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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답답한 침묵이 계속되는 동안, 클로이는 레온의 마리사에 대한 애정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클로이의 마음속에 마리사에 대한 질투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클로이, 당신은 피부가 약하니까 뭔가 다른 것을 입는 게 좋겠어." 레온은 갑자기 화제를 바꾸었다. "너무 타서 물집이 잡히면 큰일이야. 바닷바람이 시원하다고 안심하고 있으면 나중에 무척 고생하게 돼. 잠깐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뭔가 적당한 걸 가져올 테니." 레온은

일어나

바지를 입더니 선실

쪽으로

걸어갔다.

믿음직스러운

뒷모습을

바라다보는 클로이의 가슴속은 레온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넘치고 있었다. 어째서 레온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을까? 사랑은 불멸이다… 그에 대한 사랑은 꺼지지 않고 줄곧 타오르고 있었는데도… 레온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클로이는 엎드리면서 문득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태양이 지면 어쩐지 어둠을 타고 불행이 닥쳐올 것만 같은 예감에 사로잡혔다. 할 수만 있다면 이대로 태양을 붙잡아 두고 싶었다. 진실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불안이 클로이로 하여금 어린애 같은 상상을 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등에 선탠 크림을 발라 줄게." 레온이 돌아온 줄 몰랐던 클로이는 갑작스런 목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레온은 등에 크림을 찍어 옆으로 좍좍 바르기 시작했다. 크림의 차가운 감촉과 손가락의 율동적인 움직임… 클로이는 어느 틈엔지 황홀한 기분에 빠져들고 있었다. 정신없이 돌아누워 미친 듯이 레온의 목에 매달렸다. "레온!" 그녀는 자기의 몸이 괴롭게 숨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레온은 클로이의 손을 떼어 그녀의 머리 곁에 누른 채 바르르 떨리는 몸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보랏빛 눈에는 욕망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스의 태양이 이토록 대담해지게 만든 것일까. 이상하게도 클로이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했다. 두 사람의 몸은 각각 금세라도 타오를 듯 뜨거워졌다. 그런데도 레온은 꼼짝 않고 바라보고만 있다. "레온!" 클로이는 온몸이 바작바작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에 그만 참을 수가 없어 크게 소리쳤다. 레온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클로이의 손을 놓고 입술을 몹시 거칠게 빨았다. 클로이는 정신없이 레온의 검은 머리를 더듬었다. 레온의 불 같은 입맞춤은 목덜미에서 가슴으로 미친 듯이 옮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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