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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모두의 목소리

여전히 농부를 꿈꾸는 어일우 씨의 이야기

언제 다시 내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어일우 | 산림일용직 노동자

직업으로 농사를 선택하고 강화도에서 작년과 재작년에 고구마랑 벼를 키웠다. 내가 살았 던 곳은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볼음2리다. 날씨가 좋으면 북한 땅이 보이는 곳에 위 치한 작은 동네다. 운이 좋아서 농사 첫 해부터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지었다. 농사 첫 해에 논을 4200평 얻었 다. 논이 세 자리였는데 1800평짜리 한 자리의 농사를 망쳤다. 물달개비가 논을 뒤덮었다. 콤바인을 운전한 이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그래도 나머지 두 자리에서는 평년만큼 소출이 나왔다. 수확한 벼의 3분의 1 정도를 직접 팔았다. 택배비를 포함해 10킬로그램당 4만원에 가까운 비싼 가격이었지만 여기저기서 많이 사줬다. 전체 논 면적의 40%에서 소출이 적게 나왔 는데도 평당 1000원 정도가 남았다. 이 정도가 소작농의 평균소득이다. 정부에서 발행하는 농산물 소득 자료에 따르면, 벼농사는 평당 2500원이 남는다. 근데 이 것도 자기 땅에서 본인 기계로 농사를 지었을 때의 얘기다. 남의 땅을 빌려 남의 기계로 농사를 지으면 평당 1000원이 남는다. 고구마 농사도 소출로 봐서는 망쳤지만, 섬에 들어와서 농사짓는 젊은 부부라고 많은 분 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직거래로 다 팔 수 있었다. 그리하여 농사 첫해에 얻은 순이익은 600만원 남짓. 생활비랑 농사경비로 쓴 비용이 1100만원 정도였으니, 농부로 살기 시작한 첫해에 500만원을 까먹었다. 작년에는 재작년에 잘 안됐던 논 한 자리를 줄여 2400평에 벼농사를 지었다. 가물어서 논 에 물이 적었지만 다행히 수확은 재작년만큼 됐다. 이번에는 이사 문제 때문에 직거래를 하지 못했다. 별 수 없이, 수매대금이 없는 줄 알면서도 동네 형들이 쌀을 파는 곳에 내가 농사지은 쌀을 팔았다. 56

미래에서 온 편지 27호 (201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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