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사건을 굳이 그렇게 방치하는 이유가 뭡니까? 지금에 와서 놈을 추궁한다고 해서 순순히 자백을 하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 았습니다. 오늘 중으로 놈을 처단해야 합니다."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대장로 다음으로 연장자인 황보군이었 다. 그는 평소에도 성격이 급한 사람으로 오늘 장례식에 다른 문 파의 사람들이 범인을 처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말들이 많자 화 가 났던 모양이다. 하지만 대장로인 황보운도의 입장은 달랐다. "자네의 말에도 일리는 있네. 하지만 모든 것은 진실이 있는 법 이야. 진실을 밝히기 위한 부끄러움은 언젠가는 회복되게 마련일 세. 자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네. 하지 만 사건을 무조건 빨리 해결한다고 해서 그 부끄러움이 덜해지는 것은 아닐세. 더구나 만에 하나라도 우리가 성급히 결정을 내려 오판을 하게 된다면 진정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 르네. 으음, 마침 저기 들어오는군. 일단 저 아이의 말을 들어보 고 난 후 사건 처리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세."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입구로 집중되었다. 그곳에는 배효와 은 기군이 들어서고 있었다. 은기군은 조금도 위축됨 없이 당당하게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오랫동안 인사를 올리지 못한 점 용서하시기 바 랍니다. 더불어 대제자로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점도 용서 를 빕니다." 그는 장로들을 향해서 정중하게 인사했다. "죽일 놈! 감히 아직까지도 대제자 행사를 하다니! 대장로, 그 래도 저 놈의 방자함을 보고만 계실 거요?" 황보군은 은기군을 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났던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데 혼자서만 소리를 질러 댔다. "그만하게. 그래, 그 동안 힘들지는 않았더냐? 몹시 야위어 보 이는구나."


대장로는 은기군에 대해서 다정하게 대했다. 평소에도 은기군을 각별히 생각하던 그로서는 매우 안타까웠다. 심정적으로는 은기군 을 믿고 싶지만 대장로로서의 본분 때문에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다만 소명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대장로! 그게 무슨 말씀이오? 감히 사부를 시해하고도 편하게 산다면 그게 인간이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오?" 황보군은 대장로가 다소 사적인 감정으로 얘기하자 화를 내며 항의했다. 그러자 대장로도 화를 냈다. "이장로, 그게 무슨 말인가? 언제 장로회의에서 저 아이가 가주 의 살인범이라는 결정을 내린 적이라도 있나? 저 아이는 분명 아 직까지는 황보세가의 대공자일세. 직위로 본다면 자네가 그리 함 부로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아. 명색이 이장로라는 작자 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나서는 꼴이라니... 쯧쯧쯔......." 좀처럼 화를 내지 않던 대장로가 참다 못해 폭발하고 말았다. "......." 순식간에 대전의 분위기는 냉랭하게 얼어붙어 버렸다. 이때 은기군이 나서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죄송합니다. 이게 모두 저의 불찰입니다. 이장로 어른께서도 사부님의 죽음에 너무 비통해하시는 바람에 잠시 흥분하신 것입니 다. 사실 저는 문 앞에 서서 이장로님의 말씀을 모두 들었습니다. 저 역시 이장로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지금 황보세가는 빠른 시 간 내에 가주의 살해범을 색출해서 처단하고, 신임가주를 선출해 야 할 것입니다. 그 길만이 세가가 지금까지 누려왔던 명예를 지 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마지막으로 황보세가의 은혜에 보답하는 심정으로 스스로의 범죄를 인정하는 바입니다. 제가 바 로 사부님의 살해범입니다." 콰콰콰쾅! 하늘이 무너지고 천둥이 내리치는 소리였다.


"뭐... 뭐라고? 기군아, 방금 뭐라고 했느냐? 그게 정말이냐?" 대장로는 숨이 넘어갈 듯 놀라며 소리쳤다. 심지어는 방금까지 은기군을 나무라던 황보군조차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저게 무슨 말이야? 지금 저 아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 야?" "감옥에서 혹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닐까요?" 이것으로 장로들 대부분이 실질적으로는 은기군을 믿고 있었다 는 것이 드러난 셈이었다.

"대장로 어른, 저는 이공자의 주장대로 부친의 원수를 죽일 목 적으로 황보세가에 침입했으며 결국 실행했습니다. 그에 대한 처 벌을 받을까 합니다. 다만 지금 감옥에 있는 아이는 저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 아이는 단순히 희생물에 불과했습니다. 가벼 운 처벌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죽여주십시오." 정말로 은기군은 죽을 각오로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서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상황을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소 은기군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 이라면 그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가 스스로 자 백함으로써 더욱 결백을 확신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바로 배효였다. "저 자가 스스로 범죄사실을 인정한 이상 더 이상 주저할 이유 가 없습니다. 대장로, 어서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그는 다소 초조한 표정으로 대장로를 재촉했다. 헌데 갑자기 사 람들의 차가운 시선이 배효에게 집중되었다. 배효는 할 수 없이 뒤로 물러나야 했다.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장로들의 놈에 대한 신뢰가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전술을 바꿔야겠다.' 이때 대장로가 일어서서 은기군에게 다가갔다. 은기군은 그때까 지도 엎드려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아마도 소리없이 울고 있을 것


이다. "기군아, 지금 너의 한 마디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 다. 설사 네가 사실과 다르게 말을 하더라도 일단 이곳에서 결정 을 내리고 나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진정으 로 네가 가... 주를 살해했... 느... 냐?" 대장로도 떨려서 겨우 말을 마쳤다. 잠시 후 은기군은 고개를 들었다. 헌데 그의 눈에는 이미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순간 대장로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다. '아, 나의 실수로다. 이 아이는 지금 모든 것을 혼자서 감수하 려는 것이다. 세가가 자신으로 인해서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희생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말처럼 대장로로서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대장로 어른, 외람된 말씀이오나 그 전에 한 가지 부탁을 드려 도 되겠습니까?" "그게 뭐냐? 할 말이 있거든 해보아라. 가법에 어긋나지 않은 것이면 들어주마." 대장로는 은기군이 무슨 말을 할지 긴장하며 들었다. "마지막으로 소가주께 편지를 한 장 남길까 합니다. 대장로 어

른께서 직접 소가주께 전해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허! 이제는 이 의 뜻이라면 할 이 아이와 같은 연 누가 가주를

아이의 뜻을 거스를 수 없게 됐구나. 이게 하늘 수 없지. 하지만 앞으로의 세가가 걱정이로구나. 인재를 잃고서 어찌 비상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과 살해했단 말인가?'

대장로는 대전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한 번씩 보며 대답했다. "그렇게 하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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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2 편 -7 ★ 불쌍한 아이입니다.

■ 무심결 제 2 장 2 편 이루지 못한 사랑 -7 ━━━━━━━━━━━━━━━━━━━━━━━━━━━━━━━━━━━

이어서 은기군 앞으로 필기도구들이 준비되었다. 이때부터 그는 전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고 비 장하게 보였다. 편지는 순식간에 써 내려갔다. 아마 뇌옥에 있으면서 생각해놓 았던 것이 있었나 보다. 그는 편지를 곱게 접어서 대장로에게 다가갔다. 편지를 전해주 고 나서 그는 대장로께 큰절을 올렸다. "소생 은기군은 일곱에 부친을 여의고 복수할 일념으로 신분을 속이고 황보세가로 들어와 오늘에 이르기까지 은혜를 입었습니다. 가주께서는 친자식처럼 대해 주셨고, 장로들께서는 마치 손자처럼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러 가문의 대제자로서 가 주를 죽음으로 내몰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변명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세가에 들어온 이후로 수천 번도 더 가주를 죽이는 꿈을 꾸었으며 실지로 행동에 옮기려 했던 적도 수십 번에 이릅니다. 그 결과 오늘의 사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은기군은 일어서서 조금씩 대전의 중앙에 있는 가주의 유품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말에 집중하느라 그의 행동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헌데 이때 사건이 터지고 말 았다. 쓰르르릉....... 은기군은 말을 하면서 황보경의 애병이자 황보세가의 보검인 청 룡검을 빼들었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기군아!" "막아라!" 배효를 제외한 전원이 은기군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 것은 이미 늦어 버렸다. 푸욱! 푸와와....... 청룡검은 은기군의 배를 관통해 버렸다. 순식간에 대전은 피냄 새로 진동했다.

"대공자!" 의술에 일가견이 있는 유소가 가장 먼저 은기군의 상태를 살폈 다. "지... 집사 어른, 그 아이.... 진주, 그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전해주십시오. 나는 어린시절부터 그 아이와의 미래를 꿈꾸며 살 아왔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부친과 사부 사이에서 견디지 못 하고 이미 오래 전에 자결했을 겁니다. 저의 죽음을 너무 슬퍼하 지 마십시오. 대제자로서 사부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은 죽어 마 땅한 것입니다. 그리고... 콜록! 콜록!" "기군아! 더 이상 말하지 말아라." 이번에는 황보군이 나서서 만류했다. 하지만 은기군은 중단하지 않았다. "이장로님, 그 아이는 저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불쌍한 아


이입니다. 고아로 양모 밑에서 건달로 살아왔지만 야래향으로서 가난하고 힘 없는 자들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온 아이입니다. 절... 대 사부를 해... 칠 아이가 아... 닙니... 다. 크으윽! 요... .용서 하십시오." 툭! 은기군의 목이 밑으로 꺾이고 말았다. "대공자!" 유소가 그의 몸을 안고서 울부짖었다. 다른 사람들도 차마 소리 치지는 못했지만 모두 침통한 표정들이었다. 특히 은기군을 다그 쳤던 황보군의 표정은 넋이 나가 있었다. 만약 은기군이 대제자로서 사부의 죽음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죽음을 선택했다면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도 모두 자결해야 할 입 장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은기군이 자신의 결백함에도 불구하고 세가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재촉한 것은 바로 장로들 자신 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기군이는 가주의 살해범으로 죽기를 원했다. 그의 바람대로 처 리한다. 그리고 차기 가주와 감옥에 있는 아이의 문제는 차후에 결정하도록 한다." 대장로는 결론을 내리고는 쓸쓸히 대전을 떠나 버렸다. 잠시 후 대전에는 한 사람만이 남고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서 떠날 줄을 몰랐다. 비록 시신과 핏국은 지웠지만 역겨운 냄새가 대전에 가득했다. 하 지만 그는 그것에도 아랑곳 않고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의외로 일이 꼬이고 있다. 차기 가주의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 도 사람들에게 놈이 진범이라는 확신을 가지도록 만들었어야 했 다. 당분간은 몸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한참 후에야 그도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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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3 편 미녀와의 거래

■ 무심결 제 2 장 3 편 미녀와의 거래 ━━━━━━━━━━━━━━━━━━━━━━━━━━━━━━━━━━━

은기군이 자결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그에 대한 장례식조차 치뤄지지 않았다. 대다수의 식솔들은 아직까지도 그가 가주의 살인범으로 알고 있다. 일단 장로회의에서는 은기군 스스 로가 인정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그렇게 발표를 했다. 하지만 주 민에 대해서는 어떤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분명히 은기군이 주민 과 관계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로 장로회의가 열리 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주민도 간수들을 통해서 은기군의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슬퍼하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기도 했지만 대신 그는 더욱 열심히 무공을 익혔다. 그는 슬퍼하기보다는 복수를 위해서 무공을 선택했던 것이다. 이제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 분 무공수련에 바쳤다. 자는 시간도 가능한 줄이고 심법을 익혔 다. 무공은 생각처럼 그렇게 빨리 늘지는 않았다. 욕심 같아서는 하루에 일 성씩 증진되었으면 좋겠지만 무공이 그리 쉽게 익혀지 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주민의 경우에는 너무 늦게 시작했기 때 문에 기초를 익히기가 쉽지가 않았다. 매일 불상의 무공을 수련하기 전에는 그는 먼저 은기군이 가르 쳐 준 기초훈련을 했다. 각 신체를 골고루 단련시켜 초식을 익힐 때 도움을 주기 위한 것들이었다. 헌데 그것이 워낙 인내력을 요


구하는 것이고, 또한 뼈와 근육이 부드러워야만 빨리 배울 수 있 는 것이었다. 주민의 경우 인내력 부분은 감내할 수 있었지만, 나 이가 많은 관계로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 다. 그래서 처음에는 눈물겨울 정도로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것이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무공이 어느 정도의 단계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스스로 판단하건대 삼류 수준은 조금 면한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불상과 은기군의 기운 덕분이었다. 만약 누군가가 이것을 보았더라면 놀라 기절했을 것이다. 무공을 익힌 지가 이 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남들이 일, 이 년이나 걸리는 과정을 마 쳤다면 누가 믿겠는가? 오늘도 주민은 하루 종일 수련을 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심법 을 운용하기 위해서 자리에 앉았다. 그는 아직 몸 속의 기운을 완 전히 소화시키지는 못하지만 심법만은 자유자재로 운기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우우웅.......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무아지경에 빠졌다. 은기군이 가르쳐 준 심법의 특징은 먼저 상당히 실용적이라는

것이다. 보통의 심법은 기운을 일주천하거나 무아지경에 들어가는 것이 상당히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하지만 이것은 마음의 평정만 찾으면 바로 무아지경으로도 빠져들 수가 있다. 또 한 가지는 자세와 관계없이 심법을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일반적인 심법의 경우는 환경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조용 해야 한다던지 아니면 좌선의 자세로 앉아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 이다. 하지만 주민이 사용하는 심법은 아무리 시끄러운 곳에서라 도 자신이 마음의 평정만 가지고 있으면 할 수 있고, 무엇보다 큰 장점은 자세와 관계없이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누워서나 아니면 서서라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기운을 꼭 단전에만 모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다. 시전자가 원하는 데 따라서 기운을 옮겨서 모아둘 수가 있다. 주민이 아직까지 그것을 완벽하게 소화시키지는 못하고 있지만 머 지않아 가능할 것이다. 그외에도 아직 주민이 확인하지는 않았지 만 은기군의 말에 의하면 다른 사람이 내력으로 공격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의 공격강도에 따라서 내력을 흡수한다고 한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 심법을 익힌 사람은 아무리 강자와 만나도 병기를 사용하지 않는 한 죽지는 않을 것이다.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던 주민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됐다. 평상시 같으면 듣지 못할 것을 심법을 운용하는 상태 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쓰쓰쓱....... 정확히는 알 수가 없지만 딱딱한 물체끼리 부딪히는 소리 같았 다. 주민은 심법에 몰입하기 위해서 무시해 버렸다. 헌데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가 커지고 또 가깝게 들렸다. '이상한 일이군. 이곳은 지하라 모두 흙이나 대리석으로 되어있 을 텐데? 그리고 지금 나를 구하러 올 사람은 홍근이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결코 혼자서 내는 소리가 아니다. 또한 밖의 경비도 만만찮을 텐데 홍근이의 능력으로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일까? 경극단원들도 피해다니기에 급할 테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올 사람이 없다.' 주민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심법을 중지하고 소리가 나는 벽 면으로 다가갔다. 다른 심법과는 달리 조식을 중단하는데도 시간 이 걸리지 않았다. 마음만 조급하게 굴지 않으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소리가 퍼져나가고 있다. 일각에 일 장 정도 씩 이동하고 있다. 아무리 흙이라고는 하지만 엄청난 속도이다.' 소리가 나는 곳은 주민이 앉은 곳과 가까운 곳이었다. 만약 이 곳을 향해서 오는 것이라면 아주 정확하게 뚫고 들어오는 것이었 다. 헌데 가까이서 들리던 소리가 잠시 주춤거렸다. '으음, 아마 대리석부분에 도착한 모양이군. 과연 뚫을 수 있을 까? 이런 곳이라면 두께가 최소한 세 자 이상은 될 것이다. 아무 리 특수장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챙챙챙챙......! 예상대로 잠시 후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리가 들려왔


다. 정으로 대리석을 부수는 소리였다. 다행인 것은 벽면이 육각 형의 대리석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그 틈새를 이용하면 보다 쉽 게 뚫고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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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3 편 -2 ★ 홍근 오빠도 질투할 줄 아네?

■ 무심결 제 2 장 3 편 미녀와의 거래 -2 ━━━━━━━━━━━━━━━━━━━━━━━━━━━━━━━━━━━

얼마나 지났을까? 주민은 아예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 고는 불상의 무공을 연습했다. 어제부터는 내력으로 불상의 무공 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간혹 벽면에 장공을 날리거나 발로 차서 위력을 시험하기도 했다. '아, 그러면 되겠다. 연습삼아 소리가 나는 벽면에 장공을 날려 보자. 지금까지는 내력을 일 성 정도만 사용했으니 이번에는 삼 성 정도 사용해 보자.' 그는 가능한 내력을 사용하는 것을 절제했다. 은기군의 당부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는 것을 전제해서 내력을 감추라는 것이었다. "후웁! 차앗!"


내력을 양 손으로 모은 뒤 소리가 나는 벽면의 대리석을 가격했 다. 퍽! 별로 그렇게 소리가 크지 않았다. "후후, 아직은 먼 모양이다. 하긴 고작 이 주일을 익히고서 이 정도의 대리석을 깨뜨릴 수 있다면 그것이 우스운 거겠지." 주민은 약간 멋쩍었던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뒤로 물러났다. 헌 데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부쉬쉬쉬....... 어찌된 일인지 대리석이 마치 모래처럼 부숴지더니 커다란 구멍 이 생겼다. 이어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꿈쩍도 하지 않던 것이 갑자기 가루로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이야?" "글쎄 말이에요? 저도 모르겠어요!" 진명과 진추의 목소리였다. 이어서 홍근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뭘 보고 서 있는 거야? 빨리 들어와! 아니지, 나와. 시간이 없 단 말이야."

그는 주민이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소리쳤다. "아... 알았어! 단장님께서 이렇게 모험을 하셔도 됩니까?" 주민은 정신을 차리고는 진명에게 인사를 했다. 사실 그는 대리 석이 가루로 부숴지는 것을 보고서 매우 놀랐다. 처음에는 진명 일행이 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작 그들조차도 당황하는 것을 보 았다. 그렇다면 결국 자신의 장공에 의해서 대리석이 가루로 변했 다는 것이다. 그것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이 놈아, 니 놈 눈에는 내가 자발적으로 온 것으로 보이냐? 네


놈도 장가가서 자식 새끼 낳아봐라. 그래야 내 심정을 알게 될 것 이다. 어서 가자." 진명은 반가운 심정을 다소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하하하, 추아 네가 걱정을 많이 한 모양이구나. 고맙다." "치! 그럼 내가 걱정하지, 또 누가 오빠를 걱정해 줄 사람이 있 나?" "웃기고 있네. 지금 여기서 사랑놀음이라도 할 생각이야? 그럼 두 사람은 여기에 남아 있어. 단장님, 우리가 먼저 나가죠. 아직 두 사람은 감방에서 할 일이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홍근은 괜히 심술을 부렸다. "호호, 홍근 오빠도 질투할 줄 아네. 나는 오빠가 워낙 성격이 좋아 질투라는 것은 모를 줄 알았는데." 진추는 홍근을 뒤따르며 농을 해댔다. 주민을 구하게 되자 기분 이 좋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는 황보경의 오순 잔칫날 주민과 헤어진 후 지금까지 근 삼 주일 동안 거의 웃지 않았다. 특히 주 민이 세가의 뇌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는 물 한 모금도 먹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진명이 목숨을 걸고 이곳까지 들어왔겠는가? 물론 거기에는 홍근의 역할도 한몫 했다. 진명 일행은 경극단에서 피신한 후 갈 곳이 마땅찮아서 홍근을 찾아갔다. 평소 주민이 대원각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홍근을 자주 거론했었다. 그래서 무작정 그를 찾아갔던 것이다. 지금까지 경극 단원들의 은신처는 모두 홍근이 마련해 주었다. 홍근은 만약 진명 일행이 반대했더라도 주민을 구출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을 것이 다. 그에게는 이제 세상에서 주민보다 더 가까운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두 사람은 그 이상의 우의(友誼)를 가진 사이였다. "잠깐! 지금부터는 조심해야 한다. 천천히 따라오너라!" 제일 선두에 있던 진명이 손으로 표시하며 말했다. 거의 끝부분 에 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대충 짐작했지만 적어도 오십 장은 되겠군. 이 정도의 일을 세 사람이 했다면 거의 삼, 사 일은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많은 흙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주민의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통로의 끝은 세가의 하수구와 연 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하수구 옆으로는 제법 큰 연못이 있었 다. 아마 그 두 곳에 버린 모양이다. 만약 진명이 세가의 구조에 대해서 잘 몰랐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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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3 편 -3 ★ 두 명이 도망쳤다! 찾아라!

■ 무심결 제 2 장 3 편 미녀와의 거래 -3 ━━━━━━━━━━━━━━━━━━━━━━━━━━━━━━━━━━━

밖에는 경극단원 세 명이 망을 보고 있었다. 아마 이들이 흙을 버리는 일을 한 모양이다.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가까이 있던 단원이 주민을 반갑게 맞이했다. "고맙소. 이번에 무사히 나가면 개봉에 가서 멋지게 한 잔 사리 다." 이 순간에도 주민은 농을 했다.


헌데 이때 문제가 발생했다. 멀리서 주위를 살피던 친구가 주민 을 보느라 정신이 팔린 상태에서 그만 세가의 경비무사들에게 들 키고 만 것이다. "누구냐? 처음 보는 놈인데? 커억!" 다행히 경극단원의 무공이 뛰어나 경비무사를 제압했다. 헌데 그 과정에서 소리가 조금 크게 나는 바람에 들통이 나고 말았다. 순식간에 세가 전역에 비상호각 소리가 들려왔다. 삐익! 삑! "피해라! 어서! 이곳은 우리가 맡을 테니 너희 셋은 피해라." 진명은 무사들이 모여들자 주민과 진추 그리고 홍근 세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 또 한 나가려고 해도 이미 주위가 포위되어 별수 없었다. "단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놈들도 가주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세가의 무사들은 이미 주민을 확인했다. 챙챙챙......! 퍼벅! "크윽!" 생각보다 진명의 무공은 뛰어났다. 열 명의 무사들이 그를 에워 싸고도 수세로 몰렸다. 함께 온 단원들과 진추도 최소한 세 명의 무사들과 싸워도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밀리기 시작했다. 우선 이들은 홍근과 주민을 보호하느라 정신을 집중하기가 어려웠고, 또한 경비무사들의 수가 점점 많아져 감당 할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세 명의 단원들이 당했다. 그러자 진명도 정신이 분 산되어 다리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 "크윽!"


"아버지!" 진추는 몸을 날려서 부친에게로 달려갔다. 헌데 그녀 역시 다른 무사들에 의해서 당하고 말았다. "으악!"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때 일행은 세가의 대전이 있는 곳까지 밀려난 상태였다. 헌데 단원들과 진명이 부상을 입고 진추마저 무사들에 의해서 포위당하 자 주민과 홍근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다행히 세가의 무사들 은 두 사람이 무공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 만약 두 사람이 도주할 생각이 있다면 가장 좋은 기회였다. 하지 만 두 사람은 도망치기는커녕 진추와 진명에게 몸을 날리려 했다. "추야!" "단장님!" 헌데 그들은 몸을 날리지 못했다. 오히려 두 사람의 몸은 반대 방향으로 끌려갔다. 무사들의 시선이 모두 다른 곳으로 가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대전 뒤로 숨어 버렸다. 정말 도망친 것일까? 목 소리로 봐서는 그럴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신의 목 숨을 위해서 은인들을 배신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렇다 면....... 좌우지간에 진명과 진추는 잠시 후 세가의 무사들에 의해서 무 참히 죽음을 당했다. 주민과 홍근도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두 놈이 도망쳤다. 찾아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이어서 사방에서 호각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싸움을 한 장소에는 진명 부녀를 위시한 세 명의 단원들의 시신들만 덩그 러니 놓여져 있었다. 사랑했던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쓴 소녀와 그 소녀 의 애절함을 보다 못해 모험을 감행한 부친과 동료들의 시신은 차 디찬 초겨울의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아무리 숭고한 사랑도 힘을 가지지 못하면 성취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세상의 법칙인가 보다.


<사랑의 슬픔>

이건 아마 은기군과 황보진주에 이은 주민과 진추의 사랑을 두 고 하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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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3 편 -4 ★ 사랑하오, 그리고 미안하오!

■ 무심결 제 2 장 3 편 미녀와의 거래 -4 ━━━━━━━━━━━━━━━━━━━━━━━━━━━━━━━━━━━

지하밀실. 대부분의 대저택들이 그렇듯 이곳 황보세가도 지하세계가 잘 발 달되어 있었다. 특히 가주의 직계가족이 머무는 별원에는 아예 지 상의 건물보다 더 큰 밀실이 있었다. 회의실은 물론이고 침실과 거실도 마련되어 있었다. 다만 근래에는 별로 사용하지 않았는지 그리 깨끗하지는 않았다. 헌데 지금 이곳에서는 사람들의 목소리 가 제법 요란하게 들리고 있다.


"후후, 나는 가주의 살해범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러분들께서는 무슨 이유로 저를 구하신 겁니까? 혹시 여러분들께서 본인을 사주 한 것은 아닙니까? 그래서 마지막에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껴서 이 렇게 구해주었다! 그거 참, 내가 한 말이지만 정말 말이 되는데?" 주민의 목소리였다. 그는 누군가를 향해서 빈정거렸다. 아마 자 신을 구하러 온 진명 부녀가 죽었다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그 옆에는 홍근이 주위를 살피며 조용히 있었다. 아마 그는 아직 자 신을 구한 사람들에 대해서 잘 모르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주민에 게 물어볼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참, 그리고 보니까? 집사어른께서는 저를 두 번이나 구하셨군 요. 그러고 보면 집사어른께서는 좀더 양심적인 분이신 것 같습니 다." 주민은 계속해서 빈정댔다. 지금 방 안에는 주민과 홍근 말고도 세 사람이 더 있다. 앞서 밝힌 집사 유소를 위시해서 중년의 부인과 처녀가 한 명 있었다. 부인은 황보세가의 대부인이고, 그 옆에서 있는 처녀가 바로 황보 진주였다. 주민과 홍근이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혹시 자신들이 천상에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졌었다. 물론 실내가 화려하기도 했지 만 무엇보다 그곳에 있는 두 사람 때문에 순간적으로 착각을 했던 것이다. 화려한 자수를 놓은 비단 옷이 빛을 잃을 정도의 미모를 지닌 두 여인. 바로 대부인과 그의 딸 황보진주였다. 주민과 홍근도 진주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는 예상을 했었다. 특히 주민의 경우에는 먼 발치서 몇 번 보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숙해 있었다. 헌데 막상 가까이서 보는 순간 혹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 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는 아름다움으로만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그것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순수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높은 지위와 부 그리고 미모를 갖춘 여인들은 거만한 경우 가 많다. 자기 이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자기가 최고인줄 안 다. 그래서 만사를 자신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처리한다. 그러니 자연 주위 사람들로부터 보이지 않는 미움을 사게 마련이다. 헌데


진주에게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여느 여염집 여인네들처 럼 순수해 보였다. 비록 화려한 옷을 입긴 했지만 그것을 감추지 는 못했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눈과 시원스런 코, 그리고 마치 잘 익은 수 박 같은 입술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한숨을 쉬게 할 정도였다. 특히 진주의 목은 사슴처럼 길로 가늘었다. 목젖 사이로 드러난 흰 살결은 홍근으로 하여금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 었다.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이 더욱 놀란 것은 대부인 때문이었다. 사 실 진주의 외모는 거의 대부인을 닮았다. 아마 대부인의 어린시절 모습이 바로 지금의 진주일 것이다. 그 정도로 두 사람은 많이 닮 았다. 주민이 대부인을 보는 순간 금방 알아보았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만약 두 사람이 유소를 보지 않았더라면 천상에 왔다 는 착각을 더 오래했을 것이다. 주민과 홍근를 위기의 순간에서 구해준 사람이 바로 유소였다. 그는 황보진주의 부탁을 받고서 두 사람을 구한 것이었다. 황보 경이 죽은 이상 이 두 사람을 돌볼 사람은 유소밖에 없었다. "사실 우리는 처음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네. 특히 대공자가 배후의 인물로 거론되면서 확신하게 되었지. 하지만 우리의 힘으로는 그것을 밝히지 못했네. 그래서 오늘의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네. 우리가 자네를 이 자리로 데리 고 온 것은 사실은 대공자의 뜻이었네." 유소가 그간의 사정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주민 의 반응이 달라졌다. "형님이?" 반응은 대부인과 황보진주도 보였다. '형님? 그럼 그 아이와 형제의 연을 맺었다는 말인가? 보기에는 파락호 같은데.......' '정말 사형은 저 사람을 선택한 것일까? 평소 사형은 자신이 마 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의동생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 그 정도 로 저 사람이 마음에 들었을까?' 두 사람은 주민이 은기군을 '형님'이라고 부르자 놀라는 눈치였 다. 사실 두 사람은 은기군의 편지를 보고서도 믿음이 가지 않아


서 그 동안 주민을 만나는 것을 꺼려했다. 헌데 유소가 나서서 은 기군의 뜻에 따를 것을 종용했다. 만일 오늘 진명 일행이 일을 저 지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주민은 유소에 의해서 뇌옥을 탈출했을 것이다. "이게 바로 대공자가 소가주에게 남긴 서찰일세. 한 번 보겠

나?" 유소는 주민에게 두루마리 종이를 건네주었다. '그럼 이게 바로 형님의 유서인 셈인가?' 주민는 두 손으로 서찰을 받았다.

<사랑하는 진주에게 나는 아직도 그때를 기억하고 있소. 우리가 처음으로 만났을 때 를. 나는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는 연무장에 붉은 장미를 들고 서 있는 어린 공주님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오. 일곱 살의 어린 가슴이 설레일 정도로 그대의 모습은 아름다웠소. 그후 로 나는 붉은 장미만 보면 그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오. 언젠 가 그대는 나의 정원에 모두 붉은 장미가 심어져 있는 것을 궁금 해했었지. 나는 그대를 만나지 못할 때는 항상 그것을 보면서 옛 날의 그 모습을 떠올렸다오. 헌데 나는 최근에 경쟁자를 한 명 만났소. 나와 같이 붉은 장미 를 손에 들고서 그대를 기다리는 한 청년을. 나는 매우 기뻤소. 나는 그 동안 혹시나 나의 사랑스러운 장미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 이 몰라줄까봐 걱정을 했었다오. 그래서 나는 그를 반겼소. 하지 만 한편으로는 그를 보면서 두렵기도 했소. 그는 매우 진지했으며 철저했소. 나는 서서히 긴장했으며 결국은 그 자가 장미의 가시에 찔리기 를 바랐소. 헌데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 둘은 함께 가시에 찔리고 말았소. 물론 그것은 장미가 아니라 독초의 가시였소. 우리는 서 로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동지가 되고 말았던 것이오. ......그래 서 결국 나는 모든 것을 그에게 넘겨주기로 했소. 나의 사랑 진주, 그를 지켜주시오. 그를 지켜 우리의 정원에 붉


은 장미가 영원히 만발할 수 있도록 해 주시오. 사랑하오. 그리고 미안하오.>

편지는 유언이라기보다는 연서(戀書)에 가까웠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쓴 것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낭만적인 글이었다. 진주도 처음에는 혹시 편지가 바꿔치기 당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 다. 하지만 유소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은기군은 혹시나 편지가 바꿔치기 당할까봐 상대가 정확히 알 수 없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실지로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주 민에 대한 것이었다. 그만큼 주민에 대해서 집착했다. 그도 처음 에는 주민에 대해서 그렇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 나면서 그의 진가를 확인하게 되었고, 마지막 순간에는 그에 대해 서 집착하게 되었다. 그것을 표현한 것이 바로 이 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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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3 편 -5 ★ 볼수록 마음에 드는 아이로구나!

■ 무심결 제 2 장 3 편 미녀와의 거래 -5 ━━━━━━━━━━━━━━━━━━━━━━━━━━━━━━━━━━━


"후후, 과연 형님다운 글이군. 그렇지 않다면 전달되지도 않았 겠지만." 주민은 은기군의 의도를 읽었다. 은기군은 음모자들이 의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연예편지 형식으로 쓴 것이었다. 이때 홍근이 나섰다. "하지만 이 글에 하나가 잘못된 게 있군. 아니지, 빠진 것이 있 다고 하는 것이 맞겠네." 그는 편지를 보고서야 상황에 대해서 대충 이해한 모양이다. "네놈이 뭘 안다고 어른들께서 말씀을 나누시는데 끼여드냐?" 주민은 미소를 띠며 소리쳤다. 그도 벌써 홍근이 흥밋거리를 찾 아냈다는 것을 감지했던 것이다. "그렇지가 않소? 같은 신세가 된 것은 형과 큰형님이 아니라 바 로......." "큰형님! 네놈에게 언제부터 큰형님이 계셨냐?" 서서히 두 사람의 손이 맞아들어갔다. "이거 왜 이러시우? 형의 형님은 바로 큰형님이 아니오?" "그것도 말되네. 좋다, 아마 내가 형님이었다면 네 말을 인정했 을 것이다. 헌데 바로 다음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냐?" "참! 내가 말을 하다가 중단했었지. 왜 사람이 말을 하는데 가 로막고 그러는 거요? 치이! 같은 신세가 된 것은 형과 큰형님이 아니라 바로 형과 저기 진주처럼 아름다운 미모를 지니신 소가주 이지." "에잉? 그건 무엇 때문이냐? 내가 그렇게 잘생겼다는 말이냐? 아우야, 그런 말이라면 자주 해주면 고맙겠구나." 주민은 넉살을 떨었다.


"흥! 또 주제파악을 못하시군. 소가주는 대공자와의 사랑을 실 패했고, 형은 진추를 잃었으니 같은 신세가 된 거지. 또 그뿐만이 아니...... 으악!"

홍근은 말을 다하지 못하고 머리를 움켜잡아야만 했다. 주민의 주먹이 사정없이 그의 머리를 내리쳤기 때문이다. "도대체 도움이 안 돼. 그런데 쓸 머리가 있으면 이 형님이 받 아야 할 황금 오만 냥을 누구에게서 받아야 하는지 그런 거나 고 민해라. 그래, 이전에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냐?" 두 사람은 옆에 있는 사람들은 염두에 두지 않고 계속해서 떠들 어댔다. 하지만 세 사람은 대화를 들으면서 서서히 두 사람에게 빠져들었다. "안타깝게도 그곳은 세가의 손님들이 드나드는 곳이었소. 한 마 디로 아무런 가치도 없는 정보였소. 아마 그 정보를 제공한 사람 은 지금도 헛물켜고 있겠지? 그 정보 얼마에 샀소? 이크! 참! 그 건 형이 직접 얻은 정보였지. 내가 실수를 했군. 하지만 형이 나 머지 오만 냥을 받아야 할 사람에 대해서는 대략 감이 잡히기 한 데......." 홍근은 말꼬리를 흐렸다. 그것은 미끼가 효과를 나타냈다는 것 을 의미했다. 주민보다는 옆에 있던 세 사람이 먼저 관심을 보였 다. "그럼 진짜 범인을 알아냈다는 말인가?" 대부인이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홍근이 언급한 것이 남편살해범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혹시 짚이는 데라도 있으세요? 만약 진범을 잡게만 해주신다면 원하시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겠어요." 진주는 보다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반면에 유소는 홍근과 주민을 주시하며 지켜만 보았다. "무엇이든 들어주겠다? 기억해 두겠습니다. 그전에 저는 집사님 께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 니다. ......정말 세가는 진범이 드러나면 감당할 자신이 있을까 요?"


주민은 무슨 뜻으로 한 말일까? 당장 유소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건 짐작으로 하는 말인가? 아니면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가?" 주민의 말 속에는 음모자의 세력이 황보세가의 능력으로도 감당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범인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 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들께서도 이미 심정적으로는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희생자에 불과할 것입니 다. 그것 때문에 여러분들도 조심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갑자기 세 사람의 표정이 달라졌다. '말 속에 뼈가 있고, 웃음 뒤에 비수가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들 어봤지만 이렇게 어눌하게 행동하는 자가 우리의 속을 훤히 들여 다보고 있을 줄은 몰랐다.'

대부인은 주민과 홍근을 무시하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느 낌을 받았다. 그것은 유소와 진주도 마찬가지였다. "자네 둘은 이미 그 자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그 자를 의심하게 되었는가?" 유소가 물었다. "혹시 집사님께서는 자신을 너무 과신하시는 것 아닙니까? 아니 면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계시던지." "그건 무슨 말인가요?" 이번에는 진주가 나섰다. "간혹 사람들은 아주 단순한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또 누구 나 쉽게 알 수 있는 것을 자신만의 비밀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 죠. 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형님을 범인으 로 생각하거나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상황을 못 볼 뿐, 만약 조금이라도 생각


하면 쉽게 윤곽을 잡을 수가 있죠. 우선 집사어른께 한 가지 여쭤 보겠습니다. 이번 사건이 음모에 의한 것이라면 그 음모자들은 무 엇을 노리고 이번 사건을 계획했겠습니까?" 주민은 논리적으로 사건을 접근했다. 이것은 방금까지 그가 보 여준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일차적으로는 세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고, 대공자를 연관시킨 것을 보면 아마 차기 가주직을 노린 것일 수도 있겠지. 그렇다 면...... 으음." 유소는 금방 주민의 의도를 깨달았다. "그렇습니다. 그 한 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는 음모의 핵심 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입니 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히 세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무림 전 체의 안위와 관련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순한 추측만으로 내 부의 협조자 내지 음모자를 색출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합니다. 저는 지난 이 주일 동안 뇌옥에 있으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 조 종자들을 다섯 가지로 압축해 보았습니다. 이건 무림의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것입니다. 첫째는 황보세가의 독주를 막기 위한 나머지 세가들의 합작이고, 둘째는 사대세가와 주도권 다툼을 하기 위한 구파일방 의 도전, 그리고 셋째는 지금은 거의 이름을 감춰 버린 마도세력 의 재발흥입니다. 네번째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이들 삼자간의 연 대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제이의 음모자가 있을 가능성입니 다. 이건 모두 그 동안 저의 경험에 의해서 판단한 것입니다. 어디

에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별로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무림 못지 않게 음모와 배신이 판치는 곳이 바로 상인집단입니다. 저는 그들 의 모습을 통해서 이번 사건을 검토해 보았습니다." "으음!" 유소를 위시한 세 사람은 가벼운 신음소리를 내든지 아니면 표 정이 굳어졌다.


'한낱 도둑에 불과한 아이가 저런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니? 과 연 그 아이의 안목이 우리를 앞질렀구나.' '사형도 저 사람의 저런 모습에 반한 것일까? 금방 사람이 달라 보인다. 익살의 뒷면에는 슬픔이 배여 있다. 지금 말하는 것을 보 면 파락호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볼수록 마음에 드는 아이로구나. 비록 무공을 익히기에는 늦었 지만 공부를 하거나 기관이나 진식을 익힌다면 대성할 수 있을 것 이다. 헌데 지금 저 아이는 나름대로의 복안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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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3 편 -6 ★ 필체를 흉내내는 사람이라...?

■ 무심결 제 2 장 3 편 미녀와의 거래 -6 ━━━━━━━━━━━━━━━━━━━━━━━━━━━━━━━━━━━

유소는 주민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유도를 했다. "그렇다면 아까 해결책이 있다고 했는데 한 번 들어볼 수 있겠 나?" 씨익! 주민은 대답은 하지 않고 홍근을 쳐다보더니 멋쩍게 웃었다. 쉽


게 말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진주가 나섰다. "두 분은 범인을 잡을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방 안만 가르쳐 주시면 일이 끝난 후에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누명을 벗겨드 리고, 보상금으로 황금 십만 냥을 드리겠습니다." "황금 십만 냥! 형, 그 돈이면 내년 겨울까지는 걱정없어. 아이 고!" 홍근은 돈 얘기가 나오자 입이 벌어지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주민에게 맞아 비명소리를 내야만 했다. "누명이야 진실이 밝혀지면 자연히 벗겨질 것이고, 돈도 이곳 세가의 사람에게 오만 냥 받을 게 있으니.... 그렇다면 우리의 얘 기가 고작 오만 냥의 가치밖에 없다는 건데......." 주민은 계속해서 얘기를 끌었다. 뭔가 다른 꿍꿍이속이 있는 것 같았다. "왜?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그렇다면 황금 백만 냥은 어 떤가? 내가 책임짐세." 대부인이 답답했던지 직접 나섰다. "후후, 대부인께서는 제가 지금 돈 때문에 고민한다고 생각하십 니까? 마음만 먹었다면 가주의 비밀금고에서 그보다 열 배는 더 많은 돈을 가져올 수도 있었습니다." '이 아이가 정말 집무실에 들어가긴 했나 보군. 하긴 비밀금고 는 나도 보지는 못했지만 엄청난 돈이 들어 있을 거다.' "그래? 그렇다면 왜?" 대부인은 더욱 의혹을 느꼈다. "홍근아, 너는 천하제일미의 입술이라면 얼마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주민은 대부인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이상한 것을 홍근에 게 물었다.


"천하제일미의 입술이라? 나도 아직 그런 걸 매겨보지는 않았지 만 대원각에서 십 년 동안 일한 경험으로 보면 최소한 황금 십만 냥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지. 헌데 그건 왜 묻 소?" 홍근은 장단을 맞추었다. "그 정도면 됐다. 소가주, 소가주께서는 아까 무엇이든지 다 들 어준다는 말씀을 기억하시오?" 주민은 이번에는 진주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혹시 그것을 내 게 요구하려는 걸까? 설마 사형과도 해보지 않은 것을.......' 진주는 이미 주민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녀도 자신이 한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요. 기억하고 있어요. 그럼 조건을 정하셨나요?" 그녀는 시치미를 떼고 침착하게 말했다. "나는 청부금 대신 소가주와의 입맞춤을 원하오." "......!" 세 사람은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오히려 홍근이 주민을 놀려댔다. "완전히 맛이 갔구만. 도둑 주제에 언감생심 천하제일미를 노리 다니? 아니지, 아니야.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 원래 외로운 기러기끼리 부리를 비비며 사랑을 나누는 법이니까. 낄낄낄! 그렇지 않소? 성님!" 그는 아예 노골적으로 두 사람을 놀렸다. 헌데 정작 세 사람의 반응은 의외였다. "풋! 진주는 그냥 웃어버리고, 대부인과 유소도 화를 내기는커녕 오 히려 즐거워했다.


"호호호! 정말 재미있는 아이로구나." "하하하! 대부인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대공자가 사람은 정확히 본 모양입니다."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주민과 홍근이 당황했다.

"형! 이상하지 않아? 우리 작전이 먹혀들지 않기는 처음이야." 홍근은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게 바로 네놈과 나의 수준 차이다. 네놈은 이 분들을 놀릴 목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다르다. 이제 우리의 목적은 이룬 셈이다. 중원제일가문의 사람들과 당당히 협상을 해서 우리의 뜻 을 관철시킨 거야." 역시 주민은 홍근보다는 한 수 위였다. 금방 표정을 바꾸더니 진주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거기에 유소도 한몫을 했다. "자, 그럼 어디 방법에 대해서 한 번 들어보세." 진주가 반박할 사이도 없이 주민의 얘기가 시작되었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호랑이 굴로 들어가듯이, 아... 아니 지. 죄송합니다. 비유가 잘못되었습니다. 여우를 잡기 위해서는 여우굴에 불을 피워야 합니다. 아이고, 또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에는 진짜입니다. 말을 길들이기 위해서는 말이 좋아하는 당근으 로 유인을 해야 합니다. 휴! 이번에는 정말 맞았군. 이래서 문자 는 함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란 말씀이야.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 입니다. 놈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미끼를 제공해야 합니다." 주민의 넉살은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유소를 위시한 세 사람 은 즐거워하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진지해졌다. "미끼?" 대부인이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습니다. 놈들이 좋아할만한 미끼를 준비해야죠. 집사어른


께서는 우선 가주의 필체와 비슷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을 구해주십 시오." "가주의 필체를 흉내내는 사람이라? 그거라면 내가 자신이 있 지. 헌데 그건 왜? 어디에 쓰려고?" 유소가 다소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들은 지금 이번 일을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들떠 있을 겁니 다. 실지로 그것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현재로서는 저나 형님의 혐의를 벗을 수 있는 어떤 증거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때에 새 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얘기는 점점 더 흥미를 더해갔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참다못한 진주가 주민을 재촉했다. "실상은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닙니다. 가주께서는 놈들의 음모를

사전에 감지하시고 유서로 남겨놓았다. 그리고 나와 형님은 그 유 서를 지키려다 함정에 빠졌으며, 결국 형님의 희생으로 나는 유서 를 가지고 탈출에 성공했다. 어떻습니까? 꽤 괜찮은 줄거리가 아 닙니까?" "그렇게 되면 놈들은 혼란에 빠지며 형을 추적하기 위해서 정체 를 드러낼 것이다. 이 말씀이오?" 홍근이 보충 설명까지 했다. "......?" 헌데 반응이 영 신통찮았다. 세 사람은 모두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주민과 홍근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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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3 편 -7 ★ 정말 저 아이가 글을 모를까?

■ 무심결 제 2 장 3 편 미녀와의 거래 -7 ━━━━━━━━━━━━━━━━━━━━━━━━━━━━━━━━━━━

'후후, 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할 것이 아니야. 또한 무림에는 허명이 너무 많아. 대부인은 전대의 천하제일지로 불려졌고, 소가 주는 당대 천하제일지이다. 또한 나도 오십 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머리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 헌데 지금 우 리는 빈민가의 두 청년에게 놀아나고 있다. 아니 배우고 있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유소의 얼굴에는 서서히 미소가 어려갔다. 반면에 대부인과 진주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그럼 유서를 가지고 공자께서 직접 그들의 추적을 당한다는 말 씀이세요?" 진주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그러자 주민은 뛸 듯이 좋아했 다. "근이 네게는 소가주의 지금 말이 어떻게 들리냐? 내가 듣기에 는 소가주가 지금 이 형님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역시 우리 성은 여자 다루는 법을 제대로 배웠단 말씀이야. 다 루기 힘든 여자일수록 모성애의 본능을 유발시켜 남자에게 자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각인시켜라. 내가 가르쳐 준 것을 하나도 잊지 않고 그대로 써먹는군. 아무리 봐도 우리 성은 바람둥이 기질이 있단 말씀이야."


둘은 '환상의 짝'이었다. 게다가 두 명의 연기를 지켜보는 관객 들의 수준도 일품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진주가 자네를 걱정하는 것 같군. 그건 나도 마 찬가지야. 세상에서 무공도 일체 모르는 자가 절대고수들을 상대 로 싸워 그 중에서 핵심인물들을 잡겠다고 하는데 걱정하지 않을 사람은 없겠지." 황보세가의 대부인이 남편의 살해범으로 의심받는 자가 자신의 딸을 농락하고 있는데도 태연하게 말했다. "그건 사실입니다. 이번 계획은 매우 모험적입니다. 어쩌면 우 리 둘의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의 일이 어디 만만한 게 있습니까? 사실 제가 이번에 세가로 들어온 것도 따지 고 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 소가주의 도움이 조금 필요 합니다."

주민은 이번에는 진주를 물고 늘어졌다. "제가요? 뭘 도와......." 그녀는 말을 하려다 말고 주민에게 눈을 흘겼다. "하하하, 들켜 버렸군요.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 는데 이양 허락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선불로 주면 나도 힘이 나고 좋지 않습니까?" "으잉? 그럼 자네가 말한 것이 소가주에게 그것을 선불로 달라 는 것이었나? 하하하! 좋아, 정말 좋아. 나도 자네처럼 그런 용기 가 있으면 좋겠네. 그렇다면 지금까지 혼자서 지내지는 않았을 텐 데." 유소는 마치 대부인에게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무슨 이유에선 지 유소의 말을 듣고 대부인의 표정이 다소 굳어졌다. 아마 유소 도 젊은 시절 대부인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만약 그때문에 그가 지금까지 독신으로 지냈다면 대부인으로서도 결코 유쾌한 일은 아 닐 것이다. 이때 진주가 주민과 홍근 앞으로 두 권의 책을 내놓았다.


"대신 이것을 선불로 드리겠어요. 아마 제 입술보다는 몇 배나 더 가치 있을 거예요." 표지에는 '태극혜검(太極慧劍)'과 '화산십이수(華山十二手)'라 고 적혀 있었다. 그 순간 유소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소가주가 큰 모험을 하는구나. 만약 화산이나 무당에서 이 일 을 알게 되면 상당히 난처해질 텐데?' 그의 걱정은 현실적인 문제였다. 태극혜검과 화산십이수는 무당 과 화산파에서도 가장 중요시하는 무공이다. 특히 태극혜검의 경 우는 백 년 전부터 실전된 것이었다. 헌데 그것이 황보세가에 그 것도 책으로 남아 있었다. 그것을 무당에서 알게 된다면 가만 있 지 않을 것이다. 당장 백 년 전 무당 고수들의 살해사건이 황보세 가와 관련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진주는 그것을 무릅쓰고 두 사 람에게 건네주었다. 헌데 유소는 정작 주민의 행동을 보고서 더 놀랐다. "근아! 네 눈에는 저게 뭐하는 책으로 보이냐? 앞에 것은 '태 (太)' 뭐라고 적혀 있는 것 같은데 워낙 이 형님께서 글자가 짧아 서 말이야. 그래도 너는 서당에서 이틀이나 견디지 않았느냐? 나 는 지금도 그때 훈장어른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구나. 나는 평생 책하고 인연을 맺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하셨지." 그는 책을 홍근에게 건네주었다. '정말 저 아이가 글을 모를까? 만약 글을 알면서도 저 책들을 미뤘다면... 으음... 바보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설혹 무림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태극혜검과 화산십이수의 중요 성은 누구라도 알고 있다. 만약 이 자리에 이들 말고 다른 사람들

이 있었다면 아마 이것들을 차지하기 위해서 칼부림이 났을 것이 다. 유소와 대부인 모녀는 주위에서 그런 것만 보아오다가 주민의 행동을 보고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건 사실이지. 훈장어른께서는 형보고 더 이상 배울 게 없다 고 하셨으니까. 응? 아... 알았어."


홍근의 말은 주민의 눈짓에 의해 짤리고 말았다. 하지만 사람들 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 아이가 글을 모른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것이 드 러난 셈이군. 헌데 왜 책을 거부했을까?' '주공자는 왜 무공을 익히지 않으려고 하지? 혹시 태극혜검과 화산십이수의 위력을 몰라서 그런 걸까?' 주민은 유소와 진주가 의문을 가지지 못하도록 화제를 바꿔 버 렸다. "결정을 내렸으면 일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집 사어른께서는 빨리 유서를 만들어 주십시오." "알았네. 잠시만 기다려 주게." 유소는 즉시 옆에 있는 탁자로 가서 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헌데 이번에는 대부인이 나서서 주민을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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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3 편 -8 ★ 그건 형이 전문이잖아!

■ 무심결 제 2 장 3 편 미녀와의 거래 -8 ━━━━━━━━━━━━━━━━━━━━━━━━━━━━━━━━━━━


"자넨 혹시 기군이에게서 무공을 배우지 않았나? 의형제를 맺으 면서 무공도 하나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후후, 역시 대부인께서는 눈치가 빠르시군. 하지만 그 정도의 넘겨짚기에 넘어갈 내가 아니지.' 하지만 심리전에서는 주민이 대부인보다 한 수 위였다. "하하하, 대부인께서는 의형제의 의미를 제대로 아시고 계시는 군요. 형님께서는 저의 앞날을 걱정하시면서 무공을 가르쳐주시기 위해서 고심하셨습니다. 처음 일주일간은 거의 밤잠도 자지 않고 가르쳐 주셨죠. 하지만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저는 이미 무공을 배우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몇 가지 구결을 가르쳐 주시기는 하셨습니다. 지금은 그것마저도 가물거립니다. 그 중에 는 황보세가의 것도 있었습니다. 어디 한 번 생각나는 대로 말씀 드려 볼까요?" 주민은 자세를 바로잡고 실제로 구결을 말하려고 했다. 헌데 대부인이 만류했다. 그녀는 이미 말로는 주민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아... 아니! 됐네. 집사께서 유서를 다 작성한 모양일세." 그녀는 화살을 유소에게 넘겼다. 유소가 내용을 보여주자 대부인과 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마 필체와 내용 모두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나... 황보경은 이 글을 나의 부인과 딸 진주, 그리고 벗인 유 소에게 남긴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무림과 세가에 암류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근 백여 년 동안 조용하기만 하던 무림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살인 사건들이 줄을 잇고, 또한 정체불명의 세력들이 움직이는 것이 감 지되었다. 나는 아직까지 그들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그 실마리를 세가 내에서 발견했다. 나는 방금 음모 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 너무 당황해서 몸을 가눌 길이 없 다. 혹시나 이 글이 그 자들에게 넘어갈까봐 내용을 글로 남기지


도 못한다. 구체적인 것은 이 글을 가지고 있는 아이에게 전한다. 그들은

지금 나를 노리고 있다. 나를 제거함으로써 ......더 이상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만약 내게 문제가 생긴다면 세가는 비상체제로 들 어가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글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거의 적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또한 만약 누 군가가 보게 되더라도 의심하지 않게 다소 급하게 쓰여진 것처럼 만들었다. 짧은 시간 내에 이 정도의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집사의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서는 꼭 필요해서 작성한 것은 아니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작성된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이 음모자 들에 의해서 체포라도 된다면 최소한의 방패막이는 필요하기 때문 이다. 가짜 유서는 밀봉되어 주민에게 넘겨졌다.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겠습니다. 집사어른께서는 추적대와 같 이 움직이시기 바랍니다. 설혹 우리가 위험에 빠지더라도 나서지 마십시오. 저희들은 아직 어리지만 위기를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쉽게 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 주민과 홍근은 세 사람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며 밀실을 나섰다. "후후, 헌데 자네들은 이곳의 통로를 알고 있기는 한가?" 막무가내로 나가는 두 사람을 보고서 유소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서로에게 미뤘다. "그건 형의 전문이잖아. 나는 도둑질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그런 건 잘 몰라."


"사실 나도 소가주가 안내할 줄 알았는데 그냥 있길래 문이 열 려 있는 줄 알았지." 그 순간에도 두 사람은 넉살을 떨었다. "호호호! 알았어요. 제가 안내해 드리죠." 이때 진주가 앞장서서 두 사람을 안내했다. 헌데 막상 진주가 안내하려고 하자 주민이 움직이지 않았다.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한 가지만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갑자기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들도 주민의 이런 표 정을 처음 보았다. 그래서 덩달아 긴장했다. "무슨 말인가? 어서 해보게."

유소가 나서서 대답했다. "제 손으로 했으면 좋겠지만 사정이 그렇지가 못합니다. 저 대 신 경극단의 사람들을 위해서 무덤을 만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그 분들의 묘라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실 그 분들은 저 때문에 희생당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목적으 로 경극단을 이용해서 결국 파멸시키고 말았습니다. 헌데도 그 분 들은 저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던졌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으음!" "알겠네.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겠네." "염려 말게. 진주와 내가 양지바른 곳에 무덤을 만들어 줄 테니 까 자네나 조심하게." 대부인까지 나서서 약속을 했다. 이들은 이 순간 주민의 또 다 른 면을 보게 되었다. 두 사람은 밀실을 나서는 주민의 뒷모습이 왠지 달라보였다. '이것이야말로 저 아이의 참모습일지도 모른다. 보면 볼수록 마 음에 드는 아이로구나.' 대부인은 주민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었다. 처음 봤을 때는


뒷골목의 깡패나 놈팽이처럼 생각했으나 이제는 세상의 그 누구보 다도 더 신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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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4 편 소문

■ 무심결 제 2 장 4 편 소문 ━━━━━━━━━━━━━━━━━━━━━━━━━━━━━━━━━━━

<만월루(滿月樓)>

개봉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곳. 그래서 사람들의 출입이 많다. 다만 낙양의 대원각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곳은 서민들의 출입이 많다는 것이다. 대원각이 부호난 고급관리들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내는 곳이지만 이곳의 음식은 일반 주루와 같고, 가격도 별로 차 이나지 않는다. 그래서 연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자연 이런 곳에서는 중원 전역의 소식들이 전해지고, 또 전파되 게 마련이다. 주로 상인들에 의해서 중원 곳곳의 소식이 전해지면 이곳의 손님들에 의해서 적당히 포장되어 다른 곳으로 전해지게 된다. 소문의 특성상 다소 과장되어 전달되기도 하지만 근거가 있 는 얘기들이라 대부분은 나중에 사실로 드러난다. 그래서 개봉에 온 사람들은 중원전역의 소문을 듣기 위해서 이곳에는 한 번씩 들


르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소문을 전달하고 확산시키는 데는 점원의 역할이 매우 크다. 그 들은 한 손님으로부터 들은 얘기 중에서 재미있고 중요한 것은 다 시 다른 손님에게 전달함으로써 얘기를 확대시킨다. 어떤 면에서 는 소문을 만들어내는 데 점원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만약 이들이 빠진다면 소문의 전달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중간 에서 왜곡될 가능성도 높다.

오늘도 만월루는 만원이다. 아직 저녁 식사시간도 되지 않았는 데 사람들은 일찌감치 들어와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얘기는 주로 두 부류에 의해서 이뤄진다. 하나는 이곳을 찾는 손님들로 대부분 좌석에서 얘기를 한다. 때에 따라서는 다른 좌석으로 원정을 가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다른 한 부류는 점원들이다. 이들은 다시 두 부류로 나눠진다. 하나는 입구에서 손님들을 안내하는 점원들로 주로 마차를 운전하 고 온 마부들이나 길거리의 사람들과 얘기를 나눈다. 다른 한 부 류는 손님들에게 직접 음식을 나르며 얘기를 전달하는 점원들이 다. 이들은 간간히 쉬는 시간에 모여서 각자 손님들에게서 들은 얘기를 한다. 한데 오늘 이들은 주방 옆에서 한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다. 옷 차림으로 봐서는 그는 점원이 아니었다. 점원들은 얘기가 흥미로 웠던지 머리가 부딪힐 정도로 가까이 다가서 있었다.

"그게 정말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그 얘기를 하는 것은 들어보 지 못했는데?" 손님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점원 중의 한 명이 의문을 제기했 다. "으음, 생각보다 만월루의 점원들은 직업의식이 없군. 자네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단순히 음식을 먹기 위해서 온다고 생각하 나? 아니지? 이 정도의 음식은 이 골목에도 수십 군데나 있어. 하 지만 그곳들을 마다하고 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생생하고 도 신속한 중원 전역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곳은 바로 이곳 만 월루밖에 없기 때문이야. 헌데 이런 곳에 일을 하는 점원이라는 친구가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소식을 듣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


다니 실망인데?"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홍근이었다. 헌데 그의 모습은 약간 달 랐다. 분명 홍근의 나이는 십구 세에 불과했다. 헌데 그는 지금 적어도 삼십은 넘어 보였다. 신분을 숨기고 위해서 약간의 변장을 한 모양이다. 그는 주민과 함께 황보세가를 나와 바로 이곳 개봉 으로 왔다. 헌데 주민은 어디가고 혼자서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는 지금 점원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홍근이 실망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다른 점원들이 말렸 다. "자... 자, 앉으세요. 워낙 중요한 소식이라 우리도 그만 당황 한 것입니다. 야, 어서 나리께 술을 올리지 않고 뭐하냐? 쭉 한 잔 드시고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그래요. 사실 저도 이곳에서 근무한 지가 벌써 삼 년째 되고 있지만 황제께서 위중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가장 충격적입니다. 꼭 듣고 싶습니다." 천하제일의 소문제조기로 소문난 만월루의 점원들도 홍근에게만 은 별수가 없었다. 그는 마지못해 앉는 척하면서 얘기를 하기 시 작했다. "커어! 역시 술은 남에게 얻어마실 때가 최고란 말씀이야. 내가 어디까지 얘기를 했더라? 그렇지 황보가주의 살해범은 따로 있다 는 것까지 했었지. 사실 나도 그 얘기를 듣기 전부터 약간은 의심 을 했었지. 무공도 모르는 일개 도둑놈이 아무리 독을 사용했다지 만 천하제일인자를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느냐는 거야.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무공에는 전혀 문외한이야. 하지만 최소한 사대세 가의 가주나 구파일방의 장문인 정도는 설혹 숨이 넘어가는 순간 에도 우리 같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헌데 황보가주는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당했지. 더구나 그 의 목은 마치 두부처럼 깨끗하게 잘렸다고 하더군. 그것부터가 이 상했지. 내게 얘기를 한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건 최소한 절대고 수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어. 그것만으로 벌써 그 도둑이 란 자는 범인이 될 수 없었던 거지. 어쩌면 음모자는 자신을 과신 한 나머지 너무 어리숙한 자를 내세웠던 거야. 또 한가지 음모자들이 실수한 것은 대제자 은기군과 그 도둑을 공범자로 만들어 버렸다는 거야. 원래 음모자들의 목적은 황보경


과 은기군을 제거함으로써 황보세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었지. 헌 데 그들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어. 이것이 가장 결정적인 것 인데......." 홍근은 잠시 얘기를 중단한 다음에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는 작 은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그건 음모자들도 몰랐던 것인데 황보경이 사전에 음모자들의 움직임을 눈치챘다는 거야." "예에? 황보경이 사전에 음모를 알고 있었다고요?" "그런데 왜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을까요?" 점원들은 이미 홍근의 얘기에 빠져들었다. 중간에 들어온 점원 들도 동료에게 설명을 듣고는 눈이 휘둥그래지며 귀를 기울였다. "그게 바로 내 얘기의 핵심일세. 황보경은 이미 유서를 작성해 서 가장 신임하는 은기군에게 주었다네. 헌데 실행을 채 하기도 전에 음모자들에 의해서 죽음을 당하고 말았지. 원래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은 여기까지였지. 헌데 음모자들은 황보경이 자신들의 정 체에 대해서 알고 있을 줄은 모르고, 은기군과 도둑을 같은 곳에 가둬 놓았다더군. 그게 바로 실수였지. 은기군은 도저히 자신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도둑에게 유서를 넘겨주며 탈출시켰다는 거야. 음모자들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당하고 만 것이지." "그럼 그 친구는 유서를 어디로 가지고 갈까요?" "그건 나도 알 수가 없네. 다만 소문에 의하면 그가 향하고 있 는 방향으로 봐서는 남해검각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 "남해검각!" 점원들은 홍근이 남해검각이라는 말을 하자 모두 소리쳤다. "하긴 남해검각이라면 공정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거야." "암! 그 정도의 일은 검각이 아니고는 처리하기가 힘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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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4 편 -2 ★ 이런 쳐죽일 놈을 봤나!

■ 무심결 제 2 장 4 편 소문 -2 ━━━━━━━━━━━━━━━━━━━━━━━━━━━━━━━━━━━

<남해검각(南海劍閣)>

한 마디로 신비의 문파이다. 위치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려진 것 이 없다. 다만 자신들이 남해에 있다고 해서 그렇게 불려지고 있 는 것이다. 헌데 무림인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이들에 대해서 이토록 신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의 역할 때문이다. 그들은 평화시에는 무림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무림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와서 백성들을 구한다. 그것을 무려 오백 년 동안 이나 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백 년 전 소림의 장경각이 불타고 무당의 고수들 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마교가 다시 등장한 적이 있었다. 이때 남해검각은 사대세가, 그리고 일인전승제로 이어져 오고 있는 금 문파의 전인과 함께 마교를 척결한 적이 있었다. 이것은 단지 최 근의 일이고, 그 이전에도 무림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들은 금 문파와 함께 무림을 구해냈다. 그래서 무림에 남해검각과 금문파 가 있는 한 영원히 마교는 무림을 정복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후후, 생각보다 쉬운걸? 이 정도만 약칠해 놓아도 며칠 지나지 않아서 중원전역에 소문이 퍼질 것이다. 특히 이곳에는 각 문파의 정보원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다. 그럼 우리의 주인공께서는 얼마나 일을 잘하고 있는지 구경이나 해볼까?' 이제부터는 홍근이 얘기하지 않아도 점원들이 알아서 할 것이 다. 그들은 방금 홍근에게 들은 얘기를 가지고 한참 논쟁을 벌이 고 있었다. 그 사이 홍근은 손님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으로 옮 겼다.

한편 얘기꾼들 사이에서도 황보세가의 얘기가 화젯거리였다. 여 기에서도 한 중년인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다만 그는 홍근처럼 조심스럽게 하지 않고 옆에 사람들이 들리게 큰소리로 말했다. "나도 그 소문의 진위는 알 수가 없소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 실한 것은 몇몇 문파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오. 비록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파들조차도 워낙 중대한 사안이다 보니 고수들을 보내 그 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하오." 목소리는 주민의 것이 분명했다. 약간 변성을 사용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그는 이미 사람들에게 대충 얘기를 한 모양이다. 이제 곳곳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 유서의 진위를 알 수가 없질 않소? 혹시 그것 또한 음모라면 어떻게 하오?" 핵심을 찌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주민도 그 정도의 질문은 예상하고 있었다. "진위의 문제는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흥 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황보세가에 서는 은기군을 살인범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 한 공교롭게도 그 도둑이라는 아이는 이미 뇌옥을 탈출했다는 것 이오. 이 모든 상황이 얘기의 진실성을 더해주는 것이오. 믿고 안 믿고는 여러분들의 자유요. 나 역시 들은 것에 불과하니까." 그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면서도 한 발 물러섰다. 헌데 오히


려 그것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하긴 나도 뭔가 좀 이상했었어. 황보세가에서는 범인을 잡아놓 고서도 장례식이 지나도록 발표를 하지 않았잖나? 그리고 난데없 이 은기군이 자결했다는 소식이 있었지. 헌데 이상한 것은 은기군 이 분명 단독범이라고 했는데 정작 도둑은 풀려나지 않고 오히려 탈출했다는 거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어. 이런 경우 는 단 하나밖에 없어." "어떤 경우인가?" "진범이 따로 있을 경우." "그렇지. 음모자가 따로 있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없지. 그렇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닌데? 황보세가는 이미 음모 자들이 주도권을 장악했다는 것이고, 또한 다른 문파들도 예외일 수 없다는 얘기가 아닌가?" "결국 무림에 한 바탕 회오리 바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지." 사람들은 금방 얘기를 확대시켰다. 작은 사실 하나를 가지고도 벌써 결론에 도달해 버렸다. 이제 조만간 무림은 큰 혼란에 빠지 게 될 것이다. 이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 한 그것은 현실로 드러날 것이다. 설사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소문이 그렇게 만 들어 버릴 것이다. 그것이 바로 소문의 위력이다. 하지만 간혹 이런 현상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오 늘도 그런 사람이 등장했다. 그는 공동파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이런 쳐죽일 놈을 봤나? 네놈의 근거 없는 한 마디가 얼마나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느냐? 네놈이 말하는 그 문파란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이냐? 우리 공동파는 아직 그런 소 식조차 접하지 못했다. 헌데 감히 네놈이 마치 소문이 퍼진 것처

럼 말을 하고도 성할 것 같으냐?" 그 무사는 주민에게 다가와 주먹으로 칠 태세였다. 하지만 그는 주민을 너무 우습게 봤다.


"그것 참 이상하군. 공동파가 모르는 일을 다른 문파에서 알면 안되는가? 나는 개방에서 모르는 일이라면 혹 이해할 수 있지만 산속에 있는 공동파가 모른다고 해서 낭설이라고 하면 세상의 이 치를 어떻게 알 수가 있겠소.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모두 공동파에서 알고 있단 말씀이오? 아니 그럴 필요도 없이 저기 오는 점원에게 한 번 물어봅시다. 만월루의 소식통은 개방에 못지않다는 것은 최소한 이곳에 모이신 분들은 아실 테니 만약 저 점원이 모르는 일이라면 설혹 그것이 진실이라고 하더라 도 나의 잘못을 인정하리다. 좋소?" 주민은 상대가 손을 쓸 틈도 주지 않고 떠들어댔다. 공동파의 무사는 주민이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반박하자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만약 저 점원이 알고 있다면 나도 사과를 하지. 야, 점 원!" 그는 지나가는 점원을 불러세웠다. "예, 손님! 부르셨습니까?" 점원도 이미 무사가 자신을 부른 이유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달려왔다. "웃는 것을 보니 너도 내가 질문할 내용을 아는 모양이다. 그럼 어디 말을 해봐라. 저 친구가 하는 얘기를 너는 들어본 적이 있느 냐?" 이때 주루에 삼백 명이 넘는 모든 손님들의 시선이 모두 점원에 게 집중되었다. 주민의 목소리가 큰 탓도 있었지만 워낙 민감한 문제라 모두들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주민의 얘기가 사실로 드러나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음모자들은 주민을 잡기 위해서 혈안일 테고, 또한 그것을 막기 위한 각 문파의 움직임도 치열할 것이다. 그것은 때에 따라서는 무력 충돌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무림의 속성상 한 번이라도 싸움을 하게 되면 쉽게 번지게 되고 이전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면 그 자체가 바로 무림의 혼 란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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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4 편 -3 ★ 나는 이런 새끼가 제일 싫어!

■ 무심결 제 2 장 4 편 소문 -3 ━━━━━━━━━━━━━━━━━━━━━━━━━━━━━━━━━━━

"구체적인 얘기는 자세히 듣지 않아서 모르지만 황보가주의 살 해범으로 잡힌 도둑이 사실은 가주의 유언을 가지고 어디론가 가 고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각 문파의 움직임에 대해 서 들은 적은 없습니다. 다만 오늘따라 저의 주루 주변에서 전서 용 비둘기들이 많이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럼." 점원은 확실히 주민의 응원군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전서용 비 둘기 부분은 압권이었다. 그 순간 주루의 손님들 중에서 눈빛이 반짝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문파의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었다. 어떤 이들은 벌써 주루를 떠나기도 했다. 홍근과 주민의 작전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실재로 가까 운 곳의 문파들은 주민에 대한 소식을 듣고 움직이기도 했다. 하 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주루에서는 두 사람의 특기인 입심이 통했지만 이후에는 그것만 가지고는 불가능할 것이다. 과연 두 사 람이 무림의 내노라하는 고수들을 상대로 해서 얼마나 견딜 수 있 을지.......


주민은 주루에서 나서자마자 미행을 당했다. '후후, 나도 제법 내력이 생긴 모양이군. 꽤 멀리 떨어져 오는 데도 기척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야. 이래서 모두들 무공을 배우 는 건가?' 미행자가 서툴게 따라오긴 했지만 주민의 감각도 매우 발달되었 다. 이전 같으면 고개를 돌리지 않고는 미행자를 확인하지 못했을 것이다. 주민은 지금 홍근과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로 가고 있다. 그곳은 외곽에 위치한 작은 객잔이었다. 헌데 공교롭게도 그곳에 가기 위 해서는 어두운 주택가를 지나야 했다. 저녁 시간이라 주택가에는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았다. 간혹 술에 취한 사람들이 다니는 것이 고작이었다. 미행자들은 주민이 주택가로 들어서자 바로 나타났다. "아니? 다... 당신들은 누구요? 무엇 때문에 기... 길을 막는 거요?" 주민의 연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겨 우 말을 했다.

나타난 사람들은 하나가 아니었다. 네 명이 주민을 에워싸고 공 표 분위기를 연출했다. "후후후, 이제 보니 겁쟁이였잖아. 난 또 사람들 앞에서 나를 바보로 만들길래 잘 나가는 놈인줄 알았더니 실망인걸?" 바로 만월루에서 주민에게 창피를 당한 공동파의 무사들이었다. 그는 자존심이 상했던지 동료들을 데리고 주민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따라왔던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냥 물러갈 수는 없지. 네놈이 감히 공동파 를 무시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냐? 비록 우리가 무림의 중 심문파는 되지 못하지만 네놈들처럼 어중이떠중이까지 놀려도 되 는 그런 문파가 아니란 말이다." "이런 놈들은 다시는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병신을 만들어야 해."


공동파의 무사들은 한 발 더 다가서며 겁을 주었다. "아이고, 나리들!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건 단지 영웅 심에서 한 것에 불과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목숨만은 살려주십시 오. 제발!" 주민은 무사들의 아랫도리를 잡고 애걸했다. 하지만 무사들은 냉정하게 뿌리쳤다. "나는 이런 새끼가 제일 싫어. 사람들이 많은 데서는 큰소리치 고 막상 혼자가 되면 개, 돼지처럼 아부를 하지. 에잇!" 퍽! "크윽! 아악! 사... 살려주십시오. 억!" 이때부터 주민은 네 명에게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많았다. 헌 데 이상한 것은 두들겨 팬 사람은 지치고 오히려 맞은 주민은 갈 수록 힘이 넘쳤다. 비록 얼굴은 울상이 되었지만 주민의 몸에는 기운이 넘쳐흘렀다. 단지 일부러 정신을 잃어버린 척했을 뿐이었 다. 만약 대낮이었다면 무사들은 주민이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쉽게 확인했을 것이다. 주민은 수십 대를 맞고도 코피조차도 흘리지 않았다. "헉! 헉! 어찌된 거야? 몇 대 때리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거지?" "나도 그래. 아마 오늘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봐." "그만 돌아가자. 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도 내일부터 부지런 히 움직여야 해." "휴유! 헌데 저러다 죽는 건 아니야? 나는 전력을 다해서 때렸 더니 힘이 다 빠지는데." 무사들은 모두 힘겨워했다. 주민에게는 많은 숫자지만 그들은

개인적으로는 열 대도 채 때리지 않았다. 하지만 화가 나서 전력 을 다했기 때문에 맞는 사람으로서는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특 히 무공을 모르는 사람은 견디기가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에 말을


한 무사도 그걸 걱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전력을 다해서 때렸다 하더라도 이들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주민을 때리는 모습으로 봐서는 제법 무공을 익 힌 사람들이 분명했다. 그 정도면 열 대가 아니라 백 대를 때리더 라도 그리 쉽게 지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 똑같이 피로 를 느꼈기 때문에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한 사람에게 그런 현상이 일어났다면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무사들은 쓰러져 있는 주민을 그냥 두고 주택가를 떠났다. 아무 리 자존심이 상했더라도 명색이 정파인들인데 부상자를 그냥 방치 하고 떠나 버렸다. 만약 다른 문파의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았더 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과연 선은 무엇이고 악은 또 그 무엇인 가? 최소한 이곳에서는 구분되지 않았다. 아마 이들도 내일 아침 에는 정의를 얘기하면서 정파인 양 행세할 것이다. 헌데 주민은 한참 동안을 일어나지 않고 쓰러져 있었다. 공동파 의 무사들이 떠난 지 일각이나 지났는데도 그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로 중상을 입은 것일까? 그렇다고 땅바닥에서 잠이 들었을 리는 없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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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4 편 -4 ★ 일차 작전은 대성공이다!

■ 무심결 제 2 장 4 편 소문 -4 ━━━━━━━━━━━━━━━━━━━━━━━━━━━━━━━━━━━


다시 일각이 더 지난 다음에야 주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후, 때로는 무공을 배운 것이 피곤할 때가 있군. 이전처럼 다른 사람의 기운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땅바닥에 누워있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 주민은 공동파의 무사들에게 맞으면서 주위에 그들 말 고도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래서 그가 사라질 때 까지 누워 있었던 것이다. "이것으로 형님의 말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군. 맞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결과물이 이런 것이라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군. 앞으로는 가능하면 내력이 강한 사람에게 맞아 야겠군. 그래야 내력이 급증하지 않겠는가? 그것만이 아니다. 막 상 사람들에게 맞아 보니 방어하는 방법이나 상대의 약점이 쉽게 발견된다. 이래서 옛날 깡패들도 맞아 봐야만이 잘 싸울 수가 있 다는 말을 하는 거구나. 헌데 이 짓을 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 하 지? 형님은 대성할 때까지는 무공을 숨겨야 한다고 했다. 나라도 이 정도의 무공이라면 탐내겠다. 앞으로 고생문이 훤하구나. 헌데 방금 사라진 자는 누굴까? 후후, 나를 보고 실망했던 모양이지? 고작 오십 대밖에 맞지 않았는데도 일어서지 못하는 놈을 경계할 필요는 없겠지." 주민은 주루에서부터 미행 하다가 방금 떠난 사람을 생각하면서 홍근이 있는 객잔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헌데 그곳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객잔에서는 싸움이 벌어지 고 있었다. "후후, 생각보다 효과가 크군. 호오? 홍근이의 무공이 생각보다 많이 발전했군. 저런! 저러다 정말 수로맹의 무사들도 이기겠는 걸?" 싸움은 홍근과 수로맹의 무사들간에 벌어지고 있었다. 아마 홍 근이가 점원들에게 얘기한 것을 수로맹의 무사들이 알고는 추적한 모양이다. 그래도 객잔 내가 아니라 마당으로 나와서 싸우고 있었 다. 홍근이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어서 그렇게 했을 것이다. 수로맹의 무사들은 홍근을 에워싸고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헌데 처음에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던 홍근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강해져 이제는 오히려 밀리기 시작했다.


"놈이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 조심해라!"

수로맹의 무사들 중에 한 명이 소리쳤다. "그래? 내 팔에 상처까지 입혀놓고서 그런 말을 한다고 내가 가 만 놔둘 것 같으냐? 에잇!" 홍근은 수로맹의 무사들에게 곤혹을 치렀는지 검을 휘두르며 덤 벼들었다. "태극혜검을 배운 지가 채 보름도 되지 않았는데 제법 쓸 만한 데? 태극혜검이야 워낙 뛰어난 검법이지만 저 놈의 재주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군. 좋아. 그렇게 해야지." 주민은 홍근이 펼치는 태극혜검을 보면서 매우 만족해했다. 홍 근은 처음에는 태극혜검을 사용하는 데 다소 어색했지만 실전을 거듭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는지 수로맹의 무사들을 일방적으로 공 략했다. 게다가 이제는 화산십이수까지 적절하게 구사했다. "우욱! 내 팔! 팔에 찔렸다." 수로맹의 무사 중 한 명이 홍근에게 팔이 찔러 소리를 질렀다. 이어서 한 명이 더 부상을 당했다. 그는 왼쪽 허벅지에 피를 흘리 고 있었다. 상황이 완전히 바뀐 셈이었다. "피... 피하자!" 상황이 불리한 것을 느낀 수로맹의 무사들은 부상당한 동료들을 데리고 물러났다. "반드시 네놈을 요절내고 말 것이다." "네놈은 이제부터 수로맹의 원수다!" 그들은 물러나면서도 큰소리를 쳤다. "정말 웃기는 놈들이군. 가만있는 사람을 이유도 없이 공격하고 는 원수라니? 아이고, 나도 부상당했다. 아이고 팔이야. 어느 놈 은 이렇게 뼈빠지게 고생하고 어느 놈은 편하게 술이나 처마시고 다니고, 아이고 억울해라. 세상에 이렇게 불공평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홍근은 멀리서 주민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우는 소리를 했다. 아마 주민이 들으라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때는 객잔의 점원이 나와서 그의 상처를 살피고 있었다. 헌데 주민은 그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그냥 객잔 안으로 들 어가 버렸다. 홍근은 점원의 치료도 뿌리치며 주민을 뒤따랐다. "이게 무슨 꼴이야? 형도 당한 거야? 쯧쯧쯧, 완전히 엉망이 됐 군. 그래도 이곳까지는 용케도 찾아왔군. 괜찮아? 이래서 내가 형 이 걱정돼서 혼자서는 못 내보낸단 말이야. 다음부터는 절대로 혼 자서 다니지 마. 알았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하던 홍근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주민의 보호자를 자처했다. 그는 이미 주민의 옷차림을 보았던 것 이다. 주민의 몸에는 수십 개의 발자국이 나 있었다. 홍근의 말처

럼 이곳까지 걸어온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두 사람은 방으로 들어온 즉시 짐을 꾸렸다. "일차 작전을 대성공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매우 어려울 것이 다. 그리고 너는 무공을 대성하기 전에는 가능한 숨기는 것이 좋 을 것이다. 만약 놈들이 네 무공을 눈치채게 되면 어려워지는 것 은 오히려 우리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변장할 수가 없다. 그 렇게 되면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조심해야 한다." 주민은 홍근에게 주의를 줬다. "그럼 형도 무공을 숨기고 있다는 말이야? 그래서 태극혜검과 화산십이수를 내게 넘긴 거야? 하긴 내력도 없는 사람이 그 정도 맞고 멀쩡히 걸어다닐 수는 없겠지. 난 또 괜히 감동했었잖아." 홍근은 주민의 말을 듣고는 뭔가 눈치챈 모양이다. 하지만 주민 은 시치미를 뚝 뗐다. 그것은 홍근의 안전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만약 그가 무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두 사람은 더욱 어려운 여행을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네놈처럼 이중인격자인줄 아느냐? 그게 그렇게 싫으면 지 금이라도 돌려다오. 아까 보니까 네놈은 원래부터 피를 좋아하는


천성을 타고났더군. 피로 흥한 놈은 피로 망하는 법이다. 이 놈 아, 어서 돌려줘!" 주민은 홍근을 몰아세웠다. "쳇! 이제 내가 무공을 좀 익히는 것 같으니까 셈나는 모양이 지? 남자가 한 번 말을 했으면 그것으로 끝이지 이제 와서 딴 말 을 해? 왜? 내가 사용하는 것을 보고는 탐이 나? 하지만 이건 내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물려줄 거야. 다시는 돌려달라는 말은 하지 마. 만약 한 번만 더 그런 말을 하면 이 손이 가만 있지 않을 거 야. 알았어?" 홍근은 주먹을 들어보이며 주민을 위협했다. 물론 그것은 장난 기 어린 행동이었다. "아... 알았어. 지 놈이 무공을 익힌 게 얼마나 됐다고 어깨에 힘주고 지랄이야? 후후,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다시는 무공을 드 러내면 곤란하다. 최후의 순간이 아니면 절대 쓰면 안 된다. 최소 한 당분간은." 주민은 다시 표정을 바꾸며 진지하게 말했다. "헌데 과연 우리가 이번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설사 범인을 유 인해 낸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실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란이의 복수를 하기 전까지는 죽고 싶지 않아. 꼭 내 손으로 복수 하고 싶어." 홍근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속마음을 털어 놓은 것이다. 그는 이번 사건만 아니었더라면 조만간에 주란과 결 혼할 계획이었다. 이번 겨울을 나고 봄에 식을 올리기로 두 사람 은 합의를 본 상태였다.

헌데 난데없이 불상사가 생기고 말았다. 그는 아직 주란이 죽었 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성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찾기보다는 복수를 선택했다. 그 과정에서 찾을 수 있을지 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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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4 편 -5 ★ 나는 흉내도 낼 수 없는 속도다!

■ 무심결 제 2 장 4 편 소문 -5 ━━━━━━━━━━━━━━━━━━━━━━━━━━━━━━━━━━━

"네가 하지 못하면 내가 네 몫까지 하면 되는 것이고, 또한 거 꾸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을 거다. 지금까지도 무사히 넘어왔다. 하늘이 우리를 데려갈 생각이었다면 벌써 데려 갔을 것이다. 원래 남을 속이고 도망치는 것이 우리 전공 아니냐. 걱정하지 말고 쉬어라. 내일 이곳을 나서는 순간부터 우리는 완전 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주민은 침대로 올라가며 홍근을 위로했다. "알았어. 형도 잘 자." 이때는 홍근이 영락없는 주민의 동생이었다. 고분고분 주민이 시키는 대로 했다. 헌데 주민은 웬일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 나 심법을 운용했다. 잡생각으로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서였다.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기운 을 원하는 곳으로 옮기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장공을 사용하고 싶을 때는 손으로, 발과 손을 사용할 때는 두 곳으로 나 누어서 기운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신 속하게 기운을 움직일 수 있다면 아무리 작은 내공이라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주민는 그렇게 거의 두 시진 이상 심법을 운용했다. 헌데 주민이 심법을 마무리할 시점에 그의 귓가에 이상 한 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이 객잔으로 접근하고 있다. 엄청나다. 나는 흉내도 낼 수 없는 속도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이크! 큰일날 뻔했다." 그는 문을 여는 순간 뒤로 넘어졌다. 아니 넘어진 것이 아니라 피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세 사람이 정면으로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했으면 그들의 시선과 마주칠 뻔했다. '우리를 찾아온 것일까? 다행이다. 하지만 객잔으로 찾아오는 것이 분명하다. 후후, 연습삼아서 엿듣는 것도 괜찮겠지.' 주민은 즉시 창문을 열고 지붕으로 올라갔다. 세 사람은 모두 야행복을 입고 있었다. 아마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다. 그들은 지붕을 넘어서 객잔의 별원이 있는 곳으로 갔다. '어디로 사라졌지?' 아직은 주민의 내력이 뛰어나지 못해 복면인들을 따를 정도는 못 되었다. 그들은 이미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보이지 않았다. 주민은 움직이지 않고 별원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잠시 후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후후, 도둑질을 하면서 배웠던 것도 쓸모가 있군." 아마 그는 방에 불이 밝혀지는 것을 보고서 복면인들이 들어간 곳을 찾았다. 이때부터 주민은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마치 도둑고양이처 럼 복면인이 들어간 방으로 접근했다. 그는 이미 복면인들의 무공 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움직였다. 그리 고 별원의 지붕에 도착한 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엿듣기에는 지붕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기와소리 때문에 들킬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문에서 엿듣는 것은 정확하지 가 않다.' 헌데 주민이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멀리서 다시 접근하 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꽤 중요한 일이 있는 모양이지? 으음, 앞의 복면인들보다 더 고수들이다. 우웃, 저렇게 빠른 신법은 처음이다. 천하제일의 신 법이라는 무당의 제운종(梯雲從)도 저렇게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피해야 한다. 저 정도의 인물이면 숨소리만으로도 내가 숨은 것을 눈치챌 것이다.' 주민은 즉시 지붕에 엎드려 귀식대법을 썼다. 두 명 역시 복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객잔 앞에서 주위를 두 리번거리더니 지붕을 넘어 별원으로 들어갔다. '이... 이런 하필이면 이곳으로 들어올 게 뭐람?' 주민은 복면인들에게 들켰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바로 옆으 로 지나갔기 때문이다. 헌데 그들은 바로 옆으로 지나가면서도 주민을 발견하지 못했 다.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비록 숨을 멈추고 구석에 숨어 있었지만 바로 옆에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저들은 무공실력은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주민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사이에 복면인들은 불이 켜 있 는 방으로 들어갔다. 주민도 그들이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기와를 뚫고 밑으로 내려

갔다. 그들이 문을 열고 인사를 하는 동안에는 신경이 흩어질 것이라 고 판단했던 것이다. 과연 주민의 예상대로 그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주민이 지붕을


통해서 내려갔을 때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미 소문은 개봉 전역에 퍼졌고, 각 문파에도 연락된 것 같습 니다. 가까이에 있는 문파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연락도 있었 습니다. 헌데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요?"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가능한 놈들끼리 싸워 세력 이 약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황보세가의 움직임을 어떻더냐? 그 쪽의 움직임을 보면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방 안에는 다섯 명의 복면인들이 한 사람을 중심으로 앉아 있었 다. 네 명이 한 사람에게 보고하는 형식이었다. "소문에 대한 반응은 아직 연락오지 않았습니다만 놈이 탈출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며칠 전 장로회의는 은기군이 황 보경의 살인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살해범이 누구라고 발표한 것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정 황이 소문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 겠군. 일단 놈의 행방부터 찾아라. 남해검각 쪽으로 움직인다는 소문이 사실인지 다른 문파들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총령, 그럼 우리도 이번 사건에 개입하는 겁니까?" 한 복면인은 중앙에 앉아 있는 복면인을 총령이라고 불렀다. "그건 아니다. 아직은 우리가 나설 때가 아니다. 당분간 상황만 지켜볼 것이다. 다만 싸움이 격렬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에게 유리할 테니까." "그럼 그 주민이란 놈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너는 무공도 모르는 놈이 사대세가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 냐? 놈은 희생물에 불과하다. 우리는 놈을 이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총령이라는 복면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는 일단 본단으로 돌아갈 것이다. 놈의 행방을 찾게 되면 본 단으로 연락해라. 대주는 너희들과 함께 행동할 것이다." 그는 옆에 있는 복면인을 쳐다보았다. 아마 그가 대주인 모양이


다. 총령이 밖으로 나가자 모두 따라나섰다. 총령을 제외한 네 사람 은 같이 행동했다. 총령은 정주(鄭州) 방향으로 떠났고, 그들은 개봉 시내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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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4 편 -6 ★ 음모가 기승을 부리는구나!

■ 무심결 제 2 장 4 편 소문 -6 ━━━━━━━━━━━━━━━━━━━━━━━━━━━━━━━━━━━

"후후, 곳곳에서 음모가 기승을 부리는구나. 헌데 저들은 누구 지? 사대세가나 구파일방은 아닌 것 같은데? 얘기하는 것으로 봐 서는 사파의 무리들인 것 같은데.... 혹시 수로맹인가? 사파 중에 서 총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수로맹뿐이다. 하지만 수로 맹 정도가 무림을 장악하기는 힘들 텐데......." 주민도 복면인들이 객잔을 떠나는 것을 보고는 몸을 세웠다. 그 는 복면인들이 밖으로 나오자 지붕으로 올라와 그때까지 그는 엎 드려 있었다.


헌데 그가 막 몸을 일으키는 순간. "크크크! 그대로 있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다. 감히 네놈이 우리들의 얘기를 엿듣고도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주민이 방심하는 사이에 누군가가 등 뒤로 접근했던 것이다. 그 의 등에는 금속물체, 즉 검이 닿아 있었다. '이런 내가 실수를 했구나. 역시 나는 아직 강호의 경험이 부족 한 모양이다. 놈들은 이미 내가 엿듣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 다.' 주민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새삼 한계를 느꼈다. "네놈의 정체는 뭐냐? 신분을 밝히지 않으면 이 검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상대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죽이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 나는 단순히 네놈들의 행동이 수 상해서 구경한 것뿐이다." 주민은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그는 이미 복면인들의 무공을 보 았기 때문에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등 뒤에서 검으로 위협하고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후후, 그렇다고 네놈의 정체를 모를 줄 알았더냐? 낙양제일의 파락호에 도둑질을 밥먹듯이 했고, 또 겁도 없이 사대세가의 시비 에 휘말렸으며, 특히 황보세가 소가주의 미인계에 빠져서 하나뿐 인 동생의 생명까지도 위협에 빠뜨린 파렴치한 놈이 아니더...... 하하하! 완전히 속았지? 이게 얼마만에 느껴보는 통쾌함인가? 히 히! 쉽게 잡지 못할걸? 지금 내가 형보다 무공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아야지? 하하하!"

그는 바로 홍근이었다. 주민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홍근이 라는 것을 눈치채고는 달려들었다. 하지만 홍근은 요리조리 피하 며 방으로 피해 버렸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방에 마주앉았다.


"목이 말라 물을 먹으려고 일어나 보니 형이 없더군. 그래서 찾 아나섰지. 처음에는 혹시 형이 나를 남겨두고 혼자서 떠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었지. 하지만 내가 없는 형은 십 리도 못 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주위를 살폈지. 헌데 별원에는 불 이 밝혀져 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나오는 것을 봤지. 이상하게 도 그들은 모두 복면을 하고 있었어.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지붕으 로 몸을 숨겼지. 그 순간 형이 위로 올라오는 것을 본 거야. 헌데 형은 그들이 누군지 알아?" 홍근이 그간의 사정에 대해서 설명했다. "나도 그들이 누군지 알아내지 못했다. 그들은 사대세가를 이용 해서 무림을 혼란에 빠뜨릴 생각인 모양이야. 그 결과 이득을 얻 겠다는 속셈이지. 놈들 중에 한 명을 총령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봐서는 수로맹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애. 하지만 그것도 확실치가 않다. 수로맹 정도가 무림을 장악할 음모를 꾸미기에는 사대세가 의 위세가 너무 강하지 않을까? 설혹 사대세가가 분열을 한다고 하더라도 수로맹은 그 중 한 곳과의 싸움에서도 쉽게 이기지 못할 걸?" "그건 나도 동감이야. 나도 그들을 자세히 못 봤기 때문에 뭐라 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수로맹은 그 정 도의 역량이 없어. 그럼 혹시 외세나 마교 일당이 아닐까?" 홍근은 외세와 마교까지 거론했다. "글쎄? 외세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마교는 이미 오래 전에 사 라진 세력이 아닌가? 만약 재건했다 하더라도 무림을 정복할 정도 의 세력을 형성했을지는 의문이야. 자, 그 문제는 차차 고민하기 로 하고 내일을 위해서 잠을 자도록 하자." 주민은 더 이상 고민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든 지 얘기를 중단했다. 사실 두 사람의 무림에 대한 상식은 일천했 다. 그래서 정확한 판단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알았어. 그럼 형도 잘 자." 홍근은 피곤했던지 주민의 말대로 침대로 올라갔다. 곧바로 두 사람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내일부터 시작될 본격 적인 추격전에 대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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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5 편 드러나는 음모

■ 무심결 제 2 장 5 편 드러나는 음모 ━━━━━━━━━━━━━━━━━━━━━━━━━━━━━━━━━━━

주민과 홍근은 일주일 정도만에 합비(合肥)에 도착했다. 추적이 시작된 것은 삼 일 전부터였다. 그 동안 두 사람은 가능한 흔적을 남기며 다녔기 때문에 쉽게 발각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무슨 이유 에선지 서로를 견제하기만 하고 두 사람을 공격하지 않았다. 헌데 오늘 아침부터는 분위기가 달랐다.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는 상 황이라고 판단을 했는지 움직임들이 활발했다. 그 동안은 드러내 지 않고 추적만 했지만 지금은 공공연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시내 로 들어서자 무리를 지어서 움직이거나 아니면 두 사람에게 접근 하기도 했다. 기회를 노리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추적자들은 대부분 정파의 인물들이었다. 사대세가는 물론이고 구파일방과 군소문파들까지 핵심인물들이 파견되었다. 사대세가에 서는 가주들이 직접 참가를 했으며, 황보세가에서도 대장로를 위 시한 소가주 황보진주와 배효 등 핵심인물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곳은 황보세가의 인물들이 있는 곳.


황보운도를 위시한 사람들은 주민과 멀리 떨어져서 추적하고 있 었다. "대장로, 계속해서 놈을 그냥 두고만 보실 겁니까? 벌써 삼 일 째 추적만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유서가 다른 문파의 손으로 들 어가게 되면 세가는 세간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부터 다른 문파의 행동들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아마 남해검각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배효는 걸어가면서 대장로를 채근했다. 그는 뭔가에 쫓기는 사 람마냥 계속해서 안달했다. 특히 각 문파가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 러내자 더욱 초조한 모습이었다. "만약 유서가 있다면 다른 문파에게 넘겨줄 수는 없지. 하지만 우리가 먼저 나서서 개입한다면 다른 문파에서 오히려 더욱 의심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거리를 두고 미행하고 있는 것이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대장로는 배효를 달랬다. 헌데 이때였다. 앞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부하들이 신호를 보내 왔다. "대사형, 붉은 깃발입니다. 아무래도 앞에서 일이 벌어진 모양 입니다."

부하들이 깃발을 흔드는 것을 본 황보군이 대장로에게 소리쳤 다. 붉은 깃발은 황보세가의 신호 수단으로 비상시에만 사용하게 되어 있다. 이때는 일행이 합비 시내를 벗어나 인적이 한적한 곳으로 접어 들고 있었다. 대장로는 대답 대신 몸을 날렸다. 쉬이이이익....... 일은 합비 시내에서 약 십 리 정도 벗어난 작은 숲속에서 벌어 졌다. 진주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백여 명의 사람들이 숲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정파의 핵심문파들이 대부분


모여 있었다. "가주, 어찌된 일이오?" 대장로가 단리세가의 가주인 단리후에게 물었다. 사대세가의 가 주들 중에서는 그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 대장로께서 직접 오셨군요. 사실 저도 막 도착했습니다. 저기 시신들을 보십시오. 숲속으로 들어가려다가 당한 것 같습니 다." 단리후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상황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 의 말대로 사람들의 앞에는 약 십 구의 시신들이 쓰러져 있었다. 모두가 마치 고슴도치처럼 암기에 맞아 죽어 있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막아서는 걸까요?" 진주가 나서며 단리후에게 물었다. 헌데 그녀의 표정이 다소 이 상했다. 단리후를 쳐다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워낙 아름다운 여인이라 미소만 지어도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 지만 왠지 지금의 미소에는 비웃음이 들어있는 듯했다. 단리후도 그것을 느꼈는지 말을 얼버무렸다. "그건 나도 알 수가 없네. 숲속에 숨어서 암기만 날리고 있으니 알 재간이 없는 거지." 하지만 진주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옆에서 숲 속을 지켜보고 있는 모용세가와 남궁세가의 무사들을 보면서 말했다. "아무리 숲 속의 무사들이 무섭다 하더라도 유독 사대세가의 고 수들만 겁을 먹었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번에 는 저희 황보세가가 앞장서겠습니다." 사실이 그랬다. 쓰러져 있는 사람들은 모두 구파일방과 군소문 파의 무사들이고 사대세가의 무사들은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처 음에 당한 사람들은 암기가 날아올 줄 몰랐기 때문에 당했지만 지 금은 나무를 이용해서 들어가면 그리 많은 피해를 입지 않고도 들 어갈 수 있다. 또한 정 급하다면 둘러서도 갈 수 있다. 헌데 사대 세가의 무사들은 입구를 막고 서서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 았다. 진주의 얘기를 구파일방의 동조를 얻었다.


"그렇소. 지금 즉시 안으로 들어갑시다." "나무를 이용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오." 벌써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헌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금방이라도 날아올 줄 알았던 암기 들이 사람들이 모두 숲속으로 들어가자 전혀 소식이 없었다. "속았다!" "두 사람이 위험하다!" 사람들은 전력을 다해서 숲 속으로 질주했다. 암기를 날렸던 자들이 주민과 홍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시간을 끌면서 차단했던 것이다. 잠시 후 백여 명의 무사들이 모두 사라졌다. 헌데 사람들이 모 두 숲 속으로 사라지자 이번에는 복면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한 사람을 중심으로 앞으로 걸어나왔다. 아마 처음부터 상황을 지켜 본 모양이다. "총령,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 십니까?" 이번에도 한 사람이 맨 앞의 복면인을 총령이라고 불렀다. 그렇 다면 며칠 전 개봉의 한 객점에서 회합을 했던 그 자들이란 말인 가? 당시 그들은 사대세가의 내분을 격화시켜 어부지리를 얻을 계 획을 세웠었다. 맨 앞의 복면인, 즉 총령사라는 자는 뒷짐을 지고는 여유있게 말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은 우리가 나설 때가 아니다. 당분 간은 즐긴다. 가능한 싸움이 오래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가 자!" 그는 부하들의 대답도 듣지 않고 숲 속으로 몸을 날렸다. 쉬이이익......! 순식간에 십여 명의 복면인들의 사라졌다. 헌데 과연 모든 일이 자신의 의도대로 될 수 있을까? 모든 일에는 언제나 변수가 있게


마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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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5 편 -2 ★ 내가 그렇게 약해 보이오?

■ 무심결 제 2 장 5 편 드러나는 음모 -2 ━━━━━━━━━━━━━━━━━━━━━━━━━━━━━━━━━━━

한편 주민과 홍근은 뒤에서 벌어진 일들은 전혀 모르고 계속해 서 숲속을 통과했다. 대낮인데도 워낙 숲이 우거져 초저녁처럼 느 껴졌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제외하고는 사물을 구분 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형,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은데? 그 동안 쫓아다니던 인간들 도 증발해 버렸어." 홍근은 불안한지 계속해서 주위를 살피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우리는 포위당했다. 그리고 그들도 아마 놈들에 의해서 차단당했을 거야. 드디어 꼬리를 드러낸 셈이지." 주민은 긴장과 동시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는 이미 숲으로 들어


서면서 자신들이 포위당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떡해? 나도 무공을 드러내면 안 되고, 형은 아예 무공을 할 줄 모르잖아?" 홍근은 걱정스런 눈으로 말했다.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복수를 하기 전에는 절대로 죽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는 내 뒤에 있어야 한다. 아무리 내가 위험 에 빠지더라도 절대 앞으로 나서면 안된다." "그건 무슨 소리야. 그럼 내보다 형이 먼저 죽겠다는 말이야. 방금은 복수하기 전에는 죽지 않는다고 했잖아. 헌데 나보다 먼저 죽는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홍근은 주민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 자세히 말해 줄게. 나는 아무리 맞아도 죽지 않는다. 하지만 검이나 병기에는 나도 어쩔수가 없다. 만약 네가 무공을 드러내면 놈들도 병기를 사용할 거다. 나를 믿고 내 말대로 해라. 알았지?" 주민은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을 했다. 그렇지만 홍근은 의외로 쉽게 받아들였다. "좋다. 하지만 만약 형이 나보다 먼저 죽으면 그때는 각오해야 해? 내가 저승까지 찾아가서라도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알았 지?" 두 사람의 얘기 속에는 깊은 정이 담겨 있었다.

"알았어......." 주민은 대답과 동시에 멈춰섰다. 십여 장 앞에는 복면인들이 스무 명 정도 길을 막고 서 있었다. "홍근아, 내 말을 잊으면 안 된다. 그 길만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 잊지 마라." 주민은 다시 한 번 다짐을 하고는 앞으로 나섰다.


"하하하, 안녕들하시오? 이런 곳에도 사람들이 사는 줄을 몰랐 소이다. 헌데 정말로 우리를 기다린 거요? 난 아직 당신들처럼 얼 굴에 뭘 덮어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친구로 둔 적이 없어서 말이 오." 그는 넉살을 떨며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복면인들은 그의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대신 바로 공격해 왔다. "시간이 많이 없다. 빨리 놈에게서 유서를 빼앗아라!" 명령이 떨어지자 다섯 사람이 주민을 에워쌌다. 그들은 이미 두 사람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홍근은 관심 밖이었 다. 퍽! "크윽!" 벌써 주민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복면인들의 공격이 워낙 날 카로워 피할 겨를이 없었다. "형!" 홍근이 주민을 불러댔다. 하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주민과 의 약속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는 주민의 말을 들으면서 그에게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었다. 또한 주민이 일부러 목 숨을 버릴 만큼 무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한편 다섯 명으로부터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받은 주민은 커다란 나무에 기대어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적어도 오십 대 이상은 맞 았다. 이때 복면인 중의 한 명이 주민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유서를 넘겨주면 목숨만은 넘겨주마. 이건 내 명예를 걸고 약 속하마." 목소리는 나이가 어리지만 제법 권위가 있어 보였다. 오랜 세월 동안 길들어져야만 낼 수 있는 그런 목소리였다. "후후, 당신이 보기에는 내가 그렇게 약해 보이오? 나는 적어도 앞으로 백 대는 더 견딜 수 있을 것 같소만."


주민은 그렇게 맞고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나무를 의지하 긴 했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숨이 넘어갔을 것이다. '이상하다. 평소 형의 맵집이 센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다. 저들은 지금 내력을 실어서 공격하고 있다. 아 무리 장사라도 저 정도의 공격이면 숨도 쉬기 힘들 것이다. 헌데 형은 비록 힘들어 하지만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다. 그럼 혹시 내게 말한 것이 저것 때문인가? 혹시 형은 내가 알지 못하는 능력이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저런 방 법으로는 얼마 견디지 못한다. 결국 내가 나서야 하는가? 형과의 약속이 중요하긴 하지만 죽게 할 수는 없다. 저들과 싸워서 이기 지는 못하겠지만 숲을 잘 이용하기만 하면 피할 수는 있을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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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5 편 -3 ★ 이래도 내가 죽을 것 같냐?

■ 무심결 제 2 장 5 편 드러나는 음모 -3 ━━━━━━━━━━━━━━━━━━━━━━━━━━━━━━━━━━━


홍근은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이때 주민은 다시 오십여 대를 더 맞았다. 헌데 그는 여전히 자 리에서 일어났고, 반면에 복면인들은 매우 지쳐 보였다. "후후, 나는 그래도 복면을 하고 나타났길래 한 가닥 하는 줄 알았더니 별거 아니군. 이것 보시우. 주먹의 힘이 그것밖에 안 되 오? 솜방망이로 맞아도 그것보다는 더 아플 거요." 홍근은 나서려다 그만 멈춰서고 말았다. 그 역시 믿지 못하겠다 는 듯이 멍하니 주민을 쳐다보았다. 이때 뒤에서 보고만 있던 복면인들이 나섰다. 이번에는 아예 열 명이 한꺼번에 나섰다. "네놈이 그렇게 나온다면 할 수 없다. 놈을 죽이고 유서를 빼앗 아라." 먼저 나섰던 복면인이 다소 목소리가 격앙되어 소리쳤다. 이어서 복면인들이 바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퍼버버벅......!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주먹과 발길질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에는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복면인들은 쉽게 지쳐 버 렸다. 그들은 모두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차마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할 수가 없었지만 모두가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이 놈들! 더 이상은 용서할 수 없다. 같이 죽자. 덤벼라!" 홍근도 주민이 걱정되어 앞으로 나섰다. 복면인들이 뒤로 물러 나자 주민의 앞으로 막아섰다. "자식! 약속을 했으면 끝까지 지켜야 할 게 아니야?" 헌데 그의 뒤에서 멀쩡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홍근은 놀라 소리쳤다. "형! 정말 괜찮은 거야? 어디 봐!" 그는 주민에게 달려들었다.


"이 자식은 마치 내가 죽지 않은 것이 이상한 모양이군. 봐라! 이래도 내가 죽을 것 같냐? 우욱!" 주민은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아무리 상 대의 내력을 흡수했다고는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맞았기 때 문에 근육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그것봐! 가만 있어. 지금 내가 처리할 테니. 나는 형처럼 맞고 만 있지 않을 거야." 홍근은 단단히 마음먹었다. 이때 복면인들 사이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어떻게 된 거야.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다른 놈들 같으면 몇 번은 죽었을 텐데 아직도 멀쩡하다니?" "그러게 말야. 이제는 비명도 지르지 않아. 나는 나중에는 죽었 는줄 알았어." 하지만 그들도 자신들의 기운이 빠진 얘기는 하지 않았다. 혹시 나 자신들의 내력이 약해서 그렇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였 다. "에잇! 명색이 고수란 놈들이 저런 무공도 모르는 놈을 처리못 하다니. 이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잠시 후면 놈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모두 덤벼서 놈들을 없애 버려라. 쳐라!" 그들도 시간이 절박했던지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자칫 정파인들 이 들이닥치면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홍근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개봉에서 구한 검을 빼들고는 태극 혜검의 자세를 잡았다. 헌데 이때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으하하하......!" 갑자기 숲 속의 나무들이 울릴 정도의 장소성이 들리더니 한 사 람이 나타났다.


복면인들은 너무 놀라 그만 자리에서 멈추고 말았다. "비열한 놈들. 명색이 무사란 놈들이 무공도 제대로 익히지 않 은 사람을 해치려 하다니. 네놈들 입으로 저 놈들이 무공을 모른 다고 했겠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느새 홍근의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가느다란 몸매에 긴 머리. 날카로운 눈매는 어둠 속에서도 반짝 일 정도로 강렬했다. 복면인들은 그의 눈을 보는 순간 몸을 떨었 다. "당신은 누구요? 무엇 때문에 남의 일에 끼여드는 거요?"

이십 명의 복면인들 중에는 세 명이 항상 따로 움직였다. 아마 그들이 이들의 책임자였던 모양이다. 그 중 한 명이 나서며 말했 다. "당신이라? 그것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구나? 한 오십 년 쯤 됐나? 하긴 그때도 내게 그런 소리를 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 았지." 상대는 대답은 하지 않고 복면인의 말투를 가지고 시비를 걸었 다. 아마 그는 꽤 나이가 많았던 모양이다. 숲 속이라 얼굴이 잘 구분되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로만 들으면 그리 나이가 많은 것 같지도 않았다. 워낙 우렁차고 힘이 있어서 사십대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헌데 그는 오십 년 전에도 자신에게 '당신'이란 말을 사 용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는 무림에서 은퇴한 고수일까? 무림에서 은퇴해서 이런 곳에서 생활하다가 우연히 개 입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복면인들은 그의 말을 듣고는 잠시 머뭇거렸다. 이미 그의 장소 성을 듣고서 내력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함부로 덤벼들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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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5 편 -4 ★ 놈들의 기상이 마음에 드는구나!

■ 무심결 제 2 장 5 편 드러나는 음모 -4 ━━━━━━━━━━━━━━━━━━━━━━━━━━━━━━━━━━━

이때 노인은 복면인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고 돌아서서 홍근과 주민에게 다가갔다. "어린 놈들의 기상이 마음에 드는구나. 헌데 네놈은 왜 무공을 배우지 않았느냐?" 노인은 주민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는 이미 주민이 복면인들로 부터 맞는 것을 지켜본 모양이다. "후후, 아무나 무공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 것보다 저희를 도와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 지만 저의 일에 끼여들었다가 괜히 곤욕을 치를까 걱정입니다. 저 들은 결코 우습게 볼 자들이 아닙니다." 주민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 오히려 그는 노인을 걱정했다. 하지만 노인은 그런 말에는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 "그럼 누군가 가르쳐 줄 사람이 있다면 배울 생각이 있느냐?" 그는 마치 자기가 주민을 가르쳐 주기라도 할 것처럼 말했다. "......?"


주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네가 내 제자가 된다면 저 놈들을 포함해서 너를 괴롭히 는 놈들을 모두 처리해 주마. 어떠냐?" 노인은 구체적으로 말했다. 이때 주민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뭔가 생각한 것이 있는지 미소를 지으며 노인에게 말했다. "말씀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에게나 무공을 배우지 않 습니다. 어르신께서 어떤 분이신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동의할 수 는 없질 않습니까?" 주민은 노인을 자극하는 말을 했다. 그것은 즉시 효과를 나타냈 다. "좋다. 그러면 내가 저 놈들을 모두 처치하면 내 제자가 되겠느 냐?"

그는 주민이 대답도 하기 전에 복면인들에게 다가갔다. 주민의 작전이 성공했던 것이다. 노인의 무공은 뛰어날지 모르지만 굉장 히 단순한 사람이었다. 주민은 그것을 간파하고는 노인의 무공실 력을 이용하기로 했다. "와아! 정말 대단하다. 나도 저런 사부 밑에서 배웠으면 좋겠 다." 금방 홍근의 감탄소리가 들려왔다. 노인은 눈 깜빡할 사이에 복면인 둘을 해치웠다. 복면인들이 병 기를 들고 덤벼들었지만 노인의 옷깃도 건드리지 못했다. 역으로 그들은 노인의 주먹에 부딪히기만 해도 나가떨어져 다시는 일어나 지 못했다. "왜? 왜 그래?" 노인의 싸우는 모습을 보고서 탄성을 지르고 있는 홍근을 주민 이 끌어당겼다.


"병신아! 그럼 너는 계속 저 노인과 함께 다닐 거야? 그게 바로 너의 복수방법이냐?" 갑자기 홍근은 멍청해졌다.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 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 알았어. 미안해." 주민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숲 속으로 숨어 버렸다. 이어서 홍 근마저 숲으로 들어가고 공터에서는 복면인들의 비명소리만 연달 아 들려왔다. 이렇게 두 사람은 이름도 알지 못하는 괴인의 도움으로 첫번째 위기를 넘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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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5 편 -5 ★ 숨이라도 좀 쉬고 가자!

■ 무심결 제 2 장 5 편 드러나는 음모 -5 ━━━━━━━━━━━━━━━━━━━━━━━━━━━━━━━━━━━

"헉! 헉! 형, 이제 그만 달려도 되지 않을까? 숨이라도 좀 쉬고 가자." 홍근은 거센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 두 사람은 숲을 벗어나


약 오십 리 정도 도망쳤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단숨에 달려왔다. "놈들은 우리와 다르다. 어쩌면 놈들이 우리보다 먼저 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주민은 냉정하게 말했다. "쳇! 알았어. 도대체가 무공도 배우지 않은 사람이 배운 사람보 다 더 잘 뛰니 이래서야 누가 무공을 배우려고 하겠어?" 홍근은 주민이 전혀 지친 기색이 없자 셈이 나서 투덜거렸다. 사실 그 동안 홍근은 진주에게서 얻은 태극혜검과 화산십이수를 밤낮으로 익혔다. 게다가 태극혜검에 적혀있는 심법의 운용으로 그의 내공도 하루가 다르게 증진했다. 다만 신법을 익히지 못한 관계로 다소 느린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분명 주민보다는 빨라야 정상이었다. 헌데 어찌된 일인지 같은 속도로 달리면 분명 주민이 더 지쳐야 하는데 거꾸로가 되었다. 그는 숨이 차서 헉헉거리는데 도 주민은 전혀 피로한 기색도 없었다. 복면인들에게 맞은 상처는 말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맞기 전보다 더 힘차 보였다. 주민이 멈추지 않자 홍근도 할 수 없이 계속 달렸다. 조금 전에 본 바로는 고개 하나만 넘으면 작은 마을이 나타나게 되어 있었 다. 두 사람은 일단 그곳에서 숨을 돌리고는 다음 대책을 강구하 기로 했다. 헌데 막 고개를 돌아가는 순간 그들은 몸을 날려야 했다. 쉬쉬쉬쉭......! 갑자기 앞에서 암기가 날아왔다. "우욱!" 앞서 나가던 홍근이 그만 다리와 옆구리에 암기를 맞고 말았다. "근아!" 주민은 그를 안아들고는 나무 뒤로 갔다. 다행히 치명상은 아니

었다. 하지만 부상당한 홍근을 데리고 빠져나갈 수 있을지가 문제


였다. 길목에 복면인 한 명이 버티고 서 있었다. 그의 기도는 전에 만 났던 복면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또한 그는 혼자서 나타났 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헌데 주민의 얼굴에는 긴장감 대신 미소가 어렸다. 그는 홍근을 나무 뒤에 숨긴 다음에 앞으로 나섰다. "오랜만이오. 난 또 혹시나 당신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떡하나 했소이다. 그래, 잔금은 준비되었소?" 주춤! 복면인은 앞으로 나서다 주민의 말을 듣고는 멈춰섰다. 그의 말 에 놀란 모양이다. "호오? 내가 실수를 한 모양이군. 하지만 아무리 눈치가 없기로 서니 십만 냥짜리 거래를 하면서 청부자를 못 알아본데서야 말이 되겠소? 그렇지 않소?" 주민은 자신이 넘겨짚었는데 복면인이 의외로 쉽게 넘어가자 계 속 몰아붙였다. 그가 바로 주민과 홍근이 유인하려고 한 청부자였 다. 그는 주민이 넘겨짚기로 말을 하자 당황했다. "쓰...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유서를 내놓아라. 유서만 내 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나는 네놈과 더 이상 신경전을 펼칠 생각이 없다."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여유가 없는 것이겠지. 하지만 어떡 하오. 당신에게는 돈이 하찮은지 모르지만 나는 목숨을 버리는 한 이 있더라도 돈을 포기할 수가 없소이다. 그게 바로 당신과 나의 차이요. 게다가 이것은 생각보다 값이 많이 나간다오. 원하는 사 람이 많아서 현재로서는 부르는 것이 값이라오. 만약 당신이 이것 을 가지려면 황금으로 이십만 냥만 내시오. 단골 고객이고 하니 특별히 할인가격을 부른 것이오. 더 이상 외상이나 협상은 없소이 다." 주민은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다 말했다. 오히려 복면인이 당황할 정도였다. 헌데 복면인은 주민이 손에 든 것이 유서라는 것을 눈치채고는 눈이 반짝거렸다. "멍청한 놈! 네놈이 감히 나와 거래를 할 생각이냐? 나야말로 너와 같은 무공도 모르는 도둑놈과 협상할 생각은 없다. 에잇!"


퍽! 쿵! 털썩! 복면인은 바로 공격했다. 주민은 무려 오 장 정도 날아가서 거목에 부딪혔다. 수십 년 묵 은 나무가 크게 흔들릴 정도로 충격이 컸다. 헌데 그는 비명소리 한 번 지르지 않았다.

복면인은 주민이 죽었는줄 알고 바로 달려갔다. "후후, 제법 똑똑한 놈인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군. 한 방이 면 나가떨어...... 아니? 저 놈이......." 그는 달려가다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 주민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을 본 것이다. "아이고, 청부자에게 이렇게 맞기는 처음이군. 하지만 기대만큼 그리 강하지는 않군. 고작 이 정도인줄 알았다면 어제 거지에게 두 푼을 주고 배운 무공으로 상대할 걸 그랬나? 내가 보기에는 두 푼 짜리 무공도 그 정도는 되겠던데." 부르르...... . 복면인의 몸이 떨렸다. 주민이 그의 무공을 두 푼짜리에 비교했 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좋다. 네놈의 두 푼짜리 무공을 구경해 보겠다. 받아라!" 우우웅......! 복면인은 전력을 다했다.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공격해 들 어갔다. 반면에 주민은 불상의 무공을 처음으로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동시에 은기군이 전해준 심법을 펼쳤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위험 한 일이다. 만약 심법을 생각처럼 운용하지 못하거나 시기를 놓쳐 버리면 복면인의 기운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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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5 편 -6 ★ 그런 것은 나도 하나 가지고 있다!

■ 무심결 제 2 장 5 편 드러나는 음모 -6 ━━━━━━━━━━━━━━━━━━━━━━━━━━━━━━━━━━━

쓰윽, 쓱! 주민은 자연스럽게 보법을 펼쳤다. 복면인이 정면으로 파고드는 것이라면 주민은 양 옆으로 움직여서 상대를 혼란시켰다. 펑! 복면인의 첫번째 공격을 주민이 피해 버렸다. 그는 주민이 무공 을 모른다고 생각하고는 단 한 방에 끝내려 하려다 오히려 몸의 중심을 잃고 말았다. "허억! 네... 네놈이? 죽인다! 유서와 관계없이 네놈은 반드시 죽이고 말 것이다." 복면인은 거의 이성을 잃고 말았다. 퍼러럭!


옷이 펄럭일 정도로 그는 기운을 끌어올렸다. 잘못하면 기운을 조절하지 못해 주화입마에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이성을 잃어 그런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야합! 죽인다!" 팟! 팟! 그는 이번에는 직선으로 돌진하지 않고 보법을 펼치며 들어왔 다. 주민이 피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헌데 이번에는 주민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제자리에 서서 공격자세를 취했다. "크크크, 드디어 네놈이 포기했구나. 좋아, 그래야지. 하지만 네놈은 너무 늦게 현실을 깨달았다. 잘 가거라!" 복면인은 오른손에 기운을 총집중해서 주민의 가슴으로 파고 들 었다. 헌데 주민은 복면인이 파고들자 오히려 손을 거둬들였다. 마치 일부러 가슴을 맞기라도 하듯이. 쾅! 쉬이이익....... 쿵콰당!

커다란 굉음소리와 함께 주민은 홍근이 쓰러져 있는 나무로 날 아가 부딪혔다. "혀... 형! 주민형!" 홍근은 피를 흘리며 주민에게로 기어갔다. 지금까지 주민이 얻 어터지는 것을 여러 차례 봤지만 지금의 상황과는 달랐다. 물론 그때 훨씬 더 많이 맞았지만 강도는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 다. 주민은 쓰러져 움직이지도 못했다. '피해야 한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란이의 복수를 해야 한 다. 그렇지 않고는 죽어서도 눈감을 수가 없다.'


홍근은 마음같아서는 주민을 데리고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는 지금 자신의 몸도 가눌 수가 없었다. 또한 당장에라도 복면인 이 달려들 것 같았다. 헌데 이상하게도 주민이 정신을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그 정도의 충격이면 내상을 입어 입에서 피 가 흘러야 하는데도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맥박도 정상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그럼 이번에도 저번 처럼 잠시 정신을 잃어버린 것에 불과하단 말인가? 그렇다 면.......' 홍근은 즉시 고개를 돌려 복면인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그는 더욱 놀랐다. 당장에라도 달려들어야 할 복면인은 쓰러져 있었다. 그 역시 주민과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도대체 형에게 무슨 능력이 있길래 계속해서 이런 일들이 펼쳐 지는 것일까?" 홍근은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이때 그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은 무슨 일이 벌어졌어? 동생 놈 때문에 매일 두들겨 맞다가 부처님께서 불쌍히 여겨 능력이 생긴 것이지." "형! 정말 괜찮아?" 주민의 목소리였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냐고? 네놈의 눈에는 내가 괜찮은 거로 보이냐. 무려 십 장이나 날아와서 나무에 부딪혔다. 그런데 성할 것 같으냐? 갈비 뼈는 물론이고 온몸이 쑤시고 난리다." 주민은 죽을상을 하면서 복면인에게 다가갔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헌데 막상 이 순간을 맞이하게 되니 두려워지는군. 만약 저 놈이 진범을 모른다 고 하면 어쩌지? 으잉? 멀쩡한데? 계속해 보시겠다고?"


주민이 다가서는 순간 복면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역시 주 민처럼 외관상으로는 전혀 이상이 없어 보였다. 다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네놈이 내 몸에 무슨 수작을 벌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것 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네놈은 유서를 가 지고 깊은 산중에 숨어 살았어야 했다." 그는 여전히 자신감에 차 있었다. 아마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 이었다. "후후, 나도 언제가는 네놈처럼 그렇게 만사에 자신감을 가져봤 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내가 한 가지 묻겠다. 내 어머니를 죽이고 동생들을 데려간 것이 바로 네놈이냐? 내 동생들은 어떻게 됐느 냐? 그것만 말한다면 네놈의 목숨만은 보장하겠다." 주민은 배후의 인물에 대한 것보다 동생들의 안위를 더 중요하 게 생각했다. "동생? 후후, 사실 나도 동생들을 미끼로 네놈을 사로잡으려고 했지. 하지만 다른 놈들이 먼저 선수를 쳤다. 안타까운 일이지. 만약 네놈의 동생들이 내 손에 있다면 지금쯤 유서는 내 손에 있 을 텐데." 복면인은 주민의 질문에 대해서 부인했다. 그리고 거짓말을 하 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누구의 장난이란 말인가?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력이 있다는 말인데, 그 놈들인가?' 주민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때 홍근이 간신히 기어와 소리치고 있었다. "병신같은 놈. 네놈은 우리가 진짜 유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 했느냐? 봐라! 그런 것은 나도 하나 가지고 있다. 읽어줘? 사랑하 는 진주씨, 지난밤에는 그대를 생각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 다. ...... 어떠냐? 다른 것도 하나 읽어줘? 네놈은 우리의 함정 에 걸린 거야. 알겠어? 네놈의 그 알량한 계획은 비천한 도둑과 주루의 점원에 의해서 들통나고 말았다." 그는 복면인이 주민의 질문에 부인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 를 질러댔다.


하지만 정작 분노한 것은 바로 복면인이었다. "그럼 네놈들이 가짜 유서를 만들어서 일부러 나를 유인한 것이 란 말이냐? 이... 이 네놈들이 감히 나를 희롱해!" 챙! 복면인은 처음으로 검을 빼들고는 주민에게 덤벼들었다. 제대로 걷지 못하면서도 전력을 다했다. 헌데 이때 또다시 돌발사태가 발 생했다. 복면인이 주민에게 덤벼드는 순간 숲 속에서 한 사람이

뛰어나오며 검을 날렸다. "타핫! 네놈이 황보가주의 범인이었구나. 용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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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2 장 5 편 -7 ★ 이... 이것을 믿으란 말인가?

■ 무심결 제 2 장 5 편 드러나는 음모 -7 ━━━━━━━━━━━━━━━━━━━━━━━━━━━━━━━━━━━

쉬이이익.......


검은 순식간에 날아와 복면인의 가슴을 통과해 버렸다. 촤아아....... 피가 사방으로 튀기고 그 순간 복면인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사람을 보았다. "다... 단리후! 다... 당신이? 당신이 어떻게 내게 이럴 수가? 배... 신자. 크윽!" 검을 날린 사람은 바로 단리세가의 가주인 단리후였다. 그는 복 면인이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재차 몸을 날려 복면인의 가슴을 가 격했다. 복면인은 그 자리에서 절명해 버렸다. "이것 보시오. 당신이 뭔데 나타나 중요한 증인을 죽이는 거 요?" 홍근은 매우 흥분했다. 비록 복면인이 검을 들고 설친 것은 사 실이지만 그의 몸 상태로 봐서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게 다가 단리후는 검으로 복면인의 가슴을 관통하고도 다시 가슴을 가격해서 절명케 했다. "그... 그건 놈이 자네들을 공격했기 때문에......." 단리후는 제대로 변명을 하지 못했다. 명색이 사대세가의 가주 가 그 정도의 판단력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 이다. "그럼 마지막에 가슴을 공격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소?" 이번에는 주민이 물었다. "......?" 단리후는 여전히 말을 하지 못했다. 만약 이때 사람들이 오지 않았더라면 그는 두 사람에게 낭패를 당했을 것이다. 지금 주민과 홍근은 자신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복면인이 죽어 버리자 매우 흥분한 상태이다. 막 주민이 단리후에게 다가서려는 순간 사람들 이 들이닥쳤다. "공자님! 어떻게 됐어요? 괜찮아요?"


진주가 가장 먼저 달려왔다. 이어서 대장로와 황보군도 나타났 다. 그들도 이미 이곳으로 오면서 진주에게서 모든 얘기를 들은 상태였다. 그들은 주민에게 오지 않고 먼저 복면인에게 다가갔다. '웬일이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그리고 보니 단리가주의 표 정도 별로 좋지 않군. 그리고 보니 이상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 니군? 두 분이서 복면인을 제압했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단리가 주가 복면인을 제압했다는 얘긴데. 그건 더 이상하다. 단리가주는 분명 우리와 같이 있었는데 언제 이곳으로 왔을까?' 진주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주민은 더 이상 말하 지 않고 홍근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때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 려왔다. 사람들의 숫자는 백 명을 훨씬 넘었다. 그 중에는 주민을 도와 준 적이 있는 노인도 보였다. "이... 이것을 믿으란 말인가?" "배효! 배효라니? 이건 믿을 수가 없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 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 중에서 대장로와 황보군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진주도 달려갔다. "사... 사형이?" 그녀는 얼마나 놀랐던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 지만 현실로 나타나자 당황한 것이었다. 입에서 흘러나온 피로 얼굴 전체가 붉게 물들어 있지만 분명히 배효였다. 황보세가는 물론이고 타 문파의 사람들도 놀라는 눈치 였다. 이제 겨우 은기군의 누명을 벗겨서 제자가 사부를 죽였다는 오명을 씻었는데 진범 역시 제자였다니 얼마나 놀라고 황당했겠는 가? 진주는 옆의 부하들이 부축을 하고서야 겨우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전혀 놀라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삼대세가의 가주들로 단리후를 제외한 두 사람은 언제 나타났는지 사람들 틈 에 끼여 있었다. 마치 사전에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담담하게 받 아들였다. '후후, 재미있는 일이군. 그렇다면 입막음을 했다는 말이로군. 그렇긴 하겠지. 그는 이미 사람들이 다가서는 것을 감지하고 위기


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만약 배효가 입이라도 여는 날에는 곤란할 테니까. 이것으로 네놈들의 음모가 드러났다. 이제 나는 그것을 만천하에 밝히는 일을 할 것이다.' 주민은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다짐했다. 잠시 후 주민은 홍근을 들쳐업고는 조용히 물러났다. 노인에게 걸리면 괜히 시끄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들도 이미 마차를 준비해서 배효를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황보가주의 사건은 일차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 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의혹과 불씨를 남겼다. 결국 무림

혼란의 신호탄이 된 셈이었다.

- 2 권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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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결 제 1 권 끝━━━━━━━━━━━━━━━━━━

■ 무심결 제 1 권이 끝났습니다. ━━━━━━━━━━━━━━━━━━━━━━━━━━━━━━━━━━━

무심결 제 1 권이 끝났습니다. 계속해서 이어질 무심결 2 권에는 더욱 더 흥미진진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무심결 2 권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b31-1  

그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야 래향이라는 도둑이 된다. 자신의 운명에 꺾이지 않고, 무심결이라는 의대의 절공을 터득하여 온갖 역경을 헤쳐 나가는 진경이 장엄무비하게 펼쳐진다. 사악한 부호들의 재물을 훔쳐서 빈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주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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