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ze& Vol.01: 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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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것 같다. 이상하다. 젖어 있는 느낌, 섹시하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가인의 새 뮤직비디오 ‘진실 혹 은 대담’은 가인에 대한 남자들의 생각이 이어진다. 그들 대부분은 가인을 ‘뭔가 있는’ 여자, 더 솔직히 이야기하 면 야해서 한 번쯤 추근대고 싶은 여자로 말한다. 가인 역시 포토그래퍼가 요구하는 ‘남들이 좋아할 포즈’를 취한 다. 사석에서는 그런 게 다 내 진짜 모습은 아니라고 하지만 대중에게는 끊임없이 섹시한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 는 여자 연예인의 이야기. 또는 요즘 한창 이슈가 된 여가수들의 경쟁적인 노출에 대한 의견. 그러나 반전의 시 작. 무대 위의 가인은 노골적으로 섹시함을 강조하지도, 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고 외치지도 않는다. 가인의 퍼 포먼스를 통해 결국 ‘진실 혹은 대담’은 섹시하게 소비되는 여가수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섹시함을 무기로 남 자들을 조롱하듯 쥐고 흔드는 여성의 이야기로 변한다. 전작인 ‘돌이킬 수 없는’이나 ‘피어나’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 사는 여자의 이야기.

editor in chief 강명석 copyreader 장경진 senior editor 위근우 editor 최지은 황효진 한여울 이지혜 정서희 designer 정명희 photo 이진혁(스튜디오 핑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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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폰 소재의 화이트 탑ㆍ핑크 스커트 모두 맥앤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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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아웃 된 바이올렛 슬리브리스 탑 엠포리오 아르마니, 블랙 롱 스커트 앤디앤댑, 슈즈 H&M.


하필 한창 걸 그룹들의 표현 수위에 대해서 말이

살짝 닿기만 해도 남자가 착각을 하기도

떠들어라, 너희가 그런 이야기를 할수록 나는

많을 때 돌아왔다. (웃음)

한다. 그래서 내가 앞에 있는데도 다른 여자

핫해, 이렇게 생각한다.

아무래도 표현 수위 같은 것들에 대해 민감하게

연예인에 대해 너무 가볍게 얘기하는 사람들을

그런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긴 하는 거 같다. 사실

볼 때도 있었고.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면 나도

남자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남의 말을 진짜 안 들어서 (웃음)

어디선가 이런 식으로 얘기되고 있겠구나 싶다.

그래서 이 무대가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인지

하던 대로 하는 스타일이라 크게 신경 쓰지는

실제로 나랑 아무 사이 아닌데도 사귄다는

궁금하기도 했다.

않는다. ‘돌이킬 수 없는’ 때는 맨발이었고,

소문이 돌 때도 있었고. 전에는 어떻게 그런

무대 위의 나는 노래에서 그렇게 남자들에게

‘피어나’는 테이블이라는 소품을 사용했기에

얘기를 하냐며 삼자대면까지 하고 그랬는데

말하면서도 섹시한 모습을 하고 있는, 그러니까

이번에는 사람들이 더 기대한 것 같다. 그런데

(웃음) 이제는 상처받지 않는다. 그래 너희는

꼬리 여럿 달린 여우 같은 모습이다. (웃음)

나는 좀 틀을 깨고 싶었다. 그래서 그 전에 비하면 심심하다는 반응도 있고, 호불호가 있는 거 같다. 더 세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나.

내 무대의 콘셉트는 무조건 곡의 가사와 분위기에 따라 결정된다. ‘돌이킬 수 없는’은 탱고에다 뮤직비디오에서는 파국으로 가는 여자니까 모든 걸 정열적인 느낌으로 해야 했다. 그래서 귀걸이도 한쪽만 하고, 맨발로 무대에 섰다. ‘피어나’는 소녀가 숙녀로 성장하는 느낌이라 여자아이가 테이블 위에 있다면 굉장히 섹시하지 않을까 싶었고. 그런데 ‘진실 혹은 대담’은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노래 전체에 안무가 꽉 채워졌었는데 그거 다 빼자고 했다. 아무리 섹시한 안무라도 가사나 분위기에 어울려야 하니까. 그래서 무대마다 매번 다른 느낌을 내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파트 1, 2로 나뉘어 나올 거기도 해서, 보여줄 것은 아직 많다. 컴백 무대인 <M Countdown>에서 노래 마지막쯤 보여준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남자를 대놓고 유혹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야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그게 지금의 나인 것 같다. 의상 같은 건 기획을 하지만 노래나 표정은 귀여워야지, 섹시해야지 하는 게 아니니까. 나란 사람 자체가 그런 애매한 선에 있는 거 같다. 뮤직비디오를 찍은 황수아 감독님도 나한테 “너는 좀 놀아봐” 이러는데 (웃음) 대중은 나를 이미 잘 놀 거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사실 성년이 되자마자 데뷔해서 연애를 많이 해볼 틈도 없었다. 반대로 황수아 감독님이 나에 대해 점을 봤는데 내가 사실은 하나도 모르는 멍청이라고 하더라. (웃음) 난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무대도 그런 느낌으로 했다. 그 점에서 ‘진실 혹은 대담’은 자신의 이야기 같다. 7 ize&

나 같은 직업을 가진 여자는 대화할 때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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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무대 위의 나는 관심받고 싶은 여자이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어떤 소문 중에는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무대를 연출했다. 사실은 남자가 이 여자한테 당하는 걸 수도 있는 거지. 그래서 억울하면서도 남자들을 갖고 노는 여우 같은 여자, 그런 아이러니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왜 그렇게 복잡한 마음을 갖게 되는 걸까.

나는 내가 생각하는 섹시함이 좀 다른 거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섹시함이나 그냥 보이는 섹시함이라는 건 사실 더 환상 같은 거 아닐까. 그냥, 나는 좀 더 솔직하고 싶다. 나 자신을 무대에서 표현하는 거.

‘진실 혹은 대담’ 뮤직비디오에서 포토그래퍼가 나에게 야하게 해보라면서 여러 포즈들을

그러면 어떤 감정일까 생각해봤는데, 남자는

천사와 악마를 생각하라고 했다. 그래서

요구한다. 그때 내가 쑥스러워하면서

계속 같이 자고 싶다면서 얼마나 더 사랑한다는

이해하기 쉬웠다. 뮤지컬처럼 불렀고. 사실

그런 걸 어떻게 하냐고 하다가 “사람들이

말을 해야 하냐고 하고, 여자는 날 얼마나

롤모델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여자

좋아할까요?”라고 물어본다. 포토그래퍼가

아끼냐고 한다. 남자는 사랑해서 본능을 숨기지

가수들은 이효리 아니면 엄정화라고 대답한다.

“너무 좋아할 거 같애”라고 말하니까 그런

않는 거고, 여자는 자기가 원하는 모습의

그런데 사실 두 사람은 되게 다르다. 그리고

포즈들을 보여주기 시작하고. 그 장면을

남자를 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감정들이

나는 효리 언니가 행복해 보이지만 정화

찍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복잡하게 섞여 있다. 그게 실제 나이기도 하고.

언니처럼 되고 싶고. 정화 언니는 가끔은

생각하는 내 모습대로 여기까지 온 걸까? 혹시

‘피어나’ 때에 비해 훨씬 복잡한 연애담이다.

외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자기 뜻이 좀 더

시스템에 길들여진 건 아닐까? 나란 사람이

그때는 마냥 좋았는데 (웃음) 이제는 남자의 짜증

강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한다. 그래서 지금

이상하게 변해간다는 생각도 들고.

나는 부분도 알고, 갈등이 심해진다.

그 자리에 있다는 생각도 들고. 예전에 정화

그만큼 실제 자신과 보여지는 모습의 거리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뮤직비디오의 주지훈 씨

언니가 트렌스젠더와 함께 ‘Come to Me’를

건데, ‘진실 혹은 대담’까지 오면서 그게 좀 좁혀진

멋있다는 얘기만 하지만 (웃음) 사실 이 남자는

부른 공연을 봤는데, 그때 엄청난 충격을

것 같나.

굉장히 찌질한 부분도 많다. 그런데 여자는 이

받았다. 그렇게 자기가 생각하는 그대로 한다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면 할수록

찌질한 남자를 욕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데

게 존경스럽다. 그때는 놀라기만 했지만 지금

모르겠는 게 대중의 마음이라, 그냥 내

이 남자의 본능을 이해하기 싫은 거고. 저

생각해보면 그 무대가 이해가 되고.

생각대로 밀고 나가려고 한다. 내가 무대에서

남자가 나를 사랑은 한다는 건 아는데 그런

왜 그런 삶의 방식에 끌리는 걸까.

여러 가지를 해도 매스컴에 나오는 사진은 몸의

식의 표현이 너무 싫은 거다. 그래서 연기할

글쎄, 예를 들면 그런 것 같다. 여자들이

특정한 부분이 강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도 복잡한 마음이긴 했다. 이 여자가 남자가

섹시함을 보여줄 때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그러면 사람들은 내 의도하고 상관없이 나를

싫다는 건지 좋다는 건지.

기준이 있다. 그래서 남들이 섹시하다고

그런 모습으로만 기억할 거고. 그런 걸 굳이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보면 김이나-이민수-가인

하는 걸 그대로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세상 돌아가는 게

세 사람이 함께 프로듀싱 팀이 돼서 무대 위의

내가 생각하는 섹시함이 좀 다른 거다.

이런데, 내가 바꿀 수 없다면 대중은 그렇게

가인을 연출한다는 느낌도 든다.

주변 사람들한테 있는 이야기, 내 이야기를

생각하라고 하고, 나 할 건 하면 되고. 사람들이

맞다. ‘돌이킬 수 없는’ 때는 내가 20대

풀어내는 건데, 그게 꺼내 놓으면 불편하거나

“쟤는 뭐야?”라는, 조금 아이러니한 시선으로

초반이었는데, 그때는 내가 남자한테 매달리다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그게 더

나를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거부당하면 정말 뛰어내릴 거 같았다. 그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그래서 ‘Fxxk U’도 할 수 있었던 건가.

나이에 뭘 알았겠나. (웃음) 그런 표현들을 많이

흔히 생각하는 섹시함이나 그냥 보이는

이게 다 작곡가 (이)민수 오빠 때문이다. 그분이

했더니 그런 곡을 준 거다. ‘피어나’ 때는 20대

섹시함이라는 건 사실 더 환상 같은 거 아닐까.

이상한 사람이야. (웃음) 노래 가이드에 처음에

중반이 됐는데, 그때 나나 주변 친구들은 첫

그냥, 나는 좀 더 솔직하고 싶다. 나 자신을

‘fuck you’라고 불러놓은 거다. 그런데 노래가

키스에 대해 생각해보면 별로 좋은 기억들은

무대에서 표현하는 거.

너무 좋아서 조영철 프로듀서님에게 이대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엄마하고 얘기해보니까

그러면 당신이 생각하기에 잘 산다는 건 무엇인 것

간다고 하면 찬성할까 하고 고민도 했었다.

엄마의 기억에는 그 시절의 기억들이 굉장히

같나.

클린 버전을 만들까도 했는데, 프로듀서님이

아름답게 남아 있었다. 그렇게 엄마와 여자 대

나는 내 작품에 대해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건 가인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셔서

여자로서 이야기하게 되면서 ‘피어나’를 새롭게

평가가 더 중요한 거 같다. 얼마나 많은 돈을

굉장히 용기를 얻었다. 어차피 내가 갈 길은

해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물여덟이

버느냐보다 내가 선택한 걸 끝까지 해보는

그런 거에 신경 안 쓰는 거 아닐까 싶었고.

됐고, 일단 뭔가 아는 여자가 된 거다. (웃음)

게 좋다. 그렇게 끝까지 가보고 결국 이상한

‘fuck you’라는 말을 직접 노래로 할 때는 어떤

그런 점에서 이효리의 ‘Black & White’를 받은

거였으면 인정하는데, 남들이 이상하다고 해서

기분이 들었나.

것도 인상적이다. 녹음할 때 노래를 어떻게

중간에 멈추기는 싫다. 뭐든지 떳떳하게 하고,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 이 곡의 여자가 화나

해석하라고 하던가.

그 과정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게

있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영상을 보여주면서

좋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누드 톤의 쉬폰 블라우스ㆍ쇼트 팬츠 모두 H&M, 블랙 코트 톰그레이, 슈즈 슈콤마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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