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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모두의 목소리

전업주부 OOO 씨의 이야기

‘눈꽃송이’의 삶은 아닐지라도 OOO | 전업주부

눈꽃송이는 그 결정체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모양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눈 이 내리겠는가. 그런 결정체가 모두 다른 모양이란다. 사람은? 이전에 나는 사람도 눈꽃 송이와 같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은 누구와도 같을 수 없다고. 여기서 유치하게 “쌍둥이는?” 이러면 곤란하다. 쌍둥이라 할지 라도 목소리, 억양, 아니 다른 면이 수없이 많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나만의 ‘눈꽃송이론’을 철회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무 슨 일이 있었길래? 요즘, 나는, 내 친구들은, 전.업.주.부.가 되었다.

갑자기 연락이 끊겼던 친구를 얼마 전 우연히 마주쳤다. 몇 년 사이에 그녀 역시 나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로 아이 둘을 건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마지막 으로 기억하는 그녀는 영문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커리어 우먼이었다. 아메리칸 스타일(?)의 여러모로 독특한 취향이 눈에 띄는, 명품브랜드 F사의 구두가 아니면 신지 않고 힙합을 좋아하는 호기 넘치는 여성이었다. 더구나 결혼을 왜 하 냐면서 평생 자유연애를 지향한다던 그녀가 전업주부라니…. 이 사실만으로도 놀라웠지 만, 요즘 근황에 대해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서면서 평소 희미하게 가지고 있던 생 각이 확실해졌다. ‘결혼하고 애 낳고 집에 있으면 그냥 다 똑같구나….’ 비슷한 집안일을 해야 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한 명의 엄마이자 아내만 남았을 뿐이다. 나 역시 결혼 전에는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 리듬 향기 맛… 모든 것들에 나의 ‘선호’가 있었다.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으니 ‘내가 하고 싶은 것’ 따위 생각하지 않게 되 36

미래에서 온 편지 27호 (201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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