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은 이제 그만
벌써 두 번째 편지입니다. 어수선한 때에 보내는 편지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그 어수선함이 진보정당운동과 직결돼 있어서 더욱 심란하기 그지없습니다. 통합진보당을 둘러싼 지난 몇 주 동안의 소용돌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언제고 겪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던 시련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보수 우파가 과거 회귀의 극단까지 한 번 달려보는 것도 그렇고, 진보운동 안의 시대착오적 흐름이 공개돼 혹독한 비판을 거치는 것도 그렇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이 시련을 견뎌내길 두려워하여 현실과의 정직한 대면을 계속 미뤄왔던 게 정말 자성해야 할 대목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어느 정치인의 이야기는 여전히 부박하게만 들립니다. “실패로부터 배운다” 이전에 먼저 있어야 할 “실패를 반성한다” 혹은 “책임진다”는 또 다시 뒤로 미뤄지는 것만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서입니다. 이번호 첫 번째 특집은 점점 더 퇴보하기만 하는 한국 정치를 물고 늘어집니다. 20년째 계속 ‘새 정치’를 외치면서도 도돌이표만 찍는 한국 정치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봅니다. 남 이야기만 하지 않고 우리 이야기도 합니다. 나름대로는 우리의 아픈 구석도 헤집어보자는 생각에서 진보정당운동의 과거, 현재, 미래도 짚었습니다. 첫 번째 특집이 좀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반면 두 번째 특집은 소박하지만 발랄합니다. 자전거가 이야깃거리입니다. 앞으로 <미래에서 온 편지>는 이렇게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것들을 통해 ‘평등/생태/평화’의 이상을 어떻게 실현해나갈지 계속 묻고 답하려 합니다.
어지러운 세월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만 세상이 뒷걸음만 치고 있지는 않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 소식은 그 아름다운 증거입니다. 스스로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사실 우리는 전진하고 있었습니다. 덧붙여, <미래에서 온 편지>도 정기구독자 천 명을 향해 전진하고 있음을 보고 드립니다.
2013. 9. 26.
기관지 준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