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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모두의 목소리

다른 삶을 상상했던 청소년 OOO 씨의 이야기

“망할 보호주의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라!” 양지혜 | 청소년세미나모임 세모 활동가

“선배, 저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요.” 함께 활동하던 후배가 어느 날 내게 조언을 구했다. 후배는 담임교사에게 체벌과 인격모 독을 당했고, ‘사회활동을 하는 아이’라는 낙인이 찍혀 친구들 사이에서도 고립되어 있었 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후배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이 딱히 없었다. 내게도 학교는 곧 ‘고립’이었다. 1학기에는 수능특강을 풀고, 2학기에는 수능완성을 푸는 입시 위주의 교 육 속에 내가 있을 자리는 없었다. 나는 후배에게 “네가 원하는 삶을 살면 좋겠다”고, “나는 너를 항상 지지할 것”이라고 말 했다. 그러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삶을 거부한 청소년이 원하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학교를 자퇴한 후배는 가정에서의 마찰을 견디지 못하고 빈번히 집에서 벗어났다. 후배의 친권자는 ‘내 마음대로 네가 살아가는 것’을 사랑이라고 일컬었다.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후배에게 친권자의 사랑은 위협이었고, 강요였고, 폭력이었다. 후배와 함께 청소년 보호시설에 대해 알아보았다. 쉼터나 주거협동조합 등을 백방으로 구해보았으나 쉽지 않 았다. 아무런 자본도, 경제권도 없는 청소년에게는 당장의 잠자리조차 아득했다. 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고작해야 단기쉼터였고, 그마저도 들어가기 쉽지 않았다. 장기쉼터에 가 기 위해서는 가정폭력을 당한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야 했다. 돈이 없었지만 청소년이 아 르바이트를 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간신히 구한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그녀는 하루 만에 쫓겨났다. ‘삶을 지지하고 함께하겠다’고 말했지만, 후배의 방황과 결정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은 없었다. 그저 간혹 함께 밥을 먹고 버스비를 보태줄 뿐이었다. ‘보호’시설은 사실상 제 48

미래에서 온 편지 27호 (201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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