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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아라로아 트레일 ④

리치몬드 산악지대 ~ 넬슨 레이크스 국립공원 ~ 레이크 섬너 산림공원 ~ 아서스 패스 국립공원 ~ 크레이기번 산림공원 ~ 캔터베리 고지대 평야 … 400km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남알프스의 숨 막히는 매력 뉴질랜드의 북단에서 남단을 관통하는 3000km의 ‘테아라로아 트레일’ 트레킹의 네 번째 달을 맞았다. 우리는 남알프스(the Southern Alps)의 북부 산악지대를 지났는데, 이번에는 몇몇 사람이 우리의 하이킹에 합류했다. 운 좋게도 날씨가 좋아 테아라로아 트레일에서 가장 어려운 알파인 코스를 무사히 통과했다. 남쪽 멀리 눈 덮인 고봉들이 장관을 이루었다. 글·사진 앤드류 더치 번역 한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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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기번 산림공원에서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필자. 남알프스의 주능선에서 멀리 떨어진 이 일대의 산들은 건조한 풀숲으로 덮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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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날카로운 올드 맨 리지를 따라가면 리치몬드 산악지대의 최고봉인 린토울산에 도달하게 된다. 02 넬슨 레이크스 국립공원의 트래버스 안부 밑에 있는 헛. 10km 마다 위치한 이 헛들은 하이커들에게 대피소나 안락한 쉼터가 된다. 03 블루 호수는 2011년 실시한 수질 검사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맑은 물로 판명되었다. 수십 미터의 물이 이루는 렌즈 효과 때문에 바닥에 있는 자갈들이 확대되어 마치 수면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2월 1일 내 생일날, 우리는 리치몬드 산악지대(Richmond Ranges)

으로 20km 떨어진 넬슨 시에 갔다. 하이킹 파트너인 트래비스의 남

의 기슭에 있는 펠로러스 강(Pelorus River)의 발원지에 있었다. 리

동생 스테판 린(Stephen Lynn)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스테판은 트

치몬드 산악지대는 남섬의 등뼈를 이루고 있는 남알프스의 가장

레일의 아주 신나는 이 부분의 하이킹에 동참하기 위해 미국에서

북쪽 부분이다. 우리는 지난 3개월 동안 테아라로아 트레일을 따라

비행기를 타고 왔다. 린 형제는 팀을 이루어 미국 동부의 유명한 애

1,850km를 걸었는데, 이번 달에는 가장 어려운 코스를 맞게 되었

팔래치아 트레일(Appalachian Trail)을 종주한 바 있으며, 2009년

다. 우리 앞에 400km의 알파인 지대가 놓여있었다. 먼저 리치몬드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의 백두대간을 완주했다. ‘미국 린

산악지대를 지나고, 다음 넬슨 레이크스 국립공원(Nelson Lakes

형제’라고 쓴 파란색 리본이 장대한 백두대간의 여러 고개에 아직

National Park), 레이크 섬너 산림공원(Lake Sumner Forest Park),

걸려 있을 것이다.

아서스 패스 국립공원(Arthurs Pass National Park) 등을 통과하

우리는 차를 얻어 타고 트레일 길로 돌아온 후 저녁 무렵 쉬운 계곡

고 마지막으로 크레이기번 산림공원(Craigieburn Forest Park)을

길을 걸어 가장 가까운 백 컨트리 헛(Back Country Hut)에 갔다.

지나 건널 수 없는 라카이아 강(Rakaia River)에 도달했다. 이 강은

이곳은 지난 100여 년간 하이커들을 위해 뉴질랜드 전역에 지어진

캔터베리 지역의 고지대 평야에 있는데, 나는 오늘 그곳에서 이 글

900여개 대피소 겸 산장 중의 하나로, 우리는 여기서 하룻밤을 쉬

을 쓰고 있다.

었다. 전국적으로 잘 조직된 이 대피소는 간단한 오막에서부터 방 이 여럿인 산장인 것도 있어, 기상악화 시 대피할 수 있음은 물론

전국적으로 잘 조직된 남알프스의 대피소 시스템

등산객의 산행을 편리하게 도와주고 있다. 흔히 텐트를 가지고 가

우선 우리는 펠로러스 강의 발원지에서 잠시 트레일을 벗어나 북쪽

지 않는 등산객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게 된다. 아주 고맙게도 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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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약 10km 간격으로 있으며, 내부에는 간이침대, 매트리스, 화

Crossing)이라는 트레일 코스를 산행할 수 있었다. 이 코스는 먼저

덕 등이 완비되어 있다. 우리는 비싸지 않은 6개월짜리 헛 패스(hut

동쪽으로 7km 가서 산맥의 주된 부분에 도달한 뒤, 남서쪽으로 회

pass)를 미리 구매했었기에, 트레일에서 언제든지 대피소를 사용할

전하여 날카로운 ‘올드 맨 리지(Old Man Ridge)’를 따라 5km 나아

수 있었다.

가서 린토울 산(Mt. Rintoul)의 쌍둥이 봉에 도달하게 된다. 높이가

남섬에서 우리의 본격적인 산행은 80km에 달하는 리치몬드 산악

각각 1643m, 1731m인 이 쌍봉은 날카롭게 솟아있으며, 리치몬드

지대를 통과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리치몬드 산악지대는 말버러

알파인 크로싱에서 가장 높다. 이 첨봉들은 수목이 없어 약간 붉은

지역의 완만한 해안에서 시작하여 넬슨 레이크스 국립공원으로 들

빛을 띤 회색이여서, 아래의 깊은 협곡을 가득 채운 울창한 너도밤

어가게 된다. 리치몬드 산악지대에는 가파르게 치솟은 날카로운 리

나무숲과 완연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지들과 깊은 협곡들이 연이어 있다. 우리는 깊은 계곡에 있는 바람

린토울 쌍봉은 많은 광물을 함유하고 있는 깨어진 돌들로 덮인 가

이 없는 지역에서 출발하여 해발 900m 지대로 올라가 처음으로 산

파른 사면 즉 너덜겅으로 이루어져 있어, 테아라로아 트레일에서

의 안부에 닿았고, 동남쪽으로 5km 전진하면서 너도밤나무숲을

가장 무서운 코스가 되고 있다. 깨어진 돌들을 밟으면 밀려 내려가

지나 동쪽으로 우뚝 선 스타빌 산(Mt. Starveall·1600m)의 발치에

기 때문에 이 봉들로 올라가는 길을 찾기가 힘들었다. 양옆으로

도달했다.

100m의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능선에서 계 속 돌들이 미끄러지고 작은 돌들이 등산화 속을 채우기도 했다.

황량한 너덜겅에서 미끄러지고 때로는 기기도 하며

등산객들은 이 황량한 곳에서 구름과 비를 만나면 혼란에 빠지게

여기서 우리는 리치몬드 알파인 크로싱(Richmond Alpine

된다. 이정표가 200m 마다 땅에 박혀있지만 발견할 수 없게 된다. campntrail.co.kr 35


01 리치몬드 알파인 루트를 걷고 있는 트래비스 린과 스테판 린 형제. 그들은 미 동부의 유명한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한 바 있으며, 2009년에는 미국인 최초로 국내 백두대간을 완주했다. 02 와이아우 패스로 올라가고 있는 일행. 이 가파른 사면에는 연중 아무 때나 눈이 내려 미끄러운 작은 돌들로 이루어진 비탈을 아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때문에 테아라로아 트레일 하이커에게 가장 두려운 산행 구간이기도 하다. 03 그레이크 섬너 산림공원의 앤 강 유역에 있는 너도밤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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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는 화창한 날씨를 맞아 미끄러지고 기면서 린

점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뉴질랜드에는 뱀이 없다. 다음 이틀 동안

토울 정상에 도달하여 남쪽으로 펼쳐진 남알프스의 장관을 볼 수

우리는 레드 힐스의 능선 밑에서 옆걸음질 쳤다. 우리는 무수히 많

있었다. 눈으로 덮인 해발 2000m 이상의 고봉들이 지평선까지 연

은 내들을 건넜는데, 이 지류들이 합쳐져서 수량이 풍부한 어퍼 모

이어 있었다. 그 고봉들 사이에 있는 계곡과 고개가 앞으로의 우리

투에카 강(Upper Motueka River)을 형성한다. 이 강은 우리 발아

여정인데, 끝없이 멀어 보이기만 했다. 린토울산에서 남쪽으로 하

래의 깊은 협곡에서 남쪽으로 흘러갔다.

산했는데, 그곳 또한 가팔라서 천천히 내려갔다. 우리는 이 산의 남

산으로 가는 안부에 오른 뒤, 약 35km를 나아가서 로토이티 호

서쪽 사면에 있는 너도밤나무 숲속에 있는 한 대피소의 따뜻한 앞

(Lake Rotoiti)의 북쪽에 있는 세인트 아나우드(St. Arnaud)라는

면에 가서 쉬었다.

매력적인 관광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넬슨 레이크스 국립공원의

린토울산을 중심으로 남쪽과 남서쪽으로 수많은 능선들이 뻗어있

북쪽 입구다. 넬슨 호수군은 이 공원의 북쪽에 있는 거대한 세인트

지만 등산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의 다음 하이킹 코스는

아나우드 리지와 로버트 리지, 그리고 남쪽으로 뻗은 트래버스 리

그 두 능선 사이의 깊은 협곡 사이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폐쇄공포

지와 세이바인 리지에서 빙하가 흘러 조성된 여러 호수들을 일컫는

증을 느끼게 하는 바위들 사이에는 와이로아 강(Wairoa River)의

것이다. 이들 능선들은 평균 높이가 1500m 정도이며, 개중엔

상류에 해당하는 개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8km 코스에서 우리는

2000m가 넘는 고봉들도 여럿 있다.

열댓 번이나 거센 물살을 건너야 했다. 비가 조금만 와도 이 좁은 통

이곳 세인트 아마우드에서 미국 오레곤주 출신의 제프 헤이건(Jeff

로 구간은 지나갈 수 없다. 우리는 폭포들 위의 급류를 건너면서 협

Hagen)이 우리와 합류했다. 제프 또한 2011년 백두대간을 완주한

곡을 올라갔다. 지난 일주일 동안 아주 좋은 늦여름 날씨를 보여준

경험이 있는 베테랑 하이커인데, 현재는 뉴질랜드에서 포도주 제조

데 대해 다시 한 번 더 감사했다.

업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온 두 젊은 여성도 우리 팀과 동 행하게 되었다. 그녀들은 뉴질랜드에서 영화 <반지의 제왕>과 관련

나무요정들이 살고 있는 너도밤나무숲

된 장소를 탐방하면서 하이킹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곳이 이 지

협곡을 무사히 통과한 후 해발 1250m의 안부에 도착했는데, 이곳

역에 많이 있는데, 특히 너도밤나무 숲들에서 볼 수 있다. <반지의

은 엘리스 산(Mt. Ellis·1800m)의 주봉 밑이었다. 여기서 풍광이 급

제왕>의 저자인 J. R. R. 톨킨은 이 숲들에 대해 “나의 나무요정들

격히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산맥의 봉들 밑으로 울창한 너도밤나

(소설 속 요정족인 엘프를 뜻함)이 좋아한 집이며, 로한(Rohan·그

무숲이 펼쳐져 있었지만, 이곳에는 황갈색의 큰 바위들 사이에 키

가 창조한 가상의 세계인 ‘가운데 땅’에 있는 왕국)의 산들을 생각

가 작은 나무와 관목이 더러 있을 뿐이었다. 이런 바위산을 레드 힐

나게 하는 고지대 경치”라고 표현한 바 있다.

스(Red Hills)라고 부르는데, 이 낮은 산들은 길이 70km, 너비 20km의 광물 벨트(mineral belt)의 벌어진 남쪽 끝부분에 위치하

최면에 걸린 듯 눈을 뗄 수 없는 블루 호수에 매혹되다

고 있다. 이 광물 벨트는 리치몬드 산악지대를 휘어서 지나가고 있

넬슨 레이크스 국립공원을 통과하는, 무려 113km에 달하는 우리

는데, 그곳에서는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

의 트레일 코스는 로토이티 호의 남쪽 호반을 9km 걸어 반대편 끝

우리를 앞질러 가던 한 호주 여자 등산객은 이곳이 그녀의 고향과

에 도달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곳에서 동쪽의 세인트 아마우

비슷하다며, 다만 다른 점은 풀에 누워도 뱀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드 리지와 서쪽의 로버트 리지 사이에 넓은 유역이 펼쳐지고 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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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고 있다. 그 유역은 점점 좁은 협곡이 되었는데, 우리는 대피소 사이의 한 목가적인 곳에서 야영했다. 다음 날 우리는 거대한 두 리지에서 벗어나 남서쪽 산기슭으로 올 라가, 높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안부인 트래버스 패스(Travers Pass) 에 도달했다. 이 고개는 해발 1787m로 테아라로아 트레일에서 아 주 높은 편에 해당하며, 넬슨 레이크스 국립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 는 등산 코스인 넬슨-세이바인 순환 트레일(Travers-Sabine circuit trail)의 중심점이다. 이 등산 코스는 남쪽으로 뻗은 트래버 스 리지 코스와 서쪽에서 평행으로 나아가는 세이바인 리지 코스 를 포함하여 여러 날이 걸리지만 경치는 아주 멋지다. 우리는 따뜻 한 날씨에 한가롭게 점심을 먹은 뒤, 세이바인 강으로 형성된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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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에 있는 대피소로 가기 위해 서쪽으로 내려갔다. 그 다음 며칠간의 등산은 테아라로아 트레일에서 우리가 가장 기대

에 있는 자연 암석 댐을 통해 여과되어 내려온 것으로, 댐 위에는

한 부분인 와이아우 패스 크로싱(Waiau Pass crossing)을 지나는

블루호보다 더 큰 콘스탄스 호(Lake Constance)가 있다. 그리고

것이었다. 우리는 일찍 일어나 세이바인 강둑을 따라 남쪽으로

그 위에 높은 두 개의 능선이 만나 형성된 와이아우 패스가 있다.

8km 등산한 뒤, 아름다운 너도밤나무숲 위로 올라가 아주 멋진 경

2011년 실시한 수질 검사에 따르면, 블루 호수의 물이 지구상에서

관을 보았다. 동쪽의 트래버스 리지와 서쪽의 세이바인 리지가 만

가장 맑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물이 너무 맑은 탓에 호숫가에서 내

나는 곳에서 형성된 오목한 곳에 유명한 블루 호수(Blue Lake)가

려다보는 것만으로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또한 수십 미터의 물

놓여있다. 이 호수는 길이 500m, 깊이 80m인데 물이 수정처럼 맑

이 이루는 렌즈 효과 때문에 바닥에 있는 자갈들이 확대되어 마치

아 진한 남옥색(Aquamarine)을 띠고 있다. 블루호의 물은 호수 위

수면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최면에 걸린 듯 매혹적 campntrail.co.kr 37


인 광경이다. 우리는 블루 호수 위의 바위 댐을 기어오른 뒤 콘스탄스 호반을 따 라 4km 걸었다. 호수의 남쪽 끝에 와이아우 패스로 올라가는 가파 른 사면이 나타났다. 이 고개는 해발 1,870m나 되는 안부여서 눈에 잘 띄지 않으며, 겁나게 가파른 돌들의 사면을 올라가야만 된다. 이 가파른 사면에는 연중 아무 때나 눈이 내려, 미끄러운 작은 돌들로 이루어진 비탈을 아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테아라로아 트레일 하이커에게 가장 두려운 산행 구간이 된다. 행운의 여신은 우리에게 매우 호의적인 듯, 다행히 이곳에서도 날씨 가 좋아 우리는 위험한 300m의 너덜구간을 무사히 올라갔다. 고개 에서 바라본 북쪽과 남쪽의 경치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러나 축 하는 잠시뿐, 그곳은 만년설 위였기 때문에 매섭게 차가운 이른 저 녁 바람이 불어와 우리는 고개 남쪽의 큰 돌들이 널려있는 사면을 서둘러 내려가야 했다. 와이아우 강의 발원지에 있는 캠프장으로 간 일행은 곧바로 텐트 속으로 들어갔다. 날씨는 추웠으나 피로했 기 때문에 곧 깊은 잠에 빠졌다. 행운의 여신은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었다

와이아우 고개를 넘은 보상은 앞으로 펼쳐진 60km 트레일이 비교 적 쉬운 코스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먼저 점점 물이 많아지는 와이 아우 강을 따라 펼쳐진 깊고 넓은 평지를 20km 정도 걸어간 뒤, 낮 은 고개를 넘으면서 서쪽으로 회전하여 세인트 제임스 워크웨이 (Saint James Walkway)에 접어들었다. 이 코스는 쉬운 하이킹 구 간인데, 앤 강(Anne River)을 따라 하류로 간 뒤 루이스 패스 고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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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Lewis Pass Highway)에 도달하게 된다. 이 도로는 남알프스 의 북부 지방을 가로지르는 주요 도로이다.

서 끝나, 고개 밑에 텐트를 치고 밤새 내리는 심한 비를 견뎌야 했

루이스 패스는 산악 단층의 중앙에 있는 고개로, 그 양편에 유명한

다. 다음 날 아침, 비로 인해 협곡길을 통행할 수 없게 되었음을 알

온천 휴양지들이 있어 다양한 종류의 온천탕을 제공하고 있다. 이

게 되었다.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은 역사적인 아서스 패스를

것은 지친 하이커들에게 유혹적인 선택이었지만, 우리는 온천 방문

넘는 인근의 도로를 따라 걷는 것이었다.

의 충동을 자제하고 계속 남서쪽으로 걸어 섬너 호(Lake Sumner)

남알프스를 횡단하는 최초의 도로이자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의 북단을 지나서 같은 이름의 산림공원으로 들어갔다. 산들 사이

이 도로는 꽤 매력적이었다. 이곳에는 깊고 험한 계곡 위를 가로지

의 유역을 따라 20km 정도 가자 자연이 무료로 제공하는 노천 온

르는 거대한 고가교가 있어 대만의 타로코 협곡로(Taroko Gorge

천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산에서 내려와 계곡으로 흐르는 냇

road)를 상기시켰다. 여기서 우리는 산악 앵무새의 유일한 종류로

물 속에 자연 암석이 만든 물웅덩이였는데, 수온이 40도가 되는 광

새 중에서도 아주 작은 케아(Kea) 앵무를 만났다. 이 뻔뻔스러운

천수였다. 우리는 오랜 시간 뜨거운 물에 지친 몸을 담그고 그날 더

새들은 먹이를 얻기 위해 관광객들한테 몰려가며, 이상한 물건이

이상 행군하는 것을 포기했다. 200km 이상의 힘든 산행을 한 뒤에

있으면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부리로 쪼기도 한다. 우리는 이 새들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어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축복이었다.

이 자동차 지붕과 와이퍼 날을 쪼고, 하이커들의 배낭을 열려고 시

그 다음 우리의 트레일은 해발 940m의 하퍼 패스(Harper Pass)로

도하고, 심지어 불운한 야영자의 텐트에 구멍을 뚫는 놀라운 광경

완만하게 오른 뒤, 투라마카우 강(Turamakau River)을 따라 서쪽

을 목격하기도 했다.

으로 40km 가는 것이었다. 먼저 남알프스 주능선의 북쪽으로 가 다가 남쪽으로 회전한 뒤, 능선을 넘고 9km의 가파른 협곡을 올라

때로는 정면 돌파보다 돌아가는 것이 상책

고트 패스(Goat Pass)에 도달했다. 우리의 좋은 날씨 행운은 여기

아서스 패스 지역은 테아라로아 트레일이 남알프스의 주능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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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레이크 섬너 산림공원에서 노천온천을 즐기는 필자. 이곳은 산에서 내려와 계곡으로 흐르는 냇물 속에 자연 암석이 만든 물웅덩이였는데, 수온이 40도가 되는 광천수였다. 02 크레이기번 산림공원의 그레이 리지를 반사하고 있는 미러 탬 호수의 맑은 물. 03 레이크 섬너 산림공원에서 걷고 있는 제프 헤이건. 미국 오레곤주 출신인 그 역시 2011년에 백두대간을 완주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뉴질랜드에서 포도주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04 블루호수의 상류에 있는 콘스탄스호수 주변에 고산 야생화가 예쁘게 피었다. 05 건방진 산악앵무새 케아(Kea). 이들은 먹이를 얻기 위해 관광객들한테 몰려가며, 이상한 물건이 있으면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부리로 쪼기도 한다.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남알프스의 주능선은 서쪽

러 태평양에 도달한다. 라카이아강은 너비가 5km나 되는데, 깊이

으로 뻗어, 진짜 등산가들의 영역인 해발 3000m 이상 고봉인 쿡산

가 다양하며 부드러운 모래와 자갈이 깔려있다.

(Mt. Cook)과 타스만 산(Mt. Tasman)에 도달한다. 반면 우리의 트

이 강을 건너려고 시도하는 것은 매우 경솔한 행위로, 테아라로아

레일은 남쪽으로 향하여 비교적 낮은 언덕들을 걷다가, 캔터베리

트레일 하이커들은 특히 그것을 터부시한다. 트레일의 규정에는 ‘수

지역의 서쪽에서 다시 높아져 해발 2,000m를 넘게 된다. 대부분의

중 장애물(water-obstacle)을 돌아가지 말고, 어떤 방법을 써서라

비바람을 흡수하는 남알프스의 주능선에서 멀리 떨어진 이들 낮은

도 횡단하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이곳에서만은 돌아가는 것이 상책

산들은 건조하여 풀숲으로 덮여있다.

이다.

우리 일행은 크레이기번 산림공원에 들어가 하퍼강(Harper River)

라카이아강은 4주간의 알파인 하이킹을 끝내기에 알맞은 곳이다.

이 형성한 트레일을 걸었다. 치즈맨(Mt. Cheeseman), 올림푸스

내일 아침 우리는 차를 얻어 타고 동쪽으로 40km 떨어져있는 가장

(Mt. Ol y mpu s), 가가러스(Mt. Ga rga r u s) 등 높이가

가까운 다리를 건넌 후, 다시 남쪽 강둑을 따라 상류로 40km 더 가

1,600~2,200m에 달하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산들 사이를 지나

서 글렌브룩 스테이션(Glenbrook Station)으로 갈 예정이다. 그곳

갔다. 이들은 산봉우리는 크지만 나무가 없었다. 하퍼강 유역은 점

은 고지대의 양떼목장인데, 우리는 그곳을 지나 최종 목적지인 블

점 넓어져서 아름다운 노란빛의 초원 지대가 되고, 고지대 댐을 지

러프(Bluff)로 가는 마지막 달의 하이킹을 시작하게 된다. 앞으로

나 코레리지호(Lake Coleridge)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이 호수를

우리는 테카포(Tekapo), 트위젤(Twizel), 와나카(Wanaka), 퀸스

따라 남동쪽 끝으로 갔다.

타운(Queenstown) 등의 읍을 연결하는 고지대 호수들, 초원 그리

하퍼강은 거대한 라카이아강(Rakaia River)으로 흘러 들어가고, 남

고 산들을 지나면서 남쪽 지평선 너머로 800km를 더 나아가 뉴질

알프스의 중심부에서 발원한 이 라카이아 강은 다시 동쪽으로 흘

랜드 남섬의 남쪽 끝에 도달하게 된다. campntrail.co.kr 39


월간마운틴 테아라로아트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