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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모두의 목소리

독거노인 김 할머니의 이야기

엄마노릇 딸노릇 사람노릇 최현숙 | 독거노인센터 생활관리사

한 시에 이쪽저쪽으로 도착할 거라고 미리 전화를 드렸고, 한 시가 되기 오 분 전에 도착 했다. 올 추석 며칠 전이었다. 현관문이 빼꼼히 열린 채 아래쪽에 신발 한 짝이 괴어져있 었다. 나를 위한 배려다. 현관에서 이어진 부엌 건너에 있는 한 칸 방문도 열려있다. “아유, 문을 아예 열어 두셨네. 그러다 나쁜 놈이라도 들어오면 어쩌시려고.” 홀로 사는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강도 겸 성폭력 사건들이 늘고 있다. 올여름 주민자치센 터에서는 여성독거노인들을 따로 불러 문단속과 성폭력에 관한 교육을 했다. 김 할머니는 혼자 외출을 할 수 없어서 교육내용과 자료를 내가 전해드렸다. “누웠다가 일어나서 문 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 그래서 아까부터 열어놓았지.” 꾸물꾸물 일어나시려는 걸 ‘머 하러 일어나시냐?’며 도로 누우시라 했다. 김 할머니는 늘 이부자리를 펴놓고 누워 계신다. 약봉지, 핸드폰과 전화, TV 리모컨, 효자손, 메모지와 펜 등이 근처 손 닿을 만한 곳에 가지런하다. 성격도 살림도 깔끔한 분이다. 점심으로 누룽지 를 끓여 드셨는지 사기 공기에 누른 밥 몇 알이 남아있다. 끓여 잡수시는 건 아직 혼자 하 실 수 있다. 노인장기요양을 신청하셔서 방문요양보호사를 오게 하시라고 권해도, 남 들 락거리는 거 싫어서 신청을 안 하시겠단다. 꼼지락거리며 간단한 청소며 빨래도 하시고, 열흘마다 딸도 온다. 34년 생으로, 올해 여든 둘인 여성노인 김숙희(가명). 딸 하나만 낳았고, 그 딸은 대구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산다. 작년 추석 며칠 전, 갑작스런 위경련으로 겨우 내게 연락을 하셨 다. 119부터 불러드리고 나도 달려갔다. 딸이 대구에서 급하게 왔다. 위암이 확인됐지만 40

미래에서 온 편지 27호 (201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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