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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이달의 살림 물품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

자연 순리에 따라 생명을 담은

한살림유정란 한살림은 달걀, 계란이라는 표현 대신, 수탉과 암탉이 어울려서 낳은 ‘유정란’이란 용어를 사용해 왔다. 1986년 한살림농산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순간부터 쌀, 잡곡, 참기름, 들기름과 함께 소비자 조합원들의 식탁에는 꾸준히 한살림 유정란이 올라왔다.

걀은 식탁에서 ‘만만하게’ 만나 는 재료 중 하나다. 국민 한 사

한살림은 애초부터 유정란 한 알 한 알에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여겼다. 수컷이 필요 없는 무정란이 아닌, 자 연 순리에 따라 얻는 유정란을 고집한 것도 이러한 생각 때문이다. 닭들이 생활하는 계사 역시 널찍한 공간에 암 탉, 수탉을 15:1 비율로 자유롭게 풀 어놓고, 햇빛이 비추고 바람이 잘 드 나들 수 있는 개방형 계사를 지었다. 먹이에서도 사료와 함께 풀(청초나 풀 김치)을 넉넉히 주어 1년 내내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반 농가가 생후 70일 이상의 중병 아리들을 들이는데 반해 한살림은 갓 부화한 어린 병아리들을 데려와 다섯 달 이상 자식처럼 길러 유정란을 얻는 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 병아리를 기 르는 건 굉장히 섬세하고 어려운 일이 다. 그래도 현미와 청치(덜 여문 나락) 같은 거친 먹이를 이유식으로 주며 정 성껏 기르는데, 이는 소화력을 높여 건강한 닭으로 클 수 있는 기반을 갖 추기 위함이다. 50cm 높이에 설치한 횃대를 오르내리며 다리 힘을 키운 닭 들은 생후 5개월 후부터 겨와 톱밥 등 을 깔아 부드럽고 빛을 차단한 아늑한 산랑상자에 초란을 낳기 시작한다. 개방형 계사에서 자라는 닭은 낮과 밤, 사계절 변화를 몸으로 느끼며 봄, 여름보다 해가 짧은 겨울에 알을 더

적게 낳아 자연스레 몸을 회복할 수도 있다. 계사로 자유롭게 드나드는 바람 과 햇볕은 닭똥이 왕겨, 짚들과 섞여 자연스럽게 마르고 발효되는 것을 돕 는다. 그 위에서 닭들은 모래 목욕을 하고, 부리로 땅을 파는 고유 습성을 유지한다. 무엇보다 발효를 거친 닭 똥은 병아리와 닭이 사료와 함께 먹는 수단그라스, 호밀, 청보리 등 청초의 질 좋은 유기퇴비가 된다. 자연 속에 서 동식물들이 유기적인 순환 고리의 생명활동을 이어가듯이 말이다. 그 알이 그 알이 아닌 이유 한살림은 1980년대 후반부터 지역공 동체들이 주축이 되어 유정란을 생산 해왔다. 이 공동체들 대부분이 일본 야마기시즘 양계법을 들여와 따랐는 데, 이 양계법의 핵심은 햇빛과 바람 이 통하는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닭 들이 고유의 본성을 유지하며 성장하 도록 하는 것이다. 인간 모두가 서로

람이 한 해 먹는 달걀 소비량은 1980 년대 119킬로그램에서 2014년 242킬 로그램으로 꾸준히 늘었다. 딸은 안 주고 아들만 몰래 주었을 만큼 귀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냉장고 붙박이 취급을 받는다. 심지어 근육 좀 키운 단 사람들은 흰자만 먹고 노른자는 별 생각 없이 버리기도 한다. 아파트를 빗대어 ‘닭장’이란 표현을 쓸 때가 종종 있다. 일반 양계 닭이 A4 용지(210×297㎜) 정도의 공간만 차 지한 채 위아래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 때문일 게다. 일반 양계장은 햇 빛 대신 형광등으로 낮밤을 밝혀 억지 로 산란을 유도하고, 바람 한 점 없는 오염된 계사 속에서 항생제로 일생을 버티게 한다. 성장·산란촉진제와 강 제 털갈이, 점등관리 등 산란율을 높 이기 위한 일체의 동물학대도 서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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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소식지 5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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