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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는 이와 같은 의문점을 한번도 주의깊게 따져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레온의 남자다운 모습에 완전히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 당시 레온은 나이가 30 살이었고 연애 경험도 풍부했다. 그래서였는지 20 살 천진난만한 순정파였던 클로이는 레온의 남달리 능숙한 사랑의 기교에 당장 넋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 리비에라에서 지낸 한 달 동안의 신혼여행은 클로이가 꿈꾸고 있던 것보다 더 달콤했다. 뿐만 아니라 뜨거운 정열을 마음껏 발산시킨 나날이었다. 그 동안 단 한순간도 남편의 애정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고, 또한 자기가 남편에게 가장 뜨겁게 사랑받는 존재라는 걸 클로이는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부질없는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게 되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손님!" 클로이를 찾으러 나온 그리스 소년의 갑작스런 목소리에 클로이의 머릿속은 다시 현실로 되돌아왔다. "죄송합니다만, 호텔로 돌아가셔야겠습니다. 지배인께서 드릴 말씀이 있다는군요." 공손한 그리스 소년의 전갈을 받고 클로이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는 또다시 옛날 일을 회상했다. 당신은 '바다의 요정'이야. 투명할이만큼 하얀 피부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진주고, 반짝반짝 빛나는 머리카락은 달빛에 씻긴 모래 같군… 이와 같이 속삭이는 레온의 말을 듣고 클로이의 마음은 황홀하게 녹아 버렸다. 그 달콤한 말이 어떤 꺼림칙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하고… 어떤 꺼림칙한 사실, 그것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몹시 역겨운 비밀이었다. 그것은 클로이에게는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고 마음속 깊이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스 소년의 뒤를 따라 호텔로 돌아온 클로이를 지배인은 웃는 얼굴로 맞아들이며 또다시 사무실로 데려갔다. "아테네에 있는 본사에 전화를 걸어보았더니, 다행히도 중역하고 얘기가 됐습니다. 상황을 설명해 줬더니 최선을 다해 처리해 주겠다고 약속해 주더군요." 지배인은 자기가 클로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클로이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으로서는 지배인의 말대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려 나가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아, 이젠 아무쪼록 마음 푹 놓으시고 휴가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아테네에서 연락이 들어오는 대로 전해 드릴 테니까요." 일단 마음은 놓였지만 방에 돌아와 곰곰 생각해 봐도 상황은 별로 변한 게 없다. 호텔비는 영국을 떠나기 전에 미리 불입해 놓았고, 이렇게 작은 섬에서는 큰 돈을 쓸 곳도 없지만, 역시 l0 파운드밖에 가지지 않는 채 외국에 홀로 남아 있다는 건 너무나 불안하고 허전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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