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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됐다. 적당한 허세 섞인 칼질 신공은 기본, 원물의 식재료를 현란하고 맛깔 나는 요리로 둔갑시킨다. 우 리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침이 고인다. 눈과 뇌는 급격하게 요동을 친다. 미식을 넘어 탐욕이 부글부글 끓 는다. 셰프는 그 모든 것을 조율하는 만신전의 위치에 올랐다(물론 스타 셰프를 발굴하고 방송에 노출시키는 PD나 방송자본이 또 그 위에 있겠으나!).

앞선 시대, 셰프는 주목받는 이름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셰프가 되고 싶은 청소년을 위한 사설 학 원 프로그램이 생기고 일부 요리전문학교는‘스타 셰프 양성학과’ 라는 커리큘럼을 만들 정도다. 이게 가 당키나 싶지만, 셰프가 그만큼 대중의 관심과 호기심을 받는 대상이 됐음을 방증한다. 2013년 개봉했던 영화《족구왕》 의 주인공이 다니던 식품영양학과는 극중‘찌질한’남자들이 전공 대신 공무원시험을 준비 하는 학과였다. 그러나 지금은 풍경이 달라졌다. 호텔(외식)조리, 푸드스타일리스트, 식공간연출 등 조리 관련과는 인기과다. 지난해 경기대 외식・조리학과 경쟁률은 30 대 1이 넘었고 경희대 조리산업학과의 지난해 수시 경쟁률은 17 대 1에 달했다. 2년 혹은 4년제 대학 조리학과만 해도 230개가 넘고 요리전문고 등학교와 직업전문학교, 사이버대학 등을 합하면 그 숫자는 300개 이상이다. 요리학원을 비롯해 사설 요 리강습을 하는 클래스의 숫자도 계속 늘고 있다. 한 방송사 인기드라마였던《파스타》 는‘셰프’ 라는 단어를‘본격적으로’퍼뜨렸다.

이라고 외치

던 드라마의 풍경을 이제는 일상이나 방송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사실 1970년대 초만 해도 조리 사란 호칭도 없었다. 80년대 들어서야‘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대신‘조리사’ 라고 불렸다. 그러니 요리사, 셰프라는 호칭이 통용된 것은 오래지 않는다. 그것뿐이랴. 요리의 공간, 즉 주방이나 부엌은 가림막이나 베일에 가려진 곳이었다. 이곳에서 조리노동을 하는 요리사는 얼굴 없는 존재였다. 신비주의 때문이 아니 었다. 요리(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낮았고, 이 땅의 대부분 육체노동이 그러하듯 조리노동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더구나 먹는 것을 원초적으로나 여길 뿐 문화로 인식하지 못한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 다. 그렇다면 셰프가 한껏 위상을 높이고 먹방과 쿡방이 방송의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음 식문화나 요리노동자의 위치는 나아졌는가.‘셰프 전성시대’ 는 맞는 말인가.

노동을 배제한 전성시대는‘거짓’

‘스타 셰프’ 들은 방송뿐 아니라 CF도 접수했다. 그들의 책도 봇물이 터졌다. 주방을 나온 스타 셰프들 이 둥지를 튼 곳은 대중이라는 활주로였다. 그 길에 바퀴를 처음 내린 사람은 2009년 에드워드 권이었다. 두바이 부르즈(버즈) 알아랍호텔 수석총괄주방장 출신이라는 명함. 더불어 빼어난 외모와 말솜씨까지. 대 중은 혹할 만했다. 학력과 경력 위조 의혹에도 에드워드 권은 스타 셰프의 시대를 열었다. 셰프들은 거듭 미디어의 호명을 받았고 탄탄대로를 걸었다. 맹점은 거기 있었다. 방송이 보여준 스타 셰프의 화려한 외양만 부각됐다. 요리업계의 실제 모습은 거 기획 키워드로 보는 2015년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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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26호 (201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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