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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령은 치열이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네, 바로 그거예요. 실상 소할아버지의 비연추혼장은 가히 무림일절(武林一切)로 꼽히는 장법으로써 이를 완전하게 터득한다면 어떤 사람도 감히 얕보지를 못하죠. 저는 이것을 익혀 그 옥면살심이라는 놈을 혼내 줄 작정이에요." 흥분하여 떠들어 대는 그녀의 모습에 영호걸은 내심 실소를 금치 못했다. '좌우간 극성이군.' 그는 심중의 말을 풀어 다시 물었다. "보아하니 영매가 현재 일신에 지니고 있는 무공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웬 욕심이 그리 많지?" 구혜령은 고개를 살레살레 저었다. "무학을 성취하는데 있어 극점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영매가 익힌 무공은 무엇인가?" 구혜령은 자부심을 나타내듯 눈을 반짝 빛냈다. "그것은 저의 아버님께서 전수해 주신 무공으로 일명 대천검법(大天劍法)이라고 하죠. 아버님께서는 이 검법으로 대천검객(大天劍客)이라는 명호를 얻으셨어요." "흠, 그 검법을 좀 보여줄 수는 없겠나?" 구혜령은 얼굴을 붉히더니 기어 들어가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저는 이 검법을 완벽하게 연마하지 못했어요." "후후... 그러고 있으니까 훨씬 여자답군. 하지만 나를 대상으로 겸손해 하니 좀 섭섭한데?" "아니, 겸손이 아니에요. 부끄럽지만 그것이 사실인 걸요. 오라버니가 그래도 보고 싶으시다면 보여 드리겠지만요." "후후... 그럼 어디 영매의 솜씨 좀 볼까?" "먼저 흉보지 않는다고 약속하시면요." "내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을 영매가 더 잘 알텐데? 무공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영매의 능력을 평가한다면 그야말로 웃음거리밖에는 안될 일이지." 구혜령은 더 말하지 않고 등 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고무래 정(丁)자의 방위를 밟으며 검을 미간 사이로 가져갔다. 영호걸은 흥미있는 눈으로 구혜령의 동작을 주시했다. "야압!" 기합성과 더불어 구혜령의 몸이 날렵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검이 찬란한 은광을 뿌리며 기기묘묘한 변화를 일으켰다. 베고, 자르고, 밀고, 당기는 등 그 다양한 변식에 영호걸은 잠시 넋을 잃은 듯 몰두했다. 대천검법은 모두 삼십육초 백팔식으로 나뉘어진다. 단지 이 한 가지의 검법만으로도 구혜령의 부친인 대천검객 구자룡(丘自龍)은 대강남북에 쟁쟁한 위명을 떨친 바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천검법은 그 변화를 더해 갔다. 휙! 휘휙! 날카로운 파공음이 방 안을 진동했다. 어느덧 구혜령은 대천검법의 삼식육초를 모조리 전개해 내고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는 그녀의 모습은 평소보다 더욱 생생한 아름다움을 발산해냈다. 영호걸은 탄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영매의 무공이 이토록 강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걸? 옆에서 보고 있자니 가슴이 써늘해지는 기분이야." "정말이에요?" "후후... 물론." 칭찬을 듣자 구혜령은 기뻐하는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영호걸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그녀가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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