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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꼭 해야 할 일을 하러 왔어요." "브로디, 난 너무 난폭하게 굴었어. 당신이 내게 빚진 건 아무 것도 없어." "아마 제 자신에 대한 빚일 거예요." 브로디는 달빛 속에서 엉거주춤 서 있다. "절 안아 주시겠어요?" "왜지, 브로디?" 브로디는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떨리는 손으로 드루의 얼굴을 만졌다. "오늘밤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요. 제발, 드루…" 긴 침묵이 흘렀다. "난, 난 널 내쫓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진 못해…" 조용히 중얼거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브로디는 그의 품안에 살며시 안겨든다. 드루의 살갗은 부드럽고 따스하다. "전 두려워요…" "두려워할 건 없어." 드루의 손과 입술이 부드럽게 브로디의 몸을 애무해 온다. 저 깊은 속에 잠들어 있던 정열이 활활 타올라 그 불길로 몸도 마음도 다 타버릴 것만 같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런 걸까? 이 아득한 쾌락의 불길을 혼자서는 감당해낼 수 없다. 드루도 같은 느낌을 맛보았고, 두 사람 모두 환희의 절정에 도달했다. 이윽고 감미로운 나른함이 온몸을 감싼다. "이래도 할 말이 없는 거야?" 브로디의 목에 입술을 눌러대며 속삭인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이 필요하다는 거죠? 서로의 육체가 모든 것을 다 얘기하고 있는데. 자신의 머리에 얼굴을 묻고 있는 드루를 바라보며 브로디는 기분 좋은 피로감에 휩싸이고 있었다. 최후의 싸움에 도전해서 굴복한 여자가 맛보는 행복감을 곰곰 음미하면서. 하지만 그러한 행복감도 새벽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침해가 비치기 시작하자, 어쳇밤 자신이 한 일이 떠오르며 소름이 오싹 끼쳤다. 브로디는 아직 자고 있는 드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그런 짓을 했을까? 한밤중에 드루의 침실에 와서 안아 달라고 부탁을 하다니 정말 내가 어떻게 되었던 거야.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아직 신탁기금 문제가 남아 있고, 신시아 일도 있다. 어젯밤 일로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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