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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17 레이크사이드 사수 작전 -노라 로버츠 지음

Chapten 1 뉴잉글래드에슨 봄이 늦게 찾아온다. 구석진 곳에는 아직도 눈이 남아 있고. 나무들은 느릿하게 푸른 잎을 틔우기 시작한다. 헐벗은 가지에는 작은 잎사귀 봉우리가 굳게 닫혀 있지만, 땅속에서는 색색의 꽃들이 일찍감치 피어올랐다. 바람은 봄의 예감을 담고 상쾌하고 불어온다. 비제이(B.J.)가 창문을 활짝 열자 꽃향기가 가득한 이른 봄바람이 방안으로 불어 들어왔다. 토요일이야, 그녀는 살짝 미소지으며 긴 갈색 머리를 땋아 내렸다. 여름 시즌을 3 주 앞두고 있었지만 레이크사이드 인은 손님이 이미 반쯤차 있었고, 잘 짜여진 계획대로라면 매니저로서 그녀의 의무는 주말동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녀의 직원들은 변덕스럽긴 해도 충성심이 대단히 강했다. 대가족인 양 그들은 다투고, 토라지고, 서로 괴롭혔으나 필요할 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난 최고참 지도자이고. 그녀는 우울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빛 바랜 청바지를 끌어당기던 비제이는 그 말의 부조화스러움을 깨닫지 못했다. 거울에는 작고 어린아이 같은 여자가 서 있었다. 몸의 곡선은 캐주얼한 옷으로 감취졌고, 요정 같은 하트 모양의 얼굴에는 땋은 머리가 개구쟁이처럼 흘러내려 있었으며, 커다랗고 안개 낀 듯한 눈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유일하게 커다란 부분 아래로 오뚝한 코와 큐피드의 화살 모양 같은 입이 있었다. 그녀의 입은 기분의 변화에 따라 올라가거나 부루퉁해지거나 했다. 그녀는 레이스 달린 낡은 운동화를 신고서 잠시 산책하러 나가기 전에 아침식사가 잘 준비되고 있는지 확인하러 방에서 나왔다. 여관의 주계단은 넓었고, 카펫은 깔려 있지 않았다. 계단은 건물 그 자체처럼 굽어진 곳 없이 튼튼하게 네 개 층을 연결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이 없는 깔끔한 로비를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햇살이 잘 들어오게 커튼은 젖혀져 있고, 높고 윤이 나는 안내 데스크에는 싱싱한 야생화가 꽂히 꽃병이 놓여 있었다. 아래층 홀을 지나가는데 시상데서 식기가 달그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두명의 웨이트리스가 말다툼하는 소리를 듣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정말로 그렇게 작고 돼지 같은 눈을 한 남자를 좋아한다며, 난 할 말 없어] 비제이는 도트가 하얀 리넨 위에 올려놓은 커트러리 세트를 말면서 마른 어깨를 으쓱하는 걸 보았다. [월리는 돼지 같은 눈을 하지 않았어] 매기가 주장했다. [그 사람 눈은 엄청 똑똑해 보인다고. 너 그냥 질투하는 거야] 그녀는 설탕통을 채우며 험악하게 말했다.[질투?! 하! 내가 그런 쪼끄만 사팔뜨기 남정네를 질투하는 날이 오면....오, 안녕, 비제이] [안녕. 당신은 지금 스푼 두 개랑 나이프를 놓고 있어, 도트. 내 생각엔 포크를 놓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매기가 비웃는 듯 낄낄거리는 가운데 도트는 린넨을 도로 풀었다. [월리가 오늘 저녁에 자동차 극장에 가자고 날 데이러 오기로 했어] 매기가 새침하게 말했다. 비제이는 부엌으로 가며 말다툼의 연장전을 듣지 않기 위해 문이 닫히게 내버려두었다.


여관의 다른 곳들이 구식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부엌은 20 세기의 창조물들로 번쩍거렸다. 넓은 공간에는 스테인리스 스틸이 사방에서 번쩍거렸고, 커다란 스토브는 여관의 주된 매력 중 하나가 식사에 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또한 찬장과 캐비닛은 베테랑 군인처럼 늘어서 있었고, 벽과 리놀륨 바닥은 방금 청소해서 반짝 반짝 윤이 났다. 비제이는 완벽한 부엌의 모습과 갓 뽑은 커피향기에 미소를 지었다. [안녕, 엘시]길고 잘 닦인 카운터에서 일하고 있던 통통한 여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별일 없으면 난 몇 시간쯤 나갔다 올께요] [베티 잭슨이 블랙베리 젤리를 안 보냈어] [뭐라고요? 세상에, 뭐 때문에 그러는 거죠?] 귀찮은 일에 짜증을 내며 비제이는 바구니에서 갓 구운 머핀 하나를 집어들고 한 입 깨물었다. [코너스 씨는 언제나 그 젤리를 찾는데, 벌써 마지막 병이잖아요] [베티 말이 네가 늘고 외로운 여인네를 한 번 방문해 주면 자기도 젤리를 내놓겠다는데] [늙고 외로운 여인네?] 입안 가득 머핀이 차 있어서 비제이의 말은 웅얼웅얼 들렸다 [동네 신문사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으면서. 젠장, 엘시 난 그 젤 리가 정말 정말 필요해요. 지난주엔 너무 바빠서 가장 최그니의 소문을 들으러 갈 시간이 없었단 말이에요] [월요일에 새 소유주가 오는 것 때문에 걱정하는 거야?] [누가 걱정한대요? 난 걱정 안 해요] 그녀는 으르렁거리며 또 다른 머핀을 집어들었다. [그냥 이 여관의 매니저로서 난 모든 게 다 제대로 되어 있기를 바라는 것뿐이에요] [에디 말이 그 사람이 온다는 편지를 받고서 네가 사무실을 욌다갔다하며 뭐라고 투덜거렸다던데] [난...투덜거린 적 없어요] 냉장고로 간 비제이는 주스를 꺼내 컵에 따르고 엘시의 넓은 등에 대고 말했다. [테일러 레이놀즈는 당연히 자기 재산을 점검하러 올 권리가 있어요, 젠장, 엘시, 그 망할 현대화 이야기 때문에 그런는 것 뿐이에요. 미스터 테일러 레이놀즈는 레이크사이드 인에서 손을 떼고 자기의 다른 호텔들이나 갖고 노는 게 나을걸요. 우린 현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구요] 그년는 점점 화가 최솟는 것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우린 이대로도 완벽해요. 잘못된 건 하나도 없고,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그녀는 가슴에 팔짱을 끼고서 상상 속의 테일러 레이놀즈를 노려보았다. [블랙베리 젤리만 빼고] 엘시가 부드럽게 말했다. 비제이는 눈을 깜박이고는 현실로 돌아왔다. [오, 그렇죠] 그녀는 중얼거리며 문으로 걸어갔다. [내가 가서 가져올께요. 하니만 베티가 한 번만 더 나한테 하워드 빌이 좋은 사람이고 훌륭한 남편감이라고 말한다며, 난 비명을 지를 거예요, 그것도 그녀의 거실 한가운데에서 말이예요] 무시무시한 경고를 남기고서 비제이는 부드러운 햇살 아래로 걸어나왔다. [불랙베리 젤리에다가] 그녀는 낡은 빨간색 자전거로 다가가며 중얼거렸다. [깜찍한 의견을 가진 새 소유주라] 고개를 든 그녀는 땋은 머리를 어깨 뒤로 넘겼다. 단풍나무가 늘어선 길을 따라 가는 동안 급격하게 치솟았던 분노가 차츰 가라앉으며, 아름다운 날씨로 인해 그녀의 활발한 성격이 되살아났다. 골짜기는 새 생명들로 꿈틀거렸다. 작고 연약한 바리올렛 꽃송이들과 크로버가 목초지에 점점이 피어 있었다. 갓 세탁해서 널어놓은 빨래들이 봄바람에 흔들렸다. 산꼭대기에는 아직도 겨울의 옷자락이 남아 있었으나 이달 안에 전부 부드러운


초록색으로 덮일 것이다. 가늘고 하얀 구름이 봄과 새로 피는 꽃들에 대해 속삭이는 짓굿은 바람에 밀려 하늘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마을에 도착한 비제이는 베티 잭슨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 분홍빛 얼굴에 미소를 띠고 아는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마을은 작은 공터와 울타리 그리고 오래 되고 잘 손질된 집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붕창과 박고의 구조는 뉴잉글랜드만의 특징이었다. 서쪽으로 흘러가는 챔프레인 호수는 반짝거렸고, 호수 주변은 고요하고 큰 도시의 부산스러움에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이곳에서 자란 그녀조차도 여전히 그 아름다움에 매혹되었다. 이 근처에 올 때면 언제나 그렇지만, 그녀는 어디선가는 아직도 인생이 단순하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자전거를 작은 초록색 문 앞에 세우고서 비제이는 대문을 지나 젤리를 얻기 위한 협상을 할 준비를 했다. [어머나, 비제이. 놀라운 일이네] 베티 잭슨은 문을 열고서 회색 파마러리를 정돈했다. [난 네가 뉴욕으로 돌아간 줄 알았지] [여관 일이 좀 바빴어요] 그녀는 적당히 겸손하게 대꾸했다. [그 새 주인 때문이로구나] 베티는 점재이처럼 말하며 그녀에게 안으로 들어라고 손짓했다. [그 사람이 여관을 새로 단장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베티 잭슨이 수집한 정보에는 절대 오류가 없다는 사시을 떠올리며 비제이는 작은 거실로 들어갔다. [탐 마이어가 자기 집에 방을 하나 더 만들고 있다더라]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의자를 만진 다음 베티는 널찍한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루이스가 또 임신한 모양이야] 그녀는 마이어 가족의 행동에 대해 혀를 찼다. [4 년 동안에 애가 셋이라니. 하지만 넌 애들을 좋아하지, 안 그래, 비제이?] [전 늘 아이들을 좋아했어요, 미스 잭슨] 비제이는 이야기를 어떻게 젤리 쪽으로 돌릴까 고심하며 대답해따. [내 조카 하워드도 아이들을 사랑한단다.] 비제이는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다잡으며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베티를 마주보았다. [여관 손님 중에도 부부가 한쌍 있어요. 아이들은 먹는 걸 좋아하죠] 교묘한 작전에 기뻐하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아이들이 당신 젤리를 좋아하더군요. 벌써 마지막 병이에요. 아무도 당신 젤리를 딸라갈 수는 없어요, 미스 잭슨. 당신이 사업을 시작하면 아마 백만장자가 될 거예요] [모두 다 타이밍의 문제지] 베티는 칭찬에 의기양양해 했고, 비제이는 승리의 예감을 느꼈다. [저한테 계속 공급해 주시지 않으면 전 아마 여관 문을 닫아야 할 거예요] 회색 눈이 순지하게 빛났다. [코너스씨는 가게에서 파는 젤리를 갖다 드리면 폭발하실 거예요, 그분은 당신의 젤리를 격찬하셨답니다. 암브로시아라고요] 그녀는 뜻을 풀이해서 덧붙였다. [그분 말이 신들이나 먹을 만한 음식이래요] [암브로시아라] 베티는 만족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10 분 후, 비제이는 젤리 병이 한 가득 든 상자를 자전거 짐바구네 싣고서 활기차게 작별인사를 했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그녀는 하늘을 보며 오만하게 말했다. [게다가 비명도 지르지 않았어] [헤이, 비제이!] 그녀는 소리가 나 쪽으로 고개를 돌려 야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고서 운동장 구서으로 자전거를 몰았다. [점수는 몇 대 몇이야?] 그녀는 자전거 쪽으로


뛰어오는 어린 소년에게 물었다. [5 대 4 요. 주니어의 팀이 이기고 있어요] 그년는 투수석에 서 있는 크고 호리호리한 주니어가 글러브로 공을 던졌다 받았다 하며 씩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 [건방진 꼬맹이 녀석] 그녀는 어쩔 수 없는 애정을 담아 중얼거렸다. [나 한 번만 치게 해줘] 아이의 낡은 모자를 빼앗아 땋은 머리 위로 눌러쓰고서 그녀는 운동장으로 걸어갔다. [할 거예요, 비제이?] 갑자기 어린아들과 사춘기 소년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비제이는 배트를 들어올려 시험해 보았다. [잠깐만 할거야. 금방 돌아가야 해] 주니어가 다가와 허리에 손을 얹고 10 센티미터 가량 더 큰 키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내가 아줌마를 나려 버릴 수 있을지 내기할래요?] 그녀는 주니어를 힐끗 쳐다본 후에 배트를 어깨에 걸쳤다. [네 돈을 뺏기는 싫은데] [내가 아줌마를 삼진 시켜 버리면] 그는 열 다섯 살 소년의 대담하으로 그녀의 땋은 머리를 잡아당겼다. [나한테 키스해 주는 거예요] [마운드로 가거라, 꼬마야] 하지만 주니어의 뻔쩐한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비제이는 그가 제자리ㅣ로 어슬렁어슬렁 돌아가는 것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곁눈질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이고, 투구 자세를 취한 다음 힘차게 던졌다. 날아오는 공을 보며 비제이는 커다랗게 배트를 휘둘렀다. [스트라이크 원!] 그녀는 몸을 돌려 심판석에 있는 월버 헤이스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다시 타자석에 서자 환호와 야유가 커졌다. 그녀는 주니어가 윙크하자 혀를 날름 내밀었다. [스트라이크 투!] 그녀가 공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는 동안 월버가 선언했다. [스트라이크?] 고개를 돌리며 그너는 허리에 손을 엊었다. [넌 정신이 나갔어, 그건 거의 턱 높이었다구. 너희 엄마한테 네가 안경을 껴야겠다고 말할 거야] [스트라이크 투예요] 우러버는 되풀이하며 사춘기 소년답게 험악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비제이는 투덜거리며 다시 타자석에 와 섰다. [배늘 내려놓는 게 낫겠어요] 주니어는 공을 만지작 거리며 소리쳤다. [이번엔 근처에도 못갔다구요] [공이나 잘 봐, 주니어. 그 공을 보는 건 이번이 마지막 일 테니까]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서 비제이 배트를 꽉움켜쥐었다. [뉴옥까지 날아갈 거다] 딱 소리가 나며 공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 베이스를 돌았다. 열기로 달아오른 채 고개를 숙이고 달리다가 슬라이딩하며 3 루를 돌았다. 고함소리와 환호가 울렸고, 스코트 템플은 마운드에 서서 날아오는 공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그녀가 모을 낮추어 홈으로 슬라이딩하자 먼지가 가득 피어오르며 미친 듯한 고함소리가 울렸다. [아웃!] [아웃이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비제이는 월버의 온화한 파란 눈을 코가 닿을 정도로 마주 보았다. [아웃이라니, 이 건방진 꼬마 녀석. 난 완벽하게 세이프야. 너한테 쌍안경이라도 사줘야겠어?] [아웃이에요] 그는 위엄을 담아 되풀이하며 팔짱을 겼다.


[지금 여기 필요한 건 제대로 된 눈을 가진 심판이야] 그녀는 자신의 편인 아이들에게로 돌아서며 팔을 벌렸다. [다른 사람 의견이 필요해] [아웃이야] 비제이는 낮선 목소리를 듣고는 몸을 돌려 불청객을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한 남자가 포수석 근처에 서서 멋진 입술을 살짝 들어오리며 즐거운 듯 어두운 갈색 눈을 빛을 내고 있었다. 그는 눈썹으로 흘러내린 검을 곱슬머리를 쓸어 넘기며, 길고 늘씬한 모을 바로 세웠다. [3 루에서 멈췄어야 했어] [난 세이프였어요] 그녀는 코의 먼지를 문지르며 맞받아 쳤다. [완벽하게 세이프였다구요] [아웃이에요] 월버가 되풀이했다. 비제이는 그에게 움찔할 정도의 시선을 전지고서 양팀이 벌이고 있는 뜨거운 토론장으로 다가오는 남자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녀는 분노와 호기심이 반반인 상태로 그 남자를 관찰했다. 그의 오모는 여러 모로 훌륭했고, 피부는 구릿빛으로 부드러워 보였다. 햇살이 비치는 검은머리에는 붉은 빛이 살짝 감돌았다. 그가 입은 가죽 수트는 캐주얼 하긴 해도 완벽하게 잘 재단된 비싼 제품이라는 것을금방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길을 보던 그의 얼굴에 짓굿은 미소가 더욱 깊어졌고, 그녀의 분노는 더욱 치솟았다. [나 돌아가야 돼] 그녀는 바지를 털면서 선언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희 엄마한테 네 시력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을 거라고 꿈도 꾸지 마] 그녀는 월버에게 마지막으로 눈길을 던지며 덧붙였다. [어이, 꼬마야] 비제이는 자전거에 올라타고서 멍하니 고개를 돌리다가 그 납자가 자신을 다른 아들과 똑같은 십대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간신히 미소를 숨긴 채 십대의 거만함으로 보이기를 바라며 그를 쳐다보았다. [뭐예요?] [게이크사이드 인이 얼마나 머니?] [이봐요, 아저씨, 우리 엄막가 나한테 모르는 사람이랑은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구요] [대단히 기특하구나. 하지만 난 너한테 사탕을 줄 테니 따라가자고 하는 게 아닌데] [음] 그녀는 득실을 고려하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잠시 망설였다. [좋아요. 길을 따라 5 킬로미터쯤 가면 있어요] 대충 손짓을 하며 그녀는 의무적으로 덧붙였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는 그녀의 커다란 회색 눈을 한참 쳐다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엄청난 도움이 됐어, 고맙다.]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요] 그녀는 남자가 은청색 메르세데스로 향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그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그리고 난 세이프였어요. 완벽하게 세이프였다구요] 빌린 모자를 주인에게 던지고서 비제이는 목초지를 가로질러 여관으로 향했다. 박공 지붕에 꼭 맞는 덧문이 달린 4 층 짤리 붉은 벽돌건물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지름길 덕택에 메르세데스를 앞질러 왔다는 것을 깨닫고는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그 사람은 여관을 묵으려고 온 걸까? 그년느 ㄴ자전거를 세우고서 바구니 속의 귀중한 젤리를 꺼내며 생각했다. 어쩌면 세일즈맨일지도 몰라. 아냐, 그녀는 곧장 그 생각을


부인했다. 절대 세일즈맨은 아니야. 음, 방을 원하는 거라면 어쩔 수 없이 줘야겠지. 설령 그가 간섭쟁이에다가 눈까지 나쁘다고 해도 말이야. [좋은 아침이에요] 비제이는 잔디밭을 걷고 있는 신혼 부부를 보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 안녕하세요, 미스 클라크. 우린 호수가로 산책을 가는 길이에요] 신부가 상냥하게 말했다. [산책하기엔 정말 멋진 날이죠] 그년는 작은로비로 들어간 후, 프론트 데스크 뒤로 돌아가서 젤리 상자를 내려놓고 아침 온 편지들을 집어들었다. 할머니에게서 온 개인적인 편지를 보고서 그녀는 봉투를 열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일찍 왔구나, 안 그러니?] 그녀의 집중력이 깨져 버렸다. 편지를 내려놓고 그녀는 카운터에서 팔꿈치를 들어올린 다음 어두운 갈색 눈을 마주 보았다. [지름길로 왔거든요] 그늬 키나 옷차림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면서 그년는 몸을 펴고 턱을 들어올렸다. [도와 드릴까요?] [글쎄다, 어디를 가면 매니저를 만날 수 있을지르 알려줄 수 있다면] 그의 거만한 말투가 그녀의 짜증에 불을 질렀다. 그녀는 자신으 직책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며 간신히 친절하게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방이 필요하다면 빈방이 있는데요] [착한 아이처럼 하던 일이나 하려무나] 그는 선심 쓰는투로 말했다. [그리고 가서 매니저 좀 불러오고 그를 봐야 겠으니까] 가능한 한 몸을 곧추세우고서 그녀는 가슴에 팔짱을 꼈다 [그녀를 보는 거겠죠] 그의 어두운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의 눈이 의심스럽게 그녀를 살폈다. [학교 가기 전이랑 토요일에는 네가 여관을 관리하는 거니?]그는 회의적으로 물었다. 비제이는 화가 나서 얼굴을 붉혔다. [난 게이크사이드 인을 거의 4 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만약 문제가 있다면 기쁘게 처리해 드리죠 여기서나 제 사무실에서요. 방이 필요하신 거라면] 그녀는 열려 있는 안내대 쪽으로 손짓을 했다. [얼마든지 내드릴 거고요] [비제이 클라크?] 그는 인상을 한껏 찌푸린 채 물었다 [바로 맞추셨군요] 고개를 끄덕인 다음 그는 펜을 들어 등록명부에 사인을 했다. [당신이 이해할 거라 생각하오] 그는 눈을 들어 그녀를 새롭게 살폈다. [야구장에서의 당신 행동과 그 어려보이는 외모는 대단히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우니까] [난 아침에는 벼로 할 일이 없어요] 그녀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리고 내 외모는 여관의 질에는 아무 상관도 없고요. 여기 머무시는 동안 그걸 확실히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마스터...] 몸을 돌려 등록명부를 보는 순간, 그녀의 뱃속이 울렁거렸다. [레이놀즈]그는 비제이의 놀란 얼굴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테일러 레이놀즈요.] 평정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며 비제이는 고개를 들고 사무적인 말투로 가장했다. [월요일까지는 안 올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미스터 레이놀즈] [계획이 바꿨소] 그는 맞받아 치며 펜을 제자리에 내려 놓았다. [네, 음...레이크사이드 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녀는 뒤늦게 말하며 땋은 머리를 등뒤로 넘겼다. [고맙소. 여기 있을 동안 사무실이 필요한데, 가능하겠소?] [사무실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미스터 레이놀즈] 베티잭슨의 불랙베리 젤리를


저주하며 그녀는 여관의 최고급방의 열쇠를 집어들고 책상을 돌아 나왔다. [하지만 제 사무실을 같이 쓰는 게 거슬리지 않으신다면 거기도 충분할 겁니다.] [한 번 봅시다. 장부와 기록들도 보고 싶소] [물론이죠] 그녀는 자신의 여관이 이방이늬 손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이를 갈며 대꾸했다. [절 따라오세요.] [비제이] 그년는 에디가 계단을 따라 로비로 내려오는 것을 보고 속으로 움찔했다. 그의 안경은 코 위에서 미끄러지고 있었고, 갈색 머리는 귀 뒤에서 펄럭거렸다. [비제이] 그는 숨가쁘게 그녀를 다시 불렀다. [피어스-로월 부인의 TV가 만화를 보는 도중에 나가 버렸어요] [오, 맙소사. 내 걸 그녀에게 갖다 주고 맥스에게 전화해서 고쳐 달라고 해.] [맥스는 주말엔 쉬는데요] 에디가 상기시켰다. 기운을 내라는 듯 그이 어깨를 툭툭 친 다음, 그년는 에디를 문으로 이끌었다. [월요일에 그에게 전화하라고 메모 좀 남겨 주고, 벅스 버니를 놓치기 전에 부인에게 내 TV 를 갖다 드려] 새 소유주의 찌를 듯한 시선을 뒤통수에 느끼며 비제이는 사과하는 어조로 설명했다. [미안해요. 에디는 관장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가 피어스-로웰 부인은 토요일 아침에 하는 만화에 중독되어 있어요. 그녀는 우리의 단골 손님 중ㅇ 한 분이고, 손님을 기쁘게 하는 거라면 뭐든 제공하는 게 우리의 방침이지요] [알겠소] 그가 대꾸했으나 정말로 알아들었다는 표정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1 층 뒤쪽으로 재빨리 움직여 비제이는 사무실 문을 여고 테일러에게 안으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별로 크진 않아요] 그가 책상과 파일 캐비닛, 그리고 게시판이 붙어 있는 작은 사무실을 둘러보자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여기 있을 며칠 동안은 당신 편의에 맞취 조정할 수 있을 겁니다.] [2 주요]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방을 가로질러 가서 찡그림 표정의 거북이 모양 청동 문진을 집어들었다. [2 주요?] 그녀의 놀란 듯한 목소리에 그가 몸을 돌렸다. [그렇소, 미스 클라크. 문제가 되나?] [아뇨, 아뇨. 물론 아니죠] 그의 똑바로 쳐다보는 시선에 용기를 잃고서 그녀는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는 자신의 책상으로 시선을 내렸다. [매주 토요일마다 야구를 하는 거요, 미스 클라크?] 그가 책상 가장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고개를 들던 비제이는 그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뇨, 물론 아니죠] 그녀는 위엄 있게 대답했다. [난 그냥 거길 지나가고 있었을 뿐인데, 그러다.....] [대단히 용감한 슬라이딩이었소] 그가 그녀의 빰을 손가락으로 쓸어 내리며 논평하자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당신 얼굴이 그걸 증명하고 있군] 약간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그녀는 그의 손에 묻은 먼지를 쳐다보았다. [난 세이프였어요] 이상하게 맥박이 빨리 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방어적으로 말했다. [월버는 안경점에 가 봐야 해요] [당신이 여관도 야구를 할 때처럼 고집스럽게 운영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군] 미소를 지으며 그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오늘 오후에 장부를 보도록 합시다.] [뭐든 원하는 대로 해드리죠] 그녀는 딱딱하게 말했으나 효과는 별로 없었다. 그녀는 파일 캐비닛으로 몸을 돌렸다. [여관은 매우 잘 돌아가고 있어요. 알고 계시겠지만


이윤도 상당히 좋고요] 그녀는 위엄을 지키려고 애를 셨다. [조금만 바뀌면 훨씬 더 나아질 거요] [바뀐다고요?] 그녀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되풀이했다. [어떻게 바꾼다는 거죠?] [확실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여길 좀 돌아봐야겠지. 하지만 이곳 위치는 리조트로 딱이요] 그는 창턱에 대고 손가락에 묻어 있던 먼지를 떨어낸 다음 그것을 보았다. [수영장, 테니스 코트, 헬스클럽, 건물 자체의 외장을 좀 손보는 정도일까] [이 건물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요. 우린 리조트 식의 호텔이 아니에요, 미스터 레이놀즈] 화가 난 비제이가 책상 쪽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여긴 여관이에요. 그 말에 모든 의미가 포함되어 있죠. 가정식 식사에 편안한 방, 조용한 분위기까지 말이에요. 그게 바로 우리의 손님들이 다시 이곳에 오는 이유라구요] [현대적인 시설을 좀더 덧붙이면 단골이 늘어날 거요] 그는 차갑게 말했다. [특히 챔프레인 호수 근처에다가] [당신의 잘난 보트랑 나이트 클럽 따윈 다른 호텔에나 만들어요] 비제이는 부드부들 떨면서 몸을 똑바로 세웠다. [여긴 버몬트의 레이크사이드지, LA 가 아니에요. 내 여관에다 성형수술 따윌 하는 건 절대로 싷어요] 그으 눈썹이 치켜 올라가고, 입술이 불길한 미소를 지었디 [당신 여관이라고, 미스 클라크?] [그래요] 그녀는 대꾸했다. [당신이 지갑 끈을 쥘 수는 있겠죠, 미스터 레이놀즈. 하지만 난 여길 잘 알고, 손님들은 매년 우리가 제공하는 것들 때문에 다시 오는 거예요. 당신은 벽돌 한 장도 바꿀 수 없어요] [미스 클라크] 테일러는 위협적으로 그녀 앞으로 다가섰다. [ 내가 이 여관을 조각조각 내기로 한다면 그대로 될거요. 내가 개조를 하든 말든 그건 내 선이오. 당신이 매니저라고 해서 투표권이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지] [그리고 당신이 주인이라고 해서 멀쩡한 뇌가 있다는 뜻도 아니죠] 그녀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머리칼을 휘날리며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Chapten 2 비제이는 자신의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 오만하고, 참견 잘하는 밉살스런 인간 같으니라고, 어디 다른 곳에 가서 모노폴리(놀이판에서 하는 부동산 취득 게임)나 할 것이지. 이미 갖고놀만큼 충분한 호텔을 갖고 있는 거 아니었나? 레이놀즈 체인에는 해외에 있는 우아한 리조트들에다가 미국 내에만도 백여 개의 호텔이 있으면서, 왜 어디 남극 같은 데다가 열지 않느냔 말이야. 그 순간 비제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얼굴은 지저분했고, 먼지가 셔츠와 청바지에 온통 달라붙어 있었으며, 땋은 머리는 어깨에 걸쳐져 있었다. 갑자기 그녀는 우울해졌다. 마치 멍청한 열 살짜리 어린애처럼 보이는군. 그녀는 빰에 묻은 얼룩을 보고는 손을 들어올리다가 테일러의 손가락이 그 부분을 스친 것을 떠올렸다. [젠장]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녀는 재빨리 머리를 풀었다. [내가 다 망쳐 버렸어.


못된 십대처럼 하고서는 성질까지 부렸으니, 그렇다고 날 해고할 수는 없을 거야] 그녀는 사납게 단어하며 샤워실로 들어갔다. [내가 먼저 관둘 거니까. 난 여기 남아서 내 여관이 조각나는 꼴을 보고 있진 않을 테니까] 30 분 후 비제이는 머리를 빗고서 만족스럽게 거울 속으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갈색 머리가 어깨 위에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아리보리색 드레스를 입고 허리에 딱 맞는 보라색 벨트를 한 다음, 옷에 어울리는 루비 귀걸이를 걸었다. 그리고 나서 하이힐을 신으니 키가 조금 커 보였다. 더 이상 십대처럼 보이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녀는 화장대 위에 있던 빽빽하게 글이 쓰인 종이를 집어들고서 과감하게 방을 나가 동굴에 처박혀 있을 불곰을 만나러 갔다. 짧게 노크를 한 다음 비제이는 사무실 문을 열고 천천히, 그리고 단호하게 책상 뒤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그의 코앞에 종이를 들이밀며 그녀는 갈색 눈이 자신을 볼 때까지 기다렸다. [아, 비제이 클라크로군. 엄청난 변화요] 의자에 기댄 채 테일러는 그녀를 위아래로 흝어보았다. [놀랍군] 그는 그녀의 분개한 회색 눈을 보며 미소지었다. [어떻게 셔츠와 헐렁한 바지로 그렇게 잘 감추고 있었던 거요, 이게 뭐지?] 그는 여전히 평가하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면서 느릿하게 종이를 집어들었다. [내 사직서예요] 그년는 앞으로 몸을 기울인 채 감정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제 난 당신 고용인이 아니에요, 미스터 레이놀즈. 그러니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기쁘게 알려 드리죠. 당신은] 그녀의 말투에 그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오만하고, 돈에 목을 맨 기회주의자예요, 당신은 질 좋은 개인적인 서비스로 몇 대째 높은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여관을 사서는 몇 달러 더 벌겠다고 디즈니월드로 바꾸려 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면 당신을 20 년 간 여기서 일한 직원들을 잃을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전체에서 위신을 잃게 될 거예요, 여긴 당신이 흔히 보던 관광지가 아니라 조용하고 안정된 마을이에요. 사람들은 신선한 공기와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여기 오는 거지, 거친 테니스 경기나 사우나에서 땀을 빼러 오는 게 아니라구요] [다 끝났소, 미스 클라크?] 테일러가 물었다. 본능적으로 그녀는 그의 낮은 말투에서 위험을 느꼈다. [아뇨] 용기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끌어올려서 그년는 어깨를 펴고 그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가서 당신 목욕탕에나 빠져 버려요] 그녀는 하이힐 뒤꿈치를 대고 빙 돌아서 문으로 향했으나 곧장 다시 되돌려져 뭄에 등을 기댄 상태가 되고 말았다. [미스 클라크] 테일러가 그녀에-게로 몸을 기울이며 머리 양쪽으로 팔을 짚어 그녀를 효과적으로 가둔 후 입을 열었다. [두 가지 이유에서 당신의 폭언을 내버려두겠소. 첫째, 당신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면 대단히 멋지거든. 당신이 건방진 십대라고 생각했을 때도 그건 눈치챘지. 또 당신 눈은 안개 같은 색깔에서 연기가 솟는 것처럼 변하는 데, 대단히 인상적이오. 그리고 물론] 그녀가 소리도 못 내고 그를 응시하자 그가 덧붙였다. [그건 엄격하게 사적인 이야기고, 업무적으로 돌아가자면 난 당신 의견을 받아들이겠소. 당신 말투는 아니지만] 멍한 채 서 있던 비제이는 갑자기 문이 열리는 바람에 그 문에 밀려 앞에 있는 단단한 가슴으로 쓰러졌다. [줄리우스의 점심을 찾았어요] 에디가 활기차게 말하고는 금방 사라졌다. [당신은 매우 열렬한 직원들을 데리고 있군] 테일러는 팔로 그녀를 받쳐 주며 건조하게 말했다. [대체 줄리우스는 누구요?] [프랭크 부인의 그레이트 데인이에요. 그녀는.... 그 녀석 없이는 아무 데도 안


가려고 하세요] [그 녀석 집이 따로 있소?] 그의 말투는 부드러운 놀림조였다. [아뇨, 뒷마당에 작은 우리가 있어요] 테일러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로 얼굴을 내렸다. 번개를 맞은 듯 그녀의 몸에 전기가 흘렀다. 비제이는 부르르 떨며 그를 밀어내고는 헝클어진 머리칼을 넘겼다. [미스터 레이놀즈] 그녀는 이미 도망가 버린 위엄을 되찾으려 노력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책상 W 족으로 민 다음 단호하게 의자에 앉혔다. [조용히 하시오, 미스 클라크] 그는 가볍게 말하고 책상 뒤에 가서 섰다. [이제 내 차례요] 비제이는 놀라움과 분노로 뒤범벅 된 채 그를 응시했다. [이 여관에 무슨 짓을 하든 그건 온벽하게 내 결에 달린 거요. 하지만 당신 의견을 고려하겠소. 당신은 이곳에 익숙하고 난 아직 아니니까] 테일러는 비제이의 사직서를 들어올려 반으로 찢은 다음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당신은 그럴 수 없어요] 그녀가 침을 튀기며 외쳤다. [이미 했소]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권위가 담겨 있었다. 비제이의 눈이 가늘어졌다. [난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어요] [종이 낭비하지 마시오] 그는 자신의 의자에 몸을 기대며 충고했다. [난 지금 당장은 당신의 사직서를 받을 생각이 없소. 필요하면 나중에 내가 알려주지. 하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느릿하게 덧붙였다. [당신이 그렇게 한다면 난 당신 자리를 채울 사람을 찾을 때까지 몇 달간 여관을 닫아야 할거요] [내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찾는 데 몇 달씩 걸리진 않아요] 비제이가 주장했으나 그는 생각에 잠긴 것처럼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마... 여섯 달 정도] [여섯 달?/]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럴 수는 없어요. 예약된 손님들이 있는 데다가 곧 여름 시즌이에요. 그 사람들 전부를 실망시킬 수는 없다구요. 그리고 직원들.... 그래요,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거예요] [그렇지] 그는 동의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책상 위에 손을 겹쳐 놓았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그건 협박이에요]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소] 그는 점점 더 즐거워졌다. [빨리 깨닫는군, 미스 클라크] [진짜 그렇게 하려는 건 아닐 거예요. 당신은...] 그녀가 흥분해서 말했다. [단지 내가 그만 둔다고 해서 여관을 닫을 리는 없어요] [확신할 정도로 날 잘 아는 것도 아니잖소, 안 그런가?] 그의 눈은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침착했다. [시험해 보고 싶소?] 서로를 관찰하는 듯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아뇨] 비제이가 마침내 중얼거리고 좀더 강하게 다시 말했다. [아뇨, 젠장, 그럴 수 없어요! 당신도 이미 알잖아요. 하지만 난 그 이유를 정말이지 모르겠어요] [이유를 알 필요는 없소] 그는 오만하게 손짓하며 말을 잘랐다. 비제이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화가 나서 멋대로 말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다잡았다. [미스터 레이놀즈] 그녀는 이성적인 말투로 들리길 바라며 말했다. [당신이 왜 내가 매니저로 남는 걸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당신 몇 살이요, 미스 클라크?] 그는 다시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녀는 짜증스럽게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그렇게...] [스물, 스물 하나?] [스물 넷이요] 비제이가 정정했다. [그렇다고 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어쩐지 스스로 방어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덧붙혔다. [스물 넷이라]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말을 끝맺었고 그걸로 충분했다. [연대순으로 말하자면 난 당신보다 여덟 살이 많고, 그만큼 업무적인 경험도 많소. 난 당신이 레이크사이드 고등학교에서 치어걸을 할 무렵에 이미 첫 번째 호텔을 열었소] [난 레이크 사이드 고들학교에서 치어걸을 한 적 없어요] 그녀가 차갑게 말했다. [그 말을]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말 그대로 받아들이지 마시오, 당신이 여기서 현재 직위에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이유는 간단하오. 당신은 직원들과 손님들, 그리고 공급업자들과 그 외 다른 것들을 잘 알고 있소. 이곳을 조사할 동안 난 당신이 전문적이 지식이 필요하오] [알겠습니다, 미스터 레이놀즈] 비제이는 이야기가 일쪽으로 돌아갔다는 것에 조금 안심하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알아 두셔야 할 게 있어요, 난 여관의 특성을 바꿀 만한 일에 대해서는 절대로 협조하지 않을 거예요. 사실, 협조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당신이 그럴 거라고 믿소] 그가 가볍게 말했다. 비제이는 그의 눈에 떠오른 미소가 진짜인지, 자신의 상상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이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것 같으니까 하는 말인데, 난 여관을 보고 당신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알고 싶소. 2 주 안에 완전히 다 알아야 하오] [그 정도 시간에 내가 말하려는 걸 전부 다 이해할 수 는 없을 걸요] [난 금방 결정하는 편이오] 그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문가가 내 것이 되면, 난 그걸로 뭘 해야 할지를 알지] 그녀가 인상을 찡그리자 그의 미소가 더욱 커졌다. [여관이 이대로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내 옆에 딱 달라붙어서 열심히 광고해야 할거요] 그는 그녀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한 번 돌아봅시다.] 따스한 하늘 아래, 비제이는 테일러와 함께 1 층을 돌며 보관창고에 대해 짧게 묘사했다. 그 동안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권위를 상기시키는 듯한 팔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 계속되는 접촉은 그녀를 상당히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는 머스크 향과 그야말로 남성적인 향기를 풍겼고, 그의 무심한 움직임은 그녀를 현혹시켰다. 그의 목소리는 깊고 부드러웠고, 그녀는 몇 번인가 자신이 그의 말보다 목소리만 듣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짜증이 나서 더욱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이 편이 훨씬 더 쉬워, 그녀는 결심했다. 만약 그가 작고 대머리를 한 관대한 중년 남자였다면, 왼쪽 빰에 커다란 사마귀가 있고 이중턱인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런 남자와 싸워야 한다는 건 너무 불공평해, 그녀는 속으로 화를 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거여, 미스 클라크?] [네?] 고개를 든 비제이는 정신을 차리고 검고 자석 같은 눈을 가진 그를 저주하며 다시 바라보았다. [아뇨, 당신이 점심식사를 좋아할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대단히 멋진 즉석 대답이었어, 그년는 스스로에게 찬사를 보냈다. [좋소] 그는 동의하고 식당으로 향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들보가 있는 천장과 부드럽게 바랜 벽지로 둘러싸인 식당은 단순하고 소박하게 꾸며져 있었고, 크고 네모난 모양이었다. 식당의 매력은 오래 되고 영구적이라는 것이었다. 호박색 구형의 램프, 우아한 골동품과 오래 된 은제품들, 그리고 황동 장작 받침대가


빈 난롯가를 지키고 있었다. 테이블들은 사교성을 북돋우는 스타일로 배치되어 있으면서도 사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큼 떨어져 있었다. 갓 만든 음식 냄새가 식당을 떠돌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테일러는 식당을 둘러보았다. 그녀가 보기에 1 센티미터도 빼지 않고 샅샅이 살폈을 거라고 호가신할 때까지 그의 눈은 구석구석을 흝었다. [대단히 훌륭하군] 그가 간단하게 말했다. 그때 크고 통통한 남자가 다가와서 고개를 들어올리고는 드라마틱한 어조로 말했다. [만약 음악이 사랑으 식량이라면, 계속 연주하라] [내게 너무 만히 준다면, 결국은 물리게 되고, 입맛은 떨어지고, 결국 사라지리라] 비제이의 대답에 남자는 킬킬거리며, 몸집은 좀 넘치지만 왕처럼 당당하고 우아하게 식당으로 몸을 돌렸다. [점심시간에 셰익스피어?] 테일러가 묻자 비제이가 미소지었다. 그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해 있던 적대감은 스스르 녹아 버렸다. [저분은 미스터 린더예요. 지난 10 년 간, 1 년에 두 번씩 이곳에 꼭 오고 계시죠, 그는 싸구려 셰익스피어 극단에 계셨던 적이 있었는데, 저한테 인용구를 던지시는 걸 무척 좋아하죠] [그리고 당신은 언제나 제대로 대답하고?] [다행스럽게도, 전 셰익스피어를 좋아했어요. 그리고 혹시나 해서 그분이 예약하시면 벼락치기로 공부를 하죠] [그것도 서비스의 일부요?] 테일러는 새로운 각도에서 그녀를 보려는 듯 고개를 기울리고 물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비제이는 돕슨의 어린 쌍둥이가 어디 있나 확인하기 위해 신중하게 바을 살피고 나서 테일러를 가능한 한 먼 곳에 있는 테이블로 이끌었다. [비제이] 도트가 테일러를 보고 순수한 여성적인 욕구로 눈을 빛내며 조용히 그녀 옆으로 다가왔다. [월버가 달걀을 가져왔는데, 또 작아. 엘시가 영원히 남을 만한 상처를 만들어 주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좋아, 내가 처리할게] 테일러의 묻는 듯한 시선을 무시하고 그녀는 웨이트리스에게로 몸을 돌렸다. [도트, 미스터 레이놀즈의 점심식사를 봐 드려. 죄송합니다, 미스터 레이놀즈. 이 일을 처리해야 할 것 같아서요. 질문이 있거나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저한 사람을 보내세요.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월버의 달걀을 보는 것을 행운의 탈출구로 여기며 그녀는 서둘러 부엌으로 향했다. 잡다한 일들로 그녀의 오후는 훌쩍 지나갔다. 대표로서의 능력만큼이나 협상 기술, 결론을 내리는 것 등은 그녀의 일에서 복잡한 부분이었다. 돕슨의 쌍둥이들이 욕조에 개구리를 잡아서 넣어 둔 것부터 시작해서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새로 빤 리넨에 눈물 범벅을 해놓은 여종원을 처리하는 거까지, 그녀는 리듬을 깨지 앟고 계속 움젹였다. 달래고, 이야기를 듣고, 결론을 내리는 몇 시간 동안 그녀는 계속 테일러 레이놀느의 존재를 느겼다. 그를 육체적으로 피하는 것은 간단했지만, 그의 존재는 어디든 그녀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확실히 각인시켰고, 그녀는 그를 지울 수가 없었다. 황당하게도 그녀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못 견디겟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쯤 그는 사무실에서 내 장부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그 멍청한 테닌스 코트를 어디에다 만들지, 아니면 과수원을 콘크리트로 메워 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고심하고 있겠지. 저젹 시간이 다가왔다 지나갔다. 비제이는 얼마간 평화롭게 있기 위해 미리 식당을 점검하기로 했다. 그녀가 아래층 라운지로 내려왔을 때는 늦은 시간이라 조명을 낮추어져 있었다. 토요일에 몰리는 손님들을 위해 고용한 3 중 밴드는 이미 짐을 싼 상태였다. 음악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사람들의 속사임과 잔 부딪히는 소리를 대체되었다. 조용한 저녁 시간이었다. 곧 침묵에 잠길 테지만. 비제이는 테일러가 떠오르는 것을 내버려두었다. 그에게 이우를 보여줄 만한 여유가 딱 2 주 있어. 그녀는 라운지에서 나오는 사람들과 잘 자라는 인사를 나누며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세계 최고로 둔감한 사업가를 이해 시키려면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일을 엉망으로 만들었어. 내일은 새로운 전략을 실해하는 거야. 성질을 자제하고 환한 미소를 사용해야지. 난 마음만 먹으면 멋지게 웃을 수 있으니까. 224 호실의 중년의 손님에게 자신의 재능을 연습해 보고는 그가 금세 거기로 넘어오자 그의 자신감은 재빠르게 상승했다. 그래, 이 단계에선 발톱을 세우는 것보다는 미소가 훨씬 낫지. 약간의 미소, 좀더 우아한 외모, 그리고 활기차고 사업적인 접근.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적을 때려눕히는 거야. 원기를 회복한 후, 그녀는 카운터을 닦고 있는 지친 바텐더에게 돌아섰다. [그만 집에가요, 나머지는 내가 할 테이까] [고마워요, 비제이]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서 그는 행주를 내려놓고는 문을 지나 사라져 버렸다. [천만에요] 그녀는 한 손으로 관대한 포즈를 취하며 텅빈 공간에 대고 말했다. [내가 제안한 건데, 뭐] 그녀는 방을 가로질러 반쯤 찬 땅콩 바구니와 빈 잔들을 모으며 말상대를 겸해서 눈높이의 테레비젼을 켰다. 그녀 주위로는 여관 전체가 잠들어 있었고, 신음소리와 삐걱거리는 소리는 친숙해서 눈치채지도 못할 정도였다. 잠시 후, 낮고 무시무시한 음악이 어두운 바을 채웠다. 비제이는 텔레비젼 화면에 나오는 공포영화를 보자마자 신발을 벗어 던지고는 냉큼 의자로 올라앉았다. 내용은 오래되고 진부했으나 그녀는 구름이 보름달을 둘러싸고 있는 장면에 푹 바져들었다. 그녀는 멍하니 한 손을 뻗어 땅콩 바구니를 집어서 무릎 위에 내려놓아다. 안개가 걷히며 나뭇잎들이 떨어지고, 거친 숨소리가 들리며 알 수 없는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배회하는 괴물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낮게 신음하며 비제이는 눈을 가리고 여주인공이 비명을 지르기를 기다렸다. [눈에서 손을 떼면 좀더 잘 볼 수 있을 거요]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비제이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무릅에서 땅콩 바구니가 떨어져 쏟아졌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요] 그녀는 씩 웃는 테일러를 보며 말했다. [미안하오] 그의 사과에는 설득력이 없었다. 그는 바로 다가와 TV 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보고 싶지 않다면 왜 틀어 놓은 거요?] [나도 어쩔 수가 없어요. 난 늘 눔을 감고 봐요. 여기서 부터는 전에 본 거예요] 비제이는 한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고 반대쪽을 가리켰다. [그녀는 바보처럼 밖으로 혼자 산책을 나갈 거예요, 창 밖에서 뭔가가 긁어대는 소리를 들었는데 제대로 된 뇌를 가진 사람이 어두운 밖으로 나갈 거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아니죠] 그녀가 그를


대신해서 대답했다. [똑똑한 사람이라면 침대 밒에 웅크리고서 그게 가 버릴 때까지 기다릴 걸요] 괴물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자 그녀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끔찍해요, 못 보겠어요. 끝나면 말해 줘요] 천천히 그녀는 자신이 그의 가슴에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귓가에 그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어린 아이를 안심시켜 주듯 쓰다듬고 달래 주었다. 비제이가 몸을 굳히고 일어나려 했으나 머리에 닿아 있는 손이 그녀를 단단하게 붙잡았다. [아니, 잠깐만. 괴물이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소] 그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손길을 느슨하게 풀었다. [광고 시간이로군] 그에게 풀려나자 비제이는 의자에서 내려와 흩어진 땅콩을 모으며 평정을 되찾으려고 노력했다. [오늘 오후엔 상홍을 엉망으로 만든 게 아닌가 걱정이네요, 미스터 레이놀즈]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제이는 그가 그것을 겁이 나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주길 바랐다. [여관 안내를 다 못해 드려서 죄송해요] 그는 그녀가 바닥에 손과 무릎을 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창백한 머리칼이 그녀의 얼굴을 덮고 있었다. [괜찮소 나 혼자 돌아다니니까. 결국 품 잡지 않고 있는 에디도 만났고, 그 친구는 상당히 열정적인 젊은이더군] 그녀는 더 멀리 있는 땅콩들을 찾기 위해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는 몇 년 안에 훌륭하게 호텔 관리를 할 수 있을 거예요. 좀 경험이 필요할 뿐이죠] 여전히 시선을 피한 채, 비제이는 빰에 달아오른 열기가 식기를 기다렸다. [오늘 여관의 손님들도 몇 명 만났소. 모두들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더군] 그는 그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그녀의 빰을 가리고 있는 머리칼을 걷어냈다.[ 말해 보시오, 뭐의 줄임말이지?] [네?] 피부를 쓰다듬는 손가락 때문에 혼란스러워서 대화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비제이] 그는 그녀의 멍한 눈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무슨 뜻이오?] [오!] 그녀는 미소를 되돌리며 사정거리 밖으로 물러났다. [그건 대단히 중대한 비밀이에요. 엄마한테도 말하지 않았다구요] 갑자기 그녀의 뒤에서 여주인공이 높은 목소리를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땅코을 다시 쏟으며 비제이는 테일러으 팔로 뛰어들었다. [미안해요, 놀라서 정신이 없었지 뭐예요] 감정을 억누르고 그녀는 고개를 들며 그에게서 떨어지려 했다. [아니, 오늘 당신이 이런 자세로 있었던 게 벌써 세 번째요] 그는 그녀를 꼭 붙든 채 한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 내렸다. [이번엔 당신이 무슨 맛이 나는지 알아 볼 거요] 그녀가 저항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소유욕을 드러내며 그녀에게로 내려왔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자신에게로 꼭 끌어당겼다. 그의 혀가 그년의 혀를 찾았다. 비제이는 가가 자신의 입술을 벌린 건지, 아니면 입술에 스스로의 의지가 있어서 저절로 벌어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의 입술을 어르고 그 부드러움을 음미하면서 더욱 깊이 키스했다. 그녀가 균형을 잡느라 그에게 달라붙을 때까지. 그녀는 갑자기 맥박이 빨라진 이유가 공포 영화와 갑작스러운 현기증, 생략한 저녁식사 때문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훌륭해] 테일러는 중얼거리며 그녀의 광대뼈로 움직이다가 다시 그녀의 입술 끄트머리로 돌아와 장난을 쳤다. [다시 한 번 해보지 않겠소?] 본능적인 방어작용으로 그녀는 그의 가슴에 손을 오리고 그를 밀어냈다. 가볍게,


그녀는 지구가 그만 좀 흔들리기를 바라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가볍게 취급하는 거야. [서른 두 살은 제 취향이 아리라서 말이죠, 미스터 레이놀즈. 그리고] [테일러] 그가 말을 자르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미소지었다. [오늘 아침에 결심했소. 사무실에서 당신이 나한테 잘난 척할 때, 우리가 서로를 좀더 잘 알게 될 거라고] [미스터 레이놀즈] [테일러] 그의 가슴에 손을 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이렇게 좁은 상태에서 별 것 아닌 걸로 그와 싸우고 싶지 않아서 그녀는 동의했다. [당신은 당신 호텔의 모든 매니저들이랑 이런 일을 벌이나요?] 그에게 잔인하게 굴고 싶어서 말했으나 그가 고개를 젖히고 웃음을 터뜨리자 비제이는 즉시 실망했다. [비제이, 지금 일어난 일은 여관에서 당신 직위랑는 전혀 상관없는 거요. 난 그저 내가 머리를 땋고 있어도 멋져 보이는 여자에 대해 약한 게 즐거운 거요] [다시는 나한테 키스하지 말아요] 그녀는 좌절감에 빠져 몸을 비틀었고, 깜짝 놀란 그가 그녀를 놔주었다. [당신은 새침하게 굴든지 아니면 도발적으로 굴 수도 있소, 비제이] 그의 말투는 부드러웠으나 눈은 분노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하는 내가 이길거요, 하지만 그게 게임을 따라오기 더 쉽게 만들겠지] [난 그런 종류의 게임을 안 해요] 그녀가 주장했다. [그리고 난 새침하지도, 도발적이지도 않아요] [당신은 양쪽 다요] 그는 손을 주머니에 밀어 넣고 발을 툭툭 치며 그녀의 화난 얼굴을 응시했다. [그건 흥미로운 조합이지] 그의 눈썹이 사색적으로 치켜 올라갔다. 즐거운 듯한 표정이 그의 얼굴에 떠올랐다. [하지만 난 당신이 이미 그걸 알고 있거나 아니면 거기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오] 두려움을 잊은 채, 그년는 테일러 앞으로 한 발짝 다가섰다. [내가 아는 유일한 사실은 어떤 식으로든 당신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거예요. 내가 원하는 건 오로지 당신이 이 여관에 당신의 리조트 건축가들이 손을 못대게 해주는 것뿐이라구요] 그녀는 주먹을 꼭 쥐었다. [난 당신이 뉴욕으로 돌아가 자신의 펜트하우스에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비제이는 돌아서서 방을 나와 버렸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두운 로비를 황급히 달려갔다.

Chapten 3 어제밤 자신이 바보짓 했던 것은 순전히 테일러 레이놀즈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면서 비제이는 하얀 실크 셔츠위로 회색 블레이저를 걸쳐 입었다. 그리고 오늘은 엄격하게 사무적으로행동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럼에도 다시 키스 하지 말라고 하던 자신의 순진한 부탁과 그 떨리는 목소리가 떠오르자 그녀는 주춤했다. 왜 좀더 냉정하고 세련되게 대답하지 못했던 거야? 왜냐하면 난 사방에 땅콩을 내던지며 스스로를 바보로 만드느라 바빴기 때문이지. 그녀는 거울에 비치 찌푸린 얼굴을 보며 대답했다. 그가 자신의 방어막을 걷어 버렸다고 생각하며 비제이는 머리칼을 커리어 우먼 스타일로 묶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서 그녀는 과민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으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정복하던 그 감각과 그녀의 빰에 닿던 그의 다스한 숨결을 떠올렸다. 무릎이 후들거리고 머리 속이 빙빙 도는, 전에는 결코 느껴 본 적 없는 감정이 다시 그녀를 휩쓸었다. 그녀는 그 기분을 털어버리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은 그저 예상치 못했던 일에 보인 어긋난 감정적이 반응이었을 뿐이다. 바느질을 하다가 손을 찔렀을 때처럼. 테일러 레이놀즈를 개인적으로 떠올리지 말아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잊티 말아야 할 것은 그가 레이크사이드 인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가 그만 두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여관을 잠시 폐쇄하겠다고 협박하던 것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에이스 카드를 갖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빌어먹게 매력적인 미소를 띠고서 그녀가 내기를 접을 건지 아니면 계속 할 건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좋아, 그녀는 부드러운 모직 스커트를 매만지며 결심했다. 난 이런 류의 포커 게임을 많이 해봤다구, 테일러 레이놀즈. 거울을 보며 친절한 미소, 겸손함 미소, 냉정한 미소 등을 지어 본 다음에 그녀는 단호한 걸음으로 방에서 나왔다. 일요일 아침은 언제나 조용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늦게까지 잔 다음 해가 중천에 떠서야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대체로 비제이는 이 조용한 시간에 사무실에서 중요한 서류 작업을 하곤 했다. 경험상 그녀는 그런 식으로 일하는 것이 좋다는 걸 알았다. 소님들이나 직원들이 크든 적든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가장 적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부엌으로 가서 재빨리 커피를 따른 후 송장과 회계 장부에 빠져들었다. [이런 행운이 있나]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팔을 잡자 그녀는 약간 몸을 떨었다. 그리고 곧 그녀는 식당으로 끌려갔다. [이제 난 혼자서 아침을 먹지 않아도 되겠군] 테일러의 그 뻔뻔스러운 행동에 수많은 욕설이 튀어나오려 햇으나 간신히 억눌렀다. 비제이는 능숙하게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청해 줘서 정말로 기쁘군요. 간밤엔 잘 주무셨길 바라요] [당신 광고문에 쓰여 있는 것처럼 여관은 푹 쉬기에 아주 좋더군] 옆에 있는 식당 매니저에게 손을 흔든 다음 비제이는 코너에 있는 빈 테이블로 향했다. [제 광고가 엄격히 사실에 근거했다는 걸 아시게 될 겁니다, 미스터 레이놀즈] 자리에 앉으며 비제이는 가볍고 친근하게 목소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사무실에서 말다툼과 라운지에서 벌어졌던 사적인 일이 떠올랐으나 그녀는 둘 다 머리 속에서 지워 버리려고 노력했다. [아직까지 잘못된 부분을 찾지 못했소] 매기가 꿈을 꾸는 듯한 미소를 띠고서 테이블 옆으로 다가왔다. 의심할 바 없이 간밤에 했던 월리와의 데이트를 떠올리고 있음이 틀림없다. [토스트랑 커피 줘요, 매기] 비제이는 매기의 황홀경을 깨며 부드럽게 말했다. 웨이트리스는 얼굴을 붉히며 주문을 받아 적었다.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테일러는 주문한 다음,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당신 일에 대단히 유능하오] 비제이는 예기치 못한 칭찬에 기뻐하는 자신을 속으로 꾸짖었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당신 장부들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신을 직원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조심스러우면서도 솜씨 좋게 그들을 다루더군. 그것도 한 번 쓱 보는 걸로 5 분간 꾸짖을 걸 대신하지] [직원들이랑 그들의 습관을 알고 있으면 쉬운 일이예요] 그녀는 눈썹이 가벼운 유머 감각을 발휘하며 올라갔다. [우연찮게 매기가 어젯밤 월리랑 영화 보지 않고서 뭘 했는 더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의 얼굴에서 소년 같이 미소가 재빨리 빛났다. [직원들은 가족과 같아요] 비제이는 태연한 목소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손으로는 커피를 따랐다. [손님들은 질 좋은 서비스에 동반딘 친근한 행동을 즐기죠. 우리 규칙은 융통성 있고, 직원들은 손님 개개인의 요구를 다 받아 주도록 교육받았어요. 여기는 격식 있는 대접이나 대단히 사치스러운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라라 기본적인 곳이에요. 신선한 공기, 좋은 음식, 그리고 온화한 분위기가 우리의 장점이고 또 우리가 제공하는 거죠] 매기가 그들의 아침식사를 테이블에 내려놓을 동안 그녀는 말을 멈추었다. [당신은 리조트에 대해 무슨 거부감이라도 있는 거요, 비제이?] 테일러의 예기치 못한 질문에 그녀는 당황했다. [아뇨...., 물론 그럴 리 없죠] 그의 눈을 바라보며 그녀는 좀더 단호하게 말했다.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리조트도 멋지죠. 하지만 리조트의 역할을 우리 여관이랑은 완전히 달라요. 제대로 된 리조트에는 하루 종일 즐길 거리가 있죠. 여기는 그보다 훨씬 느긋해요. 낚시를 하거나 보트를 타거나 스키를 타는 정도죠. 레이크사이드 인은 그런 면에 있어서 완벽한 곳이에요] 그녀의 의되했던 것보다 더욱 거칠게 말을 끝맺고는 그이 한쪽 눈썹이 흘러내린 골실 거리는 머리칼과 맞닿을 정도로 치켜 올라간 것을 보았다. [그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일이오] 그는 컵을 입가로 들어올렸다. 그의 말투는 부드러웠으나 비제이는 불안할 정도로 똑바로 마주보는 그이 시선에서 은근한 분노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년는 검고 진한 액체에 관심이 있는 양 자신의 컵으로 시선을 내렸다. [회색 눈의 여명이 찌푸린 밤에 미소를 보내는 구나] 인용구가 들리자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들고 미스터 린더의 뭔가 기대하는 듯 미소 띤 얼굴을 바라보았다. 비제이는 머리를 굴렸다. [동쪽의 구름에 빛이 바둑판처럼 무늬를 만들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수십 번 읽은 것에 감사하며 그녀는 즐거운 모습으로 자신으 테이블로 돌아가는 미스터 린더를 바라보았다. [언젠가 그가 당신을 기습할 거고, 결국 아무 대답도 못할 날이 올 거요] [인생이란 모험의 연속이죠] 그녀는 가볍게 대꾸했다. [도전을 받아들이는 편이 더 나아요] 테일러가 손을 뻗어 귓가에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칼을 잡아당겼다. 그녀는 그이 손길에 갑자기 수줍음을 느끼며 움찔했다. [대부분의 경우에] 그는 화나게 만드는 말투로 말했다. [난 당신이 그럴 거라고 믿소, 그건 일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지. 커피 더 하겠소?] 그는 마치 그들이 정기적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것처럼 상냥하고 태평하게 물었다. 비제이는 거절의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 오만하고 세련된 남자의 슬쩍 회피하는 질문에 불편하게 어색한 느낌이었다.


햇살이 격자로 된 창문에 내리비치고, 잔디밭의 풀이 흔들리며, 근처 어디에선가 새들이 아름다운 날시에 흥겨워 지저귀고 있었다. 비제이는 테일러와 사무실에 앚아서 이런 작은 즐거움조차도 몰아내고 눈앞의 일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이 무감정한 송장과 회계 장부를 사이에 두자 그녀는 자신감과 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여관의 미래를 의논하자 현실에 발을 대고 있는 것 같았다. 솔직히 테일러 레이놀즈가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했다. 그는 그녀의 장부를 회계사 같은 눈으로 흝었고, 사업가다운 자세로 송장을 분류했다. 초소한 그는 날 장부 정리도 못하는 머리 빈 저능하로 보지는 않잖아,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는 그녀의 설명을 정중하게 존중하며 들어주었다. 그녀의 지능에 대한 그의 분명한 찬사에 기분이 좋아져서 비제이는 그가 아직 그녀와 같은 시선으로 여관을 보지 않는다고 해도, 곧 그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당신이 수많은 잡다한 일들과 지방 농장 일까지 다루고 있는 모양이군] [맞아요]그가 담배를 물자 그녀는 책상 제일 아래 서랍에서 재떨이를 찾았다. [그건 여러 면에서 유리해요. 우린 좀더 세심한 서비스를 할 수 있고, 좀더 신선한 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데다가 지방 경제에도 도움을 주거든요] 개인적인 편지더미 아래서 작은 세라믹 재떨이를 발견하고서 비제이는 그것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레이크사이드 인은 이 동네에서 중용한 곳이에요. 우린 일자리 공급원이자 이 지방 작물이며, 서비스의 소비원이죠] [음] 그의 대답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서 그녀가 입을 열려고 할 때, 문이 벌컥 열렸다. [비제이] 에디가 아랫입술을 떨면서 서 있었다. [보드윈 자매예요] [내가 금방 갈게] 한숨을 내쉬고 그녀는 테일러가 있을 동안은 노크를 하라고 에디에게 말없이 눈짓을 보냈다. [일산적인 재해인 거요, 아니면 천재지변인가?] 테일러는 에디가 재빨리 나가는 것을 보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실은...] 그녀는 문으로 향했다. [실례하겠습니다, 금방 돌아오죠] 등뒤로 문을 닫고서 비제이는 서둘러 로비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미스 페이션스, 미스 호프] 그녀는 나이든 보드위 자매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오래 된 두 개 버드나무 가지처럼 크고 길쭉한 보드윈 자매는 장기 숙박객이었다. [두 분을 다시 뵈어서 대단히 기쁘군요] [여기 다시 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죠, 미스 클라크] 습관적으로 미스 페이션스는 선언조로 말했고, 미스 호프는 중얼거렸다. 그것은 두 사람을 구분 지을 수 있는 몇 안되는 특징이었다. 몇 년 간 그들은 얇은 테의 안경부터 정형외과요 신발까지 거울에 비친 것처럼 똑같아져 가고 있었다. [에디, 저 짐 좀 올려다 줘요] 미스 페이션스는 알겠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비제이는 무시하려고 노력했으나 그녀의 날카로운 눈이 자신의 뒤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돌아서서 뒤에 서 있는 테일러를 발견했다. [미스 페이션스, 미스 호프, 이쪽은 테일러 레이놀즈, 이 연관의 소유주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숙녀분들] 그는 뼈만 남은 손을 정중하게 잡았다.


25 년 간 잠자고 있던 붉은 기운이 미스 호프의 주름진 빰에 떠올랐다. [당신은 운이 좋은 젊은이로군요] 미스 페이션스는 테일러를 자세히 뜯어본 다음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스 클라크가 얼마나 보물 덩어리인지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년에게 감사하길 바라요] 미소를 지으며 테일러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비제이는 이를 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간신히 참았다. [미스 클라크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사람이고, 아무리 감사해도 충분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압니다.] 그의 말에 만족한 미스 페이션스가 고개를 끄떡였다. 비제이는 짜증나는 손을 어깨에서 치우고서 냉정하고 직업적인 자세로 행동했다. [언제나처럼 2 번 테이블로 사용하세요] [알어요] 미스 페이션스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빰을 두드렸다. [당신은 좋은 아가씨예요, 미스 클라크] 모호한 미소를 지으며 두 여자는 멀어져 갔다. [분명히, 비제이] 테일러는 화를 돋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몸을 돌렸다. [저 연약한 할머니들에게 2 번 테이블을 줄 생각은 아니겠지?] [레이크사이드 인은] 비제이는 차갑게 말하며 사무실로 앞서갔다. [손님들을 만족시켜 주는 걸 철칙으로 삼고 있어요, 보든윈 자매가 원하는 자리에 앉지 말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는데요. 미스터 캠벨은 언제나 그들을 2 번 테이블에 앉혔어요] [미스터 캠벨은] 테일러는 짜증나게 조용한 어투로 말했다. [더 이상 이곳의 소유주가 아니오. 나지] [나도 그건 잘 알고 있어요] 그녀의 턱이 도전적으로 치켜 올라갔다. [그렇다면 내가 보드윈 자매를 밀어내서 부엌 근처의 테이블에 앉히길 바라세요? 당신 수준에 어울릴 정도로 그분들이 우아하지 않아서? 왜 그들을 빌어먹을 장부책에 적히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로 보지 않는 거죠?] 그가 어깨를 잡자 그녀의 분노가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스스로 어떻게 하기도 전에 그녀는 남은 말을 잊어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신은] 그는 위험할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단히 불운한 성질머리에 상당히 이상한 생각을 갖고 있소. 아무도 나한테 내 일을 이래라 저래라 못하오, 누구도. 내가 부탁하면 충고는 할 수 있겠지만 결정을 하는 건 나고, 오직 나만이 명령을 내릴 수 있소] 그년는 매혹된 채로, 조금은 겁에 질려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 말 알아듣겠소?] 비제이는 커다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할 용기를 끌어올렸다. [네, 잘 알겠습니다. 보든윈 자매를 어떻게 하길 바라시죠?] [이미 당신이 다 했잖소. 당신이 뭔가 내 마음에 안 드는 일을 하면 말이지, 곧장 알려주겠소] 그 말 아래 깔린 위협에 그녀의 눈에 폭풍우 치는 경고가 떠올랐다. [물론 당신도 알겠지만] 테일러의 마투가 부드러워졌다. [당신은 대단히 독창적인 여자요. 아침식사를 같이 하고 아침 내내 함께 일을 하는 동안 당신을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디. 적당히 둘러치고. 슬쩍 넘어가거나 아래로 빠져 나가는 게 거의 곡예를 하는 것처럼 매혹적이었소] [웃기지 말아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려 했지만 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잡고 있었다. [당신의 상상력에는 기름을 칠 필요가 있는 것 같군요]


[그렇다면] 그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그녀는 몸을 휘었으나 그에게 더욱 가까워질 뿐이었다. [당신이 말한 거요] 그의 입술이 그녀의 위에서 떠돌았다. 그녀는 낯설고 달콤한 연약한 느김에 빠져들었고, 그녀의 피부 아래서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테일러] 그녀의 목소리는 속삭임이나 다름없었다. [좋소, 당신은 좀더 자주 그 이름을 부르게 될 거요] 그의 입술이 곡선을 그렸으나 그녀는 오로지 눈에 담긴 미소만 볼 수 있었다. [내가 당신을 두렵게 했소, 비제이?] [아뇨] 그녀의 부인은 너무 약했다. [아니에요] 그녀는 좀더 단호하게 다시 말했다. [거짓말쟁이] 그의 웃음은 즐겁고 유쾌했다. 그의 입술은 계속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살짝 문지르고, 슬쩍 물러났다. 그녀가 신음하며 그를 잡아끌어 소유할 때까지. 그녀의 입술은 본능적으로 그의 입술을 찾았다. 그녀는 빠르게 움직이는 빛들 속으로 끝없는 굴대를 따라 굴러 내려가는 바퀴처럼 느껴졌다.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에서 엉덩이로 움직였고, 그의 강한 손가락은 민감한 곡선 위를 덮었다. 그의 입술은 그녀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소유했다. 더욱 더 갈망하며 그녀는 그에게로 몸을 휘었다. 그녀의 날카로워진 감각들이 점차 희미해지고, 세상이 그녀의 주위로 느릿느릿 돌다가 사라져 버렸다. 두려움이 갑자기 열정의 불꽃 속에서 되살아나는 불사조처럼 솟구치자 그녀는 물러나며 굳어져 버렸다. 혼란스러웠다. [난...난 점심식사가 어떻게 됐는지 체크해 봐야 해요] 그녀는 등뒤의 문손잡이를 더듬거렸다. 테일러는 뒤꿈치를 바닥에 박고 차분한 확신을 담아 그녀의 시선을 마주보았다. [음...이제 당신 임무로 도망치시오. 하지만 당신도 알 거요, 비제이. 언젠가는 내가 당신을 가질 생각이라는 걸. 그때가지 난 참을 수 있소] 그녀의 손이 손잡이를 잡았다. 그녀는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그거 대단히 겁나는군요. 난 당신 대리인이 골라 주는 당신의 사유물이 아니라구요] [아니, 난 이 일을 완벽하게 내 스스로 처리할 거요] 그는 미소를 지었다. [난 뭔가가 내 것이 되어야 할 때를 아오. 그걸 얻는 건 단지 타이밍의 문제지] [난 물건이 아니에요]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화가나서 그녀는 그의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난 누군가의 것이되거나 당신 트로피 중 하나가 되고 싶은 생각 따윈 없어요. 그리고 그 타이밍은 절대 오지 않을 걸요] 그의 미소는 끔찍하게도 자신감이 차 있었다. 비제이는 방을 나가면서 있는 힘껏 문을 쾅 닫았다.

.. Chapten 4 월요일은 언제나 바빴다. 다라서 만약 엄청난 재난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분명히 월요일에 일어날 거라고 비제이는 확신했다. 게다가 사무실에 있는 테일러 레이놀즈의 존재는 월요일의 힘든 일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어제 그의 조용한 선언은 아직까지도 그녀의 머리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고, 그녀는 여전히 분노로 펄펄 끊고 있었다. 그녀는 얼음장같은 목소리로, 그년가 그에게 걸었던


전화와 그녀가 쓴 각각의 편지들, 그리고 그년가 작성한 송장에 대해 설명했다. 이로써 그는 절대로 그녀가 협조하지 않았다고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차가울지는 몰라도 비협조적인 건 아니지, 비제이는 사악한 기쁨에 젖어 생각했다. 테일러의 나무랄 데 없는 사업적인 태도는 그녀에게 전혀 매력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차가운 정중함과 무례함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보다 더 자기 절제력이 뛰어나고, 이보다 더 짜증나는 남자를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녀는 단지 그의 반응을 보기 위해 그의 무릎에다가 커피를 부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내가 무슨 농담이라도 놓쳤소?] 테일러가 그녀의 얼굴에 내키지 않는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물었다. [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비제이는 자세를 가다듬었다. [아뇨,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군요, 죄송합니다.]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하루 중 이 시간에는 모든 방들을 준비해 놔야만 하거든요. 여기서 점심을 드시겠습니다까, 아니면 식당에서 드시겠어요?] [식당으로 가겠소] 의자에 기대어 테일러는 연필로 책상 모서리를 톡톡 두드리며 그녀를 응시했다. [당신도 함께 하겠소?] [오, 정말로 유감이에요] 비제이의 말투는 거짓으로 달콤했다. [오늘은 너무 바빠서요. 하지만 로스트 비프를 추천해 드릴께요. 만족하실 거라고 확신해요] 자신의 말투에 만족해하면서 그녀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교묘한 재주와 행운의 덕택으로 그녀는 오후 내내 테일러를 피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온화한 봄 날씨를 즐기러 밖으로 나가서 여관은 거의 비어 있었다. 테일러와 마주치지 않고 조용히 복도를 지나갈 수 있었지만 그녀는 내내 그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어린애 같은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자신이 이 일방적인 숨박꼭질을 즐기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곧 저녁때까지 그의 눈의 띄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도전으로 변했다. 저녁식사 시간 직전, 소강 상태의 여관은 나른하고 고요했다. 비제이는 콧노래를 부르며 3 층 창고의 리낸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녀는 테일러가 이런 곳까지 둘러보지 못할 거라 자신하며 경계를 풀었다. 그녀의 생각은 호수에서 보트를 타는 것이나 숲 속을 걷는 것, 긴 여름밤으로 흘러갔다. 백일몸이 즐겁긴 해도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그 생각을 털어 버리려 했으나 대단히 어려웠다. 상상 속에는 누군가가 빠져 있었다. 누구랑 함께 호수에서 보트를 타지? 누구랑 같이 숲 속을 거닐지? 누가 길고 긴 여름밤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지? 애처로운 이미지가 그녀의 머리 속에 떠오르기 시작하자 그녀는 그것을 지우기 위해 눈을 꼭 감았다. [난 그가 필요 없어, 전혀] 그녀는 갓 세탁한 시트 더미를 두드리며 중얼거리고는 작은 방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러나 등에 단단한 물체가 닿자,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움직이다 닫힌 문에 부딪혔다. [신경과민이군, 안 그렇소?] 테일러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웠다. 그의 표정은 즐거워 보였다. [혼잣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당신은 휴가가 필요한 모양이오] [난....난] [아주 긴 휴가가] 그가 비제이의 빰을 아버지처럼 톡톡 두드리며 말을 맺었다.


그녀는 간신히 이성적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당신이 그런 식으로 숨어 들어와서 날 놀라게 했잖아요] [난 그게 이 집 법칙인 줄 알았는데] 그는 씩 웃으며 대꾸했다. [당신은 오후 내내 그랬잖소] 자신의 영리함이 그런 식으로 비하되다니. 화가 난 그녀가 차가운 위엄을 세우며 말했다. [난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제 그만 실례 좀 할까요] [당신은 짜증이 나면 미간이 1 센티미터쯤 치켜 올라간 다는 거 알고 있소?] [난 대단히 바빠요]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목소리를 차갑게 유지했다. 빌어먹을 남자 같으니. 그의 매력적인 미소가 그녀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테일러, 만약 뭔가 필요한 게 있다면] 그의 미소가 커지며 온 얼굴을 뒤덮는 걸 보면서 그녀는 말을 멈췄다. [뭔가 의논하고 싶은 업무가 있다면]그녀가 말을 고쳤다. [당신에게 온 메시지를 가져왔소] 그는 손가락을 들어올려 그녀의 미간에 생긴 주름살을 문질렀다. [대단히 흥미로운 메시지요] [네?] 그녀는 태연하게 말하며 그가 좀 물러나서 그의 커다란 몸과 닫힌 문 사이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들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소, 받아 적어 왔으니까 잘못 되진 않았을 거요] 그는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읽었다. [미스 피버디한테 온거요. 그녀는 카산드라가 아이들을 낳았다고 하더군. 여자아이 넷에, 남자아이 둘. 한 번에 여섯이라니] 테일러는 쪽지를 내리고서 고개를 저었다. [엄청나게 놀라운 일이야] [고양이한테는 그렇지도 않아요] 비제이는 빰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왜 이 사람이 그 메시지를 받은 거야? 카산드라는 왜 기다리지 않았담? [미스 피버디는 우리의 오랜 단골 중 한 분이에요. 그녀는 일 년 두 번씩 여기 묵으세요] [알겠소] 테일러는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자, 이제 내 임무를 마쳤으니 이번에는 당신 일을 마칠 차례요] 그녀의 손을 잡으며 테일러는 복도를 따라 그녀를 이끌었다. [이 시골 공기가 내 입맛을 굉장히 돋구는군. 당신은 메뉴를 잘 알 테니 우리 식사로 어떤 걸 추천하겠소?] [사실 난 같이 식사할 수가.....] [물론 할 수 있소] 그는 부드럽게 말을 잘랐다. [날 그냥 손님으로 생각하시오. 이 여관의 방침은 손님을 기쁘게 하는 거라면 뭐든 제공하는 거잖소 당신과 저녁을 먹는 건 날 기쁘게 해줄 거요] 자신이 판 무덤에 빠진 덕에 비제이는 더 이상 논쟁을 할 수가 없었다. 몇 분 후, 그녀는 오후 내내 성공적으로 피했던 남자의 맞은 편에 앉아 있었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그녀는 자신의 임무를 아주 훌륭하게 끝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테일러가 매력을 발휘하는 것에 저항하기란 대단히 힘들었다. 그의 매력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절제된 것이라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매력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몇 번이나 깨달았다. 자신의 무관심의 벽이 무너지려는 것을 느낄 때마다 그녀는 한 걸음 물러나서 구멍을 막아야만 했다. 그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안타까운 일이야, 그녀는 테일러가 재미난 일화를 이야기하는 동안 생각했다. 어떤 경계선도 없이 그와 조용한 저녁식사를 즐겼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그녀는 재빨리 그의 매력에서 물러나며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대단히 분명하고, 아주 중요한 경계선이 있다구. 이건 전쟁이다, 그녀는 전날 그들이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적에게 넘어갈 수는 없어, 테일러가 잔을 들어올리며 그녀에게 미소를 보내자 비제이는 마타하리도 이런 힘든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졌다. 그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에디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미스터 레이놀즈, 뉴옥에서 전화가 와 있어요] [고맙네, 에디. 사무실에서 받겠네. 오래 걸리지 않을거요] 테일러는 그녀에게 말하며 일어섰다. [나 때문에 서두르지는 마세요] 비제이는 그에게 조심스러운 미소를 보내며 자신이 겁쟁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난 아직도 저녁 동안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그럼 이따가 봅시다] 테일러는 논쟁을 참는 듯한 말투로 대꾸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기분을 바꾼 후, 웃음을 터뜨리고 몸을 굽혀 그녀의 이마에 키스한 다음 느긋하게 걸어갔다. 입을 딱 벌린 채 비제이는 손가락 끝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왜 갑자기 어찔어찔한 기분이 드는 걸까 의아해 했다. 현실로 돌아오라고 스스로에게 강요하며 그녀는 커피를 마시고서 서둘러 라운지로 향했다. 여관에서는 월요일 저녁마다 오래 된 전통이 있었다. 라운지는 이벤트의 중심지였다. 비제이는 문가에 멈춰서 비판적인 시선으로 방을 둘러보았다. 덮개 달린 등잔 안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댄스 플로어는 금빛으로 은은하게 빛낫다. 분위기가 잘 조성되어 있는 것에 만족해서 비제이는 방을 가로질러 구식 빅트롤라(빅터 축음기)옆으로 다가갔다. 믿음직스러운 기계는 값비산 마호가니 캐비닛 안에 들어 있었다. 비제이는 애정을 담아 부드러운 뚜껑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인 후에 그것을 열었다. 그녀가 오래 된 수집품을 뒤적이는 동안 사람들이 들어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뒤에서 들리는 대화소리는 매우 낮익고, 즐겁기까지 했다. 잔이 부딪히고, 가끔씩 웃음소리가 벽을 울렸다. 능숙한 전무가적인 솜씨로 비제이는 빅트롤라를 감아서 돌아가게 한 다음 까만 레코드판을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음악은 약간 긁히는 소리가 났으나 가볍고 매혹적이었다. 레코드가 반도 돌아가기 전에 세 커플이 댄스 플로어로 나왔다. 다음 30 분 동안 비제이는 1930 년대 음악을 연달아 틀었다. 몇 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그녀는 청중의 나이가 얼마가 됐든 과거로의 여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건 음악의 단순함이 이 여관의 단순함이랑 어울려서 그런 건지도 몰라.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분석하던 것을 그만 두고 (두 사람을 위한 차)라는 노래에 맞춰 폭스트롯응 추는 커플을 보며 씩 웃었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요?] 귓가에서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이 들리자 비제이는 몸을 돌려 테일러를 마주보았다. [오, 이제야 전화를 끝내셨나 보네요. 무슨 문제는 없었죠?] [중요한 건 없었소] 테일러는 그녀가 레코드를 바꿀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질문했다. [비제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중이냐고 물었는데?]


[보이는 그대로예요] 그녀는 모호하게 대답하며 레코드의 음조에 귀를 기울이다가 바늘을 바꿀 때가 되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앉으세요, 테일러. 돈에게 칵테일 한 잔 만들어 달라고 할 테니까요. 바늘이 닳아 없어질 시간도 없을 거라고 맹세해요] 캐비닛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은 후 비제이는 바늘을 갈아 끼웠다. [그 일이 끝나거든 내 차 카뷰레터도 봐줄 수 있겠군] 복잡한 일에 몰두하느라 비제이는 테일러의 놀림도 깨닫지 못했다. [한 번 보자구요] 그년는 중얼거리며 조심스럽게 새 바늘을 레코드판 위해 올려놓았다. [당신은 뭘 좋아하죠, 테일러?] 몸을 펴고 그년는 바 쪽을 힐끗 보았다. [우선은, 설명을 해주시오] [설명?] 그녀는 되풀이하면서 마침내 그에게 집중했다. [무슨 설명이요?] [비제이] 그의 말투에서 짜증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멍청해지기라도 한 거요?] 그의 말투도, 질문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비제이는 몸을 굳혔다. [당신이 좀더 분명하게 말해 주면 나도 좀 덜 멍청하게 굴 수 있겠죠] [난 이 라운지에 기능적인 스테레오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었소] [네, 그러시겠죠] 더욱 혼란스러워지자 비제이는 자신이 정말로 멍청하게 굴고 있다는 생각을 밀어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데요?] [왜 그걸 사용하지 않는 거요?] 그는 빅트롤라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왜 이런 케케묵은 낡은 물건을 사용하는 거고?] [스테레오 시스템은 사용하지 않아요] 그녀는 조용하고 이성적인 어조로 설명했다. [왜냐하면 오늘은 월요일이니까요] [알겠소] 테일러는 댄스 플로어에서 어떤 커플이 다른 커플에게 투스텝을 가르치는 것을 힐끗 보았다. [물론 그말이 모든 걸 설명해 주는 거겠지] 테일러의 빈정거림에 그녀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멍청하게 행동하지 않기 위해 그녀는 이를 악물고서 레코드를 빠르게 골라냈다. [월요일 밤에는 빅트롤라로 오래 된 레코드판을 틀고 있어요 그리고 그건 케케묵은 낡은 물건이 아니에요] 그녀는 스스로를 억누르지 못하고 빠르게 덧붙였다. [그건 골동품이에요. 박물관에나 잇을 만한 진품이라구요] [왜 그렇지?] 그녀가 레코드판을 바꾸느라 몸을 굽히자 테일러는 그녀의 머리 꼭대기에 대고 말했다. [뭐가 왜 그래요?] 그녀는 그의 모호한 말에 화가 나서 날카롭게 말했다. [왜 월요일 밤마다 빅트롤라로 오래 된 레코드판을 트는 거요?] 그는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처럼 명확하게 말했다. [왜냐하면] 비제이는 주먹을 움켜쥔 채 입을 열었다. 하지만 테일러가 한 손을 들어올ㄹ려 그녀의 뒤이은 설명을 중단시켰다. [기다리시오] 그는 명령조로 말한 다음, 방을 가로질러 가서 손님 한 사람에게 작은 소리로 뭔가를 말했다. 그는 자신의 최고로 매력적인 미소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그가 그녀에게로 되돌아오면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당신은 잠시동안 빅트롤라를 돌리는 일에서 벗어났소. 자, 밖으로 나갑시다.] 그 말과 함께 그는 비제이의 팔을 잡고 그녀를 옆문으로 끌어냈다. 차가운 밤 공기도 그녀의 분노를 식혀 주지 못했다.


[이제] 테일러는 등뒤로 문을 닫고 건물 옆에 기대서며 가볍게 손짓을 했다. [계속 하시오] [당신은 정말 날 미치게 만드는구요. 소리라도 질러 버릴 것 같아요] 이 무시무시한 협박과 함께 비제이는 성큼 성큼 현관으로 걸어갔다. [왜 당신은 그렇게...,그렇게...] [참견하기 좋아하냐고?] 그가 대신 말했다. [그래요] 그 말은 내가 떠올렸어야 했는데 [모든 게 다 잘 돌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당신이 와서는 그 거만한 코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잖아요] 나무 사이로 내리비치는 낭만적인 달빛은 애처롭게도 잘못된 곳에 있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여기서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그녀는 열려있는 창문 쪽으로 손을 휘둘렀다. [당신은 이곳을 비판할 자격이 없어요. 단지 우리가 라이브 밴드를 쓰지 않는다고해서, 인기 순위 40 위안에 드는 유행가를 틀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지 못한다는 건 아니라구요. 난 당신이 도대체 왜...] 그가 그녀의 팔을 붙잡자 그녀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좋소, 시간 다 됐소] 그는 그녀를 돌려 세웠다. 머리칼이 그녀의 얼굴을 덮었고, 그녀는 짜증스럽게 그것을 쓸어 넘겼다. [이제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해봅시다.] [당신도 알겠지만] 그녀는 잇새로 내뱉었다. [난 당신이 그렇게 차분하고 참을성 있게 구는 게 정말로 싫어요] [방망이라도 휘둘러보시지] 그의 목소리가 위험할 정도로 낮다는 사실이 그녀의 머리 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신은 다른 면을 좀 봐야 해] 그를 쳐다본다고 상황이 개선되는 것은 아닐 테지만, 그녀는 계속 보았다. [이 대단한 대화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본다면 내가 당신한테 대단히 간단하 질문을 했다는 걸 깨닫게 될 거요. 그리고 내 생각에 그건 아주 이성적인 질문이었지] [난 당신한테 대답했어요] 그년는 말을 내뱉고는, 덧붙였다. [최소한 난 그랬다고 생각해요] 좌절감에 사로잡혀 그녀는 양손을 허공에 휘둘렀다. [대체 내가 어떻게 당신이 뭐라고 했는지, 내가 뭐라고 했는지 다 기억하겠어요?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는지 떠올리려면 10 분은 걸릴 거예요] 그년는 아직도 자제력을 되찾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당신의 그 대단히 간단하고, 아주 이성적인 질문이 뭐였죠?] [비제이, 당신은 성자의 인내심까지도 시험할 거요] 그의 목소리에 즐거움이 뒤섞인 분노가 드러나는 것을 느끼고 비제이는 거기 끌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난 왜 라운지가 1935 년 풍이 된 건지 알고 싶었소] [매주 월요일 밤마다] 그녀는 사무적인 말투로 대댭했다. [여관은 그런 종류의 오락을 제공해 왔어요. 빅트롤라는 50 년도 더 전에 들어온 거고, 그때부터 매주 월요일 밤마다 틀었어요. 이전에 여기 와 본 손님들은 그걸 기대하죠. 물론] 그녀는 이야기에 빠져 있어서 자신이 그에게 가까이 안겨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스테레오 시스템을 몇 년 전에 설치했어요. 주중 6 일 동안에는 그걸 틀고, 시즌 중반엔 라이브 밴드를 부르죠. 그렇지만 월요일 밤의 댄스파티는 여관 자체만큼이나 역사가 깊고, 중요한 우리의 전통이에요]


그때 <당신을 안고 싶어요>의 낮은 블루스풍 선율이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흘러나왔다. 비제이는 그 리듬에 빠져서 테일러가 안고 느릿하게 춤을 추기 시작한 것도 깨닫지 못했다. [손님들은 그걸 좋아해요. 여기서 일하기 시작한 이래로 깨달았죠. 손님들이 늙었든 젊든 상관없어요] 그들의 몸이 부드러운 음악에 맞춰 흔들리자 그녀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잊어 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대단히 이성적인 대답이었소] 테일러는 그녀를 가가이 끌어당겼고, 그녀는 눈을 맞추고 싶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 아이디어의 이점을 나도 직접 느끼기 시작했소] 그들의 얼굴은 매우 가까이 있어서 그녀는 입술에 닿는 그의 숨결까지도 느낄 수가 있어다. [춥소?] 그녀가 떠는 것을 느끼고 그가 물었다. 그녀가 고개를 저었으나 그는 자신의 몸의 열기가 그녀를 감쌀 때까지 가까이 끌어 안았다. 부드럽게 몸을 흔들자 그들의 빰이 살짝 맞닿았다. [난 들어가 봐야 해요] 그녀는 전혀 떨어지려 하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그녀는 눈을 감고 그의 팔과 음악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었다. [으흠] 그의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 닿았다. 밤의 소리가 라운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뒤섞였다. 비제이는 어깨에 닿은 공기는 부드럽고 차가웠다. 달빛은 단풍나무 사이로 반짝이고, 떨리는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녀는 테일러의 명확하고 차분한 심장 박동을 가슴으로 느꼈다. 그는 그녀의 이마를 입술을 움직이며 머리칼을 살짝 쓸었다. 그의 손은 그녀의 등을 따라 움직였다. 비제이는 의지력이 사라지고 감각이 점점 더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겼다. 음악 사이로 그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셔츠 아래로 그의 피부를 느낄 수 잇었으며, 혀로 그의 남성적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은 전부 오래 된 사진처럼 흐려지고 오로지 테일러만이 날카롭게 명확하게 인지되었다. 숨어 있던 욕망이 그녀의 안에서 솟구쳤다. 갑자기 그녀는 미처 대비하지 못한 감정에, 이해할 수 없는 욕구에 집어 삼켜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뇨, 제발] 그녀의 자유로워지려는 행동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 그녀는 테일러의 팔에서 얼른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난 이걸 원하지 않아요] 그녀는 현관 난간에 달라붙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가볍게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힌 테일러가 손으로 그녀의 목 뒤를 쓰다듬었다. [당신을 원하고 있소] 그의 입술이 낮아지며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비제이는 현관이 발밑에서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열망하고, 고통스러울 만큼 달콤한 감각이 질식할 정도로 그녀를 감쌌다. 그의 손이 그녀를 더욱 가까이 끌어당겼다. 설명할 수 없는 본능으로, 그녀는 다시 그의 품에 안기면 결코 거부하지 못할 것임을 알아차렸다. [싫어요] 그녀는 양손을 들어올려 그의 가슴에 대고 그를 가로막았다. [난 원하지 않아요] 그녀는 울부짖듯 내뱉으며 돌아서서 현관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내가 뭘 원하는지 당신이 말하지 말아요] 그녀는 그에게 외치고서 건물 옆쪽으로 달려갔다.


여관으로 들어가기 전,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춘 다음, 숨을 고르며 쿵쿵거리는 심장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절대로 평소 같은 레이크사이드 인의 월요일 저녁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우울한 미소를 지었다. 무의식중에 그녀는 <당신을 안고 싶어요>의 구절을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도트가 아침 테이블의 꽃병에 대해 말한 것을 떠올리자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 Chapten 5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는 법이다. 아침만 해도 하늘은 맑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날이 될 것 같았다. 초록색 원피스에 낮은 굽 신발을 신고서 비제이는 계단을 내려오며 사무적으로 굴자고 몇 번이나 다짐했고, 오늘은 소유주와 여관 운영에 대해 상의하는 완벽한 매니저가 될 거라고 결심했다. 그녀는 식당으로 가며 테일러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아침식사 준비를 감독해야 하기 때문에 같이 식사할 수 없다고 사과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스크램블 에그를 가득 쌓아올린 접시를 앞에 두고서 미스터 린더와 깊은 대화에 빠져 있었다. 그녀가 들어자 그는 적당히 손을 흔들고서 아침식사의 동료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이상하게도, 자신이 열심히 준비한 사과가 필요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짜증이 났다. 그녀는 테일러의 뒤통수에 대고 인상을 찌푸려 보인 다음 부엌으로 향했다. 하지만 다 잘되고 있으니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은 그녀는 사무실로 쫓겨와서 부루퉁하니 토라졌다. 그녀는 30 분 가량 바쁜 일을 처리하면서 테일러가 오지 않나 귀를 바싹 세우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목 깊숙한 곳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고통이 심해질수록 테일러에 대한 분노도 깊어졌다. 그를 기다리느라 두통이 생기고 기분까지 나빠졌다고 구실을 붙였으나 그가 무슨 일을 해서 두통이 생긴 건지 말할 수가 없었다. 그가 여기 있으니까, 그녀는 연필심을 부러뜨리며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비제이]그녀가 이를 갈며 일어나서 연필을 깎으려는데 에디가 사무실로 달려 들어왔다. [문제가 생겼어요] [그렇겠지] 그녀가 중얼거렸다. [식기세척기 때문이에요] 에디는 가족의 죽음이라도 이야기하듯 눈을 내려깔았다. [아침식사 시간 중반인데 고장이 났어요] 비제이는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맥스를 부를게. 운이 좋으면 점심시간 전에 고쳐지겠지] 비제이는 발견한 운이란 신기루일 뿐이었다. 한 시간 후, 그녀는 수리공인 맥스의 옆에 서서 식기세척기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계속 되는 중얼거림과 혀 차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맥스는 지독히도 느리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참을성 없이 그의 어깨 너머로


튜브와 전선들을 넘겨다보다가 한 손을 맥스의 등에 올리고 좀더 잘 보려고 노력했다. [좀더 빨리] [비제이] 맥스는 한숨을 내쉬면 나사를 풀었다. [가서 여관이나 돌보고, 내가 일 좀 하게 내버려 둬] 몸을 편 그녀가 맥스의 뒤통수에 대고 혀를 내밀다가 테일러가 문가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문제가 있소?] 그의 목소리와 입가는 차분했으나 그의 눈은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의 소리 없는 놀림에 그녀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가 처리할 수 있어요] 달아오른 얼굴로 식기세척기를 바라보며 그녀는 위엄 있는 자세로 대답했다. [당신은 대단히 바쁠 텐데요] 그녀는 아침나절 그의 행동에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을 드러낸 자신을 저주했다. 이번에도 그는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그 역시 저주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절대 바쁘지 않소, 비제이] 테일러는 방을 가로질러 와서 뭘 하는지 깨닫기도 전에 그녀의 손을 잡고 입술로 들어올렸다. 맥스가 헛기침을 했다. [그만둬요] 그녀는 손을 잡아 빼고 등뒤로 숨겼다. [이런 일로 당신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녀는 사무적인 자세를 보이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사무적으로 보이겠다고 맹세까지 했는데 [맥스가 점심 시간 전까지 식기세척기를 고칠거예요] [아니, 난 못해] 맥스는 뒤로 돌아서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톱니바퀴가 들려 있었다. [무슨 뜻이에요, 못한다니요?] 비제이는 놀라서 테일러가 있다는 것도 잊어 버리고 물었다. [해주셔야 해요. 식기 세척기가 있어야...] [너한테는 이런 게 필요해] 맥스는 말을 자르며 톱니바퀴를 들어올렸다. [음, 알았어요] 비제이는 그의 손에서 그것을 집어들고 노려보았다. [그걸 넣으세요. 난 이 조그만 녀석이 어떻게 이 모든 문제를 일으켰는지 이해가 안가네요] [그 조그만 녀석이 이가 나갔을 때는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지] 맥스는 참을성 있게 설명하며 테일러에게 남자들만 이해할 수 잇는 시선을 던졌다. [비제이, 난 이런 것 갖고 다니지 않아. 벌링턴에 가서 사 와야 할 걸] [벌링턴이요?]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은 비제이가 가장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맥스] 50 번째 생일이 지났음에도 맥스는 그 커다란 회색 눈에 면역력이 없었다. 그는 양발을 차례로 들어올린 다음 한숨을 내쉬며 비제이의 손에서 그 부품을 집어들었다. [알았다, 알았어. 내가 직접 벌링턴까지 갔다 오지. 저녁식사 시간 전까지 고치겠지만, 점심때는 절대로 안 돼. 난 마법사가 아니야] [고마워요] 비제이는 발꿈치를 들어올려 맥스의 빰에 키스했다. [아저씨가 없으면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뭐라고 중얼거리며 그는 공구를 챙겨서 방을 나갔다. [오늘 저녁에 부인랑 같이 식사하러 오세요] 자신의 성공을 자축하며 비제이는 닫히는 문에 대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테일러가 떠오르자 그녀는 목을 가다듬고 그에게


돌아섰다. [당신의 그 눈은 경찰서에 등록해야 하오] 그는 고개를 기울여 그녀를 쳐다보며 충고했다. [치명적인 무기거든] [난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년는 무관심한 척 코웃음을 쳤으나 속으로는 맥스와 따로 협상해야 했는데 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겠지] 그는 껄껄 웃으며 그녀의 턱을 손으로 감쌌다. [당신이 그에게 던지 시선은 완전히 계획적이었소]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그녀는 그의 가벼운 접촉에 심장이 쿵쿵거리지 않기를 바라며 대답했다. [난 여관을 위해 모든 일을 잘 처리하려고 하는 것뿐이에요. 그게 내 직업이에요] [그렇지] 그가 동의하며 식기세척기 쪽으로 몸을 굽혔다. [이 녀석이 고쳐질 때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봤소?] [그럼요] 그녀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커다란 싱크대로 시선을 던졌다. [소매를 걷으세요] 산더미 같이 쌓여 있던 그릇들이 모두 사라질 대까지 두사람은 나란히 서서 그것을 다 씻었다. 그들은 재미있는 농담을 던지고, 서로 부딪힐 때마다 벌어지던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고 쉽게 협력했다. 엘시가 점심식사 준비를 하러 들어왔을 때에도 그들은 거의 그녀를 눈치채지도 못했다. [한 번도 불상사도 없엇군] 비제이가 마지막 접시를 선반에 올려놓자 테일러가 선언했다. [그거야 내가 당신이 두 번이나 접시를 바닥에 떨어뜨릴 뻔한 걸 구해 줬으니까 그렇죠] [중상모략이오] 테일러는 투덜거리며 그녀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함께 부엌을 나갔다. [당신이 나보다 나았소. 맥스가 저녁때까지 식기세척기를 고치지 못하면 어떻게 할거요? 저 엄청난 점심식사 그릇들을 생각해 보시오]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이미 그럴 가능성을 고려해 봤죠] 비제이는 사무실에서 가장 편한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잠시 동안 고용할 만한 애들이 마을에 있어요. 하지만 맥스 아저씨는 날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대단한 신념을 갖고 있군] 테일러는 책상 뒤로 가서 앉더니 책상 위로 발을 올려 놓았다. [당신은 맥스 아저씨를 모르잖아요] 그녀가 맞받아 쳤다. [아저씨가 저녁때까지 고친다고 했으면 고치는 거예요. 안 그랬으면 노력해 본다고 했거나 아니면 아마 할 수도 있겠지, 뭐 그런식으로 말했을 거예요. 아저씨는 한다고 하면해요.그게] 그녀는 한 점 딸 기회를 얻었다.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알아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죠] 테일러는 인정한다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 책상 위의 전화가 울렸다. 테일러에게 방해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다음, 비제이는 일어나서 전화를 받았다. [레이크사이드 인입니다. 오, 안녕하세요, 매릴린. 아뇨, 오늘 아침엔 좀 바빴어요] 그년는 책상 모서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메모지를 넘겼다. [네, 당신 메시지 받았어요. 미안해요, 지금 막 사무실에 들어왔거든요. 아뇨, 참석인원이 확정되거든 저희한테 알려주세요. 그럼 저희가 음식이나 다른 것들에


대해서 계획을 잡을게요. 아직은 여유 있어요. 결혼식까지 한 달도 넘게 남았잖아요. 네, 당신이 긴장했다는 거 알아요. 다 잘 될거고, 예비신부란 긴장하게 마련이죠. 정확한 인원수가 정해지면 연락해 주세요. 천만에요, 매릴린. 네, 네, 괜찮아요. 잘 있어요] 그녀가 전화를 끊고 등을 펴다가 테일러가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릴린이었어요] 비제이는 그에게 설명했다. [그녀가 무척 고마워해서요] [음, 나도 그런 인상을 받았소] [그녀는 내달에 결혼할 예정이에요] 비제이는 목 뒤에 굳어진 부분을 주무르며 말했다. [그녀가 신경쇠약에 걸리지 않고 일을 치른다면 그건 작은 기적일 거예요. 사람들은 이런 수많은 일들을 하지말고 단둘이 도망쳐야 돼요] [수많은 신부의 아버지들이 결혼식 비용을 치르고 나서 당신 말에 동의할 거요] 그는 일어나서 책상을 돌아 나와 그녀 앞에 섰다. [자, 내가 하지]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목과 어깨를 주물렀다. 그녀의 저항은 기쁨의 한숨으로 바뀌었고, 사무적이라는 단어는 어느 새 머리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좀 낫소?] 테일러는 그녀의 감긴 눈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한두 시간은 이러고 있어도 될 것 같아요] 그녀는 만족스러운 고양이처럼 몸을 죽 폈다. [결혼 날짜를 잡든 다음부터 매릴린은 한 주일에 세 번씩 전화를 해서 피로연을 확인하고 있어요. 누군가가 결혼한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까지 흥분한다는 건 믿기 어려운 일이에요] [음 모든 사람들이 다 당신처럼 냉정하고 침착한 건 아니니까] 테일러는 엄지손가락을 그녀의 턱을 따라 움직이며 다른 손가락으로 목 아랫부분을 눌렀다. [그런데 내가 당신이라면 그 도망치는 아이디어를 사방에 퍼뜨리지 않겠소. 이 여관은 결혼 피로연으로 꽤 많은 이익을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이익이요?]그녀는 눈을 뜨고 그들이 나누던 이야기를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손이 그녀의 피부에 닿아 있는 상황에서 집중하기란 꽤 어려운 일이었다. [이익이라고요?] 그녀는 다시 말하며 머리를 맑게 하려고 침을 삼켰다. [오 그게...네] 그녀는 책상 쪽으로 홱 달아나 그의 손길에서 벗어났다. [네, 일반적으로 그게 ...가끔은요] 그녀는 부엌에서의 일 때문에 그가 누구인지 잊어 버리지 않기를 바라며 방을 왔다갔다했다. [상황에 따라...,오 맙소사]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 그 말을 우리말로 좀 번역해 줄 수 있겠소?] 테일러가 말했다. 불안감에 사로잡혀서 비제이는 그가 다시 책상 뒤에 앉는 것을 지켜보았다. 소유주와 매니저의 관계로 되돌아갔다고 그녀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당신도 알겠지만] 그녀는 냉담하게 말하려고 애를 썼다. [결혼피로연이나 몇몇 파티는 돈을 받지 않기도 해요. 그건] 수수께끼 같은 표정이 담긴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녀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음식이랑 재료비는 청구하지만 라운지 사용료는 받지 않아요] [왜지?] 몇 초간 완벽한 침묵이 흐른 후, 딱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왜냐고요?] 비제이는 천장을 힐끗 보았다.


[상황에 따라 달라요. 물론, 그건 규칙이라기보다 예외예요] 왜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걸 배우지 못하는 거야? [이 경우, 매릴린은 도트의 사촌이에요. 당신도 도트를 만났잖아요. 웨이트리스 중 한 명이죠] 테일러가 침묵을 지키고 있자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녀도 여름 시즌엔 여기서 일을 해요. 우린 특별한 행사가 있으면 그러는 것처럼 매릴린에게 결혼 선물로 피로연을 열어 주기로 했어요] [우리?] [직원들이요] 비제이는 설명했다. [매릴린은 음식이랑 오락, 꽃에 대해서 지불하겠지만 라운지 사용랑 우리 인건비는 제외예요. 그리고] 그녀는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결혼 케이크도요] [알겠소] 테일러는 의자 뒤로 손을 돌려 깍지를 꼈다. [그러니까 직원들은 시간과 노력과 여관을 기증하는 거로군] [라운지만요] 비제이는 그의 비난하는 듯한 시선을 힐끗 보았다. [1 년에 딱 몇 번만 하는 일이에요. 만약 그걸 사업적으로 정당화해야 한다면 그건 공개적인 광고가 돼요. 게다가 세금공제가 될지도 몰라요. 당신 회계사한테 물어보세요] 화가 나기 시작하자 그녀는 사무실 안을 쿵쿵거리며 돌아다녔다. 하지만 테일러는 차분하게 앉아 있었다. [난 당신이 왜 그렇게 까다롭게 구는지 모르겠어요. 직원들은 자신들의 쉬는 시간에 일해요. 우린 몇 년간 그런 일을 해왔어요. 그건] [여관 방침이겠지] 테일러가 대신 말을 맺었다. [당신한테 그 괴상한 여관 방침을 전부 적어 달라고 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당신에게 상기시켜 줘야겠는데 비제이, 여관 방침이란 돌에 새겨 놓은 게 아니오] [당신이 매릴린의 피로연을 막을 수는 없어요] 비제이는 싸울 준비를 하고서 말했다. [내 검은 두건을 다른 곳에 놔둬서 사형 집행인 노릇은 못하겠군.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완전히 떠오르기 전에 그가 말을 이었다. [여관의 공개적인 광고에 대해서 당신과 내가 좀더 자세하게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소]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최고로 차갑게 대답했고, 전화벨이 울린 덕택에 더 이상의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테일러는 그녀에게 받으라고 손짓했다. [난 가서 커피를 좀 가져오겠소] 비제이는 그가 방을 나가는 것을 보고서 수화기를 들었다. 몇 분 후 테일러가 돌아왔을 때, 그녀는 책상 뒤에 앉아서 막 수화기를 내려놓고 있었다. 짜증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그녀는 팔꿈치를 대고 턱을 받쳤다. [꽃집에서 내 수선화 여섯 상자를 댈 수가 없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건 안됐군] 테일러는 그녀의 커피를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음, 그래야죠. 여긴 당신 여관이고, 그건 사실 당신 수선화니까] [날 그렇게 생각해 주다니 기쁘군]테일러는 온화하게 말했다. [하지만 여섯 상자는 좀 많다고 생각하지 않소?] [대단히 재밌네요] 그녀는 중얼거리며 커피 잔을 집어 들었다. [테일블 위에 아무 꽃도 안 놓여 있으면 당신도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될걸요] [그럼 수선화말고 다른 걸 주문하시오]


[내가 바보로 보여요?] 비제이가 물었다. [다음주까지는 그만한 양의 꽃이 아무것도 없대요 온실에 무슨 문제가 있다나 뭐라나. 젠장] 그녀는 커피를 삼키고서 반대편 벽을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맙소사, 비제이. 벌링턴에 수많은 꽃집이 있을 거요. 그들에게 배달해 달라고 해요] 테일러는 가볍게 수선화 문제를 넘겨 버렸다. 비제이는 놀란 얼굴로 입을 딱 벌리고 그를 쳐다보았다. [벌링턴에서 배달을 시키라고요? 그럼 수선화가 얼마나 비쌀지 생각해 봤어요?] 그년는 선택할 만한 사항을 생각하며 방을 왔다갔다했다. [조화를 쓰는 건 참을 수 없어요]테일러는 커피를 마시며 그녀를 지켜보았다. [그건 꽃이 없는 것보다도 못해요. 난 조화를 놓는 게 정말 싫어요]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녀의 젤리를 얻으러 가는 것만으로도 괴로운데, 이제는 꽃을 구걸하러 가야 돼요. 그만한 꽃을 공급할 수 있는 정원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에요] 비제이는 방을 빙 돌아서 다시 책상 뒤로 갔다. [말 다 끝난 거요?] [아뇨] 비제이는 전화를 집어들며 대답했다. [난 그녀에게 꽃을 좀 달라고 말해야 돼요]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행운을 빌어 줘요] 곧 모든 것이 설명될 거라고 생각하고 테일러는 뒤로 살짝 물러나서 그녀를 응시했다. [행운을 빌겠소] 그는 기꺼이 말해 주고 커피를 마저 마셨다. 비제이가 수화기를 내려높자마자 그는 그야말로 감탄해서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는 빈 커피 잔을 들어올려 그녀에게 건배를 보내며 말했다. [내가 본 중에서 가장 노골적이 사기였소] [교활하게 해봐야 베티 잭슨에게는 먹히지 않아요] 비제이는 그의 건배에 새침하게 답하고서 일어났다. [그녀가 마음을 바꾸기 전에 얼른 가서 꽃을 받아 와야겠어요] [내가 태워다 주지] 테일러는 그녀가 문에 닿기 전에 팔을 잡으며 제안했다. [오, 그렇게 수고하실 거 없어요] 그와의 접촉은 그녀가 얼마나 의지가 약해지는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수고라니] 그는 그녀를 여관 앞문으로 이끌며 대꾸했다. [난 그 여자를 만나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오. 당신이 뭐라고 했더라? 천사의 손길로 꽃을 키운다....] [내가 그랬어요] 비제이는 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당신이 했던 말 중 꽤나 비중 낮은 찬사였지] [끔찍한 상황은 끔찍한 말로 하게 만들죠] 비제이는 선언조로 말하며 테일러의 메르세데스에 올라탔다. [게다가 미스 잭슨은 대단한 정원을 갖고 있다구요. 그녀의 장미 덤불은 작년에 상을 받았어요. 여기서 좌회전하세요] 갈림길에 도착하자 그녀가 길을 알려주었다. [사실 당신은 농담을 할 게 아니라 나한테 감사해야 한다구요. 당신 방식대로 했으면 지금쯤 엄청난 양의 여관 이윤이 운송비로 날아갔을 걸요] [친애하는 미스 클라크] 테일러가 느릿하게 말했다. [내가 부인할 수 없는 게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당신이 톱클래스의 매니저라는 거요. 물론, 승진도 고려하고 있지]


[승진을 원하면 그렇게 말할게요] 비제이는 재빨리 쏘아붙였다.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느라 그녀는 테일러가 생각에 잠긴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성을 부르는 것이 싫었고, 이렇게 빨리 서로의 지위를 다시 상기하게 된 것도 싫었다. 그는 그녀의 고용주였고,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평탄치 않은 하루라서 아마도 이렇게 작은 것에 날카롭게 짜증이 나는 것이리라. 그리고 무례했어,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분명히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 건 그녀의 몫이었다. 몸을 돌려 그녀는 테일러에게 활짝 미소를 지었다. [어떤 종류의 승진이죠?] 그는 껄껄 웃으며 손을 뻗어서 그녀의 머리를 헝클었다. [당신은 정말 희한한 사람이오, 비제이] [나도 알아요] 그녀는 동의하며 자신의 감정도 좀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알고 있어요 저기가 그 집이에요] 그녀는 앞쪽을 가르켰다. [코너에서 세 번째 집이요] 그들은 각각 반대편으로 내렸으나 베티 잭슨의 집 앞으로 가는 동안 테일러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이 방문은 은청색 메르세데스와 테일러의 우아하고 심플한 실크 셔츠를 생각해 볼때, 미스 잭슨이 6 개월은 떠들 만한 뉴스가 될 거라고 비제이는 생각했다. 현관 벨이 채 다 울리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미스 잭슨] 비제이는 우선 감사의 인사를 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베티의 눈길이 자신의 머리 너머에 고정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오, 미스 잭슨, 이분은 테일러 레이놀즈라고 여관의 소유주세요. 테일러, 베티 잭슨이에요] 베티가 천천히 허리에서 앞치마를 풀고 머리에 감은 클립을 만지작거리는 동안 비제이는 두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미스 잭슨] 테일러가 그녀의 자유로운 손을 잡자 베티는 앞치마와 클립을 등뒤로 숨겼다. [당신의 재능에 대해서 너무 많이 들어서 꼭 우리가 오랜 친구처럼 느껴는군요] 십대처럼 얼굴을 붉히며 베티는 육십 평생 처음으로 말을 잃었다. [우린 꽃 때문에 왔어요] 비제이는 베티의 반응에 멍한 채로 그녀에게 상기시켰다. [꽃? 오, 그래, 물론이지. 들어와요] 그녀는 그들이 집안 거실로 들어오는 내내 등뒤로 손을 숨기고 있었다. [멋지군요] 테일러는 레이스 깔개들을 보며 말했다. 그는 몸을 돌려 베티에게 태연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건 말해야겠습니다, 미스 잭슨. 이런 식으로 우릴 도와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말이죠] [그건 아무것도 아니예요, 전혀 아무것도 아니죠] 베티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앉아 계세요. 내가 맛있는 차를 만들어 올게요. 따라 와요, 비제이]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방을 나갔고, 비제이는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부엌문을 닫고서 베티는 번개같은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왜 저 사람을 데려온다고 말하지 않은 거야?] 그녀는 찻잔을 챙기며 물었다.


[음, 나올 때까지는 나도 몰라서...] [세상에, 사람이 머리를 빗고 얼굴이라도 단장할 여유는 줘야 할 거 아냐] 베티는 가장 좋은 도자기 컵을 꺼내서 구석구석까지 살폈다. 비제이는 읏음을 참기 위해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미안해요, 베티. 미스터 레이놀즈가 같이 올 줄은 나올 때까지 정말 몰랐어요] [괜찮아, 괜찮아] 베티는 손을 흔들며 그녀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어쨌든 데려왔잖아. 난 정말이지 저 사람이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 차 마시기 전에 얼른 가서 꽃을 갖고 오지 그래?] 그녀는 가위를 건제주었다. [뭐든 원하는 걸로 잘라 가] 그녀는 재빨리 손을 흔들며 비제이를 쫓아냈다. [느긋하게 해] 뒷문이 그녀 앞에서 쾅 닫혔고, 비제이는 잠시 즐거움과 좌절감 사이에서 흔들리며 가만히 서 있다가 이른 봄꽃이 만발한 베티의 정원으로 향했다. 20 분 후, 그녀가 수선화와 이른 튤립을 한아름 안고 부엌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는 베티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꽃다발을 부엌 테이블 위에 놓고서 그녀는 거실로 걸어갔다. 오랜 친구처럼 테일러와 베티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장미 문양의 티 포트는 테이블 위에 안전하게 놓여 있었다. [오, 테일러] 베티는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로 이야기를 잘 하는군요. 이 가련한 노인네는 뭘 믿어야 되죠?] 비제이는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베티 잭슨이 최소한 30 년은 저렇게 시시덕거린 적이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베티가 차를 더 따르려고 할 때 테일러가 고개를 들고 비제이에게 위험할 정도로 소년 같은 미소를 던졌다. 방을 가로질러 가서 그의 품에 몸을 던지지 않기 위해 그녀는 모든 의지력을 동원해야 했다. 그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백 살 이상이나 두 살 미만의 여자만이 그에게서 안전할 것이다. 나머지는 아니고, 그런 생각과 함께 비제이는 그의 미소에 응답했다. [미스 잭슨] 그녀는 조심스럽게 표정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당신 정원은 언제나처럼 아름답더군요] [고마워, 비제이. 난 정말로 열심히 정원을 가꾸거든. 원하는 건 다 구했어?] [네, 당신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음] 베티는 한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그걸 넣을 박스를 줄께] 15 분쯤 후 베티가 테일러에게서 다시 들르겠다는 약속을 받아 낸 다음, 비제이는 그의 메르세데스 옆 좌석에 오를 수 있었다. 뒷자리에는 여러 종류의 꽃들과 테일러가 선물로 받은 젤리 몇 병이 놓여 있었다. [당신은] 비제이는 최대한 엄격한 목소릴 내려고 노력했다.[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요] [내가?] 테일러는 그녀에게 순진한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인지 잘 알잖아요] 비제이는 엄하게 말했다. [당신은 베티를 거의 기절 직전으로 만들었어요] [내가 매력적이고 저항할 수 없어서 그런 걸 어떻게 하나] [오, 아뇨, 당신은 할 수 있어요] 그녀는 동의하지 않았다. [당신은 분명히 매력적이고 저항할 수 없을 정도예요. 당신이 말만했으면 그녀는 상을 받은 장미나무까지 뽑아다가 여관 현관에 심었을 거예요]


[말도 안돼] 테일러가 선언했다. [우린 그저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오] [카모밀 차도 즐겼어요?] 비제이는 달콤하게 물었다. [대단히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더군. 당신은 마시지 않았지, 안 그런가?] [네] 비제이는 코웃음을 치고 가슴에 팔짱을 꼈다. [난 초대받지 않았거든요] [아, 알겠소] 테일러는 한숨을 쉬며 여관 앞으로 차를 몰았다. [당신 질투하는 거로군] [질투요?] 비제이는 재빠르게 웃고 나서 치마에 묻은 먼지를 떨어냈다. [웃기지 말아요] [아니, 맞소. 이제 알겠군] 그는 잘난 척하면서 씩 웃었다. [바보 같이] 그는 차를 세우고 미소 띤 입을 비제이의 입술로 내렸다. 그의 입술은 짓궂게 괴롭히는 대신 피부위에 따스하고 부드럽게 와 닿았다. 비제이는 가벼운 반항이 가라앉으며 그녀는 그의 품안에서 굳어졌다. [테일러, 가게 해줘요] 그의 입술이 턱선을 따라 움직이자 그녀는 나지막하게 신음했다. [싫어요] 그녀는 간신히 말하며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막으며 그를 밀어냈다. 테일러가 그녀를 응시했다. 다 알겠다는 듯한 검은 눈이 그녀가 숨을 내쉬려고 고전하는 모습을 응시했다. [테일러 우린 몇 가지 규칙을 정해야 할 것 같아요] [난 남자와 여자 사이에 규칙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소 그리고 따를 생각도 없고] 그는 노골적으로 오만하게 말했고, 비제이는 충격으로 입을 다물었다. [지금은 당신을 보내 주겠소. 왜냐하면 환한 대낮에 내 차 앞좌에서 당신고 사랑을 나누는 건 별로 현명한 생각이 아니니까. 하지만 좀더 괜찮은 때가 올 거요] 비제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당신 정말로 내가 거기에 동의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네?] [때가 되면] 그는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자신감을 드러내며 말했다. [당신은 기쁘게 동의할 거요] [그럴 가망성은 거의 없어요] 그녀는 차에서 내리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난 어떤 것에도 동의하지 않을 걸요] 차 문을 쾅 닫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정면에 계단을 올라와서 여관 안으로 들어오며 비제이는 다시는 사무적이라는 단어를 듣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다.

Chapten 6 비제이는 넓은 잔디밭에 서서 따스한 봄 햇살을 즐겼다. 그녀는 가능한 한 테일러 레이놀즈를 피하고 자신의 수많은 임무에만 집중하기로 결심했음에도, 그것은 그녀가 바라던 것처럼 쉽지가 않았다. 매일 매일의 기초적인 업무를 그와 함께 처리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여관은 비교적 조용하기는 해도 한 달 안에, 즉 여름 시즌이 시작되면 페이스가 빨라지리란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여관의 너비와 폭을 따라 움직이다가 창문이 밝은 봄 햇살에 빛나는 것에 감탄했다. 손님 두 명이 뒤쪽 현관에서 느긋하게 체스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 평화로움은 모터보트의 진동음과 잔디밭을 달리며 서로에게 소리지르는


아이들 때문에 깨졌다. 그럼에도 여관은 그 편안한 고요함을 잃지 않았다. 여기는 쉬기 위한 그늘과 맨발로 뛰어다니라고 초대한 듯한 잔디밭에, 썰매를 타거나 눈사람을 만들고 싶은 분위기가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우아함이 좋을 때도 있지만 레이크사이드 인은 자신만의 매력을 갖고 있었다. 테일러 레이놀즈는 그것을 파괴하지 못할 것이다. 겨우 열흘 남았어, 그는 열흘 안에 떠날 거야. 그녀는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그리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녀가 내뱉은 한숨은 여관의 운명 때문만이 아니라 그녀 자신 때문이기도 했다 그가 오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에게서 시선을 좀 뗄 수 있으면 좋겠어. 비제이는 인상을 찌푸린 채 여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런 얼굴을 보면 여관 손님들이 다 도망가겠소] 깜짝 놀란 비제이가 문가에 서 있는 테일러를 쳐다보았다. [당신을 여기서 잠시 데리고 나가는 편이 사업상 좋을 것 같군] 그는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잔디밭을 가로질렀다. [난 들어가야 돼요] 그녀는 저항했다. [난...리넨 공급업자한테 전화를 해야 해요] [그건 나중에 하시오. 우선은 가이드로서의 당신 임무가 우선이오] [가이드요? 이것 좀 놔줄래요? 어디 가는 거예요?] [그렇소. 싫소. 그리고 우리 엘시의 그 유명한 피크닉을 즐기러 가는 거요] 테일러는 반대쪽 손에 들고 있던 피크닉 바구니를 들어올렸다. [난 호수를 보고 싶소] [그거라면 내가 필요 없을 거예요. 절대로 못 찾을 리 없어요. 길을 따라 가면 끝에 있는 널따란 호수예요] [비제이] 그는 멈춰 서서 몸을 돌려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틀 동안 당신은 날 피했소. 이제 우리 두 사람이 여관에 대해 견해 차이가 있다는 걸 잘 알겠소.] [난 별로...] [조용히 해요] 그는 상냥하게 말했다. [중요한 변경을 할 땐 당신에게 알려 주겠다고 약속하겠소. 어떤 걸 바꾸기로 결정하든 공식적인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당신에게 먼저 알려 주겠소] 그녀가 손을 빼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는 활발하면서 사무적이었다. [여관에 대한 당신의 헌신과 충성심은 존경하고 있소] 그의 목소리는 서늘할 정도로 전문가다웠다. [하지만] [그러나] 그는 가볍게 그녀의 말을 잘랐다. [내가 여관을 소유했고, 당신은 내 직원이오. 지금부터 당신은 몇 시간 동안 휴식이오. 피크닉 어떻소?] [음,난....] [난 피크닉을 좋아하오] 테일러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숲으로 난 오래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풀숲에는 여전히 겨울눈이 녹고 있었다. 스며드는 햇살아래에는 썩어 가는 갈색 나뭇잎을 배경으로 색색의 카펫같은 야생화들이 피어 있었다. 새들이 이미 둥지를 틀기 시작한 나뭇가지 위로 다람쥐들이 조르르 올라갔다. [당신은 언제나 말상대를 납치하나요?] 비제이는 테일러의 긴 보폭을 따라가느라 숨을 헐떡이며 짜증스럽게 물었다.


[필요할 대만] 그는 짤막하게 대꾸했다. 길이 넓어지면서 풀로 덮인 강둑이 나타났다. 테일러는 멈춰 서서 널따란 호수를 말없이 응시했다. 호수 표면은 매끄럽고 구름 몇 조각이 비치고 있었다. 반대편에 있는 산들도 흐릿하게 비쳤다. 산은 서부의 산들처럼 장엄하고 지나치게 뽀족뽀족하지는 않았으나 차분하고 우아했다. 치커디(박새)가 우는 소리에 순간적으로 침묵이 깨졌으나 이내 조용한 공기가 주위를 둘러쌌다. [대단히 멋지군] 비제이는 귀를 기울여 들었으나 그 목소리에 생색내는 듯한 어조는 없었다. [대단히 아름다운 풍경이오. 여기서 수영해 본 적 있소? [두 살 때 딱 한 번이요] 비제이는 친근하고 가볍게 대답했다. 그녀는 그가 전에도 수백 번쯤 해봤다는 듯한 자신의 손을 잡지 말아 줬으면 싶었고, 일부러 만든 것처럼 자신의 손을 잡지 말아 줬으면 싶었고, 일부러 만들 것처럼 자신의 손이 그에게 딱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겠지] 그는 고개를 돌리고 호수에서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잠깐 잊고 있었소. 당신은 여기서 태어났지, 안 그렇소?] [난 내내 레이크사이드에서 살았어요] 피크닉 세트를 펼쳐 놓는 게 잡혀 있는 손을 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비제이는 바구니를 들고서 엘시의 깔끔하게 접혀 있는 담요 위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열 아홉 살 때 뉴욕으로 이사하셨어요 거기서 한 1 년간 살았죠. 난 대학 중간 학기에 학교를 옮기고 여기로 돌아왔어요] [뉴욕은 어땠소?] 테일러는 그녀의 옆에 앉았고, 비제이는 아무렇게 걷어 올려진 그의 옷소매 아래 드러난 까무잡잡한 팔을 힐끗 보았다. [시끄럽고 혼란스러웠어요]그녀는 큰 접시에 담긴 바삭바삭한 금빛 치킨을 보고서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난 혼란스러운 게 싷어요] [그렇소?] 그녀의 찡그림에 그의 얼굴에 재빠른 미소가 스쳤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그가 그녀의 등뒤에 묶여 있던 머리의 리본을 풀어 버렸다. [이렇게 하니까 꼭 내 사춘기 조카애처럼 보이는군] 비제이가 그것을 잡으려 하자 그는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리본을 던져 버렸다. [당신은 지긋지긋하게 무례한 사람이에요] 풀린 머리를 쓸어 넘기며 그녀는 그의 웃는 얼굴을 흘겨보았다. [자주 그렇지] 그녀의 말에 동의하고서 그는 바구니에서 와인 병을 들어올렸다. 비제이가 씩씩거리고 있는 동안 그는 코르크 마개를 능숙하게 땄다. [어떻게 레이크사이드 인의 매니저가 된 거요?] 그 질문에 그녀의 방어가 다소 풀렸다. 그녀는 그가 여관에서 가장 좋은 샤블리를 넓은 컵에 따르는 것을 응시하고 있었다. [왠지 그곳에 끌렸어요] 그가 내민 컵을 받아 들면서 그의 시선을 마주보다가 막연한 대답에 그가 만족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여름방학 동안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처음엔 이것저것 했고, 졸업하고 나서 보조 매니저가 됐어요. 어쨌든] 그녀는 말을 이었다. [뉴욕으로 돌아갔을 때, 다시 빠져들게 되었어요. 미스터 블레이클리가, 예전 매니저 말이에요. 그분이 그만 두시면서 날 추천하셨고, 난 받아들였어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닭다리를 한 입 깨물었다. [학교에 다니며 일까지 해야 되는데 어떻게 레기 잭슨처럼 야구 방망이를 휘두를 시간을 낸 거요?]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을 낼 수 있었어요. 열 네살 이었을때] 그녀는 추억을 떠올리며 씩 웃었다. [난 어떤 사람에게 미친 듯이 반해 있었어요. 그는 열 일곱 살이었죠] 그녀는 테일러에게 냉정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는 야구에 푹 빠져 있었고, 난 열심히 게임을 배웠죠. 그는 날 유격수로 써 줬고, 난 발끝이 찌릿할 지경이었어요] 테일러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자 잠자던 어치들이 깜짝놀라 깨어나서 화난 듯 짹짹거리며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비제이, 난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소. 발끝을 찌릿하게 만든 친구는 어떻게 되었소?] 그는 웃음에 너무 즐거워져서 그녀는 우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는...어...아이가 둘이 있고, 중고차를 팔고 있어요] [그의 손해로군] 테일러는 짧게 논평하며 치즈 귀퉁이를 잘랐다. 비제이는 엘시의 갓 구운 향기로운 빵을 잘라서 치즈를 끼워 먹도록 테일러에게 내밀었다. [당신은 다른 호텔에서도 오랫동안 지내곤 하나요?] 그녀는 대화가 사적으로 흐르는 것에 불편해 하며 물었다. [상황에 따라서] 그녀가 풀밭에 다리를 꼬고 앉자 그의 눈길이 그녀의 위를 떠돌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칼은 어깨에 늘어져 있었고, 입술은 살짝 벌어져 있었다. [상황에 따라서?] 그는 그녀의 잠시 응시했고, 그녀는 그의 시선에 안절부절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난 내 매니저들이 유능하다고 확신하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침묵을 깨뜨렸다. [특별한 문제가 있으면 내가 해결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난 새로 얻은 물품의 느낌을 알아보고 방침을 바꿀 필요가 있는지 결정하곤 하지] [뉴욕을 떠나서도 일을 하나요?] 대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그녀의 취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긴장감이 어깨에서 빠져나갔다. [캔자스에서 당신 머리색보다 못한 밀밭을 본 적이 있소] 그는 그녀의 머리를 한 움큼을 잡았다. 비제이는 놀라서 침을 꿀꺽 삼켰다. [런던의 안개도 당신 눈동자만큼 회색 빛에 신비하진 않소] 비제이는 또 한 번 침을 삼키고 입술을 축였다. [치킨이 식고 있어요] 그녀의 연약한 방어에 그는 씩 웃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머리칼을 잡고 있었다. [식겠지] 그는 와인 병을 들어올려 자신의 잔을 다시 채웠다. [오, 그나저나 당신한테 전화가 왔었소] 비제이는 침묵에 잠긴 채 샤블리를 조금 홀짝였다. [중요한 거였나요?] [음] 테일러는 크림색 맞춤 양복 아래로 어깨를 으쓱했다. [하워드 빌이라던가. 당신이 자기 전화번호를 알 거라고 하더군] [오, 이런] 비제이는 베티 잭슨의 조카와 데이트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자동적으로 한순이 나왔다. [음, 감격의 한숨인가 보군]


그의 건조한 논평에 비제이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아는 사람이에요] 테일러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완벽한 담청색이었다.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기분에 비제이는 등을 대고 바닥에 누웠다. 풀은 부드럽고 향긋한 냄새를 풍겼다. 머리 위로 단풍나무가 반쯤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검은 나뭇가지는 어리고 부드러운 잎사귀로 살짝 덮여 있었다. [겨울에는] 그녀는 반쯤은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눈이 온 다음엔 완벽하게 고요하죠. 모든 게 새하애요. 눈은 나무들을 뒤덮고 바닥에 깔리죠. 호수는 마치 거울 같아요. 세상에 다른 곳이 있다는 걸 잊을 정도예요. 최소한 봄이 올 때까지는. 스키탈 줄 알아요, 테일러?] 그녀는 몸을 굴려 엎드려서 팔꿈치로 얼굴을 받치고, 모든 원한을 잊은 채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았던 것 같소] 그는 미소를 되돌리며 태양과 익숙지 못한 와인 때문에 분홍빛이 된 비제이의 부드럽고 나른한 얼굴을 응시했다. [여기는 스키 타기엔 최고예요] 그녀는 어깨를 재빨리 움직여 머리칼을 뒤로 넘겼다. [눈 위에서 타는 스키는 수상 스키보다 훨씬 재미있는 것 같아요. 여관 음식은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유혹하죠. 슬로프를 타고 내려온 다음엔 엘시의 스튜만한 게 없어요] 그녀는 풀을 잡아뜯어서 나른하게 빙빙 돌렸다. 테일러가 그녀의 옆으로 와 누웠다. 그의 접근에 불안감도 느끼지 못한 만큼 그녀는 만족한 상태였다. [덤플링 먹겠소?] 그가 물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싱긋 웃었다. [물론이죠. 버터를 넣은 뜨거운 럼이나 따뜻한 핫초코 하고요] [시즌을 잘못 맞춰 온 것에 후회하기 시작했소] [당신은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에 딱 맞는 시즌에 왔어요] 그녀는 그를 위로했다. [낚시는 일년 내내 괜찮고요] [난 늘 그보다 더 활동적인 스포츠를 좋아했는데] 그의 손가락이 슬쩍 그녀의 팔을 따라 움직였고, 비제이는 그 즐거움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음] 생각을 하느라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여기서 20 킬로미터쯤 가면 말을 빌려주는 곳이 있어요. 아니면 모터보트를 빌릴 수도 있구요. 아니면...] [그건 내가 생각하던 스포츠가 아니오] 그가 재빠르게 움직여 팔꿈치를 밀어내자 그녀는 그의 가슴으로 쿵 떨어졌다. [그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오?] 타일러의 팔이 그녀를 단단히 감쌌으나 그녀는 이미 그의 매혹적인 눈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하이킹도 있어요]그녀는 허스키 하게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깨닫지 못한 채 웅얼거렸다. [하이킹이라] 테일러는 흐르는 듯한 한 번의 움직임으로 그들의 자세를 바꾸고서는 중얼거렸다. [네, 하이킹은 무척 인기가 좋죠] 멍허니 그를 올려다 보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서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그리고...그리고 수영도 해도 되고요] [음]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섬세한 빰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또....어....캠핑도 할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좋아해요. 공원도


많이 있고요] 그의 엄지손가락이 입술을 따라 움직이자 그녀의 목소리가 약해졌다. [공원?] 그는 그녀를 격려하듯 되풀이했다. [네, 정말로 많은 공원이 있어요. 캠핑을 위한 장비들도 훌륭하고요] 그의 입술이 목선을 간질이자 그녀는 낮게 신음했다. [사냥은?] 테일러는 스스럼없이 물으며 그녀의 턱선을 따라 입술 끄트머리로 자신의 입술을 움직였다. [난, 네. 아마도....뭐라고 했죠?] 비제이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사냥도 할 수 있냐고 물었소] 그는 중얼거리며 감긴 눈꺼풀 위로 키스했다. 그의 손은 그녀의 스웨터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 허리를 더듬었다. [북쪽 산에 살쾡이들이 있어요] [멋지군]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문지르며,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 곡선을 살짝 어루만졌다. [관광공사에서 당신을 자랑스러워하겠군] 그의 엄지손가락이 비단 같은 융기 위로 느릿하게 움직였다. 뱃속에서 따스한 감각이 퍼지며 피가 달아오르고 머리 속이 흐릿해졌다. 기쁨은 이내 욕구로 바꿔었다. [테일러] 속삭임 이상으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어서 그녀는 머리칼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키스해 줘요] [곧] 그녀의 목덜미의 맛을 즐기며, 압도적인 즐거움 속에서 그는 그녀의 입술로 자신의 입을 움직였다. 새롭고 낯선 굶주림으로 몸을 떨며, 그의 입술이 완전히 닿을 때까지 비제이는 그를 끌어내렸다. 그의 혀는 그녀의 달콤함을 탐색하고 요구했다. 그는 단단하고 강인한 손으로 그녀의 곡선을 소유하듯 어루만지고 주물렀다. 그의 입은 더 이상 그녀의 입술 위를 배회하지 않고 그녀가 제공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열기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졌고, 그녀의 영혼은 그에게 녹아 들어갔다. 솟구치는 자유와 얽매는 욕구가 오갔다. 시간이 흐르고, 그녀의 그 모든 선물들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었다. 그의 손에서 모든 부드러움 사라져 버렸다. 저항할 수 없는 원초적이고 불안정한 힘이 그의 자제력 아래 있다는 사실이 안개 같은 그녀의 머리 속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연약하게 몸을 뒤었다. 그녀의 저항은 그의 열정적인 입안으로 희미하게 사라졌다. 그녀의 긴장감을 느끼고 테일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얼굴로 그의 불안정한 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제발, 날 놔 줘요] 연약한 자신의 목소리를 혐오하며 그녀는 그로 인해 여전히 부드러운 입술을 깨물었다. [왜 내가 그래야 하지?]분노와 열정이 그의 자제력을 위협하고 있었다. 만약 그가 계속 하겠다고 결정하면 그녀에게 저항할 만한힘도, 의지도 없다는 사실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제발요] 안개가 낀 듯한 눈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풀밭에 펼쳐진 그녀의 금빛 머리칼과 연약하고 부드러운 입술을 바라보던 그의 눈에서 분노가 사라졌다. 마침내 그는 그녀를 놔주며 짤막하게 중얼거렸다. [아마도] 그녀가 일어나 앉으려고 하는 동안 그는 입을 열었다. [그 땋은 머리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울리는 모양이군] 그는 담배를 꺼내서


신중하게 불을 붙였다. [처녀성이란 당신 나이의 여자에게 드문 미덕이지] 비제이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 남은 음식들을 바구니에 도로 집어넣었다. [그건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상관없소] 그는 가볍게 말했고, 그녀는 자신의 몸은 여전히 욕구로 욱신거리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침착성을 되찾을 수 있는 그의 능력을 저주했다. [그저 시간이 좀더 걸리겠지] 그녀의 이해할 수 없는 시선을 보고 그는 웃으며 옷깃을 여몄다. [당신에게 난 언제나 이긴다고 말했을 거요, 비제이. 거기 익숙해지는 게 좋을거요] [내 말이나 들어요] 그녀가 분노에 찬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 [난 당신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싶지 않아요. 이건...] 적당한 대답을 찾느라 머리를 굴리며 그녀는 방금전의 사건을 쓸어내 듯 허공으로 손을 휘둘렀다. [그저 시작일 뿐이오] 피크닉 바구니를 들어올리며 그가 단호하게 그녀의 팔을 잡았다. [우린 아직 끝나려면 멀었소. 지금은 말다툼하지 않겠소, 비제이]그녀가 말하려고 하자 그가 막았다. [당신에게 시간을 좀더 주기보다는 여기서 지금 당신이 내놓은 걸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소]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오만하고...]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이 듣기에도 너무나 어린애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오, 비제이] 테일러가 유쾌하게 말을 잘랐다. [당신이 유감스러워 했다고 말한 만한 건 전혀 없소]그는 몸을 굽혀 그녀에게 키스하고 그녀를 일으켜 준 다음 가볍게 손을 뻗어 피크닉 바구니를 들어올렸다. 비제이는 멍한 상태로 그저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 여관으로 향하는 우거진 숲길을 걸어갈 뿐이었다.

.. Chapten 7 여관으로 돌아온 비제이는 테일러에게 팔을 빼고 어둡고 조용한 구석으로 숨어 버리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이 테일러의 요구에 완벽하게 응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 자신도 욕구를 느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비제이는 자신의 반응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로맨틱한 연애를 피하거나 제어하는데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건드린 이후로는 머리 속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생물학적인 것뿐이야, 현관에서 스쳐 지나가는 테일러를 보며 그녀는 결론지었다. 어떤 여자라도 테일러 레이놀즈 같은 남자에게 자연히 매혹될 것이다. 그가 보기만 하면 머리 속이 혼미해지고 멍해져 버린다고 비제이는 생각했다. 전에 누군가가 만졌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는 내가 아는 남자들과는 전혀 달라, 난 정말로 그에게 키스해 달라고 말했어. 오, 이런. 그것은 분명히 와인 때문이었을 거야. 스스로의 변명에 만족해서 비제이는 테일러에게 몸을 돌리고 함께 옆문으로 들어갔다. [난 피크닉 바구니를 부엌에 갖다 놓죠. 다른 거 더 해줄게 있나요?]


[그거 흥미로운 질문이군] 그가 느릿하게 말했다. 비제이는 그에게 억제된 시선을 던졌다.[난 다시 일하러 가야되요. 좀 실례해도 괜찮겠죠?] 그녀의 위엄있는 퇴장은 로비에서의 소란에 사라져 버렸다. 호기심이 자존심보다 커지자 그녀는 테일러를 따라 그쪽으로 향했다. 큰 키의 날씬한 여자가 핑크 색 짐에 둘러싸인 채 데스크 앞에 서 있었다. 비제이는 있는 자리에서 치자꽃 향기가 느껴졌다. [당신이 내 짐을 좀 날라준다면, 달링, 그리고 미스터 레이놀즈에게 내가 왔다고 말을 전해 준다면 대단히 감사하겠어요]그녀는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녀의 옆에 멍하니 서 있는 에디에게 부탁했다. [안녕, 다라. 여기서 뭐 하는 거요?] 테일러의 목소리에 검은머리가 그에게로 향했다. 비제이는 그녀의 눈이 섬세한 수트의 색과 거의 같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오, 테일러] 다라는 7 센티미터 굽의 힐을 신은 상태는 불가능할 정도로 우아하게 로비를 미끄러져 와서 그를 따스하게 포옹했다. [시카고에서 일을 마치고 방금 왔어요. 내가 이 작은 여관을 둘러보고 아이디어를 내주길 원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포옹을 풀고서 테일러는 비꼬는 표정으로 다라의 미소로 빛나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사려 깊구려. 비제이 클라크, 이쪽은 다라 트레이너요. 다라는 내 호텔 인테리어 대부분을 맡아서 하고, 비제이는 이 여관을 운영하지] [대단히 흥미롭군요] 다라는 비제이의 스웨터와 청바지를 기가 막힌 눈길로 흝어보고는 자신의 완벽하게 손질된 머리를 다듬었다. [내가 본 바에 다르면 할 일이 대단히 많을 것 같더군요]눈에 뛸 정도로 몸을 떨며 다라는 로비에 깔린 손으로 뜬 러그와 티파니 램프를 응시했다. [우린 이 여관의 인테리어에 전혀 불만이 없어요]비제이는 재빨리 여관의 방어를 나섰다. [좋아요]다라는 새빨간 입술에 동정심이 어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상당히 예스러운 스타일이군요, 그렇죠? 할아버지, 할머니들 취향에는 맞을 것 같군요. 테일러, 이 방을 좀더 크게 만들고 싶다면 나한테 알려주세요] 시선을 돌리는 다라의 얼굴이 부드럽고 따스해졌다. [하지만 물론, 빨간색은 언제나 눈을 끌긴 하죠. 발간 벨벳 커튼이랑 카펫 정도?] 비제이는 눈이 어둡게 번쩍였다. [당신의 빨간 벨벳 커튼 따위는....] [그건 나중에 의논할 수 있을 거요] 테일러는 외교적으로 말하며 비제이 팔을 꼭 쥐었다. 고통으로 인한 비명을 참느라 그녀는 더 이상 논쟁할 수가 없었다. [여기 있는 걸 좋아하게 될 거예요] 그녀는 악문 잇새로 가까스로 말했다. [물론이죠]다라는 짙은 속눈썹을 깜박이며 비제이의 짧은 분노를 보았다. [같이 한 잔 해요, 테일러. 여기도 룸서비스 정도는 있겠죠] [물론이오. 미스 트레이너의 방으로 마티니 두 잔을 올려 보내 주시오] 테일러가 에디에게 말했다. [몇 호실이오, 다라?] [아직 받지 못한 것 같은데요] 다시 그 짙은 속눈썹의 이점을 이요하며 다라는 여전히 멍하니 서 있는 에디에게 몸을 돌렸다. [의사 소통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미스 트레이너에게 314 호실을 내드려, 에디. 그리고 가방을 날라 드리고] 비제이의 날카로운 명령에 에디는 꿈에서 깨어나 재빨리 그녀의 말을 따랐다. [그 방이 편한하실 거라고 믿어요] 비제이는 초고로 매니저다운 미소를 지으며 반갑지 않은 새 손님에게 돌아섰다. [뭔가 필요한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 음료를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테일러의 손은 여전히 그녀를 잡고 있었다. [당신과는 나중에 이야기하겠소] [그러시죠] 그가 팔을 놓아주자 비제이는 돌아서며 말했다. [편하실 때 절 불러 주세요. 미스터 레이놀즈, 레이크사이드 인에 잘 오셨습니다, 미스 트레이너. 좋은 하루 되세요] 테일러와의 사적인 만남을 피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그는 남은 하루를 내내 미스 트레이너와 함께 보냈기 때문이다 그들은 비제 이에게 거의 평생처럼 느껴질 정도로 오래도록 314 호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자신의 자아를 충족시키기 위해 비제이는 하워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다음날 저녁에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했다. 좋아, 최소한 하워드는 미스 쭉쭉빵빵이랑 마티니를 즐기진 않잖아,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생각도 의도했던 것만큼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는 못했다. 비제이가 저녁식사를 위해 고른 드레스는 검고 매끄러운 스타일이었다. 그것은 그녀의 매력적인 몸매에 연인의 손길처럼 달라붙으며 발목까지 내려왔고, 허벅지와 종아리를 부드럽게 쓸었다. 작은 진주 단추가 목부터 허리까지 달려있었다. 높고 청교도적으로 보이는 목선은 그녀의 단단하고 작은 가슴을 강조하고 날씬한 목선을 돋보이게 해주었다. 그녀는 머리칼이 하얀 구름처럼 어깨로 흘러내리게 풀어놓았다. 그리고 귀 뒤에 향수를 바른 다음 방을 나가 식당으로 향했다. 테일러와 다라가 함께 앉아 있는, 촛불이 밝혀져 있는 구석진 테이블은 은밀하게 격리되어 있었다. 그들을 힐끗 보면서 비제이는 어쩔 수 없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이 미남미녀 커플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다라의 주홍빛 드레스는 딱 달라붙어 그녀의 크림색 젖가슴을 드러내고 있었고, 테일러의 검은 수트는 나무랄 데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비제이의 시선은 그의 널찍한 어깨로 향했다. 그녀는 날카롭게 숨을 들이키며 멋진 양복 아래에 숨겨져 있는 그의 단단한 근육의 느낌은 떠올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테일러가 눈을 들고서 느릿하면서도 샅샅이 그녀를 흝었으나 그의 표정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의 눈은 검고 단순한 드레스의 부드러운 곡선에 달라붙어 있었다. 피부가 달아오름에도 불구하고 비제이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 보았다. 관찰이 끝나자 테일러는 한쪽 눈썹만 치켜올렸다. 그가 찬성하는 건지 하지 않는 건지 그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가볍게 손을 움직여 그녀를 자신의 테이블로 불렀다. 그 거만한 명령에 열이 치솟았으나 그녀는 차분하게 자신을 다잡았다. 식당을 가로지르며 그녀는 중간 자리에 앉아 있던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비제이는 테일러와 그의 동반자에게 직업적인 미소를 지었다.


[식사가 맛있으셨으면 좋겠군요] [언제나처럼 음식은 훌륭하오] 테일러는 일어나서 기대하듯 의자를 끌어당겼다. 그의 눈이 도적 적으로 가늘어졌다. 그의 말을 거절할 때가 아니라고 비제이는 결정했다. [방은 어떠신가가요, 미스 트레이너?] 그녀는 상냥하게 물으며 자리에 앉았다. [적당해요, 미스 클라크. 하지만 인테리어 때문에 놀랐다고 말해야겠군요] [함께 식전주라도 마시지] 비제이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그가 웨이트리스에게 손짓을 보냈다. 그녀는 그를 잠깐 노려보다가 도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늘 마시던 걸로 줘] 그게 스트레이트 진저 에일이라고 설명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다라를 쳐다보고는 상냥한 호기심이 어린 목소리로 가장했다. [인테리어의 어떤 점에 놀렸죠, 미스 트레이너?] [사실은] 다라는 문제가 분명하다는 듯 말했다. [방 전체가 촌스러워요, 안 그런가요? 물론 미국식 골동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방도 좋아할 수 있겠지만, 테일러와 난 언제나 현대적인 분위기를 더 선호해요] 치미는 짜증과 원치 않는 질투심과 싸우며 비제이는 진정거렸다. [알겠어요, 그러니까 당신은 이 시골뜨기에게 현대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려는 모양이군요. 난 그런 면에는 일자무식이라서요] 도트는 폭풍우가 몰아칠 듯한 분위기를 눈치채고는 비제이 앞에다가 음료를 내려놓은 다음 재빨리 가 버렸다. [무엇보다도] 다라는 그녀의 얼음장 같은 회색 눈을 무시한 채 말했다. [조명이 전부 잘못 됐어요. 유리 덮개로 된 줄로 당기는 스타일의 램프는 케케묵은 거예요. 게다가 바닥을 전부 덮은 카펫이 필요해요. 손으로 만든 러그와 빛 바랜 페르시안 카펫은 없애야 돼요. 그리고 욕실은... 뭐,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욕실은 가망이 없어요] 한숨을 내쉬며 다라는 자신의 샴페인 칵테일을 들어올려 한 모금 마셨다. [다라 달린 욕조는 역사물 코미디에나 나올 만한 거지 호텔에 있을 게 아니에요] 비제이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식히기 위해 얼음조각을 깨물었다. [우리 손님들은 다들 그 욕조에서 매력을 느껴요] [그럴 지도요] 다라는 얕보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하지만 적당하게 손질을 하고, 좀 개선을 하면 다른 종류의 손님들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날씬한 담배를 꺼내고 테일러가 불을 붙여 주는 동안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다리 달린 욕조와 끈을 잡아당기는 스타일에 무슨 거부감이라도 있나요?] 비제이는 폭풍우 치는 눈으로 분명하게 테일러에게 물었다. [그건 현대의 여관 분위기에 어울리지]그의 목소리는 똑같이 분명했고, 눈은 차가웠다. [나한테도 내놓을 만한 괜찮은 아이디어가 좀 있어요, 미스 트레이너. 당신이 그 깜찍한 샘플 책을 꺼내기만 한다면요] 잔을 내려높은 비제이의 눈가에 테일러가 자신의 담배 끄트머리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모습이 들어왔다. [천장에 거울을 붙이는 게 괜찮을 것 같군요. 퇴폐적인 분위를 살짝 드러낼 수 있도록. 크롬과 유리를 사용하면 방이 넓고 대칭적인 모습이 되겠죠. 그리고 온통 하얗게 발라 버려야 할 거예요. 약간 자홍색으로 액센트를 넣어 주고요. 아 침대도 물론] 그녀는


새로운 영감에 말을 이었다. [자홍색 시트를 씌운 크고 둥근 침대가 좋겠어요. 당신 자홍색을 좋아해요, 테일러?] [오늘밤 당신에게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부탁한 기억은 없소, 비제이] 그의 담배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가느다란 선을 그리며 들보가 드러난 천장으로 올라갔다. [세상에, 미스 클라크] 다라는 테일러의 부드러운 꾸짖음에 고무되어 말을 이었다. [당신 취향은 상당히 천박하군요] [오 그래요?] 비제이는 놀랐다는 듯한 눈을 깜박였다. [난 그런 게 시골뜨기들이 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요] [내가 어떤 걸 결정하든 당신 마음에 들 거예요, 테일러] 다라가 친근감을 드러내 보이며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하지만 여긴 전부 다 바꿔야 할 것 같아서 평소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겠어요] 그 모습을 보자 비제이는 분노가 더욱 치솟았다. [원하는 만큼 시간을 들이시죠] 비제이는 관대하게 손짓하며 일어섰다. [그 동안 내 다리 달린 욕조에서 손떼고 있어요] 비제이의 위엄 있는 퇴장은 근처에서 조심스럽게 엿듣고 있던 도트와 마주치자 사라져 버렸다. [3 번 테이블에 비소 좀 가져다 줘 여관 부담으로] 비제이는 커다랗게 눈을 뜨고 비켜서서 방을 나가는 웨이트리스에게 말했다. 방으로 곧장 올라가 화를 식히려던 그녀의 의도는 연이어 일어나는 작고 짜증스러운 일들로 인해 망가져 버렸다. 마지막 일까지 처리하고 나자 열 시가 넘어 있었다. 그녀는 가까스로 방으로 가서 문을 닫고 화를 분출할 수 있었다. [시골뜨기라니] 악다문 잇새로 내뱉는 동안 그녀의 눈은 월리엄과 메리 시대의 테이블로 향했다. 다라는 아마 검정과 하얀색 체크무늬로 된 정사각형 플라스틱 쪼가리를 더 좋아하겠지. 그녀는 눈은 계속해서 자개장과 학교선생용 책상, 그리고 보스턴 스타일 흔들의자와 부드럽게 바랜 녹색의 안락의자로 움직였다. 여관의 방들은 제각각의 개성과 각기 다른 골동품들로 특징이 있었다. 눈을 감자 비제이는 현재 다라가 묵고 있는 방의 모습을 명확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섬세한 파스텔 톤의 꽃무늬 벽지와 반짝이는 오크제 바닥, 좁고 푹신한 창가 의자의 매력까지. 그 방의 가장 자랑스러운 물품은 절묘한 눈물방울 무늬가 찍혀 있는 호두나무로 된 골동품 하이보이{다라가 높은 장롱)였다. 비제이는 그 방에 묵었던 손님들이 그 안락함과 조용한 매력,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에 대해 칭찬하지 않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다라 트레이너, 당신은 절대 내 여관에 손가락 하나 못 댈 거야. 거울에 달린 옷장으로 걸어간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본 다음 길고 메스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빗을 들어올리며 외모는 당면한 문제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 여자가 테일러에게 벌써부터 여관을 헐뜯으며 은밀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이대로 여관을 놔둬야 한다고 그를 설득할 수 있을까?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며 비제이는 생각했다. 그녀는 단순한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아닌 게 분명해.


도착했을 때 그녀가 그에게 했던 키스는 전혀 사무적인 게 아니었다구. 난 두 사람이 그 오랜 시간 동안 방에서 벽지나 의논했을 거라고는 절대 믿지 않아. 그건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지, 그녀는 거칠게 빗질을 하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아무 저항 없이 벽지를 뜯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아마 놀라게 될걸. 비제이는 빗을 내려놓다가 문이 활짝 열리자 몸을 돌렸다. 테일러가 문가에 서 있었다. 그녀가 놀란 표정을 짓기도 전에 그는 문을 닫고 잠근 다음 열쇠를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가 다가오자 그녀는 테일러가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당신이 소유주라고 해서 마스터키를 아무 이유 없이 열 수는 없어요] 그녀는 날카롭게 말하며 다시 옷장으로 다가갔다. [내가 분명히 하지 못한 모양이로군] 그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상냥했다. [그동안 당신은 매일매일 자유롭게 여관을 운영해 왔소. 그리고 난 당신 방식을 따라 주었고. 하지만] 그는 한 걸은 더 다가왔다. 비제이는 자신이 좌절감에 차서 옷장 끄트머리를 꽉 움켜쥐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운영방침에 있어서 모든 명령, 모든 결정, 모든 변화는 내가 결정하오, 나 혼자서]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오만한....] [이건 토론이 아니오] 그가 날카롭게 그녀의 말을 잘랐다. [난 당신이 내린 명령에 반항하게 놔두지 않겠소. 다라는 나한테 고용된 사람이오. 내가 그녀에게 뭘 할지, 언제 할지를 말할 거요] [하지만 당신도 그녀가 그 아름다운 골동품을 내던지고 S 자 모양의 거실등이나 현대적인 선반으로 바꿔 버리는 건 바라지 않을 거예요. 식당의 왜건은 헤플화이트라구요. 당신 방엔 치펜데일 가구가 두 점이 있고 또] 그녀의 목 뒤로 와 닿은 손이 살며시 원을 그리자 그녀의 분노에 찬 말이 갑자기 막혔다. 그녀는 불안하게 그의 강인한 손의 힘을 느꼈다. 압력은 강하지 않았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다라가 뭘 하길 바라는지는 내가 신경 쓸 문제요, 당신이 아니라] 그는 손을 조이며 그녀를 끌어당겼다. 이제 그녀는 그의 눈에서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읽을 수 있었다. 두 개의 어두운 태양처럼, 그의 눈을 타오르고 있었다. [내가 물어 볼 때까지 당신 의견은 혼자만 간직하고 있으시오. 가만히 있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될 거요. 알아듣겠소?] [완벽하게요. 당신과 미스 트레이너와 관계는 내 의견보다 훨씬 중요하겠죠] [그건] 그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당신 문제가 아니오] [여관과 상관 있는 일은 내 문제예요] 그녀가 맞받아 쳤다. [난 당신한테 한 번 사직서를 냈고, 당신이 거절했어요. 이제라도 날 내쫓고 싶다면 해고해야 할 걸요] [유혹하지 마시오] 그는 손을 낮추어 그녀의 조끼 가장 윗 단추에 손가락을 얹었다. [난 당신이 여기 있기를 바라지만, 밀어붙이지는 마시오. 난 당신에게 변경을 결정하면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내 직원들에게 무례하게 군다면 아무것도 듣지 못하게 될 거요] [다라 트레이너가 방어막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던데요]비제이는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런가?]그의 분노는 갑자기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그가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몇 세기 전이였다면 당신은 지금과 같은 시선을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화형을 당했을 거요. 그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한 눈과 부드럽고 도적적인 입, 검은 드레스 위로 굽이치는 금빛 머리칼까지] 솜씨 좋게 그의 손가락이 첫 번째 단추를 풀고 다음 단추로 옮겨갔다. 그의 눈은 여전히 그녀의 눈을 붙잡고 있었다. [그 드레스는 유혹적인 정도로 금욕적인 스타일이군. 우연히 입은 거요. 아니면 의도적이었소?] 여전히 그녀의 시선을 붙든 채 그는 가볍게 단추를 풀고 다음으로 진행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녀의 배반자 같은 발은 움직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녀는 움직일 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난 당신이 갔으면 좋겠어요] [거짓말쟁이] 그는 조용히 비난하며 열려 있는 그녀의 드레스 안쪽으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내가 가길 바란다고 다시 말해 보시오] 그의 손이 움직이며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가슴 곡선을 부드럽게 쓸었다. 그녀의 방이 마치 배의 갑판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신이 갔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허스키 했고, 그녀의 눈꺼풀은 감질나는 감각으로 인해 무겁게 느껴졌다. [당신의 몸은 다른 말을 하고 있는데, 비제이]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쥔 다음, 등의 부드러운 피부로 미끄러져 갔다. 그리고 그녀를 자신에게로 단단히 끌어안았다. [내가 당신을 원하는 것만큼 당신도 날 원하고 있소] 그의 입이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 낮아졌다. 그녀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힘에 항복하며 비제이는 그의 품에서 늘어졌다. 그녀의 항복에 그의 요구가 더욱 강렬해졌다. 그의 입은 억누를 수 없는 반응을 끌어냈다. 그녀의 머리 속은 싫다고 외치는데, 그녀의 팔은 그를 더욱 가까이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달라붙어 더 많은 것을 안달하며 바랄 뿐이었다. 그의 손이 움직이며 새로운 기쁨을 자아낼 동안 그녀의 손은 그의 재킷 아래로 미끄러졌다. 그녀가 방어하거나 거부할 여유도 없이 갑작스럽게 그는 그녀의 심장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그는 숙련된 탐험가처럼 능숙하게 그 건드린 적 없는 부분을 소유했다. 비제이는 빙빙 도는 황홀감과 절망적이고 희망 없는 좌절감 사이에서 흔들렸다. 그를 사랑하는 것은 그야말로 재앙이다. 그를 원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고, 그의 팔안에 있는 것은 어둠과 빛의 그 모든 것이었다. 그의 굶주린 입술에 무력하게 응답하며, 그의 애무하는 손길을 받아들이며, 그녀는 감긴 눈 아래 지르는 듯한 공허감을 느꼈다. 그녀의 팔은 차갑게 스며드는 이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그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인정하시오] 그가 요구했다. 그의 입술은 다시 사납게 그녀의 목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당신도 나를 원한다는 걸 인정하시오. 내가 머물길 바란다고 말하시오] [네, 당신을 원해요] 흐느끼듯 말하며 그녀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네, 당신이 머물길 바라요] 그의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더욱 파고들었으나 그의 손이 그녀의 얼굴을


잡고 들어올렸다. 그녀의 눈은 새까맣고, 눈물이 고여서 반짝였다. 그녀의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품안으로 몸을 던지고 새로이 깨달은 사랑을 울면서 고백하고 싶은 욕구와 싸웠다. 그는 오랫동안 그녀를 응시했고,. 그녀는 그의 얼굴이 다시 솟아오르는 분노로 굳어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하지만 입을 열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절제되어 있었으며,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것 같았다. [이제야 이 논의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군] 그는 한 걸음 물러서더니 주머니에 손을 밀어넣었다. [내가 바라는 바를 분명하게 했다고 믿소] 그녀는 혼란스러워서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손을 헝클어진 머리로 들어올리자 벌어진 드레스 앞부분이 흘러내며 크림색 피부가 순진하게 드러났다. [테일러, 난] [내일은] 그의 목소리가 따스한 피부로 싸늘하게 파고들자 그녀는 몸을 떨었다. [당신이 미스 트레이너에게 완벽하게 협조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기를 바라겠소. 당신이 동의하든 말든, 그녀는 여관의 손님이고 그만한 대접을 받아야 하오] [물론이죠]고통과 거부감에 끔찍하게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미스 트레이너는 확실하게 존중받을 겁니다.]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닦고 위엄 있게 말을 이었다. [약속드리지요] [약속이라]테일러가 중얼거리며 그녀에게로 한 걸음 다가서려 하자 비제이는 욕실로 달려가 문을 걸어 잠갔다. [꺼져요] 더 이상 울음을 참지 못하고 그녀는 작은 주먹으로 문을 무력하게 내리쳤다. [날 좀 혼자 내버려둬요. 당신한테 분명히 약속했고, 이제 난 자유시간이에요] [비제이, 이 문 열어요] 그녀는 그의 목소리에 담긴 분노와 좌절감을 알아차리고 더욱 절망적으로 울었다. [가 버려요. 미스 완벽에게나 가고, 나는 혼자 좀 내버려둬요. 당신 명령은 문서로 제출하겠어요. 그냥 가요, 내일 아침까지 난 당신 말에 대답해야 할 의무가 없어요] 테일러는 확실하게 들릴 정도로 욕설을 중얼거리며 폭풍처럼 방을 나갔다. 하지만 비제이는 그가 중얼거리는 욕설과 비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마침내 침실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타일로 된 바닥에 주저앉아 힘없이 자신을 껴안고서 비제이는 심장이 부서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계속해서 울었다. Chapten 8 [좋아, 또 다시 일을 저질렀어. 안 그래?] 비제이는 무자비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 아래 서서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응시했다. 넌 스스로를 완전히 바보로 만들었어. 낮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고 거울 속의 비난하는 듯한 얼굴로 부터 등을 돌렸다. 어떻게 내가 그와 사랑에 빠질 거라고 생각했겠어? 그녀는 옅은 초록색 블라우스의 단추를 채우며 주장했다. 그럴 계획은 없었어.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구. [젠장] 그녀는 옷에 어울리는 스커트를 집어 들며 중얼거렸다. 그가 네게 주는 느낌을 어떻게 하면 통제할 수 있을 까? 그가 손을 대기만 하면 뇌가 녹아 버리는 느낌인데. 어젯밤에 그가 원하는 거라고는 짧은 정사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를 머무르게 하려고 했던 걸 생각해 봐! 어떻게


그렇게 바보 같을 수가 있지? 상처 입은 자존심과 수치심 속에서 그녀는 덧붙여 생각했다. 어쨌든 그는 결국 날 원하지도 않았어. 아마도 다라를 떠올렸겠지. 왜 그녀가 있는데도 그는 나한테 시간을 낭비하는 거지? 한동안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머리를 묶어 목 뒤에 고정시킨 뒤, 비제이는 어깨에 힘을 주고 오늘 하루 동안 벌어질 일을 상대하러 문을 나섰다. 에디에게서 테일러가 이미 사무실에 들어갔고, 다라 트레이너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정보를 입수한 비제이는 두 사람 다 피하기로 결정했다. 아침나절 동안은 성공적이었다. 점심시간에 그녀는 라운지에서 바의 물품들을 점검 하고 있었다. 점심 식기들이 다 치워진 상태라 방은 조용했다. 그녀는 그 단조로움에 곤두서 있던 신경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여기가 라운지로군요] 갑작스러운 비단결 같은 목소리에 비제이의 차분한 집중력이 깨졌다. 그녀는 술병들을 덜그럭거리며 돌아섰다. 완벽하게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에 노트와 연필을 들고서 우아하면서도 사무적인 모습으로 들어선 다라는 붉은 색 계열의 정장 차림이었다. 그녀는 하얀 천이 덮인 테이블들과 대단히 좁은 댄스 플로어, 유서 깊은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응시했다. 그녀는 은은하게 빛나는 마디가 많은 소나무 탁자에 손가락을 두들기며 오래 된 오크목 바로 다가왔다. [놀랍도록 단조롭군요] [고마워요] 비제이는 대단히 정중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돌아서서 거울로 된 선반에 술병을 옮겨 놓았다. [달콤한 버무스 한잔 줘요]다라는 우아하게 의자에 올라앉으며 바 위에 노트를 올려놓았다. 비제이는 혀끝에서 맴도는 분노에 찬 말대꾸에 입을 벌렸으나 테일러에게 했던 약속을 떠올리고는 입을 도로 다물고서 돌아섰다. [당신은 기억해 둬야 해요, 미스 클라크] 다라의 승리에 찬 미소에 비제이의 손은 그 하얀 피부를 움켜쥐고 싶어서 움찔거렸다. [난 그저 내 일을 하는 것뿐이에요. 네 관찰 결과에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어요] 본능적으로 솟구치는 혐오감을 참으며, 비제이는 인정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난 레이크사이드 인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을 갖고 있어요. 나한테 있어서 여긴 직장이라기보다는 집에 가까워요] 그녀는 버무스 잔을 다라 앞에 놓아주고서 다시 몸을 돌려 병을 셌다. [네, 테일러가 내게 당신이 이 작은 여관에 애정을 갖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는 그게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요?] 손이 떨리는 것을 느끼고 비제이는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선반을 움켜잡았다. [테일러는 대단히 특이한 유머 감각을 가진 모양이군요] [음, 나만큼 그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어떤 걸 기대해야 하는지 알 수 있죠] 그들의 눈이 거울 안으로 마주쳤다. 다라는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어올렸다.


[그는 당신이 가치 있는 직원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뭐라고 했더라...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든다고 하던가] 그녀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한 모금 더 마셨다. [테일러는 직원들에게 명령에 따르는 것 외에도 유용하게 굴기를 바라죠. 가끔, 그는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도 사용해요] [당신이라면 그걸 잘 알고 있겠죠] 비제이는 얼굴을 마주 보며 싸움에 임하기로 결심하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달링, 테일러와 난 사업적인 관계보다 훨씬 더 깊은 사이에요. 그리고 난, 물론 그의 아...,사업과 관련된 기분풀이도 이해하고 있어요] [그거 대단히 관대하시군요] [테일러 레이놀즈와 관계에서 감정을 우선 하면 안 돼요]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으로 잔 둘레를 어루만지며 다라는 비제이에게 다 안다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 [그는 감정적인 사건이나 말썽에는 참을성이 없어요] 그녀가 울음을 터뜨리자 테일러가 화를 내던 것이 비제이의 머리 속에 떠올랐다. [우리가 결국 동의할 만한 이야기에 다다른 것 같네요] [첫 번째 경고는 언제나 친절한 법이죠, 미스 클라크] 갑자기 다라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지자 비제이는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말아요. 난 다른 사람이 내 것에 손대는 걸 오래 놔두지 않으니까] [우리가 여전히 테일러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요?]비제이가 물었다. [아니면 내가 대화의 일부분을 놓친 건 가요?] [내 충고를 받아들여요] 바짝 다가선 다라가 비제이의 팔을 놀랄 정도로 강하게 잡았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번에 당신이 운영하게 되는 개집이 될 테니까] [손 치워요] 모양 좋은 손톱이 살에 파고들자 비제이는 부드러우면서 험악하게 말했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다라는 비제이의 팔을 놓고 음료를 마저 마셨다. [대단히 잘 이해한 것 같은데요] 빈 잔을 받아 들고서 비제이는 그것을 바 아래에 내려놓았다. [바는 문을 닫았어요, 미스 트레이너] 그녀는 등을 돌리고 이미 다 센 술병을 다시 세기 시작했다. [숙녀분들] 비제이는 몸을 굳히고 방으로 들어오는 테일러의 모습을 거울 속으로 응시했다. [이런 시간에 당신들을 바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는데] 그의 목소리는 밝았으나 거울 안으로 마주친 눈길은 웃고 있지 않았다. [난 노트를 작성하기 위해서 돌아다니던 중이었어요] 다라가 그에게 말했다. 비제이는 그녀의 손이 가볍게 그의 손등을 쓰다듬는 것을 보았다. [이 라운지의 유일하게 괜찮은 점은 크기뿐인 것 같아요. 상당히 넓어서 테이블을 두 배로 놔도 되겠어요. 하지만 다른 방법이 생각나거나 현대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나한테 말만해요. 사실, 또 다른 라운지를 덧붙여서 양쪽을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당신 호텔처럼요] 비제이가 다음 선반으로 움직이자 그가 뭐라고 멍하니 중얼거렸다.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식당을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요]다라의 미소는 유혹적이었다. [나랑 같이 갈래요, 테일러? 그러면 당신이 뭘 원하는지 좀더 확실하게 말해 줄 수 있을 텐데] [흠?] 그의 시선이 돌아갔으나 미세한 찌푸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아니, 난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소. 가서 한 번 둘러봐요, 곧 따라갈 테니까] 그 거절하는 말투에 예쁘게 휘어진 눈썹이 치켜 올라갔으나 다라는 여전히 차분하고 얌전했다. [물론이죠. 나중에 당신 사무실로 노트를 가져갈 테니까 그때 의논해요] 그녀의 힐이 나무 바닥에 낮게 또각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녀가 나간 다음에도 짙은 향수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 잔 하시겠어요?] 비제이는 여전히 그에게 등을 돌린 채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희미했다. [아니, 난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소] 대단히 신중을 기해서 비제이는 거울 속으로도 그와 시선을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그녀는 병을 들어올리고 조심스럽게 내용물의 분량을 가늠했다. [모든 걸 다 의논하지 않았던가요?] [아니, 다 이야기하지는 않았소. 돌아서요, 비제이. 당신등을 보고 말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좋아요, 당신이 보스니까요] 그를 마주보자 그녀는 그의 눈에서 분노를 엿볼 수 있었다.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는 거요, 아니면 그저 우연한 재능이오?] [모르겠는데요. 알아서 고르세요]갑자기 그녀의 머리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테일러] 그녀는 황급히 말했다. [당신하고 정말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여관을 사는 것에 대해서요. 당신한테는 여기가 나한테만큼 중요하지 않잖아요. 당신은 좀더 남쪽에 있는, 당신한테 더 잘 맞는 곳에 리조트를 세우면 돼요. 나한테 시간을 조금만 주면 돈을 마련할 수 있어요] [웃기는 소리 마시오] 그의 짤막한 말이 그녀의 열정을 일순간에 식혀 버렸다. [이런 여관을 살 만한 돈을 당신이 어디서 마련한다는 거요?] [모르겠어요] 그녀는 바 뒤에서 왔다갔다했다. [어디선가요.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당신이 좀 나중에 받을 수도 있고요. 저축해 놓은 돈도 좀 있고] [싫소] 일어서서 그는 바를 돌아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난 이곳을 팔 생각이 없소] [하지만, 테일러] [싫다고 했소. 그만 뒤요] [왜 이렇게 딱딱하게 구는 거예요? 한 번 고려조차 안 해 보는 거예요? 나한테 시간을 좀 준다면 좋은 값을 낼 수도 있어요...]그녀의 목소리가 불명확해졌다. [난 당신한테 말하고 싶다고 했소. 여관이나 다른 걸 의논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는 그녀의 팔을 잡고 돌려 세웠다. 그의 손이 다라가 손톱으로 찌른 부분을 붙잡자 비제이는 고통스럽게 소리치며 펄쩍 물러났다. 그는 즉시 손을 놓았고, 그녀는 선반으로 넘어졌다. 잔 몇 개가 바닥으로 떨어져 깨졌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요?] 그녀의 손이 자동적으로 멍든 팔로 향하자 그가 외쳤다.


[난 거의 손도 안 됐소, 비제이. 내가 근처에 갈 때마다 놀란 토끼처럼 그렇게 펄쩍 뛰는 걸 참을 수가 없군. 당신을 다치게 하지도 않았잖소. 그런 짓 좀 그만 두시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고서 혼란스럽게 팔에 남은 자국을 응시했다. [맙소사, 난...난 정말로 당신한테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고 맹세하오] 놀란 그가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 눈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으로 어두워져 있었다. 잠시 동안 그녀는 그저 멍하니 서서 그의 확신이 사라지는 것을 매혹된 듯 바라보았다. [아뇨, 전에 그런 거예요] 시선을 떨어뜨리며 비제이는 바쁘게 머리의 핀을 만지작거렸다. [약간 따가운 것뿐이에요. 당신이 거길 잡아서 깜짝 놀랐어요] [어쩌다 그랬소?] 그는 그녀의 팔을 자세히 관찰하려고 했으나 비제이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뭔가에 부딪혔어요. 난 좀더 사방을 잘 보고 다녀야해요] 그녀는 깨진 유리잔 조각들을 모으며 다시 솟아오르는 분노로 인해 머리가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지 마시오] 테일러가 명령했다. [손을 베일 거요] 그의 말 때문인 양, 비제이는 유리 조각에 엄지손가락이 베이자 움찔했다. 고통과 혐오감에 신음하며 그녀는 조각들을 도로 떨어뜨렸다. [어디 봅시다] 테일러는 그녀가 반항하는 것을 무시하고 일으켜 세웠다. [비제이] 좌절감에 찬 한숨을 내쉬며 그는 얼룩 한 점 없는 손수건을 꺼내어 상처를 감쌌다. [당신을 끈으로 묶어 놔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는 웅얼거리며 손목을 감싼 그의 따뜻한 손가락에 저항했다. [날 놔줘요, 온통 핏자국이 묻을 거예요] [감수해 보지] 그는 상처 난 엄지손가락을 입술 가까이로 들어올리고 천으로 감았다. [계속 그렇게 머리를 묶을 생각이군, 그렇지?] 자유로운 한 손으로 그는 핀을 풀어 깨진 유리조각 사이로 던졌다. 달아오른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칼을 보며 그의 입술이 미소를 그렸고, 비제이는 새로운 고통을 느꼈다. [대체 당신의 어떤 점이 즉각적으로 내 혈압을 치솟게 만드는 걸까? 이렇게 보면 당신은 지친 새끼 고양이처럼 순진하게 보이는데]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머리칼을 가볍게 빗어 내린 다음 그녀의 어깨에 머물렀다. 그녀는 달콤하고 느릿한 연약함이 온몸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지난밤에 내가 그 망할 욕실문을 걷어찰 뻔했다는 걸 알고 있소? 눈물을 흘릴 땐 조심해야지, 비제이. 그건 남자들을 이상하게 만들거든] [난 우는 걸 싫어해요] 그녀는 또 다시 그런다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턱을 들어올렸다. [그건 당신 잘못이었어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소. 미안하오] 그녀는 예상치 못했던 사과에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깃털처럼 가볍게 그가 그녀의 입술을 쓸었다. [괜찮아요, 상관없어요] 그녀는 응답하고 싶은 욕구에 겁을 먹고 물러섰으나 바에 갇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테일러는 그녀에게 다가오지 않고서 말했다. [오늘밤 나와 함께 식사합시다.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내 방에서] 입으로 싫다고 말하기도 전에 그녀는 고개부터 흔들었다. 그녀가 도망칠 생각을 떠올리기도 전에 그가 가까이 다가섰다. [당신이 도망치게 내버려두지 않겠소. 우린 어딘가 방해받지 않을 만한 곳에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소. 당신도 내가 당신을 원한다는 걸 알고, 그리고] [당신의 다른 애인만으로 만족하시죠] 그녀는 살며시 다가오는 따스함과 싸우며 그를 비난했다. [뭐라고?] 그녀의 말투에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머리칼을 어루만지던 손이 곧장 옆으로 떨어졌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아들을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기억을 되새기려는 듯한 쓰라린 팔을 들어올렸다. 그의 눈이 의아하게 그녀의 팔로 향했다. [당신이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면 훨씬 간단할 거요] [아뇨,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자만하지 말아요 테일러. 난 당신에게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 그저 오늘밤에 데이트가 있는 것뿐이에요] [데이트?] 그는 손을 주머니에 밀어 넣고서 뒤꿈치를 대고 섰다. 그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그래요. 내게도 사생활이란 것이 있어요. 내 직업 계약서에 24 시간 당신 부름에 대기하라는 말은 없는 것 같은데요] 자신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그녀가 말을 이었다. [미스 트레이너라면 당신의 저녁식사 요청을 얼마든지 받아 주리라 믿어요] [그렇겠지] 그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의 가벼운 대답에 비제이의 얼음 같은 마음이 불꽃으로 변했다. [좋아요, 그럼 모든 게 결정되었군요, 그렇죠? 좋은 저녁 보내세요, 테일러. 난 그럴 생각이니까. 이제 실례하겠어요 일하러 가야 하거든요] 그녀가 그를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우리 두 사람 다 오늘 저녁엔 각자 약속이 있으니 이제 다른 방법으로 해보자구] 그의 입이 그녀의 입술을 재빠르게 차지했고, 그녀는 그의 솟구치는 분노를 맛볼 수 있었다. 그녀는 팽팽하게 맞닿아 있는 입술을 떼려고 가망 없는 노력을 계속했다. 그가 그녀의 입안으로 침입하며 감각을 하나 하나 정복하자 그녀는 놀라고 고통스러워서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녀가 모든 저항을 그만둔 것처럼 가장하자 마침내 그가 물러섰다. 그의 손은 집요하게 그녀의 허리에서 어깨로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다 끝났나요?] 그녀의 목소리는 허스키 했다. 그의 입술을 다시 느끼고 싶은 갈망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스스로를 다잡으며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 [오, 아니오, 비제이] 그의 목소리는 자신만만했다. [끝나려면 한참 멀었지.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또 다른 습격에 대비해 긴장하고 있는 동안 그는 말을 이었다. [그 상처나 돌보는 게 좋을 거요] 대답을 하기엔 너무 힘이 없어서 비제이는 라운지에서 달려갔다. 그녀의 위엄은 깨진 유리조각들과 함께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 시간에는 부엌이 가장 조용한 도피처였기 때문에 그녀는 커피를 한 잔 마신다는 핑계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손이 왜 그래?] 엘시가 애플 코블러를 죽 늘어놓으며 무심코 물었다. [그냥 좀 긁혔어요] 테일러의 손수건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비제이는 어깨를 으쓱하고 커피포트로 다가갔다. [요오드라도 좀 발라 둬] [요오드는 따끔거린단 말이에요] 혀를 차며 엘시는 앞치마에 손을 닦고 구급약을 찾아서 작은 캐비닛을 뒤적였다. [아기처럼 굴지말고 앉아] [그냥 긁힌 거라니까요 이제 피도 안 나요] 어쩔 수 없이 비제이는 의자에 앉았고, 엘시는 작은 병과 반창고를 꺼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니까요. 아야! 젠장, 엘시! 그 망할 약이 아프다고 그랬잖아요] [자] 엘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반창고를 붙였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이지] [그렇겠죠] 비제이는 손으로 턱을 괴고 커피 잔을 응시했다. [미스 속물께 내 부엌에 들어오려고 했어] 엘시는 화난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누구요? 오, 미스 트레이너요] 욱신거리는 손가락을 잠시 잊어 버린 채, 비제이는 요리사에게 주의를 집중했다. [어떻게 됐어요?] [내가 그녀를 내쫓았지, 물론] 엘시는 풍만한 가슴에서 밀가루를 털어 내고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의자에 기댄 채, 비제이는 엘시가 세련된 다라에게 부엌에서 나가라고 명령하는 장면을 그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화를 내던가요?] [별 수 없지] 엘시는 상냥하게 대답했다. 어쩔 수 없이 비제이의 미소가 깊어졌다. [오늘 저녁에 하워드랑 외출해?] [네] 그녀는 엘시에게까지 이 이야기가 들어갔다는 사실에 놀라지도 않은 채 자동적으로 대답했다. [영화를 보러 갈 것 같아요, 아마도] [왜 미스터 레이놀즈가 주위에 있는데 네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음, 베티 잭슨이 기뻐할 테니까요, 그리고] 비제이는 말을 멈추고 적당한 말을 찾았다. [테일러가....,미스터 레이놀즈와 무슨 상관이죠?] [난 네가 왜 테일러 레이놀즈를 사랑하면서 하워드 빌이랑 나가는 건지 모르겠다는 거야] 그녀가 커피를 마시는 동안 엘시는 사실을 말하는 투로 선언했다. [난 테일러 레이놀즈를 사랑하지 않아요] 비제이는 뜨거운 커피를 들이키다가 혀와 목구멍을 뎄다. [아니, 넌 사랑해] 엘시는 자신의 컵에 차가운 크림을 넣으며 대꾸했다. [아니에요] [맞아] [아니라니까요, 절대로 아니에요. 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어요?] 그녀는 날카롭게 물었다. [50 년 간에 인생 경험과 24 년 간 널 알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그녀는 새침하게


대답했다. [에에에]비제이는 웃기지 말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네가 결혼해서 여기서 자리를 잡으면 참으로 좋을 텐데]비제이의 앙탈을 무시하고 엘시는 조용히 커피를 홀짝였다. [넌 여관을 계속 운영할 수도 있을 거야] [치킨이랑 덤플링이나 만들어요, 엘시] 비제이는 정신을 차리고 충고했다. [점쟁이로서의 아줌마는 완전히 엉망이니까. 테일러 레이놀즈가 나랑 결혼해서 여기 정착한다는 건, 그가 두 발로 걷는 돼지랑 결혼해서 달에서 살 거라는 것만큼 신빙성이 없어요. 난 그의 취향에 비하면 촌티가 줄줄 흐르고 경험도 부족해요] [흠]엘시는 다시 코웃음을 치고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 [아줌마가 그 대단한 50 년 간 여러 분야의 지식을 쌓아 왔다 건 잘 알겠어요. 그러니까 아줌마도 육체적인 끌림과 결혼해서 정착하고 싶은 충동에 대해 잘 아시겠죠. 우리의 작고 고립된 동네에서도 사랑과 정욕의 차이점 정도는 배울 수 있다구요] [이런, 이런, 넌 아직도 어린애로구나] 엘시는 어른이 어린아이의 짜증을 받아 주는 듯한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 [어서 커피나 마시고 가거라, 난 손질해야 할 갈빗살이 있어. 그리고 손에서 반창고가 떨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비제이가 문을 홱 열고 나가는 것을 보며 그녀가 말했다. 비제이는 저녁 데이트를 준비하며 결심했다. 절대로 위엄 있는 옷차림을 하지 않을 거야. 그녀는 엘시가 자신을 화난 어린아이처럼 다루며 쫓아내던 것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산들바람이 열려 있는 창문으로 들어와 커튼을 흔들고 풀 향기를 흩뿌렸다. 그녀는 나쁜 기분을 털어버렸다. 이미지를 좀 바꿔 볼 필요가 있었다. 옷장 앞에 선 그녀는 할머니에게 받은 생일선물을 꺼냈다. 블라우스는 순백색 실크였고 몸의 곡선에 딱 달라붙였으며, 날씬한 검은 바지를 입은 허리까지 점점 좁아졌다. 바지는 역시 엉덩이에 사랑스럽게 달라붙으며 모양 좋은 다리를 감싸고 제 2 의 피부처럼 몸매를 드러냈다. [내가 새 이미지를 내보일 준비가 된 건지 모르겠어] 그녀는 중얼거리며 거울 앞에서 몸을 돌려보았다. [그가 이런 모습을 볼 준비가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하워드의 평범한 얼굴이 떠올리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낄낄거렸다. 그는 충성스러운 강아지 같은 눈을 한 데다가 윗입술 둘레에 난 콧수염 때문에 더욱 숭고해 보였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턱이 없다는 점이라고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는 생각했다. 그의 얼굴은 목에 녹아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좋은 사람이지, 비제이는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착하고, 복잡하지 않고, 예측 가능하고, 요구사항 없는 남자지. 가죽 구두를 신고서 그녀는 가방을 집어들고 방에서 나왔다. 하워드가 올 때까지 밖에서 눈에 띄지 않게 기다리려고 했던 그녀의 희망은 공포에 질린 에디를 마주치는 바람에 산산조각이 났다. [비제이. 이봐요, 비제이!]그는 펄쩍펄쩍 뛰어 로비를 가로질러 와서 그녀가 문을


닿기도 전에 붙들었다. [에디, 여관에 불이라도 난 게 아니라면 내일까지 기다려. 난 지금 나가야 해] [하지만, 비제이] 그는 그녀가 은근히 키 크고 검은머리의 남자를 찾느라 둘러보는 것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도트가 매기한테 그러는데, 미스 트레이너가 여관을 새로 인테리어 할 거라면서요? 그리고 미스터 레이놀즈가 여길 방마다 사우나가 달리고 불법 카지노까지 있는 리조트로 개조한다고 그랬다는데] 그는 공포에 질린 채 확신을 구하듯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두꺼운 안경 아래로 애원하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우선] 비제이는 참을성 있게 말했다. [미스터 레이놀즈는 불법 카지노를 운영할 계획이 전혀 없어] [라스베이거스에 하나 갖고 있다구요] 에디는 자신 있게 속삭였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도박이 필수잖아, 그건 불법이 아니야] [하지만 비제이, 매기 말이 라운지가 빨강과 금색 천으로 뒤덮이고 벽에는 누드 그림이 걸릴 거라던데요] [헛소리야] 그녀는 즐거운 얼굴로 그의 손을 톡톡 쳤다.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미스터 레이놀즈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어. 물론 그가 결정한다면 빨강과 금색 천에 누드 따위는 아닐 거야] [고맙소] 테일러가 그녀의 등뒤에서 말했다. 비제이는 펄쩍 뛰었다. [에디, 보드윈 자매들이 자네를 찾고 있더군] [오, 네, 선생님] 달아오른 얼굴로 에디는 숨을 곳만 찾고 있는 비제이를 내버려 둔 채 사라졌다. [이거, 이거] 테일러가 그녀를 응시했다. 남성적인 눈길이 가슴에 달라붙은 블라우스 틈새에 고정되었다. [데이트 상대가 상당히 뜨거운 성격인 모양이군] 하워드는 뜨거운 성격이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그녀는 마음 바꾸었다. [정말로 마음에 들어요?] 머리를 어깨 뒤로 쓸어 넘기며 비제이는 테일러에게 녹아 내릴 듯 뜨거운 미소를 보냈다. [다른 상황에서라면 끌렸을 거라고 말해 둡시다] 그는 건조하게 말했다. 그가 짜증스러워 보인다는 것에 기뻐하며, 비제이는 무모하게 그의 뺨을 살짝 쓸고 문으로 향했다. [좋은 밤 되세요, 테일러. 기다리지 말아요] 승리감에 젖어서 그녀는 분홍색 저녁 구름이 깔린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외모에 대한 하워드 반응은 그녀의 자존심을 더욱 높여 주었다. 그는 눈을 빠르게 깜박거리며 침을 삼키고, 시내로 가는 내내 짧고 앞뒤가 안 맞는 말을 더듬거렸다. 이것을 즐거운 변화로 인식하며 비제이는 그의 감탄을 받아들였다. 해는 느릿하게 창 밖의 언덕 너머로 가라 앉고 있었다. 주중이고 저녁 시간이지만 시내의 길은 이미 조용했다. 이것이 작은 마을과 바깥 세상의 차이점이었다. 몇몇 창문이 어둠 속에서 고양이 눈처럼 빛났으나 대부분의 집들은 만족스러운 애완동물처럼 잠들어 있었다. 영화관이 있는 시내 끝 쪽은 좀더 생동감이 있었다. 하워드는 언제나처럼 차분하고 정밀하게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네온사인이 고요한 하늘에서 우스꽝스럽게 반짝였다. PLAZA 의 L 은 지난 6 개월 간 고장나 있었다. [난 궁금해요] 비제이는 하워드의 얌전한 뷰익에서 내리며 중얼거렸다. [미스터 자비스가 간판을 고치긴 할 건지, 아니면 다른 글자들도 하나하나 망가지고 있는 걸 기다리는 건지 말이에요] 하워드의 대답은 차문 닫는 소리에 가려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소유욕을 드러내며 팔을 잡고 극장으로 이끌자 조금 놀랐다. 한 시간 동안 영화를 보며 그녀는 하워드가 평소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언제나처럼 탐욕스럽게 팝콘을 먹지도 않았고, 플라자의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의자에서 한번도 뒤척이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긴장한 것처럼 번들거리는 눈으로 앉아 있었다. [하워드]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며 비제이는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놀랍게도 그는 그녀가 자신을 꼬집기라도 한 것처럼 펄쩍 뛰었다. [하워드, 괜찮아요?] 그가 팝콘을 내던지며 그녀를 붙잡고 열정적이지만 어설픈 키스를 퍼붓자 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 그녀는 멍하니 그냥 있었다. 지금까지 하워드는 여관 문 앞에서 오빠처럼 포옹을 한 게 전부였다. 극장 뒤쪽에서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그의 품안에서 몸부림을 치며 그의 땅딸막한 가슴을 밀쳤다. [하워드, 정신 차려요] 그녀는 좌절감에 찬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서 바로 앉았다. 하워드가 갑자기 그녀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운 다음 그녀를 끌고 극장 밖으로 나갔다. [하워드, 당신 미쳤어요?] [난 더 이상 거기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요]그는 중얼거리며 그녀를 차로 끌고 갔다. [사람이 너무 많아요] [사람이 만다구요?]그녀는 눈을 가리는 머리칼을 입으로 불었다. [하워드, 거긴 스무 명도 채 안 있었다구요. 당신 아무래도 의사한테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녀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고서 열이 있는지 그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좀 뜨겁고 평소 같지 않네요. 난 다른 걸 타고 갈테니까 집으로 가요] [아니에요] 그의 목소리는 격렬했다. 비제이는 하워드를 한참동안 응시하다가 불편하게 차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뭐라고 말하기엔 너무 어두웠지만 그는 운전에 열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지나치게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비제이는 곧 호텔의 불빛이 깜박거리는 걸 볼 수 있었다. 갑자기 하워드가 길가에 차를 세우더니 그녀를 붙잡았다. 처음에 비제이는 화가 나기보다는 놀랐다. [그만 둬요! 이러지 말아요, 하워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비제이] 그의 입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이번에는 어설프지도, 오빠 같지도 않았다.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 그의 손이 더듬더듬 그녀의 블라우스에 와 닿았다. [하워드 빌, 창피한 줄 알아요] 비제이는 날카롭게 말하며 그를 단호하게 밀어내고 문 쪽으로 물러났다. [당장 집으로 가서 찬물 샤워하고 잠이나 자요] [하지만, 비제이]


[말 들어요] 그녀는 차문을 열고서 밖으로 나갔다. 길에 서서 그녀는 머리를 뒤로 넘기고 옷을 바로잡았다. [당신이 다시 송곳니를 세우기 전에 난 여관으로 곧장 걸어가겠어요. 내가 당신 숙모에게 당신의 그 미친 짓에 대해서 아무 말도 안 한다면 운이 좋은 줄 알아요] 그녀는 몸을 돌려 여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10 분 후, 그녀는 신발을 들고서 모든 남자라는 종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헐떡거리는 숨을 내쉬며 가파른 언덕을 올라갔다. 흐릿한 나무들이 달빛 속에서 부드럽게 보였다. 올빼미 한 마리가 울고 있었다. 하지만 비제이는 밤의 아름다움을 즐길 만한 기분이 아니었다. [조용히 해] 그녀는 깃털뭉치를 보면서 명령했다. [난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소] 굵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비명을 내지르며 비제이는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도망치려 했으나 단단한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무슨...?] [산책 중이오?] 테일러가 부드럽게 물으며 그녀를 놓아 주었다. [산책을 하기엔 좀 이상한 장소로군] 그가 논평을 했다. [대단히 재밌네요] 그가 손목을 잡기도 전에 비제이는 난폭하게 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이지? 당신 친구 휘발유가 떨어졌나?] [내 말 잘 들어요. 난 지금 이러고 싶지 않아요] 놀라서 신발을 떨어뜨렸다는 걸 깨닫고 비제이는 바닥을 살폈다. [난 미친 자식이랑 레슬링을 하고서 거기다 힘들게 걸어 왔다구요] [그가 당신을 다치게 했소?]손목을 쥔 힘이 더욱 강해지며, 테일러는 그녀를 자세히 살폈다. [물론 아니죠]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비제이는 좌절감에 찬 한숨을 내쉬었다. [하워드는 파리 한 마리도 다치게 할 수 없어요. 도대체 그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구요] [당신 정말로 그렇게 순진한 거요. 아니면 이중인격이오?]그녀가 당황한 표정을 보고 테일러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짧게 흔들었다. [철 좀 드시오, 비제이. 당신 자신을 좀 봐요 그 불쌍한 남자는 기조차 없었지] [웃기지 말아요]그녀는 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날 평생 알아 왔어요. 전에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구요. 아마 로맨스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든지 뭐 그런 걸 거예요. 맙소사, 열 살 땐 그와 함께 알몸으로 수영도 했었다구요] [아무도 당신이 더 이상 열 살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말해 준 적이 없었소?] 그이 목소리에 있는 뭔가에 비제이는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잠시동안 그들은 선 채로 있었다. 머리 위에서 별이 빛나고, 달은 창백한 수호자처럼 빛났다. 어디선가 밤새가 짝을 찾아 구슬프게 울었다. 울음소리가 침묵 속으로 녹아들자 비제이는 그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발꿈치를 들고 그에게 입술을 내밀었다. 항복의 한숨의 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끌어당기자 그녀의 가슴이 그의 가슴에 부딪혔다. 이 순간, 그녀는 그의 것이었다. 그녀의 심장은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현재의 따스함 과 경험만을 바랐다. 현재가 영원하기를. 그의 입술이 목덜미를 쓸자 그녀는 기쁨에 신음했고, 그녀의 손가락은 그의 검은머리를 감았다. 그의 입이 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았고, 그녀는 그의 키스에 입을 벌렸다. 서로 얽힌 채 그들은 밤의 소리를 망각했다. 바람의 속삭임, 올빼미의 부드러운 울음소리, 그리고 귀뚜라미의 찌르륵거리는 소리. 하지만 갑작스럽게 여관 문이 열리고 그들은 밝은 빛 속에 드러났다. [오 테일러,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다라는 하늘하늘 검정 네글리제 차림으로 현관에서 나오자 비제이는 창피한 기분으로 물러났다. 그녀의 하얀 피부는 레이스에 대비되어 빛났다. 그녀의 부드럽고 검은 머리는 등까지 흘러내려 있었다. [무엇 때문에?] 테일러가 물었다. 다라는 입술을 비죽 내밀고 레이스 끈이 걸쳐진 어깨를 으쓱했다. [달링, 험악하게 굴지 말아요] 다른 여자가 기다리고 있는 동안 그녀를 노골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에 망연자실해서 비제이는 몸을 굽히고 신발을 주웠다. [어디 가려는 거요?] 테일러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도망치려는 것을 막았다. [내 방으로요] 비제이는 마지막 남을 침착함을 발휘해서 대답했다. [당신에게 선약이 있는 모양이니까요] [잠시 기다리시오] [제발, 날 보내 줘요 난 남자와의 하룻밤치 레슬링은 다 했어요]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피부를 조였다. [당신 목을 졸라 버리고 싶소] 테일러는 작은 접촉도 참을 수 없는 것처럼 그녀의 손목을 놓았다. 맨발로 돌아서서 비제이는 달콤하게 미소짓고 있는 다라를 지나쳐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Chapten 9 비제이는 파일을 자신의 방으로 옮겼다. 방에서라면 방해되는 테일러의 존재 없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서류에 몰두하며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창문을 두드리는 회색 빛의 보슬비가 그녀의 기분에 딱 어울렸다. 여전히 눈은 흐릿한 커튼에 둔 채로 그녀의 생각은 창문 유리를 따라 흐르는 깨끗한 물줄기를 따라 떠돌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머리를 흔들고서 그녀는 리넨 공급량을 집중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비스듬한 책상에서 몸을 돌렸다. 심장이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테일러가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았다. [숨어 있는 거요?] 지난밤 그녀가 도망친 이후로 그의 기분이 전혀 풀리지 않았다는 것은 그의 입 모야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뇨]그녀는 본능적으로 턱을 들어올렸다. [당신이 사무실을 쓰는 동안 내 방에서 일하는 게 더 편하겠다고 생각한 것뿐이에요] [알겠소]그는 책상으로 다가와서 위협적으로 몸을 세웠다. 그에 비하면 그녀는 작고 왜소한 느낌이었다. [다라 말이 당신이 어제 라운지에서 토론을 벌였다고?]


비제이의 입이 벌어졌다. 다라가 그렇게 쉽게 자신 행동을 털어놓았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경고하겠소, 비제이. 다라가 이 여관의 손님인 동안은 다른 손님들에게 하는 것처럼 예의 바르게 대해야 할거요] 비제이는 깜짝 놀랐다 [미안해요, 테일러. 내가 좀 잘못 알아들은 것 같은데, 무슨 뜻인지 설명 좀 해 주겠어요?] [다라 말이 당신이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무례했다더군. 그녀와 내 관계에 대해서 뭐라고 했고, 음료도 주지 않고, 대단히 불쾌하게 굴면서 직원들에게도 협조하지 말라고 했다던데] [다라가 그랬다고요?] 비제이의 눈이 분노로 어두워졌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펜을 내려놓고 테일러가 가까이 있는 것도 아랑곳 않고 일어섰다. [두 사람이 같은 일에 대해서 그렇게 다른 식으로 볼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어째든] 그녀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서 단호하게 버티고 섰다. [당신에게 전해줄 말이 있어요] [당신이 달리 설명할 수 있다면] 테일러는 차분하게 말했다. [한 번 들어보겠소] [오!] 스스로를 억누르지 못하고 그녀는 주먹으로 그의 가슴에 가벼운 펀치를 먹였다. 그의 눈이 즐거움으로 빛났다. [대단히 관대하시네요. 유죄 판결을 내려놓고는 공정하게 항변할 기회를 주다니] 그녀는 다라와 만난 것에 대해 요약해서 말을 할까 말까 생각하며 방을 왔다갔다했다. 결국 테일러에게 자신을 깨끗하게 밝히고 싶은 욕구보다 자존심이 승리했다. [아뇨, 감사합니다. 판사님. 전 묵비권을 행사하겠어요] [비제이] 테일러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얼굴을 마주보았다. [당신은 또 날 화나게 하려는 거요?] [당신은 또 날 비난하는 건가요?] 그녀가 맞받았다. [내가 그랬다고 말하지 않았소] 그의 말투가 분노에서 생가가하는 듯한 투로 바뀌었다. [그건 당신 의견이었어요. 나 자신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에요. 난 내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설명하고, 당신 기분에 일일이 맞추는 것에 질렸어요. 난 당신이 1 분 후에 나한테 키스를 할지 아니면 머저리 딱지를 붙여서 구석에 앉혀 둘 건지 알 수가 없어요. 미숙하고, 순진하고 멍청한 기분이 드는 데에도 질렸고요. 전에는 한 번도 그런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없고, 그게 굉장히 싫어요] 그녀가 분노에 차서 말하는 동안 테일러는 그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며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그리고 난 당신의 그 소중한 다라에게도 질렸어요. 그녀가 여관을 일일이 헐뜯는 것에도 질렸고, 날 무슨 개집에서 지푸라기나 씹고 있는 촌뜨기처럼 쳐다보는 것에도 질렸어요. 게다가 당신한테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달려가는 것에도 열 받았고, 그 여자가 반쯤 벗고 당신 침대를 데우고 있을 동안 당신이 거만하게 부푼 자아를 만족시키기 위해 날 이용한 것도 짜증난다구요. 그리고... 오, 제장!] 전화벨이 울리는 바람에 그녀의 장광성이 중단되었다. 수화기를 집어 들고 비제이는 대답했다. [뭐야? 아니, 잘못된 건 없어. 무슨 일이야, 에디?] 잠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그녀는 긴장해서 굳어진 목 뒷부분을 손으로 주물렀다. [그래, 여기 있어] 그녀는 테일러를 돌아보고 전화기를 내밀었다.


[당신한테 온 거예요, 미스터 폴 베일리래요] 그는 눈으로는 여전히 그녀를 응시하면서 조용히 수화기를 받아 들었다. 그녀가 방을 나가려 하자 그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여기 있어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자 그는 손을 놓아주었다. 비제이는 방 반대편으로 가서 계속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테일러의 대화는 단음절의 대답으르만 이루어졌으나 비제이는 듣지 않았다. 분노를 채 발하지 못한 것에 좌절해서 이제는 힘도 다 빠진 것 같았다. 늘 그렇지, 그녀는 단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난 이미 다라가 말했던 것처럼 개집이나 돌봐야 할 정도로 많이 떠들었어. 젠장! 그녀는 차가운 유리에 이마를 댔다. 난 왜 불가능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버린 거지? [비제이]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고개를 돌리고 수화기를 내려놓는 테일러를 쳐다보았다. [짐을 싸시오] 그는 간단하게 말한 뒤 문으로 향했다. 눈을 감고서 그녀는 떠나는 게 낫다고, 직원으로서도 그와 연관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는 창문으로 몸을 돌렸다. [3 일치면 될 거요] 그는 문손잡이를 잡으며 뒤늦게 생각나서 덧붙였다. [뭐라고요?]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녀는 안도와 어리둥절함이 반반씩 섞인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우린 사슬 간 떠나 있을 거요. 15 분 안에 준비하시오] 그녀의 우울한 표정에 그의 얼굴이 갑자기 부드러워졌다. [비제이, 난 당신을 해고하지 않을 거요. 나를 좀 믿어 보시오] 그녀가 안도감과 필연적이라는 생각을 털어 내려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방을 가로지르다가 멈춰서 닫힌 문에 몸을 기댔다. [그 전화는 내 리조트 중 한 곳에 있는 매니저한테서 온 거요. 문제가 좀 있어서 내가 직접 가 봐야 하오. 당신도 같이 갑시다] [당신이랑 같이 가자고요?] 그녀는 이해를 도우려는 듯 손가락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도대체 왜요?] [우선은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는 가슴에 팔짱을 끼고서 완벽한 고용주로 변신했다. [그리고 둘째로, 난 내 매니저들이 경험을 쌓기를 바라오. 그러니 말대꾸하지 말아요] 그는 그녀의 달아오른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내 다른 호텔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보는 건 당신한테도 좋은 경험이 될 거요] [하지만 난 그냥 간다고 하고 덜렁 떠날 수는 없어요] 그녀는 반대했다. 머리 속은 새로운 사태를 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누가 여기 일을 맡는단 말이에요?] [에디가 할거요. 그가 좀더 책임을 질 때가 되었소. 당신은 그를 너무 받아 주고 있소. 모든 사람들을 지나치게 많이 받아 주고 있지] [하지만 주말에 예약이 다섯 개나 있고 또....] [10 분 남았소, 비제이] 그는 시계를 힐끗 보며 말했다. [논쟁을 그만 두지 않으면 당신은 지금 입고 있는 옷만 가지고 가게 될 거요]


자신의 모든 항의 무시당하는 것을 보며 그녀는 테일러가 자신의 신경계에 끼치는 영향을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업 때문일 뿐이야, 그녀는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그저 상업상의 여행이라고. 그녀가 함께 간다는 것이 기정사실이라는 듯 그가 이미 방을 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어쩐지 짜증이 나서, 그녀는 소리쳤다. [당신이 그러라고 했다고 해서 그냥 짐을 쌀 수는 없어요] 그는 몸을 돌렸다. 화가 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비제이] [어디로 갈 건지도 말 안했잖아요. 털 장화가 필요한지 비키니가 필요한 지도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그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비키니. 우린 팜비치로 갈거요] 비제이는 아침 나절 동안 놀랄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선, 그녀가 빗속을 뚫고 그의 차로 가는 동안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수많은 지시들이 테일러의 명령으로 무시되었다는 것이다. 공항으로 가는 동안 그녀는 자신이 없을 동안 벌어질지도 모를 수많은 재앙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녀는 그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테일러가 쏘아보자마자 다시 침묵을 지키고 말았다. 공항에 가서야 그녀는 일반 비행기를 타는 게 아니라 이미 이륙 준비가 끝난 그의 전용기를 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테일러가 짐을 싣는 동안 비제이는 멍하니 서서 작고 훌륭한 비행기를 쳐다보았다. [비제이, 빗속에 서 있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시오] [테일러] 옷을 적시는 비는 상관도 않고서 비제이는 그에게 몸을 돌렸다. [당신이 알아둬야 할 게 있어요. 난 비행을 잘 못해요] [괜찮소] 그는 서류가방을 팔 아래 끼고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비행기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테일러, 난 심각해요] 그가 그녀를 비행기 안으로 끌고 가자 그녀가 반항했다. [멀미를 하는 거요? 나한테 약이 있소] [아니요] 그녀는 침을 삼키고 어깨를 폈다. [마비 증세가 있어요. 스튜어디스는 날 짐칸에 따로 있게 해요. 그래야 다른 손님들을 놀라게 만들지 않거든요] 그는 그녀의 머리칼을 기운차게 문질러 빗방울을 떨어냈다. [드디어 당신의 약점을 알았군. 뭐가 무서운 거요?] [충돌 사고요] [그건 전부 당신의 상상 속에 있는 거요] 그는 가볍게 말하며 그녀의 재킷을 벗겨 주었다. [그런 걸 표현하는 말이 있지] [죽음이요] 그녀의 말에 그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즐거움에 발끈해서 그녀는 몸을 돌리고 호화롭게 장식한 기내를 관찰했다. [여긴 비행기라기보다는 아파트 같네요] 그녀는 부드러운 밤색 의자를 손으로 만졌다. [다들 공포증이라고들 하죠] [바로 그거요] 그의 목소리는 웃음기로 아직도 떨렸다. 비제이는 그를 힐끗 노려보았으나 그의 미소가 매력적이라는 사실만 깨달았을 뿐이었다. [내가 당신 카펫 위에 누워서 신음하면 그렇게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될 걸요]


[아마도 그렇겠지]그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방어적으로 몸을 굳혔다. 잠시 그녀를 안고서 그는 경계하는 듯한 회색 눈을 응시했다. [비제이, 우리의 불화에 모라토리엄(일시정지)을 선언하는 게 어떻겠소? 최소한 여행하는 동안만이라도, 음?] [난...]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며 설득조였다. 그녀는 시선을 낮추어 그의 셔츠 단추를 응시했다. [휴전?] 그의 엄지와 검지로 그녀의 턱을 잡고 얼굴을 들어올리며 제의했다. [나중에 다시 협상하고] 그가 미소를 지었다. 매력적이면서도 상대를 안심시키는 미소였다. 그녀는 저항해 봐야 소용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좋아요, 테일러] 그녀는 피어오르는 미소를 참지 못했다. 그의 손가락이 미소를 따라 움직였으나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앉아서 안전벨트를 매요] 그는 그녀의 미간에 살짝 호의 어린 키스를 했고, 그녀는 무력해졌다. 비제이는 그의 가벼운 이야기가 이륙할 때의 긴장감을 풀어 주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놀랍게도, 그녀는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가도 전혀 공포를 느끼지 못했다. [정말로 넓고 따뜻하네요] 비제이는 비행기 계단을 내려오며 주위를 둘러보고 외쳤다. 테일러는 검은색 포르쉐 쪽으로 가면서 낄낄거렸다. 그는 기다리고 있던 수행원들에게 몇 마디를 하고서 열쇠를 받아 차문을 연 다음 비제이에게 타라는 듯 손짓을 했다. [당신 호텔은 어디 있어요?] [팜 비치에. 여기는 웨스트 팜 비치요. 우리 워스 호수를 건너 섬으로 들어가야 하오] [오!] 길가의 야자수들에 매혹되어 그녀는 침묵에 빠져 들었다. 하얀 모래땅과 화려한 꽃들은 그녀의 고향 뉴잉글랜드의 풍경과는 전혀 달라서,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었다. 팜 비치는 본토와 갈라놓은 워스 호수의 물은 정오의 태양 아래에서 파랗고 하얗게 빛났다. 물가에는 리조트 호텔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비제이는 대서양을 배경으로 서있는 날씬한 12 층 짜리 하얀 건물 꼭대기 T.R.이라는 정교한 이니셜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수백 개의 창문들이 반짝였다. 테일러가 반원형 머캐덤(바닥재) 도로로 들어가서 차를 세우는 동안 그녀는 뜨거운 태양 빛에 눈을 가늘게 떴다. 입구의 아치형 통로 양옆으로 야자수들과 아열대 식물들이 서 있었다. 나무들의 빛깔은 계획적으로 짜여진 것 같았고, 꼼꼼하게 관리된 것 같았다. 거기다 완벽하게 평평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파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이리와요[ 테일러는 열려 있는 문으로 향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는 그녀가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도와주었다. 비제이에게 로비는 열대 낙원처럼 보였다. 바닥은 판석으로 되어 있고, 벽에는 반원형 창문이 있었다. 중앙 분수는 돌로 된 자연 정원 같은 모양에 풍성한 식물들과 양치류로 꾸며져 있었다. 천장은 하늘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꼭 열려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냈다.


레이크사이드 인의 친숙한 분위기와는 너무도 달라, 그녀는 생각했다. [어, 미스터 레이놀즈] 강철같은 회색 머리칼에 마르고 구릿빛 얼굴을 한, 옷을 잘 차려 입은 늘씬한 남자가 나타나자 그녀의 생각이 중단되었다. [다시 뵙게 되어 기쁩니다.] [폴] 테일러는 악수를 나누며 반가운 미소를 되돌렸다. [비제이, 이쪽은 매니저인 폴 베일리요. 폴, 이쪽은 비제이 클라크요] [만나서 기쁘군요, 미스 클라크] 그녀의 손이 부드럽고 따스한 손에 감싸였다. 폴이 그녀의 생기 있고 날씬한 아름다움을 인정하듯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짐을 좀 올려 보내 주시오, 난 미스 클라크와 함께 올라갈 테니. 좀 쉬고 나서 당신한테 가겠소] [알겠습니다. 금방 처리해 드리죠] 그는 다시 한 번 싱긋 웃고서 그들을 안내 데스크로 데려 간 다음 열쇠를 건넸다. [짐은 곧 올려 보내겠습니다, 미스터 레이놀즈. 더 필요하신 게 있나요?] [지금은 없소. 비제이?] [네?] 비제이는 여전히 화려한 로비에 푹 빠져 있었다. [뭐 필요한 거 있소?] 테일러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뺨에 붙은 머리칼을 쓸었다. [오...아뇨, 없어요. 고마워요] 고개를 끄덕인 다음 테일러는 그녀의 손을 잡고 세 개의 엘리베이터 중 하나로 이끌었다. 그들은 8 각형 유리 상자를 타고서 푸른 식물들 위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테일러는 두툼한 카펫을 따라 걸어가 방문을 열었다. 비제이는 안으로 들어가서 아이보리색 카펫을 지나 아찔한 높이의 바깥을 보았다. 담청색 바다 쪽으로 돌출한 하얀 모래밭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 하얀 파도거품이 일었고, 갈매기들이 빙빙 돌며 가끔씩 다이빙을 하고 있었다. [굉장해요. 발코니에서 곧장 다이빙을 하고 싶을 정도예요] 몸을 돌린 그녀는 테일러가 방 한 가운데 서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의 눈에 떠오른 표정을 해석할 수가 없었다. [아름다워요] 그녀는 긴 침묵을 깨기 위해 다시 한 번 말했다. 흑단 빛 바의 부드러운 표면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그녀는 다라가 이 방을 장식한 건지 궁금했다. 만약 그렇다면 다라는 훌륭하게 일을 처리한 거라고 그녀는 마지못해 인정했다. [한 잔 하겠소?] 테일러는 바 뒤의 거울로 된 타일 안에 교묘하게 숨어 있는 버튼을 눌렀다. 벽이 열리며 완벽하게 갖추어진 바가 나타났다. [대단히 영리하네요] 비제이가 미소를 지었다. [소다수 정도면 돼요] 그녀는 바에 팔꿈치를 짚으며 말했다. [더 강한 것 말고?] 그가 얼음조각 위로 소다수를 부으며 물었다. [들어와요] 조용한 노크 소리에 그가 대답했다. [짐 가져왔습니다, 미스터 레이놀즈] 빨강과 검정 유니폼의 벨보이가 짐을 들고 있었다. 비제이는 그의 호기심 어린 시선에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고맙네, 거기 두개] 그는 테일러에게서 팁을 받아 들고 조용히 문을 닫고 사라졌다.


비제이는 짐을 쳐다보았다. 테일러의 우아한 회색 가방이 그녀의 실용적인 갈색 가방 옆에 놓여 있었다. [왜 전부 다 이리로 가져오라고 했어요?] 잔을 내려놓으며 그녀가 시선을 들었다. [내 짐은 내 방에 갖다 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했는데] 테일러는 또 하나의 병을 들어 자신의 잔에 스카치를 따랐다. [여기는 당신의 스위트룸인 줄 알았는데요] 비제이는 사치스러운 방을 다시 한 번 둘러보며 말했다. [그렇소] [하지만 당신이 방금 말하길] 그녀는 말을 더듬었다. 갑자기 얼굴이 달아올랐다.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죠. 내가...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요?] 테일러는 즐거워하며 물었다. [당신은 내가 당신의 다른 호텔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봐야 한다고 그랬지, 절대로 그런 말은...] [당신은 정말이지 말을 좀 끝내는 법을 익혀야 할 것 같소, 비제이] [난 당신과 자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눈은 여름철 태풍의 중심 구름처럼 보였다.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는 것 같은데] 그는 느릿하게 말하며 스카치를 한 모금 마셨다. [이 방에는 괜찮은 침실이 두 개가 있소. 당신 침실은 편안할 거요] 당황한 그녀의 뺨이 뜨거워졌다. [난 당신이랑 여기 머물 수 없어요. 다들 내가...그러니까 우리가...] [당신이 그렇게 조리 있는 줄 몰랐소] 그의 놀림에 그녀의 분노가 더욱 커졌다. 그녀의 눈이 위험하게 가늘어졌다. [어떤 경우든] 그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당신의 평판은 구설수에 오르게 될 거요. 당신이 나와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자연히 우리는 애인이라고 생각되게 되어 있소. 우리는 다르게 알고 있지만] 그녀의 입이 열리는 것을 보고 그가 말을 계속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요. 물론, 당신이 소문을 사실로 만들고 싶다면 얼마든지 날 설득할 수도 있소] [당신은 정말 참을 수 없이 오만하고, 잘난 척하고] [그렇게 말하는 건 설득과는 거리가 먼 것 같군] 테일러는 그녀의 머리를 짜증나게 톡톡 건드리며 타일렀다. [추측컨대, 그러니까 당신은 당신 침대를 따라 갖고 싶다?] [지금이 시즌 중이 아니라면] 비제이는 간신히 분노를 억제하며 말했다. [남은 방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미소를 지으며 그는 그녀의 팔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유혹에 저항할 수 없을까 봐 두려운 거요, 비제이?] [물론 아니에요] 그녀는 그의 손길에 감각이 짜릿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렇게 대답했다. [그럼 여기 있어요] 그는 음료를 마저 비우고 말했다. [내가 욕정에 사로잡힐까 봐 걱정된다면, 당신 침실 문에 완벽하게 튼튼한 자물쇠가 있소.난 내려가서 베일라를 만나 보겠소. 옷을 갈아입고 해변에 좀 나가 보지 그러오? 당신 방은 홀을 지나 왼편 두 번째 문이오] 그는 길을 알려주고서 방을 나갔다.


그녀에게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서. 가방을 갖고 가서 짐을 풀기 전에, 비제이는 그녀가 했어야만 했던 수두룩한 비난의 말들을 떠올렸다. 그러나 곧 그녀는 균형을 되찾았다. 어쨌든 이렇게 사치스럽게 지내는 건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니니, 그녀는 이 순간을 즐길 것이다. 게다가 스위트룸은 두 사람이 쓰기에 충분히 넓었다. 황갈색 반바지와 연한 초록색 홀터를 입고서 비제이는 짐은 나중에 풀고, 우선 해변으로 나가 보기로 했다. 테일러는 자연의 선물을 이용해서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사치스러운 놀이터를 만들어 놓았다. 비제이는 바닷물을 거른 깨끗한 물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커다란 모자이크 타일로 된 풀장을 보았다. 해변으로 향하는 길에는 야자수와 관목들이 입구에 서 있는 널따란 테니스장이 있었다. 그녀는 테일러가 자신의 손님들이 더 이상 아무것도 원하지 않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만큼 충분히 호텔의 인테리어를 쳐다보았다. 해변 쪽에서 그녀는 손으로 눈 위에 그늘을 만들고 다시 한 번 완벽하게 드러나 있는 리조트의 모습을 응시했다. 대단히 우아하고 매력적이라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인정했다. 그녀의 여관과 그 소유주처럼 서로 달랐다. 국수랑 캐비어처럼. 그녀는 우울하게 생각하며 여관과 리조트, 그리고 테일러와 그녀 자신을 비교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한 접시 위에 올라갈 만한 것이 아니었다. [안녕] 비제이는 깜짝 놀라서 몸을 돌리다가 환한 햇살에 눈을 깜박이며 구릿빛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조심스럽게 미소를 되돌리며 비제이는 환한 햇살로 둘러싸인 매력적인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햇살에 머리칼 색이 조금 바래 있었다. [바다에 한 번 들어가 보실 생각 없습니까?] [오늘은 싫어요] [거 참 특이하군요] 그는 옆으로 한 걸음 다가왔고, 그녀는 모래사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첫날에는 선탠이나 수영을 하면서 보내는데요] [어떻게 오늘이 내가 온 첫날이라는 걸 알았죠?] [왜냐하면 전에는 당신을 여기서 본 적이 없거든요. 있었다면 알았을 텐데] 그는 대단히 남성적인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새카맣게 탄 대신 여전히 크림처럼 새하얗잖아요] [일 년 중 이 시기엔 어려운 일이죠] 비제이는 짧게 말하며 그가 셔츠를 벗자 드러나는 짙게 선탠이 된 피부에 감탄했다. [당신은 여기 꽤 한참 있었나 보네요] [2 년이요] 그는 대답하며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테니스 코치인 채드 하디라고 합니다.] [비제이 클라크예요] 그녀는 호텔의 해변가로 향하는 타일로 된 길 위에서 멈췄다. [하지만 사적으로 레슨을 받고 싶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아뇨, 됐어요] 그녀는 거절하고 문으로 향했다. [저녁식사는 어때요?] 채드는 그녀의 손을 잡고 돌려세웠다. [별로 생각 없는데요] [한 잔 하는 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그녀를

그녀는 그의 끈질긴 자세에 미소를 지었다. [아뇨, 미안해요. 너무 빠른 것 같네요] [기다리지요]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는 고개를 젓고 손을 뺐다. [아뇨, 하지만 제의는 고마워요. 잘 가요, 미스터 하디] [채드라고 해요] 그는 아치형 문을 지나 호텔의 냉기속에서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내일은 어때요? 아침식사, 점심,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주말은?] 비제이는 웃었다. 그런 솔직한 매력에는 저항할 수가 없었다. [당신이라면 친구를 찾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데요] [내가 원하는 사람을 꼬시는 건 상당히 어려운데요]그가 대답했다. [동정심이 있다면 날 좀 불쌍히 여겨 줘요] 우울한 미소를 지으며 비제이는 항복했다. [좋아요, 오렌지 주스 정도라면요] 곧 비제이는 풀장 근처의 파라솔 아래에 앉았다. [그렇게 이르지는 않아요] 그녀가 오렌지 주스를 고수하자 채드가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래를 씻어 내고 저녁식사 할 옷으로 갈아입으러 갔는걸요] [이걸로도 충분해요] 그녀는 차가운 잔을 들고 홀짝였다. 그리고 가느다란 손으로 푸른 야자수와 보라색 꽃들을 가리켰다. [여기서 일하는 건 정말 좋죠?] [나한테는 딱이에요] 채드는 자신의 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동의했다. [난 일도 좋아하고, 태양도 좋아하죠] 그는 잔을 들어올리고 건배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득도 많고]그의 미소가 깊어졌다. 그녀가 손을 치우기도 전에 그가 손가락을 쥐었다. [얼마나 오래 있을 거죠?] [며칠 정도요] 괜히 빼려고 하면 바보처럼 보일까 봐서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사실 휴가라기보다는 얼떨결에 온 여행이에요] [그럼 얼떨결에 온 여행에 축배를 보내죠] 채드가 말했다. 친근하고 품위 있는 매력에 끌려 비제이는 결국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에요?] [그냥 워밍업이죠] 미소를 되돌리며 그가 그녀의 손을 좀더 꼭 쥐었다. [내가 에이스 낼 때까지 기다려요] [비제이] 그녀는 고개를 돌려 인상을 찌푸리고 서 있는 테일러를 쳐다보았다. [안녕, 테일러. 미스터 베일리와의 일은 끝났어요?] [대충] 그의 시선이 채드에게로 옮겨갔다가 맞잡은 그들의 손으로 향한 다음 다시 그녀의 얼굴을 돌아왔다. [당신을 찾고 있었소] [오?] 그녀는 이유 없이 죄책감을 느끼고서 긴장감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미안해요, 이쪽은 채드 하디예요]


[알고 있소. 잘 있었나, 하디] [미스터 레이놀즈] 채드는 예의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호텔에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하루 이틀 정도 있을 거네] 그는 비제이에게 차갑게 비난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며 말을 이었다. [올라와서 저녁식사를 할 만한 옷으로 갈아입는 게 좋겠소. 그 옷차림은 식당에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니까]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는 몸을 돌려 가 버렸다. [이런, 이런] 채드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고는 의자에 기대어 새로운 흥미를 갖고 비제이를 응시했다. [당신이 보스의 애인이라고 말을 했어야죠. 난 이곳의 일자리를 좋아 하거든요]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 다물어지기를 두 번이나 반복했다. [난 테일러의 애인이 아니에요] 비제이는 세 번째만에 간신히 말했다. 채드의 입술이 미소로 슬쩍 비틀어졌다. [그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는 게 좋겠네요. 불쌍하기도 하지] 그는 과장되게 유감스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난 아주 흥미로운 환상을 갖고 있었는데, 사실은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던 거군요] 일어나서 그는 그녀의 턱을 들어올리고 조금은 탐내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복잡한 관계없이 혼자 오게 된다면, 날 찾으라구요]

Chapten 10 스위트룸의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자 비제이는 조금 만족함을 느꼈다. 그녀는 테일러의 침실로 돌진해서 문을 열어 젖혔다. [날 찾고 있었소?] 그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잠시 동안 그녀는 날씬한 엉덩이에 초록색 타월 하나만을 아슬아슬하게 두르고 욕실 문에 기대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숨만 들이켰다. 그의 머리칼은 마른 얼굴에 덩굴처럼 흘러내려 있었다. [그래요, 난] 그녀는 더듬거리며 침을 삼켰다. [그래요] 그녀는 채드의 말을 떠올리고 좀더 단호하게 말했다. [밖에서의 일은 내가 부탁하지 않은 연기였어요. 당신은 일부러 채드에게 그런 인상을 줬다구요. 마치 내가 당신의...]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어두워진 눈을 하고서 적당한 단어를 찾느라 망설였다. [정부?] 테일러가 친절하게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분노로 커졌다. [그는 최소한 애인이라고 말하더군요] 탄탄한 팔과 그의 가슴을 뒤덮은 털은 잊은 채, 그녀는 앞으로 다가와 가슴이 맞닿을 정도로 섰다. [당신은 일부러 그랬어요. 난 그걸 참을 수가 없어요] [그렇소?] 그렇게 화가 나 있지 않았더라면 비제이는 그의 목소리에서 위험한 어조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디가 무척이나 빨리 당신을 자기 페이스로 몰아붙이는 것 같던데. 당신은 엄청나게


쉬운 먹이감이오. 난 당신을 돌보는 게 내 의무라고 생각했소] [지켜 줄 만한 다른 사람이나 찾아 봐요] 그녀가 반박했다. [난 그걸 참을 수 없으니까] [그럼 거기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이오?]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가 오만하게 묻자 비제이의 이성이 날아가 버렸다. [하디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당신이 내 여자라고 인식시켜 두면 당신이 바보짓을 할 수 없을 테지. 그게 내가 하려던 일이었소. 사실] 그가 말을 이었다. [당신은 감사해야 하오] [감사?] 그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신 여자? 이 오만무례하고 뻔뻔스런 자식] 그녀의 주먹이 그의 몸통으로 날아갔으나 놀랄 정도로 재빠르게 그에게 붙들려 팔이 등뒤로 비틀렸다. 그녀의 몸은 그의 단단한 맨살에 부딪혔다. [다시는 그러지 마시오] 그의 경고는 부드러웠다. [당신은 그 결과를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그의 자유로운 한 손이 그녀의 엉덩이로 내려가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그녀가 물러나려고 몸을 뒤틀었다. [그러지 마시오] 그가 그녀를 안은 채 가만히 있도록 붙잡고 명령했다. [스스로만 다치게 할 뿐이오. 우리의 정전 협정이 깨진 것 같군] 그녀는 그의 눈에 남아 있는 분노를 볼 수 있었으나 그의 말투는 가벼웠다. [당신이 시작했어요] 그녀의 선언은 반쯤은 도전적이었고, 반쯤은 방어적이었다. [내가?] 그는 중얼거리며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그녀는 곧 친숙한 욕구에 휩싸인 채, 반항하지 않고서 기꺼이 감각만이 지배하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의 손이 그녀의 팔을 놓고 맨살이 드러난 등으로 향했다. 그녀는 그의 목을 감고서 솟구치는 열기와 벨벳 같은 어둠속으로 향했다. 갑자기 그가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녀는 벽에 부딪혀 너무 빨리 찾은 자유에 평정을 잃었다. [가서 옷을 갈아입도록 하시오] 그는 돌아서서 문손잡이를 잡았다. 비제이는 손을 내밀어 그의 팔을 만지려 했다. [테일러] [가서 옷이나 입으라니까] 그가 소리쳤다 그의 갑작스러운 분노에 비제이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비틀거리며 나갔다. 그와 동시에 그는 등뒤로 문을 쾅 닫았다. 비제이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려고 노력하며 방으로 돌아왔다. 그건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이었나? 아니면 분노 때문에? 그녀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른 새벽하늘은 느릿하게 검은색에서 흐린 파란색으로 밝아졌다. 해는 아직 수평선 아래에 있는데도 별들이 흐려지고, 곧 사라져 버렸다. 비제이는 잠잘 수 없는 밤이 끝난것에 감사하며 일어났다. 그녀는 불편하게 테일러와 예의바른 저녁식사를 했다. 식당의 우아함은 그녀의 흔들리는 감각을 더해 줄 뿐이었고 낯선 두 사람이 앉아 그저 식사하는 흉내만 내는 것 같았다. 테일러의 익숙지 않은 정중함은 그의 갑작스럽게 폭발하는 분노보다 더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대답 역시 딱딱하고 차가웠다. 저녁식사가 끝난 후, 그녀는 피곤하단 핑계를 대고는 저녁 식사 내내 방에 혼자 틀어박힌 채 비참하게 깨어 있었다.


테일러의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은 것은 밤늦게였다. 거실을 지나가던 그의 발걸음 소리가 그녀 방 앞에 와서 잠시 멈췄다. 그녀는 그가 방문을 통해 그녀가 깨어 있는지 듣고 있을까 봐 숨을 멈췄다. 잠시 후, 그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가까스로 숨을 내쉬었다. 다음날 아침에도 기분은 좋아지지 않았다. 전날의 사건들이 그녀의 기분을 여전히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가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결국 테일러를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아질 것도 없었다. 그녀는 비키니를 입고 테리직 가운을 들고서 발꿈치를 든 채로 방을 나갔다. 거실의 넓은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녀를 끌었다. 기쁨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는 해뜨는 광경을 보려고 창가로 다가갔다. 해는 바다 끄트머리에 살짝 보였고, 하늘에는 금갈색 줄이 가 있었다. 분홍색과 자주색이 새벽 하늘을 물들었다. [멋진 광경이지?] 비제이는 숨을 들이키며 돌아서다가 테일러에게 부딪힐 뻔했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카펫에 묻혀 안 들렸던 모양이었다. [네] 그녀는 돌아섰다. 그들의 손이 동시에 그녀의 뺨을 간질이는 머리칼을 쓸어 넘기려고 했다. [일출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죠] 그가 가까이 서 있다는 것에 동요되어 그녀는 바보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는 데님으로 된 올이 풀린 낡은 반바지만 입고 있었다. [잠은 잘 잤소?]그의 목소리는 은근히 걱정스러운 투였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직접적인 거짓말을 회피했다. [해변이 사람들로 붐비기 전에 수영이나 할까 했어요] 그가 그녀를 돌려세운 채 그녀의 얼굴을 세밀히 살폈다. [당신 눈에 그늘이 졌군] 그의 손가락이 자주색 자국을 따라 움직였다. 그의 얼굴에 찌푸린 표정이 깊어졌다. [이렇게 피곤해 보이는 당신을 전에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소 당신은 내부에서 활기가 계속해서 샘솟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창백하고 깨질 것 같아 보여. 홈을 향해 슬라이딩하던 땋은 머리의 말괄량이랑은 다르게] 그의 손길은 그녀 내부의 가냘픈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그녀의 방어적으로 물러났다. [난...낯선 곳에서 보내는 첫 날이었으니까요] [그렇소?] 그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당신은 관대한 사람이오, 비제이. 사과를 기대하지도 않는군, 그렇지?] [테일러, 난 말이죠...난 우리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충동적으로 말했다. [친구?] 그는 그 말을 되풀이하더니 갑자기 소년 같은 미소를 지었다. [오, 비제이, 당신은 사랑스러워. 좀 느리긴 하지만] 그녀의 양손을 잡아 입가로 들어올린 다음, 그는 다시 말했다. [좋소, 친구, 수영하러 갑시다] 갈매기들만 제외하면 해변은 하얀 모래만으로 가득 했다. 공기는 이미 열기와 빛으로 달궈지고 있었다. 비제이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그 고요함과 적막함에 즐거워했다. [사람들이 모두 다 사라진 것 같아요]


[당신은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하지 않는 군, 안 그렇소, 비제이?] [네, 좋아하지 않아요] 그녀는 그에게 몸을 돌리고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한 명 한 명 만나는 쪽이 더 좋아요. 사람들 주위에 있으면 그들이 누구지, 뭘 원하는지 알고 싶어요. 난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능숙하거든요. 이쪽 벽돌을 고치고, 저쪽 벽에 못을 박고, 당신이 하는 것처럼 전체 건물을 지을 수는 없겠지만요] [벽돌을 놓고 못을 박는 사람이 없이 건물을 세워 놓을 수는 없지] 그녀는 그의 대답을 놀라고 기뻐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웃으며 그녀의 머리칼을 헝클었다. [바다까지 경주하겠소?] 그에게 생각에 잠긴 시선을 보내며 비제이는 마지못해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나보다 훨씬 크잖아요. 당신이 유리해요] [잊었나 본데, 난 당신이 뛰는 걸 봤소. 그리고] 그의 날카롭게 긴 다리로 향했다. [작은 여자 치고 당신은 놀라울 정도로 긴 다리를 가졌소] [음] 그녀는 낮게 소리를 내며 입술을 오므렸다. [좋아요]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는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물로 뛰어들어 길게 헤엄치며 나아갔다. 그녀는 금방 누군가가 손목을 붙잡는 것을 느꼈다. 낄낄 웃어대며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더욱 꼭 붙들린 채 물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테일러, 당신 날 익사시키겠어요] 그녀는 그에게 다리를 감으며 말했다. [그건 내 의도가 아닌데] 그는 그녀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다시 물에 빠질 거요] 비제이는 그의 품에 느긋하게 안겨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을 물 위에 뜨게 만들었다. 그녀는 잠시 동안 그의 품에 안긴 즐거움을 만끽했다. 물은 차가운 새틴 담요처럼 그들 밑에 깔려 있었다. 그녀는 스며드는 이슬비처럼 천천히 뺨아래 닿아 있는 그의 어깨와 맨살이 드러난 허리를 잡고 있는 그의 팔을 느꼈다. 그녀는 저항할 힘이 없어서 그의 입술이 젖은 머리칼을 따라 귓바퀴를 혀와 이로 지분거리는 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의 입술이 뺨을 타고 그녀의 입술로 향했다. 그녀의 입술은 그가 요구하기도 전에 벌여졌으나 그의 키스는 부드러웠다. 그의 손은 어루만지고 애무했고, 비키니 아래에 간단하게 미끄러져 가슴의 곡선 위를 덮었다. 살결과 살결이 만나자 물이 부드럽게 찰랑거렸다. 부드러운 애무, 바다의 부력, 떠오르는 해의 열기에 비제이는 황홀경에 빠졌다. 머리 속과 온몸이 노곤한 채로 그녀는 영원히 그의 품에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몸이 떨렸다. [당신 추운 모양이군] 테일러가 중얼거리며 그녀를 조금 밀어내고 얼굴을 보았다. [이리 와요] 그는 그녀를 놓아주고 찰랑거리는 바닷물 위에 혼자 내려놓았다. 마법이 깨졌다. [햇살 아래로 가 앉아 있읍시다] 비제이는 바로 옆에서 손쉽게 헤엄치는 테일러를 따라 해안으로 돌아왔다. 해변에서, 그녀는 태양 아래 머리를 펼쳐 놓았다. 테일러가 그녀 옆에서 기지개를


켜자, 그녀는 그의 단단한 얼굴선과 구릿빛으로 빛나는 피부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무릎을 가슴으로 끌어당겨 턱을 올리고 멀리 수평선을 응시했다. 그는 왠지 내게 끌리고 있어. 아마 내가 그의 인생에 있었던 여자들과 다르기 때문이겠지. 난 그 여자들처럼 세련되지도 않았고 경험도 없으니까. 내가 매력적이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난 그를 사랑하는 마음과 원하는 마음을 어떻게 억제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게 오로지 육체적인 거라면 상처받지 않을 텐데. 그저 끌리기만 하는 거라면 그에게 저항할 수 있을 텐데. 그녀는 어젯밤 그의 갑작스러운 분노를 떠올리고 그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하다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그는 참을성 있는 낚시꾼이 조용한 물에 낚싯줄을 던지는 것처럼 그녀를 다루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그녀가 줄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설령 실크로 된 줄이라 해도 결국은 재앙으로 그녀를 이끌 것이다. [당신, 다른 생각에 빠져 있군] 옆에 앉으며 테일러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젖은 머리를 잡아당겨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그녀는 조용히 그의 얼굴을 구석구석 응시하며 마음과 머리 속에 새겼다. 너무나 강인한 힘이 숨어 있는 얼굴이야. 그녀는 애정에 휩싸인 채 생각했다. 너무나 남자답고, 너무나 경험이 많은 얼굴이었다. 그녀는 피할 수 없는 결론을 연기하려고 일어섰다.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에요] 그녀가 선언했다. [당신이 아침을 살 거죠? 결국 내가 경주에 이겼으니까요] [그랬나?] 그녀가 짧은 가운을 비키니 위에 걸치는 동안 그가 일어났다. [그럼요, 그랬잖아요] 그녀는 테일러의 하늘색 풀오버를 주워 그에게 건넸다. [난 논쟁의 여지가 없는 승자라구요] 그녀는 그가 따스한 보트넥 셔츠를 머리 위로 뒤집어 쓴 다음 타월을 줍기 위해 몸을 굽히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럼 당신이 나한테 아침을 사야겠는데] 미소를 지으며 그가 손을 내밀자, 잠시 망설이다 그녀도 손을 잡았다. [콘플레이크 어때요?] [별로 안 당기는데] [좋아요] 그녀는 유감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했다. [준비할 여유도 없이 플로리다로 끌려오는 바람에 현금이 별로 없거든요] [카드 신용도는 좋잖소] 그는 그녀의 손을 놓고 어깨에 친근하게 팔을 둘렀다. 그리고 바닷가를 떠났다. 정오경 비제이는 행복함에 도취되어 있었다. 테일러와의 새롭고 매혹적인 우정은 그녀에게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 만큼이나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녀는 뒤늦게 호텔을 둘러보았다. 은빛과 코발트색의 라운지를 돌아다니고, 두 개의 우아한 물건들로 가득한 부티크와 강철과 흰색으로 된 대단히 넓은 부엌을 살폈다. 오락실에서 그녀는 끝없는 잔돈을 받아 왔다. 테일러는 그녀의 끝없는 열의를 참을성을 갖고 지켜보았다.


그는 기계로 몸을 굽혀 그녀가 오락기 속 차의 운전대를 잡고서 또 다른 끔찍한 사고를 내는 것을 보았다. [당신도 알겠지만] 그녀가 동전을 집어들자 그가 말했다. [이걸 끝내면 당신은 부티크에서 본 그 드레스 가격만큼이나 돈을 썼을 거요. 이런 시끄러운 기계에는 돈을 쓰면서, 왜 내가 그 아름다운 드레스를 사 주겠다는 건 거절한 거요?] [이건 달라요] 그녀는 멍하니 말하며 차를 장애물 옆으로 몰았다. [어떻게?] 그녀가 경솔한 통행인을 간신히 피하며 구석으로 차를 미끄러뜨리자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당신이 나한테 문제를 다 해결했다고 말하지 않았잖아요] 비제이는 중얼거리며 느릿하게 가고 있는 차를 추월하기 위해 운전대를 돌렷다. [문제?] [네, 당신이 여기 와서 처리해야 했던 문제요] [오, 해결했소]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뺨에 붙은 머리칼을 쓸었다. [대단히 잘 해결했지] [오, 젠장!] 차가 전화부스를 들이받고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바닥으로 내려앉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사운드의 쇼를 보며 비제이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리 와요] 테일러는 자신을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가 파선하기 전에 가서 점심이나 먹읍시다.] 풀장 위쪽의 베란다에서 그들은 로레인 끼쉬와 샤블리를 즐겼다. 몇몇 사람들이 파란 물을 가로며 수영을 하고 있었다. 남은 음식을 옆으로 밀어 놓은 채 비제이는 수영하는 사람들과 선탠을 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의 해변의 곡선을 지나쳐 테일러에게로 되돌아왔다. 그는 입가와 눈에 은밀한 미소를 띠고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당황해서 눈을 깜박였다. [뭐가 잘못됐어요?] 뺨에 뭐가 묻었나? 닦고 싶은 것을 참으며 그녀는 잔을 들어올려 차가운 와인을 홀짝였다. [아니오, 그냥 당신을 바라보는 걸 즐기고 있었소. 당신의 눈은 즉시 색깔이 바뀌지. 석탄 같은 회색이었다가 다음 순간에는 호수처럼 깨끗해. 당신은 비밀을 지키지 못할거요. 눈이 너무 많은 걸 말하거든] 그녀의 얼굴이 달아오르자 그의 미소가 깊어졌다. 그녀의 눈이 금빛을 띤 잔으로 움직였다. [당신은 대단히 아름다운 여자요, 비제이]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눈이 놀라서 커다래져 있었다. 그는 낄낄거리며 그녀의 손을 입술로 들어올렸다. [당신한테 그 말을 자주 하면 안 되겠군. 그게 진짜라는 걸 알면 그 순수해 보이는 분위기의 매력을 잃게 될 거요] 그는 여전히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일어나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당신을 헬스클럽으로 데려가야겠소. 여기가 어떻게 돌아가는 직접 경험해 보시오] [좋아요, 하지만] [당신한테 모든 걸 완벽하게 다 해주라고 지시해 두고 가겠소] 그가 말을 잘랐다. [7 시에 저녁식사 하러 갈 때는 당신 눈가에서 그늘을 보고 싶지 않아]


테일러의 명령을 받은 완벽한 외모의 갈색 머리 여자에게 넘겨져서 비제이는 거품 욕조에서 씻고, 사우나를 하고 안마와 마사지를 받았다. 처음에 그녀의 본능적인 반응은 옷을 도로 찾아 입고 조용히 도망치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포기했지만. 그러나 곧 그녀는 깨닫지 못했던 긴장감이 몸에서 빠져나는 것을 느꼈다. 높은 탁자에 엎드려서 그녀는 안마사의 마술 같은 손길에 한숨을 내쉬며 반쯤 잠든 채 몽롱하게 있었다. 희미하게 같은 종류의 즐거운 일을 즐기고 있는 두 여자가 나누는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난 2 년 전에 여기 머문 적이 있는데요, 정말로 엄청나게 잘 생긴...훌륭한 먹이감... 그 사랑스러운 재산은 말 할 것도 없고..., 레이놀즈 왕국이죠] 테일러의 이름에 비제이는 눈을 떴다. 우연하게 엿듣던 것은 이제 고의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아직 영리한 여자가 그를 낚아채지 않았다는 게 신기해요] 적갈색 머리의 여자가 귀 뒤의 밝은 색 머리칼을 잡아당기며 턱 아래로 팔을 괴었다. [시도야 많았겠죠] 그녀의 암갈색 머리 동료가 하품을 참으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 사람이 여자들이 쫓아다니는 걸 싫어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 남자들은 여자들의 추종으로 먹고살겠죠] [난 이미 추종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 사람이랑 같이 있는 여자 봤어요? 어젯밤에 힐끗봤는데 오늘 풀장에서 또 봤어요] [음, 난 그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 봤는데, 그 남자를 보기에 바빠서 말이죠. 금발이었죠?] [으흠, 그 밝은 금색은 아마 천연이 아닌 것 같아요] 비제이는 순간적인 분노는 곧장 즐거움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만약 테일러 일시적인 애인이라면, 그러니까 허구의 정부라면 말이지, 저런 의견들을 다 들어 두어야 하는 거라고, 그녀는 결정했다. [이번 여자는 코를 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대체 누구일까요?] [그게 바로 나도 알고 싶은 거예요] 암갈색 머리가 인상을 찌푸리고 턱을 괴고 있는 친구의 자세를 따라왔다. [그녀의 이름이 비제이 클라크라는 걸 알아내는데 무려 20 달러가 들었다니까요. 그것 외에는 폴 베일리조차도 아는 게 없더라구요. 그녀는 마치 허공에서 나타난 사람 같아요. 전에 여기에 온 적이 없을 거예요. 그를 사로잡았는지 어떤지는] 우아하게 선탠이 된 어깨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나도 장담을 못하겠어요. 그의 눈은 오로지 그녀만 바라봐요.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부러워 죽을 지경이 될 걸요] 비제이는 회의적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 [난 말이죠] 암갈색 머리가 말을 이었다. [그에게는 커다란 회색 눈이랑 금발의 조합이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녀는 그 크림색 피부 때문에 건강미가 있거든요] 비제이는 팔꿈치를 짚고 일어나서 건너편 방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마워요] 그녀는 가볍게 말하고서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씩 웃었다.

Chapten 11


상쾌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비제이는 드레스 상자를 옆에 끼고 방으로 들어갔다. 부티크 점원과 작은 다툼을 벌이긴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기분 최고의 상태였다. 스파를 하고 난 후, 가게로 가서 테일러가 감탄했던 은색 실크 드레스를 가리켰다. 은행 잔고에 엄청난 출혈을 감수할 각오를 했으나 미스터 레이놀즈가 그녀가 사는 모든 물건은 자기 앞으로 달아 놓으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오만하지만 관대한 자세에 짜증을 내며, 비제이는 말을 듣지 않는 여점원과 말다툼을 벌였다. 결국 그녀는 나중에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맹세하며 드레스를 들고 가게에서 나왔다. 목욕 소금을 욕조에 풀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여인으로 생각된다면 거기 맞게 옷을 입어야 하리라. 그녀가 거품 물에 몸을 담그고 긴장을 풀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드디어 돌아왔군] 테일러가 가볍게 말하며 문에 기대섰다. [즐거운 경험이었소?] [테일러] 그녀는 욕조 안으로 몸을 낮추고 거품으로 몸을 덮으려고 노력했다. [난 목욕 중이라구요] [알고 있소. 나도 볼 수 있으니까.l 그렇게 물 속으로 파고들 필요는 없는데. 한 잔 하겠소?] 그의 말투는 상냥하고 사무적이었다. 스파에서 엿들은 이야기를 떠올리자 비제이의 자존심이 다시 회복되었다. 이제는 그가 한 짓을 되돌려 줄 때야. [그거 멋지네요] 한쪽 눈썹을 치켜뜨며, 그녀는 자신의 표정이 냉담해 보이기를 바랐다. [세리가 좋겠네요, 귀찮지 않다면요] 그의 눈썹이 놀라움에 치켜 올라가자, 그녀는 새침하게 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전혀 귀찮지 않소] 그는 대답을 하며 문을 약간 열어 놓은 채 나갔다. 그녀는 욕조에서 나가서 로브를 입을 때까지 거품이 꺼지지 않기를 열렬하게 기도했다. [여기 있소] 다시 들어온 테일러가 그녀에게 금빛 액체로 가득한 잔을 건넸다. 비제이는 그에게 미소를 보내며 한 모금 마셨다. [고마워요. 당신도 목욕하고 싶다면 금방 끝낼게요] [서두르지 마시오] 그녀의 냉담함이 자신을 흥분시킨다는 사실을 즐거워하며 그가 대답했다. [난 다른 욕실을 쓰도록 하지] [그러세요] 그녀는 동의하며, 잔잔한 욕조의 물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만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등뒤로 문이 닫히자 비제이는 기리게 한숨을 내쉬고 잔을 비운 다음 욕조 끄트머리에 내려놓았다. 5 분 동안, 비제이는 전신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였다. 은색 실크는 가슴 곡선 위에서 교차되어 점점 좁아지며 어깨로 올라가서 옆구리로 내려갔고, 등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치마는 날씬한 엉덩이와 다리를 지나 곧게 내려갔고, 한쪽이 허벅지 중간까지 갈라져 있었다. 머리는 위쪽에서 한 번 묶어 늘어뜨렸고, 곱실거리는 몇 가닥을 얼굴 옆으로 빼 놓았다. 그녀는 거울 속의 낮선 여자가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비제이 클라크가 거울 속의 여자의 의미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다.


[준비 다 됐소?] 테일러의 노크 소리와 질문에 그녀는 환상에서 깨어났다. [네, 가요] 그녀는 머리를 흔들고는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용기를 돋우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냥 드레스일 뿐이야] 그녀는 양쪽의 비제이 클라크에게 상기시키고 거울에서 몸을 돌렸다. 테일러의 손이 식전주를 따르던 자세 그대로 허공에 멈췄다. 그는 담배를 입술을 들어올리고 느릿하게 빨며 그녀가 들어오는 모습을 응시했다. [이런] 그녀가 머뭇거리자 그가 말했다. [결국 그걸 샀군] [네] 자신감을 되찾으며 그녀는 방을 가로질러 그에게로 왔다. [악명을 떨치는 여자로서 거기 맞는 옷을 입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세히 말해 주겠소?] 그는 비제이에게 잔을 건넸다. [스파에서 엿들은 이야기일 뿐이에요] 그녀의 눈이 즐거움으로 빛났다. 그녀는 잔을 바에 내려놓았다. [테일러, 너무 재미있었어요. 당신은 자신의 정사가 얼마나 열렬하게 모니터 되고 있는지 모를 걸요] 스파에서 보낸 오후를 이야기하며 그녀는 참지 못하고 낄낄거렸다. [신비의 여인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게 얼마나 자존심을 부풀게 하는지 몰라요. 내가 버몬트에 있는 레이크사이드 인의 매니저라는 게 안 밝혀졌으면 좋겠다니까요. 그럼 이야기를 전부 망칠 거예요] [어쨌든 아무도 그걸 믿지 않을 거요] 그는 그녀의 이야기에 즐거운 것 같지 않았다. 대신 얼굴을 찌푸리며 술을 마셨다. 그의 표정에 혼란스러워진 비제이가 물었다. [이 드레스가 마음에 안 들어요?] [마음에 드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결국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우린 샴페인을 마셔야겠군. 다른걸 마시기엔 당신이 너무 우아해 보이거든] 그들은 록펠러 굴과 샴페인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그들의 테이블은 레스토랑 2 층의 커다란 벽면 수족관 앞이었다. 런던 브로일(스테이크의 일종)이 나오자 비제이는 와인을 마시며 식당을 둘러보았다. [여긴 정말 멋져요, 테일러]그녀는 고운 손을 들어 리조트 전체를 가리켰다. [리조트로서는 딱이지]그는 자신이 가진 것의 가치를 아는 사람의 자신감을 내보이며 말했다. [네, 정말 그래요. 여긴 아름답게 돌아가고 있어요. 직원들은 효율적이고 신중하며, 거의 투명인간 같다고 말해도 될 정도예요. 사람들은 그들이 있다는 걸 거의 모르지만, 그래도 모든 게 완벽해요. 여긴 겨울에도 아마 엄청나게 바쁠 거예요] 어깨를 슬쩍 움직이며 그는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았다. [난 바쁜 시즌에는 리조트에 머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소] [우리 여름 시즌도 몇 주 안에 시작돼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손이 붙들려 있고, 잔에는 샴페인이 다시 채워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하루 종일 당신이 여관 생각을 안 하게 하려고 노력했소. 저녁때까지 생각 못하게 할 수 있는지 어디 봅시다. 내일이 되면 예약된 방과 취소된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지. 하지만 아름다운 여자와 저녁식사 하는 동안에는 사업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소] 비제이는 미소를 지으며 항복했다. 그들에게 오직 하루 저녁만이 남아 있다면, 그녀는 모든 순간을 음미하고 싶었다. [아름다운 여자와 저녁식사 하는 동안에는 그럼 뭘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녀는 와인 잔을 들어올리며 물었다. [좀더 사적인 것들이지]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등을 쓸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느린 강물처럼 흘러가는 방식이 라든지, 그녀의 미소가 눈가에 닿고 입술을 움직이는 모습이라든지, 그녀의 피부가 내 손아래에서 따스해지는 것 같은] 그는 낮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들어올리고 입술로 손목 안쪽을 쓸었다. 조심스럽게 그를 보며 비제이가 물었다. [테일러, 당신 날 놀리는 거예요?] [아니]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당신을 놀릴 생각은 전혀 없소, 비제이] 그의 대답에 만족해서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가 좀더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돌리는 것을 내버려두었다. 촛불이 깜박거리고, 크리스털과 은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낮은 속삭임 소리 속에 테일러의 시선이 그녀와 마주쳤다. 그녀가 평생 기억할 것 같은 저녁이었다. [가서 산책을 좀 합시다] 테일러가 일어나서 그녀의 의자를 빼 주었다. [당신이 샴페인에 코를 박고 잠들기 전에] 손을 맞잡고 그들은 해변으로 걸어갔다. 그들의 침묵 속에서 서로를 즐기며, 그리고 밤을 즐기며 걸었다. 바다와 밤의 내음이 옅은 오렌지꽃 향기와 뒤섞였다. 비제이는 단단하고 따뜻하게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남자와 이 향기가 영원히 함께 기억될 거라 생각했다. 그를 생각하지 않고서 다시 달을 볼 수 있게 될까? 오늘을 기억하지 않고 달빛 아래를 걸을 수 있을까? 그를 그리워 하지 않으면서 숨을 쉴 수 있게 될까? 내일이면 언제나처럼 사업적인 관계로 돌아갈 거고, 며칠 후면 그는 떠나 버릴 것이다. 오로지 편지지 위쪽에 인쇄된 이름만 남기고. 그래도 어쨌든 아직 여관은 남아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여관을 바꾸는 것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집과 일자리, 그리고 기억을 갖게 될 것이고, 그거라도 갖고 있는 게 훨씬 더 나았다. [춥소?] 테일러가 물었고, 그녀는 그가 자신의 마음속을 읽었을까 봐 몸을 떨었다. [당신 떨고 있군]그의 팔이 그녀의 어깨로 미끄러지며 욱신거리는 온기를 주었다. [돌아가는 게 좋겠소]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올 내일을 머리 속에서 몰아냈다. 긴장을 풀며, 그녀는 샴페인이 머리 속에서 즐겁게 어려 있는 것을 느꼈다. [테일러] 로비를 가로 질러가며 그녀가 속삭였다. [저 여자, 오늘 오후에 스파에 있던 여자들 중 한 사람이에요]그녀는 열렬한 흥미를 갖고 그들을 보고 있는 갈색 머리를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음] 테일러는 유리로 된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우리가 손을 흔들어 줘야 할까요?]비제이는 테일러가 그녀를 안으로 밀어 넣기 전에 물었다. [아니, 나한테 더 좋은 생각이 있소] 그녀가 그의 의도를 깨닫기도 전에, 그는 그녀를 안고서 머리가 빙빙 도는 키스로 저항을 막았다. 그녀를 놓아주고서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갈색 머리를 내려다보고 씩웃었다. 스위트룸의 방문을 닫히자 비제이는 테일러를 돌아보았다.


[정말이지, 테일러, 나한테 그녀가 파고들 만한 끔찍한 과거가 없다는 건 범죄라구요] [상관업소, 그녀가 당신을 위해 하나쯤 만들어 줄 테니까. 브랜디 마시겠소?] 그는 바로 걸어가서 닫혀 잇는 패널을 열었다. [아뇨, 내 코는 이미 마비되었어요] [알겠소. 그런데 그거 건강하다는 뜻이오?] [그건] 그녀는 바의 의자에 올라앉으며 말했다. [술을 더 마시면 안 된다는 측정기죠. 내 코가 마비되기 시작하면 이미 한계까지 마셨다는 뜻이거든요] [그렇군] 돌아서서 그는 브랜디 잔 하나에 호박색 액체를 따랐다. [당신 술에 취하게 만들려던 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군] [그런 것 같네요] [당신 약점은 뭐요, 비제이?] 그 질문은 그녀가 전혀 예상사지 못했던 것이었다. 당신이요, 그녀는 거의 대답할 뻔했으나 적시에 자신을 막았다. [난 부드러운 불빛과 조용한 음악에 엄청 약해요] [그렇소?] 마술처럼 불빛이 낮아지고 음악이 조용히 방을 채웠다. [어떻게 그렇게 했어요?] 그는 바를 돌아서 그녀의 앞에 섰다. [바 뒤쪽에 스위치가 있소] [기술의 경이로군요] 그의 손이 그녀의 팔을 잡자 비제이는 구석에 몰린 고양이처럼 긴장했다. [당신과 춤을 추고 싶소] 그는 그녀를 끌어당겨 일으켰다. [머리의 핀을 풀어요, 당신 머리에선 야생화 같은 향기가 나. 난 그걸 손으로 느끼고 싶소] [테일러, 난...] [쉬] 그는 천천히 그녀의 머리가 어깨 위로 흘러내릴때까지 핀들을 뺐다. 그리고 나서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길게 빗어 내리며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그는 음악에 맞춰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녀는 그의 품에 녹아들었다. 그녀의 긴장은 사라지고, 대신 나른한 흥분으로 대체되었다. 그녀의 뺨은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 곡선위에 얹혔다. 마치 그들이 전에 수도 없이 함께 춤을 춰봤던 것처럼, 앞으로도 수없이 함께 출 것처럼. [비제이가 뭐의 줄임말인지 나한테 말해 주겠소?] 그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무도 몰라요] 그녀는 나른하게 대답했다. 그의 손가락이 맨살 위에서 울렁거리는 흥분을 자아냈다. [FBI 도 못 알라낼 거라구요] [당신 어머니한테서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도 기억 못하세요]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바싹 달라붙었다. [그냥 비제이요. 난 언제나 비제이라고 써요] [여권에는?]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무의식중에 입술로 그의 목덜미를 쓸었고, 뺨은 그의 남성적인 턱에 비비고 있었다. [여권은 없어요. 필요한 적이 없었거든요] [로마에 가려면 필요할 거요] [네, 다음에 가게 되면 준비할 거예요. 하지만 난 거기에 비이제이(Bea Jay)라고 쓸


거예요] 그녀는 자신이 방금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는 사실을 그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웃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는 그 입술에 부드럽고 짓궂은 키스를 했다. [비제이] 그는 중얼거리며 그녀가 만족하기도 전에 몸을 뗐다. [내가 원하는 건] [다시 키스해 줘요, 테일러] 달콤하고 무겁게 사랑이 그녀의 온몸을 감쌌다. [정말로 키스해 줘요] 그녀는 속삭이며 이성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그의 입술을 다시 끌어당기며 그녀는 눈을 깜박이다가 감았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소리 없이 애원하며 그에게 달라붙어 있는 입술에 느껴지는 그 이름은 부드러웠다. 낮게 신음하며 그는 그녀의 입술을 밀어붙였다. 그는 그녀를 안아 올리고 억제되지 않은 굶주림으로 그녀의 입술을 차지했다. 방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카펫 위에 눕혀졌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거리낌 없이 강탈했고, 혀는 달콤한 습기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손은 상체의 얇은 실크 위를 덮으며 더 많은 것을 찾아 헤맸고, 그의 입과 손은 그녀 위로 움직이며 차가운 실크 아래의 열기를 갈구했다. 손가락은 스커트의 갈라진 틈 사이로 들어와 허벅지의 단단한 살을 붙잡았다. 사랑의 욕망의 거친 파도 속으로 내던져진 채 비제이는 치솟는 열기에 응답했다. 그녀의 입과 살결에 대한 그의 요구는 필사적이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여성의 숨겨진 지식으로 거기에 답했다. 그는 그녀가 내미는 과일을 탐욕스럽게 차지했다. 그녀의 손은 더 이상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그의 재킷 아래로 들어가 등과 어깨의 단단한 근육을 만지고 그 강인함에 반쯤 놀라며, 반쯤 즐거워하며 탐험했다. 그의 입술은 뜨겁게, 감질나게 그녀의 가슴 계곡부터 움직여서 목덜미의 우묵한 곳으로 향했다. 그녀의 입술은 그의 맛과 질감을 탐사하며 새로운 고동치는 욕구를 달랬다. 그의 애무는 부드러움 잃었고, 그의 입과 손은 고통스러운 흥분을 불러 일으켰다. 그녀의 연약한 순수함은 옛날부터 전해 온 여서의 욕구에 녹아 버리기 시작했다. 비제이는 공포와 기대감에 몸을 떨었다. 테일러의 입술이 그녀의 몸 곡선에서 떨어지고 그가 욕망과 불확실함으로 흐릿한 눈을 응시했다. 갑자기 그는 일어나서 그녀를 잡아 일으켰다. [침대로 가시오] 그가 짧게 명령했다. 그는 바로 돌아가서 브랜디를 한 잔 따랐다. 갑작스런 거절에 멍해져서 비제이는 그대로 서 있었다. [내 말 못 들었소? 침대로 가라니까] 브랜디를 반이나 마시고서 테일러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테일러, 난 이해가 안 돼요. 내 생각엔] 그녀는 손을들어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그녀의 눈은 젖어 있었고 애원하는 표정이었다. [난 당신이 날 원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소] 그는 담배를 깊이 빨아들었다. [이제, 침대로 가시오] 비제이는 어깨를 펴고 눈물을 삼켰다. [당신이 보스니까요] 그녀는 그의 눈에서 빠르게 치솟는 분노를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알아둬요. 내가 오늘밤에 제안했던 건 오직 한 번 뿐이었어요. 지금부터 우리


사이에 있는 유일한 건 레이크사이드 인뿐이에요] [지금은 그렇게 두도록 하지] 그는 퉁명스럽게 동의하고 돌아서서 다시 술을 따랐다. [그냥 침대로 가시오] 비제이는 방으로 달려가서 확실히 들릴 정도로 문을 잠갔다.

Chapten 12 비제이는 상처 입은 아이가 엄마 품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여관의 일상적인 일에 열중했다. 그녀와 테일러는 플로리다에서 버몬트까지 완벽한 침묵 속에서 비행해 왔고, 그녀가 잡지에 코를 묻고 있는 동안 그는 일을 했다. 다음 이틀 간 테일러를 피하는 것은 쉬웠다. 그 역시 그녀를 보려고 하지 않았다. 짜증이 상처를 더욱 드러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비제이는 그가 여관과 그녀에게서 떠난 다음 겪을 공허함에 방어막을 세우는 일에 열중했다. 그녀의 분노가 더해 가는 이유는 다라 트레이너의 존재 때문이었다. 테일러가 별로 그녀와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상처 입은 자존심이 더욱 쓰라렸다. 다라를 보는 것은 그녀에게 테일러와의 불편하고 혼란스러운 관계를 새삼스럽게 상기시켰다. 비제이는 플로리다에서 그가 느꼈던 욕구를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라의 감각적인 우아함을 보며 결론을 내렸다. 그는 결국 육체적인 사랑에 대한 그녀의 무경험에 실망한 것이다. 테일러와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기를 바라며, 비제이는 그가 머무는 동안 자신의 방을 사무실로 사용했다. 어느 오후, 그녀는 팔꿈치까지 서류에 파묻고 일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머리 위에서 고함 소리와 발을 굴러 대는 소리가 들리며 조용한 오후가 깨져 버렸다. 3 층으로 뛰어 올라간 그녀는 소리가 들리는 314 호로 향했다. 잠시동안 그녀는 문가에 서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장면을 입만 딱 벌린 채 바라보았다. 끈으로 꼬아 만든 러그 한가운데서 다라 트레이너와 여직원 한 명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에디는 속수무책으로 그들 가운데 붙잡혀서 그만 두라고 애원하고 있었으나 아무도 듣지 않았다. [여러분, 여러분, 제발요] 정신을 차리고서 비제이는 싸움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말을 듣게 하려고 노력했다. 손이 오가고 뒤엉킨 비난이 튀어나왔다. [루이스, 미스 트레이너는 손님이에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그녀는 여직원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제발, 소리는 그만 질러요, 알아들을 수가 없잖아요] 아무도 자신의 고함소리를 듣지 않는 것에 좌절해서 비제이는 목소리를 낮추고 다라를 끌어당기려고 노력했다. [제발요, 미스 트레이너. 그녀는 당신 덩치의 절반인 데다가


두 배나 나이 들었어요. 이러다 그녀를 다치게 하겠어요] [나한테서 손 떼] 다라는 팔을 휘둘렀다. 사고인지, 고의인지 그녀의 주먹을 맞은 비제이가 침대 기둥 쪽으로 넘어졌다. 등불이 산산조각이 나고 어둠 속에서 그녀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비제이] 목소리는 멀리 떨어진 터널 끝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신음하며 눈을 뜨려고 애썼다. [가만히 누워 있어요] 테일러가 명령했다. 신중하게, 그녀는 눈을 더 크게 뜨고 그의 마른 얼굴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그녀의 위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서 이마에서 머리칼을 쓸어 올려 주었다. [무슨 일이죠?] 그녀는 그의 명령을 무시하고 일어나 앉으려 했으나 테일러는 그녀를 도로 눕혔다. [그게 바로 내가 알고 싶은 거요] 그는 주위를 돌아보았고, 비제이는 그의 시선을 따랐다. 에디는 작은 의자에 앉아 훌쩍이는 루이스에게 팔을 두르고 있었고, 다라는 창가에 무관심하게 서 있었다. [오!] 기억이 떠오르자 비제이는 길게 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세 사람이 방 한가운데서 레슬링을 벌이고 있었어요. 난 아마 미스 트레이너의 레프트 훅의 진로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녀의 뺨을 쓰다듬던 손이 멎었다. 테일러의 손가락이 그녀의 피부 위에서 긴장했다. [그녀가 당신을 때렸소?] [그건 사고였어요, 테일러] 다라는 유감스러운 표정과 박해받았다는 느낌이 가득한 눈을 빛내며 비제이의 말을 잘랐다. [난 그저 이 보기 싫은 커튼을 떼려 했는데 이...이 하녀가] 그녀는 당당하게 루이스를 가리켰다. [이 하녀가 들어와서 소리를 지르며 날 잡아당겼어요. 그러더니 이 남자가 소리를 지르고] 그녀는 에디를 향해 손짓을 하고는 눈을 가렸다. [그리고 나서는 미스 클라크가 갑자기 나타나서 날 잡아끌고 소리를 지르잖아요. 정말 끔찍한 일이었어요] 길고 떨리는 한숨을 내쉬며 다라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듯했다. [난 그저 그녀를 밀어내려 했을 뿐이에요. 무엇보다도 그녀는 내 방에 들어올 일이 없었어요. 이 사람들 전부 내 방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구요] [그녀에게 커튼을 떼어 낼 권리가 전혀 없어요] 에디의 손수건을 쥐어짜며 루이스가 끼어 들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의문스럽게 창가로 향할 때까지 흠뻑 젖은 리넨을 흔들었다. 하얀 친츠가 반쯤 매달린 모양새로 걸려 있었다. [그녀는 여기에 있는 다른 모든 것들처럼 커튼도 낡고 비실용적이라고 했어요. 난 그 커튼을 2 주일 전에 직접 빨았어요] 루이스는 떨리는 가슴 위로 자신의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난 그녀가 커튼을 더럽히게 놔 둘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녀에게 정중하게 하지 말라고 요청했어요] [정중하게?] 다라가 소리쳤다. [당신은 날 공격했어] [난 그녀를 공격했어요. 왜냐하면] 루이스는 위엄 있게 말했다. [그녀가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비제이, 그녀는 벤트우드 의자에 서 있었어요. 그 위에 서 있었다구요] 루이스는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에디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테일러] 귀 뒤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잡아당기며 다라는 그에게 돌아서서 젖은 눈을 깜박였다. [ 저 여자가 저런 식으로 나한테 말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죠? 그녀를 해고해요. 그녀는 날 다치게 할 뻔했어요. 정신이 불안정하다구요] 다라는 손을 그의 팔 위에 올렸다. 눈물 한 방울이 속눈썹에 매달려 있었다. 무력한 여자인 척하는 것에 화가 나서 비제이는 일어났다. 그녀는 테일러의 금지하는 듯한 손과 욱신거리는 머리를 무시했다. [미스터 레이놀즈, 내가 여전히 이 여관의 매니저인가요?] [그렇소, 미스 클라크] 비제이는 그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묻어 나는 것을 깨달았으나 무시해야 하는 것들 목록에 올려 버렸다. [좋아. 미스 트레이너, 사람들을 고용하고 해고하는 건 매니저로서의 나의 권한이에요. 만약 당신이 공식적인 불평을 접수하고 싶다면 나한테 써 주세요. 하지만 당신은 당신 방의 가구에 상처가 난다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경고해야겠군요. 이 문제에 관해서 여관은 루이스의 편이에요] [테일러] 분노로 흥분해서 다라는 그에게 돌아섰다. [당신 이걸 내버려 둘 거예요?] [미스터 레이놀즈] 비제이는 아스피린 한 통을 먹고 이 모든 걸 다 잊어 버리기만을 바라며 말을 잘랐다. [미스 트레이너와 함께 라운지로 가서 한 잔 하시죠. 그리고 나중에 이 일에 대해 의논하기로 해요] 잠깐 그녀를 쳐다보고서,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나중에 이야기하지. 남은 시간 동안 당신 방에서 쉬어요. 당신을 방해하지 않도록 내가 주의시켜 두지] 비제이는 감사하는 태도로 그 말을 받아들이고 루이스와 에디에게 동정을 표한 다음 자신의 방으로 내려갔다. 흩어진 종이들을 지나쳐 그녀는 엄청나게 필요한 아스피린을 먹고서 침대 위에 몸을 웅크렸다. 희미하게, 그녀는 문이 열리고 누군가의 손이 머리칼을 쓰다듬는 것을 느꼈다. 너무나 졸려서 그녀는 입가에 느껴진 가벼운 키스가 꿈이었는지 생시였는지도 알 수 가 없었다. 잠이 깨자 욱신거림은 참을 만한 두통으로 줄어들어있었다. 비제이는 일어나 앉아서 책상 위의 균형 잡힌 서류 몽치들을 보았다. 아마 그건 꿈이었을 거라고 그녀는 말없이 생각했다. 바닥에 흩어져 있던 서류들이 정리되어 있는 것에 혼란스러워 하면서. 그녀는 머리 뒤쪽을 만져 보다가 손가락에 작은 혹이 닿자 움찔했다. 언제나 얻어맞는 건 중재자라니까. 그녀는 혐오스럽게 생각하며 아래층으로 가서 테일러를 만날 준비를 했다. 로비로 내려간 그녀는 에디와 매기, 그리고 루이스가 낮은 목소리로 열심히 논쟁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한숨을 내쉬며 그녀는 다시 일을 하라고 말을 하려고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오, 비제이] 매기는 우스꽝스러운 죄책감이 담긴 어조로 말했다. [미스터 레이놀즈가 당신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는데, 기분이 좀 어때요? 루이스가 그러는데


미스 트레이너가 당신한테 끔찍한 혹을 만들었다면서요.] [별 거 아니야] 그녀는 옆에 있는 엄숙한 얼굴을 힐끗 돌아보았다. 그녀는 단념한 투로 어깨를 으쓱했다. [좋아요, 뭐가 문제죠?] 그 질문에 세 사람이 동시에 말을 쏟아냈다. 여전히 욱신거리는 머리를 문지르며 비제이는 조용히 하라고 한 손을 들었다. [에디] 그녀는 무작위로 골랐다. [건축가 때문에요] 그가 말했고, 그녀는 의아해서 눈썹을 치켜올렸다. [무슨 건축가?] [당신이 플로리다에 가 있는 동안 여기에 온 건축가요. 우린 그 사람이 건축가인 줄 몰랐어요. 도트는 그가 화가인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노트랑 연필을 들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렸거든요] 논리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을 포기하고 비제이가 물었다. [무슨 그림을 그렸는데?] [여관이요] 에디는 거창하게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화가가 아니었어요] [건축가였죠] 매기가 침묵을 지키지 못하고 끼어 들었다. 에디는 그녀에게 인상을 찌푸려 보였다. [그 사람이 건축가인 줄 어떻게 알았지?] 질문을 하고나서 비제이는 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 의아해 했다. 그녀의 의아함은 충격적으로 해결되었다. [왜냐하면 미스터 레이놀즈가 그 사람에게 전화로 말하는 걸 루이스가 들었거든요] 뱃속이 텅 빈 듯한 느낌이 커지는 것을 느끼며 비제이는 여직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들었죠, 루이스?] [엿듣지 않았어요] 그녀는 위엄 있게 선언했으나 비제이가 눈썹을 치켜올리자 정정했다. [정말로 아니에요 그가 여관에 대해서 말하기 전까지는요. 난 사무실을 청소하러 가던 중이었는데, 미스터 레이놀즈가 전화를 하고 있기에 밖에서 기다렸어요. 그가 새 빌딩에 대해 뭐라고 하면서 그 남자 이름을 불렀어요. 플레처라고. 난 도트가 플레처라는 남자가 여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한 걸 기억해 냈죠]그녀는 자신의 기억을 자축하듯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그들은 잠시 동안 넓이와 목재에 대해서 기술적인 이야기를 좀 했어요. 그리고 나서 미스터 레이놀즈가 플레처라는 남자에게 모든 게 확실해질 때까지 건축가라는 걸 밝히지 않아 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그러는 거예요] [비제이] 에디가 그녀의 팔을 잡으려 황급히 말했다. [그가 결국 여관을 리모델링 하려는 걸까요? 그 사람이 우릴 전부 내쫓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야] 두통이 더욱 심해지는 것을 느끼며 비제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뭔가가 잘못된 것 같으니까 내가 알아볼게. 이제 다들 돌아가서 일이나 하고 더 이상 이 이야기를 퍼뜨리지 말아요] [잘못된 게 아니에요] 다라가 그들에게로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난 당신들에게 일하러 가라고 말했어요] 비제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말투로 그들에게 명령했다. 그들은 흩어졌고, 안전 거리로 물러난 다음 다시 자기들끼리 숙덕거렸다.


[실례 좀 하겠어요. 미스 트레이너 전 바빠서요] [테일러가 당신을 대단히 보고 싶어해요] 스스로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그녀는 미끼를 물었다. [그래요?] [오, 네. 그는 당신에게 이 조금만 여관에 대한 계획을 말할 생각이에요. 이건 엄청난 도전이 될 거예요] 그녀는 공격 계획을 세우는 분위기로 로비를 둘러보았다. [그의 계획에 대해서 정확히 뭘 알고 있는 거죠?]비제이가 물었다. [그가 정말로 여길 이런 상태로 놔둘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죠? 단지 당신이 그러길 바란다고 해서?]살짝 웃으며 다라는 선명한 파란색 블라우스에서 있지도 않은 먼지를 털어냈다. [테일러는 그런 관대한 행동을 하기엔 너무 실용적인 사람이죠. 그가 당신을 그 별 볼 일 없는 작은 재능 때문에 잡아 둘 수는 있어도, 변경 계획은 완료되었어요. 당신은 그의 리조트를 운영할 자격이 전혀 없겠지만, 그는 당신에게 뭔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더군요. 물론, 내가 당신이라면 짐을 싸서 창피 당하지 않게 당장 떠날 거예요] [당신 말은 그러니까] 비제이는 대단히 신중하게 여유를 두고 말했다. [테일러가 이 여관을 리조트로 바꿀 확실한 계획을 세웠다는 건가요?] [음, 그렇죠] 다라는 관대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나대신 건축가를 필요로 했어요, 안 그래요? 난 걱정 안 해요. 그는 당신 직원들을 전부 다 받아들일 거예요. 최소한 일시적으로 라도요] 최후의 미소를 짓고서 다라는 몸을 돌려 사라졌다. 비제이는 그녀의 등만 응시하고 있었다. 좌절감이 가장 먼저 지나가고, 분노가 치솟았다. 그녀는 한 번에 두 계단씩 올라가서 자신의 방문을 쾅 하고 닫았다. 잠시 후, 그녀는 다시 나와서 사납게 계단을 내려가 노크도 하지 않고 폭풍처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비제이] 책상에서 일어난 테일러가 그녀의 화난 얼굴을 응시했다. [침대 밖에서 뭘 하는 거요?] 대답으로 그녀는 책상 위에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는 그것을 들어올리고는 그녀의 사직서를 흝어보았다. [우린 전에도 이랬던 것 같은데] [당신은 나한테 약속했었어요] 그녀는 목소리가 망가진 믿음으로 인해 떨렸으나 그녀는 턱을 치켜올렸다. [그것도 찢어 버릴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예요. 새 장난감을 찾아봐요, 미스터 레이놀즈. 난 그만 둘 테니까] 그녀는 방을 뛰쳐나오다가 에디와 부딪힐 뻔했으나 간신히 옆으로 스쳐 지나가서 계단을 달려 올라갔다. 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짐 가방을 꺼내 놓고 아무 거나 던져 넣기 시작했다. 옷, 화장품, 자질구레한 장신구들, 손이 닿는 곳에 잇는 거라면 뭐든지 가방이 꽉 찰 때까지 던져 넣었다. 그녀의 광기 어린 행동을 멈추고 가방의 금속 자물쇠를 잠갔다. 그때 문이 열리고 테일러가 들어왔다. [나가요] 그녀는 자신이 그를 던져 버릴 정도로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소리쳤다. [떠날 때까지 여긴 내 방이에요] [멋지게 어지르고 있군] 그는 조용하게 관찰했다. [그만 해 두시오. 당신은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니까]


[아뇨, 갈 거예요] 그녀는 속옷들 사이로 아스파라거스 화분을 던지기 직전에 멈췄다. [짐을 다 싸는 대로 곧장 떠날 거예요. 당신이랑 한 지붕 아래 있는 것조차도 견딜 수가 없어요. 당신은 약속했어요] 그녀는 홱 돌아서서 그를 마주보았다. 눈에 흐릿하게 차오르는 안개를 저주하면서. [난 당신을 믿었어요. 당신을 신뢰했다구요. 어떻게 그렇게 바보 같을 수 있었는지. 당신이 결심을 했다면 내가 당신을 막을 방법은 없었겠죠. 그리고 어쨌든 난 거기 따라야만 했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최소한 나한테 정직할 수는 있었어요] 그녀가 눈을 깜박이는 것보다 더 빠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짜증스럽게 그녀는 손등을 그것을 닦았다. [오!] 그녀는 홱 돌아서서 벽의 그림을 떼어냈다. [내가 남자였다면 좋았을 텐데] [당신이 남자였다면 이런 문제가 전혀 생기지 않았겠지. 방을 엉망으로 만드는 걸 그만 두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멈추게 하겠소. 난 당신이 오늘 하루 충분히 얻어맞았다고 생각하오] 그녀는 그의 조용한 자제력과 반쯤 즐거운 듯한 좌절감이 실린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그의 배신에 대한 분노 사이로 멈출 수 없는 사랑이 솟아오르자 그녀는 자포자기했다. [그냥 날 혼자 내버려둬요] [누워요, 비제이. 그리고 나중에 이야기합시다.] [날 만지지 말아요] 그가 그녀의 팔을 잡으려 하자 그녀가 외쳤다. [말했잖아요, 테일러, 날 만지지 말아요] 그녀의 목소리에 실린 절망감에 그는 손을 옆으로 떨어뜨렸다. [그럼 좋소] 분노의 흔적이 그의 얼굴에 드러났다. 차갑게 조절된 그의 목소리에서 그녀의 위험을 인식할 수 있었다. [내가 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정확하게 뭔지 말해주겠소?] [당신도 잘 알 텐데요] [날 위해서 좀 말해 주시오] 그는 말을 자르며 물러서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우리가 플로리다에 있을 동안, 당신이 여기로 보냈던 그 건축가요] [플레처?]테일러는 다시 그녀의 말을 잘랐으나 이번에는 그녀에게 주의를 집중하고 있었다. [내 등뒤에서 그 사람을 여기로 보내 놓고, 그 모든 어여쁜 그림들이며 계획들을 세웠잖아요. 게다가 그 사람이 여기 있을 동안 날 다른 데로 보내려고 플로리다로 데려간 거고요] [그게 내 계획이긴 했지] 그가 가볍게 인정하자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고통이 그녀를 휘감았고, 그것이 눈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비제이] 테일러의 표정이 분노에서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당신이 알고 있는 걸 나한테 정확하게 말해줘야 할 것 같소] [다라는 나의 무지를 깨우쳐 주는 걸 대단히 기뻐하더군요] 몸을 돌린 비제이는 분노를 발휘해 상처를 달랬다. [가서 그녀에게 말해요] [그녀는 떠났소. 내가 나가라고 했소, 비제이. 그녀가 당신을 때렸는데 내가 그녀를 여기 둘 거라고 생각했소?]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비제이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녀가 당신에게 뭐라고 한 거요?] [모든 걸 말해 줬죠. 당신이 어떻게 건축가를 보내서 이 여관을 리조트로 바꿀 계획을 세웠는지 말이에요. 당신은 여길 운영할 누군가를 보낼 생각이고, 또]그녀의 목소가 흐트러졌다.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해요. 당신이 약속을 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다구요. 하지만 그건 사적인 거죠. 더 중요한 건 당신이 이 동네의 모든 것을 바꿔 놓을 거고, 몇 달러를 더 벌자고 수십 명의 인생을 바꿔 놓을 거라는 점이에요. 팜비치에 있는 당신 리조트는 그 장소와 역할 딱 맞고 아주 훌륭했어요. 하지만 이 여관은...] [조용히 하시오, 비제이] 그는 담배를 뭉개 버리고 손을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전에 당신에게 말했지만 결정은 내가 하오. 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플레처를 불렀소] 그는 재빠르게 손짓을 해서 그녀의 분노에 찬 대꾸를 막았다. [첫째는, 지난주에 내 대리인 골라 준 땅에 맞는 건물에 디자인하기 위해서요. 마을에서 10 마일쯤 떨어진 곳에 있는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5 에어커 가량의 언덕이지. 당신도 어딘지 알 거요] [왜...] [두 번째 목적은] 그는 그녀를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여관의 지금 건물을 증축하기 우해서요. 사무실 공간이 너무 제한되어 있소. 우리가 결혼한 다음에 내 근거지를 뉴욕에서 여기로 옮겨오기로 한 이상, 난 더 넓은 방이 필요하오] [난 무슨 말인지...?] 그녀의 말이 갑자기 중단되었다. 그녀는 차분한 갈색 눈을 응시했다. 감정들이 뒤범벅이 되어서 그녀를 감쌌고, 머리 속을 떠돌고 있던 두통이 사라졌다. [난 당신이랑 결혼하겠다고 동의한 적 없어요]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하지만 동의하게 될 거요] 그는 대답하며 그녀의 책상으로 몸을 기울였다. [어쨌든, 당신은 아래층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여관이 이대로 있을 거라고 안심시켜 줄 수 있을거요. 그리고 당신도 매니저 자리를 그대로 남을거요. 몇 가지 조정을 거친 다음에] [조저이요?] 그녀는 테일러의 마지막 말을 따라 하며 의자에 몸을 깊이 묻는 것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내 근거지를 버몬트로 옮겨오는 데에는 아무 문제도 없지만 난 내 결혼생활을 호텔에서 하고 싶지는 않소. 그러니까 우린 일이 끝나면 집에서 살게 될 거고, 에디가 당신 일을 좀 맡아서 할 수 있을 거요. 당신은 가끔 여행할 만한 시간도 있어야 할 테고. 우린 3 주간 로마에 갈 거요] [로마?] 그녀는 다시 그의 말을 따라하며, 흐릿하게 그가 로마와 여권에 대해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렇소, 당신ㅇ 어머니께서 내게 당신 출생 신고서를 보내 주셔서 곧 여권을 받아 볼 수 있을 거요] [우리 엄마요?] 이대로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비제이는 곧 일어나서 창문 쪽으로 다가가며 머리 속을 덮고 있는 안개를 떨쳐 내려고 노력했다. [당신은 모든 걸 대단히 깔끔하게 처리해 놓은 것 같군요] 그녀는 자제력을 되찾으려고 무척 애썼다. [내 감을 물어 봐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던 모양이죠?] [당신 감정은 잘 알고 있소] 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 얹히자 그녀는 굳어졌다. [내가 한 번 말했었지. 그 눈 때문에 당신은 비밀을 지킬 수 없을 거라고]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건 당신한테 대단히 편리한 일이었겠군요] 그녀는 침을 삼키고 언덕의 소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만 시선을 집중했다. [덕택에 일이 덜 복잡해졌지] 그의 손가락이 어깨의 굳어진 부분에서 움직였으나 그녀는 몸을 단단하게 곧추세우고 있었다. [왜 나랑 결혼하고 싶은 거죠, 테일러?] [왜라고 생각하시오?] 그녀는 그의 입술이 머리칼 사이에서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눈을 감았다. [그것 때문이라면 결혼할 필요 없어요. 우리 둘 다 알잖아요] 깊게 숨을 들이쉬고 그녀는 창틀을 더욱 세게 잡았다. [그 첫날 밤, 당신이 내 방에 왔을 때 이미 당신이 이긴 거였어요] [그걸로는 충분치 않소] 그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고 그녀의 몸을 끌어당겼다. 그녀는 제대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당신이 엉덩이에 투명한 총을 여섯 개쯤 차고 내 사무실로 위풍당당하게 쳐들어왔던 그때, 난 당신과 결혼 하겠다고 결심했소. 당신을 처음으로 안았을 때 난 당신이 날 원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지. 하지만 밤에 당신방에서 당신이 날 올려다보았을 때 난 당신이 날 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걸 깨달았소. 난 당신이 날 사랑하기를 바랐소] [그래서] 그녀는 별로 문제되지 않는 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 동안 당신은 다라에게서 욕구를 해소했던 모양이군요] 그가 너무 빨리 그녀를 획 돌려서 그녀의 머리칼이 얼굴을 뒤덮고 시야를 가렸다. [당신을 만나 이후로는 다라든 누구든 아무도 건드린 적이 없소. 나이트가운 차림으로 쇼를 했던 건 순전히 당신을 겨냥한 거였는데, 당신은 바보처럼 그대로 넘어가더군. 당신을 마음속에 담은 채로 다른 여자를 건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오?] 그녀에게 대답할 여유도 주지 않고서 그의 입이 당당하게 소유욕을 드러내며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그의 팔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의 몸을 더욱 가까이 끌어당겼다. [당신은 약 2 구간 동안 날 미칠 정도로 몰아갔소] 그녀에게 짧게 숨을 내쉴 여유를 준 다음 그의 입술이 다시 그녀의 입술을 짓뭉갰다. 키스는 부드럽고 달콤하고 서로를 느끼는 방식으로 변했고, 그의 손은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로 부드럽고 가볍게 움직였다. [비제이]그는 중얼거리며 그녀의 머리칼 위에 턱을 기댔다. [당신이 설령 좀더 덩치가 컸다고 해도 별 위협은 되지 않았을 거요. 난 내 자연스러운 본능과 미친 듯이 싸웠지. 당신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소. 당신은 너무 작고 너무 순수하고든] 그녀의 턱을 들어올리고, 그는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더듬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했던가?]


그녀의 눈이 커지고, 입은 벌어졌으나 소리를 낼 만한 힘은 없었다.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젓고 목을 가로막는 무언가를 삼켰다. [그랬던 것 같지 않군. 사실, 당신이 홈 플레이트에 서 그 눈을 내게 돌리며 완벽하게 세이프라고 주장하던 그 순간에 난 이미 반한 것 같소]그는 몸을 굽히고 그녀의 입술을 쓸었다. 비제이는 그가 연기 속으로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팔로 그의 목을 감았다. [테일러,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린 거죠?] 그녀를 조금 떼어내고, 그는 놀라움에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들의 관계를 간결하게 상기시켰다. [너무 오래 걸린 것 같아요] 그녀는 선언하며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기쁨이 온몸을 휘감았다. [몇 십 년, 몇 백 년쯤] [그리고 몇 천 년 정도] 그가 대답하면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칼을 빗어 내렸다. [당신은 순순히 잘 받아들이지 않고 날 분통 터지게 만들었소. 내가 라운지로 갔는데 당신이 버본 병을 정리하고 있던 그 날, 난 좀더 쉽게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품었지. 그런데 당신 대단히 효과적으로 얼음 덩어리로 변하더군. 하지만 다음날 당신 방에서 당신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을 때 그건 매우 희망적이었소. 당신이 했던 말은 상당히 논리적이어서 난 일부러 환경과 태도를 바꿔야겠다고 결정했다. 운좋게도 베일리가 플로리다에서 전화를 했소.] [당신은 문제가 생겨서 그를 도와주러 팜 비치에 가야 한다고 했었잖아요] [거짓말이었소] 그는 간단하게 말하고는 그녀는 놀라는 것을 보자 몹시 즐거워하며 낄낄거렸다. [난 계획을 세웠지] 그는 의자에 앉자 그녀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말을 이었다. [며칠 간 당신을 여관에서 떨어뜨려 놓기로. 당신과 단 둘이 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했소. 난 당신이 긴장을 풀고, 그 경계심도 좀 풀기를 바랐소] 그는 다시 웃어 대고는 그녀의 귀에 코를 문질렀다. [물론, 그리고 나니까 당신이 하디랑 앉아 있더군. 누군가가 따 주기를 기다리는 잘 익은 복숭아 같은 모습을 하고서] [당신은 질투를 했던 거예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서 그녀는 한숨을 쉬고 그에게 좀더 깊이 파고들었다. [관대하게 말하자면 그렇지] 그들은 몇 분간 서로의 동의 하에 침묵을 지켰다. 테일러는 그녀의 입술을 맛보았고, 손은 그녀의 셔츠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난 일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결심했지. 저녁식사와 와인. 그리고 부드러운 음악. 플로리다에서의 마지막 날 밤에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와 결혼해 달라고 할 생각이었소] [그런데 왜 안 그랬어요?] [당신이 날 정신 없게 만들었으니까] 그의 입술이 그녀의 뺨을 따라 움직이며 그들이 함께 했던 마지막 날 밤을 상기시켜 주었다. [난 일이 그런 식으로 진행되게 할 마음은 없었지만 그 날 밤엔 완전히 끊어져 버렸소. 그런데 당신은 몸을 떠는 걸 느꼈지. 당신 눈은 너무나 여려 보였소] 그는 한숨을 내쉬고 그녀의 머리칼에 뺨을 댔다.


[난 상황을 제어할 만한 자제력을 잃었다는 것에 화가 났소] [난 당신이 나한테 화를 내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나았지. 만약 내가 당신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 말했다면 세상 그 어떤 것도 내가 당신을 갖는 걸 막지 못했을 거요. 난 당신에게 부드럽게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가르쳐 줄 생각이 없었소. 살면서 어떤 사람도 그 날 밤 당신을 원하는 것처럼 필요로 해 본 적이 없었어] 동그란 그녀의 눈에는 그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내가 필요해요, 테일러?]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고, 팔은 그녀를 더욱 가까이 끌어안았다. [당신은 어린아이처럼 보이오]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따라 그리며 중얼거렸다. [아이의 입, 난 그걸 맛보지 못하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그렇소, 비제이, 당신이 필요하오] 그의 입술이 깃털처럼 내려왔다. 하지만 그녀의 팔로 그의 목을 감으며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누르는 힘이 커지고, 열기와 갈망의 세상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그녀는 그의 손이 가슴 위에 얹히는 것을 느꼈고,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셔츠의 단추가 풀렸다. 그녀의 손가락은 그의 머리칼을 쥐었고, 그가 좀더 오랫동안 쾌감을 주기를 바랐다. 그의 입이 그녀의 눈썹으로 움직이고, 머리칼 위에서 멈췄다. 그의 손가락은 가볍게 그녀의 맨살을 더듬고 있었다. [내가 왜 마지막 날부터 당신을 멀리 했었는지 이제 알았을 거요] 부드럽게 동의하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다시 당신과 가까워지기 전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 놓고 싶었소. 하루만 더 있었으면 다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린 아직 결혼 허가증을 못 받았소] [워커 판사에게 내가 말할게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당신이 허가증을 빨리 받고 싶다면요. 그는 에디의 삼촌이거든요] [작은 마을이 야말 미국의 뼈대지] 테일러가 말했다. 그는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기고 다시 입술을 덮었다. 그때 문에서 다급한 노크소리가 울렸다. [비제이] 에디의 목소리가 문을 통해 들려왔다. [프랭크 부인이 줄리우스에게 먹이를 주려고 하는 데 그 녀석의 저녁을 찾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보드윈 자매는 호라티오에게 먹일 해바라기 씨가 다 떨어졌대요] [호라티오가 누구요?] 테일러가 물었다. [보드윈 자매의 잉꼬예요] [그에게 호라티오를 줄리우스 먹이로 주라고 하시오]그가 문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이긴 하네요] 잠시 고래해 본 다음 비제이는 그이 말을 일축했다. [줄리우스의 저녁은 냉장고 세 번째 선반 오른 쪽에 있어] 그녀가 외쳤다. [그리고 아무나 골라 마을로 보내 해바라기 씨를 사오라고 해. 이제 가 봐, 에디. 난 무척 바빠. 미스터 레이놀즈랑 협상을 하는 중이야]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다시


테일러의 목에 팔을 감았다. [자, 미스터 레이놀즈, 당신의 사무실 공간을 짓는 것에 대한 내 경험에서 우러난 의견은 물론, 이 집을 증축하려는 계획에 대한 내 견해를 좋아할 거예요] [조용히 하시오, 비제이] [그래요, 당신이 보스니까요] 그녀가 동의하는 순간 그들의 입술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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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n 1 T117 레이크사이드 사수 작전 -노라 로버츠 지음 Chapten 2 그가 자신의 방어막을 걷어 버렸다고 생각하며 비제이는 머리칼을 커리어 우먼 스타일로 묶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서 그녀는 과민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Ch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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