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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는 눈깜짝할 사이에 끝나, 브로디와 드루는 주위의 의심을 떨쳐 버리려는 듯 만면에 웃음을 지은 채 사람들의 축하인사를 받으며, 교묘하게 질문을 받아넘기면서 서서히 출구 쪽으로 향했다. "브로디도, 어쩌면 그렇게 숨기고 있었어요?" 이사벨이 두 사람 앞을 가로막았다. "지난주에 만났을 때는 내 결혼식 얘기만 하고, 당신의 결혼 얘기는 한마디도 안했잖아요? 참 무서운 사람이군요! 그래, 좋아요. 내 약혼자 제리 휘트콤을 소개하죠. 제리, 이분도…" "야, 브로디." 제리는 내뱉듯 말했다. 그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드루 쪽을 향했다. "난 당신에게…" "축하를 해주겠다는 건가?" 드루는 명랑한 어조로 되받고는 브로디의 허리에 감은 손을 꽉 당기며, 비난하는 듯한 제리의 시선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출구로 향했다. 브로디는 눈물이 쏟아지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제리에게 뭐라고 한마디 설명이라도 할 수 있다면… 교회 밖의 계단 쪽에서 다니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또 난폭하게 껴안는 게 아닐까 하고 브로디는 자신도 모르게 방어자세를 취했지만, 그는 특별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 쌀쌀한 어조에 놀랐을 뿐이다. 생각해 보면 그것도 당연한 일일지 몰라. 이 결혼으로 드루의 부담이 더욱 늘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게 틀림없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있던 드루의 손에 갑자기 힘이 가해졌다. "야, 신시아…" 그제서야 브로디는 다니엘 옆에 서 있는 금발 머리의 여자를 알아보았다. 10 년 동안에 신시아 탠디는 완전히 변해 있었다. 옛날의 그 나무랄 데 없던 얼굴에도 지금은 잔주름이 져 있다. 신시아는 브로디를 한번 슬쩍 보고는 드루 쪽을 향해 속눈썹을 깜빡거리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다시 만나게 돼서 기뻐요." "이곳엔 오래 있을 거야?" 그렇게 묻는 드루의 목소리가 왠지 떨리고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마음속으로만 생각해 오던 사람을 이렇게 갑자기 만나게 돼서 아주 괴로울 거라고 브로디는 그를 동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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