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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는 대승에게 윙크해 보이고는 욕실로 들어가 문 밖으로 고개만 쏙 내밀고 손가락을 까닥까닥하며 그를 불렀다. 대승은 씩 웃으며 기꺼이 그녀의 유혹을 받아들였다. 귀여운 남자 20 공항은 우중충한 유진의 기분보다도 더 우중충했다. 낯선 공기, 낯선 건물, 그리고 낯선 사람들. 유진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어디서 표를 끊어야 할지 찾으려 애썼다. " 곰팅이, 뭐해? 짐 찾아왔으니까 가자."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의 남자가 그녀의 등을 탁 쳤다. 유진은 눈을 세모꼴로 뜨고 낯선 이국 땅에서 단 한 사람의 낯익은 남자를 노려보았다. " 나 집에 갈 거에요. 표 끊게 돈 줘요." 회비를 걷어서 단체로 관리한다는 말에 속아 바보같이 여행 비용을 다 대협에게 건네 주었던 유진은 비행기표를 사고 싶어도 돈이 없었다. " 표? 뭐하러 집에 가? 여기까지 왔으면 런던이 어떻게 생겼나 구경이라도 해보고 가야 할 거 아냐. 따라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대협은 무정하게 한마디 툭 내던지고 성큼성큼 공항 밖으로 걸어나갔다. 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말에 속아서 여기까지 따라온 게 억울했다. 하지만 현재 그녀에게는 비행기 표 끊을 만큼의 돈은 없었다. 그가 돈을 줄 때까지는 그를 따라다녀야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확 일 저질러 버려? 유진은 그의 돈을 몰래 꺼내서라도 집으로 도망을 칠까, 아니면 못 이기는 척 하고 그와 여행을 다닐까 고민에 싸였다. 백대협이라는 남자는 그녀에게 있어 달콤한 유혹이었다. 첫눈에 홀딱 반해 그와 함께 있는다는 것 자체가 가슴떨리는 사건이었지만 그녀의 유별난 성격 탓에 그와 잘 될 거라는 확신도 들지 않았고 그녀가 그의 바람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웠다. 로맨스 소설에서는 아무리 심한 바람둥이라도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일편단심 민들레로 변하고 말지만 그녀가 처한 상황은 현실이었다. 그녀는 예쁘지도 않고 남자를 끌 만한 매력도 없었으며, 피곤하고 후줄근한 모습으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땅에 서 있는 거였다. 의지할 데라고는 서양 미녀들에게 눈이 휙휙 돌아가는 능글맞은 바람둥이밖에 없는. 유진은 어느 순간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대협을 찾아 공항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나쁜놈! 진짜 혼자 가버리면 어떡해! 유진은 총총걸음으로 공항을 빠져나와 저만치 앞서 걸어가고 있는 대협을 쫓아갔다. 그녀로서는 모험을 할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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