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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의 신부

바바라 맥마흔 프롤로그 매기 포스터는 직업 소개소 소장의 못마땅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침착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하지만 중년 여인의 날카로운 눈이 매우 위협적인 세모꼴로 변하자 그마저도 점점 어려워졌다. 몽고메리 직업소개소의 소장이자 주요 상담 직원인 사라 몽고메리는 자기 앞에 놓인 파일을 훑어보는 중이었다. 오로지 상식만을 신봉하는 듯한 스타일로 틀어올린 그녀의 철사줄 같은 회색머리는 그 무뚝뚝한 성격과도 꼭 맞아 떨어졌다. 몽고메리 부인은 펼쳐놓은 얇은 서류철에 시선을 내리고 내용을 훑어보았다. "몽상에 빠져 있다가 해고당한 것만 해도 이번이 세 번째로군요." 몽고메리 부인이 엄숙하게 말했다. 매기는 침을 꿀꺽 삼키고, 한 번의 기회라도 더 얻을 수 있게 설득력 있는 변명을 짜내려고 머리를 굴렸다. 그녀에게는 일이 필요했다. 목청을 가다듬은 매기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을....딴 곳에 팔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딱 한번뿐이었어요. " 몽고메리 부인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매기에게 시선을 던졌다. "여기에 보면, 당신이 반복적으로 주문을 혼동했다고 나와 있어요. 게다가 햄버거를 태우고, 맹물같은 밀크쉐이크를 만들었다고 적혀 있군요." "패스트푸드 가게는 제 적성에 맞지 않는 곳 같아요." 그녀는 당당하게 말했다 "포스터양, 지금 난 당신의 적성에 맞는 곳이 과연 존재할지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어요. 우린 당신을 버넷, 스타라이프 & 하웰에 접수계원으로 취직시켜 드렸어요." 몽고메리 부인은 서류철의 왼쪽 페이지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은 전화 메세지를 혼동했고, 중요한 고객의 전화를 끊어버렸으며, 방이 떠나갈 정도로 전화벨이 울리고 있는데도 몽상에 빠져있었어요. 그곳에서 해고당하자, 우린 당신을 마크햄 백화점으로 보내주었어요. 당신이 그 백화점의 판매 기록을 너무 엉망으로 뒤섞어 놓아서 아마 그곳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내용을 원상태로 복구시키느라 진땀을 빼고 있을 거예요." 매기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몽고메리 부인의 장황한 설명은 사실 필요하지 않았다. 자기가 좀처럼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매기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글을 써서 생활비를 벌 때까지는 입에 풀칠을 해야했다. 얌전히 신부 수업이나 하다가 좋은 혼처가 나타나면 시집이나 가라는 독재적인 아버지 때문에, 그녀는 실생활이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와이오밍 주에서 손님 접대에 제일 능숙한 여주인일 수도 있다는 점만을 제외하면. 하지만 이제 집을 떠나 혼자 살고 있었으므로, 매기는 절대 무능력자나 진배없었다. "두 달 동안 이번이 세 번째에요." 몽고메리 부인이 또 한번 상기시켰다. 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포의 전율이 등골을 스쳤다. 당장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돈이 모두 바닥날 것이다. 하늘이 두 쪽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하기 싫은 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집으로 들어가 아버지가 옳았다고 인정하는 일이었다. "요리할 줄 알아요?" 매기는 고개를 들어 몽고메리부인의 눈을 마주 보았다. "네." 사실 매기는 그리 뛰어난 요리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평범한 음식 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


"자리가 하나 있어요." 처음으로 몽고메리 부인의 얼굴에 어렴풋이 미소가 떠올랐다. "어쩌면 천생연분인지도 모르겠군." 그녀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니면 소개소 사상 최단기 해고 기록이 나올지도 모르지." "요리사 일인가요?" 매기가 물었다. "마을 외곽의 어떤 목장에서 요리와 집안 일을 하는 거예요." "할게요." 몽고메리 부인은 매기의 무모한 열성이 못마땅한 듯 다시 한 번 매기에게 나무라는 시선을 던지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사실 쉬운 일도 아니구요. 카일 카스테어즈는 받들어 모시기 힘든 사람이니까요." "자신 있어요." 매기 포스터는 면접을 위해 차려 입은 수수한 푸른 치마에 손바닥을 문질러 닦았다. 풀을 빳빳이 먹인 하얀 블라우스와 빨간색 블레이저 코트가 그녀를 유능함의 화신처럼 보이게 만들기를 바랐다. 그날 아침 매기는 연갈색 곱슬머리를 얌전히 길들이느라 상당한 노력을 쏟았다. 화장 역시 차분했다. 그녀는 일이 꼭 필요한 것이다. "카스테어즈 씨는 지난 일곱 달 동안 가정부를 다섯 명이나 갈아치웠어요. 제일 오래 버틴 기간이 고작 4 주였어요. " 사라 몽고메리는 일부러 뚱하게 말해서, 매기가 이 자리를 사양하게 만들려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정말 자신 있어요." 소개소에서 그녀를 보내지 않을 수도 없었고, 직장 경험도 매우 짧았다. 한마디로 어떤 면에서 보아도 뛰어난 지원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일은 자신 있었다. 몽고메리 부인은 외알 안경 너머로 매기를 빼꼼이 쳐다보았다. 혹 그렇게 해서 매기에게 겁을 줄 의도 였다면, 몽고메리 부인은 상당히 성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매기는 이 여인에게 그 사실을 드러내지는 않을 작정이었다. 그녀는 냉정한 자신감-실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을 얼굴에 가득 담고, 가만히 시선을 되받았다. 기대감이 혈관 속에서 부글부글 끓었다. 그녀는 이 일을 얻어야만 했다. 이 일을 얻으면, 있는 힘을 다해 능력을 보여줄 작정이었다. "목장은 샤이엔느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어요." 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적당한 거리였다. 꼭 마을 근처에서 살아야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으니까. 흥분이 온몸을 휘감아 갔다. 또 한 번의 기회, 절대 놓쳐서 안되는 기회였다. "이전의 가정부들의 말에 따르면, 카일 카스테어즈는 거만하고 위압적이며 까다로운 사람이라는군요. 아무리 해도 그를 만족시킬 수가 없다나요." 매기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카스테어즈라는 사람은 그녀의 아버지나 필립과 비슷한 유형 같았다. 매기는 그런 사람을 다루는데 이골이 나있었다. "그런 사람과 일해본 경험이 있어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사실 사무직은 자신에게 맞지 않았다. 백화점 점원이나, 패스트푸드 가게 직원도 마찬가지였다. 점점 솟아오르는 두려움을 달래기 위해 그녀는 손가락을 십자로 꼬았다. 그녀는 반드시 이 일이 필요했다. 몽고메리 부인이 잠시 그녀를 응시하더니, 펼쳐진 서류철로 다시 시선을 떨어뜨렸다. "좋아요. 카스테어즈 씨에게 전화해서 당신이 간다고 전하겠어요." 그녀는 두꺼운 봉투를 매기에게 내밀었다.


"래프터 목장의 약도와 고용 조건이에요. 궁금한 게 있으면 내게 전화하세요. 행운을 빌어요, 포스터양. 아무래도 그게 필요할 것 같군요." 1. 매기는 흰색의 커다란 농장가옥 부근에 이르자 차의 속도를 늦추었다. 래프터 목장의 사유지에 진입한 뒤로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고속도로에서 농장저택까지는 거리로 3 킬로미터가 훨씬 넘었다. 매기는 새로운 집이자 일터가 될 곳을 훑어보며, 손으로 시동을 껐다. 눈앞의 2 층짜리 목조 건물에 그녀는 매혹되었다. 이런 집을 소유한 남자가 몽고메리 부인이 암시했듯이 과연 그렇게 성질이 고약하다는 말인가? 소개소에서 받은 봉투 속의 약도를 따라, 그녀는 집의 뒤쪽 뜰로 차를 몰고 들어와 있었다. 아무래도 카스테어즈 가(家) 사람들은 앞쪽 현관을 자주 이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집의 삼면을 둘러싼 포치가 뒤쪽에 이르자 갑자기 끊여 있었다. 매기는 점심 준비를 하기 전에 짐을 풀고 잠시 쉴 수 있도록 제법 시간을 여유를 두고 도착했다. 새로운 고용주에게 자신이 충분히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 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이곳에 도착하려고 애썼으며, 의상도 장소와 어울리게 차려입었다. 매기는 약간의 수줍음을 느끼며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청바지는 낡고 편했으며, 위에 받쳐입은 면 티셔츠 역시 그 점은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부츠만 새것이었다. 모자는 갖고 오지 않았다. 옥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일은 주로 집안에서 이루어지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카우보이 모자 하나만 갖춘다면 완벽했을 것이다. 매기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헛간 안팎에 흩어져 일하고 있는 남자들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어떤 남자는 커다란 가축 우리 안에서 말을 돌보고 있었고, 또 한 남자는 손에 둘둘 말린 가죽끈을 들고 거꾸로 엎어놓은 맥주통 위에 앉아있었다. 다른 두 명은 일 손을 멈추고 그녀를 구경했다. 훤칠한 키의 남자 하나가 그녀의 차 소리를 듣고 헛간에서 나왔다. 그녀는 눈이 부셔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린 채 그대로 서있었다. 남자가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가슴속에서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녀는 시간여행을 믿지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자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는 바이킹처럼 보였다. 금발, 넓은 어깨, 185 센티미터를 훨씬 넘는 커다란 키의 남자는 마치 집으로 돌아오는 정복자인 양 흙먼지 날리는 뜰을 지나 성큼성큼 다가왔다. 남자는 넓은 보폭으로 발 아래의 땅을 당당하고 위압적으로 정복하며 그녀와의 거리를 좁혀왔다. 점점 거리가 좁혀질수록, 그는 그녀를 훑어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매기는 시선을 그에게 못박은 채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 손을 내리고,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요즘 세상에 영웅같은 풍채는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그 전형이랄 수 있는 모습이 바로 그녀의 눈 앞에 있었다. 매기는 남자의 넓은 어깨에서 근육질의 가슴을 지나, 가느다란 허리와 좁은 엉덩이, 탄탄한 허벅지로 탐욕스러운 시선을 옮겼다. 청바지는 그의 완벽한 남성다움을 아낌없이 드러내 주었다. 그의 다리를 감싼 먼지투성이의 부츠는 모든 이미지를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다. 매기는 눈을 들었다.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는 복잡한 감정, 존재를 가득 채우는 여성적인 느낌, 그의 노골적인 남성다움에 자신이 여성임을 재발견하는 기대치 못한 기쁨 등을 기록해 둘 펜과 종이가 간절히 아쉬웠다. 하지만 시선이 마침내 그의 얼굴에 도달했을 때, 그의 얼굴을 가득 덮은 험악한 표정에 화들짝 놀랐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에 대한 인식이 번개처럼 다시 돌아왔다. "길을 잃었소?" 손에 들고 있던 모자를 머리에 눌러쓰며, 그가 물었다. 모자챙이 그의 눈 위로 비스듬하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메기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매기 포스터라고 해요. 새 가정부에요." 남자의 눈이 그녀의 호리호리한 몸매를 훑었다. 그의 시선은 반짝반짝 광이 나는 새 부츠에 잠시 멈추었다. 그는 점차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농담하는 거요?" 그가 물었다. "아니에요." 매기는 차안에 손을 뻗어, 채용 서류가 든 봉투를 집었다. 봉투안에서 몽고메리 부인의 편지를 꺼내서 내밀었다. "몽고메리 부인이 전화드린다고 했는데요?" 카일 카스테어즈는 편지를 받아 잠깐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매기를 보았다. 대체 어쩌면 좋다는 말인가? 몽고메리 부인이 어제 전화를 해서 새 가정부를 찾았다고 알려주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 여자가 젊고, 예쁘고, 완전한 부적격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맙소사, 그는 지금 거리에서도 그녀에게서 풍기는 장미향을 맡을 수 있었다. 그의 눈이 다시 그녀의 몸 위로 움직였다. 너무 젊었다. 그보다 몇 살이나 어릴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지나치게 여성적이었다. 그녀의 몸은 필요한 모든 부분에서 적당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자신은 여자를 멀리한 지 오래였다. 하지만 다른 일꾼들의 주위가 산만해 질 까봐 걱정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힘든 일을 감당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몇몇 허영심이 많은 여자들은 목장에서의 삶이 재미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현실은 그것과 거리가 멀었다. 혹시 이 여자는 목장주를 유혹할 작정으로 온 것이 아닐까? 지니처럼? (지니 : 이, 이럴 수가! 나도 알고 보면 자존심이 있는 여잔데.....) 도대체 소개소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레이첼이 떠난 후에 그가 가정부를 다섯 명이나 갈아 치웠다고 해서, 이런 여자를 보내는 구실은 되지 못했다. 그들이 보낸 여자들 중에서 쓸 만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자그마한 여자보다는 훨씬 나은 일꾼들이었다. "여기까지 와 준건 고맙지만, 당신은 안되겠소." 그가 편지를 접어 다시 매기 에게 돌려주었다. 매기는 충격으로 눈을 깜박였다. " 무슨 뜻이에요? 안된다구요? 당신은 면접도 하지 않았고, 내가 요리하거나 청소하는 모습도 보지 않았잖아요. 게다가, 당신에겐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요? 지금 당장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에요." 그녀는 낙천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차 문을 닫고 남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섰다. "카일 카스테어즈 씨 맞나요?" 괜히 주인인 양 거들먹거리는 허드레 일꾼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소. 내가 래프터 목장의 주인이요. 이곳에서는 내 말이 곧 법이요. 방금 난 안 된다고 말했소." 매기는 마치 도움을 구하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카우보이들은 그들을 보고 있었지만, 일손을 놓지는 않았다. 매기는 다시 카스테어즈에게 얼굴을 돌리고, 양손을 허리에 걸쳤다. 그리고는 턱을 호전적으로 치켜 든 채, 좀더 가까이 발을 내딛었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이를 악물고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그래, 나보다 뛰어난 잘난 가정부들은 어디 있나요? 모두 숨었나요? 어째서 내 눈에는 한 명도 보이지 않을까요, 카스테어즈씨?" 그녀는 대답을 알고 있었다. 카스테어즈 역시 알고 있었다. "나를 쫓아내기 전에 적어도 한 번은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주어야지요!" "목장일은 중노동이요. 당신 손은 너무 부드러워서 이곳 일에는 맞지 않소." 카일이 허리에 걸친 그녀의 손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매기는 그를 노려보았다. "난 목장일을 하려고 오지는 않았어요. 가정부로 왔다구요. 가정부 일도 그렇게 힘든가요?" "당신이 예전에 했던 일에 비하면 훨씬." 그의 눈을 계속해서 똑바로 응시하자니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사실 그는 정곡을 찔렀다. 하지만 그


사실을 드러내어 그에게 만족을 주지는 않을 작정이었다. "지금은 누가 집안일을 하고 있죠? " 그녀가 물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새 가정부가 올 때까진 일꾼들과 내가 돌아가며 하고 있소." "고생은 끝났어요. 내가 왔으니까요. 당신들의 새 가정부가 바로 나예요." 그가 고개를 저었다. "일반적으로..." 그녀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의 강철같은 회색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빛 때문에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 일을 그 무엇보다도 원했다. 이것은 마지막 기회였다. 힘없이 차에 올라타 샤이엔느로 돌아가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일반적으로, 뭐요?" 그가 물었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요리를 하나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몇 년간이나 일해온 가정부가 있었소. 자기 어머니가 병이 들자, 그녀는 떠났소. 떠난 지 거의 1 년쯤 되어 가오. 그녀가 떠나자 '일반적으로'의 의미도 바뀌었소. 언젠가는 소개소에서 레이첼처럼 일도 잘하고 오래 함께 있을 수 있는 사람을 보내 줄테고, 그러면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는 거요." 매기가 불안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미소를 지었다. " 내가 바로 그 사람이에요. 내가 보기에, 당신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좋은 기회는 당신이 모두 날려버렸죠. 몽고메리 소개소에서는 다른 사람은 아무도 찾을 수 없었어요. 이제 당신이 기댈 사람은 나뿐이에요." "다른 소개소에 부탁할 수도 있겠지." 그가 그녀에게 인상을 썼다. 아마도 자신의 골치 아픈 상황을 말로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싫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마찬가지에요. 일곱 달 동안 가정부를 다섯이나 갈아치우다니, 별로 좋은 기록은 아니지요. " 이런 말이 어디서 이렇게 잘도 술술 흘러나오는 것일까? 아버지에게는 말대답 한번 제대로 해본 일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 거대한 몸집의 남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지껄이고 있는 것일까? "당신이라고 나을 것 같소? 지금까지 제일 길게 버틴 기간이 고작 4 주였소." 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4 주보다 오래 있을 거에요. 게다가 그 누구보다 뛰어난 가정부가 되어드리죠." 그녀는 얼굴에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 여기 도착한 지 겨우 10 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녀는 전 약혼자인 지니를 생각나게 했다. 외모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지니는 키가 컸고 금발이었다. 이 여자는 훨씬 작아서 머리끝이 겨우 그의 턱에 닿을까 말까 했다. 옅은 갈색 머리는 실크처럼 부드럽게 곱슬 거리며 얼굴을 감쌌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는 정말 보이는 대로 부드러운지 손으로 한번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주먹을 불끈쥐며 그 충동을 억눌렀다. 호르몬은 전에도 그를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 똑같은 행로를 반복할 수 없었다. 이 여자는 주위에 얼쩡거리도록 내버려두기에는 너무 젊고 유혹적이었다. 그는 50 세 정도의 연배에, 아이들은 다 키웠고, 평생을 집안일에 종사해온 그런 여자를 원했다. 목장생활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고, 남자들을 위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며, 가축, 소값, 로데오 등이 중심이 되는 식탁에서의 대화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는 여자, 바로 그의 어머니 같은 여자를 원했다. 솜사탕처럼 가벼운 새파랗게 젊은 아가씨가 아니라. 하지만 그녀는 정곡을 찔렀다. 제기랄! 집안 꼴이 엉망이었다. 그는 매일 아


침 깨끗한 옷을 찾으려고 옷장을 뒤엎어야 했지만, 빨래는 죽기보다 하기 싫었다. 일꾼들은 끼니때마다 이어지는 통조림 요리에 치를 떨었다. 지난달에는 요리하기가 싫다는 이유로 한 명이 그만두기까지 했다. 현장 감독인 랜스조차도 다음 차례가 돌아오기 전에 다른 일을 찾겠노라고 위협하고 있었다. 이 집에 일하러 온 50 세 이상의 가정부 중에는 계속 머무른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지금 승낙을 할 작정이었다. 아마 두고두고 후회 할 테지만. 그녀는 상황을 일목 요연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그는 절망적으로 도움이 필요했다. 그녀가 며칠을 머무르든지 간에 그는 그 도움을 활용할 수 있을 테고, 그 다음엔 소개소에 전화를 해서 계속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 임시로 고용하겠소. 소개소에서 적당한 사람을 보내줄 때까지 만이요." 그가 항복했다. 매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쁨을 숨기려고 시선을 피했다. 자기가 이곳에서 버티고 있는 한, 소개소에서 다른 사람을 보내 줄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제대로만 처신한다면, 책을 끝낼 때까지 목이 달아나지는 않을 것이었다. 일단 원고가 팔리면, 그녀는 출판이 될 때까지 여기서 머물지, 아니면 다른 책을 한 권 더 쓰러 마을로 돌아갈지를 결정하면 되었다. 하여간 그런 결정은 먼 장래의 문제였다. 이제 막 발을 내딛었을 뿐이지만, 머리 속에는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카일 카스테어즈를 만난 뒤로는 더욱 많은 아이디어가 솟구쳤다. 게다가 창작에 적합한 조용한 목장이라는 조건까지 갖추었으니, 지금 시작한 책을 끝내는 대는 겨우 몇 주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기껏해야 두어 달? 그런 다음에는 아무도 그녀를 멈추지 못하게 하리라. "갑시다. 집안을 안내해주겠소. 우선 짐을 풀고, 점심부터 준비하시오. 일꾼 열 명 외에 나와 당신이 있소. 이렇게 많은 사람의 식사를 준비할 수 있겠소?" "물론이죠."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어? 그녀가 먹는 양의 열두 배만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식사시간은 6 시, 1 시, 7 시요. 브랜딩이나 디핑을 할때는 시간이 늦어질 수도 있소." 그녀는 브랜딩이나 디핑이 뭔지 궁금해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곳에 사람이 오래 머무르지 않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하루에 세 끼, 새벽 여섯 시에 식사 한번, 그런 다음 집안을 대충 정리하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그녀의 것이었다. 물론 일주일에 두어번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도 해야 하리라. 하지만 그 정도면 책 쓸 시간은 충분히 남을 것에 분명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이곳에 왔으니 고민 끝, 행복 시작이었다. 카일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뒷문 계단으로 걸어갔다. 그가 처음 두 계단을 건너뛰어 세 번째 계단 위로 훌쩍 올라서자 나무 바닥에 부츠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매기는 종종걸음으로 그를 뒤쫓았다. 나라고 똑같이 못할 줄...으악! 매끄러운 부츠 밑창이 계단 모서리에서 미끄러졌다. 매기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팔을 허우적대다가 카일의 허벅지를 부여안으며 그의 몸에 정통으로 부딪쳤다. 매기가 필사적으로 매달린 탓에, 그의 몸이 기우뚱 기울다가 커다랗게 쿵 소리를 울리며 좁은 포치 바닥에 충돌하고 말았다. 매기 역시 뒤따라 그의 몸 위로 세게 넘어졌다. "어머, 이걸 어쩌나! 정말 미안해요." 매기는 한 손으로 그의 허벅지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로 계단을 짚은 채 무릎을 세웠다. "카스테어즈 씨, 괜찮으세요? 미안해서 어떻게 해요." 혹시 새 고용주를 죽이지는 않았는지 걱정하며, 그녀가 다급하게 그의 다리를 툭툭 건드렸다. 그가 한쪽 팔꿈치를 짚고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그녀를 노려보자, 그럴 걱정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그가 죽는 쪽이 그녀의 신상에 훨씬 이로웠을지는 몰라도 말이다. 그의 눈은 분노로 가득찼고 몸은 점점 더 부풀어오르는 풍선 같았다. "계단이 여러 개 있는데도..." 그가 이를 갈 듯이 말했다. "당신은 한번에 뛰어오르려고 했소."


"알아요...그게...부츠가 미끄러워서요." 그는 일어나 앉아, 탄원하듯 계단위에 무릎을 꿇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보행 능력에 문제가 있소?" 그가 냉소적으로 으르렁거렸다. "사고였어요. 래프터 목장의 주인장께서도 간혹 실수는 하실텐데요." 그는 먼저 일어나서, 그녀의 팔을 붙들어 일으켜 세워 주었다. 그리고는 그녀가 계단 위로 올라설 때까지 기다렸다가 손을 놓아주고는, 입 속으로 뭐라고 투덜거렸다. "네?" "아무것도 아니오." 그가 숨을 들이켰다. "사고는 늘상 일어나는 법이지. 자, 갑시다." 그는 문을 열어, 그녀를 커다란 시골식 주방으로 들여보냈다. 그곳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접시더미는 찬물에 가득 담겨 있었고, 싱크대 위는 사방이 기름투성이였다. 걸을 때마다 발에 설탕 가루가 밟혔고, 창문은 커튼도 없이 허전하게 드러나 있었으며, 식탁은 행주로 훔쳐내지 않아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제때 도착한 것 같네요." 그녀는 경악을 숨기며 말했다. "사람이 필요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소. 당신이 못해낼 거라고 했지" 대체 이남자의 문제가 뭘까? 그녀에 대해 무척이나 불만스러워 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를 전혀 모르지 않는가 말이다. 매기는 턱을 들어올리며, 최고의 가정부가 되고 말리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녀가 책을 다 쓰고 이곳을 떠나려 하면, 그는 더 있어 달라고 애걸 할 것이다. 처음에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무릎을 꿇고 빌겠지. 하지만 그녀는 콧대를 단단히 세우고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걸어나가고 말리라. "저장실과 냉동실은 저쪽에 있소." 그가 벽에 난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식료품이 더 필요할 지도 모르겠소. 울타리 작업과 꼬리표 작업에 매달리느라 그 동안 쇼핑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소. " "그래서 내가 여기 온 거에요. 밖으로 나가 하던 일이나 계속 하는 게 어때요? 전 이곳을 정리할 테니까요. " 이 혼란 속에 약간이나마 질서를 부여하려 애쓰는 동안, 그가 주위를 얼쩡거리며 감시의 눈을 부라리는 것을 원치않았다. 물론 그녀는 슈퍼우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약간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정리정돈쯤은 알아서 할 수 있을 것이다. 식사 준비는 일단 정돈을 끝낸 후에 시작하면 되겠지. "매기 포스터 양." 그녀가 몸을 홱 돌렸다. "뭐죠?" "그저 당신 이름이 맞나 확인을 했을 뿐이요." 그가 말했다. 그리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이었다. "점심은 우리를 포함해서 다섯 명분이면 되오. 나머지 일꾼들은 저녁때까지는 돌아오지 않소. 할 수 있겠소?" "물론이죠." 그녀는 그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밖으로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매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기 앞에 기다리고 있는 혼란으로 몸을 돌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글을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았다. 일단 주방을 치우고 나면 짐을 풀고 컴퓨터를 셋업 시켜야지. 적어도 오늘 하루는 그 정도 밖에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남자들이 점심을 먹으러 들이닥쳤을 즈음, 매기는 주방 정리를 겨우 끝냈다. 적어도 대강은. 그녀는 찬장과 저장실을 뒤져, 래프터 목장의 인부들을 먹이는데 필요한 식료품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재고는 상당히 부족했다. 마지막으로 쇼핑을 한 뒤로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점심 준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허기진 카우보이들의 눈에는 새모이처럼 비칠지도 몰랐다. 땅콩 버터와 젤리에 구운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가 담긴 커다란 접시 두 개가 식탁 중앙에 놓였다. 통조림 스프를 데운 조그만 볼도 여러개 있었다. 스토브 위의 커다란 주전자 속에는 블랙 커피가 끓고 있었다. 적어도 커피만은 충분했다. 카일은 식탁 머리에 앉아 접시들을 응시했다. 그는 천천히 그녀에게 시선을 향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게 점심이요?" 그녀는 갑자기 걱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식료품이 거의 없었다. 그 와중에도 최선을 다해 마련한 점심이었다. 하지만 그의 불만 섞인 표정을 보니, 그녀의 최선이 충분하지 못했음을 즉각 알아챌 수 있었다. 다른 남자들도 각각 의자에 앉았다. 그들도 조용히 샌드위치 더미를 주시했다. 잠시 후, 그들은 하나같이 매기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녀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매키 포스터라고 해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새 가정부에요." "전에는 어디서 일했수? 유치원?" 나이든 남자 하나가 물었다. "먼저들 먹고 있게. 금방 돌아오겠네." 카일이 말했다. 그는 매기의 팔을 잡고 방에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는 복도를 지나, 서재를 사용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문을 닫고 그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들은 서로를 응시했다. "저런 점심을 준비하다니, 장난이겠지?" 그가 물었다. "아니면, 그 정도가 가정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요? 저들은 고된 육체 노동에 종사하는 배고픈 남자들이란 말이오. 티타임을 즐기는 아가씨가 아니란 말이오." 매기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물론 식료품은 부족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가정부였다면, 중노동을 하는 남자들을 배부르게 먹일 수단을 반드시 강구했을 것이다. 땅콩버터와 젤리 샌드위치는 갑자기 유치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설거지를 모두 끝낼 즈음에는, 성찬을 준비할 시간은 차치하고라도 제대로 된 식사조차 만들어낼 시간이 없었다. 갑자기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몸을 꼿꼿이 세웠다. "장난이 아니에요. 재료가 그것밖에 없었단 말이에요. 더 많이 먹고 싶으면, 식료품을 더 많이 사오지 그랬어요!" "그러면 저녁에는 핫도그가 나오는 거요?" 그녀는 빈정대는 그의 말투를 무시하며 고개를 저었다. "마을에 가서 저녁거리를 사오겠어요." "저녁때는 일꾼들이 전부 돌아올 거요. 일꾼 열에, 당신과 나 열 둘이요. 아까는 그 정도 규모의 식사를 충분히 준비 할 수 있다고 했소. 그게 거짓말이었쇼?"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그녀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려는 거야? 샌드위치 접시를 본 순간부터, 그의 마음은 확고하게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용감하게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단호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자, 계속 화를 내는 것이 어려워 졌다. 하지만 근본도 모르는 여자에게 마음이 약해질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녀가 예쁘다고 해도! "저 남자들은 하루종일 힘든 육체노동을 하고 있소. 체력을 유지하려면 많은 식사를 필요로 한다는 말이요. 게다가 우린 땅콩 버터보다는 좀더 실속 있는 음식을 선호하는 편이요." "땅콩버터가 찬장에 들어 있었어요. 그래서 사용해도 되겠구나 생각했단 말이에요!" 그녀가 쏘아 붙였다. 자기가 일을 망쳤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식단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최소한 모두가 배는 채우고 ���지 않은가 말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레이첼은 물론이고 다른 가정부들도 땅콩 버터와 젤리 샌드위치를 내놓은 적은 없었소." 그녀는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앞으로 햄과 치즈, 아니면 로스트 비프 샌드위치를 대접하죠." 그녀가 이를 갈았다. "구눔 치즈 샌드위치는 좋은 발상이었소. 돌아갔을 때 한 두 장이라도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치즈나 빵이 더 있었으면, 더 많이 만들 수도 있었어요. 저장실은 거의 비어있었고, 냉동실에는 고깃 덩어리가 조금 있었지만 재빨리 해동을 해서 사용하기는 힘들어 보였어요. " "그래서 말했잖소. 당신이 잘 해내지 못할 거라고..." 그녀는 화가 나서 홱 몸을 돌려, 요란하게 발소리를 울리며 서재를 나왔다. 그게 그의 결론일까? 겨우 한 끼 식사 후에 해고하는 것이? 그렇게 쉽게 쫓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지. 그녀에게는 이일이 필요했다. 게다가 그는 가정부가 필요했다. 그녀는 흘끗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 사이의 거리 탓인지 훨씬 용기가 솟는 기분이었다. "여기 도착한 지 두 시간밖에 안 지났어요. 당신이 지난 몇 주간 주방에 쌓아 놓은 먼지를 치우려고 삽까지 동원해야 할 지경이었고, 그런 다음에는 식료품도 없는 저장실을 뒤져가며 대여섯 명분의 식사를 겨우 준비했어요. 난 작가예요, 마술사가 아니라. 한 손으로 설거지를 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요리를 할 재주 따윈 없다구요. 부족한 재료로 그 정도 만들었으면 잘한 거 아니에요? 일단 쇼핑만 하면 뭐든 척척 해낼 수 있다구요!" "작가?" 카일이 반문했다. "당신이 작가요?"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바보같이! 실제로 책을 팔기 전에는 아무에게도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와 필립이 그녀를 얼마나 조롱했던가 말이다. 그녀가 눈을 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쉬는 시간에 뭘 하는 지는 내 자유에요. 글을 쓴다고 일을 소홀히 하진 않을 테니까요." "어떤 글을 쓰고 있소?" "소설이요." 그녀가 눈을 내리깔며 중얼거렸다. 그의 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그의 목에서 맥박이 뛰는 모습을 응시했다. 푹 들어간 부분이 느리고 일정하게 불룩거리는 모습에 매혹되었다. 문득 그 부분을 만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정말로 피가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을까? "어떤 소설이오?" 이런 대화는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후에 따라올 경멸과 웃음도. 하지만 처음도 아니었다. 아버지도 그녀의 생각을 비웃었다. 전 약혼자도 그녀의 야망에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아버지든, 전 약혼자든, 혹은 새로운 고용주든, 그녀의 결심을 꺽을 수는 없으리라. "로맨스 소설이요." 그녀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2. "뭐라구?" 카일이 눈을 이글거리며 한 발짝 앞으로 내딛었다. "불장난 얘기를 쓰려고 여기까지 왔단 말이오? 혹시 당신, 자료 조사 따위를 하려고 온 건 아니겠지? 내 목장에서 썩 꺼지시요! 여기선 어떤 종류의 애정 연구도 허락하지 않겠소. 이제 보니 가정부 역할은 구실이었군. 제기랄, 당장 내보내야겠소." "나는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에요. 로맨스 소설을 쓰려고 직접 경험해야 하는 건 아니라구요. 게다가, 당신네 일군을 유혹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어요. 이제 안심이 되나요?"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을 의식하며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일하는 시간에는 책을 쓸 순 없소." "일에는 최선을 다할테니 걱정 붙들어 매시죠, 카스테어즈씨. 전에는 한 번도..." 그녀는 말꼬리를 흐렸다. 원래는, 전에는 한 번도 일을 하다가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말하려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엄연히 거짓이었다. 아버지는 그녀가 칠칠맞지 못하다고 끊임없이 불평을 했었다. 사무실이나 백화점 일 역시 완벽과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패스트푸드 가게에서도 그녀를 해고했다. 도저히 양심상, 카일 카스테어즈에게 자신이 뛰어난 일꾼이었다고 얘기 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녀의 망설임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카일이라 부르시오." 그가 문 쪽으로 다가오며, 험악하게 말했다. "앞으로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두고 보겠소." 카일이 주방 쪽으로 걸어가자, 그녀도 천천히 뒤를 따랐다. 주방은 비어있었다. 접시 위의 부스러기로 보아 남자들이 샌드위치를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카일을 위해 한 쪽이라도 남겨놓았을 지 궁금했다. 최소한 그녀가 먹을 샌드위치 반쪽이라도 남겼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것은 헛된 희망일 뿐이었다. 그녀는 식탁을 천천히 치우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뛰어난 가정부가 되고야 말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하지만 자유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도 결정해야 했다. 그녀는 책을 쓰고 싶었다. 그것도 러브스토리를. 그녀의 약혼자인 필립으로부터 남자를 유혹하는 능력에 대해 잔인한 비난을 들은 후로, 그녀는 다시 사랑에 빠지거나 누군가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처음 필립이 청혼했을 때, 그녀는 그가 완벽한 배우자 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키스는 그의 기준에 미달했다. 결혼 전에 침대에 가기를 꺼려하는 비협조적인 태도 역시, 그녀에게 성적 매력이 없다는 필립의 믿음을 더욱 확고하게 굳혀주었다. 7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비난으로 생긴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버지가 언제나 주장했듯이 현실을 직시하기로 했다. 자신에게 이성으로서 관심을 보여줄 남자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더 이상 품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글을 씀으로써 자신의 낭만적인 본능을 달랠 수 있으리라 여겼다. 타인에게는 독서의 기쁨을 선사하고, 해피엔딩으로 그녀 자신의 욕구도 만족시켜 줄 그런 러브스토리를 .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녀가 상상력이 풍부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서 약간의 정보를 얻는 일도 필요했다. 그녀 자신의 경험은 너무 제한적이었다. 어쩌면 래프터 목장의 카우보이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필요한 정보를 얼마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남자들이 여자들에게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몰랐다. 그녀는 여자로서 자신이 무엇을 싫어하는지에 관해서는 상당한 정보를 확보해 놓고 있었다. 정보의 제공자는 필립과 그녀의 아버지였다. 그 정도면 시작으로는 충분했지만, 그녀가 원하는 심오한 감정을 담은 책을 완성하기에는 부족했다. 마침내 주방이 제 모습을 되찾자, 그녀는 젖은 행주에 손을 닦은 다음 카운터 위에 던져놓고 문으로 향했다. 쇼핑을 나갈 작정이라면 지금 나가는 것이 좋았다. 제일 가까운 마을도 상당한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녀는 헛간으로 가서 카일을 찾았다. 식료품을 어떻게 사면 좋단 말인가? 쇼핑 목록은 이미 작성해 놓았다. 다음 며칠간 필요한 물건이 빠짐없이 기입되어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 아가씨?" 나이든 카우보이가 헛간에서 나오며 물었다. 유치원에서 일하다 온 게 아니냐고 말했던 남자라는 것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망설이듯 미소를 지었다. "실은 카스테어즈 씨를 찾고 있어요. 카일 말이죠. 식료품을 사러 나가야 하는데, 주로 어느 가게를 이용하는지 , 대금 지불은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요." "카일은 밖에 나갔다오. 마을 외곽에 있는 마커스 상점에서 물건을 사기전에 매니저에게 말해두면, 그가 카일 앞으로 청구서를 끊을 거요. 전에 가정부들도 그렇게 해왔다오." "고마워요. 저녁을 준비하러 돌아오겠어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차로 향했다. 여기 오기 전에 식료품이 부족한 줄 알았더라면 오는 길에 들러 쇼핑을 했을 텐데. 하루에 두 번이나 샤이엔느로 나가지 않고 말이다. 매기는 차를 돌려 드리이브 웨이 쪽으로 향했다. 막 드라이브 웨이에 접어들기 직전, 카일이 말을 타고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녀는 그가 먼저 지나가도록 기다리며, 마치 안장 위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편안하게 말등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을 관찰했다. 그의 긴 다리가 말의 옆구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혹은 그가 알든 모르든 간에, 그는 그녀의 책에 등장할 남자 주인공의 모델이 될 것이다. 물론 성격은 적합하지 않다. 그녀는 더 친절하고 부드러운 남자를 원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완벽했다. 거친 골격, 팽팽한 윤곽, 알맞게 그을린 피부-모든 것이 괜찮았다. 모자를 쓰지 않으면 더 좋은데. 그의 숱많은 곱슬머리가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다. 카일은 먼저 지나가지 않았다. 그는 고삐를 늦추고, 그녀가 있는 위치 바로 옆에서 유연한 동작으로 말에서 내렸다. 매기가 창문을 내리자 그가 차 쪽으로 몸을 내밀었다. "떠나는 거요?" 그의 목소리는 만족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식료품을 사러가요. 저녁까지는 돌아 올 거에요." 그녀가 달콤하게 대답했다. 비록 거짓된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 있었지만, 속으로 좌절감에 이를 갈았다. 이 남자가 왜 자기를 쫓아내지 못해서 안달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집안 일과 요리를 하러 누군가가 와주었으니, 엎드려 절을 해도 부족할 판이 아닌가 말이다. "뭘 살거요?" "목록을 보시겠어요? " 그녀는 얼른 조수석에서 쪽지를 집어 열린 창문 사이로 내밀었다. 카일은 그것을 받아들려는 동작을 전혀 취하지 않았다. 창문을 통해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이 강렬하게 반짝였다. 모자 그림자에 가려진 그의 눈은 안개 낀 싸늘한 아침만큼이나 차가워 보였다. 하지만 매기는 그 속에서 화가 난 듯한 뜨거운 은빛 번득임을 보았다. "다시 돌아올 거란 말이요?" 그가 물었다. "그래요! 솔직히, 그런 태도로 날 쫓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에요! 내가 필요하실 텐데요? " "자신이야 말로 내가 필요로 하던 여자란 말씀이군." 그녀는 왜 자신을 원하지도 않은 고용주 밑에서 일하지 못해 안달 복달인걸까?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 볼 수는 없는 것일까? 그녀는 내민 손을 다시 거두어 들여 쪽지를 조수석에 던지고 기어를 넣었다. "난 할 일이 있어요. 당신은 대장이니까 원하면 마음껏 게으름을 피울 수 있겠지만, 난 저녁


식사시간까지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지금 출발해야겠어요. " 그의 이는 그을린 피부와 대조되어 새햐앴다. 심지어 그녀의 불순한 설교에 미소를 지어보일 때조차도. 매기는 심호흡을 한번하고, 눈을 억지로 앞으로 향했다. 걸신들린 일꾼들에게 일곱 시까지 저녁을 차려 주려면 서둘러 출발해야 했다. 카일은 뒤로 물러서서, 매기가 차를 출발시켜 드라이브 웨이로 진입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건방진 여자로군. 지금까지의 어떤 가정부도 그녀처럼 건방지게 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너무 나긋나긋하게 대했는지도 모르겠다. 다음 번에는, 래프터 만한 규모의 목장을 운영하는 목장주에게 적합한 존경심을 표하도록 상기시켜 주어야 하리라. 그녀가 이곳에 임시로 있을 뿐이라는 점과, 다음 가정부가 도착할 때 까지라도 쫓겨나기 싫다면 입조심을 하는 게 좋으리라는 사실도. 4 마커스 상점을 찾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리고 낯선 가게에서 목록에 적힌 물건을 모두 고르느라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그녀가 래프터 목장에 도착할 즈음에는 저녁 식사 시간이 거의 다 되어 있을 터였다. 그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기가 죽지 않았다. 매기는 냉동피자 가게에 들러 커다란 피자 세 판을 구입했다. 카우보이들은 틀림없이 피자를 좋아 할 것이다. 마을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으니 피자맛을 자주 볼 기회도 없었으리라.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피자를 오븐에 넣어 놓아야지. 그런 다음 차에서 짐을 내리는 것이다. 식료품을 모두 안에 들여놓을 쯤이면 피자가 알맞게 구워져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그 이상의 음식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오늘 사온 식료품 중에는 상하기 쉬운 것들이 많았다. 내일이면 로스트 비프, 구운 감자, 야채, 비스킷으로 정식 식사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래프터 목장에 도착하자, 매기는 훈훈한 감정이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마치 집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아직 차에서 여행가방도 꺼내 놓지 못했건만, 이 목조 주택은 몇년동안이나 살아온듯 그녀를 반겨주었다. 차를 뒷문 가까이에 주차하자마자, 카일이 집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조수석 문을 열고, 식료품 꾸러미를 부려 놓기 시작했다. 매기는 피자를 안으로 들고 들어가 오븐을 켰다. 이단 오븐은 사용하기도 편리하고, 여러 개의 피자를 한 번에 구워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래 걸렸군." 카일이 식료품 꾸러미 둘을 기다란 카운터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가게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또, 매니저가 외판원이랑 얘기를 나누고 있어서, 외상 구좌에 오케이 사인을 받을 때까지도 시간이 걸렸구요. 게다가 살게 좀 많아야지요." 그녀는 다른 꾸러미들을 가지러 다시 차로 향했다. 카일이 그녀를 따라왔다. 다른 가정부들도 이렇게 도와주었나요? 하지만 그녀는 묻지 않았다. 도와주는 것만도 감지덕지였으니까. 식료품을 전부 내리자, 카일이 차 트렁크에서 그녀의 여행 가방 두 개를 꺼냈다. "이것들은 당신 방으로 갖다 놓겠소. 방은 계단 위 오른 편이요.오늘 아침 집을 둘러볼 때 보았겠지?" "사실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주방을 청소하느라 너무 바빠서요. 가방은 방안에 던져 놓으세요. 저녁 식사 후에 살펴 볼테니까요." 계단 위 오른 쪽 방이라. 그의 침실 근처일까? 설마 노동자 합숙소처럼 뻥 뚫린 공간은 아니겠지? 그녀는 잠자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별로 걱정되지도 않았다. 카일 카스테어즈가 그녀에게 욕망을 품으리라고는 여겨지지 않았으니까. 매기는 재빨리 냉동식품과 우유를 꺼냈다. 나머지 식료품은 저녁 식사 후에 정리해도 충분했다. 매기는 식탁 준비를 하며, 남자들이 들이닥칠 때까지 모든 것이 준비될 수 있기를 바랐다. 카일에게서 더 이상


불평이 터져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정각 일곱 시에 카일이 주방으로 걸어 들어왔다. 일단의 카우보이들��� 뒷문을 통해 줄줄이 들어왔다. 매기는 어딘 가에서 식사시간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그들은 각자 자신을 소개했다. 매기는 이름과 얼굴을 함께 기억하려고 무진 애를 써야 했다. 그녀는 오븐 속에서 피자를 꺼내 커다란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칼을 찾아 젊은 카우보이 중의 한 명-빌리라고 했던가?-에게 건네주었다. 남자는 매기의 요청에 따라 피자를 잘랐다. 다음에 그녀는 아이스 티, 커피, 그리고 우유를 제공했다. 남자들은 말없이 피자를 먹었다. 피자가 모두 사라지는 순간까지. 그들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매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는 아직 한 조각도 먹지 못했다. 침묵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자 모두의 눈동자가 카일에게로 향했다. 그는 청바지 앞 주머니에 손을 걸친 채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뭐가 잘못 되었나요?" 그녀가 물었다. "아니오. 나머지 음식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요." 카일이 천천히 말했다. 그는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고, 회색 눈을 가늘게 모아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제 어떻게 할지 알고 싶어하는 게 분명했다. 포기하고 떠날까? 아니면 그 이상의 배짱을 가지고 있을까? "나머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재빨리 식탁을 한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이 상황을 오해하고 있었음을 확신하는데는 충분했다. 음식이 모자랐다. 또다시. 침을 꿀꺽 삼켰다. 더 이상은 내놓을 음식이 없었다. 그녀는 피자 몇 조각이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두 조각 이상 피자를 먹어본 일이 없었다. 맙소사, 대체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뚫어지게 그녀만 응시하고 있었다. 매기는 공포에 질려 다시 카일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모가지가 그의 만족도에 달려 있었다. 뜨거운 홍조가 가슴에서 목으로, 그리고 뺨으로 올라왔다. 그 순간 끝없이, 그것도 침묵 속에서 계속 이어질수록 뺨의 열기는 더욱 확산되었다. 그녀는 다시 침을 꿀꺽 삼켰다. 기적을 기원하면서. 카일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의자를 밀치고 일어났다. "오믈렛, 그리고 비스킷. 비스킷 정도는 만들 수 있겠지, 안 그렇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은 대형 냉장고에서 달걀을 세었다. "제이슨, 벙크 하우스에 가서 달걀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게. 여기 두 다스가 있으니, 혹시 있으면 두 다스만 더 가져오게나. 고기는 좀 있나?" "햄이 조금 남아 있는 걸요." 남자 한 명이 대답했다. "그것도 가져오게." 카일이 명령했다. 그는 이미 냉장고에서 달걀을 꺼내고 있었다. 달걀을 네 다스나? 매기는 경악했다. 다음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물론, 여기에는 열두 명이 있고, 이들이 그녀보다 많이 먹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점심 때 그런 곤욕을 치렀으니, 진작에 스스로 깨달았어야 했다. 그녀는 카운터 위에 빈 공간을 만들려고 몸을 움직였다. 각 남자에게 열두 개씩은 돌아갈 만한 비스킷을 만들어야 한다. " 칼, 자네는 피터와 함께 식료품 꾸러미를 치우도록. 트레버, 자네는 양파를 찾아 껍질을 벗기게. 잭은 치즈를 갈도록 하고, 랜스-" "이 몸은 커피와 양념을 담당하죠, 보스." 랜스가 끼어들었다. 그의 눈이 유쾌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피자 부스러기를 치우고 스토브로 향했다. "데니는 야채를 더 찾아보고, 스티브는 잼을 꺼내도록 해."


랜스라는 이름의 카우보이는 매기 쪽으로 팔을 뻗어 커다란 식료품 꾸러미들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우리가 얼마나 먹는 걸 좋아하는지 오래지않아 깨닫게 될 겁니다, 아가씨. 피자 아이디어는 좋았어요. 양이 충분하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 모두 한 사람이 한 판 정도는 해 치울 수 있거든요."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카일은 그에게 눈을 부라리며 스토브 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랜스는 싱긋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이마에 올려 장난스럽게 경례를 붙이고는 천천히 멀어져 갔다. 매기는 바닥이 입을 벌려 자신을 삼켜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최소한 그녀에게는 뭔가 할 일이 있었고, 남자들은 자기네가 직접 요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노골적으로 궁시렁 대지는 않았다. 물론, 그녀는 그들이 무척 화가 나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한 후, 따뜻한 음식을 기대하며 식당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녀는 그들에게 간식 거리만을 대접한 것이다. 이제 그들 스스로 식사준비를 해야 할 판이었다. 그녀는 카일에게 흘끗 시선을 던졌다. 그는 한마디도 나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이 모든 소동에 대해 놀랍도록 침착하고 조용하게 대처하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해고당할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매기는 남자들 사이에 오가는 거친 농담과 웃음소리를 무시했다. 오로지 비스킷 만드는 일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비스킷이 하나씩 완벽한 모양으로 구워지는지 신중하게 감시하면서. 그녀는 실수를 보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잘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카일은 엄격한 사람 같았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는 것을 용서할 사람이 아니었다. 오믈렛이 완성되고, 먼저 구워진 두 판의 비스킷이 식탁 위에 오르자, 남자들은 자리에 앉았다. 카일은 방 건너편에서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스토브를 지키고 있던 그녀의 몸을 빙글 돌려 그의 옆 의자로 밀었다. " 타이머가 있으니 앉아서 먹도록 해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 괜찮아요. 비스킷이 잘 구워지고 있는지 지켜보고 싶어요." 그녀는 그의 친절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 저녁을 망쳐놓은 것이다. 그가 그녀을 억지로 의자에 앉히고, 명령했다. "먹어요." "몽고메리 부인이 당신이 거만하다고 하더군요." 그녀가 버터에 손을 뻗으며 퉁명스레 말했다. "한방 먹었군요, 보스" 식탁 건너편에서 매기에게 느릿하게 미소를 지으며, 랜스가 말했다. "직업소개소에서 또 뭐라고 합디까? 카일이 가정부들을 꽤나 구박한 건 사실이죠. 누구도 2 주 이상은 버티지 못했으니까요." 매기는 사라 몽고메리의 말을 그대로 옮겨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혀를 깨물었다. 카일은 그녀의 보스이니, 그녀의 충성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거만하다고만 했어요." "나라면 노예감독이라고 했을 텐데." 칼이 자기 접시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중얼거렸다. "고집불통이지." 데니스가 거들었다. "완고하다는 건 어떨까?" 잭이 카일에게 흘끗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나라면 무자비하다고 하겠어."


피터가 말했다. "나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식사나 하겠군." 카일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매기는 남자들이 카일을 정말로 존경하고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우보이들이 농담을 던질 정도로 그를 편안하게 여긴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뭔가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움직였다. 자신이 비참한 저녁 식사에 대해서 해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여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카일은 관대하게도 한 번 더 기회를 줄지도 몰랐다. 그러면 다시는 너무 적은 양의 음식을 만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남자들이 먹고 있는 동안, 대화는 목장과 힘든 노동, 아직도 끝내지 못한 사소한 작업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매기는 그들의 이야기에 매혹되었다. 그녀는 스폰지처럼 모든 대화를 흡수했다. 감히 질문을 던질 용기는 없어서, 멍청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며 모든 얘기를 머리 속에 주워 담으려 노력했다. 두어 번, 누군가가 그녀에게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녀는 그들이 하는 말의 의미를 속으로 추측해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모두가 식사와 대화를 충분히 즐기고 나서, 그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카일은 일찍 자리를 떴는데, 매기는 그 사실이 기쁜지 어떤지를 확신하지 못했다. 적어도 꾸지람이 연기된 것만은 사실이었다. 아니면, 혹시 그녀를 해고하려고 하루 분 일당에 대한 수표를 쓰러간 것은 아닐까? 첫날이라 많은 일은 하지 못했다.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일단 주방을 치우고 식료품 저장고를 점검하면서 다음날의 메뉴를 궁리하려고 애썼다. 아무래도 오늘 구입한 분량으로는 이번 주를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 매기는 설거지를 끝내고 계단으로 향했다. 방으로 가서 짐을 풀 생각이었다. 최소한 짐은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카일은 아직 그녀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만일 그녀를 해고할 작정이라면 저녁 식사 직후에 그렇게 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혹은 남자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에라도. 그녀는 너무 예쁜 침실의 모습에 시선을 못 박은 채 문가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사실 한낱 가정부에게는 분이 넘치는 방이었다. 키 큰 장롱의 서랍을 열면서, 그녀는 카일의 방이 어디일까 궁금해졌다. 이 방은 계단 바로 옆에 위치했다. 복도 맞은 편에 문이 하나 있었고, 복도를 따라 세 개의 문이 더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의 방을 찾아낼 시간은 충분했다. 일단 청소만 시작하면 말이다. 매기는 마지막 셔츠를 꺼낸 다음 가방 두 개의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는 침대 아래에 밀어 넣었다. 그녀는 몸을 돌리다가 계단 쪽에서 카일의 발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카일이 이층으로 올라오면 그를 붙잡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았었다. 그래서 서둘러 방을 가로질러 바깥을 내다보았다. 그는 막 계단을 다 올라온 참이었다. 그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자, 즉시 몸을 펴고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지금쯤 자고 있을 줄 알았소. 새벽에 일어나야 할 텐데." "그럼, 해고당한 것이 아닌가요?" 그는 오랫동안 그녀를 응시했다. "글쎄, 그럴 필요가 있겠소? 어쨌거나 당신은 임시로 여기 있을 뿐이니까. 소개소에서 다른 사람을 찾아내는 대로 당신은 떠나야 하오. 아까 당신이 지적했듯이, 앞으로 며칠 동안은 충분히 부려먹을 작정이오. " "아침 메뉴로 팬 케이크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한 사람 당 열 다섯 장씩이요. 그 정도면 되겠어요?" 매기는 그녀가 곧 떠날 것이라는 그의 확신에 무척 실망하며 그렇게 물었다. 하긴 오늘 하루 동안 누구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것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저녁을 망쳐서 미안해요. 피자 두 세조각이면 모두 만족할 줄 알았어요.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어요." "아마 다른 실수가 있겠지." 그가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 주위를 맴돌았다. "피자는 어디서 샀소?" "슈퍼 근처의 냉동 피자 가게에서요. 시간이 너무 늦었기에 그걸로 때우려고 생각했죠." "외상을 허락해 주던가?" "내 돈으로 샀어요." 카일은 오랫동안 그녀를 쳐다보았다. "가정부로 일한 지는 얼마나 되었소?" 그가 천천히 벽에 몸을 기대고 팔짱을 끼면서 물었다. 매기는 그가 한동안 그곳에 있을 작정임을 알았다. 따라서 간단한 대답으로 그를 떨쳐낼 희망은 품지 않은 게 좋을 것 같았다. "집안 일에는 다년간의 경험이 있어요."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비스 대상은 장정 한 다스였쇼?"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사실 한 명 뿐이었어요. 하지만 손님이 많았죠?" "당신 아버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어디 계시오?"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매기는 예의 바른 질문이 어느 틈에 취조로 변하고 있음을 희미하게 감지했다. 그저 안녕히 주무시라고 말하고 문을 닫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쓸데없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었다. "덴버에 사세요." "왜 이 일을 택했소?" 그의 말이 그녀를 나무라는 투로 들리는데? 그는 어쩌면 그녀의 아버지를 동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확실히 그를 보면 아버지가 연상되기는 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었다. 자신이 저녁을 망쳤을 때 아버지가 대신 거들어 준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라면 뒤로 가만히 물러앉아 그녀가 뭔가 다른 것을 준비하기를 기다리며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이다. 카일은 한마디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라리 그가 잔소리를 늘어놓는 게 더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의 친절함은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녀에게 익숙한 것은 성난 꾸지람이지 친절이 아니었다. "그만한 스토리를 생각해 내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면, 당신의 첫 번째 원고를 탈고했을 때쯤이면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있겠소." 그가 비꼬듯이 천천히 말했다. 그는 벽에 기댔던 몸을 일으켜, 복도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이나 자요. 새벽 여섯 시까지는 금방이니까." 그가 어깨 너머로 소리쳤다. 그가 왼편 제일 먼 곳에 있는 침실 안으로 사라지자, 매기는 안도감에 몸을 축 늘어뜨렸다. 최소한 첫 번째 날은 넘긴 것이다. 그녀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녀는 바보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에게 충분히 대답을 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하긴, 누가 이런 시골구석에 있는 집에서 오래 일하고 싶어하겠는가? 그녀는 승마를 잘 하지 못했고, 말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다. 또한 가축에 대해서는 쥐뿔만큼도 아는 게 없었다. 더구나 남자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그녀는 한동안 여기에서 머물 작정이었다. 내일은 집안을 정돈하고, 컴퓨터를 셋업한 다음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어쨌거나 오늘 받은 떨떠름한 대접 따위는 툭툭 털어 버리고 카일이 얘기한 대로 침대로 가서 참이나 푹 자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5. 열 한 명의 남자가 아침 식사를 마칠 즈음, 매기는 졸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일찍 일어났고, 일꾼들이 들이닥쳤을 때에는 모든 준비를 마쳐놓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제대로 해냈다. 모두에게 음식이 충분히 돌아갔던 것이다. 팬 케이크, 소시지, 심지어 잭에게는-그가 요청해 왔다-달걀 프라이 두 개도 구워주었다. 하지만 주방을 치우는데 한 시간 이상이 ���렸고, 컴퓨터를 셋업하기 전에 집안의 나머지 구역을 탐사하고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양심적으로 말해서, 그녀는 맡은 일에 먼저 일차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자기만의 시간과 작업은 좀더 기다려야 했다. 이제 곧 점심을 준비해야 하고, 저녁 메뉴도 짜야 되겠군. 매기는 미지근한 커피를 홀짝이며, 대체 애초에 기대했던 자유시간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의아스러워 했다. 현재의 속도대로 라면, 주말이 되어도 컴퓨터를 자에서 꺼내오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매기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으므로, 단호하게 일에 달려들었다. 일단 부엌일이 끝나자 아래층의 방들을 순회했다. 커다란 거실 벽에는 가족 사진들이 잔뜩 걸려있었다. 사진들을 훑어보았다. 눈 속에서 장난치거나, 어딘가에서 소풍을 즐기는 행복한 가족-어머니, 아버지, 세 아이들-의 정경. 그리고는 아이들의 사진들뿐이었다. 매기는 아이들이 점차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았다. 가장 최근의 사진들은 새로운 가족 집단을 보여주었다. 카일의 형이나 누이동생은 최근에 자신들만의 가족을 새로 꾸려 나가기 시작한 게 분명했다. 왜 카일은 결혼하지 않았을까? 마치 그녀의 생각 속에서 튀어나온 듯, 카일이 복도로 향하는 아치에 모습을 드러냈다. " 여기서 뭘하고 있는 거요?" 그가 허벅지에 모자를 툭툭 치며 물었다. 그리고는 매기가 사진에서 고개를 돌릴 때의 죄의식 섞인 표정을 응시했다. "그냥 둘러보고 있었어요. 이 방은 대청소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녀가 서둘러 대답했다.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가족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진들은 계속 뇌리에 남았다. 그녀는 까다로운 남자의 외동딸이었다. 어머니는 그녀가 아주 어렸을때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그녀를 소풍에 데려가거나, 눈밭에서 함께 놀아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낸 카일은 행운아였다. 순간 매기는 참을 수 없는 질투심을 느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집 전체를 대청소해야지." 그가 방을 흘끗 둘러보며 말했다. 매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키가 컸다. 그를 자신의 책에 남자 주인공으로 삼으려면, 키가 정확히 얼마 정도인지를 알아야 하리라. 점점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그녀는 자신의 머리가 그의 턱 부분에 간신히 닿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어깨도 훨씬 넓어 보였다. 문득, 손으로 넓이를 재어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근육이 얼마나 단단한지, 그 강도가 어느 정도 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시선을 돌리려고 했다. 비록 조사를 위한 관심이긴 했지만, 마음속에 쓸데없는 생각이 솟아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떨리는 숨을 내쉬며, 무슨일을 하려고 했었는지 기억해 내려고 애썼다. "당신, 괜찮소?" 카일의 날카로운 음성이 몽롱한 머리 속으로 뚫고 들어왔고, 그 바람에 그녀는 얼른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 "물론이죠." "무아지경에 빠진 표정이군"


"소설에 쓸 내용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는 숨결이 그녀의 뺨에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몸을 내밀었다. 문득 황홀해진 매기는 그의 뺨을 만지거나, 입가의 오목한 부분을 쓰다듬거나, 손끝으로 입술을 더듬어 정말 보이는대로 부드럽고 따뜻한지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루치의 임금을 받으려면 그 만큼의 일을 하도록 하시오" 그녀가 눈을 깜빡였다. "게으르다고 비난하는 거예요? 전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구요." "도착한지 24 시간이 지났지만, 당신은 우리를 굶주리게 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소." 점차 화가 치밀었다. 어떻게 그녀의 노력을 과소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주방을 치웠고, 쇼핑도 나갔어요. 잊었나요? 두 가지 모두 기념비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구요." "아암, 그런데 당신이 사 가지고 온 식료품의 양으로 보아 내일도 또 나가야할 거요" "잠깐만요. 당신들이 그렇게 많이 먹을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카스테어즈 씨, 내가 기억하기로 분명히 어제 나갈때 목록을 보여 주겠다고 했을텐데요. 당신이 그 쪽지에 눈길 한 번만 주었더라도 내가 얼마나 사태를 가볍게 생각했는지 깨닫고 충고를 해주었을 거예요. 따라서, 내일 다시 쇼핑을 나가야 한다면, 그건 당신에게도 나만큼의 책임이 있는 거에요." 카일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응시했다. "지금 자신의 무능을 내 탓으로 돌리는 거요?" 그녀는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무능하지 않아요. 경험이 좀 부족할 뿐이지. 그거야 벌써 알고 있던일 아닌가요?" "친애하는 포스터 양, 나는 소개소에서 유능하고 능력있는 사람을 보내줄 걸로 기대하고 있었소. 두 살박이 아이처럼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주어야 하는 여자가 아니라." 그녀는 그의 오만한 얼굴을 노려보며, 발로 힘껏 걷어차 주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두살박이 아니라니요? 일단 컴퓨터만 설치하고 나면, 다음 번 쇼핑을 나갈때 필요한 물건을 전부 살 수 있도록 기다란 목록을 만들 거예요." 어떤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하지만 그걸 다 차에다 실으려면..." 그녀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녀의 차는 어제 정도의 식료품만으로도 가득 찼었다. 그보다 많은 양의 물건을 산다면 같은 길을 두 번 왕복해야 할 것이다. "목장에서 쓰는 픽업 트럭을 이용해도 좋소. 짐칸에 식료품을 실으면 되오. 다른 가정부들도 그렇게 했소." 그녀가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트럭을 몰 줄 모른데요." "일반 승용차와 비슷하오. 하지만 굳이 자신이 없으면 일꾼 한 명을 데리고 가도 좋소." "자신 있어요." 그녀의 어조는 당당했고,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남아있었다. "물론, 그렇겠지." 그의 부드러운 어조가 신경을 긁었다. 그녀는 시선을 떨구고, 그가 말을 하는 동안 입술의 움직임을 응시했다. 기묘하게도 그 입술이 자기 입술에 닿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녀 는 필립과 수없이 키스해 보았다. 하지만 별로 좋아했던 기억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읽은 모든 로맨스 소설에서 키스는 최고로 근사한 경험이라고 묘사하고 있었다. 카일의 키스는 근사할까? 아니면, 필립의 키스처럼 축축하고 혐오스러울까? 카일은 아침에 면도를 했다. 그래서 피부가 부드럽고 따뜻해 보였다. 만일 그가 키스한다면, 그의 피부가 주는 느낌이 어떤 것일지도 알 수 있을까? 그의 팔이 몸을 감싸 안으면... "매기!"


그녀가 펄쩍 뛰어올랐다. "네?" 그는 그녀의 턱 아래에 손을 대고, 자신의 시선과 마주치도록 얼굴을 들어올렸다. 불쾌하게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이 가늘게 좁혀져 있었다. "매기, 마치 학수고대하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나를 쳐다보는 군. 내게 수작을 걸어볼 작정이라면 당장 그만두는 게 좋을 거요. 전혀 흥미 없으니까. 혹시 당신의 그 망할 놈의 로맨스 소설에 응용할 목적이라면, 다른 사람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게 나을 거요." 그녀는 고개를 홱 치우고 뒤로 물러섰다. 부끄러움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일꾼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요?" "나를 건드리지 않는 게 더 중요하오." "난 아무짓도 하지 않았어요." 그녀가 항의했다. 상상이 지나쳤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그것을 알아차렸을리 없다.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은데" 그가 또다시 허벅지에 모자를 툭툭 치며 몸을 똑바로 폈다. 그리고는 마치 자신이 그곳에 있는게 놀랍다는 듯 방을 둘러보았다. "서류 작업할 게 있어서 돌아왔소. 피자 값으로 얼마가 들었는지 말해봐요. 돌려주겠소." "그럴 필요 없어요. 어제 그렇게 실수를 했으니 최소한 그 정도 보상은 해야죠." "당신이 우리에게 음식을 사줄 필요는 없소." "상관없어요" "매기, 밥값은 내가 내는 거요." "좋아요! 지갑에 영수증이 있어요. 청소가 끝나면 갖다 드릴께요" "좋소. 세탁해야할 옷가지가 좀 있소." "가져오세요. 그래서 제가 여기 있는 거니까요." 그녀가 퉁명스레 말했다. "그 점을 잊지 마시요" "네?" "당신이 여기 있는 이유 말이오. 충동을 느낄 때마다 글을 쓰려고 사라지는 게 아니고" 글쓰기는 지금 그녀가 이 순간 느끼는 충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머리통을 화병으로 세게 내리치는 것이 훨씬 현재의 심정과 가까웠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를 스쳐지나갔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그렇게 말해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어요. 내가 이일을 얼마나 잘해낼지 두고보면 아실 거에요." "능력을 증명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군." 그가 다시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며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복도를 지나 서재 안으로 사라졌다. 6. 어쩌면 이 작업은 글을 쓰는 일과 병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매기는 점심식사를 위해 몰려든 남자들에게 길을 내주었다. 그녀는 이들을 위해 두툼한 로스트비프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한 사람당 세 개 씩 돌아가도록. 그리고 엄청난 양의 과일 샐러드-어제 사 가지고 온 과일과 야채를 빠짐없이 잘라 넣었다-와 감자칩 세봉지가 식탁을 장식했다. 그들이 먹기 시작하자, 그녀는 뜨거운 커피를 따랐다. 카일은 다른 일꾼들보다 몇 분 늦게 들어왔고, 이번에는 음식을 충분히 준비했는지 확인하려고 식탁을 한번 훑어본 다음에야 매기에게 시선을 던졌다. "커피 들겠어요?"


그가 식탁에 앉자 그녀가 물었다. "좋소" 카일은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잔 테두리 너머로 그녀를 응시했다. 매기는 그의 눈을 그대로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매기의 엉덩이와 긴다리를 타이트하게 감싼 청바지로 천천히 내려갔다. 다음 순간, 그는 거칠게 잔을 내려놓고는,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남자들을 흘끗 둘러보았다. 랜스가 그의 눈을 마주보다가 , 매기에게 시선을 던졌다. 카일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매기 때문에 다른 남자들의 정신이 분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카일은 랜스를 노려보았다. 래프터 목장의 현장감독은 다시 그의 눈길을 마주 보더니 싱긋 웃었다. 카일은 자신의 정신이 산만해지는 것도 원치 않았다. 매기는 소개소에서 다른 가정부를 보내줄 때까지만 임시로 고용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그 사실이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매기가 그의 옆에 앉아 샌드위치에 손을 뻗자, 그녀의 동작이 얼마나 우아한지, 그녀의 머리카락이 불빛을 받아 얼마나 현란하게 반짝이는지 의식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또, 그녀가 얼마나 수줍게 거친 카우보이들에게 눈길을 던지는지, 그리고 얼마나 쾌활하게 그들의 농담을 받아넘기는 지도. 순간, 해묵은 분노가 표면 위로 솟구쳤다. 지니는 모든 사람에게 매력을 과시했고, 그가 거의 폭발할 지경에 이를 때까지 온갖 남자와 시시덕거렸다. 그가 화를 내면, 그녀는 상처받은 듯 행동했다. 그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일종의 게임이었다. 그는 매기를 관찰했다. 그리고 그녀의 태도가 불장난보다는 우정쪽에 가깝다는 것을 발견하고 더욱 짜증이 났다. 그녀의 동그란 눈은 남자들에게나 매력적인 목장생활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고, 일꾼들은 그녀에게 뭐든지 설명해 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매기는 카일의 눈길을 느꼈지만 무시했다. 그녀는 피터가 들려주는, 말굽에 편자를 박는 방법에 온통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짐짓 가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주의는 분산되었다. 일부는 정말로 피터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또 다른 일부는 카일 카스테어즈가 그녀 옆에 올때마다 느끼는 자신의 반응을 분석해 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것은 미묘했다. 마치 그녀가 그에게 공명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그가 언제 자신을 쳐다보는지 알았고, 마치 손으로 만져지는 것처럼 주목받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마주보며, 그가 먼저 시선을 피할 때까지 계속 응시하고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행동은 그의 자만심을 부추길 따름이었다. 어쩌면 그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카우보이들과 불장난을 하거나... 랜스가 그녀의 시선을 붙잡았다. 그는 그녀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카일에게 시선을 던졌다가, 다시 매기에게 되돌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매기는 얼굴을 붉혔다. 그가 그녀의 마음을 읽었을까? 랜스가 그녀에게 윙크하자, 얼른 눈길을 돌렸다. 랜스에게 똑같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었다. 그는 핸섬하고 남자다웠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이끌림이 없었다. "오후에 내가 함께 있어도 될까요?" 랜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목장을 한바퀴 구경시켜주고 싶은데" "그녀는 할일이 있네" 카일이 현장감독에게 인상을 쓰며 으르렁거렸다. "그녀는 집안 일을 하라고 고용된 거지, 근무시간에 자네와 놀아주라고 고용된 게 아니야." 랜스는 빙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럼요, 보스. 그저 매기가 목장 구경을 하고 싶어할 것 같아서요. 그녀도 이제 집이라고 부르는 곳에 대해 좀더 알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그녀는 이곳을 집이라고 부를 만큼 오래 머물지 않을 거야." 카일이 매기를 노려보며 말했다. 남자들이 먹던 동작을 멈추고 카일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매기를. 천천히, 한 명씩 그들은 서로를 응시했다. 대화가 몇 분간 끊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재개되었다.


매기는 뭔가를 집어던지고 싶었다. 그녀가 불청객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대고 광고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 말이다. 잠시 후, 그녀는 내심 아직도 분을 삭히지 못한 채로 랜스를 응시했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어주어서 고마워요. 제가 쉬는 날에 안내해주세요." 매기는 불손한 시선으로 카일을 노려보며, 감히 자유시간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작정이냐는 듯 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상관이 아무리 인색하고 매정하다고 해도, 누구나 일주일에 하루쯤은 쉴 자격이 있는 것이다. "목장을 꼭 구경하고 싶다면, 내가 안내해 주겠소." 카일은 커피 주전자를 들어 다시 잔을 채우며 말했다. 매기는 랜스와 함께 목장을 둘러보면 즐거우리라고 생각했지만, 카일과 함께라면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이 목장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는 이 목장의 주인이 아닌가? 식사가 끝나자 매기는 다시 청소를 계속했다. 거실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은 이미 끝내 놓았다. 이제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거실도 마저 청소를 끝내고 싶었다. 거실은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구석구석의 먼지를 털었고, 사진들을 닦았으며, 바닥도 청소기로 밀었다. 거실이 환해지려면, 창문도 닦아야 할 것 같았다. 혼란 속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에는 뭔가 만족스러운 요소가 있었다. 그녀는 거실이, 그리고 집안이 달라지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남자들이 달라지는 모습도. 카일은 점심식사 후에 서재로 사라졌다. 매기는 때때로 그의 음성을 들었다. 전화 통화를 하는 모양이라고 매기는 추측했다. 그녀는 윈도우 클리너와 종이 타월을 들고 거실에서의 마지막 작업을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그녀의 시선은 종종 앞에 펼쳐진 푸른 목초지에 가 닿았다. 어쩌면 여주인공이 거대한 초원에서 길을 잃게 만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눈쌀을 찌푸렸다. 그렇게 되면 남자 주인공이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매기?"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카일이 바로 뒤에 서있었다. 그녀는 그가 들어오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네" "뭘하는 거요?" "창문을 닦고 있어요" 달리 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단 말인가? "한참을 꼼짝도 하지 않던데? 난 알고 있소. 쭉 보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창문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클리너는 말라 있었다. 또다시 백일몽에 빠져 있었던 것일까? 매기는 가책을 느끼며, 클리너를 다시 뿌리고 유리 위의 얼룩을 세게 문질렀다. "볼일이 있나요?" "점심 식사 후에, 당신의 휴일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소. 다른 사람들 처럼 토요일과 일요일이 어떨까 생각하는데?" "식사는 어떻게 하구요?" 그녀가 물었다. 부끄러움 때문에,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손을 쉬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녀는 백일몽 때문에 또다시 해고당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이전에 세 번이면 충분하고도 남았다. "각자 해결할 수 있소." "원한다면 요리는 할 수 있어요. 나머지 시간에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상관없어요. 달리 갈데도 없는 걸요." "일꾼들은 대부분 토요일이면 마을로 놀러 나가오. 당신은 일요일 저녁 분까지 우리가 데워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면 되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몸의 구석구석이 카일의 몸이 가까이 있음을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그녀는 부지런히 다음 유리창에 클리너를 뿌리고 닦아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일에 집중하는 체함으로써 그에게 반응하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애썼다.


" 내가 들어왔을때 뭘하고 있었소?" "목장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여기는 참 아름다워요. 멀리 산도 볼 수 있고, 사방에 푸른 초원이 가득 펼쳐져 있어요. 저기 왼쪽으로 가축도 몇 마리 눈에 띄는군요." "거실이 깨끗해졌군." 그가 내키지 않은듯 말했다. 그는 할 일이 있었다. 그는 가정부가 창문을 닦고 있는 동안 주위를 얼쩡거릴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떠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주위를 흘끗 둘러보자, 그녀가 얼마나 꼼꼼이 청소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벽에 걸린 사진들까지도 반짝 반짝 광이 났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일단 일을 시작하자, 대단히 부지런한 일꾼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하지만 아까 거실로 들어왔을 때, 그녀의 마음이 여기서 수천 킬로미터는 떨어진 곳을 헤메고 있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당신 가족 사진인가요?" 그가 떠났는지 보려고 몸을 돌렸을때 그가 사진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가 물었다. "형과 누이동생 사진이요. 부모님은 우리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소." "안됐군요. 형과 여동생은 이 근방에 살고 있나요?" "엔젤은 라라미에에 살고 있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 레이프와 형수는 잰슨 홀에 목장을 갖고 있소." "그럼 형도 목장주로군요, 당신처럼." 카일은 그녀에게 얼굴을 돌렸다. 무심한 표정이었다. "형은 언제나 목장주였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형은 우리를 떠맡아 엔젤과 내가 성인이 될때까지 돌보아 주었소. 래프터 목장은 우리 모두의 것이오.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하지만 당신이 운영하잖아요?" "그렇소. 내가 운영하오." "매우 성공적으로요?" 매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카일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갑자기 거실 전체에 긴장감이 돌았다. "충분히 성공적이지" 그가 쏘아붙였다. 매기는 자기가 무슨 말을 잘못했는지 의아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뭔가를 잘한다는 칭찬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카일을 화나게 만들지 않고 몇 분간이라도 대화를 끌어 온 것에 거의 축하하고 싶은 기분까지 들었던 참이다. 그녀가 그의 신경을 건드린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게 뭘까? "한가지만 분명히 밝혀두겠소." 그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곳은 가족 소유의 목장이요. 내가 전부 소유한 곳이 아니요. 그리고 내 지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소. 특히나 당신처럼 경박한 여자와는" 매기는 그를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이 사람이 미쳤나? "잠깐만요, 내가 대화의 요점을 놓쳤나요? 난 당신과 이 목장을 공유하고 싶지 않아요. 난 여기 일을 하러 왔어요. 책을 다 쓰고 나면, 마을로 돌아가서 나만의 아파트를 구해서 다시는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지 않을 거에요." "그렇겠지." 그녀는 그의 냉소적인 어조에 격분했다. 그녀는 대담하게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턱을 치켜올렸다. "잘 들어요, 잘난 목장아저씨. 난 당신이나 다른 어떤 남자와도 시시덕거릴 기분이 아니에요. 게다가 누구도 유혹하면 안 된다는 명령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구요. 내겐 그럴 여유도 없어요. 잊었나요? 난 오로지 책 쓰는 일과 새로 맡은 일을 잘 해낸다는 것에만 정신이 쏠려 있어요. 특히나, 어떤 가정부도 한 달 이상은 못 견디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잘난척하는 목장주에게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단 말이에요."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는 비난인가?" 그가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줄 생각이 없어요! 난 여기 일하러 왔을 뿐이라구요!" "그리고 책을 쓰러 왔겠지" 그가 밉살스럽게 덧붙였다. "그것도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들을 많이 보았지 이번에는 만만하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거요" 그가 경고했다. 격분한 매기는 양 주먹을 허리에 얹었다. 그리고 좀더 가까이 발을 내딛었다. "꿈 깨시죠, 카우보이 나리. 나는 오만하고 잘난 척하는 남자라면 신물이 나는 사람이에요. 혹시 내가 머리가 돌아서 다시 그런 사람과 사귄다고 해도, 당신은 제일 마지막 순번이에요!" "좋소. 이제 서로의 입장이 분명해졌군. "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아주 조금 긴장을 풀었다. "나도 전에 약혼한 적이 있소. 원하는 것은 목장과 돈이 전부인 여자였지."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분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의 아무렇지도 않은 어조 뒤에 숨은 상처와 환멸을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카일의 여성 경험은 그녀의 남성 경험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는 듯 했다. "똑같이 색안경을 끼고 나를 판단하지 마세요. 난 당신의 목장도, 돈도, 그리고 당신도 원하지 않아요." 거짓말쟁이. 그녀의 양심은 그녀가 얼마나 이 남자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지 알고 있다고 속삭였다. 카일은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자기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조금도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원했다. 갑자기 내부의 모든 본능이 자기 앞에 너무도 당당하게 서있는 이 호리호리한 여자를 믿으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는 지니의 배신을 발견한 이후로 이런 기분은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는 이런 감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이 여자가 얌전하고 고분고분 하며 목장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를 바랬다. 참을 수 없는 욕망때문에 이런 여자와 쓸데없이 얽혀들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욕정이라면 그는 통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그밖에 다른 것이 있을리는 만무했다. "...랜스와 가겠어요." "뭐라구?" "주말에 당신이 목장을 안내할 필요가 없다구요. 랜스와 갈테니까" "어림없는 소리. 이 목장의 주인은 나요. 그리고 당신이 랜스와 어울리는 것은 반대요. 목장을 구경하고 싶다면 나와 함께 가는 거요." "그렇다면 내가 당신을 유혹하려 한다고 비난하면 안되겠군요, 그렇죠?" 그녀는 조롱기를 가득 담고 그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가증스런 표정에 그는 그녀의 얼굴을 깨끗하게 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렇겠지." 그녀의 미소가 잠깐 희미해 진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다시 환하게 얼굴이 밝아졌다. "좋아요, 카우보이 나리. 여자들에게 시달리느라 고생 꽤나 하시나 보군요?" "내가 감당 못할 것은 없소." 그는 천천히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그가 모종의 의지를 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머리 속에 경고음이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뒤로 물러섰다. 그의 성질을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너무 늦었소, 아가씨." 카일이 손을 뻗어, 그녀의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 아래로 손을 미끄러뜨려 목덜미를 만졌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매기는 비명을 지르려고 입을 벌렸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너무 늦었다. 그의 입술이 타는 듯한 키스로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찌르는 듯한 열기가 그녀의 몸을 관통했다. 다리의 근육이 점차 힘을 잃었다. 삶이 맥동하듯 쿵쿵 울렸고, 울렁거리는 의식은 키스를 위해 그녀의 머리를 붙들고 있는 남자에게 집중되었다. 그의 입술은 관능적인 춤을 추면서 그녀의 입술 위에서 움직였다. 몸 속의 모든 신경 마디가 욱신거렸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 속의 어두운 동굴 속으로 짧은 침략을 감행하자, 매기는 예상치 못한 기쁨에 부드럽게 신음을 토했다. 그녀는 갈망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인정했다. 그녀는 더 많은 것을 원했다. 그래서 더 가까이 몸을 기대던 매기는 그의 몸에 닿자 벼락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가 한팔로 그녀의 몸을 휘감고, 바위처럼 단단한 자신의 몸에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그의 단단한 가슴팍은 그녀의 부드러움과 대조를 이루었고, 그의 두 다리는 두 사람 모두들 지지할 수 있을 만큼 강건했다. 그녀는 그의 등에 양팔을 둘러, 셔츠를 통해 전해오는 열기와 힘줄이 불거진 강력한 근육을 만끽했다. 내부에서 솟구치는 불길에 휩싸인 매기는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녀는 오로지 느끼고 경탄할 뿐이었다. 이 키스는 책에서 읽은 만큼이나 괜찮았다. 아니, 훨씬 나았다. 다음 순간 카일이 양손을 그녀의 어깨 위에 짚고는 뒤로 물러섰다. 그의 예리한 눈에는 감정이 드러나 있지 않았다. 매기는 천천히 눈꺼플을 들어 그를 올려다 보았다. 자신의 감정이 모두 드러나 있으며, 그 감정을 숨길 만한 의지력을 끌어 모을 수가 없음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당신책에도 이런 장면이 나오겠지?" 그가 탁하게 물었다. 매기는 즉시 손을 내리고 고개를 돌렸다. 기묘하게도 마음이 아팠다. 이 남자에게는 지금의 키스가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까? 뭔가를 느낀 것은 그녀뿐이란 말인가? "아마도요" 그녀가 차갑게 대답했다. 비록 늦었다고는 해도, 마음에 입은 상처를 우선적으로 복구해야 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어깨를 폈다.그리고는 청소를 계속하기 위해 창문쪽으로 향했다. 무릎이 여전히 후들거린다는 것을 그가 알아차리지 못하기만을 바랄 따름이었다. 그녀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의 맛이 났다. 갈망이 그녀를 덮쳤다. 그녀는 더 많은 것을 원했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한다면 사과하겠소."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무엇 때문에요? 키스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당신은 자기 입장을 분명히 했고, 나도 그렇게 했어요. 우린 서로를 원하지 않는다는 거죠. 앞으로 당신 곁에는 얼씬도 하지 않겠어요. 당신도 내 곁에 얼씬거리지 마세요." 그녀는 떨리지 않고 흘러나오는 자기 목소리에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제발 이만 나가달라구요. 얼마간 침묵이 흐른후, 매기가 어깨 너머로 흘끗 시선을 던졌다. 카일은 가고 없었다. 매기는 제일 가까운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키스의 모든 순간을 회상하면서 천천히 손끝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카일은-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치고는-대단히 확실하게 키스란 무엇인지를 보여 준 셈이었다. 7. 짜증스럽게도, 매기는 원하는 만큼 그 키스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오후에 일을 하는 도중에도 기억은 시도 때도 없이 표면위로 부상했다. 그녀는 좌절감에 분통을 터뜨리며, 저녁 준비를 하러 주방으로 발을 쿵쿵 울리며 들어갔다. 식사 준비를 하다보면 카일 카스테어즈와 그의 끝내주는 키스에 대한 생각을 마음속에서 몰아 낼수 있을지도 몰랐다. 으깬 감자를 휘젓고 있는데, 랜스가 카우보이다운 매력을 과시하며 주방으로 어슬렁어슬렁 들어왔다. 매기가 고개를 들고 미소를 보냈다. 여기에는 어떤 애매하거나 바밀스러운 요소따위는 없었다. 그는


암컷을 찾아 배회하는 수컷이었고 그들은 둘 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안녕, 귀여운 아가씨. 내가 도와줄까요?" 그가 가까운 주방 카운터에 몸을 기대며 물었다. "괜찮다면 식탁을 차려주세요" 그가 그녀에게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의 자존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목장에서 적어도 한사람쯤은 그녀를 쫓아내고 싶어서 안달하지 않았다. "글쎄, 그냥 수다나 떨면서 당신이 일하는 모습을 구경이나 했으면 좋겠는데?" "다른 사람이 고생하는 걸 보며 쾌감을 느끼겠다, 이건가요?" 그녀가 빙긋 웃었다. 그는 괜찮았다. 친절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다른 남자들과는 달랐다. "내 일만 해도 힘에 부친단 말이요." "혹시 부탁 하나 들어주시겠어요?" "예쁜 아가씨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매기는 그의 노골적인 희롱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았고, 어떻게 응수해야 하는 지도 알지 못했다. "아직 차에서 컴퓨터를 내릴 시간이 없었어요. 부탁이니 대신 그걸 방에 갖다 놓아주시겠어요?" "그럼"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열쇠는 어디 있소?" "지갑 안에요. 제 방의 화장대 위에 있어요. 이층 계단을 올라가 첫번째 방이요." "찾아보겠소" 랜스는 그녀의 열쇠를 찾으러 나갔다. 매기는 온기를 유지하려고 스토브 위에 으깬 감자 그릇을 얹어 놓았다. 그리고 비스킷의 상태를 점검했다. 비스킷은 완벽했다. 1~2 분만 있으면 알맞게 구워질 것이다. 그녀는 오븐을 닫고, 식탁 위에 접시와 수저를 올려 놓으려고 몸을 돌렸다. 그녀는 남자들의 고성이 오가는 것을 듣고 동작을 멈추었다. "자네가 어째서 매기의 방에서 나오는 거지?" 카일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식탁위에 모든 것을 던져놓고, 그녀는 복도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열쇠를 찾으려고요. 그래야 그녀의 차에서 컴퓨터를 꺼내올 수 있으니까요." "그녀가 부탁했나?" "사실을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카일에게 당당히 대꾸하는 랜스의 눈이 유쾌하게 반짝였다. 그들에게 이르자 매기는 걸음을 멈추었다. 복도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죽은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그들은 신호만 떨어지면 싸움을 벌일 태세로 보였다.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거기에 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문제의 원인이라면-이유는 알수 없다고 해도-상황을 중재할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 카일을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랜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컴퓨터는 내가 가져오지. 서재에 공간이 있으니, 그녀는 창가 테이블을 이용하면 되네" 랜스는 잠시 망설이다가, 매기를 보고 윙크했다. "좋습니다" 그가 카일의 손에 열쇠를 떨어트렸다. "그럼 나는 식탁이나 차려야 겠군요." 카일이 그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랜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주방 쪽으로 다시 돌아갔다. "매기에게 봉사하던 참입니다. 그녀 쪽에서 두어가지 사항을 부탁해 왔거든요" 카일은 팔을 뻗어, 랜스의 뒤를 쫓아가려고 몸을 돌리던 매기의 팔을 붙들었다. 그녀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뜨거운 흥분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녀는 바보같게도 그 순간, 그가 다시 키스 하려는게 아닌가 궁금해했다. "랜스는 현장 감독이요. 부엌데기가 아니라" "그가 자원했어요" "그가 또 무엇을 자원했소?" 카일이 이를 갈 듯 내뱉었다.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또 상관할 입장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실을 알아내기 전에는 그녀를 놓아줄수도 없었다. 대체 랜스가 그밖에 뭘 자원했을까? 카일이 다른 말을 더 하기전에, 매기는 몸을 홱 돌리고 주방으로 돌진했다. 그녀는 방열 장갑을 끼고 오븐을 열었다. 비스킷이 타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는데, 카우보이들이 줄줄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카우보이가 신음소리를 냈다. 매기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비스킷 판을 들고 몸을 돌렸다. 매기는 판을 카운터 위에 내려놓고, 재빨리 비스킷 하나를 뒤집어 보았다. 바닥이 새까맣게 그슬러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따라 주방으로 들어온 카일에게 매서운 시선을 던졌다. "모두 당신 탓이에요" 그녀가 비스킷을 판에서 떼어내며 비난했다. "그러게 타이머를 작동시키지 그랬소?" 그가 그녀뒤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가 뒤에서 손을 뻗어 비스킷 하나를 집어들고 검게 타 버린 바닥을 살펴보았다. "흥, 당신이 요리 생각을 까맣게 잊게 만들기 전까지는 잘 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그녀는 두 번째 판 위에 비스킷 반죽을 배열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에요. 당신이 랜스가 내방에 있었다고 야단치기 전까지는 모든 게 잘 굴러가고 있었다구요!" 갑자기 침묵이 주방에 내려앉았다. 매기는 눈을 질끈 감고 신음을 억눌렀다.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차가운 판 위에 비스킷 반죽을 계속 늘어놓았다. 이번 판만은 다른 데 정신 팔지 말고 지켜보아야 한다. 절대 타지 않도록. 카일이 아무리 귀찮게 군다 해도, 요리에만 정신을 집중하고 있으리라. 그의 오만한 태도가 아니라. "피트, 식탁이나 차리게. 자네들이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난 그녀의 컴퓨터를 차에서 꺼내려고 열쇠를 가지러 들어갔을 뿐이야." 랜스가 햄 접시에 팔을 뻗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당신이 쓸데없는 오해를 해서 문제를 만들었어요." 그녀가 식탁에 둘러앉은 남자들의 주위를 끌지 않으려고 애쓰며 조그맣게 카일을 나무랐다. "당신 방에서 남자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겠소?" 그가 똑같이 소곤거렸다.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나에 대한 성급한 결론은 사양하겠어요. 보아하니 틀리기 쉽상인 것 같으니까요" 그녀는 몸을 돌리다가 그와 부딪힐 뻔했다. 그녀는 손을 그의 가슴에 대고 밀었다. 마치 거대한 산을 움직이려고 바둥거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방해가 되니 비키세요" "당신이 사고뭉치인 건 알고 있었소." "나는 사고뭉치가 아니에요! 당신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랜스에게 화를 내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에요" "당신이 여기 있는 동안은, 내게 당신을 보호할 책임이 있소. 임시후견인이라고 생각하시오" "잠깐만요! 말은 고맙지만, 후견인 따위는 필요없어요! 난 하고 싶은 대로하고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나이가 들었다구요! 비켜요!"


카일은 옆으로 비켜서서, 그녀가 스토브로 돌진해 가서 커피주전자를 집어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나머지 비스킷의 뒷면을 확인하고는 전부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는 식탁 머리에 앉아, 매기가 준비해놓은 햄과 으깬 감자와 완두콩을 자기 접시에 덜어 갔다. 음식은 충분했다. 매기는 그 사실에 자긍심을 느끼며, 카일 옆의 빈자리에 앉아 음식을 들기 시작했다. 오늘밤에는 아무도 배고프다는 불평을 하지 않겠지. 비스킷만 태우지 않앗더라면 완벽했을 텐데. 그녀는 남자들의 얼굴에 떠오른 기묘한 표정을 흘끗 보았다. 남자들은 으깬 감자를 입에 넣을 때마다, 한 명씩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빌리는 자기 감자에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다시 한 입 먹었다. 그의 시선이 식탁 위로 미끄러져 그녀의 시선과 마주쳤다. "대체 감자에 뭘 넣었소?" 카일의 화난 목소리가 그녀의 상념을 뚫고 들어왔다. 그녀가 그를 보았다. "아무것도요. 그냥 으깬 거에요. 원래는 구운 감자를 만들 계획이었는데, 시간이..." 감자를 제시간에 오븐에 넣어야 하는데 그만 잊어버려서 할 수 없이 삶았다는 것을 그가 알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도 으깬 감자 요리는 자주 먹어보았소. 하지만 절대 이런 맛은 아니었소." 그녀는 포크로 한입 떠서 맛을 보았다. 단 맛이 났다! 갑자기 그녀는 기억이 났다. 으깬 감자를 만들때, 여주인공이 어떻게 악당으로부터 몸을 숨기면 좋을지 궁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몽상에 빠져 있다가, 소금 대신에 설탕통을 집어든 것은 아닐까? 오, 맙소사! 왜 그녀는 한 번 만이라도 제대로 된 식사를 준비할 수가 없는 것일까? "이상한 맛이 나는군요. 감자가 저장 중에 맛이 변했거나 , 우유가 상했던 것이 아닐까요?" 와이오밍에 있는 돈을 다 준다고 해도, 이 많은 남자들 앞에서 으깬 감자에 소금 대신 설탕을 집어넣을 만큼 자신이 멍청했었노라고 자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카일이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매기는 신경질적으로 아이스 티 한 모금을 마셨다. 그녀는 제발 그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더이상 추궁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비스킷을 한 판 더 구울까요?" 오븐에서 부저가 울리자, 그녀가 서둘러 물었다. 구실이 생긴 것에 감사하며, 이번에는 완벽하게 구워진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녀는 한 사람당 두개씩 나누어주었다. "어쨌거나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 넘어갑시다. 하지만 다음에는 음식을 내놓기 전에 먼저 맛을 보도록 하시오" "좋은 생각이에요" 그녀는 안도하여 환하게 미소 짓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대장, 맛이 이상하든 어떻든, 우리가 요리를 안해도 되는 게 어딥니까?" 남자들 중 하나가 말했다. 카일은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아주 약간이지만 적어도 그나 다른 일꾼들이 요리할 때는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기대할 수 있었다. 가정부로서 매기는 그가 지금까지 보아온 중에서 최악의 요리사였다. 하지만 그녀는 노력했다. 그도 그점은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그녀는 보기에 제일 괜찮았다. 사실, 그녀는 아주 예뻤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억지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아이의 눈에 어머니는 아주 예뻤다. 하지만 지금 어머니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어머니가 얼마나 평범한 외모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어머니가 얼마나 사랑에 넘쳤는지, 매일 만들어 주던 쿠키, 파이, 케이크 등이 얼마나 맛있었는지도 기억했다. 어머니는 머리 모양이나 화장에 매달려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집안일에 만족했다. 어머니가 마을로 놀러나가자고 아버지를 졸랐던 기억은 전혀 없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목장 생활에 완벽하게 만족하지 않았던가? 지나와는 달리! 그의 전 약혼자는 몇 번 목장에서 묵기는 했다. 하지만 지니는 항상 샤이엔느나 포트


콜린스나 덴버로 놀러나가고 싶어했다. 그녀는 예쁜 옷을 좋아했다. 목장 생활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그런 옷들을. "맛있게 먹었수다, 아가씨. 이상한 감자 요리에도 불구하고 말이오" 잭이 의자를 밀고 일어나며 말했다. "그리고 비스킷 소동에도요. 두 번째 판은 잘되었더군요" 빌리가 말했다. 매기가 미소를 지었다. 볼이 달아올랐다. 그녀는 점점 요리 솜씨가 좋아지고 있었다. "요리를 안해도 되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소" 랜스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덧붙였다. 그는 뜨거운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가 매기에게 미소 지었다. 그의 눈이 매기를 관찰하고 있었다. "잘 먹었수다" 트레버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아주 좋았어요, 아가씨" "잘자요" 남자들은 하나씩 일어나 집밖으로 나갔다. 이제 카일만이 그녀와 함께 남아있었다. "만족하셨나요?" 그녀가 식탁을 치우려고 일어서며 물었다. "저녁 말이오, 아니면 당신의 가정부 놀음 구경 말이요?" "저녁이요" 그녀가 점심을 모으며 말했다. "나는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가정부에요" "선택할 수 있는 가정부가 많지는 않지" "그들을 쫓아낸 사람은 당신이에요!" "몽고메리 부인이 그렇게 말했소?" 그가 의자에 등을 비스듬히 기대며 물었다. "그래요" "봅시다. 처음 레이첼이 떠나고 나서 사람을 구하는 데 2 주가 걸렸소. 이름은 앨리스였지. 그녀는 건초 알레르기가 있었소. 우리 목장의 가축을 먹여살리려고 건초를 헛간에 쌓아두었으니, 그녀가 도망친 것은 확실히 내 탓이겠군" 매기는 미소를 짓지 않으려고 애쓰며 싱크대에 물을 틀었다 "그리고 두번째는요?" 엄격한 고용주가 예기치 않게 드러내는 장난기에-특히나 완벽하진 않았던 저녁 식사후에- 흥미가 발동했다. 아버지였다면 몇시간이고 그녀의 무능을 탓하고 나무랐을 것이다. "오, 두번째 여자는 일주일 후에 왔소. 패트리셔 데어 양이었지. 아주 까다롭더군. 그녀는 고립된 곳을 싫어했고, 샤이엔느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싫어했고, 일꾼들의 말투도 싫어했고, 끊임없이 불어대는 바람도 싫어했소." "일꾼들의 말투가 어때서요?" "며칠만 더 기다려보시오. 당신 앞에서는 최고로 예의바르게 굴고 있는 거니까. 더위에 지치고 심통이 나면 가면이 모두 벗겨질 거요" 그녀가 살며시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 "당신이 심통맞게 굴때도 말투가 이상하진 않던데요?" 그가 싱긋 웃었다. 그러자 그녀의 심장이 곤두박질 쳤다 "그건 나도 최대한 예의를 차리고 있기 때문이요. 감자에 설탕을 넣기는 했지만, 당신이 있는 편이 우리가 직접 요리를 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당신이 랜스와 말다툼을 하지만 않았어도 비스킷을 태우지는 않았어요."


그녀가 새침하게 말했다. 제발 그가 감자 얘기하지는 그만 했으면 싶었다. "말다툼을 한 게 아니요 당신 방에서 나오니까, 대체 그 방에서 뭘 하고 있었냐고 물었을 뿐이지" 카일의 미소가 얼굴에서 사라지고, 불쾌한 표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다음 번에 도움이 필요하면 내게 부탁하시오" "내 컴퓨터는 내가 처리할 수 있어요. 무겁기는 하지만, 차에 실은 사람도 나에요. 하지만 랜스가 도와주겠다니까, 그에게 부탁해도 되겠다고 생각한 거죠" "내가 꺼내서 서재에 갖다 놓겠소" "방해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 "당신이 부지런히 집안일을 한다면 낮시간에는 서재에 들어올 겨를이 없을 거요. 우린 서로 부딪힐 일이 없소. 혹시 내가 밤에 일을 해야할 경우가 생긴다면, 당신이 내 존재를 참아주면 되는 거요" "그렇다면 고마워요. 제 방보다는 서재쪽이 일하기 편하겠죠" "지금 갖다 놓겠소" 매기는 설거지를 하면서 그들의 대화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몽고메리 부인이 카일에 대해 조금 과장했는지 모르겠다. 카일은 아직까지는 견딜 만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그는 매기가 저녁 식사때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도 별로 토를 달지 않았다. 사실, 그는 다른 어떤 고용주보다 그녀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 그것은 확실히 그가 호의를 베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다른 가정부들에 대해서 더 듣고 싶어졌다. 처음 두 명의 가정부가 떠난 이유는 그가 지나치게 거만해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다른 여자들은 왜 금세 떠나고 말았을까? 매기가 컴퓨터에 전원을 넣을 즈음에는, 뭔가를 창조해 내기엔 너무나 지쳐있었다. 그래서 이미 써놓은 장(章)을 띄우고 문장을 고치기로 했다. 매기는 카일이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가 저녁에는 서재에서 일하지 않는다는 것에 실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거부했다. 1 장부터 읽어나가면서, 매기는 점차 묘사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글은 남자주인공에게서 원하는 본질을 제대로 포착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카일을 좀더 면밀히 관찰해서, 그대로 묘사하는 쪽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이 점점 흐릿해져갔다. 아침 준비를 하러 일찍 일어나려면 잠을 자두어야 했다. 그녀는 한숨을 지으며 컴퓨터를 껐다. 카일이 어디에 있는지, 저녁 시간을 어디서 보내는지 궁금해 하면서. 8. 주말 무렵이 되자, 매기는 일에 훨씬 더 자신감이 붙었다. 그녀는 쇼핑, 청소, 심지어 요리까지도 척척 해냈다. 딱 한번 뭔가를 태우기는 했지만, 그녀는 발각당하기 전에 모든 증거를 남김없이 제거했다. 집안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녀는 바닥에서 천정까지 깨끗하게 닦아냈다. 심지어 카일의 침실까지도. 하지만 글쓰는 일은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밤이면 너무나 피곤해서 침대위에 쓰러져버렸으므로, 첫번째 날 밤이후로는 단 한 장(章)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주말을 소설 쓰는데 할애하기로 결정하고, 금요일 아침에는 날림으로 후다닥 일을 해치웠다. 사실, 지난 이틀 동안 끝도 없이 쓸고 닦았기 때문에 그리 할 일도 없었다. 그녀는 스튜를 만들어 스토브 위에 올려놓고 뭉근히 끓게 내버려두었다. 그리고는 점심 설거지를 서둘렀다. 오후에는 한가로울 것 같았다. 그녀는 자유시간을 충분히 만끽할 작정이었다. 여기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그녀는 밖으로 나가 목장을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부츠로 갈아신고, 오후의 강풍에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지 않도록 포니테일로 묶었다. 매기는 헛간쪽으로 걸어가면서, 눈에 띄는 모든 것을 열심히 관찰했다. 울타리 안의 말들은 한쪽


뒷다리를 약간 구부리고 머릴 숙인채 이른 오후의 햇살 속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녀가 가게로 몰고 나갔던 푸른색 픽업트럭은 회색 헛간속에 앞머리를 넣은채 주차되어 있었다. 그녀는 지난번 아무런 실수 없이 집에 무사히 도달했을 때의 뿌듯한 기분을 기억하며 미소지었다. 카일은 그녀가 트럭을 몰고나가 2 주는 버틸만한 양의 식료품을 사가지고 돌아온 것을 발견하고 오랫동안 평가하는 듯한 눈길을 던졌었다. 헛간의 널찍한 이중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잭이 고삐에 가죽용 왁스를 문지르며 의자에 등을 기댄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그녀가 들어가자, 그가 흘끗 고개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잠시 산책중이에요" 매기가 밝게 인사했다 "안녕하쇼. 드디어 집밖으로 나올 생각이 들었나보군? "네. 당장은 할 일이 없어요. 그래서 목장 구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물어보시오" 매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잭이 유일한 의자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녀는 그에게서 그 의자를 양보하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선반에서 담요 한장을 꺼내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주저앉았다. 수많은 질문들이 솟아 올랐다. 어떤 것은 순전한 호기심이었고, 어떤 것은 책에 쓸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잭은 모든 질문에 참을성 있게 대답해주었다. 또한 그녀가 저녁 식사 시간의 대화에서 궁금하게 여겼던 것도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말 한 마리가 뜰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매기는 혹시 카일이 아닐까 궁금했다. 그녀는 아침 식사이후로 그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는 꼬리표 작업을 위해 멀리 나갔다. 그래서 점심때도 돌아오지 못했다. 혹시 카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매기의 손바닥에 땀이 배였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화를 내거나 야단칠 일이 없었다. 그녀가 모든 일을 너무나 잘 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식사때마다 그녀를 유심히 관찰했지만, 어떤 잘못이나 실수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의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여기를 떠나기 전에 그와 키스할 기회를 몇번 더 갖게 되었으면 하고 바랬다. 랜스가 문가에 나타났다. "아저씨가 누구하고 얘기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가 잭에게 말하고는, 손끝으로 모자를 약간 뒤로 젖히며 매기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귀여운 아가씨가 묻는 질문에 대답해 주고 있었네. 처음으로 목장 구경을 나왔거든" 잭이 말했다. "나랑 함께 갑시다. 여기저기 안내해 주겠소" 랜스가 제안했다. 매기가 일어나 담요를 갰다. "고마워요, 잭. 너무 질문이 많아서 짜증나게 만들지나 않았는지 모르겠군요" "천만에. 목장에 관한 얘기라면 대 환영이지. 요즘 젊은이들은 늙은이가 두서없이 지껄이는 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두서 없다니요? 얼마나 재밌게 들었는지 몰라요"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매기는 랜스를 따라 마구실을 나왔다. 그는 말을 끌고 헛간 안쪽으로 들어갔다. 랜스는 고삐를 십자꼴 매듭으로 붙들어 매고는, 안장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디로 일을 나갔었죠?" 랜스의 동작 하나하나를 주의깊게 관찰하며 그녀가 물었다. 말은 거대해 보였다. 그렇지만 랜스는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는 무거운 안장을 수월하게 들어내 근처 선반위에 내려놓고는, 매기에게 몸을 돌려 싱긋 웃었다. "우리가 멀리 가축을 방목하고 있는 장소 중 한 군데로 나갔죠. 해당 지역에 있는 가축의 수를 확인하고, 죽거나 다친 녀석이 없는지도 살폈소. 또는 없어진 놈은 없는지도" "그런 작업을 자주 하나요?"


"가축 떼의 안전을 항상 확인해야 하니까" "래프터 목장은 번창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것도 상당히. 서부 지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목장이니까. 레이프가 이곳을 운영했을때는 주목할 만한 목장주로 잡지에 소개된 적도 있었죠" "그게 언제였는데요?" "몇년 되었소. 내가 여기 오기전이니까. 레이프는 현장 감독을 원하지 않았소. 그런 종류의 일은 자기가 직접했었지" "그때 카일은 어디 있었는 데요?" "대학에 다니고 있었소. 졸업하자 현장 감독으로 여기에 왔소" "그럼 레이프가 떠나고 카일이 물려받은 거네요?" "그렇소. 여동생이 대학을 졸업하자, 레이프는 로데오 순회에 뛰어들었소. 몇달 후 카일이 나를 고용했지" "그리고 목장은 계속 번창하고 있구요" 그녀는 카일이 해놓은 일에 기묘한 자부심을 느끼며 말을 맺었다. 그의 형이 이 목장을 본 궤도에 올려놓았는지는 몰라도, 지금처럼 번창하게 만든 장본인을 카일이었다. "아주 잘되고 있지. 하지만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요? 월급을 못받을 까봐 걱정이라도 되서 그러오?" 카일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매기는 고개를 돌렸다가, 그가 너무나 가까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그가 들어오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엿들은 걸까? 그녀의 질문을 가지고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거지? 분명 최악의 상상인 것은 틀림없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요. 호기심일 뿐이죠"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의 모자는 머리뒤로 걸려 있었고, 청바지는 먼지가 뭍어 지저분했다. 매기의 가슴이 펄떡펄떡 뛰었다.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킬 때까지 어디엔가 주저앉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랜스의 존재를 의식하며, 카일의 싸늘한 시선에서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내가 궁금해 할 순서인가?" 카일이 랜스와 매기에게 차례로 시선을 던졌다 "두 사람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집안일에 여유가 생겨서 바람을 쐬러 나왔어요" 그녀가 도전적으로 그를 응시하며 딱딱하게 말했다. "헛간으로?" 그의 어조는 도저히 못 믿겠다는 투였다. "매기는 목장생활이 궁금해진 모양입니다. 잭이 그녀의 질문을 받아주었지요. 난 그녀에게 근처를 안내해주려던 참입니다" 랜스가 카일의 눈을 마주보며 선선히 말했다. 카일은 현장감독의 존재는 무시하며, 눈을 가늘게 모아뜨고 매기를 응시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내게 물어보라고 했을텐데" "당신은 그 자리에 없었고, 잭과 랜스는 있었어요" "이제 내가 왔소" "제가 할 수 있습니다, 대장" "자네는 할 일이 없나?" 카일이 랜스에게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꼬리표 작업에 관해 보고하는 일 뿐이죠. 괜찮다면 구두로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서류로 작성하게. 다른 일꾼들도 돌아오면 문서로 작성하도록 시키게. 자네는 기다리는 동안, 내 말에 안장을 내려주게나"


카일은 자신의 말쪽으로 고갯짓을 하고는, 매기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매기의 팔을 붙들고 커다란 헛간 출입문 쪽으로 끌어 당겼다. 랜스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음 순간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싱긋 웃었다. "그러지요, 대장" 카일은 매기를 헛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멀리서 일꾼들이 더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계속 그녀의 팔을 잡은 채, 집 쪽으로 향했다. "저녁 준비를 해야하지 않소?" 그가 물었다 "스튜를 끓이고 있어요" 그녀는 그의 손아귀에서 팔을 빼내려 애썼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노력을 무시했다. 그녀는 집으로 끌려가는 반항아가 된 듯한 기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꾼들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을텐데" 카일이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세요? 질문 몇 가지 한 것밖에 없어요" "책을 위해서?" "몇 가지는요. 나머지는 순수한 호기심에서구요" "왜지?" 그가 뒤쪽 현관 앞계단에서 멈춰섰다. "왜 안되나요? 난 여기 살고 있고, 전에는 목장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요. 목장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죠" "그럼 내게 물으시오" "당신은 목장에 대해 질문해서 안 된다고 말한 적은 없어요. 그저 책에 쓸 목적으로 일꾼들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했을 뿐이지" 카일은 그녀의 팔을 놓아주고, 목재 포치 위의 흔들의자에 앉았다. 매기 역시 그의 옆 의자에 맥없이 몸을 실었다. "궁금증은 풀렸소?" "잭이 상당히 해결해 주었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는 괜찮소. 하지만 랜스는 가까이 하지 마시오" "왜요?" "그는 당신을 보고 있소. 당신에게 마음이 있다, 이 말이오. 난 현장 감독이 일말고 다른데 마음이 가있는 것을 원하지 않소. " "봉건적이군요. 랜스도 사생활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 그가 문득 화제를 바꿨다. "다 끝냈소? 당신의 책 말이오" "대체로요" 그녀는 시선을 피하면서, 미풍에 살랑거리는 은사시나무를 응시했다. 그 소리는 분명 마음을 평온하게 달래 주어야 옳았다. 그런데 왜 그녀는 긴장을 풀 수가 없는 것일까? "경험으로 쓴 거요?" "사실, 전 경험이 별로 없어요" 이제는 멀리 지평선에 시선을 맞춘채, 그녀가 대답했다. "약혼한 적이 있잖소." "그게 무슨 상관이 있나요?" "나도 모르겠소. 약혼 얘기나 해보시오"


그녀가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흔들의자에 등을 기대고 앞뒤로 밀었다. "그게 이곳에서 하는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상관은 없소. 약혼 얘기를 해보시요" 그녀는 흘끗 옆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그의 뜨거운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별로 말할 게 없어요. 아버지가 나에게 필립을 소개했어요. 우리는 데이트를 했죠. 처음에는 그가 꽤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나를 멋진 레스토랑에 데려가 주었고, 나를 대신해 요리도 주문해주었어요. 우리는 함께 춤을 추기도 했지요. 그는 근사한 선물을 사 주었는데, 모두 아주 우아한 물건들이었어요. 그가 결혼을 신청하자, 나는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해어요. 그래서 좋다고 대답했죠." "물론, 여자들은 누구나 선물을 좋아하고, 식사를 대접받는 것도 좋아하지.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갈 세월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기는 했소? 함께 쌓아갈 인생에 대해서?" "그랬다고 생각해요. 난 사랑에 빠졌다고도 생각했어요. 지금은 단지 그에게 매혹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겠어요. 마법에서 깨어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를 떼어내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죠. " 당시에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하지만 그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그들의 결혼은 끔찍한 비극으로 막을 내렸을 테니까. 약혼을 끝낼 즈음에는 그녀는 훨씬 더 성숙해져 있었다. "왜 그랬소?" 그녀가 그를 보았다. "그는 여자들이 원하는 완벽한 남자였어요. 부자에다 성공한 남자였고, 전문가가 장식한 아름다운 집을 소유했죠. 그는 외식과 댄스와 파티를 좋아했어요. " "완벽의 화신같이 들리는군. 당신이 그런 남자를 차버렸다니 놀랍소" "그를 더 많이 알게 될수록, 그는 점점 더 내 아버지와 닮아갔어요. 난 인생의 첫 21 년을, 아무리 애를 써도 절대로 만족시킬 수 없는 남자를 위해 봉사했어요. 아버지가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한, 우리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었어요. 필립 역시 마찬가지 였죠. 그가 요구한 것을 충실하게 이행하면, 우리 관계는 매끄럽게 굴러갔어요. 하지만 내가 뭔가를 거부하면, 그는 무척 화를 냈지요" "당신이 뭘 거부했는데?" 그녀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양손은 단단히 깍지를 끼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것은 카일이 알 바가 아니었다. 왜 그는 자꾸 묻는 것일까? 하지만 그녀가 망설이고 있자, 그가 재촉했다. "매기, 당신이 무엇을 거부했기에 그가 화를 냈소?" "예를 들면, 그와 자는 것이죠. 또 하나는 나만의 직업을 갖겠다는 것이었구요" 그가 똑바로 몸을 세우고 그녀를 응시했다. 그의 눈이 경악으로 커다랗게 뜨여있었다. "결혼을 약속했으면서도 그 남자와 한 번도 관계를 갖지 않았단 말이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울적한 시선을 던지며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 놀라는 걸 보니, 당신은 약혼자와 잠자리를 함께 했던 모양이군요." "그랬소. 우린 결혼할 예정이었으니까" "오" 그녀가 시선을 피했다. 놀라지는 않았다. 약간 질투를 느꼈을 뿐이었다. 요즘 시대에는 그녀와 같은 사람이 비정상이었다. 결혼을 약속한 대부분의 연인들은 조금도 주저않고 결혼서약을 미리 실행하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주저했다. 그리고 더이상 필립과 결혼할 예정이 아닌 지금으로서는, 자신이 그렇게 했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웠다. "그럼, 경험도 없이 어떻게 애정 소설을 쓴다는 말이오?" "말했잖아요, 나는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카일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붙들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을 쓰다듬었다. 매기는 그들의 연결된 손을 응시했다. 그의 단단한 손바닥에서 열기가 옮겨와, 들불처럼 그녀를 휩쓸였다.


그녀는 그의 남성다움을 뜨겁게 의식하고 있었다. 자신의 여자다움에 대한 의식도 점차 높아갔고, 그녀의 몸은 더 많은 주목을 원한다고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떨리는 숨을 들이키며, 그의 손에 붙들린 자신의 손에 천천히 힘을 주었다. 그리고 느리게, 내키지 않는 듯, 그의 눈으로 시선을 올렸다. "가끔 경험이 최선일 때도 있는 법이오" 카일이 낮게 중얼거렸다. "당신이 내게 경험이라도 베풀어 주겠다는 의미인가요?" 그녀가 냉소적으로 물었다. 그 생각에 심장이 콩닥거렸다. 그저 손을 잡고 있는 것뿐인데도 마치 그의 무릎 위에 올라 탄 듯한 기분이 든다면, 본격적인 애무가 시작된다면 대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녀는 상상할 수 있었다. 아니,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손을 잡는 단순한 행위가 자신의 평정을 이토록 허물어뜨릴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사랑의 행위가 선사하는 수천, 수만의 기쁨을 제대로 묘사할 수 있겠는가? "약간은. 하지만 엄격하게 조사를 위해서만이오" 그녀가 그의 무의미한 사족에 웃음을 지었다. "달리 무슨 목적이 있을 수 있겠어요?" "당신이 쓸데없는 오해를 하는 건 원하지 않소. 난 당신과 결혼할 생각이 없소" "결혼이라구요? 뜬금없이 그 이야기가 왜 나오죠?" "아까 당신은 랜스에게 이 목장의 재정상태에 관해 묻고있었소. 시간을 죽이기에 적합한 곳인지 확인하려고 그랬소?" 그녀는 손을 빼내려 했다. 모욕을 당하면서까지, 그와 손을 잡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카일은 손에 더욱 힘을 주어, 그녀를 놓아 주는 것을 거부했다. "당신이 얼마나 부자인지 알아내려던 게 아니에요. 맙소사, 내가 부자 남편을 원했다면, 필립과 결혼했을 거에요. 난 남편이 필요하지 않아요. 내게 명령을 해대는 남자들에겐 신물이 났다구요. 난 뭐든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해요. 내가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단 말이에요. 내가 제일 원하지 않는 것이, 스스로를 신이 여자들에게 내린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거만한 남자에게 속박당하는 거에요" "그렇다면 걱정할 거 없소" "무슨 뜻이에요?"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경험을 제공해주겠소. 다만 당신의 체류가 끝날 때까지. 그때가 오면 어느 쪽에서도 기대 없이 깨끗하게 돌아서는 거요" 그녀는 그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아주 오랫동안 그녀는 그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키스와 애무를 허락하고 그 진실성이 포함된 감정들을 자신의 책에 그대로 써내려 가는 것이? 그리고 책이 끝나면 미련없이 돌아서는 것이? 그녀가 천천히 그의 회색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좀더 생각해봐도 되나요?" "그럼" 그가 모자를 집어들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는 그녀 위로 몸을 숙이고,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붙들었다. "당신이 결정할 때까지 제안은 유효하오. 하지만 이 제안은 오로지 나만 해당되오. 다른 일꾼들은 가까이 하지 마시오" "알겠어요" 그녀는 숨을 멈추었다. 그가 너무나 가까이 있어서, 조금만 더 숙이면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을 것 같았다. 매기는 입술을 약간 벌려 숨이 빠져나가도록 했다. 그리고 앞으로 약간 더 몸을 기울였다. 카일이 좀더 가까워지도록...


그는 몸을 바로 세우고, 머리에 모자를 눌러썼다. "저녁 식사 때 봅시다" 그는 계단을 내려가 집 옆으로 돌아가 버렸다. 충격으로 멍해진 그녀는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9. 매기가 옥수수빵 반죽을 팬에 붓기 시작했을때,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는 펄쩍 뛰어 올랐다. 전화벨이 울리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정말로 놀랐다. 그녀는 잠시 기다렸다가, 벨이 다시 울리자 수화기에서 손을 뻗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카일 있나요?" 쾌활한 여자 목소리가 물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매기의 호기심이 끓어 올랐다. 누구일까? 어떤 여자일까? 그녀는 뒷문을 열고 헛간으로 뛰어가려고 했다. 울타리에 몸을 기댄채, 어떤 일꾼이 말을 부리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카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카일, 전화왔어요!" 그는 손을 흔들어 그녀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는 신호를 보내고, 집 쪽으로 걸어왔다. 카일이 수화기를 들자, 매기는 하던 일을 계속 했다. "여보세요? 잘 있었소, 질리언. 무슨 일이오?" 매기는 뜨거운 오븐 속에 팬을 조심스레 들여 놓았다. 하지만 귀로는 그의 전화 대화를 엿듣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가 주방에 함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테니, 그에게 프라이버시를 기대할 자격은 없었다. 만일 그런 것을 원했다면, 서재에서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을 테니까. "제기랄! 아니, 아니오. 괜찮소. 아무래도 늦겠군. 지금 막 들어왔소. 샤워하고 옷을 갈아 입으려면 30 분 정도는 걸릴 거요. 8 시까지는 거기 도착할 수 있소" 매기는 스튜 냄비를 주의깊게 살피며 부드럽게 내용물을 저었다. 하지만 그녀 몸안의 모든 세포는 카일의 대화에 쏠려 있었다. 질리언이 누구일까? 그는 8 시까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카일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매기에게 몸을 돌렸다. 그는 그녀가 모든 대화를 들었음을 알고 있었다. "저녁 식사는 여기서 할 수 없을 거요" "당신 몫은 준비하지 않겠어요" 그녀가 눈을 스튜에 고정시킨채 대답했다. 어딜 가는 거에요? 누구와 만나는거죠? 그녀는 속에서 부글거리는 호기심-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아픔-이 표정에 드러나지 않기를 기원했다. 그는 분명 질리언이라는 여성과 데이트를 하려 하고 있었다. 아니, 그는 조금전에 그녀에게 수작을 걸지 않았던가? 그녀와 조건 없는 섹스를 갖자고 말이다! 그런데 이제 다른 여자와 외출을 하겠다구? 그녀는 그의 제안을 거부할 결심이 섰다고 얘기하려고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벌써 가고 없었다. 아무렴, 8 시까지 질리언을 데리러 가려면 서둘러야 하고 말고. 그에게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며 주위를 서성거릴 시간 따위는 없는 것이다. 남자들이 저녁을 먹으러 들어오자, 빌리가 대뜸 대장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나갔어요" 매기가 말했다. 거의 정상으로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자랑스러웠다. 그녀는 언제나의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가 비어있음을 극도로 의식하면서. 카일은 편한 바지에 크림색 셔츠, 스포츠 재킷 차림으로 들어왔다. 그는 멋져 보였다. 하지만 매기는 한번 흘끗 시선을 던지고는 다시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가슴 부위에 느껴지는 둔한 통증은 그가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가 절대 인정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우와, 대장. 쭉 빼 입었네요. 데이트 나가요?" 빌리가 놀리듯 물었다. 카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친구가 파티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네" 카일이 짧게 대답했다. "즐겁게 보내게나" 잭이 말했다 "저녁 먹고 나면, 나도 마을로 나갈 예정이에요. 금요일 밤이고, 일주일 내내 열심히 일했으니까요" 빌리가 말했다. "일하지 않는 자여, 즐기지 말지어다" 랜스가 중얼거렸다. 빌리가 환하게 웃었다. "맞아요. 오늘은 즐기는 날이에요. 그렇죠, 대장?" 매기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카일의 시선을 느꼈다. 하지만 고집스레 접시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스튜는 먹음직스럽게 완성되었다. 그녀는 그 사실에서 위안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카일이 그걸 먹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실망스러웠다. 그는 그녀의 덜 만족스러운 결과만 맛본 셈이다. "그리 늦진 않을 거야" 카일이 말했다 "오늘 밤 말인가요, 내일 아침 말인가요?" 기분이 한껏 고조된 빌리가 눈치없게 물었다. "빌리!" 카일의 음성에는 젊은 청년이 무시할 수 없는 경고가 실려 있었다. 빌리는 입을 다물었다. "괜찮아요, 카일. 아무것도 걱정마세요" 랜스가 매기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여기 일은 내가 책임질 테니까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랜스의 눈을 보았다. 현관문이 꽝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카일이 갔다는 것을 알았다. 랜스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매기는 약간이나마 기분이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나랑 같이 마을로 나가, 컨트리 바에서 한잔하지 않겠소? 춤도 출 수 있는 곳이라오" 랜스가 말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집안에 죽치고 앉아, 카일이 아름다운 질리언과 무얼 하고 있나 상상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일꾼들과 -특히나 랜스와- 가까이 하지 말라는 카일의 경고는 무시한 채, 그녀가 감사의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하지만 전 춤솜씨는 별로예요" "그런 건 걱정할 것 없소" 그가 윙크해 보이고는, 식사를 계속했다. 식탁의 대화는 다른 사람들의 계획으로 돌아갔다. 다른 일꾼들 역시 다수가 마을로 나갈 예정이었다. 오래지 않아, 랜스와 매기는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마음껏 즐길 작정으로 매기는 가능한 한 쾌활하게 행동하며 카일의 데이트로 입은 상처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랜스는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샤이엔느까지의 드라이브는 눈 깜빠할 사이에 지나갔고, 매기는 미처 깨닫기도 전에 라스트 라운더브로 들어서고 있었다. 멋진 저녁 시간이었다. 남자들은 여자들과 끝없이 돌아가며 춤을 추었고, 대부분의 여자들은 미처 자리에 앉을 틈도 없었다. 여자들은 매우 친절했고, 매기는 한두 명의 여자와 상당히 친해졌다고까지 느꼈다. 그녀가 로맨스 소설을 쓰려고 한다고 말하자, 사람들의 주의가 그녀쪽으로 집중되었고, 질문과 제안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모두가 나름대로 낭만적인 이야기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이는


그녀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물어왔고, 어떤 이는 언젠가는 자신들이 쓰고 싶은 아이디어들을 털어놓았다. 일정 시점에 이르자, 매기는 웃음을 터트리며 양손을 번쩍 들었다. "차근차근 얘기해요. 한꺼번에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으니까요. 종이와 펜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 둘께요" "우리가 각자 아이디어를 적어서 당신에게 보내주겠어요. 어디에 살고 있어요?" "래프터 목장이요. 그곳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어요" "아, 랜스와 함께 왔었지" "이렇게 예쁜 가정부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우리 가정부는 마귀 할멈 같았다구요" 카우보이 한 명이 매기에게 윙크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따스한 우정을 만끽했다. 그들은 그녀의 꿈과 야망을 지지해 주었고, 결코 경멸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친절하고 유익하며 재미있는 사람들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익숙해 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녀는 이곳에 영원히 머무르고 싶었다. 하지만 저녁은 너무 빨리 끝나가고 있었고, 밴드가 마지막 곡을 연주했다. 랜스는 이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이 귀에 쟁쟁한 채로, 매기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랜스의 트럭에 올라탔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드라이브 내내, 마지막 곡을 콧노래로 흥얼거렸다. 오늘 저녁은 정말로 재미있었다. 랜스는 라디오를 부드러운 컨트리 음악이 흘러나오는 채널에 맞추어 놓았고, 그들은 돌아오는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가 트럭을 집으로 향하는 드라이브 웨이에 진입시키자, 매기는 그에게 몸을 돌렸다. "멋진 저녁이었어요, 랜스. 초대해 주어서 고마워요" "함께 나가 주어서 나야말로 고맙소. 오늘 밤 들어온 제안 중에서 쓸만한 것이 있었소?" 그녀가 싱긋 웃었다. "하나나 둘 정도는요. 어떤 제안은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였어요. 너무 대담해서요. 또 어떤 것은 너무 기초적이었어요. 마치 꽃다발이나 집에서 만든 음식처럼요. 사람들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그처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서 흥미로웠어요" "당신은 뭐가 낭만적이라고 생각하오, 매기?"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황에 따라 달라요. 꽃도 괜찮겠죠" 랜스가 뜰로 차를 몰고 들어가자, 주방에 불이 켜졌다. 하지만 벙크하우스 쪽은 어두컴컴한 채로 남아있었다. 밤하늘은 수많은 별들로 수 놓여 있었고, 초승달은 지평선 위에 낮게 걸려 있었다. 랜스가 엔진을 끄고 등을 뒤로 기댔다. "또 뭐가 있소, 매기?" "모르겠어요. 내 이야기 속에서는,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작은 선물을 주게 할 작정이에요. 그는 선물을 받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게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하죠" "그럼 당신은..." 조수석 문이 벌컥 열렸다. 그러자 불빛이 트럭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대체 어디에 있었소?" 카일이 미친 듯이 화를 내고 있었다. 그는 조수석 안으로 몸을 들이밀고, 랜스를 노려보았다. "대체 지금이 몇 시인 줄은 알고 있나?" "2 시가 조금 지났죠" 랜스가 입가에 어렴풋이 미소를 띄우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밖으로 외출하고 싶었다면 내게 말했어야지!" 카일이 매기의 안전 벨트를 풀려고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자유시간에 내가 뭘 하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에요!" 그녀는 그의 손을 떨쳐내고 스스로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가 그녀의 팔을 붙들려 하자, 그녀가 다시 그를 때렸다. "만지지 말아요!" 그녀는 랜스에게 고개를 돌렸다가, 그가 너무나 노골적으로 재미있어 하는 것을 보고 짜증이 났다. "다시 한번 고마워요" "잘 자요, 매기. 좋은 꿈꾸시오" 그가 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뺨을 쓸었다. 카일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쇠꼬챙이처럼 몸을 딱딱하게 세운 채 그녀 쪽의 문 옆에 서 있었다. 매기는 그에게 몸이 닿지 않게 차에서 내려, 고개를 꼿꼿이 들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마치 교도관처럼 그녀 옆에 바짝 붙은 채 걸었다. "당신들 둘이 어디 갔었소?" 그가 으르렁거렸다. "밖에요" 그녀가 발걸음을 빨리 하며 대답했다. 주방에 들어서자, 그녀는 조금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계단 쪽으로 향했다. 그가 그녀를 돌려세우고, 양어깨를 붙잡았다. "질문을 했으니, 어서 대답하시오" "라스트 라운더브에 갔어요. 그곳에서 멋진 사람들을 만나 재밌는 시간을 보냈어요. " 그녀는 거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화를 낼 사람이 자기뿐이라고 여기는 걸까? 대체 자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녀의 아버지? "어쨌거나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에요. 나도 당신의 데이트에 대해서 묻지 않았어요" "그건 데이트가 아니었소. 당신과 랜스는 그걸 했던 거요? 데이트?" "확실한 데이트죠. 어떤 여자를 데리고 파티에 갔다가, 그녀를 다시 집까지 데려다 준다면, 그게 데이트가 아닐까���?" "랜스와 가까이 하지 말라고 했잖소!" "당신이 밖에 나가 흥청망청 즐기는 동안 착한 딸처럼 집안에만 틀여 박혀 있으라구요? 천만에요!" 그가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것 때문이었소? 내가 질리언과 파티에 가서 질투하는 거요? 그녀가 몇 주전 함께 가달라고 부탁했었소. 당신을 만나기 훨씬 전이요" 그녀는 어깨 위에 놓인 그의 손을 떨쳐내고는 계단으로 향했다. "설명할 필요 없어요. 당신은 당신 하고싶은 대로하면 되니까요. 나도 마찬가지구요" "내 집에서 일을 하는 동안은, 당신은 내 말대로 해야 하오. 랜스나 다른 일꾼들과 가까이 하지 마시오" "안 그러면요?" 그녀가 몸을 돌리고 그를 노려보았다. "안 그러면 해고요" 그녀는 그의 시선을 오랫동안 마주 보았다. 그 속에서 단호한 결심을 읽을 수 있었다. 너무나 화가 나서 울음이라도 터뜨리고 싶었지만, 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누가 왕위라도 물려주었나 보군요." 그녀가 이를 갈듯 말했다. "난 자유시간에 누구든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나고, 얘기하고 싶은 사람과 얘기할 거에요. 당신이 뭔데 내 사생활까지 간섭하는 거죠? 목장 사람 누구에게나 그렇게 하나요? 여기 남아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는 게 신기하군요"


그는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분노가 어느 정도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를 응시했다. "당신이 옳소. 내가 사과하겠소.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었는데. 아직도 배움이 부족했나보오" 어안이 벙벙해진 매기는, 자신의 분노 역시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이건 또 무슨 함정일까? "무슨 뜻이에요?" 그가 몸을 돌리고, 천천히 주방을 가로질러 뒷문으로 걸어갔다. "당신이 어떻게 살던 당신 일이오. 난 자유시간에 당신에게 랜스와 가까이 하지 말라고 명령할 권리가 없소. 동생에게도 한 번 그렇게 한 적이 있었소. 매제에게 여동생과 어울리지 말라고 했었지. 그 일에서 교훈을 얻었어야 했는데. 물론, 원하면 누구든지 만나시오. 당신의 일, 혹은 그의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상관없소" 그는 여전히 그녀에게 등을 돌린 채로, 뒷문 열쇠를 만지작거렸다. 지금까지 한 번도 자기 전에 그 문을 잠근 적이 없다는 것을 아는 매기는, 그의 행동이 어색함을 무마하기 위한 핑계임을 간파했다. "올라가서 잠이나 자요" 그녀는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쳐다보기를 거부한 듯 계속 열쇠를 만지작거리는 그를 지켜보며, 그녀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포치에서의 그의 제안을 기억했다. "잘자라는 키스는 하지 않을 건가요?" 그가 눈을 이글거리며 몸을 돌렸다 "그래, 내 제안은 생각해 보았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생각중이에요" "그럼 결정할 때까지 키스는 미룹시다" 그녀가 혀로 입술을 축였다. "키스와 섹스가 동격인 줄은 몰랐군요"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 린 당신이 원하는 한도까지만 진행할꺼요. " 그 역시 섹스 경험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를 계속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고 있었다. 그는 영속적인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혹은 몇 주만이라면...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피부가 잔뜩 팽팽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는 그녀를 응시했다. 그녀는 격렬하게 솟아오르는 갈증을 달래기 위해 그에게 몸을 던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녀는 그의 키스를 맛보고 싶었고, 그의 단단한 몸이 그녀의 부드러운 몸에 닿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두려웠다. 그녀의 감정이 통제를 벗어난다면? 과연 그녀는 사랑의 게임을 즐기다가, 상처를 입 지않고 걸어나갈수 있을까? 10. "가서 자요"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망설였다. 그녀는 그의 대담한 제안에 감히 동의하고 싶었다. 그녀는 이렇게 불안하고 부적당한 기분을 느끼지 않았으면 싶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이 섹시한 카우보이에게 이렇게 강렬한 매력을 느끼지 말았으면 싶었다. 그는 그녀에 5 게 관심이 없었다. 어쨌든 인간적으로는.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오늘 밤, 컨트리 바에서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들에게 내가 로맨스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더니, 자신들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들은 엄청나게 많이 얘기해 주더군요" 그는 차분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그는 천천히 등을 뒷문에 기대고 가슴 위로 팔짱을 꼈다. "그래서?"


"그래서, 아무래도 여론조사 같은 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어 떤 것을 낭만적이라고 여기는지, 그런 내용을 내 책에 반영해야겠다고 말이에요" "그래도 되겠지 하지만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왜죠?" 그녀가 놀라서 물었다. "당신은 여자요. 당신이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쓰면 되잖소" "하지만 남자들이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요?" "말했잖소. 당신이 여기 있는 동안은 내가 협조하겠다고" "당신이 무엇을 로맨틱하게 여기는지 말해주겠다는 건가요?" 그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원한다면. 당신이 원하는 게 그게 전부라면 말이요" "당신이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줄 알았어요" "그렇소. 하지만 당신이 대화에만 한정시키겠다면 그대로 따르겠소. 우선 당신 마음을 결정하도록 하시오. 내가 대신 결정해 주지는 않겠소" 이것은 상당한 차이였다. 그녀는 아버지나 필립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그를 응시했다. 다음 단계는 그녀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목장일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할 수도 있어요. 그냥 질문만 하는 거죠" "안되오"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죠?" "방해가 되오" "그럴리가요. 그저 질문만 하고 그들의 대답을 받아 적을 거에요" "안되오" "이유를 말해보세요" "말했잖소" "그들이 쉬는 시간에 조사를 하면 작업에 지장을 주진 않을 거에요" "안되오" 그녀는 좌절감에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꼭 우리 아버지같군요. 아무런 타당한 이유도 없이 명령만 내리는 형태가 말이에요. 좋아요, 우리가 래프터 목장 안에 있을 때는 일꾼들에게 어떤 질문도 하지 않겠어요" 그가 의심의 눈초리로 그녀를 보았다 "밖에서도 안되오" 그녀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래프터 목장을 벗어나 있을 때는, 당신은 우리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요. 다음 번에는 랜스가 함께 망르로 나가자고 하면, 오고 가는 도중에 내내 그에게 질문을 던질 거에요" 카일은 문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성큼 성큼 방을 가로질러 그녀에게 다가왔다. 매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흥분과 기대가 몸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무슨 꿍꿍이 속이오, 매기? 의도적으로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거요,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그러는 거요? 당신은 왜 여기 왔소? 책을 쓰고 싶다고 했지만, 내가 아는 한 자유시간에 한 번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지 못했소. 당신은 내 일꾼들과 시시덕거리며, 목장의 성공 여부에 대한 질문을 퍼부었소. 무슨 목적이오? 그 남자들에 대한 자신의 매력을 시험하기 위해서요? 아니면, 공짜 식권을 찾고 있는 건가?" 그녀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내부에서 무언가가 죽어가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 관한 모든 것을 나쁜 쪽으로만 해석하고 있었다.


"아니에요" 그녀가 속삭였다. "난 책을 쓰고 싶어요. 그러는 동안에는 생활비를 벌어야 해요. 아까는 내가 지나쳤어요. 미안해요" 그를 자꾸만 충동질하고 싶은 이 강력한 욕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녀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를 이해시킬 수 있단 말인가? "가서 잠이나 자요" 그가 세 번째로 반복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녀가 몸을 돌리고, 서둘러 방으로 올라갔다. 거의 지배당할 듯한 충동에 항복하기전에. 그녀는 그의 키스를 원했다. 다만 그가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제안에 대한 동의는 없이 말이다. 그녀는 그런 종류의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토요일은 쉬는 날이었고, 전날 밤 새벽 3 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었지만, 매기는 언제나 처럼 아침을 준비하려 일찍 일어났다. 그녀는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아마 오후에 잠깐 낮잠 잘 시간이 있을 것이다. 아침을 먹고난후, 그녀는 하루종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생각에 흥분한 채로 설거지를 했다. 주방정리가 대충 끝나자, 그녀는 서재로 향했다. 그리고는 컴퓨터를 켜고, 가장 최근에 완성한 장(章)을 불러내 다시 읽어 보았다. 아무래도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한숨을 지으며 교정을 보기 시작했다. 뭔가 마음을 확 잡아끄는 문장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면서. 하지만 그녀는 집중할 수 없었다. 창 밖을 내다보며, 그녀는 카일이 했던 말과 그의 제안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녀는 별로 경험이 없었다. 아무래도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는 그녀보다 경험이 풍부했다. 자신도 모르게, 질리언의 음성이 머리 속에서 다시 울렸다. 카일과 질리언이라는 여자는 얼마나 가까운 사이일까? 그는 질리언과 더 많은 데이트를 약속했을까? 하긴, 그게 그녀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는 그녀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일정한 한계선을 긋는 게 가능할까? 예를 들면, 함께 침대로 가지 않겠다든지? 그녀는 그런 관계를 위해서는 사랑이나 일종의 약속 같은 것이 전제되기를 바랐다. "문장이 저절로 입력되지는 않을 텐데?" 놀리는 듯한 카일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녀가 홱 몸을 돌렸다.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생각 중이었어요" "으음, 나도 알고 있소" 그가 서재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의 눈이 그녀의 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목장 구경을 하고 싶다면, 함께 갑시다. 말을 타고 나갈 작정인데, 당신도 함께 가도 좋소" "좋아요!" 원고에 두 번도 눈길을 주지 않고, 그녀는 컴퓨터를 끄고 일어났다. "부츠를 신어야겠어요" "좋소. 그럼 마구간에서 만납시다. 모자는 있소?"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하나 찾아두겠소. 서둘러요" "아침은 드셨어요?" 그녀가 그를 스쳐 지나 계단으로 향하면서 물었다. "그렇소. 식탁에 차려 놓아주어서 고맙소.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토요일은 비번이니까 말이오" "별로 힘들지도 않는데요, 뭐. 금방 내려올게요"


11.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농가를 떠나 탁 트인 초원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풀이 높게 자라 있어, 말이 지나가자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하늘은 이쪽 지평선에서 저쪽 지평선까지 청명한 푸른빛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멀리 자리한 산들은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 바람은 잔잔했다. "아름다워요" 매기가 카일의 말과 보조를 맞추려 애쓰며 숨가쁘게 말했다. "난 다른 곳에서는 절대 살고 싶지 않소" 카일이 말했다. "잘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곳을 가보았지만, 여기가 최고로 아름다워요" "어디에 가보았는데?" "아버지는 정부의 계약 자문역으로 일하고 계세요. 우린 워싱턴 D.C., 버지니아, 텍사스, 위스콘신, 심지어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살았어요. 가장 최근에는 콜로라도에 거주했구요" "상당히 이사를 자주 다녔겠군" "그래요. 앞으로 내 집을 구하면, 난 그곳에서 영원히 눌러 살 거예요. 난 끝없이 이사를 해야 했던 게 끔찍했어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나와 절대로 맞을 수 없는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적응하는 것도요. 이 나라의 다양한 지역을 다녀보았다는 것은 기쁘게 생각해요. 하지만 방랑 생활은 내 취향이 아니에요" "내 아버지는 결혼하기 전에 이곳을 샀소. 지금까지 35 년 동안 우리 가족의 터전이 되어 왔지. 대학에 다녔을 때도 제외하면, 난 평생을 여기서 살아왔소. 그래서인지 자주 이사 다녀야 하는 생활이 어떤 건지 감히 짐작도 가지 않소" "하나도 재미없어요. 당신은 운이 좋은 줄 알아요" 그녀는 동경에 찬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곳에서 오랫동안 가족이 함께 거주하고, 앞으로 다가올 세대로 계속 이어질 것을 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승마는 잘하오?" 카일이 물었다. "그저 말등에 앉아 있는 정도예요. 더 빠릴 달리고 싶으세요?" 그녀가 그에게 싱그러운 웃음을 보냈다. 그와 함께 있으니 세상이 훨씬 환해진 것 같았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 그들 두 사람만 있다니 더더욱 그러했다. "그렇소" 그는 말을 빠른 구보로 달리게 재촉했고, 그녀는 그의 뒤를 따랐다. 피가 혈관 속에서 맥박쳤고, 바람은 그녀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며 열기를 식혀주었다. 그녀는 몸이 아릴 정도로 생생한 환희를 느꼈다. 그는 어떤 웅덩이 부근의 은사시나무 아래로 다가갔다. 그들은 말의 속도를 줄이며,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걸었다. 마침내 카일이 말을 멈추고, 말 등에서 내렸다. 그는 매기에게 고삐를 건네주며, 그녀의 손을 살며시 더듬었다. "확인할 게 있소." 그는 은사시나무 덤불 아래로 더 깊이 들어가며 땅과 웅덩이 주위에 동물들이 다져 놓은 길을 살펴보았다. 그는 웅덩이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다시 매기에게 돌아왔다. "찾고 있는 게 있나요?"


"이곳에 늑대가 들어오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있었소. 늑대란 놈들은 다 큰 가축은 그대로 두지만, 가끔 송아지는 공격하거든"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그런 잔인한 자연의 모습이 숨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삶의 일부일 따름이오" 그녀가 그의 시선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고삐를 붙들고 있는 손에 감각이 둔해졌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쿵쿵 뛰었다. 그녀는 그의 시선에 마비된 채 오로지 그의 눈만을 응시하며, 카일이 자신의 내부에서 포효하는 혼란을 간파하지 못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매기?" "네?" "결정했소?" 그의 나지막하고 섹시한 목소리에 그녀의 발끝에서 손끝까지 성적인 전율이 관통했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한마디 말에 그녀의 생애 전체가 바뀔수도 있었다. 과연 자신에게 그런 모험을 감당할 자신이 있을까? "네" 그녀는 그에게 고삐를 던져주고, 재빨리 말등에서 내렸다. 그녀는 더 가까이 발을 내딛으며, 그의 뺨에 한 손을 올렸다. "책에 응용할 수 있게 야간의 실전 경험을 갖는 것이 좋을 거라고 결정했어요" 그와 ���께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지평이 넓어질 것이다. 그녀는 지금 얻을 수 있는 모든 행복을 붙잡을 것이며, 장차 이곳을 떠날 때는 그 모든 것을 추억으로 저장해 둘 것이다. 그는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마치 지금까지 숨을 참고 있었던 것처럼. 그의 뺨에 닿은 그녀의 손이 떨렸다. 그러자 그가 자기 손으로 그녀의 손을 덮었다. "당신을 상처 입히지 않을 거요" 그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녀는 시선을 그에게 못박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치 처음으로 그녀를 보듯 뚫어지게 그녀를 응시했다. 다음 순간, 느린 미소가 그의 입가에 떠올랐다. "당신은 예쁜 여자요, 매기 포스터. 당신을 떠나보내다니 필립이란 작자는 멍청이오" 기쁨이 태양처럼 따뜻하게 그녀를 감쌌다. 그녀는 원할 때면 언제든 감정을 터뜨릴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녀는 그에게 미소 지으며, 어떤 것도 오늘의 완벽함에 손상을 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일은 천천히 몸을 앞으로 숙여왔다. 그의 숨결이 그녀의 뺨을 간질였다. 그녀는 그의 눈 속에 담긴 욕망을 보았다. 그러자 심장 박동이 기대감으로 속도를 높였다. 천천히, 그가 더 가까이 접근함에 따라, 그녀의 눈까풀이 무거워지더니 마침내 감겼다. 천천히, 그녀는 그의 감촉을 느꼈다. 처음에는 깃털처럼 가볍더니, 차츰 압력을 높여 오며 마침내 엄청난 가능성을 담은 키스로 그녀의 입술을 공략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자신의 목덜미로 가져가 더 단단히 끌어안도록 재촉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맞닿은 채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의 혀는 그녀의 입술이 열리도록 장난을 치다가 입술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했다. 다음 순간 마침내 그의 혀가 그녀의 입 속의 축축한 열기 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녀의 모자가 떨어졌다. 그녀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참을성 없이 발을 쿵쿵 울렸다. 그것 역시 그녀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녀의 모든 존재가 카일의 입술, 그의 몸, 그가 불러일으키는 경이로운 감각에 집중하고 있었다. 와이오밍의 여름 태양보다도 더 뜨거운 열기가 솟아올랐다. 가장 절박한 허기보다 더 강렬한 욕망이 아우성쳤다. 기쁨이 부글부글 끓으며 그녀의 전신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여전히 그는 그녀에게 키스하고 있었다. 그녀는 전 인생을 걸고 거기에 매달렸다. 마치 빛과 열기와 공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추락하지 않기 위해 그를 꼭 붙들었다. 이것은 찬란한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일어난 일 중 가장 근사한 사건이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가 키스를 끝내고, 몸을 약간 떼어냈다. 여전히 그녀의 부드러운 육체를 단단히 끌어안은 채로. 그녀가 눈을 떴다. 그리고 카일의 이글거리는 눈 속을 들여다보았다. "좋았어요" 그녀가 꿈결처럼 중얼거렸다. 자신의 뺨이 열기로 붉게 상기되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좋았다구?" 그가 미소를 지었다. "그게 최선의 표현이오? 좋았다는 정도로는 당신의 책에 쓰기에 충분하지 않을 텐데. 실습이 더 필요한 것 같군. 내가 키스할 테니, 당신이 느낌을 말해봐요. 당신 책에 충분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키스를 멈추지 않겠소" 그녀의 머리속이 멍해졌다. 그의 키스를 책에 묘사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압도하고 매혹시키는 너무나도 낯선 감각을 오로지 느낄 수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 식으로 키스를 하고 나서 그녀가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그는 그녀의 능력에 대해 그녀보다 더 나은 평가를 내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 그에게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말 냄새, 풀내음, 그리고 카일이 풍기는 남성다운 체취가 그녀의 입을 다물게 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음 키스를 기다리며 살며시 입술을 벌렸다. 이번에야말로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파악해 내고야... 키스를 받는 순간, 모든 분석 계획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에서 움직이고, 그의 손이 그녀의 등을 쓰다듬다가, 그녀의 갈비뼈 주위를 돌아 젖가슴을 움켜쥐자, 그녀는 전신에 순수한 갈증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생각할 수도, 분석할 수도 없었다. 오로지 느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초자연적이며, 놀랍고도 놀라웠다. 그가 키스를 끝냈을 때, 그들은 둘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어땠소?" "아주 좋았어요" 그는 신음 소리를 내며, 이마를 그녀의 이마에 포갰다. "좋다는 말 이상을 들으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요?" 그녀가 부드럽게 깔깔대며, 그의 코에 코를 문질렀다. "문제는 내게 있어요. 당신이 내 머리를 텅 비게 만들어 놓아서 다른 단어는 생각이 나지 않는 걸요. 정말이지, 당신의 키스는 단순히 좋은 것 이상이에요. 평생 이렇게 멋진 키스는 해본 일이 없어요" "집으로 돌아가면, 당신이 쓸 만한 사전이 있는지 찾아봅시다" "당신은 그 키스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녀가 짐짓 상처받은 어조로 물었다. "물론, 난 우리의 키스가 '천둥번개가 우르릉거릴 정도로 짜릿한' 키스라고 생각하오. 난 당신의 몸에서 셔츠를 찢어내고 부드러운 살결을 만지고 싶소. 당신의 몸 구석구석을 만지고, 당신의 젖가슴을 이 손 가득 움켜쥐고 싶소. 입술에 키스하는 것만으로 이런 기분이 든다면, 당신 몸의 다른 부분에 입술을 대면 어떤 기분이 될지 자못 궁금하오" 그녀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가 묘사한 이미지가 마음속에 또렷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주 잠시, 그녀는 그만 항복하고 싶은 강렬한 유혹을 느꼈다. 하지만 이 상황을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매기는 목청을 가다듬으며 약간 뒤로 물러났다. 그의 강력한 팔이 허락하는 정도로만. "약간 속도를 줄여야 할 것 같네요" 그녀가 그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를 실망시키지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 역시 그녀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었다. 섹스를 갖겠다고 동의한 것만으로도 그녀로서는 커다란 도약이었다. 그녀는 오늘 하루에 모든 것을 해치우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도 충분히 느리오" 그가 말했다. "내겐 아니에요" 그가 한숨을 쉬며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모자를 주워, 다정하게 머리에 올려놓았다. "대장은 당신이오. 우린 당신이 원하는 속도에 따를 거요. 하지만 내가 초조하게 군다면 당신 자신을 탓해야 할거요. 당신에게 키스하는 건 불꽃에 가솔린을 끼얹는 것 같은 일이오. 난 폭발해 버릴 것 같소" 그녀가 환하게 미소지었다 "카일, 어쩌면 그렇게 멋진 말을! 그 대사를 책에 써야겠어요!" 그가 얼굴을 찡그렸다 "책에 쓰라고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오" "하지만 우리가 정사를 가지려고 하는 이유가 책 쓰는 일을 돕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는데요" 그게 그의 진심일까? 아니면, 그녀에게 여성으로서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매기는 그런 생각이 뿌리를 내리도록 허락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했다가는 나중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는 그녀의 축축한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당신의 글이 더 현실성이 갖도록 실전 경험을 쌓게 하려는 것이 이 일의 주목적이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약간의 즐거움을 누린다고 나무랄 수는 없겠지. 당신과 나, 둘 다 말이오" "맞아요" 그녀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즐거웠어요" "아무렴. '좋은' 키스였으니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표현도 생각해보겠어요. 그래서 당신 기분이 나아진다면요" "아니오. 내 키스가 좋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일이오. 물론, 앞으로 좀더 기술을 개발해야겠지. 언젠가는 멋지다거나 근사하다는 말도 듣고 싶소." "당신의 키스는 근사했어요" "지금에 와서 말 바꾸긴 없기요. 당신은 키스가 좋다고 했소. 난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할 거고. 그게 전부요" 그들이 가볍게 주고받은 따뜻한 농담에 그녀의 마음이 훈훈해졌다. 카일의 유머 감각은 그녀를 놀라게 했다. 또한 기쁘게 했다. 그는 그녀가 지금까지 본 중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인 동시에, 그녀와 함께 웃을 수 있고 또 그녀를 웃길 수도 있는 남자였다. 카일은 모자를 이마 위로 깊이 눌러썼다. "갑시다, 매기. 말을 탈 시간이요" 12. 다음 날 아침, 매기는 늦잠을 잤다.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그녀는 천천히 옷을 갈아입었다. 데님 스커트에 분홍색의 부드러운 면직 셔츠를 입고, 평상시의 운동화 대신 샌들을 신었다. 오늘은 마구간 쪽으로 나갈 계획이 없었다. 마침내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에는 정오가 가까워져 있었다. 집은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토스트와 차를 들었다. 그리고 카일이 있는지 거실과 서재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는 없었다. 어제 저녁을 먹을 때, 그는 자기도 오늘 하루는 쉬겠다고 했었다. 그녀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지만, 굳이 찾으러 나가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할 일이 있는 것이다. 그녀는 서재로 들어가 창문을 열었다. 일을 하는 동안 신선한 공기를 즐기고 싶었다. 그녀의 책상위에


유의어 사전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사전을 가까이 끌어 당겼다. 서표 하나가 책갈피에 끼워져 있었다. 그녀가 그 페이지를 열자, '좋은'이라는 형용사 아래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녀는 가장자리에 힘있는 필체로 씌어진 메모를 발견하고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굉장한', '경탄스러운', '황홀한', '환상적인', '경이로운', '비범한'등을 찾아보시오> 그녀는 입을 쩍 벌리고 그 대담한 필체를 응시했다. 그는 그녀와의 키스를 이렇게 느꼈던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 느껴야 한다고 그녀에게 요구하는 것일까? 만일 후자라면, 그가 옳았다. 그의 키스는 환상적이었다. 창밖으로 멍하니 시선을 던지며, 그녀는 어제 그들이 나무 아래에서 나누었던 키스의 매순간을 모두 기억할 수 있었다. 그녀의 몸은 24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욱신거렸다. 부드러운 미풍이 그녀의 뜨거운 뺨을 식혀주었다. 그녀는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눈을 떴다. 그녀는 타이프를 치기 시작했다. 여주인공을 남자 주인공과 함께 똑같은 상황에 밀어 넣을 작정이었다. 과연 그녀가 느꼈던 감정을 원고에 충분히 쏟아 부을 수 있을까? 그의 더 많은 손길과 키스를 갈구하는 그녀의 감정을 온 세상이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할 수 있을까? 시계가 조용히 울렸다. 매기는 시계쪽으로 흘끗 시선을 던졌다가, 다시 화면으로 향했다. 한 시간 이상을 그곳에 앉아 있었지만, 단 하나의 문단도 완성하지 못했다. 그녀는 한숨을 지으며, 다시 타이프를 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경험한 기쁨을 줄거리에 용해시키려고 애쓰면서. 하지만 그녀의 머리 한쪽 구석에서는 카일이 어디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궁금해했다. 어젯밤 식사 시간에 들은 대화로 보아, 남자들은 오늘 일을 하지 않았다. 카일은 뭔가를 확인하기 위해 말을 타고 나갔으라? 혹시 질리언을 만나러 간 것은 아닐까? 그녀는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잠시 쉬기로 하고, 물을 한잔 마시러 주방으로 갔다. 물을 마시면서, 그녀는 푸른색 픽업 트럭이 평소 주차되어 있던 헛간 옆의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는 것을 발견했다. 틀림없이 카일이 몰고 나갔을 것이다. 매기는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며 잔을 카운터 위에 내려놓고, 앞 현관 포치로 걸어나갔다. 그가 질리언을 만나러 마을로 갔는지 알고 싶었다. 그녀를 안지는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그녀는 예쁘게 생겼을까? 그녀는 카일이 전 약혼녀의 배신을 극복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는 걸까? 그가 다시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앞으로 나서려고? 카일은 찌뿌둥한 기분으로 래프터 목장으로 진입하는 드라이브 웨이로 들어섰다. 날은 많이 기울어 있었고, 그는 라라미에에 사는 여동생과 매제인 제이크를 방문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매기에게서 떨어져 있기 위해 예정에도 없이 여동생을 방문했던 것이다. 그녀에게 하루 종일 자유롭게 책을 쓸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또한 그들 두 사람이 떨어져 있을 시간도 필요했다. 육체적으로 그녀를 원하기는 했지만, 그는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그녀가 그릇된 오해를 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단기간의 정사인 것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그녀에 대해 생각하게 되리라는 점은 감안하지 못했었다. 라라미에로 가는 길에도 마찬가지였다. 지칠 줄 모르고 튀어나오는 그녀의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해 라디오르 ㄹ크게 틀어 놓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엔젤이 새로 온 가정부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을 때, 그는 자신이 그녀 생각을 훨씬 더 많이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다행히도, 제이크가 아내의 무자비한 질문 공세를 중단시켰고, 덕분에 오후의 상당시간은 매기에 대한 생각을 한 쪽으로 접어놓을 수 있었다. 뜰로 진입하던 카일은 불처럼 치솟는 분노를 느꼈다. 하루 종일 매기를 생각할 때마다, 그는 그녀가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책을 쓰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뜰로 다가갈수록, 그녀가 일단의 남자들 틈에서 울타리에 몸을 기댄 채 빌리가 곡예 승마를 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 분통 터지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매기는 남자들 틈에 서서, 빌리의 묘기에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바로 옆에는 랜스 맥코드가 서 있었다.


매기는 트럭 소리에 몸을 돌렸다. 카일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심장이 쿵쿵 울렸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카일이 집에 돌아온 것을 그녀가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 간파당하지 않도록 얼른 빌리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공기는 더 상쾌하게 느껴졌고, 먼지와 말과 건초 내음은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 모든 감각이 예민해졌다. 그녀는 운전석 문이 꽝하고 닫히는 소리를 들었고, 눈 깜박할 사이에 그는 울타리 옆의 그녀에게 다가와 있었다. "글은 많이 썼소?" 그가 랜스에게 흘끗 시선을 던지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랜스가 눈��� 가늘게 뜨고 카일을 쳐다보았다. 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줄 알았는데" 카일은 엄청난 노력을 발휘해 화를 억누르며 계속 말했다. "아뇨, 잠깐 쉬고 있어요" 카일은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드러난 팔, 깊게 팬 네크라인의 셔츠, 짧은 스커트, 햇빛에 그을린 긴 다리,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샌들, 발톱에 바른 분홍색 메니큐어까지. "목장에 어울리는 차림이 아니군" 그녀의 네크라인 바로 위에 드러난 새햐얀 피부에 눈을 못박은 채, 그가 말했다. "내가 보기엔 아주 예쁜데요" 랜스가 매기에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몸의 무게 중심을 그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쪽으로 이동했다. 카일이 번쩍 고개를 들어 랜스를 노려보았다. "목장에는 적합하지 않네. 다리가 벌써 먼지로 더러워지지 않았나" 매기는 그를 올려다보았다가, 자신의 다리로 눈을 내렸다. 카일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왜 그렇게 고집스런 태도를 보여야 할까? 다리야 씻으면 그만인 것이다.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그녀는 빌리의 묘기를 보려고 몸을 다시 돌렸다. 하지만 카일에게서 뿜어 나오는 긴장감은 충분히 감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스커트를 입은 모습을 그가 좋아하기를 바랐다. 여기 도착한 뒤로 청바지밖에 입지 않았던 것이다. "먼지야 씻으면 되죠. 난 그녀가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랜스는 손을 내밀어, 한 손가락으로 매기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휘감더니 엄지로 쓰다듬었다. 카일이 랜스의 손을 치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떼어냈다. "아얏!" 매기가 몸을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남자들은 순간 빌리에 대해서는 잊고 카일과 랜스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들 중 두 사람은 아예 몸을 완전히 돌리고 울타리에 등을 기대었다. "랜스, 자네는 달리 할 일이 있지 않나?" 카일이 위험할 정도로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랜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오늘은 일요일이고, 쉬는 날이죠. 지금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따름입니다" 카일은 주위의 다른 일꾼들에게 흘끗 시선을 던졌다. 그들은 자기들 앞에서 펼쳐지는 쇼에 주위를 집중하고 있었고, 한 두 명은 분명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이리 와 보시오" 카일이 매기의 팔을 붙들고 집 쪽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그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려고 거의 뛰다시피 쫓아갔다. "뭐가 잘못되었나요?" "오늘은 당신이 글을 쓰고 있을 줄 알았소. 당신을 하루종일 혼자 남겨 두었으니, 글을 쓸 시간이 아주 많았을 거요. 그런데 막상 집에 돌아와 보니, 당신은 밖에서 남자들과 시시덕거리고 있었소!"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팔을 잡아 당겼다. 하지만 그의 손이 그녀의 팔을 더욱 세게 조이자 눈물이 나올 만큼 아팠다. "잠깐만요, 카일 카스테어즈! 난 아무와도 시시덕거리지 않았어요! 그냥 잠깐 쉬려고 밖으로 나왔을 뿐이에요. 오늘은 무려 열두 페이지나 썼단 말이에요. 평소의 속도에 비하면 대단한 업적이라구요. 하지만 컴퓨터 화면만 응시하고 있자니 눈이 아파서 잠깐 산책이나 하려고 밖에 나오니까 빌리가 말을 타고 곡예를 부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다가가서 구경한 것뿐이에요. 다른 사람들과 같이 구경했다고 해서, 그들과 시시덕거린 게 되지는 않아요!" "그럼 지금 그 옷차림은 뭐요?" "내 옷차림이 뭐 어때서요?" 그녀가 흘끗 내려다보았다. 울타리에 기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분홍색 셔츠는 깨끗했다. 데님 스커트는 하루 종일 앉아 있었던 탓에 약간 구겨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일꾼들은 일주일 내내 열심히 일하고, 주말이면 긴장을 푼단 말이요. 두어 명은 여자친구가 있지만, 나머지는 외톨이요. 그런데 당신은 <언제든지 여자친구가 되어 드릴께요>라고 광고하는 듯한 옷차림을 하고 있지 않소?" 그는 집게손가락으로 그녀의 셔츠의 네크라인을 따라 더듬었다. 그러면서 젖가슴의 부드러운 융기 부분을 뜨거운 낙인처럼 살짝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그의 손을 찰싹 때려 떼어내고는, 울타리 쪽으로 몰래 시선을 던졌다. 남자들은 빌리를 보고 있었다. 랜스만 제외하고는. 랜스는 카일과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서있는 곳에서도 그의 미소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카일의 말에 격분하여 그를 노려보았다. "난 내가 원하는 대로 옷을 입을 수 있어요" "내 밑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그럴 수 없소. 옷을 더 껴입든지, 아니면 짐을 챙겨 떠나시오" 그녀는 기가 막혀서 그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카일? 혹시 미친 거 아니에요?" 그녀의 옷은 문제될 게 하나도 없었다. 왜 그는 그렇게나 신경을 쓰는 것일까? 그가 어두운 회색 눈으로 오랫동안 그녀의 시선을 되받았다. 마침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 게 아니오. 단지 아주 진지할 뿐이오" 그녀는 다시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아무런 타당한 근거나 이유도 없이 명령을 내리는 아버지의 딸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 이제는 카일이 그녀의 옷차림에 대해서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의 팔을 떼어내고, 머리를 꼿꼿이 든 채로 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스물세 살이었다. 완전한 성인이었고, 완벽하게 스스로를 돌볼 수 있었다. 그녀는 계단으로 향했다. 한 시간이면 가방으로 싸서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이 어디론가 떠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는 사실을 생각지 않으려고 애썼다. 카일에게서 일주일 치 임금을 받을 수 있을 테니, 그 돈으로 모텔에 묵을 수 있으리라. 내일 아침 제일 먼저 다른 일자리를 찾아볼 것이다. 13. 그녀는 침대 밑에서 여행가방을 꺼내 옷을 담기 시작했다. "뭘 하고 있는 거요?" 카일이 열린 문가에 서 있었다. 그녀는 그가 따라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녀는 흘끗 뒤쪽으로 시선을 던지고는, 계속해서 서랍장을 비워 나갔다. "보면 아실 텐데요, 짐을 싸고 있어요" "옷이나 갈아입으시오. 떠나지 말아요"


"카일, 당신은 가정부들이 왜 떠났는지 다 말하지 않았어요. 혹시 그들에게도 무엇을 입을지 말지 간섭한 것 아닌가요?" "아니, 그럴 필요가 없었소. 그들은 도발적으로 옷을 입지 않을 만큼 분별력이 있었으니까" 그녀는 여행 가방 하나를 꽝 하고 닫고는 , 분노로 이글거리는 얼굴을 그에게 돌렸다. "난 도발적인 옷차림을 한 적이 없어요!" "당신은 엄청 도발적으로 보이오" 그가 고함쳤다.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뚫어지게 그를 응시하면서, 자신의 분노가 처음 솟아올랐을 때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도발적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데님 스커트에 면 셔츠 차림의 그녀를? "제정신이에요?" 기가 막혀서, 그녀가 속삭였다. "글쎄 모르지" 그가 그녀의 방안으로 한 발짝 들여놓았다. 그의 눈은 그녀에게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일주일 내내 둥근 엉덩이와 긴 다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몸에 꼭 맞는 청바지를 입은 당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역이었소. 내가 얼마나 손을 뻗어 당신을 만지고 싶었는지 아시오? 지금 당신은 그 긴 다리를 속속들이 보여주는 짧은 스커트를 입고 있소. 당신의 피부는 장미 꽃잎처럼 부드럽게 보이오. 내가 얼마나 당신을 만지고 싶어하는지 알고 있는 거요?" 그녀는 그가 양손으로 세게 주먹을 쥐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에게 손을 내밀지 않도록 억제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숨을 멈추었다. 심장이 갈비뼈가 아프도록 세게 쿵쿵 거렸다. 온몸의 피부가 욱신거렸다. 그녀는 그의 말에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가 그녀보다 먼저 말을 했다. "당신의 맨 팔이 내 목을 휘감으면 어떤 기분일까? 당신은 전에도 나와 포옹한 적이 있소. 하지만 팔은 언제나 소매로 덮여있었소. 그리고 그 네크라인은 말이오. 그게 너무 깊이 파였소. 가슴 사이의 골짜기가 시작되는 곳도 볼 수 있을 정도요" 그의 눈이 그녀에게 못 박혔다. 매기는 그의 눈 속에서 뜨거운 열기를 보았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하려고 애쓰며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근육 하나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셔츠도 너무 헐렁하오. 어제 나무 아래에서 당신을 어떻게 안았는지 기억하오? 난 당신의 매혹적인 몸을 구석구석 기억하고 있소. 그 셔츠는 너무 헐렁해서, 그곳으로 쉽게 손을 밀어 넣어 당신의 몸을 어루만질 수 있을 것 같소." 마치 꿈을 꾸듯이, 매기는 천천히 한 걸음, 두 걸음 그에게 다가갔다. 카일이 부드럽게 신음을 토하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그녀를 단단히 껴안고, 머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그녀의 입술이 그의 소유이기라도 하듯 당연하게. 매기는 입술을 열어 그를 환영하면서, 맨 팔로 그의 목을 감았다. 그의 손 하나가 그녀의 등을 배회하다가, 아래로 내려가 엉덩이의 곡선을 감싸쥐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엉덩이를 약간 들어올려 자신에게 더욱 가까이 밀착시켰다. 그 사이에 다른 손은 느슨한 네크라인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 기다란 척추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 스커트의 허리선까지 도달했다가, 다시 위로 올라와 브래지어를 풀기 시작했다. 카일은 손이 그녀의 가슴 쪽으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만 천천히 그녀를 풀어주었다가, 다시 천천히, 너무나 천천히 , 손을 위로 끌어 올려 그녀의 젖가슴을 감싸쥐었다. 그녀는 그의 입에 한숨을 내쉬며, 더 가까이 몸을 밀착시켰다. 그가 지펴 올린 격렬한 불꽃이 그녀를 압도하려 하고 있었다. 그녀는 찌를 듯한 기쁨에 미소 짓고 싶었다. 하지만 단 1 초라도 그의 입술이 떨어져 나갈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가 않았다. 이것은 지상의 천국이었고, 그녀는 철저히 천국을 맛보고 싶었다. 그가 엄지로 그녀의 유두를 문지르자, 그녀가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활처럼 휘었다 . 카일은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서 옮겨, 그녀의 뺨으로, 턱으로, 목덜미의 맥박이 뛰는 곳으로 내려갔다. 그가 다시 엄지손가락으로 유두를 쓰다듬자, 그녀는 거의 광란 상태에 빠졌다.


"쉬이" 카일이 속삭였다. 그는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고는 혀로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괜찮다구. 자, 자, 진정해요" 그가 마치 까다로운 말을 진정시키듯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매기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그에게 매달렸다. 그녀는 눈을 꼭 감은 채, 숨결을 고르려고 애썼다. 그리고 자신을 고문하는 혼란스러운 감각을 진정시키려 안간힘을 썼다. 그녀는 그가 그녀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몇 번이나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그 증거가 자신의 복부를 누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왜 멈추었을까? 그녀의 드러난 등에 닿은 그의 손이 마치 뜨거운 낙인 같았다. 그녀는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그에게서 떨어지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녀는 왜 그가 키스를 했는지 당혹스러웠다. "괜찮소?"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그녀가 그의 귀에 대고 말했다. 그녀는 그의 뺨에 키스한 다음, 그의 눈을 볼 수 있도록 몸을 떼어냈다. "별로 어찌될 건 없소. 옷이나 갈아입으시오" 그녀가 얼굴을 찡그렸다. "카일, 난 지배당하지 않겠어요" 그녀는 멀찍이 몸을 떼어내고, 가슴 위로 팔짱을 꼈다. "난 누구도 지배할 생각이 없소!" 그가 거의 고함을 지르다 시피 했다. "아니, 그러고 있어요! 당신은 자기 기분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든지 아니면 떠나라고 했어요. 더 이상은 일일이 간섭받지 않겠어요. 아버지와 필립 때문에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이제는 충분해요" "제기랄!" 그가 손으로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기더니, 창가로 걸어갔다. 매기는 그를 지켜보았다. 제발 부탁이니, 이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말을 해 주었으면 싶었다. 그녀는 그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여행가방을 쳐다보았다. 마저 짐을 챙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당신 아버지나 전 약혼자처럼 굴 생각은 없었소" 그가 말했다. "당신에 대한 내 기분은 당신 아버지와는 완전히 다르니까" 그녀가 오랫동안 그를 응시했다. "지니 때문에 그러는 건가요, 그렇죠? 내 옷차림을 싫어하는 것은 그녀 때문이에요. 나의 무언가가 그녀를 연상시키는 거에요. 안 그런가요?" 그가 너무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기에, 그녀는 그가 대답을 하지 않으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가 한숨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당신이 일꾼들과 가까이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도 다 그녀 때문이오. 특히나 그런 옷차림으로는" "지니는 도발적으로 옷을 입었군요" "그 이상이었소" "그 이상?"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창 쪽으로 등을 돌렸다. 그리고는 창틀에 몸을 기댔다. "지난번에 지니가 나보다 목장에서 나오는 돈을 더 원했다고 말했을 거요" "그래요"


그녀는 조심스레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아냈는지는 말하지 않았었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보지 않았다. 그는 멀리 초원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다. 혹은 몇 년 전의 일을 돌이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어느 날 가축 경매에서 일찍 집으로 돌아왔소. 지니와 경매를 축하할 생각을 하면서 말이오. 그녀는 그 주에 목장에 머물고 있었소. 이층으로 올라갔더니, 그녀가 목장 일꾼 하나와 침대에 있었소" "맙소사" 충격을 받은 매기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그들의 말소리가 들렸소.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하자, 나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했소. 그들은 방문을 열어 두었소" 카일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매기는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그를 만지고,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원하는지 어떤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깔깔대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소. 그녀가 나와 결혼하면 얼마나 많은 돈을 만질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자기들이 신중하게만 행동하면 얼마든지 관계를 계속할 수 있다는 등의 얘기였소. 내가 문가에 나타나 말을 했을 때, 그녀는 글자 그대로 코가 납작해졌을 거요." 매기는 한 손을 뻗었다가, 다른 손으로 얼른 그 손을 막았다. 그녀는 그의 고통을 달래 줄 무언가를 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안됐어요" 그녀가 말했다. "아,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요" 그는 심호흡을 하더니, 몸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 "약혼녀를 잃어서가 아니라, 이곳 최고의 일꾼 하나를 잃게 되어서 말이오. 그리고 그들이 떠났을 때, 다른 일꾼들도 무척이나 화를 냈소. 난 그런 종류의 분열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소. 난 당신에게 일꾼들과 가까이 하지 말라고 요구했소. 이제 그 이유를 알겠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할 뿐만 아니라, 당신의 이유에 완전히 동의하고 있어요. 왜 처음부터 그렇게 설명해 주지 않았어요?"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오." 그가 냉정하게 말했다. 매기는 뺨을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뒤로 물러섰다. "물론 당신이 옳아요. 그때도 상관없었고, 지금도 상관없지요. 어쨌거나 설명해 주어서 고마워요. 일단 설명을 들었으니, 규칙을 충실히 준수하겠어요.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독단적이고 변덕스러운 규칙이니까요" "매기, 나는..." "아뇨, 당신은 보스로서 내게 적절한 복장을 명령할 권리가 있어요. 지금 갈아입죠. 당신이 나가준다면요" 그녀는 턱을 치켜올리고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그의 차가운 대답에 심한 굴욕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 보이지는 않을 작정이었다. 앞으로는 그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불평을 야기할 어떤 원인도 제공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럼 이제 떠나지 않는 거요?" "네. 이제 부터는 청바지만 입도록 하겠어요. 여기서 조금이라도 오래 일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 그녀는 아무데도 갈 곳이 없었다. 아파트도 내놓았고, 당장에 일할 만한 다른 직장도 없었다. 어쩌면 이것은 자신의 불안한 위치에 대한 경고인지도 몰랐다. 그가 당 장에라도 그녀를 해고한다면, 그녀는


아무데도 갈 곳이 없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그럼 아래층에서 봅시다." 14. 맙소사, 매기는 그를 너무나 화나게 만들기 때문에, 때때로 그는 그녀를 잡아 흔들고 싶었다! 그녀는 청바지를 입으라는 명령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떠나려고 했다. 그녀는 그 이유를 물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는 쿵쾅거리며 서재로 들어가, 의자를 왈칵 당겼다. 그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그녀의 컴퓨터를 노려보았다. 화면이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성자라도 그녀에게 화를 내고 말 것이다! 그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천장을 흘끗 올려다보았다. 시간이 지나도 이층이 조용하자, 카일은 점차 인내심을 잃어갔다. 어쩌면 그가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나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니와 윌트 해밀턴의 영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카일은 매기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랜스의 태도가 어떠한지를 보았다. 그는 랜스와 매기가 사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일이 그렇게 진행된다면, 그는 두 사람 모두를 내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랜스는 놓치기엔 너무 괜찮은 현장 감독이었다. 매기는 이층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 컴퓨터를 보았다. 만일 그녀가 하루 일을 이대로 끝내기로 작정했다면, 그가 대신 전원을 꺼주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망설였다. 화면에 표시된 문장들이 그를 끌어당겼다. 그는 모니터 앞에 앉아 천천히 문장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화살표 키를 눌러 첫 부분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는 한 번도 로맨스 소설을 읽어 본 적이 없었지만, 일반 소설은 꽤 많이 읽었다. 그는 로맨스 소설이라고 해서 질이 훨씬 떨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글재주는 별로 였다. 우선 인물 묘사가 너무 딱딱했다. 거기엔 감정이 들어있지 않았다. 이야기의 전개도 너무 작위적이고 변덕스러웠다. 그것은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너무나 글을 쓰고 싶어했다. 그리고 책이 출판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화려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만일 이 정도가 그녀의 최선이라면, 그녀는 앞으로 까마득할 것이다. 남자 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처음으로 키스하는 장면에 이르렀을 때, 그는 속도를 늦추고 다시 읽었다.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적어도, 그녀는 그 키스를 그냥 '좋다'고 묘사하진 않았다. 어쩌면 그녀는 경험부족으로 장애를 겪는지도 몰랐다. 그는 책에 나오는 커플이 싸움을 하게 될 지 궁금했다. 방금 그들이 했듯이 말이다. 그는 그녀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매우 궁금해졌다. 그녀가 제대로만 해낸다면, 이야기는 생명력을 되찾을 것이 분명했다. 그는 끝까지 읽고 나서, 혹시 그녀가 잊었을 경우를 생각해서 저장키를 눌렀다. 그리고 컵퓨터를 껐다. 그는 그녀가 앉아있던 의자에 앉아 열린 창 밖을 내다보면서, 남자 주인공이 그를 닮은 것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인지 어떤지를 궁금해했다. 그녀는 래프터 목장에 오기 전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남자는 그와 매우 닮아 있었다. 혹은 좀더 근사한 카일, 여자가 보기에 더욱 바람직한 카일과 닮아 있었다. 혹시 그녀는 경험을 축적하기 위한 수단 이상으로 그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는 그녀의 삶에서 남자 주인공을 패턴화 하기 위한 도구를 있는 대로 끌어다 쓴 것은 아닐까? 그녀가 책을 모두 끝내려면 얼마나 걸릴까? 아니, 그녀는 얼마나 오래 여기서 머물까? 매기가 살그머니 계단을 내려왔을 즈음에는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그녀는 카일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려고 주방에 들어갔다. 그녀는 커다란 잔에 아이스 티를 따르고는, 대충 만든 샌드위치를 들고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 아래에 도달했을 때, 그의 음성이 그녀를 멈추게 했다. "포치에 나와서 먹지 그러오. 밤이 아주 아름답소. 오늘밤에는 바람도 없군"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자신의 방에 있는 것이 훨씬 안전할 것이다. 오늘이 끝나기 전에 다시 한 번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있을까? "매기?" 나긋하면서도 탄원조의 목소리였다. 아니면, 그것은 그녀의 상상의 산물일까? 언제나와 같은 목소리에 불쾌한데 말이다. "좋아요" 그녀가 몸을 돌려 포치로 나갔다. 카일이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식사는 했나요?" 그녀가 흔들의자에 조심스레 앉으면서 물었다. "조금 전에. 나도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소. 동생이 점심때 성찬을 차려주었기 때문에 식욕이 별로 없었거든." "오늘 거기에 갔던 거에요?" 그럼 그는 질리언과 함께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마음이 가벼워졌다. "동생과 매제를 만나러 라라미에로 갔었소" "그녀에게서 떨어져 있으라고 당신이 경고했다던 그 사람 말이죠" "그렇소. 그들이 결혼하기 전이었지. 당연히 그는 내 말을 듣지 않았소." "그들은 행복한가요?" "아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건 그들과 오후 한 때를 같이 지내는 정도요" 카일이 힘없이 말했다. 그는 동생의 행복을 질투하지는 않았다. 단지 자신에게도 똑같은 행복이 찾아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을 뿐이었다. "형도 결혼했다고 했죠?" "그렇소. 손가락 하나로 형을 좌지우지하는 자그마한 몸집의 여자와. 형은 형수에게 완전히 빠져있소." "멋지군요" 매기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도 그런 남자를 찾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나 그녀를 기쁘게 해주려고 안달하는 그런 남자를 말이다. 아니, 최소한 그녀를 성인으로 대우해주고,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위압적인 명령을 내리지 않는 남자이기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형도 만족하는 것 같더군" "당신은 그렇지 않은가요?" "글쎄..." "그들은 목장에 자주 오나요? 전에 이곳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렇소. 레이프 형과 체리티는 가을이면 올 거요. 대개 대학 풋볼 경기를 보러았다가, 남은 주말을 여기서 보내곤 하오. 엔젤은 여름이면 몇 주동안 여기서 지내는 편이오. 이번 여름에는 어떨지 모르겠소. 그녀와 제이크는 겨우 두 달 전에 결혼했소." "그들이 소유 지분을 갖고 있긴 하지만, 목장을 실제로 경영하는 건 당신이죠?" "매기, 당신은 남자로서의 나에게 관심이 있는 거요, 아니면 책 속의 남자 주인공 모델로서요?" 그가 갑자기 물었다. 그녀는 참치 조각이 목에 걸려 콜록거렸다. "내 책이요?" "당신이 이층에 있는 동안 읽어 보았소" "내 글을 읽었다구요?" 그녀는 남은 샌드위치를 접시 위에 던졌다. "당신은 내 원고를 읽을 권리가 없어요! 끝내려면 아직 멀었고, 다 끝내기 전에는 아무에게도 읽히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너무 늦었소. 이미 읽었으니까. 그래서 당신이 글을 쓰는 게 아니오? 다른 사람에게 읽히려고? " 카일이 물었다.


"아직 미완성 원고에요" 그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컴퓨터를 켜 놓았길래 훑어 본 것 뿐이오" "다음 번에는 약간이라도 자제력을 발휘해서 내 컴퓨터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으세요" 매기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말이 불러일으킨 감정이 어떤 종류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어땠어요?" 그녀가 마침내 물었다. 그녀의 첫번째 비평가였다. 그녀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숨을 멈추었다. 카일은 망설였다. "형편 없군요, 그렇죠?" 그녀가 신음을 토했다. 아직 남에게 보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긍정적인 부분을 한 군데도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나빴을까? "약간 딱딱했소. 인물 묘사에 깊이가 부족한 것 같더군. 게다가 남자가 여자 주인공에게 키스하는 장면은 좀 무미건조한 느낌이 들었소" "그 부분은 아직 노력 중이에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그의 탐탁지 않은 평가에 실망스러웠다. "갑시다" 카일이 일어나서 칸막이 문을 열었다. "어디로요?" 매기가 일어나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녀의 등에 손을 대고 서재 쪽으로 인도했다. 카일은 불을 켜고, 그녀를 컴퓨터 쪽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어깨를 눌러 의자에 앉혔다. 그런 다음, 손을 뻗어 캄퓨터를 켰다. "키스 신을 띄워 보시오" 그가 다른 의자를 가까이 끌어 당겨 그녀 옆에 앉혔다.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매기는 그의 말을 따랐다. 화면의 글을 훑어 보았다. 무미 건조하고, 따분하고, 그녀가 묘사하고 싶은 것과는 전혀 달랐다. 머리 속에 있는 그림과도 맞지 않았다. 왜 그녀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일까? "자, 이쪽을 봐요" 그가 말했다. 그녀가 순순히 고개를 돌렸다. 카일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턱을 감쌌다. 그는 입술로 가볍게 그녀의 입술을 문지르고는 뒤로 몸을 빼고 그녀를 보았다. "이건 어땠소?" "좋아요" "아니, 당신의 느낌이 어떠냐니까?" 심장이 마치 달리기를 하고 난 후처럼 두근거렸다. 그녀는 그의 손길이 닿은 턱을 약간 기울여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의 모습이 몽롱하게 들어왔다. "짜릿하다?" 그녀가 물었다. 그가 한 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적어놓으시오" "뭐라구요?" "키스에 대한 당신의 느낌을 적어보라구" 그가 그녀의 턱을 놓아주고, 뒤로 물러앉아 그녀를 응시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그의 시선을 의식하며, 매기는 컴퓨터로 몸을 돌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을 때의 느낌을 포착하려 애썼다. 손가락이 둔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자꾸만 키를 잘못 눌렀지만, 점차 그의 키스에서 받은 느낌을 유사하게 반영하는 단어를 찍어내고 있었다. "다음으로 갑시다" 카일이 말했다.


"다음 이라뇨?" 그녀가 어깨너머로 그를 돌아보았다. "다음 키스 말이오" 그는 그녀의 몸을 돌려 자신에게 얼굴이 향하도록 하고는, 입술을 가져왔다. 그는 그녀의 입술에 대고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혀로 장난을 치다가, 그녀가 입을 약간 벌리자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는 금세 뒤로 물러앉았다. 만족스러운 빛을 눈에 반짝이면서. "지금 받은 느낌을 적어봐요" 매기는 제대로 생각을 하려고 애쓰면서 화면을 응시했다. 천천히 손가락이 단어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혈관 속에서 끓어오르는 열기와, 카일이 불러일으킨 기쁨과, 자꾸만 놓아지는 갈망에 대해서. 마침내 손가락이 멈추었다. "다음" 그녀는 심호흡을 했다. 기대감이 마치 좋은 포도주처럼 그녀의 내부에서 샘솟았다. 얼마나 많은 키스가 남아있을까? 모든 키스가 점점 더 관능적으로 변해간다면, 그녀는 너무 몽롱해서 글을 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열성적으로 의자를 돌려 그를 올려다보았다. "다음요" 그녀가 확인했다. 그는 오랫동안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 속의 열기가 그녀를 타오르게 만들었다. 그의 손이 천천히 올라와 그녀의 머리카락 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가 그녀의 머리를 뒤로 젖히고 목과 턱선, 그리고 그녀의 눈 속에 담긴 화답의 불꽃을 음미하자, 매기는 점차 참을성을 잃어갔다. 그녀는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카일은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키스를 위해 그녀를 훨씬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가 그녀의 입술에서 천분의 일 밀리 정도 거리에서 입술을 멈추자, 그의 숨결이 그녀의 숨결과 뒤섞였다. "카일..." 그녀가 애원했다. "기대감은 사랑의 양념이요" 그가 혀로 그녀의 입가를 쓸며 중얼거렸다. 매기는 더 가까이 몸을 기대려 했다. 하지만 카일의 손은, 딱 그가 원하는 만큼의 거리에 그녀를 붙들어 놓았다. "아직은 아니오" "지금이에요" 그녀가 양팔로 그의 허리를 껴안으며 속삭였다. "당신에게선 언제나 장미 향이 풍기는군. 머리에서 나는 거요, 아니면 몸에서 나는 거요?" 그가 그녀의 턱을 따라 뜨거운 키스를 퍼부으며 물었다. 그녀는 부드럽게 신음하며 신음하며 눈을 감았다. "책에 그대로 묘사할 수 있도록 모든 감정을 기억해 두고 있는 거요?" 그가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희롱하며 물었다. 그녀가 대답하기 전에, 그는 그녀의 입술을 벌려 혀로 어둡고 따스한 내부를 찾아 깊은 키스를 해왔다. 매기는 시간과 장소와 자신을 잃고, 그의 입술이 그녀에게 불러일으키는 격렬한 열기 속으로 몰입했다. 그녀의 몸이 그의 손길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의 손이 머리를 움켜쥐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녀는 더 많은 손길을 원했고, 그의 손길에서 그녀의 몸이 얻을 수 있는 더 많은 기쁨을 갈구했다. "지금 느낀 것을 써봐요" 그가 거칠게 숨을 몰아 쉬며 말했다. 매기가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도무지 머리 속이 또렷해지지 않았다. 그녀는 컴퓨터 화면에 흘끗 시선을 던졌다가, 다시 카일을 보았다. 그녀는 반쯤 몸을 일으켜 자신의 의자에서 그의 무릎 위로 옮겨 앉아, 양팔로 그의 목을 휘감았다. "농담이죠,네?"


그녀가 그의 뺨을 따라 키스를 퍼부으며 말했다. 하루 지난 수염이 거칠게 느껴졌다. "지금은 한 글자도 칠 수 없어요" 그녀의 입술이 그의 입술로 움직였고, 그가 자신을 단단히 끌어안고 키스를 계속하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둥근 엉덩이로, 허벅지의 바깥 부분으로 내려갔다. 그녀의 입술에 대고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을 토해내며, 그는 그녀가 스커트를 갈아입었다고 불평하고 있었다. 그녀는 키득거렸다. "내 기억이 맞다면, 당신이 그렇게 명령했어요" "멍청한 명령이었군" 그가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하며 말했다. 그는 한 손을 앞으로 이동해 천천히 그녀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당신의 다른 셔츠가 더 맘에 드는데..." "아까와는 얘기가 다른 데요?" 그녀가 그의 귓불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한 손으로 그의 숱 많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다른 손으로 그를 따라 하며 그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의 입술이 다시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매기는 피부에 차가운 밤 공기가 와 닿자 자신이 셔츠를 벗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카일은 그녀의 브래지어를 풀려고 손을 움직였다. "안돼요!" 그녀가 똑바로 앉아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그녀는 불빛 속에서 눈을 깜박이며 그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의 셔츠가 허리까지 열린 채 어깨 뒤로 반쯤 걸려있었다. 그녀는 드러난 그의 남성적인 가슴으로 눈길을 떨어뜨렸다. 그녀는 더 많은 것을 원했다. 그녀는 그가 가르쳐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이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 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가 깊은 키스를 해오자, 그녀는 완전히 몸을 맡기고 반응했다. 그녀는 살아오는 동안 오늘밤을 절대로 잊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어깨 위로 입술을 이동하자, 그녀는 그의 입술이 그녀의 피부 위에서 만들어 내는 짜릿한 감각을 만끽하며 미소를 지었다. "사랑해요" 그녀가 온 마음을 담아 속삭였다. 그는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 쓴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똑바로 등을 세우고, 그녀의 팔을 붙들어 똑똑히 그녀를 볼 수 있도록 뒤로 떼어냈다. "뭐라고 했소?" 그의 음성은 차가웠고, 분노에 찬 눈은 가늘게 모아 뜨여 있었다. 매기는 그의 반응에 깜짝 놀라 멍하니 응시했다. "사랑...한다고 했어요" 그녀가 더듬거렸다. "오, 맙소사. 아니오. 섹스와 사랑을 혼동하지 마시오" 그가 그녀의 팔을 아프게 조이며 말했다. "혼동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여기 처음 왔을 때부터 당신을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믿을 수가 없군. 당신은 여기 일을 하러 온 거요. 나와 불장난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당신과 불장난을 하자는게 아니에요. 당신을 사랑해요" 그녀가 자신 있게 말했다. "당신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겠어요" "행여나 그러겠소! 처음에는 사랑의 말로 시작해서는, 남자가 가진 모든 것을 요구하는 것을 끝내는 게 여자들의 수법이오. 우리사이에는 육체적인 끌림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이미 말했잖소. 실제 이상으로 미화할 생각은 하지 마시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렇게 말하시오. 갖은


미사여구로 당신의 양심을 달래려 하지는 말란 말이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녀가 균형을 잡도록 잠시 붙들어 준 다음, 성큼성큼 방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가 몸을 돌리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난 믿지않소" "뭐라구요?" 갑자기 옷을 입지 않은 자신의 상태를 의식하며, 매기는 셔츠를 찾아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녀는 바닥에서 셔츠를 주워 재빨리 팔에 끼우고 단추를 잠갔다. 심장이 약간 아파왔다. 너무 빠르게 쿵쿵거리고 있는 탓이다. 그녀는 구토증을 약간 느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대충 빗어 넘기고는,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당신의 '사랑'에 대해 조금도 믿지 않소. 오늘 저녁 집에 돌아왔을 때, 당신은 랜스를 포함해 다른 모든 카우보이들과 함께 시시덕거리고 있었소. 이제 키스 몇 번에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소. 어쩌면 내가 당신의 남은 평생을 돌봐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르지. 그래서 우리 키스가 그럭저럭 괜찮다고 여겨지니까 수작을 부려도 되겠다고 결정한 거요" "그만해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내가 경험이 별로 없으니까 실습을 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에요. 오늘밤에도, 당신은 내가 느낀 감정을 써내려 가게 했어요. 이 일은 오로지 당신의 레슨에서 촉발된 결과라구요" "맞는 얘기요. 당신도 동의한 섹스를 위해서지. 하지만 여기를 떠날 때는 후회도, 조건도 없어야 한다고 약속했소" "당신과 사랑에 빠질 계획은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사랑에 빠지다니, 참 편리한 일이구려" 그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어울리지 않게 코웃음 치지 말아요. 좋아요, 내 말은 싹 잊으세요. 물론 당신 말이 맞아요, 당신을 사랑하다니 내가 멍청이죠. 당신에겐 누군가에게 나눠줄 사랑이 남아있지 않아요. 당신은 지니가 당신이 원했던 여자와 달랐다는 사실이나 계속 끌어안고 계속 몸부림이나 치도록 하세요" 그녀는 고개를 꼿꼿이 들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가슴을 할퀴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오랫동안 사랑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마침내 사랑을 찾아냈을 때, 그는 그녀를 믿지 않았다. 또한 그녀의 사랑을 되돌려 줄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말은 근사하군" 그가 뜨거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내뱉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하긴,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어요" 방을 가로질러 문 쪽으로 걸어가는 일은, 매기가 지금까지 해본 일 중에서 가장 힘든 일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그녀는 비틀거리지도 떨지도 않았다. 안전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평정을 잃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 오만하고 멍청하고 고집 센 카우보이에게, 그의 말이 그녀에게 심한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을 절대 알지 못하게 할 것이다. 카일은 그녀가 방을 걸어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와 부드럽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꼼짝할 수도 없었다. 어둡고 위험한 감정이 그의 내부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감히 그를 사랑한다는 말을 믿게 하려 하다니! 제기랄! 그녀는 그를 바보로 생각하는 것일까? 그는 한잔 마시고 싶었다. 그는 서재를 나오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저게 무슨 소리지? 그는 눈을 감고 주먹을 세게 쥐었다. 매기가 울고 있었다. 혹시 그녀는 우리 사이의 열정을 사랑으로 착각한 것이 아닐까? 그녀는 자신의 말을 정말로 믿고 있을 수도 있다. ...아니, 그녀는 지니처럼 교활한 거짓말쟁이에 불과하다구. 지금 울고 잇는 것도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탓에 울화가 치밀어서 일거야. 그는 요란하게 주방으로 돌진하여, 냉장고 옆의 찬장 속에 보관해둔 버번을 찾았다. 그는 버번을 한 잔 가득 따른 다음, 카운터에 등을 기대고 맨 가슴위로 팔짱을 꼈다. 술을 마시는 동안,


그의 내부에서 뭔가가 단단하게 꼬여갔다. 애초에 그녀를 머물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는 그녀가 적당한 가정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요리를 대신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는 처음 보았을 때 당장 그녀를 돌려보냈어야 했다. 아니면, 적어도 그녀가 처음 두 번의 식사를 망친 후에라도. 그것도 아니면, 처음으로 그녀에게 키스한 다음이라도. 맙소사, 그녀에게 키스한 것은 엄청난 실수였다. 책 쓰는 것을 돕기 위해서라니, 정말 바보스러운 핑계로군. 아니면, 그들이 정사를 즐긴 다음에 아무런 상처도 없이 헤어질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었던 것일까? 매기의 방 앞을 지나면서, 그는 잠시 발을 멈추고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귀를 기울였다. 오로지 고요뿐이었다. 그는 그녀가 괜찮은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망설였다. 혹시 그 행동을 그녀가 오해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는 복도를 따라 그의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간 그는 방문을 닫고, 그녀의 부드러운 사랑의 말에 대한 기억을 떨쳐버리려고 애썼다. 15. 매기는 초조하게 시계를 흘끗 올려다보며 달걀을 프라이팬에 깨뜨려 넣었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잭과 빌리, 그리고 다른 일꾼들이 아침 식사를 하려고 들이닥칠 것이다. 카일도 들어올 것이다. 그는 오늘 아침 그녀가 제일 부딪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어젯밤의 순진한 고백을 기억하자, 수치심에 속이 울렁거렸다. 그가 그녀를 얼마나 바보로 생각할까? 아니, 그는 그녀를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돈밖에 모르는 사기꾼이라고 여길뿐... 그녀는 반쯤 익은 달걀을 휘저으면서, 커다란 토스트기에 버터 바른 빵 네 조각을 집어넣었다. 커피는 커다란 주전자 속에서 끓고 있었다. 그녀는 재빨리 한번 둘러보며 모든 것이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일단 달걀만 다 익으면... "좋은 아침이오" 카일의 목소리가 문가에서 들려왔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녀가 시선을 팬에 고정시킨채 대답했다. 그가 나타났다고 해서 달아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녀는 그가 스토브 쪽으로 걸어가 잔에 커피를 따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그대로 서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집스레 그를 쳐다보기를 거부했다. 그녀는 달걀에만 신경을 집중했다. 달걀은 거의 다 익어가고 있었다. "매기, 어젯밤에는..." "미안하지만, 그 접시가 필요해요" 그녀는 무거운 팬을 따뜻하게 데워둔 접시위로 가져갔다. 달걀 스크램블을 그 위에 긁어 담은 다음, 그녀는 접시를 식탁 중앙에 놓고 다시 한번 시계를 보았다. 밖에서 남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매기" 카일이 말했다. 그녀는 토스트를 식탁에 놓고,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였는지 확인했다. 그리고는 카일의 옆을 지나 복도로 향했다. "어디 가는 거요?" "나는 먼저 먹었어요"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 그가 붙들기 전에 얼른 여기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녀는 뛰다시피 방으로 올라가 문을 닫고 등을 기댔다. 자, 해냈다. 첫 번째 장애물은 넘은 것이다. 어젯밤 이후의 첫 대면에서 그녀는 계획했던 것만큼 차분하게 모든 것을 처리할 수는 없었지만, 이것이 그녀의 최선이었다.


갑자기 노크소리가들려왔다. "문열어요, 매기" "가세요" 그녀는 문에서 몸을 떼고, 창가로 걸어갔다. 그는 대체 그녀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그녀의 피? 카일은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하지만 들어오는 것을 망설였다. "매기, 당신과 얘기를 하고 싶소" "전 할 얘기가 없어요. 가서 아침이나 드세요" "당신은 정말로 먹었소?" "나중에 먹으면 돼요. 당신이나 따뜻할 때 어서 드세요" 그녀가 커튼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그녀는 그가 방을 가로질러 오는 소리를 듣고 긴장했다. 그가 한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려놓고 부드럽게 몸을 돌렸을 때, 그녀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쳐다보도록 그녀의 턱을 들어올렸다.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그것도 이제 막 깨달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믿지 않았다. 그녀가 지니처럼 돈을 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당신을 울려서 미안하오"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카일, 할 말이 있으면 어서 하고 나가세요. 당신의 거짓된 동정은 필요 없어요" 그녀는 막 솟아오르는 화를 참으며 말했다. 그녀는 스스로 놀림감이 되었다. 하지만 무참히 손상당한 것은 그녀의 자존심뿐이었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귀를 기울였을 뿐이다. "어젯밤에는 모든 일이 통제를 벗어났소. 우린 당신의 책을 위해 연구하려 했을 뿐이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다. 지금 이 순간, 책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가장 사소한 문제일 뿐이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만졌으면 하고 바랐다. 그의 손길이 닿으면 제대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감정이 과장되게 부풀려졌나 보오" 그녀가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일을 더 망치고 있군, 그렇지?"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가서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게 어떻겠소?" "아뇨, 당신들이 일하러 나가면 먹겠어요" 그녀가 뒤로 물러섰다. 그의 손길에서 떨어지자,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카일은 뭔가 말하려 했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는지 몸을 돌리고 방에서 나갔다. 모두가 일을 하러 나가자, 그녀는 늦은 아침을 들고나서 주방을 치웠다. 그런 다음, 그녀는 서재로 가서 몽고메리 부인에게 전화했다. "안녕하세요, 새 일자리를 찾아달라고 전화한 거지요?" 매기가 신분을 밝히자, 몽고메리 부인이 대뜸 말했다. "네, 그래요. 그리고 래프터 목장에 다른 가정부를 구해달라는 말씀도 드리려구요" "오늘 아침 일찌 카스테어즈씨가 이미 부탁을 해왔어요. 지금 찾고 있어요.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그는 만족시키기 쉬운 사람이 아니에요. 새 가정부가 올때까지 당신을 계속 머물게 할 거라는 말을듣고, 솔직히 나도 놀랐어요" 카일이 벌써 후임을 구해달라고 전화했다구? 그 사실은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다. 그녀는 차분한 음성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내심으로는 수화기를 집어던지고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그는 그녀가 책을 다 쓰고 떠날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당신 일자리를 찾게 되면, 새 가정부를 구하기 전이라도 떠날 수 있나요?" 몽고메리 부인이 묻고 있었다. "네? 오, 그럼요. 제 일자리가 정해지면 언제든 떠날 수 있어요" 그녀는 필요 이상으로 여기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었다. 하지만 당분간은 돈이 필요했다. 머무를 곳도. "좋아요, 포스터 양. 적당한 자리가 나면 연락하겠어요" 매기는 그 말에 만족을 느껴야 옳았다. 몽고메리 부인이 자신의 일솜씨를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사실, 그 여자가 옳았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그녀는 자신도 일을 잘 해낼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그녀는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카일의 명령대로 낮에는 집안일에 힘써야 한다는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그는 그녀가 여기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몽고메리 부인이 적당한 일자리를 찾아주면, 적어도 그녀는 자신이 먼저 떠나겠다고 말할 수 있었다. 매기는 점심식사를 차려준 후에도 계속 글을 썼다. 카일은 점심때 돌아오지 않았다. 카일이 오후 늦게 서재로 들어왔을 때, 그녀는 또 한 장을 끝내고 저장을 하던 중이었다. 그녀는 죄의식을 느끼며 시계를 흘끗 보았다. 맙소사, 한 시간 전에는 저녁 준비를 끝냈어야 했다. 그녀는 서둘러 의자를 밀치고 일어나 서재를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 "편지가 왔소" 카일이 자기 책상에 앉아 그녀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매기는 당혹감에 빠져 잠시 망설였다. "내가 여기 있는 줄 아무도 모르는데" 그녀가 책상으로 다가서며 중얼거렸다. 봉투에는 그녀의 옛날 주소와 카일의 목장 주소가 적혀있었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아버지에게서 온 편지였다. "고마워요" 그녀는 편지를 집어들어 뒷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편지를 읽긴 읽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저녁 식사 후에 그렇게 하리라. 그녀는 몸을 돌려, 서둘러 주방으로 향했다. 원래는 저녁으로 미트로프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아무래도 햄버거로 때워야 할 것 같았다. 최소한 카일은 그녀가 저녁 식사를 차려주지 않았다고 비난하지는 못할 것이다.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나자, 그녀는 서재로 향하는 대신 현관으로 나가 긴 드라이브 웨이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초저녁 공기는 여전히 온화했고, 서쪽에서 불어오는 미풍은 눈모자를 뒤집어쓴 산꼭대기에서 어렴풋이 차가운 공기를 실어왔다. 그녀는 뒷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손으로 겉봉을 만져 보았다. 봉투를 뜯자 편지지 두 장이 나왔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집으로 돌아오라고,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두고 이제 그만 정착하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녀가 현재 있는 곳이 어디인지, 왜 전화를 끊어 놓았는지 알고 싶어했다. 그리고는 필립이 그녀의 안부를 물어왔으며, 그녀가 그렇게 똑똑하다면 왜 필립처럼 좋은 남자를 붙들지 못했는냐는 말로 편지를 끝맺고 있었다. 매기는 편지를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아버지가 그 문제에 대한 그녀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하는 흔적이 있는지, 미래를 위한 그녀의 욕망과 계획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지 찾아보려 애썼다. 그런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집으로 돌아오라는 간결하고 분명한 명령뿐이었다. 그녀는 한숨을 지으며, 편지를 다시 봉투에 넣어 뒷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하긴, 바뀌리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단지, 그녀는 단 한번만이라도 아버지가 그녀의 의사를 물어오거나, 그녀가 하는 말을 경청해주기를 바랐다. 그녀의 관점, 그녀의 감정, 그녀의 욕구를 존중해주기를 바랐을 따름이었다. 주도로에 이르렀을 무렵에는, 날이 상당히 어두워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주도로까지 왔음을 깨닫고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또 다시 몽상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이렇게 멀리까지 걸어온 줄도 모른채. 아마 집에서 3 킬로미터는 족히 떨어져 있을 것이다. 반만 되돌아가도 날은 칠흑같이 어두워져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몸을 돌리고,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대체 어쩌자고 또다시 백일몽을 꾸고 있었단 말인가? 정말이지, 그녀는 좀더 현실 감각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았다. 다음 순간, 트럭이 그녀 옆으로 왔고, 카일이 화난 얼굴을 창밖으로 내밀었다.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요? 날이 저무는 것도 모르고 있었소?" "모르긴요" 그녀는 고개를 꼿꼿이 들고 계속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그와 상대하느니, 차라리 가시 울타리에 가서 머리를 박는 쪽이 나았다. "타요. 태워주겠소" "고맙지만, 사양하겠어요" 아직까지는 길을 알아볼 수 있었다. 물론 중간 지점에 도달할 즈음이면.... "매기, 내가 내려서 억지로 태우기 전에 얼른 타시오" 그의 화난 목소리는 어떤 거부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투였다.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자존심을 세우기에 충분할 정도만. 그리고 나서 순순히 그의 말에 복종했다. 어쨌거나, 앞도 보이지 않는 밤길을 혼자 걷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그녀가 타자, 카일이 좁은 길 위에서 트럭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편지에 안좋은 소식이라도?" 그가물었다. 매기는 그의 질문을 무시했다. 그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전에 했던 말을 그녀가 그대로 그의 면전에 쏟아부으면, 그는 어떤 기분이 들까? "매기!" "나쁜 소식 같은 건 없어요. 아버지에게 늘상 기대하던 내용일 뿐이죠. 아버지는 내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싶어하지만, 난 거부했어요. 아버지는 왜 지치지도 않는지 알 수가 없네요" "그는 당신이 있는 곳을 모르는군, 그렇지? 여기 주소는 우체국에서 붙인 딱지였소" "내가 있는 곳을 말하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당신이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요" "아버지에게 전화해요, 매기. 당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주소와 전화번호도 알려드려요. 아버지에게 그 정도는 해야하지 않소" "이제는 당신이 내 아버지 대신 내 인생에 간섭하려는 건가요? 주제넘게 나서지 마 세요, 카일" 그녀가 어두운 조수석에서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 인생에 간섭하려는 게 아니요. 그저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당신이 어디 있는지 알려 주라고 했을 뿐이오." 그것은 당연한 제안이었다. 왜 그녀는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당신의 제안은 고려해보겠어요" 그녀가 이를 갈듯 말했다. 명령만 아니라면, 그녀도 고려해 볼 수 있었다. "오늘밤에 전화해요"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과연 그런지 의문이요" 카일이 픽업을 벌컥 세우고는 엔진을 껐다. "할 수 있고 말고요. 지금도 잘 하고 있어요"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소. "


그가 조수석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는 그녀가 거의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끌어당겼다. "매기, 당신은 여기 있을 수 없소. 내가 벌써 몽고메리 부인에게 전화해서, 새 가정부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소" "알아요. 그녀에게 전화했더니, 당신이 먼저 부탁해 왔다고 알려주더군요. 나도 곧 떠날 거에요" "그럼 앞으로 뭘 할거요? 당신은 사무직도, 가게 일도, 패스트푸드점 일도, 여기서의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잖소." 아니, 몽고메리 부인은 그에게 그런 이야기까지 했단 말인가? 정말이지, 그건 그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그에게서 팔을 빼내려고 했다 . 하지만 그는 손힘을 늦추지 않았다. "알아요, 안다구요. 하지만 가정부로서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잖아요. 난 다른 가정부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어요. 그러니까 걱정할 것 없다구요. 어쩌면 내가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지는 몰라도, 하지만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다른 가정을 찾겠어요. 책을 쓸 시간도 가질 수 있는 일자리를요. 일단 책이 출판되면, 두 번째 책을 쓸 때까지 살아갈 돈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거에요. 그게 바로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이죠" 그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다른 가정부일을 찾고 있다는 그녀의 선언이 불러일으킨 격렬한 분노에 자신도 놀라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다른 남자를 위해 요리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목장주가 그녀에게 키스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그 망할 놈의 책을 위한 조사를 도와주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에 머무를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성가신 존재가 되기 전에 그녀를 떠나보내는 것밖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자신이 사랑에 빠진다면, 그 대상은 자신의 어머니 같은 여성이기를 바랐다. 집안을 말끔하게 치울 줄 알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 줄 알며, 언젠가는 갖게 될 아이들을 잘 돌볼 줄 아는 그런 여자. 그는 하루 종일 몽상에 빠져 있고, 기본적인 음식말고는 요리도 할 줄 모르며, 일꾼들과 시시덕거릴 생각밖에는 하지 않는, 경박하고 산만한 여자는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나 반항적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는 그녀를 보자, 그의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그녀는 너무나 예뻤고, 그녀의 눈은 크고 반짝 거렸으며, 그녀의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은 어깨 위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고, 그녀의 입술은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그가 크게 숨을 들이키자, 그녀만의 특별한 체취와 밤공기와 장미향이 코를 부드럽게 자극했다. 그는 그녀를 밀어내고, 아버지에게 전화하라고 명령하고 싶었다. 어쩌면 그 남자가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의 팔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가증스럽게도,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입 역시 당연히 말해야 한다고 머리 속에서 외쳐대는 말을 토해내지 않고 있었다. 대신에, 그녀의 입술을 덮고, 그녀에게 오랫동안 깊숙이 키스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요, 매기" 마침내, 그가 키스를 끝내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가 그에게서 몸을 떼고, 조수석으로 이동했다. 그녀는 머리 위의 전구에서 흘러나오는 불빛 때문에 눈을 깜빡였다. "당신이 새 가정부를 구하거나, 내게 다른 일자리가 생길 때까지는 여기서 일할 거에요" 그녀는 차에서 내려 문을 꽝 닫고, 집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녀는 분노와 욕망을 동시에 느끼며, 나무 계단을 올라 주방을 지나갔다. 그녀는 글쓰기를 계속할 작정이었다. 그녀는 카일이 이것저것 명령하는 것이 싫었다. 또한 그 명령에 동원하는 그의 수단도 혐오스러웠다. 그녀에게 키스만 하면, 순순히 그의 말에 복종하리라 생각했었던 것일까? 그녀가 그 정도로 물러터진 여자인 줄 알았단 말인가! 16.


다음 이틀 동안, 매기는 철저히 카일을 피했다.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그들은 거의 눈길도 주고받지 않았다. 그녀는 컴퓨터를 침실로 옮길까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카일이 먼저 서재를 피하는 것 같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녀는 점차 편안한 마음으로 글쓰기에 열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샤이엔느로 차를 몰고 나가 식료품을 구입하고, 처음 여섯 장(章)을 우편으로 부쳤다. 그리고는 몽고메리 직업소개소에 들러, 몽고메리 부인에게 다른 가정부 일을 원한다고 말했다. 틀림없이, 카일은 이 부인에게 매기의 단점만을 부각해서 말했을 것이었다. 몽고메리 부인은 비슷한 일자리를 알아보겠다고 약속했다. 매기는 아버지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대신에 짧은 편지를 적어 샤이엔느 소인으로 부쳤다. 그녀는 편지에 자신이 목장에서 일자리를 구했으며, 일을 잘하고 있노라고 써보냈다. 하지만 답신용 주소는 쓰지 않았다 .래프터 목장에 오랫동안 머물 예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중의 주소로 아버지를 골치 아프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 일자리를 구하는 대로 주소를 알려드리면 될 것이다. 원고를 부친 지 사흘 째 되는 날 오후, 매기는 밖에서 차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창 밖을 내다보았다. 혹시 카일의 여동생 부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일은 그들이 조만간 들를 거라고 얘기했던 것이다. 커다란 지프가 뒷문 앞에 멈춰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키 큰 금발 여인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그녀 뒤로 훨씬 더 큰 검은머리의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둘 다 청바지에 셔츠 차림이었고, 아주 느긋하고 행복해 보였다. "안녕. 당신이 매기로군요. 난 안젤리카 모건이라고 해요" 카일의 여동생은 아주 친절해 보였고, 호감을 주는 인상이었다. 그녀는 매기와 악수를 나누고 나서, 남편인 제이크를 소개했다. 매기는 그의 강렬한 관심을 의식하며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그는 경찰관이었다. 그녀는 단박에 그가 좋은 경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깐 동안, 그의 주의는 온전히 그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카일보다 훨씬 더 커 보였다. 그리고 아주 핸섬했다. 그를 보는 안젤리카의 사랑이 가득한 눈길에서, 매기는 그의 아내가 그를 숭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안젤리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에서 주인 역할을 하는 자신을 어색해하며, 매기가 그들에게 마실 것을 권했다. "저녁을 먹기 전에 승마를 하고 싶어요. 짐은 어디에 두면 좋을까요?" 아이스 티를 마시고 나자, 안젤리카가 물었다. "계단 바로 위 왼쪽 방에요" "좋군요. 제가 결혼 전에 썼던 방 이에요. 가요, 제이크. 카일의 오만한 지배하에서 탈출하기 전에 살았던 곳을 보여줄게요" 안젤리카는 매기에게 환하게 미소 지어 보이고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제이크는 가방을 들고 그 뒤를 따랐다. 그렇다면 카일이 오만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 아니었다고, 매기는 냉동실에 케이크를 넣으며 생각했다. 한때 제이크가 안젤리카와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하려 했었다는 카일의 말을 기억하며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그녀의 아버지보다 더 심했다. 하지만 그는 원하는 대로 안젤리카를 조종할 능력이 없었음이 분명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더 이상 자신을 조종할 수 없듯이. 다음 날 아침, 안젤리카는 함께 승마를 하자고 매기를 초대했다. "우리와 함께 가요. 카일이 새로 완성한 댐과 연못을 보여주겠대요. 재밌을 거에요.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면, 초원에서 점심을 즐길 수가 있어요. 어차피 일꾼들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어야 하잖아요" "글쎄요, 집안에 할 일이 많아서요" "매기에게 함께 가자고 말해, 카일. 그녀도 목장을 구경하고 싶을 거야"


안젤리카가 오빠에게 간청했다. 카일이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려고 조심하며 매기를 보았다. "괜찮다면 함께 갑시다" 그녀는 망설였다. 생각해보면, 며칠 동안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던 것도 같았다. 카일과 하루를 함께 보내면 즐거울 것이다. 그가 아무리 그녀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다. "좋아요. 먼저 일꾼들의 점심을 준비해야 해요. 그러고 나면 출발할 수 있어요" 매기가 말했다. "내가 도울께요" 안젤리카가 벌써 냉장고 쪽으로 향하며 말했다. "자, 제이크. 자네는 말에 안장 얹는 걸 도와주게" "카일..." 안젤리카가 입을 열었다. 제이크는 팔을 뻗어 아내의 목덜미를 감아 가까이 끌어당겼다. "걱정 마시오, 엔 젤. 당신 오빠가 내게 못되게 굴면 수갑을 채워 감옥에 쳐넣을 테니까" 그가 얼굴을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 매기는 부러워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무심결에 그녀의 시선이 카일에게 향했다. 카일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마치 그들이 함께 나눈 키스를 기억하듯이 시선을 그녀의 입술에 못박은 채로. 점심 준비가 끝나자, 매기는 서둘러 이층으로 올라가 부츠와 모자를 챙겼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흘끗 시선을 던졌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 비슷한 복장이라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승마는 상쾌했다. 그들은 들판을 신나게 달리다가, 말을 천천히 걷게 하고는 수다를 떨었다. 제이크는 안젤리카 곁에 바짝 붙어 나아갔다. 덕분에 카일과 매기가 한 쌍처럼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카일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지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와 함께 있으면서, 따뜻한 햇살과 탁 트인 공간, 그리고 풀 내음이 실린 미풍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네 사람은 안젤리카가 가져온 담요 위에 앉아 점심을 들었다. 카일이 기지개를 켜고는, 모자로 얼굴을 덮었다. "피곤하군" "난 안 그래" 여동생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녀는 제이크에게 손을 내밀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자, 우리 탐험하러 가요" "어디로?" 카일이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물었다. "그냥 주위를 돌아보려고. 연못을 한 바퀴 돌아보고 싶어. 함께 갈래요, 매기?"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천재가 아니라도, 자신이 훼방꾼이 될 거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안젤리카 부부가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안젤리카가 하는 말을 들으려고 제이크의 고개가 아내 쪽으로 바짝 기울어 있었다. 매기는 마음 속에 그 장면을 새겨두려고 애썼다. 저런 모습을 책에 써넣으면 완벽할 것이다.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우린 한 쌍의 연인이 아니오. 당신은 그들과 함께 가지 그랬소. 내가 아까 피곤하다고 말한 것은 진심이었소. 난 낮잠을 자려고 하오" "주무세요. 내 걱정은 말 구요" 그녀가 다리를 쭉 뻗으며 대답했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따뜻한 햇빛을 쬐고 있으니, 그녀는 만족스러운 기분이었다. 이런 장면도 책에 응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여주인공이 포식한 다음, 만족한 고양이 같은 기분에 잠기는 것이다. 그녀는 햇빛 속에서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눈을 감았다. 매기는 귀찮게 구는 파리를 턱에서 털어냈다. 그리고는 얼굴을 돌리며 뭐라고 웅얼거렸다. 턱이 또다시 간지러웠다. 그녀가 손끝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왜 떨어지지 않는 거야? 그녀가 몸을 뒤척였다. 지면은 딱딱 했고, 태양은 여전히 따뜻했다. 파리가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손으로 휘젓고는 옆으로 돌아누워 모자를 얼굴에 덮었다. 간질거림이


다시 돌아왔다. 그녀가 번쩍 눈을 뜨자, 카일의 유쾌한 회색 눈이 정통으로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풀잎으로 그녀의 턱을 간질이고 있었다. 그녀는 풀잎을 잡아채려고 손을 올렸지만, 대신에 그의 손과 부딪쳤다. "지금 너무 오래 자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거요" 그가 그녀의 손끝을 자기의 입술로 가져가며 중얼거렸다. 오랫동안 망설이더니, 그녀는 그곳에 입을 맞추었다. "안젤리카와 제이크는 어디 있죠?" 그녀가 뭐라고 하지 않으면, 그는 키스를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아직도 산책 중이오. 어디서 잠깐 쉬다가 오는 모양이오" 그녀는 가만히 누워있었다. 신혼부부가 키스를 하려고 잠시 걸음을 멈추는 모습을 상상하자, 심장이 천천히 뛰었다. 매기는 그들의 행복을 부러워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카일이 위로 몸을 숙여오더니 그녀에게 키스했다. 매기는 팔을 올려 그를 껴안고, 자신의 몸 위로 끌어당겼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 속으로 달콤하게 밀고 들어왔다. 그가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비록 최근에는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지만, 이런 키스를 위해서 라면 오늘 오후의 낮잠 정도는 보류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매기에게는 너무나 아쉽게도, 카일은 똑바로 앉아 그녀를 일으켰다. "그들이 돌아오고 있소" 그가 말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말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매기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 넘겨 단정하게 보이려고 애썼다. 그리고는 모자를 눌러썼다. 그녀는 종전의 막간극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궁금증이 일었다. 그는 왜 키스했을까? 그들은 며칠동안 말도 제대로 나누지 않았다. 그런데 카일은 다시 그녀를 원하는 듯이 갑자기 키스해 온 것이다. 어쩌면 안젤리카와 제이크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자 누군가를 원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일까? 매기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점심 부스러기를 치우고 담요를 개기 시작했다. 대충 정리가 끝났을 즈음, 안젤리카와 제이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해요" 안젤리카가 담요를 받아 들며 말했다. "뭘요. 전 낮잠을 잤어요. 태양 아래서 잠깐 졸았더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안젤리카는 그녀에게 예리한 시선을 던졌다. 그런 다음, 말 두 마리를 끌고 오는 오빠에게도 시선을 던졌다. 제이크가 다른 말 두 마리를 끌고 오는 중이었다. "확실히 그렇겠네요" 그들이 집에 돌아오자, 카일은 목장 일꾼 한 명에게 안장을 내리도록 시켰다. 매기는 몸을 씻은 후에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모두가 스파게티로 만족했으면 싶었다. 안젤리카가 얼마 후 그녀와 합류하여, 마늘 빵에 버터를 바르기 시작했다. 17.

저녁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데, 카일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샐러드용으로 쓸 신선한 야채를 쓸고 있는 제이크에게 흘끗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그가 용건이 있는 사람은 매기였다. 그는 또 하나의 송달 봉투를 내밀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오늘 도착했소. 며칠 전에 아버지에게 전화 한 줄 알았는데. 이것은 당신이 그에게서 받은 두 번째 송달 편지요. 그건 그가 아직도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뜻이오" "맞아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에게 전화하지 않았소?" "네. 그리고 오늘 밤에도 전화하지 않을 거에요. 그러니 주제넘게 우길 생각은 마세요" "그럼 그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시오. 내가 전화하겠소. 당신 아버지는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미친 듯이 걱정하고 있을 거요" "가르쳐 주지 않겠어요. 아버지는 지금까지 충분히 내 인생을 좌지우지해 왔어요. 이제 내 일을 내가 알아서 하고 있으니,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들면 전화할 거에요" "지금 전화하시오" 카일이 말했다. "싫어요!" "고용주로서, 나는 당신에게 오늘 밤 전화하라고 명령하겠소!" 그녀는 그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제이크와 안젤리카가 일을 멈추고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난 심각하오, 매기" "나도 마찬가지에요. 내 인생에 상관하지 마세요" "내가 전화번호를 알아낼 거요. 편지에 적힌 주소를 보면, 당신 아버지는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살고 있더군" 그녀는 편지를 낚아채 등뒤로 숨겼다. "내버려 둬요, 카일. 이건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에요" "당신이 여기서 일하는 동안은 상관이 있소" "그럼 지금 당장 떠나겠어요" 침묵 속에서, 스파게티 국수를 삶는 물이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녀가 그를 응시하고 있는 동안, 냉장고 소음도 점점 커졌다. 그녀는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 절대 그가 간섭하도록 , 그녀에게 명령을 내리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평생 그런 취급을 받았으니 이제는 충분하다. 카일은 한참을 더 그녀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는 주방에서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전에는 나가지 마시오" 그가 말했다. 매기는 안젤리카와 제이크 쪽으로 흘끗 시선을 던졌다. 그들은 샐러드 준비에 열중하고 있는 체했다. 하지만 매기는 그들이 모든 대화를 들었음을 알고 있었다. 매기가 애써 떨리는 미소를 지었다 . "난 지금까지 계속 지배당하며 살아왔어요. 그런데 그 중에서도 카일이 최악이군요" 안젤리카는 그녀의 눈을 마주보며, 동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하지만 대개 좋은 의도에서 그러는 거에요" 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하지만 누구의 최선을 위해서 일까요? 나, 아니면 카일?" 매기는 편지를 반으로 접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 몽고메리 부인에게 전화해서, 일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자신이 얼마나 더 래프터 목장에서 견딜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었다. 매기는 설거지를 끝낸 후에 서재로 향했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카일이나 모건 부부를 보지 못했다. 그녀는 그들이 TV 를 보거나, 산책을 나갔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녀가 서재 문으로 다가가자 그들의 말 소리가 들려왔다. 책을 쓸 기회를 상실한 것에 한숨을 지으며 막 돌아가려는 순간,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거론 되는 것을 들었다. "매기는 오빠의 동생이 아니야. 언제까지나 나를 귀찮게 감독하려 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다구. 매기는 오빠의 고용인일 뿐이야" "내 일에 상관 말아, 엔젤"


카일의 음성은 딱딱 했다. "어쩌면 고용인 이상일 수도 있겠지" 안젤리카가 넌지시 암시했다. "아니야" "내내 그녀를 보고 있던데? 오빠는 레이첼을 그렇게 쳐다보지 않았다구" "내내 보고 있지 않았어. 가끔 보기야 했지. 하지만, 제기랄, 그녀는 예쁘고 보기에 괜찮은 편이니까. 일꾼들도 그녀를 쳐다본 단 말야"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 게 분명해. 아까 피크닉 갔을 때 두 사람이 키스하고 있었다는 거 알아. 우리가 돌아갔을 때, 그녀의 입술이 발갛게 부풀어 있었다구" "제이크, 자네 아내를 데리고 나가서, 정신을 다른 데 팔도록 해주게" 카일이 말했다. 매기는 제이크가 나지막하게 껄껄 웃는 소리를 들었다. "갑시다, 엔젤. 그만하면 충분히 말했소" "아니, 아직 아니에요. 카일, 그런 식으로 굴다간 그녀가 도망쳐 버리고 말겠어" "그녀는 어쨌든 곧 떠날거야" 그의 음성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왜지? 그녀는 훌륭한 가정부야. 요리도 잘하고, 집도 얼마나 깨끗하게 가꾸는데. 게다가 오빠도 인정했듯이, 얼마나 눈을 즐겁게 해주느냔 말야. 그런데 왜 내보내려는 거지?" "그녀는 우리 어머니와 달라" "대체 그게 무슨 상관이야?" 엔젤은 분명 당혹스러운 듯 했다. "혹시 네가 중매쟁이 노릇을 하려는 거라면, 그녀가 내게 맞는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미리 해두기 위해서야. 그녀는 엄마보다 지니를 더 많이 닮았어" "그녀는 지니와 조금도 닮지 않았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빠는 대인관계 기술에 대한 강의를 수강하는 게 좋을 거야" "진짜 대학 교수처럼 말하는 구나" "그녀에게 너무 위압적으로 굴지마. 오빠는 그녀의 고용주일 뿐이지 아버지나 파수꾼이 아냐" 매기는 자신이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엿듣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대화의 방향에 얼을 빼앗겨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살그머니 가까이 다가가, 서재 안을 들여다 보았다. 복도는 어두웠다. 따라서 아무도 그녀가 그곳에 서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었다. 제이크는 그녀에게 반쯤 등을 돌린 채 , 의자에 기대앉아서 아내를 쳐다보고 있었다. 안젤리카는 오빠 쪽으로 몸을 기울인 채로 책상 모서리에 앉아있었다. 갑자기 카일이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등을 보인 채로 서있었다. "그녀의 파수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어. 그냥 그녀가 아버지에게 현재 있는 곳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야" "오빠는 그 문제로 그녀를 위협하기까지 했다구 " "나도 알아" "오빠는 그녀를 통제할 수 없어" 안젤리카가 부드럽게 말했다. "난 그러고 싶어" "오빠는 언제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했지" 그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동생에게 몸을 돌렸다. "내가 통제하는 한,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매기는 그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서재 안의 침묵은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 엔젤과 제이크 역시 카일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는 것 같은 일 말인가?" 마침내 다른 사람보다 일찍 뭔가를 깨달은 듯, 제이크가 물었다. 카일이 여동생에게 시선을 못박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2 년 전 제이크더러 네게 접근하지 말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이었어. 네게 상처 입는 것을 원치 않았으니까. 네게 절대로 상처 입지 않도록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었어" "오, 카일" 안젤리카가 책상에서 일어나 오빠에게 다가가 껴안았다. "오빠는 신이 아니야 . 사고가 일어나고 안 일어나고는 오빠의 소관 밖의 일이라구. 누가 상처를 입거나 입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야. 오빠는 운명을 바꿀 순 없어" 매기는 아무도 그녀의 발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살며시 문에서 물러 나왔다. 그리고는 발끝으로 계단을 올라가 침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엿듣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는 침대 위에 힘없이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왜 모든 것을 통제하는 데 그토록 집착해 왔는지를 설명하는 카일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그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은 일로 아직도 고통받고 있었다. 통제에 대한 그의 갈망은, 자신이 모든 일을 제대로 통제하는 한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은 연민으로 누그러졌다. 그리고 자신도 안젤리카처럼 카일을 두 팔로 끌어안아 주고 싶은 갈망으로 신음했다. 18. 갑자기 매기는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아버지의 인생도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현저하게 바뀌었을 것이다. 혹시 아버지도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통제하에 둠으로써 혹시 모를 또 다른 비극을 예방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것이 아버지가 그녀 인생의 모든 면을 통제하려 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녀를 자기 곁에서 안전하게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 아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느꼈던 상실감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몇 달만에 처음으로, 매기는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추측이 옳은지 알고 싶었다. 만일 그렇다면, 그들 사이에 정상적인 부녀관계가 가능할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오늘밤이라도 전화할 수 있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층계를 내려갔다. 서재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존재를 알리고도 남을 만큼 발소리를 울리면서. 하지만 그녀가 서재에 들어갔을 때, 오로지 카일만이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모건 부부는 나가고 없었다. 그녀가 들어가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어둡게 그늘져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전화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가 문가에 서서 말했다. 이제 자기 뜻대로 되었으니까 흡족해할까? 하지만 그녀는 우선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 둘 작정...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전화는 저기 있소. 혼자 통화하고 싶을 테니 나가있겠소" 그는 그녀가 멈추게 하기도 전에 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카일?" 그가 몸을 돌리고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알아내었는지,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서 어떤 추측을 하고 있는 지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자신이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는 것을 폭로하는 꼴이 되고 만다. 마침내 그녀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선선히 미소를 지었다. "통화가 끝나면 알려드릴게요. 다시 돌아와서 일할 수 있도록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으로 나갔다. 그녀는 초조한 손길로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아버지가 응답하자, 매기는 크게 한 번 숨을 들이켰다.


"안녕, 아빠. 저, 매기에요" "카일?" 매기가 칸막이 문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통화가 끝났소? 화해한 거요?" "두 가지 모두 예스에요" 그녀가 포치로 나와, 포치 천장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는 기둥에 등을 기대고 초원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당신과 얘기할 수 있어서 아버지가 무척 기뻐하셨을 거요" 희미한 별빛 속에서 그녀를 응시하며, 그가 말했다. "아버지는 내 걱정을 하고 계셨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안젤리카와 제이크는 어디 있나요?" "산책 나갔소" 그들은 손에 손을 잡고 모습을 감춘 지 오래였다. 그들만의 사랑의 세계에 푹 빠진 채로. 카일은 초조하게 몸을 움직였다. 매기를 보고 있자, 동반자를 원하는 자신의 욕구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그녀는 안된다. 좀더 안정되고 현실적인 여자여야 했다. 그의 어머니와 닮은 여자 말이다. "이제 서재를 쓰세요. 오늘밤에는 더 이상 서재를 이용하지 않을 거에요" "글은 안 쓰오?" "네" 그녀는 마치 무슨 말인가 하고 싶은 듯이 그가 앉아 있는 곳으로 흘끗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침묵을 지켰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을 뿐이었다. 카일은 칸막이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들어갔음을 알았다. 그는 여전히 외로웠다. 다음 날 아침, 매기가 여느 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안젤리카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도와주러 왔어요" 안젤리카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어쨌거나 거의 끝나가는 걸요. 커피를 따라 드세요" 매기가 쾌활하게 말했다. 햇빛 속에서는 만사가 훨씬 더 긍정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카일을 향한 가슴의 통증을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밝은 면을 보아야 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현저히 개선되었고, 원고는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 마지막 부분은 래프터 목장에서의 마지막 날을 기다리며 정리할 수 있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안젤리카가 함께 오전 시간을 보내자고 초대했다. 하지만 매기는 거절했다. 무척이나 그들과 함께 가고 싶었지만 카일과의 사이에 거리를 두기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이곳에서 당당하게 걸어나갈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하루해가 천천히 지나갔다. 매기는 필요한 곳의 청소를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하지만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래프터 목장에서의 나날-그리고 카일과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을 생각하며 오랫동안 멍하니 창 밖을 응시했다. 전화벨이 울렸을 때, 매기는 화들짝 놀랐다. 수화기를 들자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질리언이었다. "카일은 지금 나갔어요" 매기는 그녀에게, 카일은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은 계속 나가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혀를 꼭 깨물었다. "들어오면 전화해 달라고 전해주세요. 번호는 그가 알아요" 질리언이 쾌활하게 대답했다.


"네, 알겠어요" 매기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퉁명스레 중얼거렸다. "당신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소리를 들으면, 1 초도 낭비하지 않고 전화해 줄 거에요" 그는 다시 질리언과 외출을 하게 될까? 아니, 그보다 더 나쁜 상황으로, 혹시 그녀를 초대하는 것은 아닐까? 매기는 턱을 단단히 굳혔다. 그가 그렇게 한다면, 그녀도 다른 일정을 잡아야 하리라. 그가 다른 여자랑 붙어 있는 꼴을 보면서 주위를 얼쩡거릴 수는 없었다. 카일은 점심을 먹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집 근처에는 일꾼들이 반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매기는 평소처럼 많은 음식을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잠깐 휴식을 취하며, 주방으로 들어온 일꾼들과 잡담을 나누었다. 랜스는 점심을 먹고 나가는 길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당신, 괜찮소?" 그가 물었다. 매기기 미소를 지었다. "그럼요, 안 괜찮을 이유가 있나요?" 그는 눈으로 그녀를 자세히 뜯어보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모르겠소. 뭔가 달라 보여요. 당신은 요즘 우리와 점심을 함께 하지 않더군" 매기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대부분의 경우는 함께 있었어요. 단지, 요즘에는 책에서 다음 장면을 구상하느라 정신이 없을 뿐이에요" 그녀가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카일과 질리언 생각으로 마음이 혼란스럽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금요일 밤에 마을로 나가겠소? 라스트 라운더브로 가서 춤을 춥시다" 매기는 잠시 그럴까도 생각했다. 지난 번에는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고, 친절한 이웃들과도 인사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고마워요, 랜스. 하지만 이번 주는 힘 들겠어요. 다음 번에는 어때요?" 그녀는 여기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두어 주 후면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갈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그러지 뭐, 그럼 나중에 봅시다" 랜스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빗어 넘기고 모자를 눌러썼다. 그는 나무 바닥에 부츠 소리를 울리며 주방을 떠나갔다. 잠시 매기는 그를 다시 부를까 생각했다. 그녀는 저번에 자신이 랜스와 함께 외출했을 때 카일이 얼마나 화를 냈는지를 기억했다. 카일 자신도 그날 밤 질리언과 외출했으면서도 말이다. 다시 한번 랜스와 저녁을 함께 보내면 카일에게서 같은 반응을 끌어낼 수는 있을까? 혹시 이번에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그녀를 무시해버리지 않을까? 그녀는 그에게서 약간의 반응이라도 끌어낼 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 있기를 바랐다. 대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서재로 돌아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녀는 자신을 원하지도 않는 어떤 카우보이를 생각하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대신에, 앞으로의 장래에 대해서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하지만 몸 속의 모든 신경이 그와 함께 있고 싶어 갈망하는 동안 창조적인 일에 집중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그녀는 그가 책상에 앉아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녀는 그저 단순히 그와 함께 있고 싶을 뿐이었다. 그녀는 억지로 힘을 내어 부지런히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대체 저녁은 어디 있는 거요?"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였다. 카일이 고함치고 있었다. 매기는 화들짝 고개를 돌려 그를 응시했다. 그는 양손을 허리에 올리고 그녀를 노려보며 문가에 서 있었다. 그는 더위에 지친 표정에다, 지저분하고, 피곤해 보였다. 매기는 흘끗 시계를 보았다. "맙소사!"


그녀는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달려갔다. 벌써 일곱시가 가까웠는데, 그녀는 저녁 준비를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다. 카일은 문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서 쏟아져 나와 거대한 파도처럼 자신을 덮치는 분노를 감지하며 그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깜빡 했어요" "저녁 준비를 잊었단 말이오?" 그의 낮은 음성에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어조가 실려 있었다. "난...저...글을 쓰느라 시간 가는 것을 몰랐나 봐요" 매기는 그의 눈 속에서 쏟아지는 거친 번득임에 몸을 떨었다. 그는 차가운 경멸이 가득한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자신의 눈을-혹은 귀를-믿을 수 없다는 듯이. "10 분이면 열 네 명의 배고픈 사람들이 들이닥칠 거요. 그런데 당신은 저녁 준비를 잊었단 말이오?" "뭔가를 만들겠어요" 그녀의 머리 속은 텅 비어 있었다. 과연 10 분 안에 모든 사람을 배불리 먹일 만한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원래는 고기를 약간 해동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깜빡 잊었다. 쓸 수 있는 식료품의 가짓수도 많지 않았다. 다시 쇼핑을 나갈 시기가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뭘 만들 거요?" 그가 고함쳤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뭔가를 만들긴 만들 거에요" "또다시 오믈렛이오?" "어쩌면요!" 그는 계속 그녀를 자극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이지 그런 것은 사양이었다. 그녀는 분명 잘못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저녁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여기서 그와 말씨름을 벌이는 대신에. 말다툼이 길어질수록, 그녀가 식사 준비를 시작할 시간이 늦어지는 것이다. 카일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양 어깨를 붙들었다. "난 당신에게 청소하고 요리하라고 월급을 주는 거요. 일을 해야 할 시간에,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이나 쓰라고 주는 게 아니란 말이오" 그의 손이 아프게 조여 왔다. "알아요. 10 분 안에 오믈렛을 만들 수 있어요" 매기는 진정시키려는 듯이 한 손을 그의 가슴에 얹었다. 하지만 그러자마자, 그의 느린 심장 박동,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손바닥 아래에 느껴지는 단단한 근육에 넋을 잃었다. 그녀는 원래 하려고 했던 말을 잊어버렸다. "미안해요"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그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당신은 불장난을 하고 있소, 아가씨" 그가 으르렁거렸다. "당신은 불처럼 뜨거워요" 그녀가 대담하게 대답하며, 은빛 섬광이 번뜩이는 그의 눈을 올려다 보았다. 그가 얼굴을 찡그렸다. "이런 일은 지니와도 충분히 경험했소. 게임은 그만두시오. 더 이상은 허락하지 않겠소. 가서 저녁 준비나 하시오" 열기가 그녀를 휩쓸었다. "게임이 아니에요" 그녀는 그의 가슴에 닿아 있던 손에 주먹을 쥐고, 재빨리 떼어냈다. 그리고는 자기 어깨를 붙들고 있는 그의 손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에게 더 가까이 끌어당겨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곧 그의 열기가 그녀를 휘감았고, 그녀가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번득이는 은빛 눈동자뿐이었다. 그녀는 이런 키스는 원하지 않았다. 그것은 거칠고, 무자비했으며,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아무렴,


그는 여러 번 그 점을 분명히 밝혔으니까. 하지만 항의를 하거나 몸을 떼어 내기도 전에, 키스의 느낌이 변했다. 그는 그녀가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을 때가지 유혹하고 탄원했다. 그녀는 그에게 바짝 몸을 붙이며, 키스를 되돌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카일이 그녀를 밀쳐냈다. "가서 저녁 준비를 하시오" 그가 사납게 말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복도를 따라 걸어가 버렸다. 매기가 주방으로 들어갔을 때, 안젤리카가 반갑게 미소를 지었다. 주방은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남자들은 야채를 썰고 있었고, 제이크는 커다란 그릇에 달걀을 깨넣는 중이었다. 안젤리카는 또 한명의 남자에게 감자 튀김을 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저녁은 오믈렛, 해시브라운, 그리고 비스킷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안젤리카가 말했다. 그녀가 목장에 도착한 첫날에도 남자들은 똑같은 음식을 준비했었다. 그녀는 한 바퀴 돌아 원래 자리로 돌아온 것일까? 오늘밤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밤이 되려는 것일까? 식사 준비를 잊은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며, 매기는 서둘러 식탁을 차리는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아무도 요리하는 것에 불만스러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요점은 그게 아니었다. 요리는 그녀의 임무인데, 그 임무를 잊은 것이다. 카일은 당연히 그녀에게 화를 낼 권리가 있었다. 매기는 저녁 식사 내내 풀이 죽어 있었다. 그녀는 몇 번 대화에 끼려고 애쓰기도 했지만, 자신을 쳐다보는 카일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하려고 생각했던 말을 자꾸만 잊어버리곤 했다. 그녀는 치우는 일은 자기가 혼자서 하겠노라고 고집했다. 그녀는 도와주어서 고맙다고 모두에게 인사했지만, 카일은 피했다. 안젤리카와 제이크는 저녁 식사 후에 라라미에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매기는 작별 인사를 했고, 서로 연락하자고 약속했다. 안젤리카는 매기에게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얼마후면 더 큰집으로 이사할 거지만, 제가 연락 드릴게요. 라라미에에 오면 들러 주세요" 매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자신이 결코 그녀를 방문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단 래프터 목장을 떠나고 나면, 연락을 주고받기가 힘들 것이었다. 깨끗하게 인연을 끊는 쪽이 최선이었다. 매기는 주방을 치운 다음 방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창가에 서서 푸른 초원을 내다보았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그녀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일이 그것을 증명했다. 게다가 매일 카일을 보고 있다가는 심장의 아픔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는 질리언의 메세지를 그의 책상 위에 남겨두었다. 그는 지금 질리언과 통화하고 있을까? 내일은 소개소에 전화를 해봐야지. 아직 다른 일자리가 없다면,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아버지는 그녀가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와 더 많은 얘기를 나누며,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많이 개선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었다. 내일 오전에 떠나야지. 하지만 아침이 되자, 매기의 생각이 달라졌다. 그 동��� 그녀가 최고의 가정부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따라서 뭔가 조금이라도 일을 제대로 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일단 아침 식사가 끝나자, 그녀는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그리고는 푸른색 픽업 트럭을 몰고 마을로 향했다. 그녀는 다음 2 주일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식료품을 구입했다. 분명히 몽고메리 부인은 그 안에 새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매기가 돌아왔을 때, 목장의 뒤뜰은 비어있었다. 그녀는 감사했다. 뭔가가 그녀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은 원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재빨리 식료품을 차에서 들어냈다. 그녀는 카일이 내놓은 세탁물을 모았다. 침대 시트에 타월까지 수고했다. 오늘이 끝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깨끗해져 있을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가정부가 도착할 때까지 그가 입을 옷은 충분할 게 분명했다. 매기는 청소기를 돌리고 먼지를 털었다. 주방 바닥을 닦고, 앞뒤 포치도 깨끗이 쓸었다. 그녀는 다시 피자를 사왔다. 그녀 자신의 돈으로. 하지만 이번에는 충분히 사왔다. 피자가 익도록 오븐에 넣어 둔


다음, 그녀는 미친 듯이 모든 것을 정리하려 애썼다. 내일 그녀가 떠날 때는 집이 반짝반짝 윤이 나기를 바랐다. 그리하여 일꾼들이 그녀에 대해 좋은 기억만을 간직하기를 바랐다. 오후 늦게, 앞쪽 현관문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매기가 그 소리를 인식하는 데는 약간 시간이 걸렸다. 아무도 현관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서둘러 현관으로 나갔다. 꽃 배달 트럭이 집 앞에 서있었다. 현관에 젊은 남자 하나가 커다란 꽃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매기 포스터 양입니까?" 그가 꽃바구니 옆으로 얼굴을 내밀며 물었다. "그런데요?" "이걸 받으시죠" 그가 꽃바구니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매기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꽃을 받아 들었다. 전에는 아무도 그녀에게 꽃을 보낸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가 꽃바구니를 식탁 위에 놓았다. 꽃잎 틈에 조그만 카드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매기에게. 우린 당신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래프터 목장 일꾼 일동] 의자를 끌어당겨 주저앉은 매기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따뜻한 온기가 그녀를 가득 채웠다. 그녀는 몇 번이나 눈을 깜박이며 카드를 읽었다. 카우보이들이 그녀에게 꽃을 보낸 것이다! 매기는 너무나 특별하고 축복 받는 기분이엇다. 아마도 그들이 보기엔 그녀가 일을 제대로 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예쁜 꽃바구니를 가만히 응시했다. 데이지, 카네이션, 나리꽃, 그리고 안개꽃. 눈물 때문에 꽃들이 몽롱하게 뒤섞여보였다. 그녀는 떠나는 것이 싫었다. 그녀는 여기 머무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꽃바구니는 그녀를 더욱 떠나기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왜 카일은 같은 식으로 느낄 수 없는 것일까? 왜 그는 그녀가 최고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매기가 피자 세 판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오븐을 열어 또 다른 세 판을 밀어넣었을 때, 남자들이 저녁 식사를 하려고 주방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둘러 그들에게 다가가 한 사람, 한 사람과 포옹했다. 그들이 껄껄 웃으며 어색하게 등을 두드려 주자, 매기는 꽃바구니를 받았을 때만큼이나 따뜻한 기분을 느꼈다. "꽃을 받았군요?" 빌리가 식탁 주위를 한바퀴 돌며 물었다. 그는 모든 각도로 꽃을 관찰하고는 말했다. "예쁜데요" "너무나 근사해요!" 매기가 말했다. "전에는 한 번도 꽃을 선물 받아 본 적이 없어요" 그녀가 그렇게 덧붙이는데, 카일이 들어왔다. 그는 꽃바구니와 그녀의 행복한 얼굴과 일꾼들의 얼굴에 떠오른 만족스러운 표정을 차례로 쳐다보았다. 그는 조심스레 표정을 감추며, 싱크대에서 손을 씻고 자리에 앉았다. "오늘밤에는 피자를 아주 많이 준비했어요" 매기가 타이머를 맞추며 말했다. "각자가 한 판씩은 먹을 수도 있을 만큼이요" "특별한 일이라도 있소?" 카일이 물었다. 매기가 그를 흘끗 보았다. 혹시 알아챈 것일까? 그녀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오늘 쇼핑을 하러 나갔어요. 그런데 다시 피자를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랜스와 잭 사이의 의자를 빼서 재빨리 앉았다. 카일이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래, 꽃은 마음에 들었소?"


어느 정도 허기가 진정되자, 랜스가 물었다. "그럼요. 전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에요" "책에 쓸 수 있게 그 감정을 잘 기억해 둬요" 카일이 차갑게 말했다. 빌리가 고개를 들었다. "목장에서 일어나는 전부 책에 쓰는 거에요? 그럼 나도 당신 책에 나오나요?" "그럼, 자네는 악한으로 나오지" 잭이 놀렸다. "아뇨, 목장 얘기는 쓰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때로는 글 속에 감정을 이입시키는 것이 힘들기도 해요" 그녀는 카일의 키스와 그녀의 느낌을 글로 표현해 보라던 그의 주장을 기억하며 말했다. 그녀는 그 역시 같은 기억을 떠올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왜 지금 그런 얘기를 입에 담는지 의아스러워 하지는 않을까? 혹시 그들 사이에 어떤 유대가 있음을 암시하려고 그런다고 오해하면 어쩌지? 흥! 행여나 그럴려구. 그녀는 빌리에게 고개를 돌리고, 자신의 책에 그를 출현시키는 문제를 두고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전혀 대화에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분 단위로 세고 있을 따름이었다. 다음 날 아침, 매기는 남자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이 그리울 것이다. 그녀는 그들 모두를 좋아하게 되었다. 친절한 랜스에서부터 장난꾸러기 빌리, 모든 것을 차분하게 설명해주던 잭에 이르기까지 전부다. 그녀는 카일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그에 대한 모든 것을 너무나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남자들이 일어나자, 그녀는 좋은 하루 보내라고 인사했다. 그들이 저녁에 돌아왔을 때쯤이면 그녀는 가고 없으리라. 그녀는 시간을 아끼며 서둘러 점심을 준비했다. 그리고는 컴퓨터의 코드를 뽑았다. 누군가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틀림없이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의심을 주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녀는 뒤뜰에서 보이지 않도록 미리 차를 현관 앞에 옮겨 놓았다. 그녀는 컴퓨터와 키보드를 차 뒷좌석에 조심해서 들여놓았다. 모니터는 무거웠다. 그녀는 그것을 떨어뜨릴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모니터 역시 안전하게 뒷좌석에 실렸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여행 가방을 차 트렁크에 실었다. 한 번만 더 집안으로 돌아가 애플파이가 제대로 익었는지 확인하고 나면 떠날 준비가 끝날 것이다. 그녀는 소개소에 전화했다. 몽고메리 부인은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래프터 목장의 가정부로 일한 사람은 곧 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카일과 일꾼들을 돌보아 줄 사람이 곧 오리라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끼며, 매기는 차에 올라타 드라이브 웨이 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녀는 카일의 책상 위에 아버지의 집 주소를 남겨놓았다. 혹시나 그녀에게 편지가 올 경우를 생각해서 였다. 일단 집에 도착하면 출판사에 전화를 해서 혹시 그녀에게 연락할 필요가 생겼을 경우를 생각해서 였다. 일단 집에 도착하면 출판사에 전화를 해서 혹시 그녀에게 연락할 필요가 생겼을 경우에 대비해 새로운 주소를 알려줄 작정이엇다. 도로로 막 진입하려던 매기는, 우편물 트럭 한대가 울타리 옆의 커다란 우편함에서 후진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는 차를 멈추고 밖으로 내렸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온 편지가 잇는지 확인한 다음, 덴버로 향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두꺼운 마닐라 봉투가 의미심장하게 눈에 들어왔다. 수신인은 그녀 앞으로 되어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봉투를 꺼내 윗부분을 뜯고 내용물을 꺼냈다. 그녀의 원고였다. 그녀는 출판사에서 이렇게 빨리 답신을 보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편지 하나가 땅 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그것을 주워 재빨리 훑어보았다. 심장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쿵쿵 뛰었다.


눈물이 천천히 그녀의 눈에 고였다가, 뺨 위로 흘러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거절의 편지는 그녀에게 너무나 심한 고통을 주었다. 그녀는 차 옆에 주저앉아 상실감에 몸을 떨었다. 이제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떠나야 할뿐만 아니라, 소설가로서의 밝은 미래까지 사라진 것이다. 19. 매기는 뺨에 흘러내린 눈물을 닦고, 아픈 가슴을 문질렀다. 자신이 마치 슬픔의 결정체처럼 느껴졌다. 문득 그녀는 주위의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웬 진동인가 궁금해했다. 다음 순간, 시선 가장자리에 어떤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누군가가 말을 타고 탁 트인 초원 위를 맹렬하게 내달리고 있었다. 방향은 그녀가 있는 울타리 쪽을 똑바로 향한 채로. 그녀는 원고와 편지를 꼭 부여안은 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다시 손등으로 뺨을 닦았다. 카일이언제나 타고 다니던 밤색 종마를 몰아, 가시 울타리 바로 안쪽까지 다가왔다. 그는 매기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울타리를 빠져나왔다. "뭘 하고 있는 거요?" 그가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 그는 그녀가 가슴에 안고 있는 종이 뭉치와 그녀의 눈에 어린 눈물을 한 번 보고는, 즉시 상황을 이해하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 맙소사. 출판사에서 당신의 책을 거절한 거요?" 그의 동정은 견디기 힘들었다. 새로운 눈물이 솟아올랐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품안으로 안겨들었다. 카일은 뭔가 달래는 말을 중얼거리며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매기는 그에게 몸을 기대고, 그의 강인함에 의지했다. 뺨 아래로, 그녀는 그의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는 자신이 안전하고, 소중히 여겨지며, 사랑 받고 있다고 느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멈추려고 애썼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 그녀 앞에는 장거리 여행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난 괜찮아요" 그녀가 몸을 떼어내며 말했다. 그리고는 눈물을 닦았다. "편지에 뭐라고 씌여 있었소?" 카일이 부드럽게 물었다. 그녀가 편지를 내밀었다. "원한다면 직접 읽어보세요. 내 글이 자기네 출판사에는 맞지 않는다고 적혀 있어요. 그들의 기준에 도달하려면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겠다나요" 그는 편지를 훑어보고는 다시 내밀었다. "다른 출판사에 보낼 수도 있잖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의 집에 도착하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녀가 애써 미소를 지었다. "난 괜찮을 거에요. 약간 실망했을 뿐인걸요, 뭐" 카일이 그녀를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카일의 응시에 꼼짝달싹 못하고 가만히 서있었다. 카일은 계속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분명 당혹스러운 눈길이었다. 그는 그녀 뒤쪽의 차에 흘끗 시선을 던졌다. "매기?" "네?" 그녀가 그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 "우편물을 가져가려고 여기까지 나온 거요?"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뭐요?" 그는 찡그린 얼굴로 그녀를 돌아, 차 쪽으로 다가갔다. 컴퓨터가 뒷좌석에 실려있는 것이 금세 눈에


들어왔다. "컴퓨터가 고장났소?" 여전히 차에 시선을 못박은 채, 그가 담담하게 물었다. "아니오" 그녀는 고속도로 쪽으로 흘끗 시선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우편물을 확인하러 멈추어 서지 않았더라면, 봉투를 열어보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이미 저 고속도로를 타고 덴버로 달려가고 있을 테고, 카일에게 붙들리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이제 그는 틀림없이... "매기, 대체 무슨 일이오?" "떠나는 길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그가 모자를 공중에 던져 올리고 할렐루야를 외치기라도 한다면 콱 죽어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침묵만이 이어졌다. 멀리 지평선 위에 차 한대가 나타났다가,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그녀는 차가 다시 모습을 감출때까지 고개를 돌리고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카일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호기심이 생긴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면서,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는 격한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썼다. 그리고는 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차 문 옆에 서 있었다. 그녀가 차에 올라타려면 그가 비켜주어야 했다. "왜지?" 카일이 물었다. "그거야 자명한 일이 아닌가요? 난 여기 머무를 수 없어요. 당신은 이미 새로운 가정부를 부탁해 놓았구요. 오늘 아침에 몽고메리 부인에게 전화했더니, 사람을 구했다고 하더군요. 어제 식료품을 충분히 사다 놓았으니, 새 가정부가 도착할 때까지 식사 걱정할 필요는 별로 없을 거에요. 당신 옷은 깨끗하게 빨아 놓았고, 집도..." "오랫동안 준비를 했군" 그가 말했다. 그녀는 그에게서 좀더 많은 반응을 기대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에게 가까이 있는 것이, 그를 사랑하는 것이, 그녀가 떠나야 한다는 것이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왜 그는 말에 올라타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일까? "어디로 가는 거요. 새 직장은 구했소?" "아직은요. 지금은 아버지의 집으로 가려고 해요. 전에도 말했지만, 우린 상당히 화해했어요. 이제는 별 문제없이 같이 지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최소한 2 주 정도는 함께 지내면서 노력해 볼 가치가 있어요" 그 모든 것이 카일의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그 이유를 밝힐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다음번 가정부는 완벽할 거에요. 음식은 충분히 만들어 낼테고, 식사도 제 시간에 준비할 거고, 당신 옷을 세탁하는 일도 절대 잊어먹지 않을 거에요" "녹색으로 물을 들이지도 않겠지" 그가 중얼거렸다. 열기가 뺨을 물들였다. "오,당신이 알아차리지 못하기를 바랐는데요" 그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초록색 속옷을 어떻게 알아차리지 못하겠소?" "연녹색이에요" "하지만 녹색인 건 분명하오" "미안해요, 난..." "몽상에 빠져 있다가 흰 옷을 색깔 옷과 함께 빨았겠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새로 올 가정부가 깨끗하게 표백해 줄 거에요" 침묵이 계속 되었다. 매기는 자신이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침내 그녀는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우고, 차 쪽으��� 손짓을 했다. "가야겠어요, 카일. 덴버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거에요.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하고 싶어요" "그럼" 그는 그녀를위해 문을 열어주고, 그녀가 차에 올라타 원고를 조수석에 내려놓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조수석에 카우보이들이 그녀에게 선물한 꽃바구니가 실려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제자리에 앉아, 그가 문을 닫아 주었다. 매기는 창문을 내리고 다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도저히 그의 눈을 마주볼 용기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뺨이 창백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는 자기 말에 올라타 목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일까? 그녀가 평화롭게 떠날 수도 있도록 말이다. 카일은 모자를 벗고, 열린 창문에 얼굴이 닿을 때까지 몸을 숙였다. "운전 조심하시오, 매기" 그가 말했다. 그리고는 몸을 굽혀 그녀에게 키스했다. 짧고 달콤한 키스. 그리고 나서, 그는 약간 얼굴을 떼고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치 그녀의 얼굴을 구석구석 기억에 담아 두려는 듯이. "안녕, 카일" 그녀가 말했다. 눈물 때문에 목이 잠기기 직전이었다. 그는 창틀에 여전히 손을 댄 채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모자를 벗어 허벅지에 세게 쳤다. 매기는 시동을 걸었다. "가지마시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카일이 정말로 그렇게 말한 것일까, 아니면 지나친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청일까? 그는 여전히 한 손에 모자를 들고 초원을 응시하고 있었다. 창틀을 세게 움켜쥔 다른 한 손은 관절이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뭐라고 말했나요?" 그녀가 물었다. 심장이 갈비뼈를 부숴뜨릴 듯이 거세게 뛰었다. 틀림없이 환청일 것이다. 그는 이상할 정도로 광채가 번뜩이는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1 초, 1 초가 더디게 흘러갔다. 그는 크게 숨을 한 번 들이킨 다음, 속삭이는 듯한 음성으로 부드럽게 말했다. "가지 마시오" 매기는 떨리는 손으로 시동을 껐다. 카일이 문을 열고, 그녀가 차에서 내릴 수 있도록 팔을 잡아 주었다. 그는 모자를 떨어뜨리고 그녀를 품에 안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에 뺨을 묻었다. "카일?" 매기는 자신의 감정을 신뢰하기가 두려웠다. 햇빛처럼 그녀의 몸 속에서 폭발하는 희망의 빛을 믿는 것도 겁이 났다. "나와 함께 있어요, 매기. 가지 마시오" 이것은 분명 그녀의 상상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심장이 따뜻해지면서, 이 까다로운 남자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채워졌다. "내가 떠나기를 원하는 줄 알았는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소. 하지만 아니오. 몇 분 전 당신이 정말로 떠나려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마치 나귀한테 세게 걷어차인 듯한기분이 들었소.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전부 나를 떠났소, 매기.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소, 레이프는 로데오 순회 공연을 갔다가 서부 지역에 정착해 버렸소. 심지어 엔젤 조차 목장보다는 라라미에에서 살고 싶어했지" "카일, 레이프와 안젤리카는 당신을 떠난게 아니라, 자기네 삶을 살고 있을 뿐이에요. 휴가 때면 언제나 함께 모인다고 했잖아요. 게다가 안젤리카와 제이크는 며칠 전에 이곳을 방문했어요"


그의 목소리에 담긴 외로움에 그녀의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지니도" 마치 그녀의 말을 듣지 않은 듯, 그가 계속했다. "난 정말로 그녀를 사랑했소. 그녀는 쾌활하고 아름다웠소. 하지만 그녀가 카우보이랑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내 마음속에서 뭔가가 죽어버렸소. 그래서 다시 결혼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어머니와 비슷한 여자를 찾겠다고 결심했소" 매기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그의 어머니와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했다. 게다가, 자신이 그의 어머니처럼 변하고 싶은지도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카일을 위해서라고 해도. "그런 여자가 주위에 있었을 텐데요. 질리언은 어때요?" 그는고개를 들고, 그녀의 턱을 손으로 치켜올린 다음,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쓸었다. "질리언과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로 지냈소. 그녀와 사랑에 빠질 운명이었다면, 진작에 그렇게 되고도 남았을 거요" 그는 이마를 그녀의 이마에 갖다대고, 그녀의 눈동자를 깊숙이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난 더이상 어머니와 같은 여성은 원하지 않소. 난 언제나 나를 매혹시켜서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여자를 원하오. 또한 남자가 들려주는 낮에 일어났던 얘기를 듣는 것 같은 가장 단순한 일에도 기쁨을 느낄 줄 아는 그런 여자를 원하오. 난 언제나 완벽하게 음식을 준비할 수 없는 여자, 그러면서도 거친 카우보이들이 둘러앉은 식탁에 웃음과 다정함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여자를 원하오" 매기의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엇다. 하지만 세상을 다 준다고 해도 그의 말 중간에 끼어 들지 않을 작정이었다. 카일은 그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그의 진심일까? "멈추지 마세요" 그녀가 속삭였다. 그리고는 그를 더 가까이 끌어안으려는 듯이 어깨 위의 근육을 세게 눌렀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나는 너무나도 순진한 어떤 여자를 원하오. 그녀는나를 종종 놀라게 만들지. 하지만 너무 여성적이어서, 그녀와 함께 있으면 나 자신의 남성다움을 더욱 절감하게 되오. 나는 나를 필요로 하는 여자를 원하오, 그리고..." 매기는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사랑해요, 카일. 사랑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의 달콤한 말에 눈물이 가득 솟아올랐다. 과연 이번에는 그녀의 말을 믿어줄까? "나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고 애쓰는 거요, 매기" 그가 말하고, 그녀에게 오랫동안 거칠게 키스했다. 키스는 곧 달콤하고 부드럽게 변해갔다. 그는 입술을 떼어내고,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카일은 싱긋 웃으며,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려 빙글빙글 돌면서 커다랗게 카우보이 고함을 질러댔다. 매기는그에게 매달려, 기쁨과 사랑이 가득한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 번 책에는 이런 장면을 집어넣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그는 그녀를 내려놓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럼 여기 있을 거요?" "아마도요. 몇 가지 확실히 해두어도 될까요? 당신은 내가..." "난 당신과 결혼하고 싶소. 우린 멋진 인생을 함께 할거요, 매기. 당신은 책을 쓰고, 아이들을 키우시오. 집안 일을 할 사람은 따로 고용하면 되오" "그건 낭비에요. 내가 할 수 있다구요" 그가 잠시 망설이다가, 길게 숨을 들이키고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무렴. 날마다 오믈렛만 식탁에 올리겠지" "그렇게 심한 말을!"


그녀가 그의 팔을 장난스레 때렸다. 그리고는 반짝이는 눈 속에 모든 사랑을 담아 그를 올려다보았다. "우린 멋진 인생을 함께 할 수 있을 거에요" 그녀가 그의 말을 생각하며 잠시 멈추었다. "방금 아이들이라고 했나요?" "당신은 원하지 않소?" "몇명이나요?"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카일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힘닿는데까지 노력해봐야겠지" 그렇게 말하고는 싱긋 웃었다. "난 목장을 이어받을 사람을 원하오. 엔젤은 원하지 않고, 레이프와 채리티는 지금 사는 곳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오. 아들 둘에 딸 둘이면 좋겠는데" "괜찮군요" 넷이라, 그정도면 그녀도 감당할 수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미소를 떠올렸다. 카일과 함께라면 어떤 일이든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매기는 기쁘게 키스에 동참했다. 그들이 서로 사랑하는 한, 그녀는 이 오만한 남자를 얼마든지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매기는 푸른색 픽업을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혼자서 행복하게 흥얼거렸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목장에 도착하는 대로, 카일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에게 당장 말하지 않으면 폭발할 것 같았다. 의사는 그녀의 추측에 확인 도장을 찍어주었을 뿐이었다. 몇 달 후면, 그들에게 아기가 생길 것이다. 매기는 우편함 앞에서 차를 멈추었다. 사방의 지평선을 훑어보아도 카우보이는 한 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지역의 초원에 나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안 그랬다면, 언제나 그렇듯이 카일이 그녀를 맞으러 말을 타고 힘차게 달려왔을텐데. 지난 2 년은 정말로 근사했다. 그녀는 때때로 식사 준비나 빨래하는 것을 잊었지만, 대개의 경우 카일은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일단 그가 김을 뿜기 시작하면, 그녀는 얼른 그를 끌고 거실로 갔다. 그리고는 그의 기분이 나아질 때까지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그녀는 그 광경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남편과 화해하는 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매기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녀는 다시 몽상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트럭에서 내려 우편함으로 다가갔다. 눈에 익은 커다란 갈색 봉투. 심장이 내려앉았다. 또 다시 거절인가? 그녀는 겉봉을 찢고, 내용물을 꺼냈다. 좋다구. 이것은 그녀가 네 번째로 시도한 책이었다. 그리고 이 원고에 대해서만 벌써 정중한 거절 통지를 세 번이나 받았다 . 그녀는 내용을 훑어보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 원고를 돌려보내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했다. 지금까지는 항상 그랬다. 하지만 이전의 여러 거절 편지와는 달리, 이 편지는 그녀의 따뜻하고 자극적인 러브신에 대해 칭찬하고 있었다. 매기는 편지는 봉투 안에 집어넣고, 나머지 우편물까지 모아서 트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번 편지에 대해서는 카일에게 말하지 말아야지. 글 솜씨가 더 나아질 때까지 실습에 더욱 협조해 달라고 그에게 부탁해 놓은 것이다. 그녀는 기쁨으로 싱긋 웃었다. 오늘밤에는 더 많은 실습이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었다. 시계를 흘끗 쳐다본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나, 저녁 준비를 하나도 안 했는데.... 또 오믈렛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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